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아이언의 손이 빈 허공을 붙잡는다.
그리고 힘껏 움켜쥐었다.
우드드드드드득-!
공간이 일그러지는 소리가 울리면서 황금빛 투기가 온 사방을 불태울 듯이 일렁거렸다.
“돌아가기로 한 이상 현세계의 모든 명예와 부귀를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에게 준다!
그걸 위한 최강의 명예와 최고의 세력을 손에 넣는데 초월자들의 혁명이나 누구의 도움도 필요가 없다.”
그것은 각오였다.
유상전생(有償轉生)으로 인하여 아주 만만한 여기와는 달리 어마어마한 강자들이 날뛰는 힘겨운 미래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의지였다.
그리고 실익이었다.
“홀로 모든 것을 이루어서 나의 이름을 현세계의 맨 위에 영원히 남겨주마!
오백억 년 이후에 내가 차원창세신 코아로 돌아왔을 때 감히 덤벼들 엄두가 나지 않게 말이다.”
복귀하면 기다리는 것은 엉망진창이 되어서 이계(異界)가 되어버린 현세계였다.
수월하게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최대한 전력을 길러서 숨겨놓아야 했다.
그 순간 아이언의 귀로 무엇인가 땅에 떨어지는 금속음이 울렸다.
깡-! 부르르르르-!
그와 동시에 아이언의 온몸이 소름이 밀려왔다.
차원권능을 가져 시간과 공간을 마음대로 조작하는 오리진에게 환청이나 환각이 있을 수가 없었다.
이게 무엇인가 자신의 운명에 심각한 변화를 주는 소리라는 점을 직감한 것이다.
그리고 환청처럼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야 뽑았군.
이게 영원체의 영원성을 능가했다는 불변(不變)인가?
다른 절대기 전부를 제거하는 것보다 더 힘이 들다니 과연 십중심 중 최강은 황금의 절대자라고 할 만 하구나.”
“!!!”
방금 전해진 음성이 누구의 것이고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모를 리가 없었다.
진리의 활동을 막고 있던 심장에 박힌 황금의 절대기 에반젤리가 제거되었다는 뜻이었다.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의 입이 크게 벌려지면서 소리를 질렀다.
“회복이 너무 빠르시다!
이게 또 무슨 사태냐?”
앞으로의 진행은 정해져 있었다.
‘이제 일대 십중심들의 팔륜봉인을 완성을 시키시고 여유가 넘치게 되신다.
그래서 흑염 세력의 토벌 의뢰를 현세계의 창조주에게 받고 여기 세계의 절반을 날려버리시지.’
지금 흑염 세력은 바로 옆 은하계에 있었다.
그럼 아이언의 은하계도 진리의 소거에 걸려서 소멸이 될 것이 당연했다.
은하제국이 형성되고 겨우 기지개를 켜고 있는 상황에서 통째로 옮길 수도 없으니 엄청난 비상사태였다.
“이익! 차원결계가 완성되었는데 신족들은 뭐하는 거야?
브라이트는 면담을 갔고 샤이니는 입구를 막기 위해서 못 움직인다고 하지만 다른 창조신들은 뭐하는 놈들이냐?
절대계의 신체를 잃었으니 이제 해볼 만할 것인데 왜 아직 안 움직여!”
진리가 완전히 힘을 되찾고 활동을 개시한다.
그럼 자신조차 말려드니 이제 기다릴 수 없는 긴박한 사태였다.
다급하게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신계로 이동하여 상황을 파악한 아이언의 목소리가 분노에 떨렸다.
“뭐야?
정식 토벌단이 아직 구성조차 안 되었어?
브라이트가 돌아올 때까지 대기상태라고?
창조주님과 면담이 언제 끝날 줄 알고 그딴 헛소리야?”
쩌렁-! 쩌렁-!
아이언의 커다란 목소리가 최고 위원회의 회의장을 울렸다.
그걸 묵묵히 듣고 있는 창조신장과 우주신들의 표정도 암담하기만 했다.
