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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빠르다고 하니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를 소리였지만 더욱 긴장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일단 이계와 신족의 부흥을 맡기신 일은 최선을 다해서 조치했기에 당당하게 목소리를 울렸다.
“이계 진리대리 차원창세신 코아가 업무보고를 드리겠습니다.
현재 진행된 사항은 차원주신성의 제조........”
쪼르르르르-!
거기까지 보고를 하는데 진리가 손등의 술잔을 채우면서 보고를 멈추고 대신 치하를 한다.
“이계의 일은 십중심들과 전뇌계에게 상세하게 보고받아서 잘 알고 있다.
살짝 깨어난 이계 창조주의 평가도 아주 좋다.
아주 잘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혀 의외의 칭찬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휴우우우-! 이번에는 생매장되지는 않겠군.
정기를 쏟아 부어서 밀어붙이고 용자동맹을 안 죽이기를 잘했어.’
안심하는 기색이 역력한 차원창세신 코아를 의미심장한 눈으로 쳐다보는 진리였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한다.
“너의 이계에서의 임무는 도입기를 끝내고 발전기로 접어들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자리를 잡고 자율적으로 다음 단계로 빠르게 발달되어 가겠지.
그렇게 되면 몸을 빼기는 힘들 것이니 지금 휴가를 주겠다.
집에 가서 푹 쉬고 와라.”
“감사합니다!”
사양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계의 낮은 정기덕분에 슬슬 신력이 하락하려 했기에 요청을 하려고 했던 일이었다.
‘살았다!
거기에 칭찬받았다!
휴가까지 주신다니 이게 무슨 일이냐?
정말 처음으로 여기서 멀쩡하게 걸어 나가는구나.’
희희낙락해서 바로 절하고 주우주로 차원문을 열고 떠나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그런 모습을 지켜본 진리는 아주 조금이지만 감탄했다.
“호오? 겨우 주우주의 창조신이면서 바람가의 본성 안에서 주우주로 차원문을 혼자 열 수 있게 되었나?
저러면 너무 강해진 것 같은데?
이대로 괜찮을까?
상황에 너무 큰 변동이 되지 않을까?
지금이라도 제약을 걸어야 하나?”
이마의 미간을 왼손의 엄지손가락으로 누르면서 고민을 하는 진리였다.
그리고 손등의 술잔을 한 번에 마시고서 걸상에서 일어났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눈치 채지 못하게 동석하고 있던 마도신의 오리진에게 결론을 알려주었다.
“누군가에게 받은 것이 아닌 스스로의 노력으로 얻은 강함이니 인정해주겠다.
그리고 자신의 재산까지 아낌없이 투자하면서 단기간에 이룩한 이계와 신족부흥의 공도 크다.
노력과 공적을 감안하여 제약을 걸지 않겠다.
너의 뜻대로 그대로 진행해라.”
“감사합니다. 할아버님.”
마도신의 오리진이 깊숙이 고개를 숙여서 감사를 표시하고 물러난다.
그리고 결정을 내린 진리는 파멸유혼검을 쥐면서 나직하게 혼잣말을 했다.
“허나 그렇게 다른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어떤 강대한 힘을 가진다고 해도 성향이 똑같다면 결과는 같을 수밖에 없단다.”
이런 상황을 모르는 차원창세신 코아는 차원신계의 주신전의 영광의 자리에 앉아서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자비를 비우는 동안 최고위 창조신계에 걸맞게 차원신계가 발전되고 있었는지 자리에 앉아있기만 해도 신력과 마력이 급상승한다.
이계에서 소모되기만 하던 정기나 권능까지 완벽하게 회복되고 그 이상으로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후후후후후-! 역시 수준이 다르네.”
보물고의 혹독한 신체강화를 흑염의 회복력이 따라가지 못해서 생긴 몸에 문신처럼 가득 찬 멍과 상처가 글씨를 지우개로 지우듯이 사라진다.
“후후후후후-! 가뿐하군.
이래서 높은 수준의 세계가 좋다는 거야.
시골이 아무리 커도 작은 도시보다 벌이가 못하지.”
온 몸에 깃드는 활력과 끓어오르는 힘에 저절로 웃음이 나오고 있었다.
