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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1453화 (1,454/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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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自由)와 통제(統制)

완벽하게 준비한 은하유성 아이언을 투입하여 이 사태를 단번에 끝내겠다는 결의가 느껴지자 차호(次湖)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한다.

“흑염 군단이 외계로 도주하기 전에 서두르세요.

저는 일단은 바람가로 돌아가 있겠어요.

거기서 흑염 군단을 일격에 끝장낼 준비를 할 테니 완벽히 준비하면 연락을 해요.”

방금 현세계를 양단한 태극세계참(太極世界斬)에도 멀쩡한 파멸유혼검을 허리에 찬 차호(次湖)는 수십 개의 은하계가 폭발하는 방향을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드디어 흑염 군단이 차원도약으로 도주한 방향을 찾았는데 어처구니가 없네.

목숨이 아깝지 않나?

쫓아갈 생각조차 들지 않구나.”

은하계가 붕괴하면서 시간과 공간이 모두 일그러져서 자신의 차원권능으로도 위험한 시공간 폭풍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흑염 군단이 그 속으로 도주해버린 것이다.

“아아! 설마 이런 방식으로 내 손에서 도망치다니?

참 지독하네.

이게 절대계 최강의 군대로 불리던 흑염 군단이구나.

과연 상식을 벗어나 있어.”

파멸유혼검을 허리에 매고서 돌아가기 시작한 차호(次湖)는 시공간 폭풍을 극복하며 저 멀리 사라지는 흑염 군단을 보면서 크게 웃었다.

“카하하하하! 역시 영웅신답게 극복해 버린 셈인가?

직접 오기를 너무 잘했어!

절대계에서 십중심 반란세력과 직접 싸우지는 못했지만, 저들이면 충분해.

내 차원권능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너무나 좋은 기회야.”

열네 겹의 신력의 원이 몸 전체에서 뿜어지면서 웅장한 소리를 울린다.

“일단 마음껏 싸울 전장부터 만들어야 하겠지.

차원권능만이 아니라 누구도 도주할 수 없는 봉인도 준비하자.

그 전에 일단 현세계 복구부터 해놓고 가자.

할아버님들에게 혼나기는 싫으니 말이야.”

방금 쪼개졌다가 복구 중인 현세계가 차호(次湖)가 발동시킨 창조력과 차원권능으로 급속하게 치료가 시작된다.

후우우우우우웅-!

창조주가 아니라면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일을 너무나 쉽게 해내는 광경에 브라이트와 샤이니는 놀랄 힘도 없었다.

‘권능 영역과 창조력이 뛰어난 차원권능이라지만, 현세계 전체를 장난감처럼 재생시키고 있다.

이것이 절대계를 지배하는 바람가 영원체들의 힘인가?’

‘자신의 세계도 아닌데 마음대로 다루고 있다니?

도대체 진리의 혈족들은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최고 수준의 영웅신들이 이 정도로 흔들리고 있으니 다른 투신과 전신들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방금 차호(次湖)가 갈라버린 세계의 파열 속으로 도주를 강행한 흑염 군단이 가장 경악하고 있었다.

흑염 권능의 직감의 경고대로 바로 도주하지 않았으면 전멸되었다는 사실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이럴 수 있는 존재는 단 한 부류다.”

“진리님의 혈족이 현세계에 왔다!”

“이 미친놈들이 늑대무리를 쫓으려고 용을 불러왔어.”

차원권능으로 이동하면서 현세계가 두 동강 나는 참상을 직접 목격했으니 원흉은 바로 알아냈다.

“이 인정사정없는 손속을 보니 분명 가주가 아닌 계승자다.”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불살(不殺), 불애(不愛), 불연(佛緣)의 계율이 적용되지 않는 절대계의 진정한 집행자.”

“대를 이어가는 파워 오브 엠블렘!”

“다행스럽게도 진리님은 안 오신 모양이군.”

