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방(前方)과 후방(後方) -->
이계 일원의 생각은 복잡해졌다.
서로 한 번씩 공격을 주고받는 방식은 분명 방어에 특화된 자신에게는 가장 유리했다.
‘단발의 공격으로 나의 파이를 깰 권능은 없다.’
여기에 일원이 공격력이 약다하는 기준은 어디까지나 십중심의 기준이었다.
완벽한 방어력을 기반으로 강대한 공격력을 만들어내는 오의는 이미 준비가 완료된 상태였다.
‘방어에서 공격으로 전환에 시간이 걸려서 실전에 투입하기가 망설였다.
하지만 한 번씩 공방을 주고받는 조건이라면 일원으로서 최고의 위력을 보일 수 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누가 먼저 공격하느냐는 점이다.’
십중심의 최대 공격을 받고서 누구라도 무사하기가 힘드니 방어를 하는 쪽이 지극히 불리했다.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하는 공격은 당연히 위력이 떨어질 것이고 피해는 눈덩이처럼 누적되기 마련이다.
즉 처음에 공격을 하는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그리고 우선 공격을 하는 방식으로 제안한 동전 던지기에도 예상되는 이유가 있었다.
‘회색의 절대자는 흑염 바람성의 영원의 심판을 통과한 흑염일족이라고 했지.
그리고 흑염일족의 절대권능에는 완전 명중을 보장하는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있다.
어떤 상황, 조건에서도 상대의 방어를 뚫고 명중시키는 절대권능!
동전을 던지면 무조건 앞면이 나온다.
그걸 믿고 저렇게 나오는가?
반드시 앞면이 나와서 자신이 먼저 공격할 수 있다고 믿으면서 말이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흑염일족임을 숨길 생각도 없는지 검은 불길을 몸에 두르고 싸웠다.
그러나 공격 우선권을 제외하면 분명 가장 유리한 결투방식이기에 망설였다.
‘먼저 공격을 허용할 것인가?
분명 회색의 절대자에게는 세계폭탄 코아 이상의 위력을 가진 권능은 없다고 했다.
이대 흑염의 절대자와 전투에서 여러 가지 응용을 보였지만 결국 코아가 전부였다.
그리고 회색현재인 차원창세신 코아는 겨우 십이 써클이다.
방금 내가 받아낸 기본 외에는 사용할 수 없어.
그럼 전력으로 받아내기만 하면 아무 피해가 없다.’
어느 정도 결심을 했는지 이계 일원의 투기가 가라앉으면서 정제되는 것을 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동전을 튕겨서 상대에게 넘겼다.
팅-!
동전이 자신의 앞으로 날아서 파이로 접근한 것을 본 이계 일원은 의아해하면서도 받아들였다.
“네가 던져라.
난 언제나 동전의 앞면을 권능으로 가진 흑염일족이다.
이런 선택에서는 절대적인 우선권을 가지니 이게 비교적 공정하겠지.”
“!”
놀란 이계 일원의 표정을 보면서 황금연기기둥 속에서 천연덕스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후후후후-! 이 행동에는 속임수가 없다.
너보다 강자인 내가 사기를 칠 필요가 없지.
다만 빠른 일 처리를 위해서 조금 양보한 것이다.
네 말대로 나는 이계가 어떻게 되든 큰 의미가 없다.
빨리 이계 부흥 의뢰를 마무리 하고 내 영역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
“.........”
이계 일원은 손아귀에 쥔 동전을 말없이 쳐다보았다.
그리고 앞과 뒤를 확인하고 잠시 생각을 하다가 손가락으로 위로 튕겨 올렸다.
‘동전은 이상 없다.
단지 흑염권능이 조금 담겨있지만 어차피 십이 써클이다.
내 십사 써클로 충분히 억누를 수 있어.’
상대가 현자인 회색의 절대자의 현재인 이상 무슨 함정이 있겠지만 더 이상 이견이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유리한 제안이었다.
결정을 내리고 공중으로 높이 튕겨 올렸다.
팅-! 우우우우우웅-!
