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7화 〉097화 (97/112)



〈 97화 〉097화

현수는 그렇게 눈치를 줘도 치울 생각은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현수가 착각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었다.

소연이 현수의 손에 그녀의 손을 포개면서 깍지를 껴왔다.

‘손 잡고 싶어서 고민하던 거였어?’

현수의 예상이 틀린 의외의 장면에 놀라웠다.

‘어? 이러면 이거 생각보다 빨리 따먹을 수 있겠는데?’

그의 생각보다  적극적인 소연을 보며 현수는 기분이 한껏 좋아졌다.

잠시 후, 현수와 소연은 해피엔딩과 닫힌 결말로 끝맺은 영화를 뒤로 하고 밖으로 나왔다.

“이제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음…. 지금 술도 마시고, 노래도 부르고 싶은데 다 하면 너무 늦을거 같아서 애매하네요.”

현수는 소연을 새삼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너 생각보다 바보네. 그럼 노래주점을 가면 되잖아.”

“아…. 천잰데요?”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트리더니 노래주점으로 향했다.

노래주점에 도착해서 현수는 소연에게 스킨십 진도를 더 빼지 않았다.

물론 손을 잡거나은근한 터치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지만.

‘누가 보면 좆밥인줄 알겠네.’

아마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꼬신다고 하더니 허세였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벌써 3차로 노래주점까지 와서 술이 들어갔는데 하는 것이 저것 뿐이라고 욕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마냥 놀기만 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수는 다 생각이 있었다.

‘저 정도로 예쁜 애가 20살이 될 때까지 경험이 없으면 굉장히 보수적일건데.’

지금은 하나하나 모두 조심스럽게 해야 했다.

‘지금까지 건드린 애들만 수십은 될건데.’

현수는 노골적으로 보이지 않는 스킨십만 계속 이어갔다.

‘소심한 애는 아니라서 반응이 분명히 올건데.’

소연은현수의 터치가 계속 신경 쓰이는  닿일 때마다 그곳을 쳐다보곤 했다.

술병이 두 병째 비워지고, 현수의 노래가 끝이 났을 때 그들이 서로 눈이 마주쳤다.

‘왔다.’

노래를 부르며 잡고 있던손에 힘이 들어오고 소연이 심상치않은 눈으로 현수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녀가 눈을 감으며 얼굴이 가까워졌다.

이내 입술이 부딪히며 혀가 얽히기 시작했다.

현수에게는 셀 수 없이 많이 해본 키스였지만, 소연에게는 아주 소중하다고 할 수 있는 첫키스.

소연은 스스로 현수에게 처음을 바쳤다.

‘첫날부터 이정도면 금방이겠네.’

그들이 노래주점을 나왔을 때는 처음 어색해하던 소연의 모습과 현수에게  달라 붙어서 자연스럽게 손을 잡아 오는 소연의 모습이 대조되었다.

* * * *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오빠.”

소연은 그녀를 집 앞까지 데려다 준 현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뭐 별거라고. 들어가.”
“네,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그녀는 아까 노래주점에서 했던 키스를 떠올리며 얼굴이 붉어졌다.

“그래, 진짜 들어가. 나도 가게.”

현수는 소연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것까지확인하곤 자리를 떠났다.

‘근데 왜 다음에  보자고 말을 안하지?’

그녀는 현수가 애프터 신청을 하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나중에 집에 도착하면 연락하지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자취방의 문을 열었다.

그러나 막상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을 서운함이 밀려왔다.

‘그래도 키스까지 했는데 내일  보자는  정도는 해줄 수 있는  아니야?’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연은 그것을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나중에 연락오면 서운한 티 팍팍 내야지.’

그러나 소연의 예상과는 달리 현수가 집 도착을 하고도 한참은 지났을 때까지 연락은 오지 않았다.

‘피곤해서 자나…?’

왠지 먼저 보내기엔 자존심이 상했던 소연은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청하며 내일 현수에게 연락이 오면 몇 시간 뒤에 답장해버릴 거라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잠에 빠져들었다.

짹짹.

‘뭐야? 이것밖에 안 잤어?’

소연은 새벽 내내 현수와 보내며 분비된 호르몬의 영향에 몇 시간 자지도 않았는데 금세 잠이 깨버렸다.