전혀 뜻밖으로 흑염 군단은 군단장인 흑염의 절대자를 쓰러트린 진리에게 꼬박꼬박 존칭을 붙이면서 굉장히 호의적인 평가가 흘렀다.

바뀐 흐름에서 진리는 바람가의 총가주로서 모든 혈족의 운명을 걸고서 최전성기인 십중심에게 정식으로 도전했기 때문이다.

“이번은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정면 승부다!

절대계의 진정한 창조주를 가린다.”

절대계의 모든 영원체와 정신체가 지켜보는 기나긴 장렬한 전투를 통해서 십중심을 쓰러트렸기에 아무런 원한도 없는 상태였다.

‘너무나 깨끗한 승부였어.’

‘수장을 잃은 십중심의 세력조차 모두 받아들였지.’

‘창조주의 복권을 원하는 세력과 힘을 합치지도 않았어.’

‘십중심 세력은 중용되었으니 말이야.’

진리가 절대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나 혼자라는 오판으로 소극적인 항쟁과 분쟁이 산발적으로 일어난다.

실제로는 어느 정도 통하는듯했다.

‘그런데 바람가의 혈족들이 나섰다.’

‘영웅신과도 비교할 수 없는 존재감을 가진 일족의 기원, 오리진이 되어버린 그들에게 모든 종족은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진리가 창조주에 오르자 반대하는 세력을 지금처럼 무자비하면서 절대적인 무력과 존재감으로 억눌렀다.

이들은 영원체이기도 하니 완벽한 지배체계였다.

‘드디어 활동을 시작한 진리의 혈족들을 막을 존재는 아무도 없다.’

‘그들 모두가 창조주가 될 수 있는 영원체야.’

‘정신체에 대해서 아무런 관심도 애정도 없어.’

‘있는 것은 진리님에 대한 복종과 바람가의 것이 된 절대계의 관리뿐이다.’

진리만을 추종하는 수만 명의 영원체의 힘으로 완전히 제압된 절대계에서 반역시도 자체가 무리였다.

실제로 흑염 군단도 그럴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다.

‘흑염의 절대자님의 신령은 죽었으나 신체는 살아있다.’

‘본능이 강해져서 자신을 구하라고 명령하고 있다.’

‘거부했더니 흑염 권능의 폭주가 일어나려 한다.’

흑염 권능의 근본이자 폭주를 부추기고 있는 본능이 담긴 신체를 구출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항쟁을 시작했으니 원한은 당연히 없었다.

‘처음에는 흑염의 본능을 속이기 위해서 하는 척만 하며 잘 도망 다녔다.’

‘그런데 총출동한 가주들의 끈질긴 포위 시도에 더는 견디지 못했다.’

‘흑염 본능의 통제가 약해지는 다른 세계인 현세계로 도망쳐왔는데 삼불(三不)의 가율에 적용받지 않는 계승자가 추격해오다니?’

만약 흑연직감의 경고에 따르지 않았다면 현세계를 절반으로 가르는 오의에 휘말려서 소멸하였을 상황을 생각하니 치가 떨려왔다.

“다시 파워 오브 엠블렘의 시험이 시작되는가?”

“끔찍하기 짝이 없군.”

과거 바람의 절대자가 절대계를 안정시키기 위해서 종족전쟁을 일으킨 영웅신들을 전멸시켜버린 상황이 저절로 떠오른다.

그러니 현세계를 절반으로 쪼갠 이번 공격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자비한 시험이자 처단의 경고로 보였다.

‘현세계도 이제 안전하지 않아?’

‘그럼 외계로 가야 하나?’

‘거기는 현세계보다 정기가 더 약하잖아?’

‘더는 약한 세계는 싫다.’

‘여기에서도 필사적으로 노력을 해도 소용이 없다.’

‘갈수록 약해지고 있어.’

‘숨만 쉬고 있어도 강해지던 절대계가 그리워.’

다른 영웅신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데 흑염 군단의 부단장인 근원은 이를 갈고 있었다.

