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화
생리 현상 가지고 놀리지 말아야지. 점잖고 예의 바르게, 모른 척해주는 것이 옳다. 나비는 왼손으론 목을 조르고 있는 주제에 쓸데없는 데에서 인간을 존중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녀는 손에 힘을 풀고, 바지를 축축하게 적시며 쓰러지는 설호의 몸을 받아 침대에 눕혔다. 잘생긴 얼굴이 눈물과 침으로 엉망이다. 혀가 입술 바깥으로 빠져나오고 허리가 간헐적으로 튀었다.
“…….”
나비가 보기에는, 얘 표정이 아무리 봐도 극락에 두 번쯤 갔다 온 표정인 것 같지만……. 다짐하는데 속단하지 말아야 한다.
나비는 인간이 황홀경에 도달하는 조건은 잘 몰라도 목숨이 끊어지는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민감하게 잡아냈다. 게다가 그의 목을 조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다. 오늘은 약하게 했다. 신혼이기 때문이다.
혀 빼물고 힉힉 숨을 몰아쉬는 그가 듣거나 말거나, 나비는 신혼 첫날에 할 법한 일을 했다.
“비행기 탔으니까 피곤하지? 아내 된 도리로서 남편의 잠자리를 챙겨줘야지.”
그리고 이거 다 설호가 듣고 있었다.
나비는 오는 내내 설호의 시중을 받았다. 그녀가 필요할 때만 튀어나오는 전근대적 사고방식이 설호는 너무 얄미웠다. 얄미웠지만, 지금은 손가락 하나도 까딱할 수 없다.
나비가 큰 선심을 쓰는 척하며 그의 바지를 벗겼다. 상의도 끌어 올려 복근부터 발끝까지 훤히 드러냈다. 바지는 거의 무릎까지 엉망이었다. 달뜬 몸이 옷 안에 갇힌 채 속절없이 사정한 흔적이 가득했다.
나비는 손끝에 묻은 정액을 보고 황당해했다. 사정한 것까지는 그렇다 치는데 그 결과물이 어이없을 정도로 진하고 양이 많았다. 심지어 이런 적이 처음이 아니다.
“너 정말 성욕이 없는 거야?”
짐작하기에 정확히 두 달 정도 자위도 안 한 것 같다. 왜냐면, 설호는 직업 군인이라 바빠서, 결혼 직전 두 달 동안 나비와 단둘이 있을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정말 설호가 자기 욕구를 어떻게 해결하든 아무런 참견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만, 그가 욕구를 아예 해결하지 않을 줄은 정말 몰랐다.
“안 참아도 돼. 나 말고 다른 여자 만나도 된다니까.”
설호는 침대에 흐트러진 채 눈물 고인 눈으로 나비를 째려봤다. 물론 이 눈빛이 무슨 뜻인지 나비는 알 길이 없었다.
“왜 그렇게 쳐다 봐?”
그래서 대놓고 물어봤더니, 설호가 삐진 듯이 고개를 휙 돌렸다.
“내가 다른 여자 만날 시간이 어딨어.”
“포기하긴 일러. 넌 할 수 있어.”
“왜 응원해? 싫다니까!?”
그는 억울한 듯이 주먹을 쥐고 씩씩대다가, 따듯한 물로 적신 수건이 하반신에 닿자 급히 입을 다물었다. 저 여자는 정말로 자신이 다른 여자를 만나고 다녀도 신경 쓰지 않을 거라는 게 속이 터진다. 이런 짓을 하고도.
정액으로 흠뻑 젖은 말랑한 성기가 부드럽게 구석구석 닦였다. 설호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든 몸으로 어떻게든 허리를 비틀어 수건을 피하려고 했지만, 늘 그랬듯 나비는 자비 한 점이 없었다.
달뜬 한숨이 자연스레 튀어나왔다. 나비가 그를 질책했다.
“왜 또 섰어.”
설호가 입안으로 욕설을 중얼거렸다. 묻은 것을 다 닦아준 그녀가 손을 떼자, 허공에 꼿꼿이 선 성기가 계속 자극을 원하는 것처럼 파르르 떨렸다. 그는 없는 힘을 모두 짜내어 허리 아래 대신 붉어진 얼굴을 가렸다.
