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방(前方)과 후방(後方) -->
군부 참모들이 긴장을 숨기지 못하고 블랙 레오파드의 이마에 손을 대서 인증을 시작했다.
시험기를 운용했던 주신이 너무 적응하기 힘들다고 벅차했던 모습이 생생했던 것이다.
그래도 인증은 이상 없이 완료했고 시동어를 넣었다.
“착용.”
그러자 검은 금속 표범 모습이 순간적으로 전신갑옷으로 변해서 몸에 착용이 된다.
두두두두두두둥-!
열 개의 블랙 레오파드가 전신갑옷으로 변해서 착용이 되자 군부 참도들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욱-!”
“헉-!”
초중량 갑옷의 엄청난 무게로 다리에 엄청난 부하가 생기고 몸 전체가 비명을 지른다.
시험개발은 군부 참모가 직접 했지만 당연히 입어본 적은 전혀 없었다.
자립 구조로 인하여 쓰러지지는 않았지만 이건 입고 다닐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건 착용자에게 너무나 큰 부담이다.;
‘착용감을 운운하기 전에 이건 무게부터가 문제야.’
시험기를 착용하던 주신이 못 해먹겠다고 난리를 쳤던 기억이 이제야 났다.
계급으로 눌렀는데 지금 당해 보니 후회막급이었다.
더구나 가만히 서 있기만 했는데 신력이 마구잡이로 빨려 들어가서 회복속도가 따르지 못하고 있었다.
서 있기만 해도 녹초가 될 판국이었다.
‘이런 제길-! 일반 전신갑옷에 비해 열배의 방호력이라고 하더니 무게도 열배냐?’
‘신력 증폭도 열배라더니 설마 한꺼번에 열배를 흡수하여 발동되는 것은 아니겠지?’
당장이라도 벗고 싶었다.
그러나 성질 더럽고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앞이니 추태를 보일 수는 없었다.
아니 마치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으니 모두 사력을 다해서 평온한 얼굴로 버티었다.
“가서 일해.”
“핫-!”
조금 있다가 합격인지 나가라는 명령에 기쁘게 대답하면서 몸을 돌렸다.
어떻게든 이 자리를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 다급하게 몸을 움직인 것이 화근이었다.
기우뚱-!
“핫-! 어억-!”
참모 하나가 몸을 돌리면서 무게중심의 통제를 놓쳐서 비틀거린다.
체중이 열배이상 늘어난 상황이란 것을 잠시 망각한 결과였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역시 초중량 전신갑옷을 잘 견디지 못해 흔들거리지만 듬직한 동료가 있었다.
꽉-!
혼자 쓰러짐을 막기 위해서 당연히 양손으로 잡았다.
그러자 비명과 같은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이 멍청이가-!”
“저리가지 못해-!”
겉의 동료도 중심을 잃고 쓰러지기 직전인데 옆에서 밀어버린 상황이었다.
죽으려면 혼자 죽지 다 끌어들인 셈이었다.
마치 도미노처럼 모든 군부참모들이 그대로 땅바닥에 통나무처럼 쓰러진다.
꽈당-! 꽝-! 쿠쿵-!
그렇게 초중량의 전신갑옷 열 개가 동시에 쓰러진 굉음은 컸다.
그리고 바로 일어나려고 했지만 서로 얽히고 무게를 못 이기고 버둥거리는 군부 참모들을 보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눈은 화도 내지 못하고 암울하기만 했다.
“........”
보고 순서를 기다리던 주변의 주신들도 거의 같은 표정으로 침묵을 유지했다.
전쟁이 일어나면 전신갑옷을 항상 착용하고 싸워야할 투신, 그것도 최고위가 갑옷무게를 이기지 못해 일어나지도 못하고 뒤집혀진 거북이 꼴이었다.
“........”
군부참모들은 투신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추태에 어떻게든 일어나려고 했지만 수련부족인 몸으로는 초중량 전신갑옷을 잘 통제할 수가 없었다.
결국 팔 다리만 어지럽게 놀리는 꼴이었다.
바둥-! 바둥-!
