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02. 3화
진짜 셋이서 하려나 봐.
누구도 멈출 생각이 없어서 기어이 사달이 나고 있었다. 나비는 두 형제의 가슴을 주물럭대며 고민에 빠졌다. 아무래도 이 상황의 총 책임자는 자신 같은데, 브레이크를 모르고 달리는 이 자식들을 어떻게 진정시켜야 할지…… 그런데 은찬이 가슴 진짜 크다.
비교해 보니까 더욱 그랬다. 손안에 다 들어차지도 않았다. 동생 쪽의 대흉근은 본래 단단했으나 나비가 만지기에는 두부처럼 부드러운 게 중독성 있는 감촉이었다. 그걸 찰흙처럼 주무르다 보니, 자연히 주무를 게 없는 형 쪽의 가슴은 그냥 유두나 꼬집으며 괴롭히게 됐다.
준이 곱상한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게 이를 악물었다.
“윽…… 좀…… 익숙하지 않아서.”
“뭐가?”
“일방적으로 만져지는 게. 그래도…….”
준이 나비에게 포옥 기댔다. 자꾸 멋대로 안겼다가 떨어졌다가 하는 게 고양이 같은 면이 있었다. 나비는 손이 자꾸만 그의 머리카락으로 향했다.
준은 희미하게 웃었다.
“좀…… 오싹하고…… 좋네.”
“너 선수 같다.”
은찬이 냉큼 간신배처럼 맞장구쳤다.
“선수 맞습니다. 저런 걸레랑은 상대를 하면 안 됩니다.”
그리고 더 이상 준을 못 봐주겠다는 듯 주먹을 꽉 쥐고 공격적으로 물었다.
“저런 납작 가슴보단 제가 더 낫죠?”
“싸우러 왔니…….”
나비가 강아지에게 그러듯 은찬의 턱을 간지럽히며 달랬다. 형이나 동생이나 애완동물처럼 굴었다. 그러나 은찬은 턱이 만져진 정도로 화가 풀릴 리가 없었다. 그는 커다란 덩치로 낑낑거리며 나비의 오른편에 매달려 안겼다.
“제가 더 어린데 가슴도 크고 몸매도 좋습니다.”
“단호하구나…….”
이제 은찬은 엉덩이만 자신 있는 남자가 아니었다. 가슴도 자신 있는 남자였다. 그리고 준을 죽이고 싶어 했다.
하지만 나비는 은찬이 그냥 단단히 삐진 줄로만 알고 대강 가슴을 만져 화를 풀어 주기로 했다. 평소에도 가슴만 만져 주면 화가 풀렸기 때문이다.
“진정해. 너 귀여워.”
“멍멍.”
재깍 짖는다. 나비는 그가 지조 없이 벗어젖힌 맨몸을 쓰다듬고 주물렀다. 근사하고 흉터가 가득한 가슴이 쥐는 대로 모양이 바뀌었다. 2년 동안 철저히 길들여진 그는 반사적으로 숨을 삼키고 허리를 비틀었다. 은찬의 몸은 날이 갈수록 외설적으로 변했다.
두툼한 살덩어리를 두어 번 주물렀을 뿐이다. 준은 동생이 표정이 벌써부터 음탕하게 풀어지는 걸 보고 약간 충격을 받았다.
‘쟤 이미 끝났구나.’
여러모로 말이다.
준은 생각이 깊어졌다. 예전에, 전나비를 암살하는 의뢰가 떨어졌을 때, 은찬에게 넘기지 않고 자신이 갔더라면 어땠을까.
의미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는 동생의 자리에 자신을 대입해 봤다. 아마 비슷한 결말이 났을 거다. 나비랑 같이 있으면서 길들여지지 않을 자신이 없다. 짖어야 했을지도…….
‘아니, 짖는 건 인간적으로 너무 부끄럽지. 난 안 짖는다.’
준이 인간으로 남겠다고 결심하는 동안, 나비는 은찬에게 말했다.
“그리고 나한테 나이는 아무 상관없어.”
은찬이 기겁했다.
“누님!”
천 살을 훌쩍 넘긴 나비에게 이 형제의 여섯 살 차이 따위는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게 뻔했다. 그걸 알고 있었음에도 은찬은 놀랐고, 준은 자신도 모르게 웃어 버렸다.
“하.”
그리고 기왕 소리 내서 웃어 버린 김에 저 위계질서도 모르는 동생에게 쓰리썸의 예절을 가르쳐 주기로 했다.