나비는 그의 성기를 만지작대며 투덜거렸다.
“만날 때마다 이러면 곤란해……. 정말 내가 관리해줘야 하겠어?”
“…….”
설호는 이불에 고개를 파묻은 채, 그녀에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입으로는 다른 말을 했다.
“무슨 상관이야. 네가 내 몸을 왜 관리해.”
“……하긴. 지금은 민주주의 사회니까 네 몸은 네 거지.”
짜증나…….
“그런데 설호야. 샹들리에 떨어트린 벌은 다 받았는데, 날 생매장하려는 벌은 또 따로 받아야지.”
설호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나비가 어느새 바닥에 흩어진 서류 한 장을 주워 무표정하게 흔들고 있었다. 본래 건축 일을 했던 그녀이기에 서류 일부분만 훑어봐도 그가 무슨 짓을 하려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니, 사실은, 설호가 꽤 대놓고 그런 메모를 남기기는 했다. 어떻게 해야 나비를 생매장하고 그에 따른 혹독한 벌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때리는 마음이 더 아파.”
나비가 개소리 한 건 둘째치고 설호는 다시 심장이 너무 뛰어 이불을 씹어야 했다. 때리는 건가. 지금 엉덩이를 드러내고 있으니까, 이대로 맞을 수도 있다.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는 나비가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주었던가.
두 달이나 나비를 못 만났다. 안 그래도 부족하던 참이었다. 동틀 때까지 놔주지 않겠지. 그는 엉덩이를 움찔대며 소근거렸다.
“맞는 건 싫어…….”
나비가 가슴 깊이 안타까워하며 대답했다.
“나도 알아. 그래서 안 때리려고.”
알긴 뭘 알아. 너무했다. 그녀는 설호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하지만 나비는 나비대로, 눈치가 없어도 알 수 있었다. 체벌을 받을 때마다 그는 정말 싫어했다. 만약 그게 다 연기였다면 설호는 군인이 아니라 배우를 해야 했다.
그리고 실제로 배우를 해야 했던 게 맞았다.
나비는 설호가 그간 ‘연애’ 기간 동안 행복한 척 주변 수백 명의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건 그가 정말 배우 수준으로 연기를 잘한다는 뜻임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래서 싫지만, 다시 그를 괴롭히기 위해 가방에서 나무토막을 꺼냈다.
이 나무토막은 세간에서 보통 페니스 벨트라고 부른다.
“페르시아 식으로 설득할래.”
상대를 평화롭게 설득할 때 사용할 수 있다.
“……페르시아에서 진짜로…….”
“네가 페르시아에 가 봤어?”
가 봤는데도 그렇게 말하는 나비가 악질이다.
나비는 설호를 침대에 던지고 일단 무작정 설득 도구를 들이밀었다. 저것은 그냥 매끈한 나무토막이고, 심지어 옷 위로 문질러진 것이지만, 그는 징그러운 것이라도 몸에 닿은 것처럼 소스라치며 침대 구석으로 달아났다. 나무토막 자체가 징그러운 건지 아니면 나무토막의 이름이 ‘설득 도구’라는 게 징그러운 건지 나비로서는 구분할 수 없었다.
자기가 벌을 받고 싶은 것처럼 굴어놓고 정말 이상한 반응이었다. 나비는 인간 공부의 부족함을 실감했다.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을 생매장하겠다고 선언해 버렸으니, 그에 군인답게 합당한 벌을 내려야 함이 옳았다.
“이리 와.”
나비는 사냥감을 쫓는 것처럼 자꾸 도망치는 설호의 발목을 끌어당겼다. 설호는 있는 힘껏 저항했으나, 나비는 얄밉게도 그의 팔다리를 내리누른 채 옷을 전혀 망가트리지 않고 온전히 벗겨냈다. 우아한 사냥법이었다.
몸에 걸친 것이라고는 목에서 달랑거리는 군번줄밖에 안 남았다.
