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화 〉015화 (15/112)



〈 15화 〉015화

“하아... 하아....”

한참을 그렇게 사랑을 나눈 뒤, 현수가 잠시 그녀에게서 몸을 떼어내고서 가윤의 얼굴을 바라봤다.

가윤은 눈을 게슴츠레떴다.

그녀는 현수를 바라보며 다시 슬픈 눈을 지었다.

그런 가윤의 시선에서 현수는 그녀가 자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좋네.’

현수는 지금  순간이 즐거웠다.

자신이 즐기는 섹스보다, 상대 여자가 만족하는 섹스를  좋아하는 현수에게, 지금  순간은 더할 나위 없었다.

성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가윤은 지금  섹스에 완벽하게 푹 젖어있었다.

최대한으로 시간을 끌었지만, 그쯤 되자 현수도 서서히 사정감이 올라왔다.

그리고 가윤 또한 어느새 절정 언저리에 도달한 것처럼 보였다.

현수는 참지 않고 사정을 했다.

그의 자지가 움찔거리면서 가윤의 질 속에 정액을 울컥울컥 토해냈다.

현수는 사정을 하는 동안에도 허리를 계속 세게 튕겼다.

그러자 잠시 후.

“흐으윽...!”

가윤이 현수를 꽉 끌어안았다.

그녀 또한 절정에 도달한 것이었다.

현수는 사정 도중 가윤의 질이 자신의 자지를 세게 조여오자 기분 좋은 후희를즐길 수 있었다.

‘떡감 좋네.’

현수는 부드럽게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며가윤이 오르가즘의 여운을 즐길  있게 해주었다.

 후 가윤이 감았던 눈을 뜨자, 곧장그는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가윤이 다시금 눈을 조심스레 감았다.

그렇게 두 사람의 첫 번째 섹스가 끝났지만, 그것으로 현수와 가윤의 섹스는 끝나지 않았다.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씻고   서로를 끌어안고 누워있었고, 잠시 후 현수의 자지가 조금이라도 서자 기다렸다는  서로의 몸이 엉켜들어갔다.

평소같았으면 세 번째 섹스 즈음 현수가 피로를 느꼈겠지만, 오늘의 현수는 전혀 힘들지 않았다.

‘겁나 맛있네 진짜.’

그의 눈 앞에 있는, 사랑이란 감정에 완전히 젖어있는 가윤은 농락하는 맛이 제대로였다.

현수는 몇 번이고 사정을 했음에도 조금이라도 체력이 돌아오면 여지없이 발기가 되었고, 섹스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윤은 오늘 이 호텔을 나서면 현수와의 관계가 끝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조금이라도 더 현수와 있고 싶다는 핑계를 대며 그의 섹스에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지쳐쓰러질때까지 탐했다.

하지만 시간은 멈추지 않았고, 어느새 체크아웃시간이 되었다.

둘은 아무 말 없이 서로의몸을 씻겨주고 로비로 향했다.

옷을 입고 나가며 현수는 속으로 생각했다.

‘와 진짜 개꿀이다.’

인생 섹스를 이렇게 뒤끝 없이 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기에 현수는 지금이너무 만족스러웠다.

심지어 이제부터가 오늘의 본편이라고 생각하자 현수는심장이 두근거렸다.

* * * *

내려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현수는 가윤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가윤은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애틋하게 현수를 올려다보았다.

현수는 그런 가윤의 시선에 헛웃음이 나올 뻔했다.

마치 비련의 여주인공이 사랑하는 사람과 어쩔수없이 헤어지는 듯한 표정.

그러나 나쁘지 않았다. 지금은 가윤이 감상에 젖으면 젖을수록 좋은 상황이었으니까.

[1층입니다.]

가윤에게는 영원히 도착하지 않았으면 했던 1층에 엘리베이터가 멈춰 섰고 둘은 잠시 뜸을 들이다 발걸음을 옮겼다.

