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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1505화 (1,506/1,533)

<-- 자유(自由)와 통제(統制) -->

공부하는 시작의 모습을 차원창세신 코아는 즐거운 표정으로 지켜보는 중이었다.

자신이 만든 달 신계의 정문에 도착한 그는 천천히 아무도 없는 신계의 대로를 걸으면서 중얼거렸다.

“욕망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일에 충실하다.

아무런 제약과 한계가 없으신 분치고는 참으로 소박하시군.

계속 저렇게 평범하시면 참으로 좋을 텐데 말이야.”

아무도 없는 거대한 개인신전이 즐비한 거리를 거니는 그의 모습은 화려하기 짝이 없는 건물과 달리 회색빛의 로브로 가려서 평범해 보였다.

끼이이이이이잉-!

신계의 중심인 주신전에 들어서자 정문이 자동으로 열리면서 끝없이 이어진 복도와 알현실이 드러난다.

스르르르르르-!

복도에 발을 올리자 바닥이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움직이면서 알현실에 편하게 도착한 차원창세실 코아는 영광의 의자에 앉아서 하늘을 쳐다보았다.

원형 천장의 한쪽에 비추어진 커다란 화면에는 엄청난 크기의 애벌레들이 우주를 날아서 접근하는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권능을 사용하지도 못하면서 본능만으로 잘들 오는군.”

끼끼끼끼끼끼끼끼!

거대한 벌레들이 공간이동과 초고속 이동을 반복하면서 시작의 행성으로 접근해오는 모습은 일반적인 지성체가 보면 기절할 정도였다.

“이 은하계에 있던 모두가 이쪽으로 몰려오고 있다.

그만큼 굶주렸다는 뜻인가?

역시 대화는 무리겠어.”

퓨사사사사사사사-!

벌레들이 이동 중에 위성과 충돌하여 뿌려지는 푸른 피를 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혀를 찼다.

“쯧쯧! 정기가 거의 없는 푸른 피인가?

미쳐 날뛰는 파괴신보다 못한 존재로다.

아무리 정기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저런 모습으로 영락하다니 외계의 초월자들도 끝장이군.”

자신이 아이언으로 활동했던 이계(異界)에서는 초월자 혁명이 일어나서 지배층이 교체되었다.

파괴력은 강하지만 창조력이 거의 없는 초월자가 세계를 지배했을 때의 결말이 바로 외계였다.

‘지배층이 물질만을 탐하는 벌레가 되어서 창조주님이 외면도 아닌 버려버린 세계다.

이것이 초월자 혁명이 일어났던 현세계의 결말이었다니 참으로 아쉽군.’

미숙아 아기로 시체 부활하여 초월자가 된 아이언은 최강의 초월자 영웅신으로 활동하면서 그들에게 약간의 정을 주었기에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현세계는 이 정도는 아니었다.

신족의 명맥은 진리님 덕분에 살아서 이계(異界)라고 천대받으면서도 잘 유지했으니 말이야.’

지금 외계의 신은 허신이 되고, 초월자는 푸른 피를 가진 파괴신이 되어서 지성체와 행성을 집어삼킨다.

수많은 지성체들이 표류하면서 다양한 종족이 점점 소멸하는 외계에 미래 따위는 없었다.

“여기도 멸망 직전의 세계로군.

그래서 내가 외계로 온 것인가?”

그동안의 행보를 잘 살펴보면서 공통점을 발견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담담하게 자신의 역할을 받아들였다.

‘이런 망해가는 세계를 뜯어고치려면 막대한 힘이 필요하다.

너무나 강대한 존재감을 가진 십중심은 넘어올 수 없고, 창조력만 강한 신족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파괴만 할 줄 아는 마신족은 의미 자체가 없다.

힘도 필요하나 그 이상의 창조력을 가진 존재가 있어야 하지.’

존재감이 약하면서도 세계의 제약을 뛰어넘는 차원권능과 모든 악조건에 대응할 수 있는 특이한 존재가 필요한 것이다.

“후후후후. 그분께서 하라면 해야지.

모든 세계와 차원은 장차 그분의 것이 될 테니 하나라도 망하게 둘 수는 없지.”

그렇게 말하는 차원창세신 코아는 요즘 읽고 있는 시작 행성의 성서와 경전을 펼쳤다.

“이것 참 너무 다재다능하니 여기저기 불려 다녀서 곤란하기는 하군.

지성체들이 신에게 바라는 것도 너무 다양해.”

행성 인류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이는 신의 모습을 책으로 학습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어느 내용을 보다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긴다.

탁!

공간이동으로 나타난 잔 다르크 천사는 공손하게 한쪽 무릎을 꿇고서 허리를 숙였다.

“부르셨나이까?

위대하신 차원창세신 코아이시여.”

자신이 모시던 신은 아니나, 화형을 당해서 죽어가는 순간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천사로서 부활시켜준 존재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보여준 기적과 인류에게 아무 대가없이 부여한 가호는 모든 것을 건 충성을 받을 만했다.

