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화 〉030화
분위기가 깨지자 효주가 급하게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돌이킬 수 없었다.
효주는 가슴을 여미고 입가의 침을 닦은 뒤 현수에게 말했다.
“혀, 현수야. 우리 이건 아닌 것 같아. 미안해. 나중에 봐.”
이제 효주는 자신이 아니라 저 길너머로 사라지는 동아리 선배들을 더 신경 쓰기 시작했다.
선배들이 시야 밖으로 사라지자 효주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숙소로 뛰어갔다.
순간 허탈해진 현수는 잠깐 그 상태로 서 있다가 멘탈을 부여잡으려 노력했다.
‘어쩔 수 없었다. 일어난 일은 일어난 거고, 다시 시작하면 돼.’
하지만 달아올랐던 욕망만큼 짜증도 그만큼 올라왔다.
“에이 씨. 충분히 참을 수 있는 거였는데. 깜짝 놀라서는….”
현수는 아직 수련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며 아까전의 상황을 복기했다.
만약 크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효주를 안심시키고 자신에게 오로지 집중하게 했다면 어땠을까.
깨진 분위기를다시 잡기는 신이 아니고서야 불가능에 가까웠고 그건 현수도 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하…. 이번에 했어야 다음이 쉬운데.’
처음부터 잘 꼬시는 것과 실패한 다음에 다시 꼬시는 건 난이도 차이가 심각하게 난다.
‘뭐 지금까지 나름 쉽게 왔으니까. 나라고 다 성공할 순 없잖아?’
현수는 효주를 다시 꼬실 계획을 천천히 세워야 했다.
그러다 문득 조금 이상한 점이 떠올랐다.
‘너무…. 뭐라고 해야 하지? 수동적…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리 분위기를 탔다고 해도 효주는 현수의 리드에 너무 편하게 움직여주었다.
오늘이 오기까지 효주는 현수의 말에 꽤나 순응적이었고 대부분의 말을 실행에 옮겼다.
처음엔 그 말이 맞는지 아닌지 생각을 하는 듯 했지만, 이후에는 현수의 말이면 그냥 하고 보는 것 같았다.
저번에도 느꼈던 효주의 성향에 묘하게 가윤이 떠올랐다.
‘어쩌면…?’
처음 자신의 성향을 깨달았을 때처럼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현수의 욕구가 샘솟아오며 어딘가 풀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하…. 근데 지금 당장 어떻게 하냐.’
현수는 물론 엠티를 같이 온 여자들 중 아무나랑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도저히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잊고 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곧장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하나씩 확인하며 내려갔다.
‘찾았다.’
현수는 한창 가윤과 SM에 눈을 뜰 때 평범한 섹스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 지희와 꽤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않고 지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녀가 마지막에 남긴 문자.
[나 본가에 일이 생겨서 아마 본가에서 당분간 지낼 것 같아….]
당시에는 전혀 관심을 주지 않아 읽고 무시했던 기억이있었다.
이 메시지 이후로는 그녀와 연락을 일절 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지희의 본가가 가평이라는 것도 이미 머릿속에 기억해두고있던 현수는 망설임없이 지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약간의 당황과 반가움이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희야. 나 지금 가평에 와있는데 혹시 지금 볼 수 있어?”
현수는 앞뒤 말을 다 자르고 다짜고짜 만나자고 먼저 말을 꺼냈다.
[…. 나 지금 알바 중인데?]
약간의 정적이 있었지만 현수는 개의치않고 반드시 만나고 싶다는 것을 어필했다.
“어디서 알바중이야? 거기로 갈게. 잠시 얼굴이라도 보자.”
[나 가평역쪽에 있는 편의점에 있어…. 진짜 올거야?]
현수의 거리낌없는 말투에 지희도 나름 기분이 좋아졌는지 장소를 알려주었다.
‘편의점? 좋은데?’
“바로 갈게. 조금만 기다려.”
현수는 곧장 택시를 잡고 지희가 일하고 있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딸랑.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간 현수는 익숙한 얼굴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느꼈다.
“오랜만이네, 지희야.”
현수가 반갑게 인사하자 그곳에는 약간 뾰루퉁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지희가 서있었다.
“뭐야? 진짜 뜬금없이?”
지희의 말에는 서운함이 묻어나왔지만, 그 안에는 숨길 수 없는 반가움도 섞여 있었다.
오랫동안 관리하지 않은 파트너는 손을 떠나는 것을 아는 현수는 이 상황을 어떻게 잘 헤쳐서 지희를 따먹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미안해. 갑자기 본가로 내려간다는 게 안 좋은 일로 내려가는 것 같아서 굳이 더 얘기를 꺼내는 게 맞나 싶어서 연락을 못 했어. 그리고 가평으로 오는 것도 알고 있어서 만나서 얘기하는 게 나을 거 같아서….”