“으드득! 우리가 진리님과 바람가에 무엇을 잘못했다고 계승자가 현세계까지 쫓아온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대접은 억울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우리가 비록 세력에서 이탈했으나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다.

흑염 권능의 폭주를 우려하여 절대계에서 떠나기까지 했는데 이럴 수는 없다.”

십중심과 진리의 결투 이후 모든 십중심 세력은 약속대로 바람가의 지휘로 들어갔다.

‘흑염 군단도 예외가 아니었고 더한 영광이 보장되었으니 얌전히 따랐다.’

그런데 흑염의 절대자의 신령이 소멸되어 더욱 강해진 본능이 구출을 요란하게 요구하니 조용히 살 수가 없던 것이다.

‘흑염의 절대자님의 신령이 소멸하였어도 영원체를 능가한 신체가 살아있다.

오히려 더 강해지신 상태야.

완벽히 깨어난 흑염 본능이 구출을 요구하니 그 가호를 받는 흑염 군단으로는 어쩔 수가 없다.

완전히 거부하면 강제 폭주로 파괴신이 되어버린다.’

이제 주권능이나 마찬가지인 흑염 권능의 가호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주둔지에서 빠져나와 십중심의 신체를 봉인하고 있는 팔륜봉인을 습격하여 몰래 빼돌리려는 시도를 준비했다가 포기했다.

현장에서 직접 지키고 있는 진리님과 수만 명의 바람가의 가주들이 문제였지.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주둔지를 벗어나서 아주 멀리서 바람가가 총력으로 팔륜봉인을 만드는 상황을 보고서 바로 포기한 것이다.

‘진리는 팔륜봉인 위에다가 영원체들의 거주구까지 만들어버렸다.

진리와 바람가의 가주들, 거기에 삼천 명의 영원체가 지키는 이제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철옹성이 되어버렸지.

이건 무슨 수를 써도 무리였어.’

그런데도 갈수록 강해지는 흑염 본능의 광기와 재촉을 피해서 현세계로 일단 후퇴한 것이다.

‘다른 반대세력과 힘을 합쳐도 진리가 상주하는 팔륜봉인을 돌파할 수 있을 리는 없으니 현명한 판단이었다.

결정적으로 이 모든 정황을 진리님에게 당연히 보고했다.’

실제로는 항쟁도 아닌 탈영 정도였다.

그러니 어디에도 지금 대의 파워 오브 엠블렘에게 노려질 이유는 없는 것이다.

“나는 진리님에게 최대한의 예의와 성의를 다했다.

흑염의 절대자님의 신체를 빼돌릴 기회를 보다가 도저히 안 되자 사정을 보고하고, 절대계에서 조용히 나오기까지 했다.

그때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으셨는데 갑자기 왜 이러시는 것이냐?

실수한 적은 단 한번도 없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알 수 없구나.”

수정된 흐름의 근원은 과거에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기분대로 행동하다가 쓴맛을 본 적이 있어서 확 변했다.

흑염군단의 부단장으로서 모두에게 예의를 지켰고, 십중심에게 도전하는 진리에게조차 술병을 던지지 않은 것이다.

‘적으로서 처음 만났을 때도 깍듯하게 예우했다.

본래 범죄신이라는 부끄러운 출신도 오랜 기간의 자원봉사로 깔끔하게 씻어낸 지 오래다.

귀순한 다른 십중심 세력의 수장들은 모두 명문 일족으로서 대우를 받는다.

충성심이 극심했던 일부가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죽이지는 않으셨다.

십중심의 죽음에 분노하여 대놓고 덤빈 녀석들조차 몇 대만 맞고 용서를 받았다.

십중심 세력 중 최강인 흑염 군단의 위상을 생각하면 이런 차별은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하기 짝이 없구나.

왜 우리만 이렇게 처리하려 하나?’

흑염 군단은 흑염 권능의 폭주를 피해서 현세계로 왔지만, 진리가 팔륜봉인을 완성하기만 기다리는 중이었다.

