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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차원창세신 코아가 메아리처럼 남긴 말에 지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이 끝난다.
“후! 후후후후후후! 상대의 피와 육체를 통한 마신황제의 ‘세계의 적’의 위치파악인가?
그거라면 절대계 어디에 있어도 추적을 피할 도리가 없지.
더구나 절대계 마신황제의 손에 내 피가 있다면 절대계의 암흑에서라면 어디 숨어도 헛일이 된다.
어떤 인식혼란을 걸어도 직선으로 추격해 오겠지.”
물론 차원창세신 코아는 절대계 마신황제가 아니다.
정확한 절대계의 구조도가 없으니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지만 차원권능을 생각하면 큰 제한이 아니었다.
실제로 한 번도 쉬지 않고, 절대계를 열 번이나 왕복해야 하는 초장거리 이동도 해내었다.
“차원권능을 가졌으면서 이제 어떤 인식혼란기능도 안 통하니 이제 직선이 된다.
더욱 수월하게 찾아올 것이 분명하다.
그때는 혼자도 아니겠지.”
다른 십중심들을 앞세워서 찾아오면 아무리 자신이라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이렇게 되면 마음 편한 은거는 완전히 끝장이었다.
“설득은 처음부터 없었구나.
처음부터 나의 혈액이나 신체 조직이 목적이었어.
이러면 내가 당했다는 뜻인가?
음흉한 흑염이 왜 아무 이득도 없는 반란에 가장 먼저 참여했는지 이해가 안 갔는데 이제야 알겠군.
이렇게 당했구나.”
절대계에서 십중심으로 인정받으면 창조신장이나 마신황제조차 눈치를 보게 된다.
그러니 이렇게 대놓고 약점을 물어뜯는 경우를 준비했을 리가 없었다.
“십중심에게 협상이나 말보다 일단 약점에 바로 실력행사라니?
이런 존재가 있다고 누가 생각했겠나?
덕분에 아주 멋지게 당했어.
후후후후후후후후후!”
한참을 웃던 회색의 절대자는 회색 로브를 다시 꺼내입고, 차원 문이 있던 자리를 보았다.
직접 보지 않았다면 모를 정도로 어떤 공간권능으로도 추적할 수 없을 정도로 감쪽같은 차원 이동이었다.
“철저하게 최소한의 흔적만 남겼다.
여기에 차원권능으로 반대편 좌표까지 모두 지워서 공간이동으로는 추적은 무리다.”
차원문이 있던 지역을 다시 확인한 회색의 절대자의 표정에서 웃음이 떠오른다.
“이렇게 너의 모든 패를 보았으니 그럼 이제 나의 차례인가?
이 신체는 아까우니 그 피는 회수해야 하겠다.”
나직하게 영창을 시작한다.
“정보행성 이데아여.
절대계의 모든 지식과 지혜를 기록한 현자의 도서관이여.
너의 주인을 받아들이라.”
명령어와 동시에 백금빛으로 빛나는 표면을 가진 거대한 금속 행성의 그림자가 회색의 절대자의 머리 위에 떠오른다.
“이데아 접속.
세상의 지식과 지혜는 모두 나의 것이다.”
긴 회색 머리카락이 정보행성 이데아의 그림자에 연결되듯이 하늘로 치솟고, 무지갯빛이 머리카락을 통해서 회색의 절대자에게 쏟아지면서 연결을 시작한다.
그리고, 명령어가 입력된다.
“차원권능 열람개시.
발견
인스톨!”
그 말은 그대로 이루어졌다.
정보행성 이데아에 저장되어있던 차원권능이 황금빛으로 빛나면서 그대로 회색의 절대자에게 전달한다.
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회색빛의 머리카락이 일순 황금빛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원래의 색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눈동자에 감도는 황금빛의 정체는 차원권능이었다.
순식간에 차원권능을 익혀낸 회색의 절대자는 방금 차원창세신 코아가 도주한 차원 문을 쳐다보면서 명령한다.
“이제 내가 새로운 주인일지니 다시 열려라. 차원 문.”
