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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화 〉024화 (24/112)



〈 24화 〉024화

단 한번도 아쉬운 소리한 적 없던 한석이 자신에게 저렇게 얘기하자 울컥하는 감정이 차올랐다.

”뭐? 솔직히 너 때문에 괜히 나까지 곤란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잖아.“

참고 넘어갈  있었지만,그러고 싶지 않았다.

먼저 아쉬운 소리를 꺼낸  한석이었다.

효주의 쏘는 말투에 한석은 약간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알겠어. 미안해. 그만 얘기하자.“

효주는 한석의 표정과 지금 이 상황을 그냥 무마하려는 한석의 태도에 실망감이 들었다.

효주는 어젯밤 현수의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 고작 이런 사소한 일로 싸우겠어? 그냥 가끔 부담스럽다는 말 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효주는 서운함에 복잡한 생각들이 차올랐다.

‘고작 이렇게 사소한 일로 나한테 짜증을 낸 거야?지금? 내가 누구 때문에 매번 곤란했는데?’

그러나 효주는  이상 말하면 한석과 진짜 싸울 것 같아서 말로 꺼내지는 않았다.

둘은 사귀면서 처음으로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같이 길을 걸어갔다.

* * * *

효주의 말을  들은 현수는 약간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헐…. 미안해 어쩌지? 나 때문에 괜히 싸운 거 같은데. 한석이가 숙취 때문에 조금 예민해 있을 때 말해서 그런 거 아닐까?”

현수의 말에는 은근한 속뜻이 담겨 있었다.

그의  속에는 한석이 숙취 때문이라면 사소한 일로도 얼마든지 그녀에게 짜증을 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었다.

그 말을 들은 효주가 진지하게 고민을 하는 표정이 되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남자친구의 비호를 하는 게 맞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현수는 속으로 생각했다.

‘와. 이게 되네? 진짜 아주 그냥 좋아 죽는 애들이 이렇게 쉽게 빠그라진다고?’

현수는 어이가 없었다.

. . .

현수의 목표는 오랜 친구의 여자를 빼앗고 싶다는 욕망의 실현이었지만, 둘 사이를 깨버리는 것 자체에도 꽤나 쾌감이 느껴졌다.

잠시 후.

효주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을 내놨다.

그리고 그것은 그나마 정상적인 답변이었다.

“아니야. 이것도 뭘 싸운 거라고. 다시 생각해보니까 정말 별것도 아니었어. 이따 만나면 아무렇지도 않게 만날 거 같아.”

현수는 이 집으로 데려온 이유 중 절반은 성공했다.

‘연인들 싸움에서 가장 흔한 게 뭔지 알아?’

현수는 과거 그가 했던 연애를 떠올렸다.

가장 많이 싸우고 헤어졌던 이유.

사소한 것.

 쪽은 사소한 것이라 넘어가려하고,  쪽은 사소하지만 그 사소한 감정이 쌓인다.

사소한 일이라 말을 하면 쪼잔한 사람이 되어 싸우고, 말을 하지 않으면 사소한감정은 점점 커져간다.

이 사소한 것의 악순환이 계속되면 어느 누구와 연애를 하더라도 헤어지기 마련이었다.

‘과연 너희 커플은 어떨까?’

현수는 잔잔한 호수에 ‘사소한 것’을 던져 넣었다.

“그럼 정말 다행이고.  해결됐으면 좋겠다. 혹시 무슨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해도 되니까 꼭 연락해.”

현수는 끝까지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주며 식사를 마무리했다.

효주가 계산할 때 약간 표정이 굳긴 했지만, 현수는 개의치 않았다.

‘11만원.’

현수는 가격을 머릿속에 기억해두며 오후 수업을 들으러 떠났다.

강의실에 들어온 현수는 자리를 스캔하다가  여자가 눈에 띄었다.

‘주해인이었나?’

현수는 해인의 옆자리에 앉으며 해인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

해인이 화들짝 놀래며 말했다.

“아, 응. 안녕.”

“어제 남자친구분이랑  친해졌거든. 성민이형 여자친구 맞지?”

해인은 현수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하며 말했다.

‘응?’

하지만 현수의 눈에 순간 이채가 서렸다.

“응….”

“진짜 좋은 사람이더라. 성민이형이랑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그럼 너랑도 친하게 지내야 될거같아서.”

현수는 그렇게 말하며 해인에게 손을 뻗어 악수를 청했다.

해인은 수줍게 현수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현수의 눈엔 여전히 이채가 서려있었다.

. . .

우우웅.

오후 수업이 끝나갈 무렵 현수의 휴대폰에 진동이 울렸다.

[현수야 나 한석인데 혹시 잠시 통화 가능해?]

한석의 문자였다.

그 문자를 보자마자 현수의 입고리가 올라갔다.

