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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1068화 (1,068/1,533)

<-- 용자(勇者)와 영웅(英雄) -->

그러니 정체모를 존재들에게 자연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런 도구도 없이 대형전함과 맞먹는 힘을 가진 초능력자들이 이렇게 두려워할 정도의 존재라면 이용가치는 차고 넘친다.’

잘하면 자기 힘만 믿고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초능력자들을 확실히 통제할 수단이 되어줄지도 모르는 것이다.

“정체모를 존재가 실존하고 이성이 있다면 거래가 가능하지 않겠소?”

그 말에 고위 초능력자들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그리고 강한 덕분에 정체모를 존재의 위력 과시와 같은 의지의 발산을 정통으로 맞아 충격이 컸던 크림 백작은 화를 참지 못하고 탁자를 주먹으로 내려쳤다.

꽝-!

비슷한 타격을 받은 공주들조차 안색을 굳히고 기계재상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기계인간들은 정체모를 존재들을 느낄 수조차 없고 알아도 무시 해왔으니 위험성을 알 리가 없다.’

정체모를 존재들이 은하에서 암약한 결과 발생한 피의 비극은 엄청난 수준이었다.

“재상-! 혹시라도 토벌 외에 협상할 생각은 하지도 마시오.

그들은 인간, 기계인간을 가리지 않고 모두 자신들의 가축으로 본다 말이오.”

“가축!?”

기계귀족들의 금속얼굴조차 딱딱하게 굳어질 단어였다.

달을 우습게 파괴하는 정체모를 존재가 육체를 가지고 본성 어딘가에 있는 것으로 확인된 이상 제국의 위기였다.

그러니 더 숨길 것이 없었다.

“무형의 존재인 그들은 스스로를 정신체라 하고 우리들 같은 생명체를 지성체라고 부르오.

그리고 그들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을 정기라고 부르는 생명력이자 정신력이지.

지성체들의 정기는 그들의 존재를 강화시키고 영구히 유지시키는 근본이라 하오.

그래서 그들은 우리를 보호하고 늘리는데 혈안이 되어 있소.

가끔 직접 지성체의 육체를 뺏어서 개입까지 해오는데 지금이 그런 비상사태란 말이오.”

“?”

무엇인가 합리적인 설명이지만 그런 강력한 존재들이 있다면 모를 리가 없었다.

생명력이나 피를 빨아먹는 괴이한 괴물들로 흡혈귀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었지만 희귀질환자로 판정이 난지 오래였다.

“좋소! 일단 있다고 합시다.

하지만 우리를 보호하고 늘리는데 노력하고 있다면 전혀 해가 되지 않지 않소?

정기를 얻기 위해서 잡아먹기라도 하오?”

그 말에 공주들과 고위 초능력자들은 지극히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크림 백작은 전혀 대화가 되지 않는 기계재상에게 기가 막힌다는 말투로 내뱉었다.

“하? 잡아먹어?

차라리 그런 괴물이 낫지.

똘똘 뭉쳐서 대항이라도 할 수 있으니 말이야.”

왜 정체모를 존재들이 위험하지 설명을 하려면 너무나 길어졌다.

크림 백작은 이제 확실하게 적이 된 기계귀족들을 노려보면서 외쳤다.

“당신들 기계귀족들이 영지의 평범한 인간들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잊었는가?

인간을 등급으로 나누고 쓸 만한 인재가 아니면 모두 추방하거나 없애려고 하지 않았나?

마치 가축에게 등급을 매기는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그렇게 했지만 공식적으로 알려져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당장 기계귀족 사이에서 항의가 터져 나왔다.

“무슨 망발이오.”

“제국의 국민을 정확히 판단하고 능력에 맞게 대우하는 것은 당연한........”

거기까지 말한 기계귀족을 죽일 듯이 노려본 크림백작은 외쳤다.

