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 생존전략-278화 (278/1,533)

<-- 정령계 대기소 '유격 화산'(遊擊 火山/Guerrilla Volcano) -->

거의 거목만한 거대한 황금빛의 망치가 우주공간을 가르며 날아간다.

기묘하게도 절대 빠르지 않은 아주 느긋한 속도로 이동하는 목표는 이제 외부 주우주의 최고위 창조신을 5명을 모두 두들겨 패서 정기를 강제 회수한 예비창조신인 전능의 휘였다.

쳐들어 왔던 다른 주우주의 신들은 최고위 창조신들이 아무 힘도 쓰지 못하고 맥없이 정기를 빼앗기자 황급히 전력을 모두 뒤로 물리고 있었다.

그런데 눈이 뒤집힌 예비 창조신은 기세 좋게 입을 놀리던 존재와 지원을 왔던 신들이 너무 손쉽게 쓰러지자 분이 안 풀려 이제 그래도 강한 투기를 띄우며 몰려있는 자신의 최고위 주신들에게 공격을 하려고 했다,

그때 마치 유람을 하듯 느릿하게 다가오는 황금망치를 보았다.

자신의 이마를 향해 공격을 느리게 해오지만 무시무시한 위기를 느끼고 반사적으로 막으려 하는 순간에 제정신이 들었다.

정신을 차릴 수밖에 없는 것이 방어를 한 자신의 권능과 방어막조차 박살을 내며 느릿하게 이마를 노리고 다가오는데 너무나 위험했다.

여기에서 눈이 뒤집혀 날뛰기에는 그동안 쌓아올린 전투경험이 너무 높아서 제정신을 차렸지만 아무 쓸모가 없다.

필사적으로 공간을 중첩하고 이동을 반복하며 저 느린 황금망치의 공격을 피하려 했지만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따라온다.

하긴 저것을 피한 적이 단 1번도 없었다는 것이 떠올라 최대한 피해를 줄이려고 팔로 머리를 감싸고 웅크렸다.

그리고 결국 이마를 가린 자신의 팔에 황금망치가 살짝 닿았다.

우지지직-! 퍼어어억-!

“........”

털썩-!

비명도 못 지르고 마치 전력으로 휘두른 몽둥이에 맞은 공처럼 날려져서 도착한 곳은 정령계 방위신계의 영광의 자리였다.

최대한 신력을 동원해 막은 팔은 어느 때처럼 뼈가 박살이 나고 이마를 정확히 내주었다.

망치는 그대로 이마에 달라붙고 영광의 자리에 앉은 것처럼 정확하게 위치까지 잡아준다.

그렇게 어처구니없이 맞아서 자리에 처박혀지고 황금망치는 자신의 자리가 이마인양 축소되어 붙어 있다.

지금까지 외부 주우주의 최고위 창조신들을 걸레처럼 쥐어짜며 날뛰던 강대한 예비 창조신이 저런 느린 공격을 방어도 제대로 못하고 단 한방에 쓰러지자 전장은 고요를 찾았다.

특히 예비 창조신의 폭주를 말리려고 하다가 신력의 여파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찌그러져 있던 최고위 주신들의 표정이 이마에 붙어 있는 황금 망치를 보는 순간  하얗게 변해갔다.

저 황금망치를 모를 수 가 없는 것이 수없이 그들도 당한 적이 있는 물건이다.

아니나 다를까 너무나 잘 아는 불만에 가득 찬 목소리가 방위신계에 울린다.

“씁-! 수련에만 집중해도 성취가 지난하거늘 이런 것도 제대로 처리를 못하고 있다니 한심하도다.”

“너무나 위대하고 고귀하신 창조신님을 뵙습니다.”

바로 허리를 90도 이상으로 아래로 꺾으며 인사를 한다.

저 창조신님이 얼마나 예의에 민감하고 뒤끝이 강한지 자신들이 너무도 잘 알았다.

저기 상급 주신체면에 창조신의 신력을 감지하자마자 납작 엎드려서 큰절을 하는 모습을 보니 딱해 보일 지경이다.

슬쩍 확인해 보니 저 정령계 방위신계 상급 주신은 본인의 신계가 관리소홀로 평가가 엉망이 되어 카르마의 ‘극선’도 간당간당하다.

저러다 신도를 모두 잃으면 중급주신으로 떨어지는 수가 있다.

하긴 이 정령계 방위신계에 귀양을 와서 자기 신계를 말아먹고 카르가 ‘선’으로 떨어지기 직전이 된다면 자신들도 저러고 남을 것 같다.

잔뜩 긴장하며 땅만 쳐다보는데 의외로 모습을 나타내지 않으시고 예비 창조신의 이마를 강타한 ‘사랑의 황금 망치’만 공간에서 손만 내밀어 거두신다.

그렇게 바로 신기만 거두시고 목소리만 전달한다.

“잘 처리하도록 하라.

그리고 연습 상대가 있으니 거기서 이것들을 모두 익히라.

