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自由)와 통제(統制) -->
그렇게 전력으로 잠시는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죽음과 소멸의 개념이 없는 영원체조차 죽여버리는 바람의 절대자의 살기(殺氣)는 수준이 달랐다.
드드드드득! 슈아아아!
황금의 불변(不變)이 머물었던 뼈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근육이 녹아내리면서 파란 방어막을 녹이기 시작한다.
차원권능의 창조력과 흑염권능의 강화력이 죽음의 기운에 밀려난다.
‘커어어억! 역시 실패다.
이대로는 죽는다.’
목숨의 여벌도 없다.
이제 죽으면 진짜로 끝이며 진리가 말한 죽기보다 더한 꼴을 당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차원창세신 코아의 마음은 공포에 물들어간다.
그리고, 죽기 직전의 주마등처럼 자신이 겪어왔던 과거가 생각이 났다.
파파파파파파파파!
‘대공동에서 하이엘프 제국과 굶어 죽지 않기 위해서 사투를 벌였던 유년기.’
‘진리에게 차원권능을 받아서 신이 되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던 소년기.’
‘마침내 마도신이 되었으나 받아주는 신계가 없어서 용병신으로 떠돌던 청년기.’
‘출세의 희망을 버리고, 은거하려고 돌아왔던 고향에서 신계에 토벌당할 뻔했다가 신계 주신이 되어버린 성년기.’
‘수많은 명문일족의 견제와 순수한 신족 부하들의 반항에 힘겨워하던 신계의 생활.’
‘바람가 차원의 오리진과 이대 회색의 절대자의 충돌에 말려들어서 현세계에서 만신창이로 떨어진 신령.’
‘유모들의 비협조와 희박한 정기밀도로 영양실조에 허덕이다 어이없게 마신황제와 공멸했던 비참한 결말.’
어디에도 내세울 수 없는 힘겨웠던 삶이었다.
그리고, 지금 역시 그러했다.
‘진리님에게 도움을 받아서 다시 기회를 얻었다.
그런데 지금은 바람가의 오의를 욕심내서 익히려 했다가 죽어가는가?’
이렇게 끝내서는 안 되었다.
그렇게 된다면 어떤 벌을 받아도 마음의 고통만큼 심할 것 같지 않았다.
‘도···도와줘!
너무나 억울해서 이렇게 끝날 수는 없어.’
그러나, 여기는 일천억 년이나 떨어진 절대계의 과거였다.
바람의 절대자의 살기(殺氣)에 죽어가는 이상 누구도 도와줄 수 없고, 그럴 존재도 없었다.
유일하게 살려줄 수 있는 바람의 절대자는 술잔을 기울이면서 결과만 기다릴 뿐이었다.
‘이런 최후는 농담도 아니야!
나는 진리님의 은혜에 아직 아무것도 대가를 지급하지 못했단 말이다.
진리님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도와달란 말이다.’
진리의 자랑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오래는 살고 싶었다.
그것 하나만이라도 이루려고 수많은 생존권능을 만들어왔다.
‘이제까지의 삶의 과정에서 최후에 믿는 것은 나 자신뿐이다.
내 미래와 과거가 힘을 합치면 이 오의를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정보행성 코아에 연결되어있는 이대 회색의 절대자와 은하유성 아이언의 존재를 어렴풋이 확신했기에 비상구조 신호를 보낸다.
그러나, 응답이 없었다.
오히려 자기 일은 알아서 하라는 핀잔 섞인 메시지만 미래인 이대 회색의 절대자에게 날아올 뿐이었다.
그리고, 연결이 지독하게 흐릿한 은하유성 아이언에게는 물음표만 찍혀온다.
‘이 미친 자식들아! 돕기 싫으면 너희가 쓴 내 완전한 생명의 대가라도 내놔라!
그건 온전한 나의 것이다.
내가 이 꼴이 되기 전에 이루었던 흐름을 너희는 따라간 것뿐이다.
내 생명을 갚으란 말이다!’
그 말에 정보행성 코아가 진동하기 시작한다.
이대 회색의 절대자의 한숨이 서린 메시지가 전달된다.
‘하아. 이 미친 과거 자식.
바람의 절대자의 죽음의 기운을 전부 몸에 담고서 살아남기를 바라는가?
죽으려고 작정했구나.
그러나, 완전한 생명의 획득은 분명 너의 공적이 맞다.
내가 하나 사용했으니 이번만은 전력으로 도와주지.
그러나, 그래 보았자 거기는 일천억 년의 과거다.
정보행성 코아를 통한다고 해도 죽음의 기운이 불러오는 필사(必死)의 확률을 팔 할 정도 깎을 뿐이다.
잔류 죽음의 기운의 제어는 너에게 달려있다.
나머지 이 할로도 너는 반드시 죽으니 전력으로 발버둥을 쳐라.’
정보행성 코아에게서 위성포처럼 회색의 거대한 빛기둥이 방출되면서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을 곧바로 친다.
