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빛의 창조신으로서 가장 중요한 권능의 중점은 창조력이었다.
그리고 차원창세신 코아에 의해 완성된 차원권능은 일백 년을 일 초로 하는 시공간 조절능력까지 겸비하여 어떤 창조신도 따라올 수 없는 영역에 도달해있었다.
‘차원창세신 코아의 창조권능은 최고의 창조력이라는 십중심 대수(大手)를 제외하고는 비교할 대상이 없다.
그런 창조력을 겨우 이런 일로 약화를 시킬 수 없다.’
추가 타격을 넣지 못했고, 근원의 완전변신에 대해서 자료를 얻지 못한 사실이 아깝지만 여기서 만족해야 할 모양이었다.
‘일단 방해를 성공시키는 시범을 보이라는 의뢰는 성공이다.’
근원의 생체전기에 감전되어 마비되었던 최상급 창조신들이 아이언을 보고 다급하게 신체를 수습해서 일어선다.
재생을 아직 못해서 여기저기 신체가 탄 흔적이 보이자 아이언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해갔다.
‘마지막에 일을 망칠뻔한 이 병신들을 한 대씩 쳐서 이빨을 날릴까?’
잠시 팰까 생각하던 아이언은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
‘작전이 끝났는데 쓸데없이 군기를 잡을 이유가 없다.
이들의 방해결계로 한 명의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를 정기고갈로 몰아넣었다.
요령을 알았으니 이제 이들만으로 할 수 있겠지.’
뒤를 이어서 우르르 몰려오는 고위 창조신들의 눈에는 패배감 대신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보였다.
실질적으로 상급 창조신 하나와 일반 창조신 열 명이 성공시킨 일을 백배가 넘는 전력으로 못할 수는 없다.
‘요점은 요령과 의지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성공시킨다는 의지만 있다면 무조건 성공할 일이다.’
아오 시바가 겨우 목숨을 붙인 다섯 명을 어느 정도 회복시켜서 달려온다.
그들의 뒤로는 창조신계의 정식 지원으로 찬란함을 더한 스물여섯 쌍의 빛의 날개가 휘날린다.
‘아쉽게도 죽은 수련생들은 신계의 부활실로 이동되었지만, 살아남아 성공시킨 존재들은 대가를 받았군.’
최고위 창조신이자 교관으로서 아주 좋은 성과였다.
그러나 흑염 세력을 너무 궁지에 몰아넣은 점이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너무 잘했나?
이제 흑염 세력이 어떻게 나올까?’
자신도 차원권능을 완전히 뜯어고치기 이전에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기에 그냥 넘어가는 아이언이었다.
‘그렇다고 두려워할 점은 없다.’
지금은 뒤늦게 초장거리 공간이동으로 달려와서 최상급 창조신들이 무사함을 확인하고 기뻐하는 최고위 창조신들을 쳐다볼 뿐이었다.
이때만큼은 어떤 창조신도 아이언이 초월자 영웅신이라는 출신은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드디어 확실히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섰나 보군.’
자신을 둘러싸고 환호하는 창조신들을 본 아이언의 내심은 복잡했다.
‘진리님에게 칭호로 바뀔 때까지 근원이 변신했다는 기록이 없다.
이것도 나 때문인가?
이러면 그렇게 쉽지는 않을 텐데 말이야.’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적당히 받아주고 다시 수색을 시작하게 한 아이언은 아오 시바와 수련생들을 데리고 복귀를 했다.
그런데 아오 시바의 중앙 신계로 이동한다.
“저기? 아이언님. 왜 또 제 신계로 가시는 겁니까?”
드디어 아이언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고 좋아했던 아오 시바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피식 웃으면서 대답하는 아이언이었다.
“풋! 지금의 너와 대련할 생각은 없으니 안심해라.
네가 아주 위험한 상태라서 도와주려고 그런다.”
“예?”
“흑염 도적단에게 흑염 깃발을 찢어서 찍힌 것이 기억이 안 나느냐?
물론 저 은하계에서 차원결계 때문에 나올 수 없다.
하지만, 혹시 모르지.”
“!!!”
그 말을 듣자 자신을 반드시 소멸시키겠다고 미친 듯이 달려들던 무서운 흑염 세력의 모습이 생각이 다시 났다.
