(2)
상상의 요점은 다음과 같다.
눈부신 미모를 소유한 타인의 아내.
바로 그런 여인이 남편의 시선아래 내 욕구를 풀어주는 타구통이 되는 것....
어찌 대입해보아도...당시 내 상황이 바로 그러했다.
분명...현실임에도....
아늑한 카페의 중앙탁자...
너무도 안락한 소파에 당당히 앉아 있는 나....
그리고 내 자지를 마치 황제의 권율처럼 귀하게 탐닉하는 미모의 유부녀....
또 맞은편에 앉아 그 광경을 보고 있는 그녀의 남편....
분명 이건...내가 죽도록 꿈꾸던 그 환상의 완성이었다.
그러나....아아...그러나.....
“쉽지 않죠....?”
멍하니 앉아 이 행복하고 난감한 상황에 빠져 있는 나를 무표정하게 바라보던 그가 조용히 던진 말이었다.
마치 수수께끼같은 대사였지만 난 그 말의 속뜻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발기부전....
너무나 어이없게도...
이런 완벽한 쾌락의 성찬을 앞에 두고 내 자지는 도무지 수저를 들려 하지 않는 것이었다.
행운이 따르지 않는다면...길거리에서조차 마주치기 쉽지 않은 미모의 여인...
그것도 타인의 여자가...내게 완전한 굴종을 표하며 무릅꿇고 내 자지를 빨고 있는데...
당연히 쾌락의 극점에서 사자후를 토해야할 내 자지가....
아아...내 자지가....
“너무 애쓰지 마십시오.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이니까...”
남자...
스스로 조일훈이라 불려지길 원했던 그는...어느새 입술사이에 물려있는 담배에
생명줄을 열며 나직하게 말했다.
“긴장감 때문입니다. 선생같은 초급자에겐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기에 말초신경이 얼어버린 겁니다. 그러니 발기가 쉽지 않죠...”
그는 가볍게 담배연기를 토한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점점 투명하게 변해갔다.
“일도...이비...삼첩...사처.... 중국 십억인구가 통계로 인정한 미감의 순서입니다. 가장 맛있는게 남의 여자를 도둑질하는거고...두번째는 종..세번째는 첩...마지막이 마누라랍니다.
그러니 선생은 지금 가장 맛있는 음식을 드시고 있는거죠. 그것도 쾌락의 으뜸이라는 역관음의 현장에서....“
후우....
그의 입술을 떠난 담배연기는 다시 허공중에 흩어져 그 생명의 소진을 증거한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더욱더 또렷하게 들려왔다.
“제 아내는 보기드믄 미인이죠. 나름데로 지성과 기품도 둘러져 있고.... 그런 아내를 던져 드렸는데도 선생은 고스란히 얼어 있습니다. 웃기죠...? 그게 선생의 현위치인겁니다. 사람의 연륜으로 비유하자면...가벼운 음식조차 소화못하는 신생아인거죠. 선생은....”
슬프게도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처음 그녀의 뜨거운 입김이 내 자지를 포옹하는 순간부터 난 죽도록 노력했다.
심지어는 항문에 수백번 힘을 가하며 말초신경의 모든 힘을 자지에게 보내려 시도했다.
그러나...그러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쾌락이나 환상은커녕....난 못된짓하다 들킨 어린아이처럼 시선을 둘곳조차 찾지 못한채
버둥거릴 뿐이었다.
“여보...됐어. 그만해....”
반쯤 타들어간 담배의 명줄을 잔인하게 끊으며 그의 명은 떨어졌고...
그리고 드디어...너무도 다행스럽게 그의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내 초라한 자지를 해방시키며....
불과 삼분....그러나 내겐 억겁같았던 시간....
난 바지춤 기슭에서 수치감에 떨며 덜렁거리는 자지를 수습조차 못한채, 멍하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직 눈에 보이는건...어느새 내 영혼의 끝자락까지 점령한 그의 엷은 미소뿐이었다.
-----느끼셨죠...? 그렇듯 쾌락은 그 단계를 밟아 갈수록 충분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연습되어지지 않았다면 제아무리 완벽한 상황이 놓여진다해도 모두 선생처럼
-----얼어버리고 말죠. 선생같은 욕구의 소유자가 자유의지로 행하려해도 쉽지
-----않은 일인데...하물며 선생의 부인께선 어떻겠습니까...?
-----제안하죠.... 우리 모두를 위해....
-----선생의 부인을...제게 맡겨 주십시오.
그리고 사흘후....
나와...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의 아내는....
부산요트장에 정박되어 있는 그의 요트에 몸을 실었다.
해운대...
끝없이 펼쳐진 바다는....
악마의 피처럼 짙푸렀다....
요트는 남해 먼바다를 향해 살처럼 쏘아가고 있었다.
선실 원형창을 통해 보이는 것은 온통 뱃전에 부서지는 파도의 포말.
35인승 중형요트의 초호화선실엔 오직 아내와 나뿐이다.
“...어디....가는거야....?”
아내는 어쩐지 불안한 목소리로 나직히 물어왔다.
당연한 질문이다. 요트를 타기 전까지만해도 아내에겐 단순한 가을바다 여행이었을테니까.
하지만 답해줄 말이 없다. 나 역시 궁금하긴 마찬가지였으므로.
----다음주 화요일...오후1시까지 부산요트 정박장으로 나오십시오. 부인과 함께...
“가보면 알아.”