“네가 싸구려처럼 구니까 전나비가 이런 말을 하지.”
“싸구…….”
준은 지금 헐거운 목욕 가운을 입은 채 얼음을 채운 잔에 위스키를 따르고 있었다.
“술……술 따르고 있는 형이 대체 뭐라고. 옷이나 입어!”
“옷.”
준이 묘한 말투로 말했다.
“그래. 입지.”
그리고 순순히 일어나서 드레스룸으로 향했다.
은찬은 그의 뒷모습을 의아하게 보다가, 갑자기 불길한 예감에 등골이 싸해졌다. 그래서 준을 말리기 위해 벌떡 일어났다. 그런데 술을 마시던 나비가 은찬의 손목을 덥석 잡아 막았다.
은찬이 배신감에 가득 찬 눈으로 나비를 돌아보았다.
“누님.”
“술 안 따라줄 거야?”
나비가 주인님처럼 웃으니까, 은찬은 당장 그녀 앞에 무릎 꿇어야 할지 아니면 직감을 따라야 할지 망설여졌다. 하지만 곧 얌전히 나비 옆에 앉아 다시 잔을 채웠다. 자기 잔도 채웠다.
“건배할래?”
“누님은 형이 뭐 입고 나올지 기대하시는 거죠. 그런 게 취향이시면 진작 말씀해 주셨어야죠.”
“너야 뭘 입어도 예쁘니까 그렇고.”
은찬이 아직 불신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다가, 체념하듯이 나비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쳤다.
“누나가 신준한테 가면 신준 죽이고 저도 자살할 겁니다.”
“…….”
자꾸 극단적인 방법만 꺼내는 개 앞에서 나비가 할 말을 잃고 술이나 마셨다. 은찬도 목이 타서 원샷했다. 그리고 짙은 눈썹을 늘어트리며 커다란 몸으로 나비에게 매달렸다.
“제가 제일 예쁘죠?”
“당연하지.”
“그럼 엉덩이 만져 주세요.”
“…….”
개를 키우는 것은 힘들다…….
나비는 담요 밑으로 손을 넣고 은찬의 등허리를 찾아 더듬었다. 은찬이 냉큼 나비에게 찰싹 달라붙었다. 자기가 소형견이라 철석같이 믿는 대형견의 모습이었다. 어지간한 체력이 아니면 이 크기의 개를 키우기는 힘들겠지……. 나비는 그렇게 생각하며 은찬의 몸을 주물럭거렸다.
그리고 마침 준이 드레스룸에서 나왔다.
“!”
이번에도 홀복을 입고 나올 거라 예상은 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예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저번에 분명 야하지 않은 걸 입고 싶었다 했었지. 이번에는 치마가 길긴 했다. 옆이 다 트였을 뿐이다. 게다가 배꼽이 보이는 투피스다.
준은 과감한 옷을 입고 소심하게 벽에 몸을 붙인 채 나비를 쳐다봤다. 흠잡을 데 없는 미남의 표정은 산전수전 다 겪은 킬러의 그것이 아니었다. 주인에게 잘 보이고 싶은 애완동물의 그것이었다.
제멋대로 자란 곱슬머리까지 한쪽으로 빗어 넘기고 작은 귀걸이도 꼈다. 말도 못 하게 음란한 분위기가 풍겼다. 나비의 눈매가 예리해졌다.
은찬은 입을 벌리고 경악하더니, 자연스럽게 빈 술병의 모가지를 잡아 거꾸로 들었다.
나비가 은찬 쪽은 쳐다도 안 보고 그를 제지했다.
“솜사탕 강아지는 술병 안 깨.”
그래서 은찬은 솜사탕 강아지답게 술병을 깨는 대신 나비를 껴안아 그녀의 시야를 가렸다.
“보면 안 됩니다!”
“비켜 줄래…….”
“싫습니다. 저런 거 보면 안 돼요. 세상에는 연약한 누님이 보기엔 너무 사악한 것들이…… 저리 안 꺼져!?”
준이 나비 옆에 살포시 앉아 술부터 따랐다. 나비가 은찬을 힘으로 떼어 놓으며 말을 걸었다.
“잘 어울리네.”
“의뢰 대금은 몸으로 주기로 했잖아. 어차피 이런 걸 바랐으면서.”
부끄러움을 눌러 참고 중얼거리는 게 귀여웠다. 차려입고 따라주는 술을 거부할 리가 없다. 나비가 냉큼 술잔을 들었다.