그녀가 확인해본 휴대폰에는 오라는 현수에게는 연락이 오지 않고 별 쓰잘데기 없는 아재들에게만 연락이 잔뜩 와있었다.

‘하…. 아직 안 일어났겠지?’

그리곤 소연은 몇 분 단위로 휴대폰을 확인하며 시간을 보냈다.

* * * *

‘진짜 너무 한거 아니야?’

현수가 자고 일어나기에 충분한 시간이 흘렀지만 그에게서 연락이 오고 있지 않았다.

소연은 매번 자신에게 연락을 무시 당하면서도 꿋꿋이 연락을 보내오는 아재들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자존심도 없냐고 생각했었는데…. 안 보낼 수가 없네.’

소연은 결국 먼저 연락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집에 잘 들어 갔어요?]

연락오기를 기다린 지가 반나절은 족히 지났지만, 먼저 연락을 보내자 답장은 금세 왔다.

[응.]

그러나 떨리는 마음으로 보낸 메시지에 이런 대충 보낸 듯한 답장이 오자 그녀는 심장이 떨어지는 기분을 느꼈다.

‘내가…. 취한 사이에 뭐 실수한 게 있었나? 아니면 숙취 때문에 기분이 안 좋나?’

그녀는 오만가지 생각이 잔뜩 들었다.

‘아니, 자기 기분 안좋다고 나한테  이러는건데….’

소연은 점점 기분이 바닥에 처 박힌 듯 다운되었다.

‘답장을 어떻게 해야 되지?’

일단 자신에게 화가  것인지 현수가 기분이 나쁜 것인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ㅎㅎ... 오빠 내일은 뭐해요?]

보내고 나서는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었다.

‘이번에는 대충 보내면 안되는데….’

[그냥 뭐 안해.]

그러나 소연의 바람과는 달리 또 다시  대답은 영 시원찮았다.

바닥에 처박힌 기분은 이제 땅바닥을 기어다니고 있었다.

‘이게 진짜 마지막이야. 한 번만  대충 대답하면…!’

소연은 마지막으로 메시지를 보내보기로 했다.

[아 그럼 내일 저랑 만날까요?]

앞의 경우와 같이 금방 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답장이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뭐야? 씹힌거야?’

소연은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그렇게 별로였어?’

우울감이 몸을 덮치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가련하고 불쌍한 듯 느껴졌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 휴대폰을 손에 쥐고 있는 자신을 발견 했을 때는 결국 눈물을 흘렸다.

‘진짜 너무해…. 키스까지 해놓고.’

한참을 우울하게 쭈구려 앉아있을 때, 마침내 휴대폰이 울렸다.

속으로 온갖 욕을 하고 있던 소연은 진동이 느껴지자 말자 화면을 쳐다봤다.

[현수오빠]

원래 계획으로는 한 번정도는 씹을 생각이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바로 통화버튼을 눌려버렸다.

‘아, 이게 아닌데….’

누가봐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은 그림에 민망함과 이제야 연락을 해온 현수에 대한 서운함이 밀려왔다.

-뭐해?

소연이 말이 없자 현수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바로 받아버린 전화에 당황하고 있던 소연이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저, 저 그냥 누워 있었어요.”

소연의 말에 수화기 너머로 현수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왜 웃어? 기분나빠!’

그래도 현수의 웃음소리에 기분이 점점 좋아졌다.

바닥을 뚫고 지옥까지 떨어졌던 기분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었다.

-내일 만나자며?

그리고  기분은 현수의 한 마디에 급반전 되었다.

우울했던만큼 더욱  큰 폭으로 반전되어 소연의 기분은 천국에 있는 기분이었다.

“아, 아! 네! 내일 시간 되시는 거예요?”

-되지 그럼. 없어도 시간 내야지. 소연이가 보자는데.

다정한 말투로 소연이라고 불러주는 현수.

“어디서 볼까요?”

소연은 신이  목소리로 현수에게 말했다.

-어디서 보는 것보다 언제 만날거야? 저녁 시간대 어때?

소연은 현수를 조금이라도 일찍, 그리고 많이 보고싶은 마음이 컸지만 말을 꺼내지는 못했다.

“그럼 6시 어때요?”

-음…. 그래, 내일 6시에 학교 앞에서 보자.

“네, 좋아요. 근데 오ㅃ….”

설레는 기분으로 통화를 이어가려던 소연에게 갑작스럽게 현수가 말을 끊었다.