창조신장님의 특별한 가르치심이니 반드시 숙달해야 할 것이다.”“.......”

툭-!

허공에서 원반모양의 영상재생기가 정신을 잃은 예비창조신의 머리를 다시 1대 때리고 바로 허공에 영상을 띄운다.

어지간히 이번 일처리가 마음에 안 드신 모양이다.

아마 예비 창조신이 아닌 주신이었으면 다른 우주로 영구파견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예비 창조신이니 넘어가는 것 같고 바로 입체영상이 비추어진다.

“강화된 대신족(代神族)의 대응을 위한 신마합동 절명기(神魔合同 絶命技) ‘아유타’다.”

허공에 태양계 크기의 황금색으로 빛나는 대신족의 창조신장을 상대로 2명의 신과 마신이 27쌍의 날개를 펼치며 싸우는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놀랍게도 2명이서 대등한 전투를 보이고 있었다.

거기에 놀란 최고위 주신들이 이동구성으로 탄성과 함께 질문을 한다.

“겨우 2명이 대신족과 상대가 가능합니까?”

“창조신장님과 마신황제이시다.

저번 강화된 대신족의 상대로 승리하시고 하사하신 더없이 귀중한 기술이로다.”

명실공이 창조주님을 제외한 이 주우주의 각 종족의 최강자들이다.

과연 화면상으로도 감당을 못할 신력과 마력이 뒤엉키며 대신족의 신멸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다음 장면에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창조신장님의 27쌍의 빛의 날개 중 26개의 날개가 빛의 검처럼 모양이 변하더니 손에 쥔 창조 신기에 모이고 그대로 대신족의 창조신장에게 돌진하여 깊숙이 박아 넣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마신황제도 똑같이 자신의 암흑의 날개를 신기에 집중하고 같은 힘과 동일한 순간에 반대편에서 일격을 가했다.

그리고 화면을 가득 채우는 폭발과 함께 영상이 끊기자 말을 못하는 최고위 주신들이었다.

저것이 얼마나 지독한 합동기인지 한눈에 알아 본 것이다.

그러나 창조신은 별 감흥이 없는지 무감정한 목소리로 지시할 뿐이다.

“반대 속성의 마력을 가진 마신족과 합동공격을 할 경우에 일반적으로 10배 정도의 파괴력이 나온다.

마력과 신력의 위력이 일치되고 동시에 융합만 시키면 100배 이상까지 나온다.

창조신장님과 마신황제의 연합정도면 ‘나유타’정도의 파괴력도 보일 수 있어 대신족의 창조신장에게 승리하셨다.

그리고 신들이 익혀야할 필수 기술로 등재하셨으니 너무나 넓으신 자비에 감사하도록 하라.

아직 주신용으로 하향을 하지 못했지만 실전은 너무나 소중한 강해질 기회이다.

저들을 연습상대로 전원 반드시 익혀내도록 하라.

현재 창조신계는 모두 이것들을 익히느라 바쁘니 여기는 너희들이 잘 처리하도록 하라.

그리고 예비 창조신 휘를 저것들이 정리될 동안 정령계의 방위신계의 주신으로 임명한다.”

“알........알겠습니다.

모든 것은 너무나 고귀하고 위대하신 창조신님의 뜻대로 되실 것이옵니다.”

난장판이 된 방위신계에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고 창조신이 사라지자 다시 반복되는 영상을 보고 한탄을 시작했다.

“신마 합동 절명기(神魔合同 絶命技) ‘아유타’?

이거 합동 자살기(合同 自殺技)가 맞지?”

“자신의 신력을 저장과 외부의 신력을 흡수하는 빛의 날개를 다 뽑아서 사용한다는 것부터 자살행위이지.

말 그대로 끝장이군.”

“빛의 날개가 없어 저하된 신력으로 대신족의 신력포의 집중 광역공격을 어떻게 뚫고서 가라는 것이야?

접근하려고 날아가다 다 죽겠는데 무슨 필요가 있는 것이야.”

“아니 저렇게 빛의 날개로 모은 신력은 상대에게 발사되게 되어있어.

위력은 많이 떨어지지만 확실히 치명타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정확히 도착해서 발사를 해도 마신족과 약간의 발동의 오류와 힘의 오차만으로도 같이 죽겠다.

융합폭발이 실패하면 폭발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당연히 상쇄하거나 피할 여력이 없어.”

“이거 아무래도........”

이마를 양손으로 감싸 안으며 허탈함과 ‘이렇게 꼭 살아야 하는가?’라는 고뇌에 휩싸였다.

강화된 대신족들과의 인증전을 치루는 수많은 직계들 때문에 그동안 열심히 챙겨둔 정기도 싹 날리고 긴축하느라 죽을 지경인데 이런 기술까지 익히라고 내려온다.

분명 위력은 터무니없이 강대하지만 사용자에 대한 배려나 안전보장 따위는 전혀 없다.

