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방(前方)과 후방(後方) -->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의 강력한 현실파 창조신들이었다.
창조신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살기를 품어내면서 영웅신들을 조금씩 궁지에 몰아넣고 있었다.
자신들은 도저히 상대할 수 없던 영웅신들의 고전은 이제 현실파 창조신보다 강해졌다고 자부하던 최고위원회의 창조신들에게 충격이었다.
“이........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우리가 겨우 눈으로 따라갈 수 있을 정도라니?”
자신들도 최선을 다해 강해져왔지만 이렇게 수준차이가 벌어졌다는 사실은 믿기 힘들 정도였다.
그렇게 형편없이 밀리는 전황을 보다 못한 칭호를 받은 존재들이 다급하게 참전을 시작했다.
‘신족의 싸움이라고 뒷짐을 지고 물러났다가는 완전히 망할 판국이다.’
‘우린 이미 신족과 거의 운명을 같이해야할 수준이다.’
자신들이 아는 한 여기 있는 이백오십만의 군세가 신족의 최대 전력이었다.
‘일백만의 학도신은 아직 교육기간이 적어서 쓸 수 없었다.’
용자왕이 아닌 것 같지만 저 강철 거신들의 위력은 무시무시했기에 자신들만으로는 감당이 불가능해 보였다.
‘여기서 패배하는 날이면 끝장이다.’
‘이백만의 군세를 잃고 일만의 용자왕들을 상대할 방법은 없다.’
넋이 나가 멍해진 최고위원회의 창조신들을 재치고 돌진을 시작한다.
“멍하니 있지 말고 싸워라.”
“소용없다고 멈추지 말고 원거리 공격을 계속 퍼부어.”
허무를 선두로 칭호를 받은 존재들이 현실파 창조신들과 성공왕들을 앞 다투어 공격해간다.
성공왕에게는 우위였고 현실파 창조신들에 비해서 신력이나 신체능력은 떨어지지만 전투경험만은 아득하게 상위에 있기에 발목을 잡을 수는 있었다.
허무와 상위서열의 칭호를 받은 존재들이 가세하자 영웅신들도 어느 정도 여유를 찾았으나 전황은 쉽게 뒤집히지 않는다.
“푸후후후후후후후-! 이게 칭호를 받은 존재들인가?”
“크하하하하하하하-! 역시 이제는 너무나 허약하군.”
“카하하하하하하하-! 나약하게 태어나게 한 허술한 세계를 원망하고 사라져라.”
현실파 창조신들에게서 광기어린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황금빛 서기가 눈이 부실 정도로 빛난다.
성공왕들조차 기계신체의 눈동자가 황금눈동자로 보일 정도로 빛을 내품는다.
이제 저 황금빛이 무엇인지 모른 신들은 없었다.
‘안주하지 않는 폭주! 창조신장님의 신성이다!’
‘왜 현실파 신족이 저걸 쓰는지 전혀 모르겠지만 따질 겨를이 없다.’
성공왕들과 현실파 창조신들의 힘이 또 다시 강화되면서 방어벽을 위태롭게 한다.
칭호를 받은 존재들의 가세로 겨우 위기에서 벗어난 세 명의 영웅신들은 통제를 강화하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우리 측의 적성자들도 앞으로 나서라-!”
“뒤를 생각하지 마라-!”
“여기서 지면 끝이다.
부활은 반드시 보장한다.”
안주하지 않는 폭주는 한계이상의 힘을 사용하게 하는 대신 체력이 다하면 탈진하게 만드는 양날의 검이었다.
이렇게 치열한 장기전에서 사용하라는 명령은 싸우다 죽으라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지시였다.
그러나 블랙 레오파드를 입은 주신들에게서 하나둘 황금빛이 터져 나온다.
강화된 성공왕들의 강철거체에 당장 죽어나갈 판이니 앞뒤 가릴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차원창세신 코아의 안주하지 않는 신성을 온전히 받아들여 폭주하는 주신들과 성공왕들의 치열한 격돌이 시작되었다.
구구-! 꽈르르르릉-!
똑같은 황금빛을 내품는 강철의 거신과 검은 전신갑옷 블랙 레오파드를 입은 주신들이 격돌한다.