난 애써 편안한 미소로, 마치 깜짝선물을 준비한듯 위장하며 아내의 어깨를 감?患?
그러나 아무리 미소를 짙게 주어도 아내의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는 듯 했다.
아내 역시 여자다. 그러므로 여자의 본능적인 직관력은 어쩔수 없으리라.
그러나 아내는 따를 수밖에 없다.
이미 이 게임엔 아내의 주권은 상실되었다.
(2)
본래 바다는 넓다.
하지만 출발한지 세시간이 지났는데도 요트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쯤되자 나 역시 궁금해진다.
---목적지가 도대체 어디길래....
그때 였다.
“여보....어지러워....”
내품에 묶인채 말없이 창밖의 바다만 보던 아내의 목소리가 가늘게 들려왔다.
“멀미때문일거야... 이럴줄 알았으면 출발전에 멀미약부터 먹는건데....”
난 아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대답했다.
하긴...나 역시 멀미증세를 느끼던 중이었다.
약간의 미식거림과 아련하게 느껴지는 현기증...
멀미의 기본증상이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지금 아내와 날 동시에 덮어가는 이 현기증은 단순한 멀미의 증상이 아니었다.
그 증거로...난 다음말을 이을 새도 없이 까마득한 저곳으로 의식이 던져짐을 느꼈다.
후일 알게된 사실이지만...아내와 내가 격은 이 현상은 선실가득 친절하게 분사된 마취제의
성능을 몸소 입증한 결과일 뿐이었다.
(3)
꿈....
악몽과 길몽을 가름하는 잣대는 분명하다.
깨어나서 아쉽게 느껴지는 꿈은 길몽일 것이요...다행이라고 여겨진다면 악몽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비록 타의에 의해 강제된 마취상태의 꿈이었으나 분명 내가 격었던 것은
길몽이다.
넓은 핑크색 원형침대... 그 중앙에 나신으로 누워 있는 나...
그리고 마치 대리석으로 조각된 듯한 알몸의 여신들이 내 곳곳을 길든 개처럼 ?아주고...
탄드라에서나 볼수 있는 각가지 체위들로 내 욕망의 마른 한줌까지 훑어가는 격정들...
그렇다...비록 꿈이라하나...이렇듯...무의식의 저편으로 천천히 ?어져 가는 경험은 아쉽기만 하다... 그러니 지금 내가 꾸고 있는...그리하여 깨고 있는 이 꿈은 정말 아쉽기 짝이 없는 길몽이리라...
천천히 다시 보이기 시작하는 현실에 되돌아오는 의식을 느끼며 난 잠시전까지 생생히 격었던 그 꿈의 자락을 잡기위해 몸부림 쳤다.
그러나....
(4)
“깨어나셨군요....어때요...? 여행 즐거우셨나요...?”
현실로 완전히 추방되었음을 선고하는 목소리가 귓전을 울리고... 비로서 난 마취에서 완전히 깨어 날수 있었다.
그리고...내 눈에 보이는 현실은...
모니터 룸.
십여평 정도의 텅빈 흰색 방.
전면으론 초대형 액정 스크린이 밝혀져 있고...중앙엔 베이지색 소파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그런 곳.
난 그 소파의 중앙에 앉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 옆엔 어느새 허벅지까지 트인 차이나 칼라의 붉은 화복을 입은 여인이 서 있다.
단 한번 보았을 뿐이지만 이미 익숙한 얼굴의 그녀.
첫대면의 선물로 내 자지를 살갑게 물어주었던 여인...
양미란....바로 카페에서 만났던 놈의 아내였던 것이다.
“여긴.....”
난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당연한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그녀는 대답대신 시선을 돌려 모니터를 가르켰다.
“과연...대단한 미인이시네요...진석이가 귀에 닳도록 떠들었어도 사실 그대로 믿진 않았었는데....”
그제야 내눈에도 한쪽 벽면을 메운 스크린이 들어왔다.
거기엔....눈을 감고 있는 아내의 얼굴이 가득차 있었다.
마치 천사와 같이 잠들어 있는 아내의 얼굴이...
“도...도대체...뭘 하시려는....”
그러나 이번에도 그녀 양미란은 만족할 대답을 주지 않는다.
“그냥 보세요. 그럼 선생님의 소원이 이뤄져 감을 느끼실테니...”
그녀의 아지 못할 답변을 신호로 한 듯... 정지된 화면같던 아내의 얼굴에 미세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눈꺼플이 가늘게 떨리는 것이었다.
그건 잠에서 깨어나고 있단 신호였다.
동시에...아내의 얼굴만 클로즈업되었던 화면이 천천히 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러난 전경은.....
(5)
온통 하얀 대리석 벽면으로 이뤄진 원형 룸...
그 한가운데 놓여 있는 마사지 침대.
그 위에 아름답게 누워 있는 아내....
그런데....
카메라의 렌즈를 온통 우유빛으로 투명하게 장악한건...
실오라기 하나 걸침없이 자연의 모습 그대로 누워 있는 아내의 나체였다.
그렇다. 아내는 벌거벗은채 마사지 침대위에 누워 있다.
그리고 아내 바로 옆에 서 있는 검은 기둥....
그건 검은 색 슈트로 말끔하게 차려 입은 남자...
즉, 문진석의 스승이라 자칭했던 카페의 사내였다.
놈은 알몸의 아내를 내려보고 있었고....
그 시선에 화답하듯 아내의 눈이 천천히 떠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