‘브라이트가 자리를 비우자마자 이제 자신들이 직접 나서야 하는 사태를 파악한 고위 창조신들이 재빨리 뒤로 빠졌다.’
‘명분은 아이언을 최고위 창조신으로 임명한 일에 대한 항의의 총파업이다.’
‘하지만 이런 시기에 벌이다니 제정신이 아니군.’
아직도 강력한 흑염 도적단과 사생 결단의 사투를 벌이는 위험을 감수하기 싫어서 벌이는 짓이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아이언이 마무리를 해주기 바라는 것이겠지.’
‘싸우다 같이 소멸하면 가장 좋고 말이야.’
‘쯧! 힘을 소모 시켜두면 탄핵하거나 끌어내리기 더욱 좋지.’
아군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저절로 혀가 차지는 추한 발상이었다.
‘아이언에 의해서 흑염 도적단의 위협이 조금 가라앉자 바로 이 꼴이다.’
‘종족전쟁에 이랬다면 아무리 전력이 강했어도 필패였다.’
‘브라이트가 복귀하면 뭐라고 말하지?’
또 탄핵당하였다는 사실까지 확인하여 완전히 상황을 파악한 아이언이 이를 부러지라 갈았다.
“으드드드드드득-! 이것들이 감히 수작을 부려.
뒤에서 나의 싸움을 쳐다보다가 뒤통수를 치겠다 이거냐?”
그 말을 들으면서 기록을 적고 있던 관리신이 당황해서 외쳤다.
이건 함부로 적을 내용이 아니었다.
“그렇게 직설적으로 공개적으로 하실 말씀은 아닙니다.
모두 신족의 역사에 기록됩니다.”
“닥쳐-! 살아남은 존재만이 역사를 볼 수 있다.
중간에 사라진다면 신경 쓸 필요도 없지.
그리고 네가 생각하는 이번 일의 다른 의미가 뭔데?”
“...”
기록관의 입을 막아버린 아이언은 혼란스러운 머리를 정리했다.
‘완전히 회복한 진리님이 움직이려 한다.
거기에 비하면 평화에 젖어 정치로 싸우는 현세계의 신족은 위협도 아니다.’
발끝에 스치는 돌멩이에 불과했는데 거기에 똥이 묻어서 신발을 더럽힌 격이었다.
더없는 위협 앞에서 그렇게나 애써서 통제했던 흑염의 권능이 서서히 미쳐 날뛰려 하고 있었다.
“...”
“...”
창조신장과 우주신들이 보기에는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고 화가 났는지 연락한 시점부터 폭발 직전의 표정이었다.
탄핵과 총파업까지 확인한 아이언이 길길이 날뛰려 하자 내심 기대가 되는 창조신장과 우주신들이었다.
‘솔직히 도저히 신뢰가 가지 않는 고위 창조신보다 아이언이 훨씬 믿음직하다.’
현재 신족 중에서 브라이트와 샤이니와 같이 최강이라고 불릴만한 영웅신이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도 없었다.
‘아이언이 직접 나서면 흑염 도적단을 완전히 끝장낼 수 있다.’
‘은하계를 전부 혼자서 뒤지려면 본인은 힘들고 어렵겠지만, 신족의 피해 없이 말이야.’
‘그러니 고위 창조신들도 아이언이 직접 나서길 바라지.’
‘서로 싸우다가 같이 소멸하거나 힘이라도 감소하길 바라면서 말이야.’
최고위 창조신이라고 해도 초월자 출신에다가 벼락출세라서 최고 위원회에 아무 지지세력도 없고 오히려 반대세력만 넘쳐난다.
이러면 고위 창조신들의 집단 파업도 가능성이 있었다.
‘정치적인 우위와 명분은 우리에게 있다.’
‘아이언이 어떤 힘을 가졌다고 해도 이제 따를 수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을 해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아이언에게 나온 대답이 상상을 초월했다.
“하극상은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그리고 나 혼자서 싸우라는 요구도 의도대로 따라줄 수도 없다.