“놈들은 그걸 자신들을 제외한 모든 존재들에게 적용한단 말이다!

그들은 기계인간과 인간, 직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모든 생명체들은 평가하고 삶과 죽음까지 주관한다.

더욱 악질인 것은 자신들을 따르는 지성체들에게 초능력을 부여하고 반대하는 편과 싸우게 해.

전쟁 중에 발생하는 강렬한 투지와 살의조차 그들에게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벌떡-!

크림 백작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피를 토하듯이 외쳤다.

“아직도 그들이 왜 위험한지 모른단 말이야?

그들이 육체를 가지고 강림하면 반드시 따르는 자와 거부하는 자들로 나누어서 전쟁이 일으킨다.

그러다가 놈들이 주도권을 잡은 세상에는 영원히 평화는 오지 않는다.

끝없이 늘어나도 서로 싸우거나 그들에게 충성을 바치면서 정기를 바치는 가축과 투견들의 세상이 된단 말이야.”“!!!”

기계귀족들은 실감은 가지 않지만 우연히 얻은 힘으로 언제나 잘난 척하던 초능력자들이 저렇게 벌벌 떨자 어느 정도 위험성은 인지했다.

그리고 그 증거로 도넛이 된 달이 머리 위에 떠있으니 부정도 할 수 없었다.

저렇게 깔끔하게 달의 중심을 도려내는 짓은 어떤 초능력자나 함포사격으로도 불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달에서 진동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초능력자들과 기계귀족들이 자연스럽게 허공을 쳐다보았는데 저절로 입이 딱 벌어졌다.

“저....... 저거 뭐야?”

“나무잖아?”

달의 구멍에서 이상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중심의 구멍에서 거대한 나무가 자라난다.

그리고 황량한 달의 표면도 급속도로 녹지로 변해갔다.

“뭐?”

“헉-!”

초능력자들의 온몸이 떨려왔다.

육체는 비록 한계를 넘지 못했으나 영혼만은 초월했기에 지금 달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힘의 크기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공기도 물도 없는 달이 순식간에 생명이 넘치는 별로 바뀌는 너무나 급속한 변화에 모습을 멍하게 쳐다보기만 했다.

짝짝-!

달의 구멍의 중심에서 아이언이 박수를 치는 소리가 울린다.

비록 우주수는 아니지만 위성 하나는 충분히 낙원으로 바꿀만한 세계수의 새싹을 키워낸 것은 바로 시즈지였다.

‘아직 초월자도 아니고 일반 행성도 아닌 달에서 이정도로 싹을 키워 내다니 충분히 찬사를 받을만한 창조력이다.

역시 이계 최강의 창조력을 가진 초월자답다고 할까?’

시즈지는 자신이 한 일인데 완전히 밀림으로 변한 달의 표면을 보면서 멍해져있었다.

아이언이 넘겨준 작은 씨앗 하나를 땅에 심고 초능력을 부여한 결과치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처음인데 아주 잘 하시네요.

그렇게만 하시면 돼요.”

“이....... 이래도 될까?”

본성의 달은 분명 제국의 소유였다.

그런데 이렇게 마음대로 바꾼다면 분명 문제가 될 소지가 컸다.

그러나 아이언은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카하하하하하! 기계인간들에게 쓸모가 없다고 버린 위성을 하나 제가 챙긴다고 뭐라고 하면 박살내면 되죠.

그리고 이제 제국은 신경 안 써요.

저 정도가 전부라면 하루 안에 전부 정리할 수 있어요.”

“.......”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에 아무 할 말이 없는 시즈지였다.

제국의 고위 초능력자를 직접 보았는데 공주를 제외하고는 너무나 약해 보였다.

‘제국의 최정예라고 할 수 있는 본성의 초능력자와 기계귀족들의 전력은 전부 보았다.

내 위의 기운을 가진 존재조차 없으니 아이언을 이길 수 없다.’