오른쪽 발목을 잃었어도 그는 군인이다. 저항은 거센 데다가 기술적으로도 요령이 있다. 인간을 제압하는 일에는 도가 튼 나비조차도 그를 침대 위에 묶어두는 데 애를 쓸 정도였다.
“가만히 있어.”
“싫…… 하아, 그거 치워……!”
나비가 설호의 등에 올라타 페르시아 식 설득 도구를 허리춤에 착용하자 설호는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쳤다. 알몸으로 반항하면서, 발리 호텔의 부드럽고 푹신한 침대에 문질러지는 그의 성기 끝에 맑은 물이 맺혀 시트를 적셨다.
“또 억지로 하면 며칠 동안 아파서 고생할 거 아냐. 얌전히 다리 벌려.”
뭔가 끈적한 게 묻은 손가락이 몸 안으로 침범한다. 설호는 열이 올라 뜨거워진 얼굴을 시트에 묻고, 기어서라도 나비의 아래에서 탈출하고자 했다. 그러나 항문 안으로 손가락이 강제로 쑤시고 들어와 안쪽을 빠르게 문지르자 몸에 힘이 빠졌다.
“아, 하윽……. 아, 아, 싫, 싫어.”
꽤 대놓고, 목소리가 벌써부터 질척거리기 시작했다. 나비는 조금 당황했다.
“가끔 보면 너 좀…… 당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
“그럴……리가, 없, 잖아. 손 빼……!”
손 안 뺐다. 두 손가락으로 가위질하는 것처럼 구멍을 잡아 벌리자 쫀득하게 잘 늘어났다.
“이상하다. 별로 안 쑤신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유연해.”
“네가…… 힘으로…….”
힘으로 벌렸기 때문이다.
“……그렇구나.”
나비는 머쓱하게 볼을 긁적이며 페르시아 식 설득 도구에 기름을 흠뻑 발랐다. 그 짧은 틈에 설호는 굳이 또 나비를 밀치고 침대 아래로 굴렀다. 나비는 쉽게 설호를 잡아 끌어올리고, 그의 두 팔을 등 뒤로 제압한 후 페르시아 식 설득 도구의 끄트머리에 그의 여린 구멍을 맞췄다.
“왜 매번 매를 버는지 모르겠어. 힘 빼.”
“힉……!”
단단한 나무토막이 몸 안으로 침범해, 민감한 부분을 짓눌렀다. 그는 침대에 얼굴을 묻고 표정을 가렸다. 하여튼 그의 아내는 눈치는 없지만, 사냥은 잘했다……. 숨 돌릴 여유도 주지 않은 채 정확히 전립선만 겨냥해 안이 세게 눌린다.
설호는 허리를 젖히며 비명을 질렀다. 여전히 등 뒤로 돌아간 두 팔은 나비의 작은 손에 단단히 잡혀 빼낼 수 없고, 아무리 도망치려 해도 차갑고 무자비한 도구는 강제로 그를 범했다.
호흡이 떨렸다. 그는 치밀어 올라오는 신음을 참기 위해 침대에 얼굴을 비비다가, 시트를 이로 잘근잘근 물어뜯었다. 지나친 흥분이 몸을 잠식해 사지 말단이 떨릴 뿐 제대로 된 반항은 할 수도 없었다. 하기 싫었던 걸지도 모르고.
진심으로 힘껏 저항해도 결국 이렇게 힘으로 찍어 눌려서 범해진다. 좋아서 죽겠다. 그 무엇을 해도 이렇게 흥분되지 않는다. 원래는 이렇지 않았는데.
예전에, 처음으로, 나비의 방공호에 잡혀 사냥감이 되었을 때……. 멧돼지가 물어뜯은 흔적을 남긴다며 피부와 근육이 쥐어뜯기고……. 그렇게 죽음에서 살아 돌아왔을 때. 정확히 그때부터 이랬던 것 같다.