차원창세신 코아는 분명 차원 이동의 흔적을 지웠다.
그러나, 회색의 절대자가 이제 가지게 된 차원권능은 그보다 상위였다.
단숨에 현재에 묶어놓았던 시간과 공간을 조정하느라 약간의 저항이 발생했으나, 그대로 다시 개방을 시작한다.
기기기기! 기기기긱!
혹시나 해서 남겨 놓은 차원창세신 코아의 차원권능이 저항했으나 강제로 열리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강제로 열린 차원 문을 쳐다보면서 중얼거린다.
“마신황제의 ‘세계의 적’의 설정도 완벽한 것이 아니다.
그 피를 흡수한 신체를 갈가리 분쇄하고, 완전히 소멸시키면 끝이다.
어디에 숨거나 도주해도 차원권능으로 반드시 찾아내 주마.
그리고, 이제 봉인의 자비 따위는 바라지도 마라.
현자의 은거를 방해한 죄는 아주 무겁다.”
느긋하게 뒷짐을 쥔 자세로 차원 문이 완전히 열리기를 기다리면서 전신에서 일어나는 은은한 살기를 숨기지 않는 회색의 절대자였다.
억지로 차원 문이 열리는 여파와 차원권능의 강대한 존재감은 차원 통로를 통해서 도주 중이던 차원창세신 코아와 여마신왕들에게도 전해진다.
파아아아아! 끼이이이이이익!
“!!!”
“!!!”
차원창세신 코아는 갑자기 또 다른 차원권능이 튀어나와서 간섭을 해오니 놀랐지만, 이동을 멈추지 않는다.
회색의 절대자 싸우면 이런 상황을 맞게 된다는 사실을 예상했기에 되돌아가서 무슨 일인지 확인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이건 나보다 상위의 차원권능이다.
구현자는 분명 일대 회색의 절대자겠지.
역시 십중심의 현자답다.
못 하는 일이 전혀 없구나.’
엄청난 수련으로 익혀낸 차원권능보다 분명 상위였지만 억울하지는 않았다.
‘절대계의 모든 정보를 가진 정보행성 이데아를 가진 회색의 절대자와 싸우면 누구든 이렇게 모든 밑천이 털린다.
차원권능도 그렇게 익혀내었겠지.’
상위의 차원권능의 추적을 떨굴 방법은 없었다.
직접 만든 차원이동 통로가 회색의 절대자의 엄청난 차원권능으로 통제를 빼앗기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약간 무리하면 바로 차원 통로를 붕괴시킬 수 있어 보이는데 느긋하게 쫓아오는 이유도 짐작했다.
‘단숨에 잡을 수 있는데 더욱 발버둥을 치도록 위협하면서 사냥을 하고 있다.
과학자의 호기심과 학자의 지식욕이겠지.
회색의 절대자가 내가 가진 권능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동안은 안전하다.
그러나, 더 보여줄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말소하려고 들겠지.’
자신도 현자였기에 왜 사냥감 몰듯이 존재감을 피우면서 천천히 추격하는 이유를 바로 알아챈다.
대응도 준비되어 있다.
‘최대한 빨리 이동해서 신기를 완성해야 해.
그리고, 더는 차원 이동을 써서는 안 된다.
나의 차원권능을 전부 파악 당하면 진짜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대충 어떤 상황인지 파악이 되어서 사색이 된 차원창세신 코아는 차원 문을 닫고서 근처의 신계로 빠져나간다.
그리고, 신계로 강하하여 초장거리 공간 이동소를 향해 내달렸다.
“무슨 수를 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회색의 절대자가 차원권능으로 추적해온다.
이제 차원 이동을 쓰면 목적지까지 들킨다.
이대로 달려서 간다.”
그 말에 여마신왕들은 당황해하면서도 물었다.
“황금세력의 본부로 가시는 것이 아닌가요?”
차원 문을 닫기 전에 차원창세신 코아가 본부에서 뵙겠다고 외친 말이었기에 당연히 그쪽으로 가는 줄 알았던 그녀들이다.