우주함대도 확인해 보니 실로 하찮은 수준이라 판단했기에 더 이상 거칠 것이 없어진 아이언이었다.

쾌활한 미소를 짓고 바로 옆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아직 생각이 바뀌지 않으셨나요?

프롬 여왕폐하?”

거기에는 투명한 유리구슬에 머리만 담겨있는 여왕의 머리가 분노와 경악의 표정을 하고 있었다.

‘정체모를 존재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만 설마 이런 기적과 같은 일을 장난치듯이 하는 강력한 존재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리고 요구역시 너무나 황당했기에 분기를 가득 채워서 외쳤다.

“나와 공주들이 그대의 유모가 되어라?

그게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나?”

그 말에 시즈지도 역시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아주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아이언이 본성에 직접 찾아온 이유가 그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여왕님과 공주님들이 순순히 제 유모가 되어주면 적대하지 않겠다.

그리고 제국에서 당신들과 같은 적합자 여성들을 찾아서 유모로 넘겨주면 협조해주겠다.

이게 뭐가 문제죠?

지성체와 정신체와의 계약으로는 상당히 후한 조건인데요?”

아이언이 제국의 본성에서 일을 벌인 궁극적인 이유가 결국 이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자신도 아이언의 정기로 초능력과 불로불사의 육체를 유지하는 몸이 되어서 뭐라고 비난할 일이 아니었다.

단지 이런 강력한 힘으로 대량 학살과 같은 비난받을 일만은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이런 아이언의 적반하장격인 태도에 여왕도 기가 막혔다.

‘아-! 역시 정체모를 존재들은 말이 안 통하는구나.’

병으로 의식을 잃었다가 머리만 남은채로 제정신을 찾은 것도 기가 막힐 노릇인데 갑자기 나타난 정체모를 존재도 기상천외였다.

갑자기 자신의 유모가 되라니 어이가 없었는데 공주들까지 노리고 있는 것이다.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모르지만 초능력이 완전히 봉쇄되어 있다.

대항을 전혀 할 수 없다.’

이러면 어떻게든 말로 풀어야하는데 역시 관점이 다르니 대화가 불가능했다.

그런데 달을 단번에 녹지로 바꾼 강력한 초능력을 보인 여초능력자라면 제압이 가능해보였다.

더구나 자신이 주례를 섰으니 너무 잘 알고 있는 존재였다.

몸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변했지만 얼굴은 분명했다.

“시즈인가?

그대는 슈가 백작의 아내인 시즈가 맞지 않는가?

언제 그 정도의 초능력을 가지게 되었지?

일단은 초능력자가 되었음을 축하한다.”

제국 최강의 초능력자의 아내였기에 얼굴은 기억하고 있겠지만 이름까지 기억해주다니 영광이었다.

시즈지는 정중하게 허리를 굽혀서 인사를 했다.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여왕폐하.”

“그대의 초능력이면 이 정체모를 존재라도 제압이 가능하겠지.

제국의 국민이라면 당장 이런 짓을 멈추게....... 꺅-!”

여왕과 시즈지의 대화를 듣고 있던 아이언은 아주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여왕의 머리가 담긴 수조를 흔들었다.

탈탈-!

액체가 담긴 수조 안에서 여기 저기 굴러다니던 여왕의 머리는 체면을 잊고 당황해서 소리를 쳤다.

“이게 무슨 무례한 짓이냐-!

당장 그만두지 못할까?”

본래 초능력을 가졌다면 수백만의 대중조차 휘어잡을 수 있는 카리스마가 담긴 음성이었다.

비록 초능력이 봉쇄되어있지만 충분히 위엄이 넘치는데 아이언의 눈동자를 본 순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는 끝없는 살의와 투지가 타오르는 검은 불길이 일렁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경고하겠는데 시즈지는 모든 지성체들의 위에 있답니다.

그리고 첫 번째 유모라는 점도 항상 명심하세요.

