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념(信念)과 오기(傲氣) -->
그 소리가 신계에 전달되는 것과 동시에 무엇인가 가죽부대를 때리는 소리가 동시에 울렸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거대 늑대신의 옆구리가 무엇인가에 부딪친 것처럼 급격하게 꺾인다.
“캐..........”
파가가가가가강-!
늑대신의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의식이 날아갔는지 네발이 그대로 쫙 퍼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신계 전체가 울리는 굉음이 마무리를 짓듯이 뒤를 이어 울린다.
산처럼 거대한 거대 늑대신의 몸이 돌멩이처럼 저 멀리 날려져 나뒹구는 모습에 주변의 태초의 투신들이 얼음처럼 얼어붙었다.
자신들이 저 상식을 초월한 거대 늑대신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단 1번의 공격에 저 꼴이다.
거기다 방금 무엇인가 자신들의 포위망을 단순히 상식을 초월하는 속도와 힘으로 무식하게 돌파를 당했는데 인식조차 하지 못했다.
거기에다 돌파와 동시에 그렇게나 애를 먹게 하던 거대 늑대신이 마치 조약돌처럼 날려지고 있다.
이제야 전달되는 목소리를 들어보니 신계주신인 차원의 마도신같은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비록 초월의 권능에는 도달하지 못했으나 초일류의 투신인 자신들이다.
그런데 자신들이 아무런 반응을 하지 못할 정도의 움직임은 적어도 주신 중에는 없다.
더구나 저 공격은 분명 맞은 폭음이 충격이후에 퍼질 정도의 초고속의 일격이다.
오로지 신체능력과 검술만으로 초월의 권능에 도달한 극히 일부의 투신만이 가능하다.
더구나 물리법칙까지 완전히 무시하고 이 정도의 파괴력을 보인다는 것은 아무리 주신이라도 무리다.
직접 보았던 적은 거의 드물다.
검신으로서 초월의 권능에 도달한 과거의 신계주신도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보여주었던 신기였다.
그러나 늑대신이 튕겨나간 자리에 단순한 정권지르기 자세로 서 있는 로브로 얼굴까지 뒤집어쓴 저 모습은 분명히 신계주신인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너무 커진 난국에 어떻게든 깨어나기 전에 수습을 하려고 했는데 역시 늦은 모양이다.
그리고 황급히 고개를 숙인다.
신체에 풍겨지는 투기와 살기가 심상치가 않다.
마도신으로서 특유의 마력이 아닌 너무나 익숙한 투신의 압박이다.
잘못하면 자신들도 저 늑대신처럼 한방에 날아간다는 위기감이 오랜 경험에서 바로 파악이 되었다.
황급하게 상황을 보고한다.
“마지막 반항을 제압 중이었습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면 완전히 제압하겠습니다.”“닥쳐라-!
무슨 제압을 이렇게 무식하게 하는가?
신계의 몰골이 보이지 않는가?”
차원의 마도신의 일갈에 주변의 태초의 투신들이 고개를 푹 숙였다.
자신들의 주변에 보이는 신계는 멀쩡한 건물이 거의 없었다.
신계가 거의 절반은 파괴가 되었다.
척 보아도 완전히 망한 꼴 이다.
그나마 드디어 벌어질 일이 터졌다고 신속하게 주신급이하의 하급신들은 신계 밖으로 도망을 쳐서 피해자는 거의 없다는 것이 다행이다.
주신장전을 준비하기 위해 주신들을 주신전에 연금한다는 말에 다른 여주신들은 그래도 어느 정도 통했다.
비상사태로 긴급 준비의 필요성과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계의 정령신들과 정령주신들이었다.
연금이라는 말에 경기를 들리듯이 거칠게 반항하며 순식간에 이 꼴이다.
그리고 발악처럼 이동형 요새인 거대 늑대신과 거대 뱀신을 외부로 보내 날뛰게 하자 신계가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었다.
거대 늑대신이 왜 신계전멸을 위한 이동 요새였는지 확실하게 알 정도로 신계 파괴에 특화되어 있던 것이다.
외부의 급속한 파괴에 놀란 여주신들이 직접 나서려했지만 정령 여주신의 대표들이 막아섰다.
결국 보다못한 전지의 성님까지 직접 나서셨는데도 이렇게 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이계의 정령신들과 환수주신들이 끝까지 반항하며 전지의 성님의 발을 묶은 것이다.