생각은 거기까지였고, 설호는 더 이상의 저항을 멈추고 본능적으로 엉덩이를 조여가며 허리를 저었다. 이래봤자 나비에게는 조금의 쾌감도 전달하지 못한다는 점이 위계질서를 더욱 공고히 하는 듯하다.
“하악, 윽, 씨…… 발.”
분하다. 그러나 욕설은 분해서가 아니라 격정을 못 이겨 터진 것이었다. 뒤로 쑤셔 박히며 예민해진 몸은 이불이 유두를 스치는 가벼운 자극에도 떨릴 만큼 달아올랐다.
나비는 그의 허리를 쓸며 나긋하게 물었다.
“기분 좋아?”
“하, 하나도 안 좋…… 아, 으응, 응……!”
“뒤로 느껴서 싫지? 그러게, 잘했어야지.”
나비는 그가 뒤로 느끼는 걸 싫어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사실 싫어하기는 했다. 전설호는 남초 사회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은 군인이다. 남자가, 그것도 항문으로, 박힌다는 건 이상했다. 하지만 그는 패배자이니 나비가 원하는 것은 모두 당해야 했고, 그녀가 요구하는 것이 이상하고 기괴할수록 몸은 달아올랐던 거다.
게다가 그런 심리적인 이유와는 별개로, 만날 때마다 박히다 보니 정말 항문이 성기가 된 것처럼 갈수록 예민해졌다. 몸이 길들여진다. 그러면서 또 완전히 다치지는 않게 배려해 주는 게 환장하겠다.
거칠게 박히면서 그는 거의 넋이 나갔다. 이불과 베개를 있는 대로 끌어안고 물어뜯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턱에도 힘이 풀려 침을 질질 흘렸다. 고장 난 성기에서 알 수 없는 액체가 후두둑 떨어졌다.
“……듣고 있어?”
이번엔 안 듣고 있다.
나비는 한숨을 쉬며 설호의 허리를 당겨 안쪽을 깊숙이 찔렀다. 그리고 배 밑을 더듬어 확인해보니, 손바닥에 흰 액체가 흥건히 묻어나왔다. 사정하는 낌새는 눈치 못 챘는데 또 언제 갔담.
나비의 머릿속에서 어떤 가설이 번뜩였다.
“너 성 기능에 문제가……!”
어쩐지 두 달 동안 자위도 안 하더라니!?
엎드려있던 설호는 나비가 하는 말을 듣지도 못했지만, 왠지 갑자기 분노가 치솟아 몸을 일으켰다.
“다 갖고 놀았냐……?”
“!”
나비는 연속으로 놀랐다. 놀라는 얼굴이 완전 바보였다.
“논 거 아니야.”
그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하던 것이다. 사람을 가지고 놀던 것이 결코 아니다. 의도를 의심받은 것을 넘어 그녀의 인성까지 비난받아 나비는 조금 억울했다. 하지만 이 심정을 그럴싸하게 표현할 말재주가 없어, 대신 이렇게 말했다.
“내…… 내…… 내 마음도 몰라주고!”
“진짜 죽여버리고 싶다…….”
“우리 아직 대화가 부족한가 봐.”
대화와 사랑의 힘을 믿는 나비는 설호의 몸을 돌리고 이번엔 앞에서 삽입했다. 설호는 얌전히 다리를 벌린 채 애처로운 얼굴로 그녀가 자신의 몸에 심한 짓을 하는 걸 내버려 뒀다. 늘 ‘체벌’이 시작되면 이렇게 무방비하고 순종적으로 구는데 나비가 이걸 알고 있는지 어쩐지 모르겠다.
그는 간절하게 이불을 다시 끌어모은 채 흉악한 물건이 안으로 밀려드는 모습을 내려다봤다. 혹사당한 구멍이지만 무언가 들어오자마자 기쁘게 물건을 씹는다. 이미 몸이 원하고 있었다.
“아…….”
정말 봐주는 게 없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좀 뭐하지만, 사실 그는 자신이 보기에도 상당히 지친 꼴이었다. 격한 운동으로 상기된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고 숨은 내쉴 때마다 한숨이 섞여 나왔다. 그런데도 봐주지 않고 패배자로서의 굴욕을 강요하다니.