투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일천조의 신력이 담긴 회색의 권능이다.
압도적인 신력의 차이로 순간적으로 바람의 절대자의 죽음의 기운을 신체에서 씻어내면서 원래 퍼져 나왔던 심장에 몰아넣었다.
막 녹아내리려던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체가 다시 원상 복구되고, 심장에 죽음의 기운이 응축되자 바람의 절대자는 감탄했다.
“호오? 내 죽음의 기운을 제어했다.
역시 숨겨둔 힘이 있었구나.
그렇지 않았다면 감히 십중심에게 덤벼들 리는 없겠지.
대단해.”
바람가가 대대로 계승하고, 강화해온 죽음의 기운을 받고도 이렇게 끈질기게 버티는 존재는 영원체 외에는 본 적이 없었기에 나온 찬사였다.
‘그러나, 조금 부족하군.’
죽음의 기운을 심장에 몰아넣은 회색권능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이제 다시 퍼져나가려는 죽음의 기운을 황금빛의 회오리가 휘감기 시작한다.
구구구구구구구구궁!
심장을 맹렬한 기세로 휘감은 투기의 소용돌이는 놀라울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황금의 불변(不變)이 담겨있었다.
“그렇게 막아내는가?”
황금의 절대자의 후계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거의 완벽한 황금권능이었다.
죽음의 기운이 어쩌지 못하는 존재는 두 명 중 하나의 권능이 찬란하게 빛나면서 죽음의 기운을 심장에서 압축시켜간다.
기기기기기기기기기-!
황금 투기의 회오리로 바늘처럼 가늘어진 죽음의 기운이 요동친다.
주인이 아닌 다른 존재의 통제를 거부하는 본능적인 발동이었으나, 더한 흉성을 가진 권능이 이빨을 드러낸다.
위협적인 사냥감이 약해지자 전력을 드러낸 흑염권능이었다.
크르르르르르르르!
회복된 신체에서 미쳐 날뛰면서 덮쳐들려는 맹수의 울부짖음이 울린다.
마치 전신 갑옷처럼 검은 불길이 신체 전부를 덮으면서 유형화된다.
그리고, 이형의 야수를 만들어간다.
꽈지지지지지직!
마치 용신족이 인간형태로 변화한 것처럼 용의 비닐처럼 단단한 피부와 머리, 날개가 추가된다.
그리고, 무수한 마수의 특성이 나타나서 흑염권능이 만들어낸 투기 갑옷에 더해진다.
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체를 감싸면서 점점 특정한 갑옷의 형상을 잃어가는 투기의 갑옷은 구형의 알의 형태로 바뀌었다.
수많은 마수의 머리가 서로를 물어뜯고 싸우는 모양의 알껍데기를 바라본 바람의 절대자는 이번에야말로 경악했다.
“이건 흑염의 절대자 루카 에일레스님이 인증전에서 보여준 완결의 마수(完結의 魔獸)의 초기형태?
도대체 너는 뭐냐?”
황금의 절대자의 후계 수준의 황금권능이 나오더니 이번에는 흑염의 절대자의 후계 수준의 흑염 권능이었다.
십중심 중에서 독보적인 강함을 보이는 두 명이 힘을 합쳐서 영원체를 위협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만들려 했나 의심이 가는 상황이었다.
‘그럴 리가 없다.’
절대계에서 나타난 이후 최강의 자리를 내어놓은 적이 없는 황금의 절대자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흑염의 절대자도 파괴라면 혼자서도 충분한데 일부러 그럴 이유가 없는 것이다.
마수들이 뭉친 알 껍질 안에서 차원창세신 코아의 외침이 울린다.
“드디어 잡았다!
이···이거나 먹고 떨어져라!”
그리고, 바람의 절대자는 가슴 부위에서 따끔함을 느낀다.
핏! 사사사사사사사사(死死死死死死死)!
자신에게 비롯되었으나,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체에서 변형된 죽음의 기운이 심장에서 날뛴다.
자칫하면 즉사할 수 있는 순간이기도 했으나 지극히 태연한 바람의 절대자는 바로 투기제어를 걸어서 풀어버린다.
“···.”
극한의 수련으로 완성된 강력한 신체능력과 투기제어는 죽음의 기운을 응축을 완벽하게 해제하고 본래의 투기로 바꾸어 흡수한다.
심장에 남은 투기의 흔적과 가슴을 파고든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침투흔적을 파악한 바람의 절대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흠! 방식은 조금 다르지만, 결과가 이 정도면 아슬아슬하게 합격이군.”
꿀꺽!
들고 있던 술잔을 그대로 마시고, 차원창세신 코아가 들어있는 마수의 알을 쳐다보면서 일어선다.
“너무 요란스럽지만 축하한다.
너는 바람가의 혈족이 아니면서 가전 오의를 익힌 유일한 사례가 되었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투기의 바늘을 방출하면서 정신을 잃었는지 대답은 없었다.