‘흑염 본능이 완전히 봉인되고, 다시 손을 내밀어 주시면 바로 고개를 숙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한 힘이 필수다.’

지금 약탈도 어찌 보면 본래의 지배층의 위치로 돌아갈 힘을 유지하기 위한 몸부림인 셈이었다.

‘필요하면 흑염 권능까지 버릴 각오까지 했는데 계승자가 우리를 노리다니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설마 저항세력의 본보기로 이렇게 하시는 것은 아니겠지?’

그런 근원의 의문에 대한 답은 아니었지만, 차호(次湖)의 커다란 웃음이 바람가에 울리고 있었다.

오백억 년을 절대계에서 최고의 전투집단으로 자리 잡았던 흑염 군단을 단독으로 막은 영웅신의 신상자료 덕분이었다.

“카하하하하하하! 현세계 최강의 초월자 영웅신이 맞는 말이지만, 그것만이 아니군요.

여기서 설마 과거 회귀자가 튀어나오다니요?”

차호(次湖)의 손에는 현세계에서 긴급으로 보낸 은하유성 아이언의 분석자료가 들려있었다.

차원권능으로 본질을 어느 정도 읽어내고서 이렇게 즐거워하는 중이었다.

“유상전생(有償轉生)과 비슷한 권능과 마도로 과거를 조정하고 있어요.

수준이 엄청 낮지만, 차원권능이 섞여 있어서 효과는 굉장히 비슷하네요.

후후! 이것도 내 차원권능을 강화할 기회인가요?”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면 도저히 모를 정도로 은밀했지만, 분명히 흐름을 거스르고 있는 존재가 맞았다.

“이 존재가 바꾸려는 흐름은 무엇일까?

개인인가요?

아니면 세계인가요?

역시 할아버님들에 의해서 안정된 절대계보다 현세계 쪽이 훨씬 재미있어.”

차호(次湖)는 이 재미있는 존재를 어떻게 할까 고민을 시작한다.

그런데 차원권능을 처음 배웠을 때 몇 번이나 들었던 주의가 떠오른다.

“과거를 바꾸려고 시도하는 존재는 무시하는 것이 철칙이다.

알아도 모른척하거라.”

차원권능은 너무나 많은 연산력과 공부가 필요하기에 부전공으로 선택하는 바람가의 가주는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끌린 자신이 선택하자 진리가 직접 나서서 교육하며 했던 첫마디였다.

‘그때 내가 뭐라고 했더라?

아아! 이렇게 물었지.’

불가해의 팔시조(不可解의 八時調)를 익혀내서, 차호(次湖)라는 이름은 받았다.

‘후손을 두지 않았기에 가문의 성을 하사받지 못했던 때였어.’

그 대신에 가율의 통제를 받지 않는 진짜 어린아이인 그는 당혹해서 묻는다.

“진리 할아버님. 자신을 위해서 과거를 조정하는 행위는 지극히 이기적인 행위입니다.

과거로 회귀하여 혼란을 일으키려는 존재를 보면 바로 처단해야 세계는 안정됩니다.

그것이 절대계와 바람가를 위한 일이지도 않겠습니까?”

“….”

그 말에 이마에 살짝 혈관이 치솟은 진리는 그대로 파멸유혼검으로 차호(次湖)의 머리를 때려버린다.

따아아아아아아악-!

“카옥!”

영문도 모르고, 앞에서 휘둘렀는데 뒤통수를 맞아 앞으로 엎어진 차호(次湖)의 귀로 진리의 근엄한 목소리가 울린다.

“여기에 있는 내가 과거를 변화시켜 더욱 강해진 존재다.

세계의 안정을 위해서 나를 없애겠다고?

어디 한번 해보겠느냐?”

“그…그건 아니고요.

상대도 안 되는 제가 어찌 덤비겠습니까?

언제든지 만들 수 있는 절대계 따위보다 유일한 바람가의 총가주이신 진리 할아버님이 중요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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