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 생존전략-1195화 (1,195/1,533)

<--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요구금액이 컸다.

‘비록 실속은 없지만, 최고위 창조신의 직위와 은하계의 지배권만으로도 엄청난 대가였다.’

‘여기에 정기까지 이렇게 많이 달라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하지만 당장 거부의 말은 떨어지지 않는다.

흑염 도적단을 일격에 날려버린 은하유성(銀河流星)의 수련방법이었기 때문이었다.

‘은하유성(銀河流星)은 행성 이상의 범위를 광역으로 파괴가 가능한 오의다.’

‘그것도 직격이 되면 최고위 창조신조차 무사할 수 없이 강력하다.’

‘현세계 투기를 사용하는 오의 중에서 이 이상이 없다고 생각이 들 정도의 위력이었다.’

창조신장은 일백조라는 청구액이 적힌 서류를 던져버리고 싶었지만, 내용을 다시 확인한다.

보고서는 이상할 정도로 상세했다.

아이언이 강한 이유를 알 방법이기에 우주신들도 사양하지 않고 서류에 빠져들었다.

‘창조신계의 계측 한도량을 초과하는 물리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수련시설이 행성 규모로 지어져야 한다.’

‘세계수의 수액 이상의 정기 농도를 가진 회복제가 거의 바다로 만들 정도로 필요하다.’

‘여기까지는 아이언의 강함을 보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보고서가 제시한 수련시설을 통해서 얻은 신체 능력의 상승 폭은 실로 놀라웠다.

미래만 생각하면 창조신계의 전력을 동원해서 최우선으로 만들고 싶을 정도였다.

‘잘하면 아이언과 같은 수준의 투기 사용자를 양산할 수도 있다.’

‘그러면 흑염 도적단과 같은 사태가 또 벌어져도 바로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수련자의 조건을 보고 모두 기가 막혔다.

‘한계를 넘는 타격을 받고도 견딜 수 있는 강력한 신체.’

‘치명적인 상처를 입어도 즉시 치유하는 회복력과 더욱 강화하는 적응력.’

‘그리고 신체가 조각이 나는 상황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죽음을 거부하는 불굴의 의지.’

간단하게 정리하면 자신의 신체 방어력을 뛰어넘는 타격을 받아도 살아남아서 스스로 치료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창조력이 강한 신족은 많으니 찾아보면 있겠지만 제일 마지막 조건이 문제였다.

‘신체가 산산조각이 나는 죽음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창조신장이 보기에도 어처구니가 없는 도전자의 자격이었다.

거의 동시에 창조신장과 우주신들을 보고서를 내려놓고 침묵에 들어갔다.

그리고 아이언이 제시한 수련시설의 모양을 상상해 간다.

우우우우우웅-!

그것은 거대한 기둥들로 만들어진 거대 행성이었다.

행성 전부가 산맥 같은 원형의 기둥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기둥들은 절대로 파괴되지 않게 상위 권능이 담긴 특수재료로 만들어진 원뿔꼴의 망치였으며 날카로운 끝은 행성의 중심으로 향한다.

솨르르르르르-!

행성의 중앙은 죽은 신체도 살려내는 고농도의 정기가 집중된 회복제의 바다였다.

그 중심에 은하유성(銀河流星)의 신체 강화에 도전하는 도전자, 즉 아이언이 서 있다.

몸 전부를 뾰족한 바늘들이 둘러싼 바늘들은 산맥 크기의 기둥의 무게를 더해서 어떤 신체도 견디지 못할 타격을 줄 수 있었다.

뽀르르르-!

회복제의 바닷속에서 아이언의 입이 열리면서 명령을 내린다.

“신체 강화를 시작하라!”

행성의 기둥 망치들이 진동한다.

그리고 일제히 아이언의 몸에서 멀어지면서 뒤로 밀려났다.

드드드드드드-! 우우우우우우웅-!

산맥 크기의 기둥들이 하늘로 치솟으면서 행성의 크기를 순식간에 두 배 이상 커 보이게 했다.

긴장의 기색이 역력한 아이언이 양손을 하늘로 뻗어서 무방비한 준비자세를 취한다.

그러자 기둥들이 일제히 밑으로 내리꽂혔다.

꽈꽈꽈꽈꽈꽈꽈꽝-!

행성 전부가 폭음에 휩싸이고 아이언의 몸에 수많은 거대 기둥의 바늘과 같은 끝이 박힌다.

보고서를 기초로 수련시설을 만들고 수련자에 자신의 신체를 가져다 놓고 상황을 상상하던 창조신장과 우주신들은 모두 신음을 질렀다.

“크흑-!”

“허억-!”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가쁜 숨을 질렀다.

자신의 몸을 거기에 가져다 놓고 예상한 결과는 즉사였다.

‘신체 전부를 산맥의 무게가 실린 바늘 끝으로 관통당한다.’

‘이러면 살 수 있을 리가 없다.’

특수재료로 만든 기둥의 끝은 어떤 신기보다 위력적이다.

그러니 창조신의 몸이라도 원뿔꼴의 거대 기둥들이 만들어낸 물리력에 의해서 파편 조각 하나도 남기지 않고 갈가리 분쇄되어 붉은 피로 변해 버릴 것이다.

