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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1376화 (1,376/1,533)

<-- 자유(自由)와 통제(統制) -->

다시 순간 재생된 트로이의 목마의 함교에서 되살아난 총제독은 무너질 것 같은 정신을 추스르면서 전방을 주시했다.

육체는 완전히 정상이 되었지만, 지독한 멀미를 하는 것처럼 속이 뒤집히면서 정신이 다시 아득해진다.

“크으으으으!”

하늘과 땅이 뒤집히는 감각에 당장 의식을 놓고 싶었지만, 변신 전함을 박살을 내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다시 의지를 굳건히 한다.

그런데 아직 남은 사백 대의 레드 크림존이 트로이의 목마를 향해서 일제히 덤벼들자 기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헉! 이런 끈질긴!”

변신 전함을 부수었으니 이미 승리를 했다고 단정했는데 상대가 목만 남아서 덤벼들어왔다.

전력을 대부분 잃었지만, 기세만은 더욱 살아난 천재 조종사가 살기를 품어내면서 덤볐다.

“난 용자다!

절대로 안 끝난다.”

“머리만 남은 주제에 누구를 흉내 내는 것이냐!”

트로이의 목마의 엔진이 울부짖는 소리를 내면서 거대 레드 크림존의 머리를 물어뜯을 듯이 달려들었다.

히이이이이이! 구구구궁!

총제독의 눈은 아직 남아있는 레드 크림존 군대 사백대를 보고 있었다.

제어를 잃어서 멈추어있던 인형 병기의 군대가 가동을 시작해서 쇄도한다.

후방에 있는 함대들도 상황을 파악했는지 주포를 쏘면서 사력을 다해서 달려오고 있다.

‘낭패다!

설마 통솔기능이 완전히 무사하지는 않겠지?

빨리 이 머리를 부셔야 해.’

머리를 부셔야 하는데 겨우 응급처치로 만들어낸 추진기로 전투기에 버금가는 기동을 보이니 그렇게나 피하려던 난전은 피할 수 없어 보였다.

다급해서 외친다.

“이런 제길! 너는 잘 싸웠다.

그만 포기해!

변신 전함을 잃은 지금 너에게 승산 따위는 없다.

레드 크림존 군대도 가동한계가 다가온단 말이다.”

“닥쳐라!

네가 아무리 정신력이 높아도 반드시 한계가 있다.

계속 죽어라!

못 견디고, 정신을 잃으면 내가 이긴다.”

“!!!”

그 말 그대로였다.

아까는 일부러 오줌을 지려서 치매를 가장했지만, 지금은 진짜 흘릴 지경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었다.

총제독은 축축하게 젖은 바지의 느낌을 파악하고 나직하게 신음을 질렀다.

“크으윽! 언제 흘렸지?

이러다 진짜 똥까지 싸겠군.”

설마 변신 전함을 잃었는데도 이렇게까지 지독하게 달려들 줄 몰랐던 총제독은 당황해하다가 웃었다.

“크크크크크! 원래대로라면 그럴 나이가 되기는 했지.

성인용 기저귀가 열 개에 얼마더라?

오줌싸개가 되었는데 똥싸개도 상관없지.”

이제 자신이 견디기만 하면 이기는 승부였다.

처음의 절망적인 성능 차이에 비하면 싸울만했다.

“얼마든지 죽여봐라.

견디어 주지.”

“그럴 생각이다.”

거대 레드 크림존의 머리가 전투기처럼 기동하면서 빔 포를 쏘아서 트로이의 목마의 함교와 총제독을 날려버린다.

파파파! 투하하!

트로이의 목마는 유선 해킹을 위한 육전형의 기동 병기였기에 이런 전투기의 원거리 공격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또 죽어서 아득해지는 정신 속에서 투덜거리는 총제독이었다.

‘하필이면 마지막 변화가 이런 소형 기동병기라니?

지독하게 걸려들었다.

이러면 트로이의 목마는 아무 대항도 하지 못해.

그래서 추가 생산도 중지가 되었지.’