바로 옆에서 보니까 파란색 치마가 아슬아슬하게 가리고 있는 골반의 곡선이 그대로 보였다. 과연 그 안에는 무슨 짓을 해놓았는가……. 미스터리한 일이다.
“……만져도 돼.”
“!”
터치 허용이다.
아무리 못해도 50년쯤 전이었더라면 옆에서 미남이 헐벗고 술을 권해도 마음에 미풍조차 불지 않았을 텐데, 요즘 자꾸 잘생긴 남자들이 박아 달라고 들이대면 헛숨을 들이키게 된다. 나비는 일단 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면서 말했다.
“술 접대 많이 해봤니?”
“처음이거든…….”
“누나악!”
은찬이 절규했다.
“저, 저도 그런 옷 입을 수 있습니다.”
“은찬이는 안 어울릴 것 같은데…….”
“안 어울리겠죠! 빌려 입으면 가슴은 남고 허리는 끼겠죠!”
은찬은 속이 타서 준에게서 술잔을 빼앗았다. 툭 튀어나온 목젖이 기품 있게 꿀렁이며 목구멍 너머로 도수 높은 위스키가 벌컥벌컥 넘어갔다. 형은 다리도 못 꼬고 조신하게 앉아 있는데, 반대편에선 문신이 가득한 상반신을 탈의한 동생이 호기롭게 술을 마시는 모습이 뒷골목의 보스 같았다.
지난 2년간 은찬이 술 마시는 걸 한 번도 본 적 없던 나비는 조금 걱정되어 물었다.
“그렇게 마셔도 돼?”
은찬이 진중하게 대답했다.
“아니요. 저는 솜사탕 강아지라서 술 마시면 안 됩니다.”
“쟤 술 세.”
준이 칼같이 말을 끊고, 우아하게 술잔을 다시 채우며 동생을 야단쳤다.
“방해하지 마라. 같이 해도 상관없다고 한 건 너 아니야? 의뢰 대금 주고받는 것도 못 봐?”
하지만 은찬도 할 말이 있었다.
“의뢰 대금을 왜 그딴 옷 입고 몸으로 줘?”
아직 쓰리썸에 대한 합의가 안 끝났다.
“내 몸에 그 정도 가치는 있나 보지. 저리 가. 나는 네 주인한테 의뢰 대금만 주면 볼일 끝나.”
“형이 보기에도 누나가 내 주인으로 보여?”
이상한 데서 화가 누그러질 뻔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화가 났다. 은찬은 술잔 내용물을 자기 입속에 털어 버렸다. 그래서 나비는 하나 남아 있던 다른 술잔을 가져가려 했는데, 그건 또 준이 가져갔다. 부끄러움을 참기 위해 알코올이 필요했다.
형제는 닮았다. 속 탄다고 그냥 도수 높은 술로 목을 축이는 게 아무래도 둘 다 주량이 무척 센 듯했다.
비싸 보이는 위스키를 한 번 맛보려던 나비만 허망해졌다. 양쪽에 앉은 요망한 남자들에게 술을 다 뺏겼다. 잔은 두 개였다. 은찬이 나비와 단둘이서만 마시려고 두 개만 가져왔다. 그런데 하나를 뺏겨 버려서, 나비에게 남은 건 없었다.
“내 술은? 나 술잔 없어?”
이것이 형제를 양쪽에 끼고 희롱한 대가인가…….
아니, 그런데 이것들이 접대한다고 해놓고 술도 안 주고 싸우기만 하고. 강은찬은 벌써 바닥에 굴러다니는 당근을 또 집어 들고 있었다. 나비는 억울해졌다.
“나 뭐 대접받는 거 아니었어?”
술을 못 마시면 고추라도 만져야겠다. 나비는 준의 하반신을 향해 기습적으로 손을 뻗었다. 옷 위로 만진 게 아니다. 사냥꾼답게 그 안의 부드럽고 예민한 속살을 노렸다.
“아!”
허벅지가 별로 말랑하거나 곱지는 않았고, 오히려 실전 칼잡이질로 단련되어 단단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나비가 만지기에는 뭐든 말랑했다. 나비는 준이 전사의 몸을 한 주제에 뻔뻔하게 야한 옷을 입었다는 점에 감탄했다.
치마 안부터 노리는 저돌적인 접근에 준은 깜짝 놀랐으면서도, 짐승 같은 반사 신경으로 술잔을 사수해 냈다. 그런데 은찬이 그걸 보고 영감을 받았다.
