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옥(地獄)과 천국(天國) -->
지극히 당황스러운 사실이지만 차원의 마도신이 직접 이야기했고 본인들의 카르마의 수치까지 확인하였으니 모르는 존재가 없었다.
만약 차원의 마도신의 관리에게서 벗어나면 지옥에서 영원히 고통을 받는 것보다 더한 고난이 기다리고 있다는 절망적인 사실을 알았지만 유일한 희망은 있었다.
이계의 반역자들을 일천억 이상 죽인다면 마신이 되고 행성까지 받는다는 너무나 달콤한 보상이었다.
악당들의 생각으로는 그 정도의 대가가 있다면 어떤 고난도 견딜 수 있었다.
평범한 지성체로는 어떤 노력을 해도 얻을 수 없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위장 충신이 창의 수를 헤아리다가 기겁을 해서 외쳤다.
일만이 넘어선 것을 보니 이건 숨어있는 악령들을 잡아내는 수준의 숫자가 아니었다.
잘못하면 자신들조차 막을 수 없을 정도였다.
“허억-! 잠…… 잠시만-! 폐하-!”
“꿰뚫어라. 투(投)!”
아기발도의 투창술의 발동과 거의 같은 시동어와 함께 빛으로 만들어진 빛살처럼 창들이 지옥을 가른다.
꽈과꽈꽈과꽈꽈꽈꽈-!
그 창들은 죽음의 군대의 신체와 부활한 악당들조차 눈치를 채지 못하게 빙의되려던 이곳의 악령들을 전부 관통했다.
케에에에에-!
죽음의 군대는 비록 죽은 몸이지만 상위의 존재에 속한 몸이다.
심장이 박살이 난다고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고통은 있었다.
창이 심장을 관통하는 느낌에 비명을 지르는 죽음의 군대와 그 몸에 스며들은 덕분에 속절없이 관통당해 꼬치처럼 변한 지옥 악령들의 비명이 뒤섞였다.
크아아아아아-!
“........”
적과 아군을 동시에 쓸어버리는 지옥의 악령조차 얼어붙을 광경에 순간적으로 침묵이 흐를 지경이었다.
하지만 상위 죽음의 군대이니 심장이 관통 당했다고 죽을 리가 없다.
바로 몸은 회복되었고 신살의 창들은 창대에 지옥의 악령들을 끌고서 차원의 마도신에게 다시 되돌아왔다.
가가가가가가가-!
그리고 익숙한 것처럼 지옥의 악령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몸부림을 치는 것을 무시하고 서로의 몸을 마찰시켜 잡은 악령들을 바로 앞에 떨어뜨리어 놓았다.
크카카카카카카카-!
크아아아아아아아-!
주신조차 위협하는 엄청난 신력이 담긴 신살의 창에 관통당해 거의 힘을 잃은 지옥 악령들의 가느다란 신음만이 울렸다.
그리고 더불어서 생생한 육체가 발산하는 비명과 간청이 울렸다.
필중의 신살의 창이었지만 이번에 받은 최고의 육체와 그동안 익힌 마도로 용케도 필사적으로 피해내는 악당들이었다.
“우아아아아-! 아직 남아있다.”
“쫓아온다! 위대한 신이시여-!”
“저들을 눈치 못 챈 저희가 무능했습니다.”
“제발 분노를 거두어 주십시오.”
아무리 공간을 왜곡하고 시간을 늦추어도 끝까지 심장을 노리고 쫓아온다.
그리고 저 창에 심장을 관통당하면 반드시 죽는데 이미 이런 식으로 죽었다 부활한 지가 여러 번이었다.
수없는 죽음과 부활에 갈수록 죽음의 필연성과 부활의 절대적인 가치조차 퇴색할 지경이지만 결코 죽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바로 옆에 있다가 바로 쏟아진 수십 발의 신살의 창을 가까스로 막아낸 위장충신과 살모사 황제, 무식한 찬탈자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말했다.
바로 곁에 있으니 이렇게 무심하게 발동되는 마도와 권능에 휘말려서 죽음과 부활을 당한 것이 이미 셀 수도 없었다.
“폐…… 폐하-! 저…… 저희들 또 죽습니다―!”
“살…… 살려주십시오. 이제 죽음도 부활도 지겹습니다.”
“너희 말하면서 힘을 빼지 마-!”
셋이 힘을 합해 만들어낸 마력의 막으로 가까스로 막아낸 신살의 창들이다.