적을 제압할 충분한 호위함대가 있으면 유선 해킹을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단독으로 돌파하기에는 지금처럼 소형 전투를 대처할 방법이 없으니 폐기가 된 것이다.

그렇게 급소를 찔린 트로이의 목마를 구하기 위해 도착한 신의 함대와 레드 크림존 군대가 정면충돌을 시작한다.

제독들도 필사적이었다.

“승리가 눈앞이다”

“총제독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마라.”

이미 레드 크림존들은 함대의 진형 안으로 깊숙이 침투했다.

아군 함대 때문에 전함의 장기인 집중포화를 쓸 수 없는 상황인데 제독들은 더욱 과감해졌다.

인형 병기의 장점인 회피기동이 전함의 진형이라는 장애물에 걸려서 제한됨을 파악한 것이다.

“이건 기회다!”

함대는 진형을 무시하면서 아군의 격침도 서슴지 않은 물불을 가리지 않은 포격전을 시작했다.

“어떻게든 한 대라도 잡고 죽어!

그럼 적은 줄어든다.”

“무조건 쏴라!

우리는 부활해서 그대로다.”

파아아아아! 꽈아아앙!

함대에 막혀서 회피기동이 제한을 받은 레드 크림존 군대가 하나둘 격추되기 시작한다.

더구나, 전함의 강렬한 폭발은 인형 병기의 약한 방어막과 구조를 와해하면서 피해를 누적시켰다.

여기에 서서히 떨어지는 에너지도 치명적이었다.

인형병기의 최악의 단점인 약한 내구성과 지구력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투하하! 투하하!

그러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레드 크림존의 저격 소총이 불을 뿜을 때마다 한 척의 전함이 불길에 휩싸여서 격파된다.

처음 죽음을 맛본 제독이 외치는 비명이 함대의 통신망을 울린다.

“으아아!”

“크아아!”

전함이 파괴되면서 육체가 산산이 으깨지는 처참한 고통 속에서 지르는 절규는 끔찍해서 당장 전투를 중지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기기 위해서 몇 번이나 자청해 죽음을 감수한 총제독 때문에 그럴 수가 없다.

“버텨라!

총제독님은 열 번을 넘게 죽음을 견디어 냈다.”

“연합의 군인으로서 근성을 보여라!

제국군에게 밀리지 마라!”

투하하! 구구궁! 카아앙!

신의 함대가 순간 재생되면서 다시 물불을 가리지 않는 포격을 퍼붓는다.

그러자 사백 대가 넘던 인형 병기가 서서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전함과 인형 병기가 서로 파괴되는 그 모습을 본 아이언은 그제야 손뼉을 쳤다.

짝짝짝짝짜짝!

이제야 원하던 장면이 나온 것이다.

“저 정도면 진정한 용자들이로다.

저들을 상대로 끝났다고 방심하면 당하지.”

아이언의 말에 지성체들의 과학 문명과 용자라고 불리는 끈질긴 존재들에게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는 몇몇 고위신들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의지를 교환한다.

‘변신 전함이 적당히 강하고, 결국에는 부서집니다.’

‘아주 괜찮은 통제수단이로군요.’

‘직접 나서서 명예를 더럽힐 필요가 없겠습니다.’

항성계를 넘어서서 성단을 지배할 정도의 과학 문명은 상당히 까다롭다.

하위신이 다스리는 천족과 마족의 지배에 반란을 일으키면 토벌이 힘드니 주신 이상의 고위신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데 이게 심각한 문제였다.

‘그럼 학살이 벌어지지.’

‘아무리 반란진압이라고 해도 대량살육이라는 사실을 변하지 않는다.’

지성체들은 자신들을 섬기는 신자가 될 수 있는데 전부 처단을 해야 하니 빛의 신으로서 불명예스러운 일이었다.

‘모든 과학 문명이 상대도 되지 않으면서 마지막 순간에 발악하듯이 용자들이 덤벼들었지.’

‘최종병기라고 불리는 거대 기계들의 대응도 귀찮아.’