대책없이 신계가 초토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태초의 투신들이 덤벼들었지만 반나절만에 겨우 거대 뱀신만 제압을 했다.
그나마 늑대신이 신계주신인 차원의 마도신의 신전에 접근을 꺼려서 절반은 살아남았다.
하지만 단 반나절 만에 신계가 멸망직전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긴장을 하고 있는데 긴 한숨을 토해내며 결정을 내린다.
“후우우우-!
아무 일도 없었다.”
“예?”
“신계는 주신장에 참가할 주신의 선별과정에 들어갔고 그 과정의 일환으로 과거 신계를 철거했다.”
“???” “주신장전에 참가할 주신에게 어울리는 거대 신전을 새로 짖기 위해 전부 부순 것이다.”
“허어어? 신계가 반파된 이상 이건 내전입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이 통할........”
구석에 있던 지식의 주신이 신계주신의 말에 당황해서 막아섰다.
주신계에 변명은 관리신이 자신이 해야했다.
신계관리주신은 아니지만 원탁의 최고위 직위를 가진 주신들이 신계주신대리의 말을 거역하고 벌인 집단반항이다.
그 결과가 신계의 반파라면 당연히 내전이다.
아무리 변명해도 주신계에 통할 리가 없다.
그러나 말을 마무리는 짖지 못했다.
자신의 배를 강타하는 흐릿한 주먹의 그림자를 본 것과 동시에 피를 토하면서 뒤로 날려진 것이다.
의식역시 주신치고는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바로 끊겼다.
꽝-!
역시 신체를 격타한 폭음은 날려지고 한참 뒤에 일어났다.
소리를 초월한 충격이며 그 공격 자체가 한참 인식속도를 뛰어넘어 있다는 소리였다.
이런 공격을 대응하라는 것은 주신으로는 무리다.
저런 인식 밖의 공격은 방비를 못한다.
대응은 고사하고 단 일격만으로도 치명상은 물론이고 죽을 수 있다.
비록 투신이나 관리신인 지식의 주신이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다.
방금 날려버린 늑대신이 네 다리를 쭉 펴고 쓰러진 위로 똑같은 모습으로 널브러진 지식의 신을 쳐다보며 차원의 마도신이 혀를 차며 말했다.
“쓰읍-!
책임을 지는 것은 신계주신인 나다.
신계주신인 내가 아무 일도 없었다고 했지.
그러니 닥쳐라.”
“하아?”
태초의 투신들이 갑자기 벌어지는 폭력사태에 입이 벌어졌다.
신계주신이 원탁의 주신을 패다니 어지간해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니 이제까지 정치상황을 보며 온화한 대응만을 하던 차원의 마도신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묘하게 통쾌하고 기분이 좋았다.
이제 보니 분위기도 많이 바뀌어 있었다.
뒤에서 계략만을 꾸미는 음침한 마도신의 분위기에서 최전방에서 거침없이 날뛰는 용맹한 투신의 모습이 보였다.
무척이나 자신들에게 익숙한 언제나 선봉을 맡던 과거의 신계주신의 모습이 겹쳐져 보인 것이다.
선두에 서는 강함과 주위 상황에 거침이 없는 정의로운 행동에 매료되어 많은 동료들이 같은 운명의 길을 걷는 것을 선택했다.
비록 나중에 퇴색되어 빛이 바래어도 태초의 투신인 자신들이 바라는 것은 인간들이 말하는 기사도와 비슷했다.
신계주신을 위해 충성을 바친다.
그 신계주신이 신계를 위해 선두에 서서 싸울 용감한 강자라면 목숨조차 바칠 수 있다.
그 모습이 투신들의 이상이기 때문이다.
그런 바뀐 분위기와는 다르게 냉정한 말은 끝나지 않았다.
내전이 아닌 자체 철거로 무식하게 밀어붙일 모양이다.
“주신장전에 나설 주신들의 선별은 아직 되지 않았는가?”
“예-! 가이아나님과 여주신들이 전력으로 나서서 정령주신들은 거의 제압을 완료했습니다.
그러나 최고위 원탁의 신에 해당하는 일부의 주신들과 주신전에서 대치중입니다.”
“로키나와 헤파이스, 그리고 이계의 정령신들과 환수주신들인가?
전능신족인 가이아나와 오리진이신 전지의 성님도 제압을 아직 못했는가?
설마 따로 제압하지 않고 한꺼번에 하려했는가?
