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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737화 (737/1,533)

<-- 지옥(地獄)과 천국(天國) -->

당장이라도 손가락을 튕기려는 영원체를 보면서 다른 영원체들은 모두 고개를 내저었다.

영원권능에 흑염 권능을 추가했다니 정말 대단하기는 한데 흥분하면서 자랑하는 꼴을 보니 아무래도 영원체같지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저렇게 나오면 절대로 동전던지기로 결판을 보지 않는다.’

‘지금의 우리가 패배가 확실한 승부를 고집할 리가 없잖아?’

‘진화했다지만 겨우 조금 나아간 정도다.

별 차이 없어.

그런데 우리 전부에게 도발을 해?

이게 뭐하는 짓이야?’

‘광전사인 흑염의 권능을 배우더니 돌았나?

왜 저래?’

‘영원체도 미치는 것이 가능하나?’

‘그게 가능하면 우리가 아직까지 모두 존재하겠나?’

‘더구나 왜 하필 흑염의 권능이야?’

‘저거에 몸이 박살났던 과거가 생각나서 짜증나네.’

전 절대계의 창조주의 긴급요청으로 처음으로 힘을 모은 영원체들은 1대 10중심들에게 철저하게 수도 없는 패배를 당했다.

그 와중에 언제나 선두에 서서 미친 듯이 날뛰던 흑염의 절대자에게 신체를 파괴당하지 않은 영원체는 거의 없다.

영원체의 신체조차 아무런 구분없이 잡아 뜯어 발기던 흑염의 절대자는 가장 기억이 안 좋은 10중심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이라면 결코 그렇게 무력하게 당하지는 않는다.’

‘1대 10중심들에게 단독으로 승리한 진리가 있다.

그리고 그 뒤로 노력하고 열심히 살라고 끝없이 잔소리와 괴롭힘을 당하고 주우주의 창조주를 미끼로 끌려가고 있는 우리지만 과거와는 다르다.’

선택은 이미 나와 있었다.

단상에 올라서 있던 영원체는 더 이상 볼 것도 없다는 듯이 단상부터 바닥을 향해 긴 종이 두루마리를 던졌다.

좌르르르르르르르륵-! 팟-!

수백 미터를 길게 펴진 두루마리에는 수천 개의 직선이 그어져 있고 맨 위에는 상단위에는 각 영원체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무엇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는 영원체들에게 단상의 영원체가 선고했다.

“흑염의 언제나 동전의 앞면은 완벽한 반칙이다.

그래서 지금 상황이 또 바뀌었다.”

단상에서 소리만 지르더니 목소리만 높아져서 아주 잘 들린다.

그 큰 목소리로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공평하게 동전던지기 대신 사다리를 타자.

모두 이리로 모여서 이름 적고 원하는 선을 하나만 동시에 그어.”

나름대로 운의 승부를 결정하는 최종수단을 발동한 것이다.

“이 방법도 괜찮군.”

“좋아. 이번에는 이걸로 해볼까?”

다른 영원체들은 납득했다.

그러나 흑염의 권능을 익힌 영원체는 용납할 수 없었다.

오랜 기간 힘겹게 준비한 필승의 수단이 무효화되려고 하자 분노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이 치사한 놈들아-!

이러고도 네놈들이 영원체냐?

영원불멸의 법칙과 신념은 어떻게 하고 이렇게 막 바꿔?”

당연한 반발이나 누구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창조주가 먼저 되었다고 으스대는 놈들이 꼴 보기 싫어서 그런다.”

“전원이 받는 이천오백 억년은 너무 길어-!

아니 기다림은 이제 싫다.

얌전하게 순서를 기다리는 것도 자랑하는 그 자식들 때문에 도저히 못 참겠다.”

“다시 승부를 보자.”

모두에게서 투기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영원체가 이 정도의 감정변화를 보이는 것도 서로 놀랄 일이지만 주변 전부가 경쟁자이고 적으로 인식하자 기세는 더해간다.