“누나.”
은찬은 술병을 들어 자신의 머리 위에 냅다 부었다.
질 수 없었다.
강인한 남자의 곧은 콧대 위로 술이 흘러내렸다. 앞머리가 젖어 반듯한 이마에 달라붙는 모습이 절경이었다. 주홍색 위스키가 은찬의 선이 굵은 목을 타고 가슴과 배까지 흘렀다. 나비는 손으로는 준의 치마 안을 탐험하면서 황당하게 은찬을 바라봤다.
“필사적이구나, 너…….”
“누님의 첫 번째 개는 접니다.”
은찬이 한쪽 가슴을 받쳐 올리며 야시시하게 웃었다.
“드시겠습니까?”
“뭘? 젖 나와?”
안 나오는 거 알면서 나비는 그만 깜짝 놀라 그렇게 물어보고 말았다. 은찬이 소리 내서 웃었다. 젖 말고 술을 마시기 위해 그녀는 은찬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당장 우유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크기의 가슴에 혀를 대자 술맛이 났다. 은찬이 신나서 아예 작정하고 몸에 술을 흘렸다.
“얼마든지 드셔도 됩니다.”
“……계곡주라는 거 알아?”
나비가 그만 입단속에 실패하고, 지켜보던 준은 황당해졌다.
“뭘 얼마든지 드시라고 해. 그거 내 술이야. 값은 전나비가 치를 거고.”
준이 슬쩍 엉덩이를 들어 나비에게 몸을 붙였다. 나비가 그의 등을 성의 없이 만졌다. 준의 고개가 절로 푹 꺾였다.
‘이런 옷까지 입었는데……. 강은찬 저 새끼만 없었어도.’
힐끗 확인해 보니 나비는 혀를 내어 은찬의 가슴에 난 흉터를 따라 그리는 데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 옆모습에서 미미한 홍조와 긴 속눈썹을 본 준은 입술을 깨물었다.
‘가슴…… 큰 게 좋은가…….’
그는 자신의 납작한 가슴께를 손바닥으로 짚었다. 2년 전 나비가 콕 집어서 강은찬만 데려갔었으므로, 아마 강은찬 같은 타입이 그녀의 취향일 거라 짐작은 했었다.
‘남자 가슴 크기 같은 거 생각해 본 적도 없는데.’
복선은 있었다. 아까 은찬은 준에게 시비를 걸 때 가슴 크기를 운운했다. 평소 그녀가 강은찬의 가슴을 물고 빠는 것을 즐겼기 때문이리라.
유두가 깨물렸는지 은찬이 낮은 신음을 내며 뒤로 누웠다. 자연히 나비도 따라갔다. 그러다 형제의 눈이 마주쳤는데, 은찬이 마치 승리했다는 듯 의기양양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뒈질라고.’
준의 혈압이 치솟았다. 누가 누구에게 유혹의 기술을 전수해 줬는지 잊었나? 비록 가슴은 작지만, 몸매가 다가 아니라는 걸 보여 주마.
그는 나비의 흰 손을 자신의 허벅지로 이끌었다.
“나 안 만져 주면 섭섭해.”
“헉, 미안.”
나비가 그걸 또 즉각 사과했다. 은찬이 세모눈을 떴는데, 나비가 입술에 뽀뽀 한 번 해주자 또 곧장 화가 풀려 버렸다. 쉬운 남자였다.
준은 술을 입에 머금고, 나비의 턱을 잡아 입술을 맞댔다.
“!”
그 꼴을 지켜보던 은찬이 다시 술병을 거꾸로 잡았으나 준은 멈추지 않았다. 나비도 자연스레 그의 곱슬곱슬한 머리카락 사이에 손을 넣고 술을 받아 마셨다.
입술이 떨어지자 나비가 입맛을 다셨다.
“좋은 술 맞구나. 이런 걸 나 안 주고 너희만 마셨어?”
“……남자가 술 따라 주는 게…… 싫지 않은 모양이지. 다행이군.”
엄밀히 말해 따라 주진 않았다.
“내가 언제 싫다고 했니.”