“네가 조처를 해주고 난 이후의 지성체 수장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국가연합에 모인 수장들에게 지옥의 화형 체험과 성불구의 저주를 걸고 난 이후의 변화를 물어보는 말이었다.

잔 다르크 천사는 간디 천사에게 보고받은 사실을 그대로 이야기한다.

“전력으로 세계수 등반을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렇겠지.

지성체의 지배층들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겨야 움직였으니 말이다.

이번에도 신통치 않으면 다음에는 이걸로 하자.”

보고 있던 성서를 펼친 상태로 그대로 잔 다르크 천사에게 보낸다.

생전에도 수없이 읽었던 성서였기에 한눈에 내용을 알아본 그녀는 말을 더듬을 수밖에 없었다.

“출…출애굽기이옵니까?”

“그래.

순순히 안 올라가면 쫓아내야지.”

출애굽기는 이집트에서 노예로 살던 이스라엘 민족이 신의 사도인 모세의 인도를 받아서 사십 년을 사막을 떠돌다가 겨우 가나안에 정착한다는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그러나, 중간에 우상숭배를 하다가 신의 분노를 받은 대부분 어른은 죽도록 고생만 하다가 사막에 묻혔다.

결국에는 그 자녀들만이 새로운 땅에 도착한 결과를 알고 있는 잔 다르크 천사는 황급히 허리와 고개를 더욱 깊이 숙였다.

‘이…이건 최악의 사태야.’

잘못하면 칠십오억의 인구가 전부 출애굽기처럼 모성에서 내쫓길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예상을 뒷받침하듯 설명이 뒤를 잇는다.

“여기 신들은 참으로 보편적인 우수 종족 선발 방식을 취했더구나.

이 방법이 행성 인류에게 익숙하고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하니 나도 그렇게 하겠다.

행성 규모의 열 가지 시련으로 전부 떠나게 해야 하겠지.

사막 방랑은 개조행성들의 완주로 대체할까?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

일반행성의 일만 배는 가뿐하게 넘는 크기의 개조 행성 열 개에 시작의 인류를 밀어 넣고서 방랑으로 시험하겠다는 말이었다.

수백 년은 넘게 걸린 고난의 여행을 짐작한 잔 다르크는 간곡한 어조로 간청한다.

“부디 자비를 바라옵니다!”

천사가 신 앞에서 날개를 펼치는 일은 허락되지 않는다.

그래서 날개를 펼치지 않은 잔 다르크는 단지 여기사로 보일 뿐이다.

자신이 신계를 관리할 여천사들의 대표로 임명한 존재가 엎드려 간청하자 차원창세신 코아는 단호한 어조로 말한다.

“이건 외계를 지배할 지성체 종족을 만드는 일이다.

사적인 감정을 보이지 마라.

그리고, 바로 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자력으로 세계수를 올라서 신계로 도착할 가망성이 없다면 시행될 것이다.

어느 정도 솎아내면 해낼 수 있겠지.”

“하오나! 학!”

잔 다르크 천사가 다시 간청하기 위해서 얼굴을 든 순간 보인 것은 너무나 완벽하게 빛나는 황금빛의 눈동자였다.

“아아!”

활짝 펼쳐진 스물여섯 쌍의 빛과 한 쌍의 암흑의 날개가 천사의 신격을 가진 그녀의 신령을 뒤흔들었다.

입을 딱 벌리고, 무너질듯한 몸의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 순간 겨우 수습할 수 있었다.

“헉! 하학! 허억!”

아무런 투지를 보내지 않았는데도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압박감을 느낀 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쉰다.

그런 그녀를 무심한 눈빛으로 지켜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무감정한 목소리로 말한다.

“너도 아직 멀었다.

그리고, 개조행성 방랑이 외계의 모든 지성체 종족이 참가하는 종족전쟁보다는 나을 것이다.

내게 신앙을 맹세한 표류종족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서 너희에게 먼저 부여함은 나의 관대함임을 명심하라.

그리고, 너를 천사들의 대표로 삼은 이유를 다시 상기하라.”

차원창세신 코아가 되살려 천사로 삼은 성인이나 성녀는 많다.

그들 중에서 잔 다르크 천사보다 뛰어난 능력을 각성한 존재도 많았으나 선택된 이유는 하나였다.

그녀가 인류에게 화형당했으나 그래도 천사가 될 정도로 강력한 신념을 가졌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성녀로서 임무를 완수했으나 인류에게 배신당해 화형을 당하고도 너는 마족이 아니라 천족이 되었다.

그 신념으로 신족과 인간의 관점에서 중심을 잡고 앞으로 이끌라.

너는 진정한 중립이 되어서 인류가 강해지고 발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천사들을 이끌어라.

그렇지 않으면 이 나약한 인류는 저 청혈의 파괴신(淸血의 破壞神)들에게 먹히는 결과밖에 없다.”

알현실 하늘 위로 시시각각 다가오는 거대 애벌레들을 올려다본 잔 다르크 천사는 입술을 꼭 깨물고서 대답한다.

“예. 준비하겠사옵니다.”