여왕이나 공주들이 유모가 된다고 해도 다음 서열입니다.

함부로 반말하면 아주 혼내줄 거예요.”

“........”

“........”

일천억 가까운 인구를 가진 제국의 여왕을 대하는 말투가 전혀 아니었다.

더구나 뭔가 나른한 표정에서는 긴장감이 전혀 없었다.

‘존댓말을 하지만 어디까지나 귀찮음을 피하기 위한 방책임은 명백하다.’

이런 강대하고 예측불허의 정체모를 존재의 활동은 엄청난 위기였다.

그리고 병으로 정신을 잃고 있는 동안 제국이 어떻게 되었는지 걱정이 되었다.

제국의 전력을 반분하고 있는 기계 귀족과 초능력자 귀족은 대립은 대등한 전력인 연합을 상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치명적이었다.

‘무엇보다 제국의 본성은 내가 없으면 유지가 안 된다.’

자신의 이름을 딴 제국의 본성 프롬은 환경이나 자원 면에서 엄청난 축복받은 행성이다.

하지만 지극히 불안정했기에 초능력과 과학력을 총동원을 하여 통제하지 않으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양면성이 있었다.

여왕의 머리가 생각에 빠져 아무 말이 없자 다시 허공에 띄운 아이언은 가볍게 손짓을 한다.

파아아아아아아-!

이제 밀림이 되어버린 달의 표면 위에 황금빛의 신력이 덮어간다.

그러자 중앙에서 자라난 세계수가 더욱 생명력이 강해지면서 달의 허공을 잎으로 뒤덮는다.

그리고 나무의 표면에서 마치 포대와 같은 가시들이 여기저기서 솟구치기 시작한다.

삐쭉-! 삐죽-!

거기에 황홀한 빛을 뿌리는 황금빛의 장미도 피어난다.

달의 구멍에 뿌리내리고 우주공간을 뚫을 기세로 자란 거대한 황금장미 나무의 모습은 제국 본성 어디에서도 볼 수 있었다.

“희박한 정기 농도에서도 자생할 수 있고 강력한 방어력을 갖춘 요새인 장미 우주수라고 하던가요?

이 정도라면 지성체들이 접근하지는 못하겠지요.

그럼 저의 제안을 천천히 생각하세요.”

행성의 개발은 제국의 특기이자 근원적인 힘이었다.

그러나 절대로 이런 식으로 순식간에는 할 수 없으니 능력의 차이는 명확했다.

‘정체모를 존재들은 몇 번 대면했지만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진 자는 처음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고개를 숙일 수는 없다.

이들은 절대 우리를 대등한 존재로 보지 않아.

협상이나 거래 따위는 불가능하다.’

저항을 포기하지 않기로 한 여왕은 아이언을 쳐다보면서 물었다.

“내 몸은 어디 있는가?”

지금 머리만 남았지만 멀쩡히 살아있으니 가장 큰 관심사였다.

‘의식이 잃기 전에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어떻게든 초능력을 유지하고 기계인간이 되는 방법을 찾으라는 명령을 솔트 기계재상에게 내렸다.’

그 이후로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지만 자신의 목만 남은 것을 보니 꽤 시간이 흐른 모양이었다.

그런데 아이언은 이상하다는 듯이 되물었다.

“육체를 버리고 기계인간이 되기로 결정하셨잖아요?

그럼 짐작은 하고 있을 것인데요?

이미 버린 육체는 깔끔하게 잊으세요.”

그 말에 아주 기분이 나빠진 여왕이었다.

기계인간이 되기로 결심했으니 육체는 필요 없지만 굉장히 불길한 느낌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감히 제국의 여왕인 자신을 유모로 삼겠다고 말했고 이런 엄청난 능력을 보면 바로 답이 나왔다.

“내 몸을 치료해서 가지고 있는가?”

“누가 멋대로 버린 보물이 있기에 주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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