“시작하지.”
“좋은 생각이야.
하지만 좋게 대화로 끝냈으면 더 좋았다.
현명하지는 않군.”
“.......”
아무 대꾸를 하지 않고 일 미터 이상 위로 솟아 오른 동전을 주시한다.
두두두두두-!
앞과 뒤가 마구 바뀌면서 요란한 권능의 진동을 토해낸다.
동전에 담겨있던 차원창세신 코아의 흑염권능과 자신의 권능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공격권을 가져오기 위한 면을 나오기 위해서 말이다.
‘역시 이렇게 나오는가?
겨우 던진 동전의 앞뒤를 결정하는 수준이라면 하위신이라도 마음대로 할 수 있지.
같은 신이라면 신력이 높으면 더욱 확정적으로 나오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권능의 수준이 다르다.
나는 십사 써클이니 아무리 신력이 높아도 십이 써클로는 그 격차는 메울 수 없다.
더구나 내가 주관했으니 분명 내가 이긴다.’
단순한 동전 던지기가 아닌 이건 서로의 써클과 권능의 승부였다.
누가 현실을 자신의 뜻대로 조절할 수 있는가의 경합이기도 했다.
그러니 이건 분명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어떤 권능을 동전에 담았어도 결국 십이 써클이다.
더구나 내가 직접 동전을 던졌으니 설사 신력이 위라고 해도 십사 써클인 나를 능가할 수 없다.
그래서 이 동전던지기를 받아들인 것이다.
내가 이긴다.’
서로의 권능의 충돌에 맹렬하게 회전하던 동전이 서서히 멈추어 간다.
각자 투입한 권능의 우열이 결정된 것이다.
회전을 거의 멈춘 동전이 보인 면은 역시 뒷면이었다.
‘역시 권능의 수준은 내가 위다.
이겼다!’
빙그르르-! 투툭-!
회전을 멈추고 거의 옆으로 뉘어지는 동전의 뒷면을 보면서 혹시나 모를 변화를 억누르기 위해서 더욱 권능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완전히 승부가 결정되려는 순간 동전에서 폭음이 울렸다.
투하하하하하학-!
동전의 내부에서 검은 불길이 폭발하듯 작렬한다.
이계 일원의 십사 써클의 권능을 모두 튕겨내고 거의 뒷면을 보였던 앞면이 통째로 녹아내렸다.
“뭣-!”
이계일원이 놀라서 다시 권능을 투입하기도 전에 녹아내린 동전의 뒷면은 바로 모습을 앞면으로 바뀌었다.
생생하게 드러난 동전의 앞면을 보면서 할 말을 잃은 이계 일원이었다.
정신이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눈앞에서 뒷면이 앞면으로 바뀌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내 십사 써클의 일원권능이 졌다.’
십사 써클의 일원 권능이 겨우 십이 써클의 흑염 권능에 졌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유들유들한 말투로 차원창세신이 동전의 앞면을 다시 확인하면서 말한다.
“역시 앞면인가?
내가 공격 우선권을 가졌군.
그리고 나를 추가로 소개하지.
나는 절대계 이대 흑염의 절대자님이 직접 가호를 내리신 흑염일족의 초 기대주라네.
그래서 이대 흑염의 절대자님과 흑염권능이 항상 연동되고 있지.
덕분에 흑염 권능만은 십사 써클 이상이지.”
그 말에 무방비 상태에서 뒤통수를 세게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다시 받은 이계 일원이 격노해서 소리를 쳤다.
“이 사기꾼이-!
신성한 승부에 이게 무슨 짓이냐?”
당장이라도 사전에 나눈 협의를 무시하고 전투를 시작하려는 이계 일원을 손바닥을 펴서 막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워-! 워-! 참아.
승부는 승부지.
그리고 이건 사기가 절대 아니야.
다만 적에게 아주 일부의 사실을 말하지 않았을 뿐이라네.
적인 상대에게 모든 정보를 공개를 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면 쓰나?