조금만 틈을 보이면 바로 방어막을 파고들어서 당장이라도 피를 뿌릴 기세였다.
여기에 발산되는 마력은 신족이 아닌 지성체라서 살아있지 이미 기세만으로도 끝장날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물러나자니 창조신에게 직언하는 권력을 노리는 다른 악당 놈들이 많아서 어쩔 도리가 없이 자리를 지켜야 했다.
“아아. 참 그렇군.”
차원의 마도신은 아무리 약하게 중복해서 발사했어도 용케도 겨우 세 명이 함께 고위신조차 죽음을 내리는 신살의 창들을 막아내는 모습에 만족했다.
그래서 주변에 안전지역을 설정해서 풀어주었다.
그러자 세 명에게서 물러나서 다른 쪽의 목표를 향해서 날아가는 신살의 창이었다.
이들을 제외한 가장 카르마의 수치가 낮은 존재로 목표를 재설정한 것이다.
세 명은 위험이 물러나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이런 세 명, 아니 위장 충신에게 물었다.
“그리고 넌 언제까지 당황하면 나를 폐하라고 부를 것이냐?”
“그…… 그게 잘 고쳐지지 않는군요.”
“신족은 폐하라는 호칭은 쓰지 않는다.
마신족이나 다른 하위종족들이나 쓰니 주의하도록 해라.
차원창세신 코아로 통일시켜라.”
“명심하겠습니다.”
그렇게 대답은 했지만, 자신이 없었다.
하도 과거에 살모사 황제에게 시달렸던 탓인지 비슷한 경우가 생기면 자동으로 흘러나왔다.
그리고 지금은 그때보다 더 식은땀이 나올 정도로 위기가 많아서 정신을 차릴 겨를이 없었다.
그때 강력한 마력이 담긴 음성이 지옥에서 터져 나온다.
죽음의 군대에 빙의하려던 악령들을 신살의 창들이 남김없이 끄집어낸 직후였다.
“카아아-! 이것들은 도대체 뭐야?
그런 다음에 신살의 창들이 일제히 최우선 목표를 재설정하듯이 아무것도 없는 지옥의 허공으로 몰려 들어간다.
그리고 몇 발의 신살의 창들이 허공을 지나자 바로 거기서 강대한 마력이 피처럼 터지면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이제 모습을 숨길 여력이 없는지 인간 형태의 거인 모습의 악령으로 보이는 형체가 드러나고 도주를 시작했다.
“크으으으으-! 어떻게 다중 빙의형태인 본체인 나를 찾을 수 있는 것이냐?
이 창들은 도대체 뭐야?”
그 뒤로 수천 발의 신살의 창이 쫓기 시작했다.
기겁한 거대 지옥 악령이 외치는 소리가 울린다.
“쫓아오지 마라. 이 빌어먹을 것들아-!”
가가가가가가가각-!
갑자기 벌어진 지옥 악령의 도주와 신살의 창들의 추격전에 지극히 만족한 차원의 마도신의 웃음소리가 울린다.
“후후후-! 저 녀석이 각 창조신의 지옥에서 선발된 일천만의 죽음의 군대를 바보로 만든 놈인가?
필중의 신살의 창들조차 잘도 피해 도망치는군.
어디 과거 좀 볼까?”
‘퍼스널 히스토리’로 도망치는 지옥 악령의 과거와 수준을 확인한 차원의 마도신은 그 악업에 감탄했다.
그리고 간략하게 내용을 정리해서 위장충신에게 넘기면서 지시했다.
“일만 년의 삶을 통해 제국의 수호신으로 군림하면서 직접 죽인 숫자가 삼억이 넘는다.
지옥의 악령 중에서도 뛰어난 인재다.
하지만 자료를 보니 반골 기질이 충만하여 암흑 복음조차 저항할 것이니 바로 부활시켜줄 수 없다.
그리고 저 놈은 죽음의 군대나 일반 악당으로 감당이 안 된다.
시간이 없으니 신살의 창에만 맡길 수 없다.
악당들의 대표인 너희가 쫓아가서 잡아내라.
넘겨준 과거의 요약자료를 받아서 흩어본 위장충신, 살모사 황제, 그리고 무식한 찬탈자가 기가 막혀서 입을 딱 벌렸다.
‘나는 그래도 인간만 가지고 죽였는데 이놈은 반신부터 시작해서 신계까지 막대한 피해를 줬네.’
‘거기에 특이하게 태어난 덕으로 일만 년을 넘게 살면서 간접 영향이 아니라 정말 직접 죽인 숫자가 삼억이 넘는다.’