“하하하하-! 이거 무서울 정도로 힘과 신력이 올라가는데?
어디보자.
지금 내 능력이 어느 정도인가?”
자신이 변화한 자료를 입력하자 차원신계의 신계자아가 분석한 능력현황이 떠오른다.
‘이계 진리대리, 창조신장, 마신황제, 초월총수 차원창세신 코아’
-카르마 속성 : 이계에서는 적용되지 않음
-11써클 이상의 창조신 : 본신신력 900억 / 최대출력 1조 8,000억
※ 최대 마도증폭 : 본신신력 900억 × 20배(10써클의 20중창)
-세부신력 : 차원의 권능 300억, 마력 300억, 흑염의 권능 300억
-주요기술 : 9써클 4,000개 동시 사용. 10써클 400개 동시 사용. 11서클 40개 사용, 12써클 4개 사용.
-장 비 : 필중 주신살의 창, 근원의 길잡이.
※ 십중심의 서명(十中心의 書名)은 현재 미지의 기능들이 너무 많아서 분석 중임
-특수권능 : 흑염 창조대신 성멸(黑炎 創造代神 星滅), 절대 차원기동(絶代 次元起動), 열화 영원영창(劣化 永遠詠唱), 열화 흑염(劣化 黑炎), 사후영창(事後詠唱), 불가해의 팔시조 조건방어(不可解의 八時調 條件防禦), 은하유성(銀河流星)
※ 차원공통원소(次元共通元素)를 가동할 경우 모든 권능은 완전하게 변함.
모든 면에서 전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나 외부로 발동할 경우 무슨 현상이 발생할 줄 몰라서 신체에만 적용 중임.
-최종마도 : 영겁윤회(永劫輪回)
대상자를 지정하여 시공조작으로 승리를 할 때까지 반복도전을 하게 만드는 금단의 마도.
-특이사항 : 칭호 ‘근원’을 완전가동하면 모든 영역에서 창조신을 능가한다.
차원의 권능으로 휘하에 둔 존재에게 투지가 살아있는 한 무한의 생명력과 잠재력을 보장하며 광역으로 1써클 이상을 자기 수준까지 상승시킬 수 있음
-특별고려 : 499 주우주 차원일족의 오리진
-판정결과 : 상급 창조신.
이계에서는 십이 써클 이상으로 보아주지만 주우주에서는 역시 십일 써클이었다.
하지만 권능만 추가하여 최대출력만 높였던 과거와는 확연하게 다르게 기초능력이 대폭 상승되었다는 점이었다.
독액 수준의 우주수 수액과 정기를 마구 흡수하면서 보물고에서 신체를 강화한 덕에 대부분의 능력치가 거의 두 배 이상 향상되어 있었다.
‘의외로 이계의 창조주님의 초월총수로서 인정이 효과가 컸군.
보물고 수련효과를 엄청나게 높여주었어.’
그 결과 본신신력이 일천 억에 거의 근접했기에 이제 어느 주우주에 가도 당당하게 상급 창조신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였다.
그리고 예상은 했지만 차원일족의 오리진의 자격이 활성화되어 있는 상태였다.
“후후후후후후-! 이 정도면 어디 가서 맞고 살지는 않는다.”
흐뭇하게 웃으면서 능력현황을 창조신계에 올리고 다시 영광의 자리에 기대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창조신계가 현재 내 능력을 보면 전능의 휘처럼 정식 직위를 줄지도 몰라.
이계의 의뢰도 잘 돌아가고 있고 사업도 잘 되고 있으니 더할 나위가 없다.
더구나 진리님까지 잘 처리했다고 칭찬하셨으니 날 막을 존재는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제 앞날에는 영광만이 남았다.
다만 차원주신성에 거주할 지성체가 유일한 문제였다.
‘용자동맹이 차원주신성에 끝까지 지성체를 데려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제대로 사업을 하려면 지금까지처럼 대놓고 무력을 동원한 선별을 할 수는 없지.’
무분별하게 일단 들이밀고 오려는 미친 지성체들이 없다는 보장도 없었다.
그들을 모두 처분하는 일도 평판에 악영향을 주기에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최후의 수단으로 주우주 차원주신성에 사는 지성체들을 이주시킬 방안을 세워놓았으니 문제는 없었다.