“뭐야-! 또 해보자 이거냐?”

“그러자고.”

“우리가 창조한 신족 아니 지성체와 생명체 모두가 진리의 지침으로 필사적으로 강해지고 번영하려한다.

그걸 편히 보고 있으니 점점 거슬린다.”

영원체의 영원불멸이다.

어떤 권능이나 힘에도 존재 자체를 지울 방법도 없고 영향도 받지 않는다.

일시적으로 타도하거나 봉인한다고 해도 무의미한 일이다.

그런데 절대계에 가득한 활기와 투기가 가득 찬 정기를 마시고 있으니 점점 마음속에서 뜨거운 열정이 치솟았다.

더구나 창조주의 자리가 걸렸으니 망설일 필요가 없다.

서서히 살기마저 치솟는데 어린애가 떼를 쓰는 것 같은 목소리가 울린다.

동전 던지기를 이겨보겠다고 흑염의 권능인 ‘언제나 동전의 앞면’을 익힌 별종의 영원체였다.

“사다리는 반대한다.

나는 동전던지기를 원한다!”

“닥쳐-! 흑염권능을 익힐 노력을 한 너는 넌 차라리 주우주를 직접 만들어.”

“그게 쉬우면 내가 이걸 익혔겠냐?

사다리 반대-! 사다리 반대-!”

말도 안 되는 떼를 쓰는데 이건 뭔가 반응이 아주 이상했다.

아무리 영원체가 진리에 의해 변화하고 있어도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는 개체가 있을 리가 없다.

“네가 이길 것이 당연한 동전 던지기는 안 해-!

방식 변경의 결정은 안 변하니 그만 닥치지 못해.”

“흑염권능에 오염됐나?

지성체들의 유아체처럼 이게 무슨 철없는 짓이냐?

아니 영원체이니 오염되지도 못하지.

그럼 이게 네가 획득한 개성인가?”

허나 역시 말귀가 아예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바닥에 길게 찢겨진 종이 두루마리를 집어 올렸다.

“사다리 반대-! 사다리 반대-!

이따위는 확 찢어버린다-!”

“!”

단상에서 버티던 영원체가 다급하게 권능을 발동하여 막았다.

이건 자신의 제안을 정면으로 으깨는 선전포고와 같았다.

주변의 영원체도 다급하게 막아섰다.

영원체인 이상 다른 영원체를 무시하는 행동을 하거나 계급을 만들면 안 된다.

서로 원수가 될 행동을 하면 그 기억과 사건은 영겁에 새겨진다.

최악의 경우 정말 전쟁이 나서 절대계가 멸망할 수도 있다.

속 시원하게 결투를 하여 우열을 정하지 않고 이런 장난 같은 운 승부를 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허나 단상에 서 있는 영원체의 말투는 험악하기 짝이 없었다.

“너 그 종이 곱게 안 내려놔-!

여기서 그러면 매장해버린다.”

잘못하면 정말 전투가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에 재빨리 진압에 들어갔다.

“팔 잡아.”

“다리는 잡았다.”

“입도 막아-!”

“읍읍-!”

다른 영원체들에게 팔다리를 잡혀서 바닥에 깔리고 입까지 막힌 흑염권능을 익힌 영원체가 버둥거린다.

그 모습을 보면서 단상에 있는 영원체가 통쾌하게 외쳤다.

“꼴좋다.

이게 바로 정의다.

네가 밖에서 영원체라는 사실만으로 존경받지 여기서도 그런 줄 알아?

너희들도 정당하게 내가 만든 종이에 손대기만 해봐라.

가만 안 둔다.”

단상에 선 영원체가 자신의 편을 들은 주변까지 험악하게 협박하자 다른 영원체의 반응도 더욱 거셌다.

영원체에게 협박이 통할 리가 없는데 자꾸 이런 시도를 하는 개체들이 나오니 짜증이 나는 것이다.