현수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이때까지 잊고 지냈으면서 거짓말이 청산유수처럼 쏟아져나왔다.
현수의 말에 언제 서운함을 가졌냐는 듯이 지희의 얼굴이 감동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곧 고개를 푹 숙이며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집안일이긴 한데…. 그냥, 좀 힘드네.”
“좀 안 좋은 일이 있었나 보네….”
현수는 정말 안됐다는 표정을 지으며 지희를 달랬다.
지희는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집이 어려워져서….”
지희의 사정은 어딜 가도 들을 수 있는 뻔한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사연도 현수에게는 거의 들리지도 않았다.
그저 달래줘야 해서 달래주는 상황일 뿐.
“많이 힘들었겠네….”
“하…. 그래도 이젠 괜찮아. 근데 가평이 엠티로 자주 오는 곳이긴 하지만 오빠가 이렇게 찾아올 줄은 정말 몰랐어.”
드디어 지루했던 지희의 사연이 끝이 나고 현수가 기다리던 시간이 돌아왔다.
“꼭 엠티아니더라도 꼭 올려고 그랬었어. 엠티를 간다길래 겸사겸사 오긴했지.”
“아 진짜? 오빤 근데 안 가봐도 돼?”
“난 너랑 같이 있고 싶은데? 오랜만에 보니까 진짜 좋다.”
현수의 말에 얼굴을 붉히는 지희.
“나 끝나려면 아직 많이 남았는데….”
“그냥 여기 있으면서 이야기하면 안 돼?”
현수가 아쉽다는 표정으로 말하자, 지희는 무언가 결심한 표정으로 현수에게 대답했다.
“그럼 저쪽에 창고 있거든? 저기 잠깐 들어가 있을래?”
“응. 저기 있을 테니까 할거하고 와.”
현수는 환한 미소를 지어주며 창고로걸음을 옮겼다.
창고에 들어온현수는 난생처음 들어와 본 장소를 천천히 구경했다.
‘생각보다 뭐 별거 없구나. 그나저나 편의점에서 해보긴 처음이네.’
현수는 당연하게도 지희와 여기서 한다는 듯 생각하고 있었다.
현수는 저쪽 구석에 있는 CCTV를 보았다.
그 안에는 지희가 무언가 끄적이더니 문밖에 붙여두고, 어떤 물건 하나를 집더니 스스로 계산하고 가지고 창고로 향하고 있었다.
그 물건이 어떤 건지는 조금만 생각해보자 답이 나왔다.
‘콘돔 가져오나 보네.’
현수의 직감대로 지희도 여기서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 듯했다.
잠시 후 창고 안으로 들어온 지희는 콘돔은 숨긴 채 말했다.
“오빠, 이런 데는 처음 와보지?”
“응. 근데 생각보다 별건 없네?”
“아무래도 그렇지. 사람이 많이 오는 것도 아니고 가게도 작으니까.”
현수는 지희와 대화를 하면서 천천히 지희의 곁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근데 지희야, 문은 왜 잠근 거야?”
서로의 숨이 느껴질 만큼 가까이 다가간 현수가 은근한 목소리로 지희에게 속삭였다.
“어, 어? 봤ㅇ….”
현수는 지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곧장 입술을 마주쳤다.
지희는 조금 당황한 듯 했지만, 그것도 잠시 눈을 감고 현수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현수의 손이 지희의 등 뒤로 돌아 순식간에 후크를 풀어내고 등 뒤에서 곧장 가슴으로 향했다.
전보다 약간 부풀어 올라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날 전인가 보네.’
현수는 아까 지희가 가져온 콘돔이 쓸 일이 없지 않을까란 생각을 스쳐 지나가듯 하며 다시 지희의 가슴에 얹어진 손에 집중했다.
지희의 가슴은 여전히 현수의 손에 딱 들어맞았다.
약간 딱딱하지도 너무 물렁하지도 않은 그 촉감과 적당하게 느껴지는 유륜,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은 유두까지.
만지기 시작하자 그는 손의 감각만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었다.
현수는 곧장 브래지어와 함께 옷을 벗기려 했지만, 순간 지희가 입고 있는 편의점 조끼가 눈에 걸렸다.
현수는 왠지 조끼를 벗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조끼를 내버려 두고 허물을 벗기듯 지희의 브래지어와 옷만 벗겨냈다.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 보던 그 조끼가 굉장히 야해 보였다.
즐거운 마음이 든 현수는 지퍼를 내려 조끼를 풀어 헤쳐 지희의 속살을 구경했다.