차원창세신 코아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파멸유혼검으로 죽을 때까지 두들겨 팰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주신도 아닌 고위신이 충격을 견딜 리가 없었고 발전할 여력도 부족했다.
그리고 후방에서 가장 중요한 치안도 그렇고 군부도 이러니 지극히 피곤했다.
‘지옥에서 힘겹게 벌어들인 정기를 쏟아 붓고 있지만 기존의 이계신족에게는 효과가 너무 적어.
이놈들이 망하고 있는 이유를 알겠어.
기본적으로 허약해.
아니 나약해.
인재 아니 신재가 더 필요해.’
차마 투신들의 추태를 못 보겠는지 고개를 돌린 다른 주신들에게 명령했다.
“오늘 보고는 서면으로 종료한다.
이 거북이들은 끌고 나가서 군부 참무부로 던져버려.
앞으로 군부의 하루일과는 중장갑 착용 후 대광장 한 바퀴를 도는 구보로 시작한다.”
그 말게 안 맞아도 된다는 기쁨의 표정을 숨기지 못한 주신들이 공손하게 보고서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군부참모들의 팔을 잡았다.
오늘은 잘 넘어가게 해주었으니 고맙지만 지금 보니 지극히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보고를 안 하면 정기가 동결되어 버리니 싫어도 해야 했는데 오늘은 군부 덕에 잘 넘어갔다.’
‘이 멍청이들이 투신이면서 겨우 전신갑옷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다니?’
속으로 혀를 차면서 양손으로 잡고 주신의 신력을 동원해서 가뿐하게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그런데 수상한 소리가 허리에서 울렸다.
두-! 두둑-!
“!?”
“!!”
그리고 더 이상 힘을 주지 못하고 인상만 창백해지는 주신들이었다.
차원창세신 코아님이 장난감처럼 수백 개를 동시에 던지니 가벼운 줄로만 알았다.
군부 참모들이 저렇게 감당을 하지 못하는 것은 단순한 수련부족과 신격의 미비로 안 것이다.
그런데 전신갑옷으로는 상상도 못할 무게였다.
‘허....... 허리가 어긋났다.’
‘컥-! 무슨 전신갑옷의 무게가 이래?’
‘이 무식한 군부 놈들이 또 성능만 고려했구나.’
그래서 주신의 힘을 뽐내면서 한 번에 세우려고 했다가 예상도 못한 부담에 순간적으로 허리가 삐끗해버린 것이다.
“.........”
“.........”
어긋난 허리에서 올라오는 극통에 식은땀만 흘리는 주신들이었다.
그러나 지금 약한 모습을 보였다가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르니 다급하게 다른 주신들에게 의지를 보냈다.
‘도....... 도와줘. 허리가 나갔다.’
‘뭐야? 임마-!’
이번에는 다른 주신들에게서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전신갑옷을 이기지 못해서 못 일어나는 투신과 도우러 갔다가 허리가 나간 주신이라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너희들까지 왜 그래?’
‘지금 여기가 어디이고 어떤 상황인 줄 알아?’
‘우리까지 끌고 갈 생각이야?’
무슨 함정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허리가 나간 주신들은 정말 다급했다.
‘이건 일반 전신갑옷의 열 배 이상의 무게야.
혼자서는 안 돼.’
‘뭐야?’
결국 다른 주신들이 차원창세신 코아의 눈치를 보면서 다급하게 군부참모들을 끌고 나간다.
힘이 부족해서 두 명이 각각 팔을 하나씩 잡고서 끄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질질질질질질-!
주신들이 겨우 전신갑옷의 무게도 못 드는 꼴을 그냥은 못 보겠는지 눈을 감아버린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그리고 모두 나가자 이미 꺼내놓은 블랙 레오파드 수백 개를 부실 밖으로 던져 보냈다.
투가가각-! 꽈꽈꽈꽈꽈꽈꽈꽈-!
“히이이이이-!”
“우아아아아-!”