어떤 과학 문명도 권능을 넘어서지 못하니 처단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변신 전함과 신의 함대의 최후 난전은 그들의 아픈 기억을 되살리고 있었다.

‘자포자기해서 행성파괴 무기를 사용하기도 하지.’

‘관리 지역에 심각한 피해를 주며 스스로 자멸하니 그게 가장 큰 어려움이야.’

정체 모를 강대한 존재에 대한 두려움으로 벌리는 지성체들의 어리석은 행위였다.

그런 면에서 저 변신 전함은 아주 안성맞춤이었다.

‘이제 직접 나설 필요가 없겠어.’

‘과학 문명으로 분석이 되니 두려워하지도 않겠지.’

‘저 변신 전함을 야망과 원한이 있는 지성체에게 주면 알아서 싸우다 자멸하겠군.’

지성체나 하위 초월자들의 반란진압용으로 이렇게 명확한 수단도 없었다.

아이언이 초월자 출신이라서 걱정을 했는데 지배자인 신족에게 무엇이 필요함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에 고위 창조신들은 안심했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잡혀있음을 파악한 아이언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잔을 높이 들었다.

“용기와 과학은 이제 모두 우리의 무기가 되었다.”

우리라는 말에 기꺼이 고위신들은 비었던 잔에 음료를 채웠다.

보통 초월자라면 비웃겠지만, 최강의 영웅신인 샤이니를 능가한 존재라면 의미가 다른 것이다.

“자아 건배를 하자.

신족에게 영광이 있으라!”

그 말에 모든 고위신들이 잔을 높이 들면서 외친다.

“신족에게 영광이 있으라!”

고위신조차 얼큰하게 취하게 만들 수 있는 보물과 같은 술이 돌면서 연회장의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아아아아아아!

천족이 연주하고 노래하는 찬송가가 울리면서 본격적인 연회가 시작한다.

그들에게 변신 전함과 신의 함대의 전투 결말은 이미 관심 밖이었다.

그리고, 전함의 포격에 당해서 급격하게 줄어가는 레드 크림존 군대가 드디어 에너지 고갈로 정지하기 시작하자 용자동맹은 침울해졌다.

“역시 안 되는가?”

“불사불멸(不死不滅)의 권능이 담긴 신의 함대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변신 전함이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신의 함대는 부수어도 원상복귀가 되면서 무장도 보충된다.”

“전함은 완전히 침몰해도 변신 전함에 상처만 입힐 수 있으면 결국 피해가 누적되어서 파괴된다.”

“이렇게 되면 이길 방법이 없다.”

자신들의 일반기체도 똑같은 불사불멸(不死不滅) 권능이 걸려있으니 이제야 얼마나 대단하고 무서운 힘을 가졌는지 깨달은 용자들이었다.

“똑같은 권능을 받은 영웅동맹만 상대하면서 몰랐는데 우리가 정말 무섭구나.”

“하고자 한다면 은하를 멸망시킬 수도 있겠어.”

머리만 남은 거대 레드 크림존이 악착같이 트로이의 목마를 파괴하는 모습을 숙연하게 쳐다보았다.

그 이후에 추가해서 트로이의 목마의 함교가 몇 번이나 파괴되었지만, 총제독은 항복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거대 레드 크림존의 머리도 활동한계를 맞이해서 멈추기 시작한다.

파파! 치이이잇!

긴급조치로 변형해서 만든 구조였으니 장기간 움직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비상전원이 고갈되면서 추진부에서 동력이 끊어지고, 계속 쏘아대던 빔 포도 움직이지 않는다.

슈아아아아! 스스!

이제 응답이 사라진 조종간을 천재 조종사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움직이기만 한다.

“….”

덜컥! 덜컥!

변신 전함과 레드 크림존의 군대가 궤멸을 당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은 어떤 피해나 상처를 입지 않았는데 이렇게 패배했으니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결국, 조종실의 빛조차 사라지자 메마른 웃음이 터져 나온다.

“푸후! 푸하하하하! 이게 무슨 꼴이야?

잘난 척 나섰다가 모두 말아 먹었잖아!