‘생각보다 늦게 연락왔네.’

[나 수업 곧 끝나는데 마치고 연락줄게.]

현수는 강의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길에 한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한석아 무슨일이야?”

-아, 현수야. 어제 너무 고마워서 연락했어. 네가 나 집까지 같이 데려다줬다고 그래서.

“에이, 뭐 별것도 아닌데 뭘. 효주한테 택시비랑 세탁비도 받았고, 너무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

-그렇게 말해주면  고맙지. 혹시 시간되면 같이 저녁이나 먹을래? 내가 사줄게.

그의 말에 현수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아까 네 여자친구가 사줬는데, 뭘 두 번이나 사줘. 그냥 같이 먹기만하자.”

-응? 효주가 벌써 사줬다고…?

약간 당황한듯한 한석의 목소리에 현수는 웃음이 튀어나왔지만, 티는 나지 않았다.

-효주는 효주고, 나도 사줄테니 일단 만나자. 어디야?

“지금 정문쪽인데 기다리고 있을게.”

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추레한 차림의 한석이 터벅터벅 걸어왔다.

“많이 기다렸어? 미안 술병 걸려서 지금 꼴이 말이 아니다. 해장국 같은 거 괜찮아?”

“응. 괜찮아. 해장국 잘하는 집 아는데 거기로 갈까?”

현수는 한석을 데리고 전생에도 가끔 찾아가던 해장국집을 찾았다.

“어제 나 많이 실수했어?”

“음…. 선배랑 싸운 거면 많이 실수한 거겠지? 나한테 실수하진 않았어.”

한석은 한숨을 내쉬며 마른세수를 하고 머리를 쓸어올리며 말했다.

“그래도 어제  챙겨줘서 고마워. 선배랑은 알아서 잘 풀어야겠네.”

“너무 걱정하지 마. 원래 이미지가 나쁘진 않았잖아. 잘 말하면 아마 크게 뭐라고 안 하실 거야.”

대화를 나누던 도중 나온 해장국을 한석은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어찌나 쩝쩝대며 먹던지 현수는 식욕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진짜 잘 먹네. 아 참, 이거 받아.”

현수는 주머니에서 오만원권 지폐를 꺼내 한석에게 건넸다.

“이게 뭐야?”

“오늘 점심때 너무 비싸게 먹은  같아서. 이것도 얻어먹는데 그냥 효주랑 맛있는 거 사 먹어.”

한석이 지폐를 받고 나서부터는 식욕이 떨어졌는지 깨작깨작 먹기 시작했다.

‘밥 먹는데 개도 안 건드린다지만 너무 쩝쩝대서 짜증 났다 미안.’

현수는 약간의 미안함을 느꼈지만 금세 스쳐 지나갔다.

“혹시 어디 갔는지 알려줄 수 있어?”

“한국대역 앞에 허니스테이크. 다음에 둘이 가봐 분위기 정말 좋더라. 데이트하기딱이던데?”

현수는 순진한 얼굴로 한석의 심기를 조금씩 건드리기 시작했다.

소유욕이 엄청나게 강한 한석은 ‘감히 네가  여자친구랑 그런 곳을 가?’라는 표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여자친구가 사줬다는데다가 이렇게 순진한 얼굴에다 대고 말을 할 깜냥은 되지 않았다.

“다 먹었으면 일어날까?”

한석은 먹고 싶은 의욕이 뚝 떨어졌는지 숟가락을 놓고 음식을 반쯤 남긴 현수에게 말했다.

“응 그러자.”

한석이 계산을 마치고 현수에게 말했다.

“어제는 진짜 고마웠어. 기회되면 다음에 또 보자.”

대놓고 다시 보기싫다는 표정이었다.

현수는 조금  한석을 놀리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응. 다음엔 효주랑 같이 셋이서 만나서 재밌게 놀자. 잘 먹었어.”

한석은 웃는 표정을 지었지만 광대쪽 근육이 움찔거리는 것을 보니 어지간히 울컥한 듯 보였다.

한석이 등을 돌려 가는 것을 지켜본 현수의 얼굴에는 장난스러운 미소가 지어져있었다.

‘너무 재밌어.언제쯤 연락이 올까? 아마 오늘 바로 올거 같긴 한데.’

현수는 효주가 언제쯤 연락이 올지 스스로 예상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철컥.

문을 닫고 집에 들어온 현수는 불이 꺼진 채 누워있는 가윤을 발견했다.

인기척을 느낀 가윤이 잠이 덜 깬 부스스한 얼굴로 현수에게말했다.

“다녀오셨어…요?  늦었네….”

아직도 존댓말이 어려운지 반말을 약간 섞어서 사용했다.