초중량 전신갑옷들에게 깔렸는지 맞았는지 모르지만 군부 참모들과 주신들의 비명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뭔가를 힘겹게 끌고 가는 소리가 한참 울리고 조용해졌다,
잠시 후 아무도 없는 창조신장의 부실에서 차원창세신 코아의 허탈한 탄식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아-! 도저히 제정신으로는 못 봐주겠군.
더 이상 여기 앉아있을 수만은 없어.
진행을 서둘러야 하겠다.”
주변에 쓸 만한 창조신이 없으니 창조신장의 자리에 앉아서 신계를 통제하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신력과 정기가 소모되는 일이었다.
물론 소모되는 속도가 회복속도를 넘어서지는 않기에 큰 문제가 없지만 자리에서 꼼짝할 수 없었다.
‘지금 투입한 막대한 정기와 변화한 제도가 다른 쪽으로 흐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유지관리가 필수다.
이래서는 어디로 튈지 모른다.’
자신이 앉아서 신계 자아와 같이 처리하는 모든 변수의 통제에 비하면 지금 위원회의 주신들에게 시킨 일은 거의 자투리와 같았다.
그런데도 저렇게 허덕거리는 꼴을 보니 짜증만 올라왔다.
더구나 아까부터 신계자아가 계속 경고하고 있었다.
‘배신자 신족을 이용한 전쟁으로 신족을 강화해서 초월자 세력이 인정할만한 우수한 전력으로 만든다는 기본계획의 철회를 요청 드립니다.
현재의 신족의 수준으로는 지극히 불가능한 계획입니다.
또한 같은 신족과의 전쟁에 극심한 반발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신족이 창조신장님의 의도한 방향대로 발전하지 않으면 파탄이 날 것입니다.
아니 이대로라면 이미 점유하고 계신 초월자 대표 자리조차 흔들릴 수 있습니다.’
사실이니 뭐라고 윽박지를 수가 없다.
‘인공자아치고는 너무 똑똑하네.
아니 적극적이야.’
초월자 대표가 되었지만 신계의 통제를 위해서 창조신장의 자리를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 달 동안 온건파 초월자세력에게 모든 것을 위임했다.
주신성의 조성과 생활하게 할 지성체들의 선별, 그리고 새로운 아르카나 시스템을 활용한 통합신계까지 전부 맡긴 것이다.
그래서 신이 난 온건파들은 무서울 정도의 속도로 업무를 추진하고 있었고 강경파들도 조금씩 참여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너무 바빠서 서로 견제를 할 여력도 없으니 아직은 안정기였다.
“그래도 초월자들의 세력은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다.
다음 세대, 아니 거의 궁극인 행성과 신계를 보여주었으니 어떻게든 자신들의 것으로 하려하고 있다.
허나 신족이 아닌 이상 습득이 쉽지 않다.
그러니 초월자들의 이반에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전혀 안 어울리게 신계 자아를 차근차근 설득하려하고 있었다.
창조신장의 신격이 부여된 것이라서 그런지 완전 제압을 하고도 어딘가 삐걱거리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통제를 잘 받지만 자신이 모르는 무엇인가가 추가로 운영되는 느낌이었다.
‘신족 전부를 관리하는 신계 자아답게 수준이 높다.
아니 지나칠 정도로 자율적이야.
뭔가 있나?
아니 있을 수밖에 없겠지.’
그것이 무엇인지 짐작이 가지만 깊숙하게 개입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계와 신족의 부흥은 어디까지나 의뢰로 맡은 일이고 본심은 주우주로 빨리 복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게 방해만 안 되면 알게 뭐냐?
겨우 한 달 조금 지났는데 신력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고 있다.
어서 차원신계로 돌아가서 쉬어야 해.’
자리를 장기간 비우려면 어떻게든 신계 자아를 잘 구슬려서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최대한 설명을 하면서 설득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제 배신자 신족과의 전쟁에 대한 반발은 내 절대독재의 여파로 중화되어 당연하게 되어가고 있지.
이제 일상이 된 배신자 신족과의 전투를 통해서 신족만 제대로 강화시키면 과거의 강대함을 되찾을 수 있다.
그리고 아직 이계 신족에게는 가능성은 많이 남아있다.