나의 탄핵에 요구하고 파업 중인 고위 창조신들의 명단을 전부 넘겨라.
내가 직접 끝장을 내주겠다.”
“!!!”
아이언은 아무리 시간이 없고 입장이 곤란해도 이렇게 이용당할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었다.
‘대가가 없는 전투는 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기였다.
그리고 아이언의 성향으로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이기도 했다.
당황해서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미 결론이 나오고 있었다.
“아아! 고위 창조신들 전부였지?
모두가 나를 싫어한다고 했나?
그럼 명단도 필요 없겠군.
나에게 당하기 싫으면 전부 토벌단에 집결하라고 다시 명령해.
이제부터 흑염 도적단이 위치한 은하계에 집결하지 않은 창조신들은 전부 끝장을 내겠다.”
“헉!”“무슨!”
최고 위원회의 창조신들은 모두가 하나의 은하계를 관리하는 신계 주신이었다.
아이언에게 얻어맞고 끌려오거나 죽게 되면 정말로 주신대전(主神對戰)이상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었다.
그보다 흑염 도적단이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최고 위원회의 고위 창조신들끼리 사투를 벌이다니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팍!
창조신장이 다급하게 뭐라고 하기도 전에 할 말 다해버린 아이언이 화면에서 사라진다.
“잠깐 멈춰라! 아이언!”
그러나 저쪽에서 끊었는지 통신이 연결되지 않는다.
정말 이런 일로 아이언이 최고 위원회의 고위 창조신들 전부와 결판을 보려고 하자 얼굴이 흙빛이 된 우주신과 관리신들은 창조신계를 총동원해서 재연결을 하려 한다.
“빨리 재연결을 해!”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한다.
그런데 창조신 이상의 강자인 흑염 도적단 오십 명을 일격에 쓸어버린 은하유성의 위력이 뇌리에 떠올랐다.
‘후폭풍으로 상급 창조신이 다스리는 신계가 반파되었다니 토벌을 하려면 얼마의 전력이 소모될지 모른다.’
아이언의 전투력과 고위 창조신들의 전투력을 저울질하고 피해를 예상해보았는데 이건 흑염 도적단이 문제가 아니었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이미 열이 받은 아이언이 분노하여 너무 급하게 사태가 진행되고 있었다.
“젠장! 샤이니와 동급의 전투력을 가진 영웅신의 난동이라니?”
“이러다가 정말 모든 신족을 총동원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왜 브라이트가 아이언을 건들지 않고 지지했는지 이제야 알겠다.”
어떻게든 연락을 해 달래려 하는데 일방적인 통신연결은 쉽지가 않다.
더구나 당사자가 장거리 공간이동 중일 때는 더욱 힘들었다.
그리고 급보가 먼저 올라온다.
다급하게 달려온 관리신이 새파란 얼굴로 보고를 올린다.
“최고위 창조신이신 아이언님이...”
그리고 차마 말을 잊지 못하고 보고를 못 한다.
이미 전투가 벌어졌음을 짐작한 창조신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무슨 일이냐?
빨리 보고하지 못할까?”
“바로 옆의 일천사 은하계로 이동하셔서 중앙 신계를 부수고 계십니다.
현재 중앙신계 군단이 교전 중이라면서 지원요청을 하고 있습니다.”
“뭐야!”
최고위 창조신과 상급 창조신이 다스리는 신계의 승부다.
전력으로 보면 대등하지만, 상대가 될 리 없었다.
창조신장과 우주신들의 판단력이 빠르게 회전한다.
이미 막기는 글렀고 후속 조치를 최대한 올바르게 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아이언의 명분은 상위자를 멋대로 탄핵을 했으니 징계하겠다는 것이다.’
‘상위 창조신은 탄핵을 요구하고 총파업을 했다.’
‘그러면 어느 쪽 편을 들어야 하지?’
상식적으로 보면 상위자인 최고위 창조신을 두둔해야 한다.