그건 무리다.
힘으로 밀린다고 쉽게 숙일 존재들이 아니야.
동맹이고 협상이고 판 뒤집기이든 뭐든 하며 버티려고 했겠지.
그 결과가 이건가?
최악의 예상과 한 치도 안 벗어나서 어처구니가 없군.”
단번에 사태를 파악하니 차마 변명을 하지 못하겠다.
가이아나와 여주신들 거기에 태초의 주신들 전부가 달려들었는데도 아직 정령주신들의
대표들은 제압을 못하고 있다.
전면에는 여주신중 최고의 신체능력을 가진 토리나를 압도하는 헤파이스가 집체만큼 거대화된 망치를 휘둘러서 접근을 막는 데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황급하게 모두가 힘을 합쳐서 막는 것이 전부다.
순수한 근력으로 압축한 행성을 공깃돌처럼 움직일 수 있는 절대급의 투신을 순수한 신체능력으로 이길 수가 있을 리가 없다.
아니 이런 강대한 투신이 있는 신계가 왜 망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다.
거기다 신계주신의 권능을 강화시켜 발휘하는 이면주신의 권능으로 위력이 강화된 차원의 권능과 마도를 마음껏 발휘하는 로키나가 후위에서 전력을 내고 있다.
안전이 확보되자 영창을 마음껏 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벅찬 위력의 권능들을 증폭하여 쏟아낸다.
그 위력은 전능신족의 상급 여주신 가이아나와 8명의 여주신들의 총력으로 받아내야만 할 정도다.
거기에 같이 죽자는 심산으로 거대 늑대신과 거대 뱀신을 신계에서 날뛰게 하자 다급하게 된 여주신들은 더욱 수세에 몰렸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신계의 피해를 보다 못한 결국 전지의 성님이 나서자 그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이계의 정령신들과 환수주신들이 연합하여 달려들었다.
모든 신의 능력을 구현 가능한 전능신족의 오리진이지만 생소한 이계의 신들의 권능은 아직 제외였다.
더구나 그 전투력과 권능의 수준은 태초의 투신들로도 놀라울 정도였다.
일곱 개의 검을 동시에 휘두르는 초월급의 검신이 태양의 신력을 폭주시켜 달려들고 무수한 신력의 화살이 그 뒤에서 허공을 채우듯이 끝없이 쏟아진다.
그리고 투명한 바람으로 변한 여투신의 전력을 다한 발차기가 권능을 발동할 시간을 주지 않고 사각에서 허점을 만들어서 파고든다.
거기에 끝없이 길어진 검은 머리카락들이 전지의 성님의 권능을 변질시키며 포위하고 달려들었다.
그 뒤를 받치는 하반신이 뱀으로 변한 대지모신이 신계의 땅에서 신력을 끝없이 흡수하여 생명의 비를 뿌린다.
그것이 전력 신력전개상태의 그들을 유지하고 있었다.
더구나 급작스런 기습에 화가 난 전지의 성의 공격권능들을 환수주신들의 속성력을 강화하고 중화시켜 받아내었다.
이것은 마치 그림을 그리듯 오랫동안 준비한 합공이었다.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상위의 능력을 가진 강자를 적으로 상정하고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만들어낸 예술과 같은 연합공격의 모습이었다.
그것은 일순간 전지의 성님이 공격을 포기하고 방어로 전환을 할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그렇게 방어로 전환되는 순간 더욱 강화된 연속공격이 숨을 돌릴 틈도 없이 밀어닥치며 끝없이 신력과 권능의 소모를 유도한다.
철저하게 상위존재의 제압을 목적으로 하는 완벽한 연합 공격에 발이 묶인 전지의 성님도 기가 막혀서 화도 내지 못할 정도였다.
아차하면 낭패를 당할 상황인 것이다.
이렇게 초월권능뿐 아니라 절대권능을 가진 투신들이 날뛰는 전장에 태초의 투신들도 조력을 하지 못한다.
다만 밖에서 날뛰며 신계를 파괴하는 거대 늑대신과 거대 뱀신을 제압하려다 반나절 만에 겨우 거대 뱀신을 잡아내는 것이 한계였다.
하지만 뱀신의 잔해를 산산 조각내어 신계 바깥에 뿌렸지만 벌써 재생중이라 완전소멸조치가 필요했다.