그리고 너도 내게 숨기는 것이 있지 않는가?정말 확실한 이계 일원이 맞나?
절대계의 일원은 분명 신족인데 왜 초월자가 선택이 되었지?
뭔가 조금 이상한데?”
“........”
그 말에 이계 일원의 기세가 사그라진다.
그리고 말없이 절대기 파이를 우주공간에 박아서 고정시켰다.
두우웅-! 파사사사사사삿-!
공간에 고정된 파이가 거대한 원의 파동을 자아내면서 우주전부를 고정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절대기 파이를 주변공간과 연동시켜 완벽한 방어벽으로 만든 이계 일원이 단호하게 외쳤다.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겠다.
결투를 시작하자.
약속은 약속이다.
먼저 공격하라.”
“후후후. 나는 처음 만나는 상대와 하는 대화가 좋던데 너는 싫은가 보군.
그럼 사양하지 않고 가지.”
그리고 황금연기기둥 속에서 다시 세계폭탄 코아를 발동시키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우우우우우우우-!
그것은 시동어만으로 발동시켜서 축구공만한 크기였던 처음과는 달리 거의 집채만 한 크기의 코아였다.
마력을 강화하여 불러내서 위력과 크기를 극대화시킨 코아의 모습에 이계일원은 잠시 긴장하는 듯 했으나 곧 안심했다.
긴급하게 재 측정한 위력도 절대기 파이의 허용범위였던 것이다.
‘결국 최후의 공격수단이 코아의 강화라면 이상이 없다.
나의 절대기 파이를 결코 뚫지 못 한다.’
모든 과정으로 위력을 극대화한 코아를 머리 위에 출현시킨 차원창세신 코아는 지극히 정중한 어조로 말했다.
“마지막으로 권유하지.
진리 이계대리인 나를 이계 십중심으로 따르게.”
“무슨 헛소리를 또 하는 것이냐?”
당연히 돌아오는 거절에 차원창세신 코아는 담담하게 자신의 조건을 말해갔다.
“영원의 충성도 아닌 기한까지 있는 협조요청이지.
진리님께 받은 이계 신족부흥의 의뢰가 끝나서 내가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내 편이 되어주면 되네.
적극적으로 업무나 전투에 참가할 필요도 없어.
단지 중립만 유지해 주어도 좋겠군.
그 대가로 십사 써클을 완전 숙련할 정도의 정기와 일천 억의 신력을 유지할 수 있는 주신성을 주겠네.
중립, 아니 침묵의 대가로는 너무 과한 보상이지만 이계 십중심이기에 하는 아주 후한 제안이지.
어떤가?
나의 활동에 침묵해 주겠는가?”
잠시 이계 일원은 할 말을 잃었다.
오백억년동안 정기 부족에 허덕여서 겨우 습득한 십사 써클의 연습조차 하지 못했다.
그리고 신력도 이백 억으로 고정되어서 전투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창조에는 전투보다 더욱 막대한 신력이 소모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내가 십중심이고 일원이라고 해도 창조력에 특화 되지는 않았다.
행성 단위의 창조력을 발휘하기에는 일천억 이상의 신력이 꼭 필요하다.’
그것도 장기간을 항상 유지해야 하는데 현재 상태의 이계에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차원창세신 코아는 가장 필요한 정기와 수치를 꼭 집어서 제안을 해온 것이다.
‘내가 십사 써클을 완전하게 발휘하고 다섯 배가 넘는 일천 억의 신력을 항상 유지할 수 있다면 구상하던 발전계획을 모두 할 수 있다.
주신성의 신계를 기반으로 다른 행성 모두를 점진적으로 강화 발전시킬 수도 있지.
허나 신족의 북귀를 허용해야 한다면........ 그럴 수는 없다.’
잠시 마음이 흔들렸으나 신족의 복귀는 용납할 수 없었다.
오백억년 동안 바친 혁명의 가치를 완전히 무시하는 행위였다.
“......... 거절한다.”
허나 그렇게나 바라던 혁명 이후의 보다 행복한 세상의 가능성을 보고서 흔들린 마음에 의해 힘겹게 나온 대답이었다.