아무리 상급자가 마음에 안 들어도 이런 비상시국에 탄핵을 요구하는 집단 파업이라니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원래 분위기대로라면 벼락출세한 초월자의 영웅신을 편들만한 고위 창조신이 아무도 없으니 이런 사태가 벌어질 리가 없었다.’
‘하위자들이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 상위자는 아무런 힘이 없지 않은가?’
‘정치적으로 생각하면 이런 궁지에 몰면 당연히 토벌하겠다고 나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설마 출전보다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고 탄핵을 하려 했겠다고 전부 처치를 하겠다고 날뛸 줄이야.’
‘이게 영웅신의 자존심인가?’
모두의 머릿속에 브라이트의 신신당부가 다시 울렸다.
갑자기 자리를 비우는 일이 지극히 걱정된다는 얼굴로 창조신장에게 하는 소리를 모두 들었다.
“만약 하위자들에게 다툼이 생긴다면 누구의 편도 들지 마시오.
편을 들어준 쪽은 고마워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다른 쪽에게는 원수가 되는 어리석은 행위외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와 원수 한 명을 맞바꾸게 되오.”
만약 여유와 신뢰가 더 있으면 이런 말을 더 들었을 것이다.
“일만 명의 지지자보다 한 명의 원수가 더 무서운 법이오.
하물며 그 한 명이 샤이니와 같은 영웅신이라면 반드시 중립을 취하시오.
영웅의 분노는 일만의 의지를 누를 수 있소.
그래서 영웅이오.
집단 의지와 영웅의 독단 중에 뭐가 정당한지는 자연스럽게 결정이 될 것이오.”
창조신장은 이를 악물면서 생각에 잠겼다.
‘탄핵을 당했다고 요구하는 하위자들의 신계에 쳐들어가?
이런 일이 발생할 수도 있었나?’
지금은 당연히 없다.
그러나 종족전쟁 시절 거의 절대왕권이 확립된 초월자 종족에서 상위자에 대한 탄핵은 본인만이 아니라 일족의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위험한 일이었기에 종종 벌어졌다.
하지만 이렇게 평화로운 시기라면 상상할 수 없기에 거듭되는 급변에 혼란스럽기만 했다.
‘브라이트. 나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오?
아이언을 막아야 하오?
그게 아니라면 고위 창조신들의 파업을 무시하고 강제로 집결시켜서 토벌단을 구성시켜야 하오?’
원래대로라면 아이언을 막는 일을 최우선으로 했을 것이다.
그러나 흑염 도적단의 위협에 아무런 해답도 내놓지 못하고 방해만 하는 고위 창조신들에게 실망하여 흔들리는 창조신장이었다.
그렇게 창조신계에서 망설이고 있을 때 아이언은 신계에 펼쳐졌던 외부 방어선을 무인지경(無人之境)으로 돌파하고 신계의 정문에 도착해있었다.
상대조차 하지 않고 투기를 일으켜 신족의 군대를 찢어발기는 아이언의 목소리가 신계를 진동시킨다.
“이 정도의 투기조차 견디지 못하는가?
어디 가서 신족의 군신이나 투신이라고 말하지 마라!”
그렇게 강력하던 고위 투신들이 아이언에게 접근하는 순간 강대한 투기를 못 견디고 신기를 휘두르기도 전에 몸이 터져나간다.
군대가 아무 쓸모가 없자 정문 앞에 나서서 어떻게든 대화로 막아보라고 나선 고위 관리신들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얼어붙어 버렸다.
‘그렇게나 아름답게 빛나던 신계의 정문과 성벽은 어디 갔지?’
‘주변에는 오직 피와 박살 난 살점밖에 없다.’
모든 신족의 군대를 전멸시킨 아이언의 살기와 투기가 자신들을 향하자 비명이 저절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건 존재 자체가 의심스러운 무서운 파괴신이었다.
“으아아악! 제발 진정하십시오.
최고위 창조신 아이언님.
저희 신계 주신은 탄핵에 찬성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