현수는 그런 가윤이 귀엽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그는 그녀와 자신 사이에 상하관계를 확실히 해야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수는 허리띠를 풀어 바지와 함께 속옷까지 내리며 그의 물건을 드러냈다.

가윤이 화들짝 놀래며 현수를 바라보았지만, 현수의 눈을 3초 이상 바라 보면 안 된다는 걸 깨닫고 황급히 눈을 깔아 내렸다.

현수는 그런 가윤의 어깨를 붙잡고 침대로 밀쳐 넘어뜨렸다.

가윤의 위에 올라탄 현수가 그대로 가윤의 입에 거칠게 키스했다.

키스를 하는 동시에 능숙하게 가윤의 옷을 벗겨냈다.

그러나 곧 가윤은 나체가 되었다.

현수는 슬며시 일어나 그의 물건을 가윤의 얼굴에 가져다 댔다.

가윤은현수의 그것을 입 안으로 집어 넣었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입을 앞뒤로 움직이며 적극적으로 펠라치오를 시작했다.

쫙 빨아들이는 흡입력과 함께 부드러운 혀가 현수의 자지를 훑어왔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쾌감이 뒷골을 치고 올라왔다.

‘하…. 진짜 역시 입 하나는 죽여준다.’

현수는 속으로 가윤의 입을 칭찬하며 무표정한 얼굴로 가윤을 내려다 봤다.

가윤은 슬쩍슬쩍 현수의 얼굴을 확인했지만 무표정한 현수의 얼굴을 볼 때마다 바로 눈을 내리깔았다.

현수는 한 손을 가윤의 그곳으로 가져다 댔다.

가윤은  짧은 시간동안 벌써 흥건하게 젖어있었다.

“벌써 이렇게 젖었네?”

현수의 말에 가윤이 수치스러운 듯이 얼굴을 붉혔다.

현수는  모습에 참지 못하고 그의 성기를 가윤의 입에서 빼서 질 속으로 집어넣었다.

곧 방안에는 둘의 헐떡거리는 숨소리만 가득 들려왔다.

“사랑해.”

현수의 달콤한 말에 가윤의 심장박동이 훨씬 빨라지는 게 느껴졌다.

“저두요.”

현수는 감정에 푹 젖은 듯 한 가윤의 표정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대로만 길들이면 되겠어.’

그녀가 어디까지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바뀌어 나갈지, 현수는 너무 궁금했다.

. . .

가윤과의 일을 치르고 며칠 뒤, 현수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우우웅. 우우웅.

상대방을 확인한 현수는 잠시 밖에 나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응. 효주야 무슨 일이야?”

-아 현수야…. 혹시 통화가능해?

효주의목소리가 축 가라앉아있는 게 아무래도 현수의 예상대로 한석과 다툼이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가능하지. 무슨일이야?”

-아 딴건 아니구. 남자친구 때문에….

전화를 받는 현수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현수는 한석과 저녁을 먹을 때부터 효주에게서 연락이 올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한석의 성격상 분명 스테이크집을 검색해 봤을테고, 그곳의 분위기와 가격을 확인하고 곧장 효주에게 서운함을 표시했을거다.

“왜? 혹시 또 다퉜어?”

-응…. 처음엔 너랑 만난걸  이야기안했냐고 그러더라구….

효주는 현수에게 한석과 만나서 있었던 일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 * * *

효주는 수업을 마친 후 한석과 매번 만나는 곳에서 한석을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뚱한 표정의 한석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한석의 뚱한 표정을 보자 조금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별 것 아닌 일로 그를 괜히 건들기 싫었기에 그에게 먼저사과하기로 했다.

‘한석아! 아까 아침에는 내가 미안했어. 내가 좀 예민했나봐.’

그러나 한석은 그녀의 사과를 순순히 받아주지 않았다.

‘효주야. 그것보다 현수만난건  얘기안했어?’

사과를 먼저 했음에도 다짜고짜 다른 얘기를 꺼내자 약간 짜증이 올라왔지만 그래도 티내지 않고 대답했다.

‘응? 만나서 얘기하려고 했는데….’

‘당연히 다른 남자 만나는 거면 연락을 먼저 해줘야되는거 아니야?’

효주는 겨우 이런 일로 서운함을 표시하는 한석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현수에게는 오히려 고마워 해야되는게 맞았다.

그녀는 지금 자신이 사과를 하고 있음에도 서운해하는 그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효주는 한   참고 사과하기로했다.

‘알겠어. 미안해. 근데 그건 저번에 너 집까지 데려다준게 고마워서 사준거였어. 아무일도 없었어.’

효주가 사과를 먼저 했지만, 한석의 표정은 풀어지지않고 오히려 더욱 굳어졌다.

‘내가 그것 때문에 이러는게 아니잖아. 그리고 무슨돈을 그렇게 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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