후르르르르르-!

신령은 무사하나 신체가 핏물로 변해버렸으니 회복제의 바다조차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결국, 부활을 포기하고 회복제의 바다에서 벗어난다.

‘이건 수련장치가 아닌 자살장치다.’

‘그것도 전신에 구멍이 뚫려 분해가 된다.’

‘저렇게 죽기는 싫을 정도로 무섭군.’

이런 수련장치를 만든다고 일백조의 정기를 요청한 아이언이 제정신으로 보일 리가 없었다.

창조신장과 우주신들은 물끄러미 아이언의 얼굴을 다시 쳐다보았다.

살짝 고개를 돌렸고 투기로 약간 가려졌지만, 분명 아직 성장조차 하지 않은 유아신이었다.

그런데 스스로 이런 가혹한 수련을 하려고 하다니 이해하기 힘들었다.

‘본래는 한창 놀기 바쁠 유아신 시절인데 강해지기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가?’

‘강해지기 위해서는 위험과 무모함을 모른다.’

‘이것이 영웅신의 저력의 비밀인가?.’

‘아이언이 강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창조신장과 우주신들은 무엇인가 마음에 울렸다.

신족에게도 아이언과 동급의 영웅신이 두 명이나 있다.

‘샤이니와 브라이트가 가진 영웅신의 초월적인 힘을 부러워하거나 질시만 했다.’

‘하지만 그 힘을 얻기 위해서 어떤 수련을 했고 고통을 감내했는지 신경을 쓰지 못했다.’

영웅신이 왜 저렇게 강하지 의문이었는데 아이언이 내놓은 수련방법을 보니 알 수 있었다.

‘영웅신의 힘은 공짜로 얻는 것이 아니구나.’

‘어떤 재능이 있어도 상응하는 수련을 해야만 한다.’

‘모두 안다면 시도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시련이다.’

‘나조차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가혹하다.’

그런데 갑자기 소름이 쫙 올라왔다.

또 한 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흑염 도적단들은 모두 허계의 영웅신이다!’

‘그럼 그놈들도 이런 단계와 수련을 거쳐서 영웅신이 되었다는 뜻이잖아?’

‘만약 녀석들이 전력을 되찾으면 어떻게 이길 수가 있지?’

초월자의 영웅신이 되려는 수련방법을 정확히 알게 된 창조신장과 우주신들은 이제야 샤이니와 브라이트가 왜 그렇게 긴장을 했는지 깨달았다.

만약 흑염 도적단이 완전히 전력을 되찾는다면 끔찍한 사태가 벌어진다는 사실도 말이다.

‘아이언에 의해 본래 신체를 잃었어도 영웅신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타락한 영웅신의 굴레에서 벗어나서 더욱 강해질지도 몰라.’

‘최악의 경우 샤이니와 동급의 영웅신 오십 명이 반란을 일으키는 것과 같은 사태가 벌어진다.’

창조신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영웅신이 될 수 있는 정확한 수련방법이나 마찬가지인 은하유성(銀河流星) 수련 행성의 정기 요청서를 다시 펼쳤다.

‘영웅신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단 한 명의 의지 때문에 현세계가 뒤흔들리는 사태는 막아야 해.

역시 그것밖에 없다.’

창조신의 머리에 ‘초신양성계획(超神養成計劃)’이 다시 떠올랐다.

재능있는 유아신들을 영재교육을 통해서 전투력을 극대화한다면 영웅신의 전횡을 막을 수 있어 보였다.

‘이건 초신(超神)들의 수련시설로는 최적이다.’

그래서 수련 행성의 설치 비용과 회복제에 드는 비용을 하나하나 점검하기 시작했다.

“은하유성(銀河流星)의 수련장 건설에 오십조인가?

이건 혼자서 건설을 할 때 들어가는 비용이로군.

창조신들을 동원하면 절감할 수 있다.”

창조신장의 고민하고 조정하는 목소리가 알현실에 울린다.

당연히 거부하리라 생각하던 고위 관리신들의 얼굴은 확 검어졌다.

‘흑염 도적단에 의해서 발생한 피해를 복구한다고 여기저기 긴급 예산을 끌어쓰느라 난리다.’

‘이런 상황에서 설마 이런 황당한 요구를 들어주실 생각인가?’

‘초월자의 영웅신에게 왜 이런 대우를 하는 거냐?’

지금도 아슬아슬한데 일백조가 추가로 빠져나가면 창조신계가 그야말로 아수라장의 막장이 될 수 있었다.

‘잘못하면 창조신들의 봉급 지급도 못 해.’

‘우리 봉급부터 깎여나갈지도 몰라.’

하지만 창조신장은 골똘히 생각하면서 고민을 멈추지 않는다.

“회복제가 오십조인가?

주원료인 세계수의 수액은 전 신계에서 긴급 회수를 하면 가능하겠군.

가공은 관리신들이 하면 거의 비용이 들지 않아.”

일백조가 넘던 청구서의 요구액이 창조신계와 모든 신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협조하는 것으로 십조로 줄어든다.