현수는 내리자마자 슬쩍 주변을 훑었다.

‘어디에 있지?’

그가 불러냈던 가윤의 스폰남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설마 안 온 거야? 그럴 리가 없는데?’

그들이라면, 당연히 올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확신했다.

현수는 시야를 조금 넓혀서 반대편 엘리베이터 쪽을 살펴봤다.

그곳에는 세 명의 남자가 음침하고 묘한 분위기로 대치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만 빤히 바라보고 있지만, 그들에게선 왠지 모를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현수는 그들이 가윤의 스폰남들이라는 직감이 왔다.

‘왜 하필 저기에 있는거야.’

현수는 가윤과 같이 있는 것을 들켜야하는 입장이었는데, 문제는 호텔을 빠져나가는 후문이 가까이에 있었고 이대로 나가면 그들이 보지 못할  같았다.

현수는 슬쩍 가윤의 손을 잡아당기며 사내들이앉아있는 정문 방향으로 이끌었다.

가윤이 의아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자,현수가 살짝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마지막으로 바래다 드릴게요.”

“아, 응….”

가윤이 먹먹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의 허락을 받은 현수는 가윤을 데리고서 정문 쪽에 있는 사내들의 방향으로 걸어갔다.

현수는 붙잡고 있는 그녀의 손에 손깍지를 끼며 가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가윤도 시선을 느끼고 현수를 여전히 애처로운 눈빛으로 마주 봤다.

그렇게 그들은 계속해서 서로를 바라보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현수는 일 분, 일 초라도 가윤의 얼굴을  담아두고 싶다는 느낌의 표정을 지으며, 남자들과의 거리를 좁혀갔다.

가윤이 혹여나 시선을 돌려 스폰남들을 발견해 도망가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녀의 시선을 최대한 가렸다.

다행히 가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듯했고, 세 남자와의 거리는 조금씩 조금씩 좁혀지고 있었다.

그런데 남자들은 여전히 엘리베이터 쪽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었다.

‘이정도면 볼만도 한데….’

현수는 살짝 답답함이 느껴졌다.

이대로 저 사람을 스쳐 지나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가윤과 현수는 세 사람의 지근거리에 도달했다.

앞으로 단  걸음.

현수는 어쩔 수 없이 천천히 걸음을 멈춰 가윤에게 말을 걸려던 순간.

가윤의 눈동자가 현수의 뒤편을 향하더니 눈이 크게 확대되고 동공이 크게 떨리는 것이 보였다.

현수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뒤를 쳐다보자 그곳에는 마침내 가윤을 발견한 한 남자가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남자는 현수와 가윤을 번갈아 보더니, 표정이 누구 하나 죽일듯한 기세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현수의 귓가에 그 남자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너 지금 뭐하냐?”

 남자가 쏘아내는 말과 함께 현수는 가윤을 쳐다보았고, 현수는 사람의 표정이 이렇게 삽시간에 얼어붙을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현수는 그렇게 얼어붙은 가윤의 표정을 보자 짜릿한 쾌감이 올라왔다.

그 강렬함에 혹시나 표정이 들킬까 다시 뒤를 돌아 봤고, 나머지 두 명도 가윤을 발견했는지 허탈하고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맨 처음 가윤을 발견한 남자가현수를 밀치고 가윤에게 쏘아 붙였다.

“지금 뭐하고 있냐고 묻잖아.”

. . .

순식간에 얼어붙은 공기.

그 속에서도 현수는 꿋꿋하게 가윤과 그 남자 사이에 끼어들며 말했다.

“누구세요?  이러시는 겁니까.”

“나? 얘랑 긴밀한 사이.”

“네…?”

“그러는 당신은 뭔데?”

날카로운 인상의 사내는 가윤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어리고 생긴 거 보니까 뭐, 굳이 안 들어도  거 같긴 한데.”

이어서 한 발짝 뒤에 서 있던 사내가 욕짓거리를 뱉었다.