당연히 수나 능력에서 주신들이 밀렸지만 방어벽이 무너지면 군세의 도주와 학살이 일어날 것이 당연했기에 필사적인 투지로 균형을 유지한다.
그리고 제 육군 시위(示威)의 모든 신들이 필사적으로 지원하는 전투는 치열하기 짝이 없었다.
구구구구구구구구-!
임시신계의 영역 전부가 신족의 신력포와 권능, 강철의 거체의 충돌로 뒤흔들린다.
서로 부상을 치료하고 부활할 수 있는 정기는 넘쳐나니 결코 물러나지 않는 신족의 전쟁이 벌어진다.
경계 너머에서 비상대기중인 강경파 초월자들이 기가 질릴 정도로 치열하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그때 통합신계에서는 소속원과 손님들 모두가 기다리던 행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신계 발전의 극치가 무엇인지 보여줄 정로로 하늘 높이 솟은 고층신계와 호화롭게 장식된 거리를 가득 매운 정신체들이 하늘을 바라본다.
허공에 커다랗게 보이는 화면에서 부티가 철철 흐르는 황금빛 정장으로 쫙 빼입고 긴 머리까지 올백으로 뒤로 넘긴 아크람이 보인다.
연습을 거듭한 끝에 완벽한 사회자가 되어서 마이크를 잡고 소리 높여서 외쳤다.
“너무나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드디어 차원주신성 일호점의 개점식을 시작합니다.”
초월총수인 차원창세신 코아가 통합신계로 돌아와서 일 년이 지났다.
그리고 드디어 떨어진 개점 선언에 통합신계가 뒤흔들 정도의 환호가 울린다.
우와아아아아아-!
화면 너머로 보이는 차원주신성은 이제 하나가 아니었다.
총 아홉 개의 차원주신성이 통합신계를 둘러싼 보석 목걸이처럼 찬란하게 존재감을 빛내고 있었다.
즉 정신체들에게 고급 일자리가 아홉 배로 늘어났다는 뜻이었으니 이렇게 환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초월총수는 차원주신성을 한 달에 하나씩을 찍어내는 신위를 보였다.’
‘현세계를 번영시키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사회를 무조건 자신이 하겠다는 억지를 부려서 쟁취한 아크람의 목소리는 날아갈 것 같았다.
저 차원주신성의 하나는 바로 자신의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월세였고 총수파 공동명의였지만 일단은 자신의 가문 소유라는 점이 중요했다.
“먼저 이 자리를 빛내주실 귀빈들을 소개합니다.
가장 먼저 차원주신성들을 정식으로 구매해 주신 십중심님들입니다.
뜨거운 박수로 환영해 주십시오.”
그러자 통합신계를 울릴 정도로 박수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좌좌좌좌좌좌좌좌-!
신계주신의 바로 옆 자리에 앉는 귀빈석에 앉아있던 이계 십중심들은 앉은 상태에서 일어나서 가볍게 고개를 숙이면서 예를 표시했다.
화면이 차례차례 비추는 그들은 황금(黃金), 소마(笑魔), 검편(劍蝙), 대신(大神), 일선(一線)이었다.
황금의 추가공격에 아직 의식을 차리지 못한 일원(一圓)을 제외한 이계 십중심 전원이 참석한 것이다.
그리고 무척 감개무량하게 자신들에게 박수치면서 환호하는 정신체들을 바라보았다.
‘이제까지 십사 써클로서 경외를 받았지만 이런 열렬한 환영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차원주신성을 구매했다는 이유로 이런 반응을 보이다니 처음에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였다.
‘우리를 보고 무서워하지 않고 저렇게 환호하다니 신기하군.’
‘그만큼 안정과 번영에 대한 갈망이 크다는 뜻이지.’
‘아니 저 차원주신성의 신계에 취직하고 싶다는 의지이기도 해.’
‘기분이 나쁘지는 않아.’
‘아니 실제로 쌓아놓기만 하던 특수재료와 교환해서 거의 공짜로 생긴 셈이니 횡제를 했지.’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특수재료를 전부 넘겨주자 정말 각자 수백조가 넘는 정기를 직접 받았다.
그리고 차원주신성의 구매를 부탁을 받아서 바로 구매했다.
서로 아주 만족할만한 거래였다.
‘좋은 거래에 보답하는 의미로 그 자리에서 바로 차원주신성을 하나씩 구매했는데 이게 정말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지.’
