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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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내가 가까이 가기도 전에 일어서며 손을 내밀었다. 

“정일권입니다.” 

그의 손은 인상만큼이나 가늘고 섬세했다. 

“잘 오셨습니다. 앉으시죠.” 

첫만남을 갖는 사람들이 격는 당연한 수순을 마치곤 난 그가 권하는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선생님 얘긴 저 아이를 통해 많이 들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여인을 부인으로 두셨다더군요. 축하합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힐긋 건너 탁자에 공손히 앉아 있는 문진석을 보며 그가 던진 말이다. 

난 그들 사이에 오갔을 대화를 짐작할수 있었다. 

처음 진석의 초대를 받으며 이미 예상했던 일이다.

그러나 그의 다음 말은 내 예상을 뛰어 넘었다. 

“저 아이....제가 가르킨 제자중 그나마 괜찮은 실력을 쌓았다 여겼는데...정말 의외였습니다.

저 아이가 이틀을 공략했는데도 끄덕도 안했다더군요. 솔직히...믿기지 않는 일이었습니다만...“ 

----제자.....?? 

그러고보니 문진석은 놈 답지않은 공손함을 애써 표명하려 정좌로 앉아 있다. 

순간 난 그의 정체가 의심스러웠다. 알 듯 모를 듯....

이런 상황은 언제든 어색스럽다. 난 그 어색함을 피하려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온건...그의 곁에 다소곳히 앉아 있는 그녀였다. 

후일....양미란이란 이름으로 소개된....

“참...제 아내입니다. ”

그는 내 시선을 의식한 듯 그녀를 소개했다. 

아내.... 

그의 선고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비록 나이차이는 느껴지지만 그들은 그만큼 잘 어울린다.

그의 아내....미란은 가벼운 목례로 인사를 대신했다. 나역시 그랬다. 

하지만 내 시선은 결코 숙지 않았다. 

목례에 따라 가볍게 흔들리는 그녀의 하얀 목덜미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만큼 미인이었다. 

그런데 그때.....

“미인이죠...? 맞습니다.” 

순간 내 심장은 덜컥했다. 미인이란건 동의한다. 그런데 뭐가 맞다는 건가...? 

난 한번도 그녀의 미모를 표한적이 없다. 

그렇다면....

그가 눈치챈 것이다. 내 시선의 의미를.....

순간 난 부끄러움과 당혹함에 얼른 시선을 돌렸다. 그리곤.... 

“저 그런데 절 무슨 일로 보자셨는지....” 

물론 어색함을 감추기위한 대사였지만 사실 가장 묻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그러자 그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궁금하시겠죠. 저역시 궁금증과 어색함은 질색입니다. 그러니 본론으로 들어가죠.”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얼굴에 떠올랐던 미소는 급작스럽게 사라져버린다. 

그건 그만큼 앞으로의 대화를 진지하게 임하라는 무언의 압력이었다. 

그는 다시금 옆탁자에 공손히 앉아 있는 문진석을 향해 시선을 던지며 말을 이었다.

“보고에 의하면...선생님께선 참으로 곤란함에 처했다더군요. 또한 제 경험에 의하면

그런 곤란은 선생님같은 초급자에겐 쉽게 넘을수 없는 파국의 시초일테고요.“ 

말이 이어질수록 그의 목소리는 더욱 나직해진다. 또한 눈빛도...

그러나 불행히도 난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당연히 난 그의 말을 끊었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순간 그의 눈빛이 차가워 졌다. 목소리도. 

“그냥 들으세요.” 

냉정하게 끊어버리는 그의 목소리에 난 저절로 움찔했다. 

당연히 기분나쁠 노릇이었지만 그러나 난 조금의 반항도 하지 못했다. 

그런 시도를 기획하기엔 내눈으로 직시되어 쏘아오는 그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도 

강렬했기 때문이다.

그는 내 눈을 더욱 직시하며 말을 이었다. 

“선생과 난 같은 부류입니다. 즉...진정한 쾌락을 ?는 사람들이죠. 동의 하십니까...?”

“......” 

물론 난 대답하지 못했다. 