그런데 여기저기 날뛰는 거대 늑대신이 방해를 하여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를 갈면서 쫓아다니며 토벌중인데 드디어 수면 중이던 신계주신인 차원의 마도신이 깨어난 것이다.
엄청난 기동성과 생명력, 방어력으로 그렇게나 자신들을 고생시키던 거대 늑대신을 단 한방의 주먹으로 침묵시켰다.
이전까지 이해가 안 가던 마도의 권능과는 너무나 다른 개끗한 일격이며 저렇게 되기 위해 얼마의 신체단련과 노력이 필요한지 아는 자신들로서는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뒤에서 시끄럽게 잔소리만 하던 지식의 주신도 바로 주먹으로 속 시원하게 날려버리자 당연히 충성심이 모락모락 생기고 있었다.
“주신전으로 간다.”
“예-!”
태초의 투신들의 힘찬 대답을 들으며 주신전으로 향하는 차원의 마도신의 눈은 평소의 이성보다 분노로 타오르고 있었다.
자신의 집을 침입당한 맹수와 같은 원초적인 분노였다.
더구나 전혀 마도신 답지 않게 자신이 지금 마도를 사용하지 않고 단순히 주먹질로 늑대신과 지식의 주신을 제압한 것은 관심도 없었다.
더구나 원탁의 최고위 신인 지식의 주신을 시끄럽다고 날려버린 것은 정치만을 생각하던 평상시와도 너무나 다른 행동이다.
아마 본래대로라면 경고나 주의만 주고 넘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반사적으로 이렇게 하고 있는데 전혀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다.
가장 눈앞에서 문제가 되고 거슬리는 것부터 힘으로 제압한다.
이것은 투신들 중 최고로 군림하는 흑염의 일족으로서 기본적인 행동방식이었다.
그동안 엄청나게 쌓여져 왔던 짜증을 본능에 안착한 흑염의 권능이 원료로 하여 미묘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가장 흑염 일족답게 행동하고 있었다.
“주제도 모르고 아직 까부는 것들은 모두 제압하라.
힘으로-!”
“예-! 맡겨만 주십시오.”
“가자-!”
“신계주신의 길을 열어라.”
말투도 완전히 변한 차원의 마도신에게 과거 용병신 시절로 돌아간 향수에 젖어 완전히 적응한 태초의 투신들이 신나하면서 주신전으로 내달렸다.
그런데 이미 그들 앞에 앞질러 내달리고 있는 차원의 마도신이 있었다.
도저히 관리신으로 볼 수 없는 속도와 힘이 같이 실려 있는 질주였는데 주신전의 정문을 그대로 몸으로 박아가는 모습에 저절로 몸이 멈추어졌다.
그나마 멀쩡하던 정문이 송두리째 날아가는 모습에 태초의 투신들조차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의 주신전에 들어가는데 정문을 박살내며 들어가는 분위기는 사생결단을 내는 침공전의 선봉장이다.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
“아주 화끈하게 변하셨네.
저러면 신계가 남아나려나?”
“하지만 마음에 아주 드는걸.
이제 정치적인 고려는 머리가 아파.”
“주신장전도 잘 치러야지.
이게 무슨 영광인지 몰라.”
“클클-! 그래 잘하면 모처럼 영광스럽게 소멸할 장소를 찾겠어.”
“그럴 기회라도 있을까 몰라?
전능신족의 오리진이신 전지의 성님에게조차 달려드는 강력한 주신들이 저렇게 많은데 말이야?”
“초월권능을 가진 그 강대한 여신혈맹의 여주신들이 고작 정령주신 2명을 감당하며 쩔쩔 매는 것도 보았지?
다른 정령주신들도 정말 만만치 않더군.”
“주신장전을 하고 신계에 이런 강대한 주신들이 넘쳐나.
과거 정기를 절반이나 마계에 넘겨주던 신계로 이게 가능한 것인가?”“많이 변했어.
정말 좋게.
신계의 신으로서 사는 보람이 있어.”
왜인지 모르게 저절로 미소가 떠오르는 태초의 투신이었다.
신계는 절반이 박살나고 서로 싸워 망하기 직전이지만 차원의 마도신의 강함을 보면 그럴 리가 없다는 확신이 생겼다.
더구나 열을 받았다고 자신의 주신전의 정문까지 박살내며 들어가는 성질머리를 보니 아무런 부담 없이 날뛰어도 책임을 물을 것 같지는 않았다.
정말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상쾌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