물건이 끝까지 들어왔다. 본래 이 물건도 이런 모양이 아니었는데, 나비가 그의 안쪽에 맞추어 나무토막을 깎아 모양을 바꾸어버렸다. 정확히 그의 전립선을 노려 쿡 찌른다.
목 졸리고, 박히고……. 신혼여행 와서 그런가, 평소보다 코스가 하드코어하다. 이런 걸 밤새 당했다가는 몸이 완전히 너덜너덜해져서 한 달쯤은 기어 다녀야 할 것 같다.
호텔은 그가 잡았다. 기어 다닐 걸 예상하고, 카펫이 푹신하게 깔린 비싸고 넓은 방으로.
“흑, 아……! 나, 힘, 힘들어. 더…… 하지 마.”
세이프 워드도 없는 정신 나간 플레이였다. 입으로는 하지 말라고 하면서 그는 스스로 허리를 흔들었다. 나비는 그의 엉덩이를 가볍게 때리고는 나무토막을 빼냈다. 그의 몸 안에 들어갔다 나온 나무토막은 윤활유와 장액으로 흠뻑 젖어 번들거리고 있었다.
나비는 대충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 불량한 자세로 그를 향해 손짓했다.
“네가 올라타.”
“…….”
나비가 시키는 일 중 이게 가장 수치스럽다.
억지로 뒤를 쑤시는 걸로 모자란 것 같다. 하지만 패배자는 승리자의 말을 들어야 하는 법이다. 온 마음을 다해 덤벼도 져버렸으니 어쩔 수 없었다. 설호는 네 발로 엎어진 채, 짐승처럼 헐떡이며 그녀를 노려보다가…… 말없이 기어 나비의 위로 올라탔다. 나비는 여전히 여행객 차림 그대로 온전한데, 자신만 전부 벗은 채 음탕한 꼴을 보이고 있었다. 이 상태로 쪼그리고 앉아 다리를 활짝 펼치자 치부가 훤히 보였다.
“허리 내리고…….”
그는 고분고분하게 나비의 명령에 맞춰 허리를 내렸다. 파고 들어오는 도구의 감각이, 이 패배자의 굴욕이 너무도 달콤하다. 허리를 넘어 손끝까지 저릿했다.
“흐, 하…….”
“이렇게 말 잘 들으면서.”
나비가 웃으며 땀에 젖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설호는 잠시 그녀를 노려보다가, 말없이 스스로 허리를 저어 안쪽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지나친 쾌락에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 나비는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그의 유두를 꼬집었다.
“으읏!”
설호가 안을 꾸욱 조이며 몸을 비틀었다. 물론 그가 얼마나 느꼈는지 나비는 알 바가 아니었다. 이건 벌이다. 조그마한 분홍색 유두를 손으로 잔인하게 짓눌러가며 행위를 재촉할 뿐이었다.
“멈추면 안 되지.”
아무리 설호가 유능한 군인이라지만 나비는 그의 체력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설호는 힘들었다. 힘들어도, 몸은 계속 움직였다. 극한까지 도달할수록 이성과 지성은 흐물흐물하게 녹고 충성심만이 남았다.
그래도 입은 앙탈 부리던 버릇대로 움직였다.
“아, 아앙…… 앙, 하, 하지 마, 한 번만 봐줘, 주인님…….”
“여보.”
“여보오……!”
한 번만 봐달라는 말과는 다르게 허리 짓은 점점 격해져만 갔다. 허리를 한 번 들썩일 때마다 군번줄이 허공에서 흔들린다. 정신이 날아갈 것 같다.
그는 충동적으로 나비를 와락 끌어안으며 사정했고, 그러나 이것으로도 벌은 끝나지 않았다.
나비는 설호를 들어 올린 채 일어났다.
“히익!?”
체중이 실려 나무토막이 더 깊이 들어간다. 허공이라 어디 잡을 곳도 없다. 나비는 실실 웃으며 팔 힘만으로 커다란 남편을 들었다가 내려놓으며 안쪽을 쿵쿵 찧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