자신들이 차원주신성의 구매를 했다는 소문을 듣고 다른 명문일족의 오리진들이 직접 찾아온 것이다.
친선방문이지만 결국 차원주신성의 개발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표현이었다.
‘그렇게나 경계하고 견제하던 오리진들이 이상할 정도로 친근하게 굴었지.’
‘앞으로 잘해보자고 덕담까지 하니 얼떨떨할 정도였다.’
자신들이 구매한 차원주신성에 대해 자세히 조사해보니 이해가 가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특수재료를 넘기고 수백조의 정기를 받았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누가 소문을 냈는지 모르지만 이것도 나쁜 일은 아니다.’
이계 최고의 강자들에다가 엄청난 부자라고 소문이 나니 이상하게 가는 곳마다 환호를 보낸다.
‘그동안의 고립이 거짓말 같군.’
‘하지만 은근히 정기를 빌려달라는 요청들이 늘어나고 있어.'
주신성의 제조가 힘들다는 사실을 잘 아니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통합신계로 온 것이다.
사백구십구 주우주의 고위 창조신들조차 일만 년에 하나가 한계라는 일반적인 제조 속도를 알았으니 먼저 빨리 받아야 했다.
‘주문한 차원주신성을 언제 받을지 몰라서 걱정이 되었으니 와야 했지.’
그리고 한 달에 하나씩 생산되는 과정을 보고 놀라면서도 안도하고 그대로 눌러앉게 되어버렸다.
준비되고 있는 주신성들이 품어내는 정기의 집결되는 통합신계는 다른 지역과는 차원이가 다를 정도로 강력했던 것이다.
‘이 안에서는 이백 억의 한계신력이 풀리려 하고 있다.’
‘조금만 더 이 정기분포가 강해지면 가능하다.’
왜 통합신계에 고위 정신체들이 몰려들고 떠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지 알게 되었다.
통합신계에 머물기만 해도 강해질 수 있다면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고민을 하게하던 세계의 틈도 모두 정기로 막아버렸다.’
‘이렇게 가장 중요한 귀빈대접을 하니 떠날 이유도 없지.’
보유한 정기가 넘치니 여유 있게 수련을 하면서 개점일을 기다렸다.
차원주신성을 만든다고 통합신계의 핵에 틀어박힌 차원창세신 코아를 직접 만나지 못한다는 점은 마음에 걸렸지만 아주 오래간만에 좋은 일만 있었다.
모처럼 여유 있는 미소를 띠우며 환호에 답하는 이계 십중심들 다음의 귀빈이 소개된다.
“다음 귀빈은 오랜 은거를 깨고 나오신 삭월(朔月)의 시즈지님과 여왕들이십니다.
역시 차원주신성을 구매하셨습니다.”
신계주신의 오른쪽 옆 자리에 앉아있던 망사로 얼굴을 가린 금발의 여초월자가 일어났다.
그리고 황금장미가 수놓인 하얀 치마의 일부를 잡고 기품이 넘치게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한다.
“오오오-!”
망사를 썼지만 만개하는 황금장미꽃을 보는 것처럼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물씬 풍겨왔다.
그래서 이계 십중심이 인사할 때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탄성과 환호가 울린다.그런 그녀를 보는 이계 십중심들은 기대와 호의가 넘쳤다.
특히 대신(大神)은 아주 즐거웠다.
신족은 아니지만 드디어 그렇게나 원하던 존재의 가능성이 보인 것이다.
‘내 눈에는 대수(大手)의 후보로 충분해 보이는데 황금께서 보기에 어떠신가?’
‘확실히 가망성이 많이 있습니다.
십사 써클이 된다면 확실하겠군요.’
십사 써클인 이계 십중심들의 눈에는 그녀가 어떤 상태인지 환하게 보였다.
봉인이 걸려있지만 십삼 써클이면서 강력한 창조력을 가진 대수(大手)의 가능성이 있는 존재로 말이다.
처음에 보았을 때와 너무 달라졌으니 의문은 물론 있었다.
‘오백억년 전 만났던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재능은 결코 십중심이 될 정도가 아니었다.’
‘그때 가능성이 있었다면 우리가 모를 리가 없다.’
‘어떻게 신족이 아닌 초월자가 대수(大手)가 될 수 있지?’