원하는 대답을 들은 차원창세신 코아는 부드럽게 말한다.

“후후. 인류가 세계수를 오르기 시작하면 시행되지 않을 심각한 이야기는 그만두자.

천사의 보충은 어떻게 되었느냐?”

시작에게 의인을 부활시켜서 천사로 삼았다고 보고했지만, 당연히 전부가 아니었다.

‘남을 구하다 죽은 의인은 힘이 없지.

천사로 만들었다고 해도 한계가 뚜렷하다.’

자력으로는 권능 개발은 고사하고, 하급 천사도 되지 못할 존재들이었다.

그들을 신계에 들일 수는 없었다.

‘무능한 존재는 고위직으로 올릴수록 쓸데없는 정기만 소모할 뿐만 아니라 조직을 망하게 하는 골칫덩어리가 된다.’

그걸 피하고자 차원창세신 코아가 선택한 방법은 과거에 죽은 성인과 성녀를 죽음 직전에 빼돌려서 정예천사로 만드는 방법이었다.

‘행성 단위의 시간과 흐름 조정이야 너무 쉽지.’

이미 세계 단위의 흐름 조정에 관여하고 있는데 행성에서 지성체의 흐름을 조정하는 정도야 아무런 부담이 없었다.

이제야 가장 바라던 업무를 보고하게 된 잔 다르크 천사는 아공간에서 명단을 꺼냈다.

“다음에 부활시키실 성녀와 성인의 명단을 가져왔습니다.”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는 잔 다르크 천사에게 부활 대상명단을 전달받아 읽은 차원창세신 코아는 마음에 들지 않는 눈빛을 보인다.

“거의 전부가 너희 종교 쪽이구나.

이러다가 중앙 신계가 그쪽으로만 치우치겠다.

행성 신계보다 상위 신계인 중앙 신계는 모든 것을 포용하는 다양성을 중심으로 둔다.

창조주가 되실 분을 옆에서 모셔야 할 여천사들이 처음부터 이러면 문제가 커진다.

어떤 신도 쓸모가 있는데 각 계열의 신들에 대한 편견을 가지시게 환경을 조성해서는 안 된다.”

“죄…죄송합니다.”

쳐다보기도 힘든 고위 창조신의 질책에 어쩔 바를 모르는 잔 다르크 천사였다.

그러나, 차원창세신 코아는 부활명단을 다시 읽고서 대답해준다.

“흐흠. 성녀나 성인이라고 부를만한 존재가 너희가 많기는 하군.

다른 종교의 성인이나 성자는 대부분 묻혀버렸기 때문이겠지.

임시 천사들을 관리하고 신계를 가꿀 일손이 필요하니 일단 원하는 대로 해주마.”

외계에서 존재할 수 있는 최고의 신계를 마도로 만들어냈으나 세부적인 꾸밈이 역시 필요했다.

신계의 유지 관리는 천사의 업무였기에 보충을 위해서 알현실의 공간에 차원권능이 발동된다.

“열려라.”

우우우우우웅-!

백개가 넘는 차원문이 열리면서 그 너머로 가지각색의 모습이 비친다.

순교한 성인과 성자가 십자가에 매달려 처형 직전인 모습부터 돌에 두들겨서 죽어가는 모습이 직접 보이는 경이로운 광경에 잔 다르크는 탄성을 지른다.

“아아!”

분명 그녀가 알고 있는 성인과 성녀들이 순교하는 모습이었다.

엄청난 고문을 당했는지 몸이 엉망인 남성이 참수형을 당하는 모습을 본 그녀는 반사적으로 외쳤다.

“아! 성 조지님!”

용을 죽여서 유명해졌으나 나중에 황제에게 잡혀서 고문을 받다가 목이 잘린 대표적인 기독교 칠대 성인 중의 하나였다.

그의 목이 처형대 밑으로 굴러떨어지는 순간 차원창세신 코아는 그대로 가짜 시신과 바꿔치기해서 알현실로 데려 왔다.

털썩! 털썩! 철썩!

성 조지의 죽어가던 육체는 정기와 신력이 충만한 신계에 도착한 순간 목이 다시 연결되면서 순식간에 천사로 진화한다.

아무런 초능력 없이 용을 때려잡을 정도의 재능과 단련이 지성체의 한계를 순식간에 뛰어넘은 것이다.

“이…이게?”

고문을 당한 흔적도 없고 등에 돋아난 천사의 날개를 본 순간 성 조지는 감격에 겨워서 외쳤다.

“오오! 내가 천사가 되었다!

주여! 저의 소원을 들어주셨군요!

구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황제에게 잡혀서 엄청난 고문을 받으며 처형 직전까지 신앙을 포기하지 않은 대가로 구원받았다고 생각한 성 조지가 환희의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갓 천사가 된 존재에게 너무 큰 부담이 되는 권능의 날개를 접은 차원창세신 코아는 시큰둥하게 말했다.

“구원이 아니다.

인재가 너무 없어서 시간의 흐름에서 뽑아서 재활용하는 중이다.

그런데 이번 뽑기는 꽝이구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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