준이 다시 한번 같은 방식으로 술을 건네줬다. 나비는 술보다는 준의 체취를 더 빨아 마셨다. 그녀는 술에 취하는 몸이 아니지만 좋은 술을 구별할 줄은 알았다. 달짝지근한 향이 진득하게 녹아 있었다. 하지만 이게 술이 좋아서인지 아니면 미남이 줘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동생과 비교해 보자면 형 쪽의 피부가 좀 더 부드럽고 연약한 느낌이었다. 고대 생물의 발달한 후각은 남자의 내밀한 감촉까지 감지했다. 나비는 탄력 있는 살을 입술로 누르며 내려가다가, 옷을 끌어 내리고 살구색이 감도는 통통한 젖꼭지를 삼켰다.
“큭…….”
준이 허리를 뒤틀며 손등으로 입가를 가렸다. 반사적으로 나비의 어깨를 잡고 밀어내려 했다. 나비는 속으로 형제를 비교해 봤다. 감도는 둘째치고, 수치심이란 게 형 쪽에게만 있는 듯했다. 동생은 빨아 주면 더 해달라고 가슴을 내밀던데…….
그 동생 쪽은 속이 타서, 차마 깽판은 못 치고 또 술잔을 들이키고 있었다. 성장했다. 준의 머리에 술병을 휘두르지 않았다. 나비는 기특한 마음에 은찬이 삐지기 전에 그에게도 뽀뽀를 해주고 강제로 눕혔다.
허리에 걸치고 있던 담요가 허무하게 떨어지면서 철벽처럼 단단하고 근사한 하체가 드러났다. 나비는 거기에도 입술을 댔다.
“아, 헉…… 누님.”
허벅지를 감싼 용이 꿈틀거렸다. 나비는 형제를 번갈아 가며 빨면서 과연 술맛이 좋긴 하다고 느꼈다. 입은 은찬에게, 손은 준에게 대고 내키는 대로 피부에 묻은 술을 빨아 먹는다. 이 정도면 정말 잔은 필요 없겠다. 이 집에 있는 술 전부 거덜 낼 수도 있다.
……잠깐, 거덜 내면 어떻게 되는 거야.
나비는 안색이 조금 파래져서 물었다.
“술값 얼마나 청구할 거야.”
준은 옷이 벗겨지다 말아서, 한쪽 유두를 팔로 가리느라 뭐라 대답할 정신이 없었다. 별거 당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눈꼬리에 눈물이 맺혔다.
“몰라아…….”
“!”
좀 귀여웠다. 은찬이 주먹을 불끈 쥐고 힘있게 선언했다.
“저도 모릅니다!”
“뭘 몰라. 다리나 벌려.”
늘 그랬듯 나비는 명령을 내리고 실행할 틈을 안 줬다. 나비의 우악스러운 손길에 은찬의 허벅지가 휙 벌어졌다. 순식간에 치부를 노출당한 은찬은 고간을 가리는 대신 얼굴을 가리는 걸 택했고, 그나마도 셀프 수치 플레이를 위해 다시 얼굴을 보여 줬다. 나비가 물끄러미 그의 다리 사이를 쳐다보자 남근이 꺼떡거렸다.
귀두 끄트머리에 음란한 액이 흘렀다. 굴욕적이고 수치스러운 상황에서 강제로 몸을 보여 주니까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거다.
준은 동생의 저런 꼴을 맨정신으로 볼 수가 없어서 또 병나발을 불었다.
“돼지 새끼…….”
당연한 사실이기 때문에 은찬의 정신에는 아무런 타격도 없었고, 오히려 돼지라는 사실에 자부심까지 느꼈다.
“누나. 저도 섭섭합니다. 예뻐해 주십시오.”
“그래, 그래.”
나비는 자연스럽게 은찬의 허리도 껴안고 그의 목덜미에 입술을 붙였다. 체구가 작은 나비가 안기는 모양새였다. 그녀의 머리카락 위로 은찬의 뜨거운 한숨이 쏟아졌다.
나비에게서 해방된 준은 치마 끄트머리를 잡고, 발기한 중심 때문에 구겨진 옷을 수습하려고 했다. 아까 두 번 키스했다고 몸이 흥분한 게 부끄러웠다.
‘아니……. 키스가 아니라 잡아먹혀서 흥분한 거지.’
그는 은찬을 힐끗 쳐다봤다.
‘부럽다…….’
옆에서 강아지 지원자의 속이 타들어 가는 것도 모른 채 나비는 잔에 담긴 술과 은찬의 몸에 묻은 술맛을 비교해 봤다. 역시 미남을 술잔으로 삼는 게 더 맛있다.
- 다음 화에 계속
Hoj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