극복했다고 생각했는데 변신한 근원의 모습을 생각하자 저절로 몸이 떨려왔다.
부르르르르-!
‘신격은 자신이 위라서 살았지만, 타락한 영웅신의 저력을 다시 판단하게 하는 끔찍한 집중공격이었다.’
더구나 두목인 근원에게 통째로 먹힐뻔한 기억에 소름까지 오싹 올라온다.
그런 아오 시바의 상태를 알고서 아이언은 평온한 어조로 말한다.
“너는 지금 거의 정기가 고갈되어서 가장 약한 상태다.
신게에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대응을 할 수 없으니 회복하기 전까지 보호를 해주마.”
“감사합니다!”
신계 주신이 약화 되면 아무래도 크게는 반란이 일어나던가 작으면 소요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아이언님이 머물면서 나를 지지한다면 편하게 회복에 전념할 수 있다.’
이번 일로 최고위 창조신의 수좌까지 일시적으로 맡았던 아이언에게 거스를 존재가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 대화를 하면서 이동을 하는데 그 뒤를 따라가는 다섯 명의 수련생들의 표정은 완전히 팍 죽어있었다.
살아남은 수련생 다섯 명이 정말 창조신계로 임관되어서 떠났는데 죽었던 자신들은 남겨진 것이다.
‘실패했어.’
‘앞으로 그 끔찍한 대련을 다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절망스러울 뿐이다.’
그런 기색을 읽은 아이언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이들의 공도 컸다.
“아쉽게 성공은 못 했지만, 너희도 잘했다.
약속이 있어서 임관 명령서는 다시 못 써준다.
하지만, 임시 수료증은 주겠다.”
그 말에 화색이 돌은 수련생들에게 바로 임시 수료증을 써서 넘겨주는 아이언이었다.
“임시 수료증을 받은 수련생에게 시험 자격을 부여할 테니 창조신계에 정식으로 임관시험을 요청하도록 해라.
시험에 떨어져도 다시 올 필요는 없으니 집에 돌아가서 개별 수련을 해도 좋다.”
흑염 세력과 정면 승부를 겨루고 살아남으라는 임무에 실패했지만, 대신 임시 수료증을 주어서 창조신계에 임관할 수 있는 시험을 보게 해준다는 뜻이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추천이나 명문 일족의 의지로 결정되는 창조신계로의 임관이기에 시험자격 자체가 굉장한 큰 권리였다.
‘이러면 일단은 수료했으니 일족에 돌아갈 수 있다.’
‘대련에 통과했으니 돌아갈 명분이 생겼다.’
‘창조신계의 시험에 설사 떨어진다고 해도 이거면 어느 정도 통하겠어.’
물론 막 대들었다고 화가 단단히 나서 자신들을 추방한 오리진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임시 수료증이 어디까지 효과를 볼까?’
‘인정을 못 하겠다고 난리를 치지 않을까?’
그런 불안한 기색을 읽은 아이언은 피식 웃으면서 말한다.
“풋! 최고위 창조신인 내가 수료를 인정하고 시험을 보라고 했다.
그런데 인정을 못 하거나 안 하겠다면 나와 싸울 각오겠지?”
“!”
은은한 투기를 뿌리는 아이언의 뒷모습에서 섬뜩한 느낌이 몰려온다.
탄핵했다고 주변 상급 창조신을 쳐죽인 사실이 새삼스럽게 뇌리에 떠오르는 수련생이었다.
그 뒤를 이어서 공간통로를 은은하게 울리는 아이언의 신언은 장엄하기까지 했다.
“권력은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이다.
최고위 창조신인 나의 지시를 어길 수 있는 것은 창조신장 외에는 없다.
그 밑은 내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
상위자의 명령에 하위자는 복종해야 한다.
‘맞는 소리이지만 실제로 그렇게 움직이지는 않는다.’
하위자가 뭉쳐서 조직을 만들어서 대항하거나, 상위자가 바로 위 상위자의 신뢰를 받지 못하거나 무능하면 무시를 당하기 일쑤다.
수련생들이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그 점이었다.
‘초월자 출신의 최고위 창조신의 명령이라면 오리진들은 어떻게든 하지 않으려고 하겠지.’
오리진들의 자존심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하다.
그런데 아무리 영웅신이라고 해도 초월자의 명령을 들을 리가 없었다.