무엇보다 단상에 올라서 내려 보고 있는 것 자체가 마음에 걸렸다.

아니 넘어갈 수 없었다.

“너도 단상에서 내려와-!

거긴 진리의 자리다.

우리 중 누가 거기 서 있으라고 허락했나?

어딜 감히 멋대로 올라가서 내려다 봐-!”

이천 명의 영원체가 그 말에 동의하듯이 일제히 노려보자 움찔 놀랐으나 일천일 번째의 주우주의 가치를 생각하고 버티었다.

아니 목소리를 높였다.

“절대로 못 내려와.

본래 내 차례였단 말이다.

그러니 신청서의 제출을 막기 위한 단상 점거는 나의 당연한 권리다-!

내가 바로 정의다.”

다른 영원체들이 그 말에 모두 고개를 흔들었다.

사백구십구 창조주가 된 영원체는 다른 영원체를 무시하고 막 나간다고 했다.

다른 창조주들도 진리와 창조주의 임무를 경쟁하면서 개성이라는 것을 습득했는지 아주 가관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한 말도 지극히 이치에 안 맞았다.

“네가 정의? 그럼 악은 우리냐?

당연한 권리는 또 뭐야?

질서유지의 의무가 먼저다.

의무 없는 권리도 있나?”

“이것들이 바람가에서 놀러오는 영원체와 어울리면서 놀더니 이상한 말과 행동만 배워왔어.”

반대의 말들이 나오자 단상에 선 영원체는 아주 엄숙한 얼굴로 진지하게 말했다.

“커다란 힘에는 반드시 의무가 따른다.

진리와 우리 영원체들은 그걸 간과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주우주의 창조주로서 희생할 마음의 준비와 각오가 되어있다.

사명감이 넘치는 나야말로 창조주로서 가장 어울리는 존재다.”

“........”

뭔가 자신들이 잘 못 들은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아주 특이한 말이다.

‘단상에 있는 영원체가 뭔가 지극히 이상한 개성을 획득한 모양이다.’

‘하긴 우리가 아무리 한가해도 회의장 주변에서 생활하다가 저렇게 단상에서 버티는 행위부터가 이상했지.’

그러고 보니 저 주장도 바람가의 영원체가 가져다 준 여러 가지 소설과 영화에서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러니 당장 이제보다 더한 반론이 튀어나왔다.

“우리가 이계의 어린애들을 위한 소설책 보고 흉내지지 말랬지.”

“너는 영원체이고 나이가 몇 살인데 지성체들의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듣고 그대로 따라해.”

“맞는 소리는 맞잖아-!

힘을 가진 강자는 겸손하고 약자를 위해서 봉사해야 한다.

약육강식은 야만적이다.

새로운 주우주의 창조주는 강할수록 더욱 책임감과 봉사정신을 가져야 한다.

정의로운 주우주는 창조되어야 한다.”

그 말에 영원체들의 입이 딱 벌려졌다.

전부를 소유한 영원체가 스스로를 정의와 악으로 구분하여 한쪽이라고 자칭하다니 아주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하아? 정의로운 주우주를 만든다고?”

“뭐? 그럼 나머지는 전부 악의 주우주가 되겠다.”

“이건 또 무슨 미친 개성이냐?”

영원체들은 이 말을 듣고 이거 아주 안 되겠다고 모두 한숨을 푹 쉬었다.

이런 정신 상태로 진리에게 창조주의 후보로 보냈다가는 영원체들 전부가 수준을 의심당하는 개망신을 당할 판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진리의 혈족인 영원체들보다 능력이 떨어지고 있어서 신경 쓰이는 판국인데 이게 또 무슨 일인가?’

‘개성이나 권능획득도 권능강화에 좋은데 왜 다들 이 따위야?’

‘진리가 영원체이니 두들겨 패지는 않겠지만 자격미달이라고 빈손으로 돌아오는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

이제까지 자신들이 결정하여 보낸 창조주 후보를 거부한 적은 없지만 어디까지나 최종 결정권을 진리가 가졌다.