내용만 보면 당장 소멸을 받을 중죄인이지만 어찌나 강하고 독한지 행성에서 도주하면서 버티었다.
나중에는 직접 강림한 창조신의 손에 제압되었지만 소멸이 잘되지 않아서 결국 지옥에 영구감옥형식으로 갇혀버린 존재였다.
‘나도 악당이지만 이건 도가 너무 지나치네.’
‘아니 하던 짓을 보니 용납할 수 없다.’
‘일만 년의 부귀영화라니 실로 부럽다.’
일만 년 동안 제국을 부흥시키고 유지시킨 공은 있었다.
그러나 제국의 수호신으로 왕보다 더한 부귀를 편하게 누린 주제에 마음에 안 든다고 무너트리고 다시 세운 전적만 해도 열 번이 넘었다.
과거 힘만 믿고 황권과 정부에 도전하려던 강력한 초월자들에게 골치를 썩인 적이 많았던 위장충신이나 살모사 황제가 특히 분노했다.
“감히 같은 지성체 주제에 제국의 수호신을 자청하여 평생 권력을 누리면서 제멋대로 살다니?”
“정말 이런 악당도 있었군.”
그리고 무식한 찬탈자의 경우는 조금 방향이 달랐지만, 분노의 크기는 더욱 컸다.
오십 년도 못 사는 평민으로 살면서 죽도록 고생하다가 혁명을 일으켜 겨우 마지막 일 이년만을 왕으로서 부귀를 누렸다.
그러나 초제국이 망한 책임으로 지옥의 악령이 되어버린 탓이었다.
억울하기가 짝이 없었다.
“일만 년이 넘는 평생을 왕보다 호의호식-!
절대로 용서할 수 없습니다.
절반은 죽여 놓겠습니다.”
분기탱천하여 피에 물들어 빨간색이 된 몽둥이들 들어 올리는 무식한 찬탈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황금빛 연기를 내 품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그래그래. 죽이든 살리든 좋을 대로 해라.
후우-! 어차피 내게는 지성체의 생사는 별 의미가 없다.
죽으면 부활시키면 되고 소멸되면 재생하면 끝이다.
그러니 내게 끌고 오기 전에 군기를 잘 잡아서 독기를 빼놓도록 해라.”
“핫-!”
힘차게 대답하고 신살의 창으로부터 도주하는 지옥의 악령을 추격하는 세 명을 보는 차원의 마도신의 눈은 뜻밖에 아주 온화했다.
방금 도주한 지옥의 악령은 행성 위라면 주신조차 무시를 못 할 괴물인데 이렇게 믿고 맡길 정도로 급성장했으니 당연했다.
그리고 잠시 신살의 창으로 소란이 있었으나 바로 일을 시작하는 죽음의 군대도 초 정예의 악당들답게 일 처리가 아주 신속하고 빨랐다.
‘지옥의 악령들을 처분하는 속도가 오십 명의 창조신과 거의 맞먹을 정도로군.
소속을 바꾼다고 지불한 정기가 아깝지 않아.’
이계의 창조신들의 부재가 아쉽지 않을 정도였고 오히려 편했다.
전멸세계를 유지하기만 하면 알아서 인정사정없이 처박아 넣는데 속도와 무지비한 행동이 만족이었다.
“아주 쓸 만하구나.
정말 기특한지고.
후우우-!”
띠리리리리리링-!
황금빛 연기구름을 길게 내 품으면서 모처럼의 여유를 즐기는 차원의 마도신에게 차원신계에서 직통전화가 울린 것은 그때였다.
화면을 보니 바로 골든 아이디얼이었다.
용건은 간단했다.
그리고 통쾌했다.
“호오? 신계관리주신들이 장기간 부재가 예상된다고?
하도 업무능력이 부족해서 공부를 시켰어?”
일단 문제를 만든 원인이 된 골든 아이디얼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사회신족의 주신 기준으로 쉽게 풀 수 있는 과제와 공부의 양을 주었는데 예상시간이 흘러도 신계관리주신들이 아무도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당황하고 놀랐다.
‘혹시 태업인가?
그들이라면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신계자아가 조사한 보고로는 모두 개인신전에서 머리를 싸매고 열심히 공부 중이었다.
그러나 착오가 있었다.
저렇게 하면 언제 공부가 끝날지 예상이 안 될 낮은 교양수준이었다는 점이다.
‘해결한 과제분량을 보니 이건 기초 자체가 안 되어있어.