그걸 읽은 차원창조신 코아는 결국 결정을 내렸다.
이계 일원은 현 상태로는 설득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나 약간의 가능성은 있었다.
“유감이군.
이계 부흥을 위한 협상은 다음에 계속하지.”
십이 써클에서 구현할 수 있는 최대의 위력을 발현된 코아의 모습이 더욱 커지면서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이 수축을 반복한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코아의 공격준비를 끝낸 차원창세신 코아가 더욱 정중한 어조로 말했다.
“정말 마지막의 질문인데 솔직하게 대답해 주겠나?”
“뭐냐?”
“너 정도의 강자가 이계를 끝에서 끝으로 자력으로 가로지르려면 얼마나 걸리지?”
“........백년.”
뭔가 불안감을 느낀 이계 일원이지만 중요한 일은 아니기에 마지못해 대답했다.
그런데 바로 차원창세신 코아의 득의의 웃음이 울렸다.
“후후후후후훗-! 그래? 백년인가?
절대계 이대 흑염의 절대자가 주우주를 가로지르는데 일 년 이상이 걸린다고 분석을 했었지.
그런데 이계는 십중심이 그 정도나 걸리나?
일백년이나?
푸후후후후후훗-! 이거 다른 이계 십중심을 상대할 필요가 전혀 없을지도 모르겠는데 말이야.”
크게 웃음을 터트린 차원창세신 코아는 자신의 이마에 박혀있는 근원의 길잡이를 끄집어냈다.
파아아악-!
그리고 근원의 길잡이와 혼합시킨 십중심의 서명을 그대로 오른손에 쥐어들었다.
겨우 목검을 휘감은 금속지팡이의 모습이지만 심상치 않은 마력과 신력을 동시에 느낀 이계 일원의 다급하게 절대기 파이를 강화시킨다.
‘십사 써클 이상의 신격이 느껴진다.
거의 십중심 급의 절대기?’
그리고 십중심의 서명을 쥔 차원창세신 코아의 존재감이 무서울 정도로 커져갔다.
단순한 절대기가 아니었다.
“이것도 새로 소개하지.
십중심의 서명!
바람가 차원의 오리진님이 십중심들의 서명을 받은 파멸유혼검으로 만드신 절대기라네.
워낙 고성능이라서 나의 십이 써클로는 도저히 분석이 안되고 사용도 힘들지만 단 한 가지는 완벽하게 운용이 가능하더군.”
목검에 적힌 서명 중의 하나가 빛의 내품는다.
그것은 검은 색과 흰색이 뒤섞인 완벽한 회색의 빛이었다.
후우우우우우우웅-!
‘회색의 절대자(灰色의 絶對者) 사이안 2대’
찬란하지도 그렇다고 어둡지도 않은 이름이 목검 위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차원창세신 코아의 마력을 끝없이 끌어올린다.
그리고 십중심의 서명에서 하나의 검은 구슬이 떠올랐다.
그것은 거의 구슬만한 크기로 압축된 코아였다.
우우우웅-! 후우우우우우우웅-!
집체만한 크기로 수축을 반복하는 코아가 차원창세신 코아의 정면으로 이동하고 십중심의 서명에서 발동된 작은 코아는 그 뒤에 위치한다.
“절대거리 코아라고 들어보았나?
코아와 코아를 충돌시켜서 무한의 사정거리와 충격량을 가지는 절대권능이지.
최대 사정거리는 일천 주우주.
이대 흑염의 절대자조차 정면에서 견디지 못하고 일천 주우주 너머로 추방시킨 회색의 권능이라네.”
“!!!”
그 말은 무방비로 벼락을 맞은 것 같은 커다란 충격이 이계 일원에게 전해졌다.
‘저것이 이대 흑염의 절대자를 주우주 끝으로 날렸다는 절대거리 코아라고?
그럼 나도 당하면 현세계 끝까지 밀린다.
그렇게 되면 여기 있는 초월자들의 군세는 끝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