그러나, 차원창세신 코아는 전혀 생각이 달랐다.
“상대의 피를 통한 마신황제의 ‘세계의 적’의 탐지능력도 신체만 소멸시키면 끝이다.
회색의 절대자라면 억지로 황금세력에 편입이 되느니 나를 소멸시키는 방법을 선택할 확률이 지극히 높다.
그리고, 자신을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보이면서 다시 은거하겠지.
다른 십중심 사장님이 누구 편에 설지는 명확하니 지금 이대로 가면 나는 반드시 끝장이 난다.”
“!”
여마신왕들도 분노한 회색의 절대자에게 잡히면 무슨 꼴이 될지 알기에 그 뒤를 다급하게 따랐다.
“그럼 어디로 가시는 거죠?”
회색의 절대자에게 안전한 장소는 절대계에 아무도 없었다.
십중심들이 차원창세신 코아를 위해서 회색의 절대자와 대립을 감수하면서 계속 보호해줄 리도 없다는 의견에도 이견이 없었다.
“이 사태를 벗어날 방법은 회색의 절대자의 위치를 어디에서든지 추적할 수 있는 신기를 만들어서 황금세력의 십중심들이 나누어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럼 나를 노려도 아무런 소용이 없지.
그런데 그걸 만들려면 회색의 절대자의 피만으로는 부족해.
거기에 나는 절대계의 마신황제와 창조신장이 아니다.
신기로 정확한 위치파악을 위해서는 이 세계의 완벽한 구조도가 필요하다!”
“그건 없어요.”
그녀들이 알기에 한없이 넓은 절대계의 모든 구조를 알고 있는 존재는 없었다.
창조주를 대리하는 증거로서 창조신장과 마신황제가 빛과 암흑으로 나누어서 절반씩 가지고 있다.
“그렇다!
절대계 마신황제와 창조신장에게서 구조도를 넘겨받아야 한다!”
“그걸 줄까요?”
아무리 차원창세신 코아가 다른 세계의 창조신장과 마신황제이면서 소마(笑魔)의 일로 어느 정도 신뢰를 쌓았다.
‘그런 보물과 같은 자료를 넘겨줄 리가 없어.’
그러나, 다음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내게 줄 수밖에 없다.
회색의 절대자의 피를 가지고 세계의 적의 탐지권능을 가진 내가 끝까지 안 잡히면 다음에 노리는 상대는 절대계 창조신장과 마신황제다.
세계의 존립을 위해서 소멸은 안 시키겠지만, 이그드라실로 영구봉인을 하겠지.
그걸 당하기 싫으면 내게 구조도를 넘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구조도를 얻어야지 반란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 기회에 확보해야 한다.”
“아하!”
이제 차원창세신 코아가 왜 이렇게 급하게 움직이는지 깨달은 여마신왕들은 다급하게 앞장서서 길을 열었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아무런 내색은 하지 않고 있지만, 이그드라실의 봉인을 마신황제의 광폭화로 깨부수면서 심각한 상처를 입은 사실을 파악한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상대가 아무리 차원권능의 흔적을 뒤쫓아 오고 있지만, 이렇게 직접 달리면서 신계를 이용한 초장거리 공간이동을 시도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비키거라!
이건 비상이다.”
“신계 자아는 빨리 초장거리 공간이동을 준비해라.”
여기는 황금세력이었고, 소마(笑魔)가 가세한 이상 여마신왕들의 직위는 주신 정도인 신계 주신보다 높았다.
“차원창세신 코아님의 신력을 확인하였습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좌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차원창세신 코아가 같이 다닌 여마신왕들은 차원권능의 무서움을 너무나 잘 알았다.
절대로 추격을 멈추게 할 수는 없지만, 늦추는 방법은 알았다.
“절대계 중앙지역에 있는 신계를 향해서 무작위로 좌표 설정을 해라.”
“그리고, 바로 도약기록을 지워!”
여마신왕들이 신계 자아에게 직접 내린 명령은 바로 반영이 되어서 초장거리 공간이동 준비가 되어간다.