어쩌지?
겨우 재편한 업무를 방해할 무능한 신계관리주신들을 복귀시킬 수는 없는데?’
본의 아니게 장기간 모든 신계관리주신들의 임무를 정지시킨 셈이 되어버렸다.
이것은 비록 창조신이지만 파견된 책임자로서 과다한 조치라서 신계주신인 차원의 마도신에게 보고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그러나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신계관리주신들의 개입을 위한 효율저하를 막고 필요한 공부를 시키기 위해서 강제로 업무를 정지시켰다는 보고에 차원의 마도신은 즐거운 웃음을 지었다.
“후후후훗-! 그것참 쌤통…… 아니 잘했다.”
“예?”
언제나 기세만 높여서 말대꾸만 하던 신계관리주신들이 겨우 공부를 못한다고 구박을 받고서 풀이 죽어있을 것을 생각하니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대놓고 좋아할 수는 없으니 바로 지시를 했다.
“네가 신계관리주신들의 수준이 업무추진에 방해가 될 정도로 떨어진다고 판단했다면 중지해도 상관없다.
그리고 그 동안 사회신족의 주신들 수준의 정규과정을 부탁하지.
가능하다면 창조신과 관련된 교육과정까지 부탁한다.”
그 말에 난감한 얼굴이던 골든 아이디얼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파견주신들의 책임자에 불과한 자신이 마음대로 후궁들을 공부를 핑계로 업무를 배제하고 신계체계를 변화시켰다고 화를 낼 줄 알았는데 반응이 영 이상했다.
아니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이 전적으로 맡기는 분위기였다.
‘카르마의 계약서를 믿나?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나?
그리고 방금 지시는 그들의 수준으로는 상당히 가혹하다.
유아신들의 과정도 힘겨워하는데 창조신 과정의 수료라니?’
어차피 비밀도 아닌 공개된 정식 교육과정이니 전수한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데리고 온 사회신족의 주신들을 일부만 떼어서 교수로 만들어서 가르치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교육을 받는 대상의 수준이 문제였다.
과거 주신전쟁 때 도전하는 남주신들을 몰살시켜서 강력하기로 이름 높은 여신혈맹의 여주신들이라서 분명 파괴권능은 강력했는데 그 대신에 다른 분야는 영 좋지 않았다.
다른 사회신족의 주신들의 의견도 거의 사회신족의 상위신보다 못한 수준이라는 평가였다.
그런데 상급 창조신계에 어울리는 신계관리주신 수준으로 공부를 시키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정기와 시간이 필요할지 몰랐다.
“엄청난 정기가 소모가 예상됩니다.
아니 이제 정기는 관계가 없으시겠군요.”
이미 차원의 마도신이 지옥구원계획의 사업으로 엄청난 정기를 벌어들였다는 사실을 모르는 창조신들이 없었다.
그러니 교수로 투입될 주신들의 보수도 큰 문제가 없었다.
정기의 투입은 아무 문제가 없으나 걸리는 시간만은 어쩔 도리가 없다.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이들은 힘에만 편중되어 있어서 그 외의 분야에서는 너무 기초가 없습니다.
이러면 십만 년, 아니 백만 년이 넘게 걸릴지도 모릅니다.
이런 장기간의 신계관리주신의 부재는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모릅니다.
아니 그 전에 저희가 먼저 복귀하겠지요.”
그러나 일반적인 신족의 교육과정의 열 배, 아니 백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지도 모른다는 말에 차원의 마도신은 정말 기쁘게 크게 웃었다.
요즘 들어서 가장 기쁜 소리였다.
“으하하-! 최대 백 만년?
그 정도나 걸려?
신계관리주신들이 힘이 아주 많이 들겠군.”
골든 아이디얼이 영문을 모를 정도로 크게 웃던 차원의 마도신은 곧 정색을 하고서 말했다.
“그런데 시간?
그게 왜 문제인가?
나는 사백구십구 주우주 차원일족의 오리진이기도 하다.
시간과 공간을 융합시켜 나만의 세계를 만든다.
그러니 시간의 조절 따위는 장난에 불과하다.
왜 차원의 권능이 주우주 초기 창조신장들의 고유권능이었는지 전혀 이해를 못하는구나.
신계 자아에게 차원권능의 역사와 기록을 확인하도록 해라.”
화면에 보이는 골든 아이디얼의 얼굴을 똑바로 보면서 단언했다.
“나의 전력의 일 초는 너의 일상의 백 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