이번에는 아이언이 당황했다.

‘갑자기 저게 왜 저래?

뭘 잘못 먹었나?’

초월자의 영웅신이라고 견제만 하던 창조신장이 이렇게 나오리라고는 생각도 못 한 아이언이었다.

‘은하유성(銀河流星)의 수련비용을 청구하면서 통과되리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단지 일부를 빌리거나 흑염 도적단과 최후 결전 때까지 직접 참전을 못 하는 명분을 얻을 정도면 충분했는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이다.

“이 정도로 가능하겠다.”

창조신계와 신족이 아이언을 위해서 총력을 기울이자 예산은 십조로 줄었고 시간도 절반 이상 단축이 되었다.

최종 수정을 끝낸 창조신장은 보고서를 다시 쳐다보고 예산을 몇 개 수정하고 고위 관리신에게 넘겨주었다.

“일단은 여기까지 소요예산을 줄였다.

이제 창조신계 전부가 가진 권능과 자원을 동원해서 비용과 소요시간을 다시 짜라.

차원결계를 펼치고 있는 위원회의 주신들과 정식 토벌단의 고위 창조신들을 제외한다.

그 외의 모든 창조신과 주신들을 동원하여 최대한 비용과 시간을 줄여서 완공시켜야 한다.”

“예. 알겠습니다.”

고위 관리신들은 도저히 이렇게 흘러가는 흐름을 믿을 수 없지만, 창조주의 대리인 창조신장의 엄명이었다.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관리신들이 물러나자 창조신장은 아이언을 쳐다보면서 말한다.

“예상했겠지만 지원하는 대신에 조건이 있다.”

그 말에 아이언의 표정이 환하게 바뀌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어지러워진 머리가 이러면 가벼워진 것이다.

“좋아!

합당한 대가라면 치르겠다.”

바로 나온 대답에 창조신장도 가볍게 웃었다.

‘하하! 유아신답게 겉과 속이 같구나.

처음에는 창조신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본다고 오해하여 괘씸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니야.

다른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 참으로 대하기가 편하군.’

그리고 이제 직접 견제를 할 필요가 없었다.

폭력으로 권위를 갖추어서 인망을 포기했으니 창조신장을 정치적으로 위협할 수 없게 된 셈이었다.

‘아이언은 이번 탄핵을 저지하면서 여기저기 무력을 사용하여 스스로 커다란 한계를 만들어 놓았다.’

창조신장으로서는 이제 아이언을 견제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영웅신이라는 무력이 필요한 시점이며, 앞으로도 유용할 것으로 보였다.

‘흑염 도적단을 토벌하면 다른 정신체들이나 초월자들의 혼란을 진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족의 군부를 통솔하여 위엄을 보일 존재가 필요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언만한 적임자가 없었다.

‘아이언은 인망을 포기하고 무력을 강조하면서 권력보다 개인의 강함의 추구가 우선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강대한 무력과 이번 일로 인하여 군신과 투신의 지지가 뜻밖에 높아졌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군부만이 지지하고 다른 처부에서는 아이언이라는 말만 들려도 경기가 들며 싫어할 정도였다.

이제 아이언은 샤이니처럼 창조신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을 정도의 거대세력을 만들 수 없으니 더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최고위 창조신들의 전횡에도 좋은 억제수단이 되겠지.

누구도 함부로 손을 댈 수 없는 신족 최고의 비밀병기 같은 존재가 된 셈인가?

정치에서 손을 떼고 수련과 실전에 집중할 수 있는 본인이 원하는 최강의 투신에 가장 효율적인 길이다.

이걸 알고서 했다면 대단한 것이고 몰랐다면 천성이겠지.’

더구나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뛰어난 직계인 아오 시바와의 일도 작용했다.

특별취급을 해주고 열외라는 배려를 주었으니 지원해 줄 사적인 이유도 충분했다.

‘서로 충돌해서 큰일이 날까 봐서 걱정했는데 그 아이만은 열외를 시켜주었다.

아이언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샤이니처럼 꽉 막히지 않았어.

최소한 협상할 수 있다.’

그리고 브라이트가 면담을 떠나기 직전 이런 사태를 예상한 것처럼 아무도 몰래 의지로 가르쳐 주었던 영웅신의 특성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영웅신은 먼저 배신당하지 않으면, 어떤 손해가 온다고 해도 신의를 지키오.

은혜와 원수를 반드시 갚지.

그러니 은혜를 베풀 기회를 놓치지 마시오.

절대로 배신하지 않을 아군을 얻게 될 것이오.

나처럼 말이오.’

무슨 뜻인지 몰랐다.

그런데 브라이트가 창조주의 면담을 가고 난 이후로 돌아가는 사태를 정확하게 예상하고 있다고 판단하면 모든 것이 들어맞았다.

‘관리하는 은하계가 완전히 정상화가 된다면 아이언이 부탁할 만한 일은 거의 없다.

지금이 그 기회로군.’

이상적인 우정과 협조를 보여온 브라이트와 샤이니 정도는 아니지만, 최소한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 수 있어 보였다.

“일차 조건은 은하유성(銀河流星)의 수련 행성을 다른 신족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