그러자 바람의 절대자는 알의 형태를 확인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분명 흑염의 절대자님의 완결의 마수(完結의 魔獸)의 알이 맞다.
그런데 자기 힘으로 깨고 나오지 못하는군.
미완성에 반쪽이야.’
스스로 말하기를 자신의 권능들이 대부분 허접하기 짝이 없는 흉내라고 하더니 이것조차 똑같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내 죽음의 기운을 응축하는 황금의 불변(黃金의 不變)이나 방출할 수 있는 완결의 마수(完結의 魔獸)가 흉내를 낼 수 있는 권능이던가?
어이가 없군.’
끄르르르르르! 카아아아아아!
알 표면의 마수들의 머리가 바람의 절대자를 겁내지 않고 위협하면서 울부짖는다.
저 마수들이 가진 전력이 흑염의 절대자와 비등하다고 하니 움직이지 못하는 알의 형태인 지금만으로도 지극히 위협적인 권능이었다.
그러나, 투기의 흐름을 완벽하게 장악하는 바람의 절대자는 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흐음. 보호 수단으로 사용하는가?
알을 깨지 못하니 신체 회복이 끝나면 알아서 풀리겠군.
공격하거나 가까이만 가지 않으면 돼.”
숨겨진 힘을 기대했다가 갑자기 흑염권능의 정화라고 할 수 있는 완결의 마수(完結의 魔獸)가 튀어나오자 긴장했던 마음이 풀린다.
“방어라면 두려워하거나 경계할 필요가 없다.
나중에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만 해야겠어.
용신제는 이리로 오라.”
“예! 어르신!”
갑자기 자신을 부르자 상식을 초월한 존재감과 기세의 방출에 완전히 기가 죽어버린 용신제가 다급하게 달려왔다.
용신족의 황제라는 체면조차 깨끗하게 지워버릴 정도로 절대적인 오의와 무력에 굴복한 지 오래였다.
그래도 아직 체통을 지키기 위해서 무릎을 꿇지 않은 용신제에게 바람의 절대자에게 간단하게 말했다.
“너의 딸을 내 아이의 반려로 삼겠다.
차질없이 준비시켜라.”
“!!!”
두렵기 짝이 없는 파워 오브 엠블렘의 영웅신의 시험과 반려의 측정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더니 시련을 끝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아무리 심리적으로 굴복했다고 해도 사랑하는 딸의 장래였기에 억지로 입을 움직인다.
“후···후계가 없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의 아이가 감당하지 못할 것이니 대가 끊길 것입니다.”
바람의 절대자가 너무 강해서 후계를 만들지 못함은 비밀도 아니었다.
후계도 비슷한 상황이 올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바람의 절대자는 너무나 평온한 얼굴로 대답한다.
“곧 생길 것이다.
그리고, 내 아이는 나와는 다르다.
가문의 대를 끊으려는 바람가의 살기(殺氣)와 살업(殺業)은 나로서 끝낸다.
난세에 태어나 죽음의 길을 걸어야 했던 조상들과 나와는 달리 영구적인 평화의 시대를 물려줄 테니 상관없겠지.”
미래에서 이렇게 강한 창조신이 중위의 전사밖에 못 될 정도로 발전된다면 더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절대계의 창조주를 신속하게 쳐내고 통제권을 잡기로 완전히 마음을 정한 것이다.
다시 자리에 앉은 바람의 절대자는 술잔을 채우면서 나직하게 명령한다.
“내가 아이를 데려올 때까지 어떤 전쟁도 금지한다.
황녀에게 만약 문제가 발생하면 용신족과 관련된 주변 일족은 전부 멸족시키겠다.
특히 너희와 적대관계인 호신족에게 이 사실을 명확히 통보해라.”
“!!!”
드디어 멸족의 말이 나오자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용신제였다.
그러나, 바람의 절대자에게 한번 말한 일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기에 거절이나 반항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아무리 딸이 귀여워도 일족 전부를 희생으로 바칠 수는 없다.’
그런데 이게 갑자기 나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십중심! 그것도 파워 오브 엠블렘과 사돈을 맺는 일이잖아?
이 이상의 혼처도 없다.’
상대가 가진 터무니없이 거대한 힘과 위명에 질려서 두려워했지만, 잘하면 진짜 절대계 최강의 일족으로 거듭날 기회이기도 했다.
‘바람의 절대자에게 어떤 세력이나 일족이 없다.
만약 용신족의 황제로 바람의 절대자의 후손이 온다면 황금세력조차 두렵지 않다.’
급변하는 용신족의 표정을 읽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은 바람의 절대자는 어림도 없다는 표정으로 단정했다.
“사돈이 되었다고 내 아이를 이용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마라.
바람가는 영원히 무가(武家)다.
집단을 이루고 지배하면 개인이 약해지기에 세력은 만들지도 권력을 잡지도 않는다.
그리고, 모계(母系)는 어떤 결정권도 없다.
가문의 오의를 이을 수 있는 후계자만이 전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