거기까지 속마음을 읽은 아이언은 다시 내용을 추가한다.
“너희의 복귀를 오리진들이 도저히 인정하지 못하거나 창조신계가 시험을 치러주지 않겠다면 돌아와라.
그다음에는 내가 나선다.”
아이언이 직접 나서겠다고 공인한 이상 누구도 반대할 리가 없었다.
흑염 도적단의 방해 임무에 실패한 것과 같은 자신들에게 이런 배려를 해주다니 저절로 고개가 숙어지는 수련생들이었다.
“감사합니다! 아이언님!”
그렇게 아오 시바와 수련생들을 정리한 아이언은 얼음궁전에 도착하여 자신의 중앙신계에 연락을 했다.
분명 은하유성 수련행성(銀河流星 修練行星)을 완공하면 바로 돌아오겠다던 아이언이 복귀하지 않자 당황했던 워터 문이었다.
그러나 아이언이 흑염 도적단을 다시 한번 토벌한 내용을 이야기하고, 대가로 얻은 신계의 잔해를 전부 삭월(朔月)의 시즈지에게 넘기라는 명령을 하자 빠르게 대답한다.
“이미 신계의 잔해들은 모두 삭월(朔月)의 시즈지님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순조롭게 재생 중입니다.”
“좋아.”
이제 워터 문은 길게 이어지는 아이언의 설명과 지시를 듣기만 한다.
주된 내용은 의뢰 중 자신의 명령을 받은 상급 창조신이 심각한 부상이니 회복할 때까지 돕겠다는 뜻이었다.
“이런 이유로 여기서 머물러야 할 것 같다.”
“알겠습니다.”
이야기를 전부 들은 워터 문은 불안해하는 주변을 이해시킬 자신이 생겼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추가 보고를 했다.
“은하제국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에메랄드 여왕에게 넘겨주신 해적들이 풀려나서 소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뭐라?”
아이언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진다.
‘에메랄드 공주가 정식으로 프롬 여제의 후계자가 되었으니 인질과 다름이 없게 된 해적들을 봉인구에 담아서 넘겨주었다.
분명 초월자가 되거나 비슷한 초능력 수준이 안되면 그대로 봉인하고 교육하라고 했을 것인데?’
그런데 거기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뜻이었다.
‘해적 두목은 에메랄드 공주가 사모하는 남자다.’
그래서 제대로 교육을 하지 않고 풀어줄 거라고 예상은 했는데 너무나 빨랐다.
‘우주 해적들의 성향을 보아서는 결코 은하제국에 이익이 될 일을 할 리가 없다.’
그러나 지옥을 경험하고 최하급 초월자가 되어서 정신체 세계의 맨 밑바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조용히 살 줄 알았는데 또 날뛰는 모양이었다.
“그것들이 무슨 짓을 했지?”
아이언의 은은한 노기에 워터 문은 조심스럽게 보고를 이어갔다.
“우주 해적들이 지성체들에게 아이언님과 신족의 존재를 공표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가족들이 납치당한 초능력자와 기계 인간들의 해방을 황궁 앞 광장에 모여서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가족들로 인하여 소요가 전 은하로 퍼져나가는 분위기입니다.”
이게 무슨 뜻인지 잠시 생각을 한 아이언은 피식 웃으면서 얼굴을 풀었다.
“훗! 정보공개와 시위?
아무 문제도 아니지 않은가?
내가 복귀하면 해적들은 다시 잡아들이겠다.
그리고 은하제국의 시위는 내버려 둬.
프롬 여제가 알아서 처리할 것이고 일백 년 정도 지나면 조용해지겠지.”
창조주를 대신하여 영혼을 관리하는 지옥과 천국을 주관하는 신계 주신에게 지성체들의 시위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은하제국을 뒤흔드는 대규모 반란이 아닌 이상 개입할 의사가 없다는 아이언의 방침을 알기에 워터 문은 상세한 설명을 붙였다.
“저희에게는 아무것도 아닙니다만 지성체들에게는 골치 아픈 사태입니다.
행방불명자의 가족들이 필사적으로 달려들어서 수습이 안 되고 계속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워터 문의 거듭된 보고에 아이언도 심각함을 어느 정도 느끼고서 묻는다.
“프롬 여제는 어떻게 하고 있나?”