“그건 부끄러움이 아닙니다. 쾌락이란 즐거움...즉 인간이 가장 원하며 ?는 원초적욕망이니까요. . 사실 진정한 쾌락을 맛본다면 마약따윈 지상에서 영원히 사라질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너무 뜨겁다는 거죠. 그 달콤함 만큼이나...그러니 어설프게 접근했다간 화상을 입고 맙니다. 화상...무섭죠. 결코 지워지지 않으니까. 그래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낙인을 흔히 화인이라고들 합니다만.” 

그의 목소리는 점점 차분해졌다. 또 그만큼 흡입력을 발생하고 있었다. 

“물론 불을 다루는 것도 연습에 따라 익숙해집니다. 또 그만큼 안전하게 즐겨지고... 그러나 문제는 두분이 같이 연습하셔야 한다는 거죠. 이쯤되서 묻겠습니다. 저 아이의 도움을 받아 즐겼던 그 이틀....분명 즐거우셨죠...? ” 

“네...넷....?” 

난 갑작스러운 그의 질문에 당황했다. 또한 직시된 그의 시선에. 

“솔직하게 답해주세요. 어쩌면 선생의 운명이 걸린 질문이니까.” 

사실...처음 대면한 낮모르는 사람에게 운명따윌 협박받는다는건 인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난 뭔가에 홀린 듯 그의 협박에 순응했다. 

그리곤 어쩐지 주눅들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그는 내 긍정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러셨을테죠. 그럼 다시 묻겠습니다. 그날의 그 느낌을....영원히 잊을수 있으십니까...? 아니면 다시 찾게 될까요...?” 

한번 속을 들킨이상...더이상의 반항은 무의미했다. 난 망설임을 서서히 줄이며 대답했다.

“...다시....찾게 될 듯 합니다.”

“네. 반드시 그럴겁니다. 그러나 문제는...더큰 자극을 찾게 되실거란 겁니다. 어쩌면 당연하죠. 선생은 그쪽으론 아직 초급단계니까...그런데 말입니다....선생은 그렇다치고...과연 부인까지도 그길을 같이 가려하실까요....?” 

순간 난 비로서 그가 의구하는 모든 것들을 깨닳을수 있었다. 

그역시 내 깨닭음을 느낀 모양이었다. 

“쾌락은 반복될수록 더더욱 깊음을 찾습니다. 더큰 자극...더큰 열락...더큰 소용돌이속으로...

하지만 말입니다. 말씀드렸듯 쾌락은 뜨겁습니다. 깊을수록 더욱 뜨거워지죠. 그러니 충분한 연습이 없으면 감당하기 힘든 화인이 남습니다. 때론 못견디고 타죽기도 하고요. 선생이야 원하려 즐기는 바일테니 연습이 된다쳐도...과연 부인께선 어떨까요...? 견딜수 있을까요...?“

그렇다. 본론은 바로 그거였다. 또한 내가 쉽게 알아들음은 나역시 본능적으로 깊게 

우려하던 사태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쾌락을 연습하는 기본은...반드시 스스로 원해 행해야 한단 겁니다. 아니면 아무리 연습해봐야 공염불이죠. 장담합니다. 저아이에게 전해들은 부인의 의지가 과연 그러하다면....부인께선 결코 오래버티지 못합니다. 그럼 어찌될까요....? ”

답은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그도 내 심중을 이미 읽고 있었다.

“ 그 끝은 불행일 겁니다. 아마 두분은 헤어지실거고...작은 추억조차 결코 즐겁게 남지 않을 겁니다. 헤어지지 않는다면 더큰 불행이 닥칠거고...” 

결국 난 깨끗이 투항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그의 논리는 최면적이었다. 

“그럼....어찌해야.... ”

그러자 그는 침묵했다. 그리고 말없이 날 주시하기 시작했다. 

난 어색함 대신 자리잡은 초조함으로 그를 마주했다. 

잠시의 시간이 흐른후 그는 다시금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 말씀을 드리기 전에...우선 한가지 선물을 받으셔야 겠습니다. 그리고 대화를 계속하죠. 대신 반드시 받으셔야 합니다. 아니면 우린 진지한 대화를 이어갈수 없을테니까요...” 