자격미달로 창조주 인정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행하면 자칫하면 자신들도 그런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저 단상을 무단 점검하고 헛소리를 하는 영원체가 정말 유감스럽게도 가장 가망성이 높았다.

‘저 정의 운운하는 녀석이 우리들을 전부 동전던지기로 물리치고 저 자리에 있는 이상 다른 승부를 해도 이길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일단 설득부터 하자.’

‘정의만 주장하는 저 꼴로 보냈다가는 주우주를 말아먹는다.’

‘우리가 결정한 창조주가 원인이 되어서 받은 주우주가 망하면 정말 진리에게 얼굴을 들지도 못한다.’

그래서 어떻게든 좋게 설득을 시작했다.

“우리는 정의나 악이 아니다.

선과 악도 전부 가져야 한다.

또한 커다란 의무에는 걸 맞는 보상이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런데 여기까지 설명을 하려는데 뭔가 속에서 울컥했다.

모두가 동등한 영원체다.

도울 이유도 조언도 할 필요가 없다.

영원체인 이상 말소될 리도 없고 무슨 일이 발생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성을 저 따위로 습득해서 주우주 창조주가 도면 절대로 안 되니 설교를 해야 했다.

‘영원체들이 이게 무슨 꼴인지 모르겠다.’

결국 폭발해서 이를 갈면서 외쳤다.

“으득-! 창조주가 보상도 없이 사명감만 강조하면 누가 네 밑에서 일하냐?

그리고 그 투절한 사명감만 가진 부하들이 멀쩡할 것 같으냐?

일만 죽도록 하고 아무 보상도 챙기지 못할 것 아냐?

그렇게 부하의 주변은 어떻게 돌보냐?

부하의 반려나 세력이 정기도 없이 허덕이면서 말라 비틀어 가는데 창조주가 사명감만 외치면 안 미칠 것 같으냐?

부하들을 전부 거지나 정신병자로 채울 생각이냐?

창조주 최초로 반역을 안 당하면 천만다행이다.

겉만 그럴듯하지 현실에서 아무 쓸모도 없는 주장을 왜 억지로 적용하려고 이 난리를 치냐?

이러려면 당장 바람가의 영원체에게 받은 소설이나 자료는 전부 없애버려.”

“그리고 너 당장 단상에서 안 내려와?”

여기까지 직설적인 말이 나오자 다른 영원체들도 참지 않았다.

단상에 올라서서 안 내려오는 것부터 마음에 안 들었는데 말 하는 것도 아주 이상했다.

모두 어디서 저런 말과 행동을 배운지 눈치를 챈 것이다.

“주우주 창조주를 책 보고 따라하고 있단다.”

“이계의 어린애들이나 보는 동화책을 보고 흉내를 내지 말랬지.”

“주우주 창조주가 애들 소꿉장난에 영웅놀이냐?”

“그래도 실현되면 좋잖아?

정의와 영웅만이 넘치는 주우주다,

나는 그럴만한 능력과 의지가 있다.”

“.......”

농담이었으면 좋겠는데 정말 가능하다는 예감이 오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정말 진리 앞에서 저럴까 봐 겁이 날 지경이었다.

“동화가 실제가 되면 비극이다.

아니 세상의 종말이란 말이다.

정의만 외치는 그 개성은 빨리 삭제해버려.”

“나는 누구에게나 추앙받는 창조주의 영웅이 될 것이다.”

드디어 단상에 서 있던 영원체의 본심이 튀어나왔다.

창조주의 이상과 목적이 크면 좋기는 하다.

혼자서 무엇을 하던 상관할 필요는 없다.

허나 이건 안되었다.

듣고 있던 영원체들의 입장으로는 저절로 욕설이 튀어나오는 상황이었다.

결국 참지 못하고 이동구성으로 외쳤다.

“이 자식아-! 네가 영웅이 되면 그럼 우린 지나가는 서민들이 되란 소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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