그때와 똑같아.

하하하하하하!”

너무나 공허한 웃음이었다.

그리고, 다시 멀쩡해진 트로이의 목마를 기계 몸에 달린 감각으로 노려보았다.

이제 연기가 아닌 진짜로 똥오줌도 못 가리면서 넋이 나가기 직전인 총제독이 보였다.

그에 비해서 자신은 너무나 멀쩡했다.

“이긴 너와 패배한 나의 차이점.

그건 승리를 위해서 무엇을 걸었나 인가?

나는 안전을 따졌는데 너는 처음부터 스스로 미끼가 되어서 위험에 빠졌어.”

만약 변신 전함이 처음부터 전면에 나서서 승부를 걸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트로이의 목마를 포획하면 총제독을 협박해서 승리를 얻을 수 있었다.

처음부터 목표를 잘못 잡았어.

정말 승리를 원했다면 노려야 하는 것은 총제독이 아니야.

신의 함대를 만들고, 권능을 유지해주는 저 가방이었어.’

총제독이 몇 번이나 정신의 한계에 몰리면서도 놓지 않았던 파란색의 가방이 보인다.

전함이 부서질 때마다 파란빛을 발산했으니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패배가 확정된 지금에서야 파악한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저 가방이 아마도 아이언님이 내린 신기겠지.

저것만 빼앗았다면 함대의 순간재생을 막을 수 있었다.

총제독이 가진 것이 아니라 다른 제독이었으면 바로 알아차렸겠지.

냉정했다면 바로 알 수 있었는데 복수심에 정신이 멀었어.’

후회가 밀려왔지만, 변신 전함과 레드 크림존 군대를 모조리 잃어버린 이상 끝이었다.

그리고, 나직하게 중얼거린다.

“다시 모든 것을 잃고, 남은 것은 이 몸뿐이로군.

용자왕님들도 이렇게 패배했으니 다시는 기회를 주지 않겠지.

천국 근무는 고사하고, 철의 요새에서도 추방되려나?

크크큭! 꼴이 좋구나.

지옥에서조차 패배해서 추락하다니 말이야.

끅!끅!끅!”

애써 울음을 참으려고 했지만, 입에서 새어 나온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과거에는 주변에서 천재라고 떠받들어 주니 좋아서 날뛰던 개망나니였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개조 인간이 되어서 전쟁터를 무보수로 떠돌던 용병이 되었다.

지금은 지옥에 갇힌 용자동맹의 용….”

거기까지 생각하던 천재 조종사의 눈빛에서 섬광이 발산되었다.

잠시 눈을 감고서 생각하던 그는 조종석에서 호탕하게 웃으면서 일어선다.

“푸후후후후후후! 그렇구나!

그랬어!

나는 왜 이렇게 어리석었지?”

꽈드드드드드드드!

전원이 끊겨서 조작이 중지된 조종석의 출입문을 그대로 뜯어버리고 밖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한다.

얼굴에는 환희가 가득 차 있었다.

“내가 아직 무사한데 뭘 절망하고 있던 거냐?

이 기계 몸과 나의 투지만 멀쩡하면 돼.

이상이 있을 수도 없는 몸이지만 말이야.”

기계 몸에서 강렬한 신력이 요동친다.

한없이 고양된 영혼은 엄청난 투기를 만들고, 기계 몸을 기계신으로 승화시킨다.

그 위력은 이미 물질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변신 전함과 레드 크림존 군대는 결국 내 도구다.

그리고, 원래 필요도 없었어.

이 기계 몸만 있으면 된다.”

거대 레드 크림존의 장갑판을 주먹을 휘둘러서 파괴해 버린다.

“이제 방해다!

지성체가 지휘하는 함대는 원래 내 적이 못 되었어!”

꽝!

레드 크림존 군대를 전멸시키고, 자신의 최후를 확인하기 위해서 가까이 다가오는 전함들을 향해서 몸을 날렸다.

“나는 용자동맹의 용자다!

모든 기계를 지배한다.

전함의 지배권과 그 가방을 빼앗아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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