“네가 감히 다른 주머니를 차? 그것도 세 개나? 우리한테받은 거로 이 새끼 스폰해주는 거니?”

그때, 주변에서 ‘스폰’이란 단어에 무슨 일인가 싶어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고 그들에게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가윤의 얼굴이 얼어붙다 못해 핏기가 싹 빠져 창백해지며 혼이 나간 듯 보였다.

순식간에 만들어진 사자회담에 현수는 웃음을 참기가 힘들었다.

몰아붙이는 남자들에게 정신이 팔려있는 가윤의 귓가에 현수가 허탈한 목소리로말했다.

“누나…. 대체 무슨 소리예요? 그리고 교수님이  여기에….”

현수의 시선이 교수를 향했고, 교수는 부끄러움은 아는지 시선을 피했다.

현수의 허탈한 목소리를 들은 가윤이 눈을 질끈 감고 현수를 애써 무시하려 했다.

그런 가윤의 몸짓에서는 차마 현수의 표정을 확인하기가 두렵다는 그녀의 감정이 여실히 느껴졌다.

그리고 그 감정은 현수에게 정신적 쾌감을 안겨줬다.

그가 직접 감독하고 연출해서 만들어낸 이 상황이 얼마나 즐거워질 수 있는지 깨달았다.

그렇기에 최선을 다해서  개판을 절정까지 이끌고야 말겠다는결심을 다지며 가면을 바짝 조였다.

“뭐라고 말이라도 해줘요…. 제발….”

현수의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목소리에 가윤은 그를 쳐다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가윤은 뭔가 말을 하려 했지만, 목에서  막힌 듯 어버버 거렸다.

“그, 그게 아니라….”

가윤이 무언가 변명을 하려던 순간이었다.

“지금 걔 신경을 쓸 때냐?”

날카로운 인상의 중년인이 가윤의 말을 칼같이 잘랐다.

“지금 몇 명한테 돈을 받아 처먹어놓고, 이 상황에서 애인 생각이 나냐? 우릴 완전 호구 새끼로 아나 보네?”

가윤은 꿀 먹은 벙어리마냥 말문이 막혔다.

그러자 중년인의 시선은 현수에게 옮겨졌다.

“지금까지 상황 보면 모르겠어? 이  여기저기 몸 팔아먹고 다니는 여자잖아. 야, 서가윤! 대답  해? 우리가 호구로 보이냐고? 이렇게 늙다리들만 만나다 보니까 젊은  너무 그리웠어?”

이 남자는 뭐가 그렇게 자랑인지 주변 시선에도 아랑곳하지않고 큰소리로 외쳐댔다.

현수는 이렇게 시선을 끌어줄수록 더욱  즐거움이 밀려왔다.

“누나….”

현수는 무슨 변명이라도 해달라는 듯이 가윤을 불렀다.

하지만 가윤은 현수에게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스폰남들은 계속해서 가윤에게 독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냐는 식의 원망부터, 창녀같은 근성을 가진 년은 어쩔 수 없다는식의 경멸까지.

“답도 없는 년을 먹여주고 재워주고, 거둬줬더니 은혜를이딴 식으로 갚아?”

“이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거 아니라더니.”

“어떻게…. 네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네가 해달라는 건  해줬어! 네가 다른 사람 만나는 거까지도 짐작했지만, 참았다. 적어도,적어도 마음은 한 사람한테 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여자로서는 평생에 걸쳐 단  번만 들어도 죽을 때까지 기억에 남을 것 같은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윤에게 꽂혔다.

그리고 점점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서그들을지켜보고 있었다.

사회적으로 어느정도 지위가 있어보이는 사람들이 젊은 여자에게 소리치는 모습이 보기에 좋아보이지는 않았고, 저 여자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지 사람들의 시선이 가윤에게 모이기 시작했다.

‘자, 이제 어떻게 나올거야?’