‘생존 마탑의 성녀와 왕녀들은 훌륭한 지도층이 될 것이다.
초월자들로 육성이 마무리 되어가고 있는 상태다.’
아직 칠 써클의 초월자가 된 왕녀나 성녀들은 적었지만 그녀들은 훌륭한 지배층이 되고도 남을 정도의 역량은 있었다.
그렇게 즐거운 생각을 하면서 모처럼의 여유와 회복을 만끽하고 있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눈이 번쩍 떠졌다.
“누구냐-!”
아무런 기미가 없고 차원신계의 신계자아의 경고도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자신을 노리는 것을 강화된 흑염의 신체가 감지하고 차원권능으로 개입을 인식했다.
보물고의 신체강화 덕에 이제 거의 자신의 것으로 한 흑염의 신체의 반응은 실로 눈부셨다.
투가가가가가가가-!
마치 쏘아진 탄환처럼 영광의 자리에서 급속이탈한 차원창세신 코아의 몸이었다.
그리고 어지러운 발걸음과 수많은 분신을 만들면서 주신전의 대전을 가로지른다.
신계자아가 당황할 정도로 급작스런 회피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신계주신이시오.’
주의를 집중하고 있던 차원신계의 신계자아의 황망한 보고에
“누가 외부에서 공간권능으로 강제 간섭해오고 있다.
당장 결계를 확인해-!”
상급 창조신인 차원의 마도신을 신계주신으로 하고 수백 명이 넘는 신계관리주신의 조력으로 최고위 창조신계로 올라서고 있는 차원신계였다.
그런데 외부에서 공간이동으로 간섭할 수 있다니 사실은 믿을 수 없어서 확인하면서 말했다.
‘아무 이상 없습니다.
신계의 방호막에는 어떤 외부의 개입시도나 흔적조차 없습니다.’
차원창세신 코아도 분명히 현재는 아무 이상이 없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히 무엇인가가 계속 공간이동을 시도하고 있다고 느끼고 확신했기에 멈추지 않고 피해간다.
이번에는 마치 폭우처럼 내리는 공간이동 시도였다.
“어림도 없다!”
휘리리리리리리리-!
주신전의 회의장을 가로질러 정문까지 이동하여 추정 공격범위를 벗어난다.
그리고 최대출력의 차원권능으로 개인 방어막을 치고서 외쳤다.
“외부 방어막만이 아니라 내부까지 확인 해!”
그 말에 다급하게 신계의 결계를 확인한 신계자아는 급히 보고했다.
‘아무 이상 없습니다.
행성결계까지 있는 차원신계의 주신전에 은밀한 침투는 일반적인 정신체로는 불가능합니다.’
신계자아가 아무런 반응이나 징조도 없었다고 보고하지만 차원창세신 코아는 확신하고 있었다.
방금 누군가가 강력한 권능으로 자신을 어딘가로 강제로 끌고 가려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가능하다!
그러니 누군가도 가능할 수 있다.
당장 주신전의 차원결계를 최대 출력으로 올려!”
차원의 오리진인 된 자신이라면 어떤 결계나 방호막도 누구도 눈치를 채지 못하게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러니 증거는 없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예-!’
우우우우우우우웅-!
주신전에 차원결계가 몇 중으로 겹쳐진다.
그리고 개인의 차원권능 방어막에 다섯 개의 코아까지 불러내어 전투태세를 완전히 갖춘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나와라-!
코아가 전개된 이상 이제 강제 공간이동은 불가능하다.
누가 감히 차원신계의 신계주신에게 공간이동을 걸려고 하느냐?”
그런데 똑같은 목소리로 기가 막힌다는 듯이 혀를 차면서 들려온다.
“쯧쯧-! 겨우 주우주의 상급 창조신주제에 감히 라는 말을 쓸 수 있나?
역시 허약하기 짝이 없는 이계에서 간이 부어서 돌아왔구나.”
영광의 자리 앞의 원탁에는 차원창세신 코아와 똑같은 머리까지 덮는 검은 로브를 입은 마도신이 모습을 나타낸다.
유일한 차이점은 십사 써클의 마도신임을 알리는 등 뒤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열네 겹의 마력의 원이었다.