힘껏 달리면서 ‘세계의 적’의 신기를 만드느라 여력이 거의 없는 차원창세신 코아는 이런 조치에 고마움을 느끼면서 의문에 빠진다.
‘역시 부하가 있으면 편하기는 하군.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회색의 절대자가 이런 고위의 차원권능을 익힌 거야?
분명 아까는 그런 기미가 전혀 없었는데?
그리고, 나는 어떻게 이그드라실의 봉인을 내부에서 깼지?’
기습을 받아서 이그드라실의 봉인에 갇힌 순간 의식과 신령이 강제로 분리되는 감각을 느끼면서 기억이 흐릿해졌다.
그리고, 그 이후에 기억하는 일은 전신에서 품어지는 황금빛 투기의 소용돌이가 전부였다.
‘그건 은하유성의 투기 폭풍이었어.
내 은하유성이 이그드라실의 봉인을 내부에서 파괴할 정도로 강했던가?
그럴 리가 없다.
그랬다면 마신황제와 공멸하지 않고 한방에 끝장을 낼 수 있었다.
그럼 다시 만든 이 신체에 아이언 시절에 쌓았던 투기와 초월자의 성취가 완벽하게 발휘되고 있는가?
신체가 정상이었다면 투기만으로 나는 이렇게 강할 수 있었는가?’
최악의 상태로 이계의 과거로 떨어져 유모들의 비협조로 영양실조가 걸려서 초월자로 끝난 현세계의 아이언 시절을 다시 떠올린 차원창세신 코아는 쓰디쓴 미소를 지었다.
다시 생각해도 씁쓸한 기억이었다.
‘후후후! 전부가 아니라도 좋다.
지금의 절반 정도의 몸 상태였으면 그렇게 힘겹게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쉬움과 미련만 남던 현세계에서의 삶을 떠올린 차원창세신 코아는 다급하게 초장거리 공간 이동소가 열어놓은 공간문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이동함과 동시에 시설을 폭발시켜 버린다.
망연자실해 하는 신계 주신에게 위로의 한마디를 남긴다.
“손해배상은 나중에 본부에서 보내주마!
아니다.
뒤에 쫓아오시는 회색 사장님이 복구해주실 거야!”
“잠…잠깐만! 이 시설을 전부 파괴하시면 안 됩니다!
안 된다고요!
으아악! 차원창세신 코아님!”
설마 아군이 신계의 가장 중요한 시설을 파괴할 줄 몰랐던 신계 주신이 너무 놀라서 막기도 전에 산산이 분쇄되는 초장거리 공간 이동소였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앙! 꽈아아앙
하늘 높이 치솟는 연기와 파편이 가라앉기 시작하자 뒷짐을 쥐고서 회색의 절대자가 차원 문을 열고서 천천히 걸어 나온다.
그의 온 몸에는 차원권능의 황금빛이 온몸을 휘감고 있었다.
파아아아아-!
도착한 곳이 황금세력의 신계임을 확인하고, 전 지역을 차원권능으로 파악하여 차원창세신 코아와 여마신왕들의 흔적을 추적한다.
그런데 당연히 있어야 할 차원권능의 잔류반응이 없자 혀를 찼다.
“쯧! 직접 이동하고 있군.
이제 차원권능을 쓰지 않는가?
내가 차원창세신 코아의 차원권능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를 챘다면 참으로 영악한 놈이로다!
쉽게 파악이 되어서 죽기는 싫다는 뜻이겠지.
그러나, 이미 늦었다.
황금의 절대자가 직접 나선다 해도 너는 반드시 소멸시킨다.”
회색의 절대자는 느긋하게 탐색방법을 바꾸어서 그들이 직접 뛰어간 상황을 파악하면서 다시 뒤따른다.
“네가 그렇게 자랑하던 차원권능의 무서움을 실컷 맛보거라.
내가 너보다 상위의 차원권능을 가지고 있는 이상 어디로 도망가도 헛수고다.
시간문제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