‘현재 현세계의 정기상황에서는 탄생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렇게나 바라던 또 다른 십중심, 그것도 창조력의 정점인 대수(大手)인 것이다.
오백억년이란 은거와 수련이 초월자를 이렇게 극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감탄하고 적극 보호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명문일족의 오리진들의 소개로 개점식의 열기는 더해갔다.
우와아아아아아-!
그런 광경을 보는 모두가 열광을 하지는 않았다.
귀빈이기는 하지만 차원주신성을 구매하지 못한 명문일족들의 오리진들의 표정은 심각하기 짝이 없었다.
마치 차원주신성을 구매하지 못한 처지를 알리듯이 배치가 귀빈석의 바로 밑의 자리였던 것이다.
소개도 없다고 못을 박았으니 저절로 탄식이 나올 정도로 확실한 구분이었다.
“으음-!”
“허어-!”
일백 조를 어떻게든 마련해서 행성계로 들어간 오리진들은 희희낙락한 표정으로 소개를 받고 환호에 손을 흔든다.
그런데 자신은 화면에 비추어주지도 않으니 본래 성질대로라면 당장 박차고 나갈 일이다.
그러나 터무니없이 비싼 주신성을 구매해주신 분들에 대한 예우라는데 할 말이 없었다.
‘구매를 하지 않았지만 오리진이라고 그래도 따로 자리를 준다니 만족해야할 상황이다.’
아니면 바로 거리에서 허공을 올려다볼 처지였던 것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경외의 대상이었던 십중심들까지 차원주신성을 구매해서 좋은 일자리를 마련해준다고 환호를 받으니 마음이 급해졌다.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능력이 있는 존재가 기반까지 갖추려하고 있었다.
“이거 우리도 행성계를 따로 해야 할 모양이오.”
“정기가 없지 않소?”
“일단 초월총수님의 지분을 높여드리고 보증금을 더 깎아봅시다.
아니면 할부라는 좋은 제도가 있지 않소?”
“그건 이미 퇴짜를 맞았다고 하더이다.”
“저기 앉아있는 오리진들이 개인 자금을 몽땅 긁어서 투자했다니 우리도 합시다.”
“그건 쉬운 결정이 아니오,”
“그렇게 되면 전쟁을 치룰 정기가 아예 없소.”
“무슨 일이라도 발생되는 날이면 끝장이오.”
혁명시절에 일천 억이 넘던 신족들이 결국 정기부족으로 초월자들에게 쓸려나가는 꼴을 보았으니 무슨 일이 있더라도 여유정기를 가지고 있어야 했다.
뭉치면 주신성을 살 수 있는 오리진들이 골머리를 썩고 있는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런데 허공을 보니 또 하나의 차원주신성이 아공간에서 나와서 추가된다.
구구구구구구구구궁-!
구매를 하면 바로 제조에 들어가서 넘겨준다고 했으니 그동안 누가 또 구매를 한 모양이었다.
지금 통합신계에서 개발 중인 하나는 초월자들의 본성이 되었고 새로 만든 다섯 개는 십중심들의 본성이 될 예정이다.
그리고 하나는 행성계를 조직한 오리진들의 몫이고 하나는 삭월(朔月)의 시즈지와 여왕들이 구매를 했다고 한다.
총수파들도 어떻게 구매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이번에 또 하나가 늘었으니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또 누가 샀나 보군.”
“일백 조의 일비불과 영구적인 일 할의 지분제공이 우습나 보군.”
“현세계에 이렇게 부자가 많았소?”
하나의 행성을 사는데 일백 억이 아닌 일백 조를 지불하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하지만 잘 파악해보면 일천조가 넘는 가치를 지닌 차원주신성이었다.
거기에서 지성체만 잘 번성시키면 벌어들인 정기의 양은 기존의 상식을 능가할 정도였다.
‘이제 열 개가 개인소유로 넘어갔으니 비싸다는 말도 못하겠어.’
‘재력의 척도 같군.’
비상사태를 대비한 여유정기를 풀어야할지 말지 고민하는 오리진들의 머리는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일천의 첩문제로 지독한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갈수록 당당해지는 아크람은 목소리를 더 높여서 외친다.
“이 자리에 없으시지만 구매에 감사드립니다.
청춘의 환상(靑春의 幻想) 크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