신족의 존재가 커질수록 여제의 권력은 적어진다.
그러니 어떻게든 숨겨야 했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돈과 건강만 바라는 지성체들의 기원을 지긋지긋하게 여기는 아이언에게는 오히려 편한 동업자였다.
“소요가 발생할 때마다 바로 진압하고 기억을 소거하고 있습니다.
우주 해적의 추적도 하고 있습니다만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우주 해적들을 흑염 세력과 비교할 수 없지만, 제국과 연방 사이에서 양쪽을 털어먹고 살던 무법자들이다.
더구나 지옥에서 단련이 되어서 강해진 초능력으로 은하제국의 함대를 농락하고 있다는 정보였다.
“에메랄드 여왕은 어떻게 하고 있나?”
함대의 여왕이라는 칭송을 받을 정도로 대규모 함대 운영에 특화된 에메랄드 공주였다.
‘은하제국의 총사령관으로서 수백만 대의 우주 전함을 손에 넣은 그녀라면 결코 해적들이 멋대로 날뛸 수 없다.’
프롬 여제의 뒤를 이을 여왕이 되었으니 정식 후계자인 크롬 공주가 있을 때보다 책임감이 있다고 생각해서 해적들까지 넘겨 주었다.
그러나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판단도 틀린 모양이었다.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감옥에 들어갔습니다.
프롬 여제의 만류를 해도 듣지 않는 모양입니다.”
“감옥에 들어가도 사고를 친 것은 해결하고 가야지.
아주 무책임하군.”
사랑하는 남자를 잡아서 사형을 시킬 수도 없고, 은하제국을 다스리는 여왕의 책임감을 견디지 못한 선택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이언으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에메랄드 여왕의 옆에 담당 천족과 마족을 대기시키고 있겠지?
연결해라.”
“알겠습니다.”
워터 문은 이번 사태해결을 위해서 빨리 아이언이 돌아오기를 원했지만, 아이언은 그럴 생각이 없다고 파악했다.
그래서 아이언의 말대로 대기시키고 있는 천족과 마족을 호출해서 화상을 보낸다.
치이이이이-!
화면에 아이언의 모습이 비치자 천족과 마족이 다급하게 엎드리면서 외쳤다.
“위대한 신족의 최고위 창조신이자 은하계의 신계주신이신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님에게 영광 있으라.”
“수고한다.
연결만 유지하고 물러나라.”
고개를 숙인 채로 천족과 마족이 다른 곳으로 사라진다.
그러자 아이언이 만들어 준 에메랄드빛의 전신 타이즈에 푸른 죄수의 복장을 한 에메랄드 여왕만이 남았다.
눈을 감고 침묵하면서 앉아있는 모습을 쳐다본 아이언은 나직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상황은 들었다.
해적들을 내가 넘겨주자마자 바로 풀어주었다고?
거기에 함대까지 준 모양이더구나.”
전혀 유아신답지 않은 침착하고 느릿한 말투였다.
눈을 감은 에메랄드 여왕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본 아이언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들은 나의 존재를 전 지성체들에게 공표했다고 하더군.
은하의 통일이 제국의 힘이 아닌 신족이라는 정체 모를 존재의 개입이라고 했겠지.
그리고, 갑자기 사라진 초능력자와 개조 인간들은 어딘가에 가두었다고 떠벌렸을 것이다.
내가 가둔 초능력자들의 가족들이 주도하는 시위가 전 은하에 퍼져나간다고 하던가?”
모두 사실이었다.
그래서 입술을 꽉 깨문 에메랄드 여왕이었지만 대화를 하고 싶지 않은지 눈을 뜨지 않는다.
아이언은 전혀 상관이 없다는 듯이 하고 싶은 말을 이어간다.
“초능력자와 개조 인간들의 가족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지.
그들이 돌아와야 다시 권력과 부귀를 누릴 테니 말이다.
내가 나서서 다시 잡아들인다면 바로 해결이 되겠지만, 해적들은 거기까지 생각하고 일을 처리했을 것이다.
아마 자신들의 희생으로 나의 존재를 공식화해서 고대 문명처럼 신족에 대한 반란을 일으키려 하겠지.
반대파들에게도 절호의 기회다.
정신체로부터 지성체의 자유와 독립을 쟁취한다는 명분은 은하제국을 와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