“........ 너였냐?”
몸 주변을 감싸고 있는 회색의 모래바람과 같은 코아들이 누구인지를 알려주고 있었다.
‘절대계 십중심 회색의 절대자 사이안 이대, 즉 나의 미래.’
차원창세신 코아는 자신을 강제공간이동을 시켜서 끌고 가려던 존재가 미래였으니 너무 기가 막혀서 소리부터 내뱉었다.
“젠장-! 괜히 긴장했잖아?
이게 또 무슨 장난이야?
아니 그보다 어떻게 주우주로 왔지?
넌 주우주 출입금지가 걸렸을 텐데?”
절대계 회색의 절대자는 주우주 출입이 금지되었다.
흑염의 절대자와 결투여파로 막대한 피해를 본 주우주의 창조주들이기에 당연한 조치였다.
그러나 미래의 자신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허락하지 않으면 몰래 들어오면 된다.
안 들키면 끝이다.
절대계와 주우주를 나누는 경계막 정도는 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침투할 수 있다.
주우주 차원의 오리진이 되었으니 너도 이제 가능하잖아?
그러니 미래인 내가 못할 리가 없지.”
“그렇기는 하지만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않나?
어지간히 악명 좀 쌓아라.
이러면 내가 무척 곤란해.”
툴툴거리면서 영광의 자리에 앉는 차원창세신 코아를 보면서 회색의 절대자가 딱하다는 듯이 말했다.
“너나 잘 해라.
내가 이계에 가서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지?
그런데 하지 않아도 될 차원일족의 사업까지 대규모로 벌렸더구나.
아주 잘하는 짓이다.”
그 말에 차원창세신 코아는 인상을 찌푸렸다.
‘분명 이계로 가기 전에 아무 것도 하지 말고 버티다 오라는 충고는 들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지.’
워낙 엉망인 이계라서 손을 대면 끝이 없어보였다.
그래서 아무것도 안하려고 했다가 진리님에게 생매장을 당할 뻔했으니 노선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멸망해가는 이계와 운명을 같이할 생각이냐?”
“너도 진리에게 바람성에 생매장되기 직전에 풀려나오면 이해가 될 거다.대책과 대리인도 세워놓았으니 영구히 이계에 묶이지는 않아.
가끔 들려서 관리만 해주면 큰 수익이 떨어질 것이다.
이제 나도 슬슬 차원일족의 오리진이 되어야지.”
그 말에 회색의 절대자는 가당치도 않은 듯 바로 면박을 주었다.
“독선적이고 개인적인 성향은 고쳤냐?
이계에서도 혼자서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녔다면서?
거기서 잘 나갔다고 하더니 주우주의 오리진까지 쉬워 보이나?
차원신계조차 똑바로 통제 못해서 사회신족 오리진에게 손을 빌려서 해결했으면서 무슨 욕심이냐?
신계주신으로서 정신수양과 경험부터 차근차근 쌓아라.”
“젠장-! 수양을 쌓는다고 내 성향이 바뀔 것 같으냐?
오리진에 도전하다 안 되면 행성주나 하면서 수익만 받아내겠다.
그래서 이계 아니 모든 세계가 멸망할지라도 나 혼자서 잘 먹고 잘 살아 보이겠다.”
지극한 진심이 서린 외침이었다.
잠시 멍해진 절대계 회색의 절대자는 나직하게 혼잣말을 했다.
“역시 약한 주제에 자신감만 넘쳐서 돌아왔군.
이러면 피할 수 없는 운명인가?”
누구나 감당할 수 없는 어려움이 발생하면 신에게 기도하고 청원한다.
가혹한 시련을 주지 말고 달콤한 보상만을 달라고 말이다.
‘진정한 보상은 보물이 아닌 시련을 이겨내고 얻는 능력의 향상이기에 어림도 없는 이야기다.
또한 시련도 신은 내리지 않는다.
본인의 욕심과 성향이 불러들이는 필연에 불과하다.
개인의 시련은 본인의 욕망의 대가인 것이다.’
회색의 절대자의 눈에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머리 위에 그동안 욕망을 추구하면서 쌓여왔던 시련이 터지기 직전으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