손으로 느꼈던 대로 역시나 완벽한 가슴의 형태였다.
현수는 보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곧장 지희의 가슴을 부드럽게 빨기 시작했다.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장소와 복장은 가슴을 뛰게 만들기에 충분했고 현수의 바지 한켠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어느 순간 지희의 손이 현수의 그것을 바지 너머로 만지고 있었다.
지희가 현수의 머리를 슬쩍 밀어내며 무릎을 꿇으며 바지춤을 풀고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수는 그냥 빠르게 박고 싶다는 생각뿐이었고 곧장 어깨를 잡아 지희를 끌어 올렸다.
“왜? 빨아줄게.”
지희가 해준다는데 왜 이러냐는 표정을 지으며 현수에게 말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넌 그냥 즐기기만 해.”
어차피 집에 가면 입의 스페셜리스트가 있었다.
현수는 일으켜 세운 지희의 목덜미부터 천천히 애무했다.
그리곤 한 손으로 조끼 주머니에서 지희가 아까 챙겨온 콘돔을 꺼내 손가락 두 개에 끼웠다.
“뭐야?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
지희가 놀라서 물어왔지만 현수는 야릇한 눈빛으로 씨익 미소만 지으며 지희의 입을 막았다.
현수는 콘돔 특유의 고무 질감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씻지 않은 손으로 만지는 것을 더 싫어했다.
잘못해서 질병이라도 걸리면 다음부터 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자들이 배려받는 느낌이 들어 오히려 더 좋아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콘돔을 끼운 손가락이 아래쪽을 향했고 그곳은 습기가 잔뜩 끼어 있었다.
지희도 이 상황이 흥분되었는지 음핵이 충분히 부풀어 올라있었고 보지 않아도 애액이 끈적한 것이 느껴졌다.
“너도 흥분했어?”
지희에게 낮은 목소리로 야하게 속삭였다.
현수의 목소리에 지희가 게슴츠레눈을 뜨면서 야한 숨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현수는 지희의 대답을 듣자마자 콘돔이 씌여진 손가락으로 속살을 파고들었다.
“흣.”
지희가 현수의 팔을 쫘악 잡으며 몸을 크게 움찔해왔다.
속살을 파고든 손가락이 안을 여러 번 휘저은 다음 천천히 빠져나왔다.
콘돔의 윤활유로는 느낌이 별로라는 것을 알고있던 현수는 잔뜩 젖은 지희의 끈적하고 부드러운 애액을 잔뜩 끌어모아 클리토리스로 향했다.
지희를 벽으로 딱 붙여 한 손으로 그녀의 젖꼭지를 살살 간질이며 클리토리스를 함께 애무했다.
그녀의 클리토리스가 점점 크게 부풀어 올랐다.
“으흣….”
지희의 신음이 반복될 때마다 소리도 덩달아 커져 갔고, 물기도 점점 번져갔다.
현수의 멈췄던 손가락이 다시 질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역시나 콘돔 때문에 손가락의 감각이 완전하지 않았지만, 전에 몇 번의 경험으로 지희가 가장 잘 느끼는 곳을 기억하고 있던 현수는 집요하게 그곳을 노렸다.
자신이 일하고 있는 곳에서 몰래 즐기고 있어서 그런 걸까, 지희는 저번보다 훨씬 빠르고 깊게 느끼기 시작했다.
금세 손가락이 조이는 느낌이 들어오고, 손가락을 타고 물이 흘러내렸다.
이내 현수의 손가락 끝에서 뭔가가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어? 이거….’
현수는 그곳을 집중적으로 통통 튀듯이 문질렀다.
“오, 오빠. 자, 잠깐만….”
지희가 몸을 약간 뒤틀려 했지만, 현수는 지희의 몸을 편안하게 잡아주며 안정감이 들도록 만들며 계속해서 손가락에 집중했다.
“아, 아하앗….”
잠깐의 시간이 지나 지희의 신음 소리와 함께 몸을 덜덜 떨면서 물이 쏟아져 내렸고, 현수는 직감적으로 고개를 돌리며 그것을 피했다.
현수는 전생에서도 꽤 많은 경험을 해봤지만, 손으로 싸는 것을 직접 해보지는 않았고, 이런 경험이 나름 신기했다.
‘야동처럼은 안 나오네?’
지희의 그곳에선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그런 분수처럼 뿜어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두 눈을 꼭 감은채 가늘게 떨고 있는 지희의 모습을 보고 있자, 그 자체만으로도 현수는 만족감이 올라왔다.
지희는 여운을 느끼기보단 싸버린 것에대한 부끄러움 때문에 창피해하고 있었다.
현수는 그런 그녀의 입술에 짧은 키스를 하며 다시 분위기를 잡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