-아, 소연아. 내가 지금 좀 바빠서 그런데 내일 보자.

그리곤 소연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그냥 끊어버렸다.

“….”

천국까지 올라가 하늘을 날던 기분이 다시금 땅바닥에 툭 하고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소연은 내일 현수를 만나기 전까지 몇 차례에 걸쳐서 메시지  통 전화 한 통에 그녀의 기분은 롤러코스터를 타듯 했다.

* * * *

“내일 만나자며?”

현수는 연애에 대해서는 하나도 알지 못하는 소연을 마치 가지고 듯이 밀당을 하고 있었다.

‘진짜 재밌네.’

보이지 않아도 그녀의 기분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이 느껴졌다.

그때, 통화를 하고 있던 와중에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

[오빠 근데 우리 언제 만나?]

‘연희네.’

현수가 혜정이와 주영이를 따먹느라 시간을 보내는 동안 연희는 조금씩 서운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소연을 만나기 전까지만해도 며칠동안 컨디션의 난조로 집에만 있는 동안 연희에게만 신경을 쓸 수 있었다.

‘진짜 푸느라 힘들었는데.’

며칠 내내 연희와 전화통화로 그녀를 달랬는데, 하루에도 몇 번이고 통화를 해대니 그나마 빠르게 연희의 마음을 풀 수 있었다.

‘덕분에 체력 회복하는게  힘들었지만.’

이제  고등학생 티를 벗은 연희였기에 정서적으로 성숙하지 않아서 였을까, 그녀를 달래는 것은 정신적으로 꽤나 힘들었다.

심지어 그녀는 이렇게 통화를 하는데도 한계가 있었는지, 만남을 가지지 않는 것에 서운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미안해, 이제   괜찮아 졌으니까 내일 볼까?]

소연과 통화를 하는 와중에도 답장을 보내면서 멀티태스킹을 했다.

“어디서 보는 것보다 언제 만날거야? 저녁 시간대 어때?”

내일 연희와 소연을 동시에 만나려면 시간배분을 잘 해야했다.

[웅! 내일 그럼 우리 낮에 일찍 보자!]

마침 낮에 보자고 하려고 했는데, 연희가 먼저 일찍 보자는 말을 꺼내왔다.

‘마침 잘됐네.’

-네, 좋아요. 근데 오ㅃ….

‘아, 정신없어.’

“아, 소연아. 내가 지금 좀 바빠서 그런데 내일 보자.”

현수는 재잘재잘 말을 꺼내려고 하던 소연의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었다.

그러자 멀티태스킹을하며 올라오려고 하던 짜증이 그제서야 사그라 들었다.

[좋지. 내일 점심때쯤 보자.]

“후, 이제 잠 좀 자자.”

소연을 꼬시느라 하루를 또 무리했더니 피곤이 몰려왔다.

눈을 감고 있던 현수는 몇 초의 시간이 가기도 전에 코를 골며 잠에 빠져들었다.

* * * *

“연희야!”

“오빠!”

연희는 마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현수를 맞이했다.

현수는 그 모습을 보며 무의식적으로 울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울면 더 예쁠 것 같은데.’

“보고 싶었어.”
“나두! 몸은 좀 괜찮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안부를 묻는 연희의 모습은 정말 예뻐보였다.

단기간에 그렇게 많은 여자들, 심지어 하나같이 현수의 눈에 띌 정도로 예뻤던 여자들을 거쳤으면서도 연희는 예뻐보였다.

‘집안 때문인가? 얘는 분위기가….’

현수는 연희의 집안을 떠올리자 문득 자신의 행적이 걸리면 어떻게 될까 생각했다.

‘아마 그 난봉꾼처럼 쥐도새도 모르게….’

그렇지만 현수는 절대 걸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연희의 성격 상 현수가 철저하게 숨기기만 잘하면 절대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항상 경각심은 가지고 있어야지.’

“내 몸이 뭐가 문제야. 연희 널 보는게 제일 중요한데.”

연희는 부끄러워하며 현수의 품을 더욱 파고 들었다.

며칠 보지 못한 것을 이렇게라도 풀겠다는 듯이.

그리고 연희는 알지 못했다.

‘좀 이따 소연이랑은 뭐하지?’

현수는 속으로 다른 여자를 생각하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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