물론 창조신님 정도의 강자들의 감각 수준이라면 사용에 아무 무리가 없지만 아직 미숙한 주신이 쓰면 상대와 같이 죽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같이 발동하는 상대가 약간이라도 실수하거나 악감정이 있어 발동시간과 공격위치가 틀리면 바로 죽는다.

물론 같이 발동한 마신족과 당하는 대신족도 모두 합동으로 말이다.

“대신족에게 패배할 바에는 최대한 피해를 주되 기왕이면 마신족과 같이 죽으란 기술이야.

합동 공멸기(合同 公滅技)로군.

이걸 익혀야 해?”

“주신계에서 열화해서 나오면 익혀도 되지만 창조신님이 분명히 확인하실 것이니 해야지.”

“저것들은 자기들 최고위 창조신들이 다 죽어 나가 정기를 거의 빼앗겨서 끝까지 전쟁을 할 분위기 인데 연습용으로 삼으라고?

창조신님들에게는 애들 싸움으로 보이나 보군.”

이런 살벌한 기술을 일상적으로 익히고들 계시니 다른 주우주에서 거의 전면전을 걸어온 것과 같은 상황에서도 무감각하신 것이다.

결코 상대가 되지도 않을 것들이 떼로 쳐들어온다고 신경을 쓰실 성격들이 아니다.

정말 창조주가 쳐들어오지 않으면 관심도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자기들만 왜 싸워야 하냐고 반항을 할 수 있는 힘의 격차가 아니다.

방금 최고위 주신인 자신들은 예비 창조신님의 폭주를 막으려고 달려들었다가 권능과 신력의 여파만으로도 치명상을 입었는데 창조신님은 장난치듯 던진 신기의 일격에 바로 저렇게 인사불성으로 만들어 버릴 정도이다.

결론은 어떻게든 자신들만으로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예비 창조신이 폭주해 벌인 대형 사고를 왜 최고위 주신들인 자신들이 나서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명령이 떨어진 이상은 반드시 해야 한다.

안한다고 하면 그대로 소멸이고 못한다고 하면 바로 신계 주신 박탈이다.

창조신님께 주신성을 받아 참전권에 선택이 없는 이상 아무리 직위가 높아도 결국 말단인 것이다.

이런 난장판에서 참전을 안 하고 놀고 있을 독립 최고위 신계 주신들을 생각하니 혈압이 올라간다.

“언제나처럼 시키는 대로 하기는 해야 하는데?

후우우우-! 용병신을 다시 할까?”“먹여살려야할 종속신들이 얼마인데?

다들 정기 없이 말려죽일 생각이야?

반려나 후궁들의 등살은?

용병주신이 된다고 하면 당장 해제를 당할 것이다.

직계들은 잘도 혼자서 인증전을 치루겠다-!

우리 밑에 챙겨주어야 사는 신들이 얼마나 있는데 그런 소리를 또 해-!

정신 사납게.”“그렇지. 언제 이렇게 힘들게 되었지?”

“다들 이렇게 사니 그만하고 예비 창조신님이나 깨우자고.

시킨 대로 해야지.”

그나마 아직 불만이라도 할 기력이 남은 신들의 대화에 절로 눈시울이 붉어진다.

전력이야 저들이 수가 많지만 개인 능력은 자신들이 압도적으로 높기에 걱정은 없다.

그러나 마치 이러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무수하게 증강되는 다른 주우주의 전력에 맞추어서 일반 주신까지의 총동원령이 추가로 내려지기 직전에 처해진다.

정령계의 전화는 수그러들지 않고 갈수록 가열되어 간다.

한편 차원의 주신은 정령계 대기소에 여전히 안 들어가고 있다.

“구호가 작다-!

1번 더 왕복하고 싶습니까?

왕복 계속하겠습니까?”

“아닙니다-!

잘 할 수 있습니다.”

“기회는 단 1번입니다.

목소리를 듣고 재판단하겠습니다.

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십시오.

힘찬 음성으로 전면을 향해 함성 발사”

“으아아아아아-!”

복장도 빨간색과 하얀색이 반반 섞인 정령계 대기소의 제복까지 갖추고 이정도 단련에 뻗은 한심한 중급주신이하 투신들을 모두 강화 훈련을 시키느라 무척이나 바쁘다.

물론 이 관리신들이 평소에 하던 정령계 대기소의 방식대로 말이다.

‘유격 화산’의 권능을 막아주던 표식을 내게 빼앗긴 덕분에 여유 정기와 신력을 강제로 흡수당하는 상태에서 이들이 평소 정령신들에게 하던 방식으로 가혹하게 굴리니 당연히 혀를 빼물고 죽겠다고 헉헉댄다.

이제 조금은 마음이 풀리는 중이다.

아니 약간 즐거움까지 느낄 정도다.

말 한마디에 조금이라도 힘든 훈련을 줄여보겠다고 죽어라고 복창하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어차피 고생한 분풀이와 이들이 평소에 하던 짓은 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슬그머니 웃음이 나온다.

‘이렇게 명령하는 것이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