“선물이라뇨....? 무슨....” 

그러자 그의 대답대신 지금껏 그의 옆에 차분하게 앉아 있던 그의 아내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 난 이상한 불안감이 느껴졌다.

“차 한잔 드시죠...본래 진지한 대화는 찻잔을 마주 기울이며 하는거니까...” 

그의 목소리를 등에 엎고 천천히 그녀가 다가온다. 그리곤 내가 앉은 의자의 발아래로 무릅꿇기 시작했다. 난 본능적으로 그녀의 다음행동이 상상됐다. 그러나....도저히 현실로 인정되기 힘든 공상이다. 

하지만....때때로 공상은 사실이 되기도 한다. 아무리 터무니없는 공상이라도...

그걸 증명하려는 듯...그녀의 투명한 손길은 내 바지춤으로 접급했고...천천히 바지의 져크를 내리기 시작했다. 

참으로...참으로 당혹스러운 상황이었다. 난 어찌할바를 모르고 주춤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내 마음을 무시하는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드시죠....깊고...뜨겁게....” 

그리곤...그의 몽롱한 목소리의 여운을 타고 어느새 공기중에 꺼내져 덜렁거리는 

내 자지에 뜨거운 입김이 덮쳐왔다. 

후일...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화인(火印)으로 변해질 입김이....

사정은 욕정의 발산이고 완성이다. 

난 그 뜨거운 완성의 첫경험을 아쉽게도 내 다섯손가락에 의지했어야 했다. 

열넷...자지위에 보슴털이 미처 돋기도 전의 일이었다. 

하지만...기억하건데 첫번째 자위는 별다른 쾌감을 주지 못했다. 

다만 웬지 모를 수치감만 이미 식어버린 귀두를 맴돌며 날 놀릴 뿐이었다. 

그러나...수치란 결국 연속된 경험을 이기지 못했다. 

드디어 남은건 하루 한 번 혹은 두 번씩 공짜로 맛보는 쾌락들.

돌이켜 생각하면 참으로 안쓰럽기 짝이없는 몸부림이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건 어린 시절 즐길수 있었던 유일한 쾌락이었다. 

----피비케이츠...소피마르소...줄리아로버츠...산드라블록...니콜키드만...데미무어...

----심은하...김희애...오현경....고현정....김희선...고소영....

----내 상상속의 마누라들...아니 노예들....내 자지를 신처럼 떠 받들었던 보지들.....

스물다섯을 넘겨...

드디어 살아있는 보지속에 자유롭게 사정할수 있었을때까지, 난 수없는 미녀들을 처첩으로 거느리며 황제로 군림했었다. 

어찌보면 그때의 내 자지가 더 행복했으리라.

그 증거로...난 주위의 모든 보지들을 약간의 노력만으로 쉽게 소유할수 있을때에도,

가끔씩 상상속의 그녀들을 다시금 불러내곤 했다. 

물론 그녀들은 내 다섯손가락위로 기쁘게 내려 앉았다. 

그러다...드디어 아내를 만났고....

황후의 권좌에 앉은 아내에 의해...내 손가락위의 할렘에 얹혀 살던 그녀들은 추방됐다. 

그렇게 자위의 추억은 끝난 것이다. 

하지만...내 스스로 윤허했던 추방령이었지만...

그래도 가끔은 아쉬움이 살아났다. 

그 은밀한 추억중....현실에서는 도저히 되살릴수 없는 자극들이 너무도 많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그중 가장 아쉬운건....

꽁꽁묶인채 두눈을 부릅뜨고 앉아 있는 톰크루즈 앞에 당당히 서 있는 나... 

그리고 내 발밑에 두무릅꿇고, 우뚝선 내 자지를 신앙처럼 모신채 빨고 있는 

니콜키드만의 환상이었다. 

환상을 환상이라 부르는 이유는...도저히 현실로 바뀌어 질수 없단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가끔...아주 억세게 재수좋은 인종은...

그런 환상이 현실로 바뀌어지는 기적을 만나곤 한다.

그때...내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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