일반 신이 허약한 만큼 주우주에도 없는 구세의 영웅신이 있었다.
허나 그러고도 신족은 아직도 부족하다.
이러면 또 다른 영웅신도 있다는 뜻이다.
나를 도우라.
그들을 반드시 찾는다.”
‘알겠습니다.
외부 신계와 연결합니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신계를 최대한 가동시켜 다시 본성과 외부 신계의 자료와 영역을 흩었다.
이미 몇 번이나 반복해온 일이었다.
쓸 만한 신을 찾는다고 노력하다가 덤으로 각종 현황과 자료를 모두 습득한지 오래였다.
‘이제 이계 신족에 대해서 나보다 잘 아는 존재는 없다고 자부할 정도로 해박한 지식을 쌓았다.
그러나 찾는 존재는 역시 잘 나타나지 않는군.’
심각하게 유능한 고위 창조신이 부족했다.
각 분야에서 계속 개선할 해결책을 찾고 있었으나 역시 직접 움직이지 않는 한 획기적인 개선은 힘들었다.
그러려면 자신이 없어도 창조신장의 자리를 유지할만한 강자가 절실했다.
구우우우우우우우-!
그래서 차원권능까지 전력으로 투자하여 외부 신계까지 전부 연결하고 한 달 동안 계속 신족의 정신세계에 의지를 보내었다.
목적은 오직 하나 강자의 참전 촉구였다.
“모든 세계는 똑같은 가능성을 가진다.
포기하기는 이르다.
자아. 모여라.
신족의 강자들이여.
나는 창조신장 차원창세신 코아.
강자를 위한 세계를 열 존재이다.
너희들이 우뚝 설 수 있는 정당한 자리를 만들어 주리라.
앞으로의 세계는 강자들이 주재한다.”
그것은 회의에 찬 신족에게 출세라는 욕망을 부여하는 의식이기도 했다.
그리고 세상에 실망하고 개입하기를 거부하고 은거한 과거의 강자들의 열망을 다시 부활시켜나갔다.
이미 구세의 영웅신 시바를 군단장으로 임명한 전적이 있으니 더욱 명확하게 자극해 간다.
“먼저 나선 구세의 영웅신이 모든 것을 가지기 전에 나서라.”
꿈틀-!
그 순간 차원권능의 유혹에 신족 전부의 무의식 영역이 활발하게 꿈틀거리는 것을 느끼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어가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지금까지 별 반응이 없었는데 구세의 영웅신 시바를 군사령관으로 바로 임명하고 나서는 조금씩 변화가 일고 있었다.
‘역시 남의 벼락출세가 자극으로는 최고지.’
그리고 드디어 그렇게나 바라던 반응이 왔다.
구구구구구구구구궁-!
신족 무의식 전체를 압도할 정도로 강대한 의지가 드디어 아주 깊은 심연에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드디어 한 달 만에 확실한 반응이 온 것이다.
‘왔다-!
구세의 영웅신 시바에 지지 않을 정도로 강대한 의지가 응답하고 있다.’
그것도 창조신장의 자리마저 혼자서 대리할 수 있을 정도로 강대한 창조신이었다.
기쁜 미소를 숨기지 않고 외쳤다.
“역시 있도다.
이제야 겨우 이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움직일 수 있겠구나.”
‘........ 축하드립니다.’
그것은 신계 자아가 반응이 늦을 정도로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희박한 정기밀도로 이미 최악까지 떨어진 신족에게 이런 저력이 있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외부에서 신계 자아의 통제를 무시하고 신족의 정신 등록부에 선명하게 이름을 써가고 있는 창조신은 진정 강자였다.
‘유지의 영웅신(維持의 英雄神) 비뉴천(毘紐天) 비슈느’
차원창세신 코아가 새로 만들어 가고 있는 새로운 신족 서열에 당당하게 최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뭐가 그렇게 기쁜지 차원창세신 코아의 웃음소리가 최고위원회 전체를 뒤흔들고 있었다.
“겨우 책상과 의자에서 해방이다.
기다려라.
이 멍청하고 무능한 놈들아-!
내가 직접 나서주마.
크하하하하하하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