가윤이 분노를 터트리더라도, 수그리고 자리를 피하더라도, 가윤이 좋은 꼴을 보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네가 해준 집이고 차고, 다 누가 해준 건지 익숙해져서 잊었나보네. 그거 하루아침에 다 사라질 수 있는 거 모르냐?”

“댁도 생각 이상으로 호구네. 집에 차까지 해줬어? 일거리나 잡아주고 용돈이나 쥐어주면 그만이지 이딴 널리도 널린 년한테 뭐 그렇게 투자를 해? 아. 당연히 너  끊기는 건 각오하고 있지?”

상대방들의 조롱이 계속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을 즈음이었다.

가윤은 드디어 결심이 섰는지, 여태껏 약한 모습을 보이다가 눈을 부릅뜨고 남자들을 보고 말했다.

“알아요. 당신들이 해준 집이고, 차고, 일인 거.”

가윤에게 쏘아대던 그들이 그녀의 말에 잠시 말을 멈췄다.

어디 할 말 있으면 해보라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가윤이 입을 열었을때, 나온 말은 현수의 예상을 조금 벗어난 내용이었다.

“그래서 그만두려 했어요. 죄책감 들어서 더 이상 못하겠어서.”

“뭐? 죄책감?”

어이없다는 듯 웃은 날카로운 인상의 중년인이 고개를 현수 방향으로 까딱이며 말했다.

“설마  말하는 거냐?”

“지금와서 그게 무슨 소용이에요. 잘 됐네요. 이렇게 된 김에 나도 귀찮게 세 번 말할 거 없이 한 번만 말할게요.”

가윤은 차갑게 가라앉은 시선으로 세 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와의 관계가 알려지면, 저랑 세 분  누가 더 손해일까요?”

가윤은 주변을 슥 둘러보더니 다시한번 말을 꺼냈다.

“저 말고도 입단속 시킬 사람들이 많아보이는데.”

그 순간 세 사람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렇게 된 이상 저도 더는 잃을  없어요. 혹시나 해서 증거들도 다 모아놨고요.”

날카로운 인상의 중년인이 분노로 얼룩진 목소리를 뱉었다.

“그걸로 또  요구하려고?”

“저한테 준 것들, 다 가져가고, 다신 연락하지 마세요. 그냥 제 인생에 처음부터 없었던 존재처럼 사라져주세요.”

가윤의 아쉬울 것 없어보이는 목소리에 현수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직 한 사람이 안 왔는데 그 사람한테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현수는 저 세 남자보다 다른 한 남자의 가치가 훨씬 크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가윤은 지금 이 상황에 신경쓰느라 전혀 모르고 있는거 같았지만, 현수가 부른 것은 네 명이었고, 그 남자는 이미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현수의 시선이 그 남자를 향했다.

가윤이 지금  순간 가장 믿고있는 한 사람, 그 사람마저도 이 상황이 어이가 없는지 팔짱을 끼고 그저 헛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가 자세를 풀고 손짓을 하자 몇 명의 무리가 나와 로비의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주변이 정리되자 그 사내가 가윤과 현수의 방향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현수의 가슴이 더욱 크게 뛰었다.

이 이야기가 드디어 클라이막스로 치닫기 시작했다.

“다 끝났어?”

고저없는 평온한 음성과 함께 가윤의 어깨에손을 올린 그 남자의 존재감에 그녀가 다시   얼어붙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방금 전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었다.

그저 목소리만 들었음에도 가윤은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다가온 사내의 모습은 누가 봐도 훤칠했고, 부티가 흘렀다.

그렇기 때문일까, 세 명도 순간적으로 입을 닫고 남자를 바라보기만 했다.

자리가 조용해지자 사내가 가윤을 보며 말했다.

“아까 재밌는 얘기를 하던데, 그거 나한테도 포함되는 말이야?”

번석그룹 직계이자 재벌 3세로 유명한 변호수의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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