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신과의 비무 -->
주변의 태초의 신들의 눈이 분노로 물들어 가는 것이 보인다.
그것을 썩은 미소로 답해주자 당장이라도 다시 신기를 꺼내들 것 같았다.
덤으로 오른 손가락으로 오라고 까닥거리며 도발하지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표정이었다.
나는 아직 시작도 못했다.
그런데 최상급여신들은 양손으로 이마를 감싸 안고 쓰러질듯하다.
내가 뭔가 잘 못 건들인 것 같은데 말이다.
여기 신계가 '개판'이라는 것이 그렇게 큰 욕인가?
무척 당연한 일인 것 같은데 말이다.
"그렇지. 개판이지."
주신의 태평한 말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저 곱게 미친 인간이 또 무슨 소리를 지껄이려고 저리는 거냐?
주변의 태초의 신들도 잠시 당황하고 여신들도 바짝 굳었다.
"애완동물이 너무 많아.
거참 집집마다 하나씩 있으니 길에 나가면 신보다 개가 더 많더군.
정말 개판이야."
"......."
또 시작이다. 저 주신 놈-!
주변 최상급신의 인상들이 포기의 표정인걸 보니 저거 분명 천연이다.
항상 저러고 산다.
가장 피냄새로 절은 주제에 말이다.
원탁의 나의 자리로 이동하였다.
뚜벅-! 뚜벅-! 퍼억-!
원탁 가운데 마왕의 머리 2개가 꽂혀 있고 전쟁의 신이 머리장식이 된 주신살의 창을 박았다.
"끄아아아악-!"
"카아아아악-!"
마왕들의 원망과 고통의 비명이 주신전을 뒤흔들고 처음 보는 끔찍한 광경에 뒤로 물러나는 여신과 헛구역질하는 한심한 모습까지 있다.
특히 이 전 전쟁의 신은 주신을 보자 울부짖는 수준이 다르다.
마치 도와달라고 우는 어린애 같다.
태초의 신들은 이미 신기를 꺼내들어 나에게 달려들기 직전이다.
나를 공격하면 모두 주신전 밖에 날려버릴 생각이었는데 나의 방어마법의 특성을 눈치를 챈 모양인지 신력만을 극도로 모으고 있다.
아니면 주신의 능력을 신뢰하는가?
상관은 없다.
나는 목적만 이루면 그 뿐이다.
"이 기생오라비를 돌려 드릴 테니 독대와 비무를 원합니다.
신계에서 가장 위대한 주신이시여."
"........"
주신의 웃은 얼굴에 약간의 금이 갔다.
아들의 얼굴을 본 농경의 여신이 달려오려다 주변의 여신의 만류에 저지당하는 것이 느껴진다.
우는 아내와 창에 봉인당해 울부짖는 아들의 모습에 평안이 흔들린 것이다.
그리고 아까와는 다른 미소가 그 속에서 떠올랐다.
태초의 신들과 같지만 수준이 다른 피냄새가 풍긴다.
과연 이것이 본 모습인가?
"전쟁의 신으로서 인가?
아니면 고귀하고 위대한 흑마도사로인가?"
웃음기가 가득 찬 어조에서 한기가 밀려온다.
역시 이 주신은 미친놈이 맞았다.
이 정도의 살의를 가지고 곱게 미친 짓을 아무렇게도 해오다니 말이다.
피가 절어 피고름이 될 정도의 전쟁을 해온 것인가?
신살의 마신이 과연 욕만 하고 목을 따지 못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전쟁의 신이 아들이라는 것부터 이상했다.
신의 자손은 그 신의 성격을 따른다.
곱게 미친 주신의 본래 성향은 전쟁이었다.
"당연히 전쟁의 신으로서 입니다.
그래야 어느 정도 이용하실지 알 수 있잖습니까?"
"......."
주신의 얼굴에서 완전히 웃음기가 가셨다.
그리고 주신살의 창의 머리장식이 되어 울고 있는 전쟁신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무엇인가 복잡한 심정을 반영하듯 고개를 저으며 일어섰다.
"평화가 좋은 것이지.
자네도 얼마 지나면 알게 될 거야."
"지금도 평화가 좋습니다.
단지 저를 건드는 놈들은 용납을 하지 않습니다."
"젊군 그래.
참으면 다 지나가지."
"아직 많이 지나가지 않았습니다."
휭-!
주신이 공중을 펴다보자 전 전쟁신의 시간이 정지된 신체가 나타났다.
그리고 주신살의 머리장식이 풀리며 신령이 그 신체로 빨려들고 경련하기 시작했다.
다시 살아난 아들을 붙잡고 우는 농경의 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주신이 앞장서서 걸어가기 시작한다.
태초의 신들이 따라나서려 했으나 손으로 저지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이야기한다.
"오게나.
이곳은 너무 좁지."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최상급신들이 부산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여기저기 연락하며 외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까 지나온 광장에 그 방패만 든 거북이들이 갑자기 나타난 주신에게 놀라다 연락을 받고 황급히 떠나는 것이 보인다.
주변에 아무도 없자 주신의 말이 뒤를 이었다.
빛의 막이 대광장을 감싼다.
주변의 소리가 아예 차단되고 약간 시야가 왜곡 된 것을 보니 공간까지 막는 모양이다.
주신의 태평한 어조가 계속 이어졌다.
"아직 자네 결혼 안했지?"
"딸이라도 소개시켜주실 겁니까?"
"아니 딸은 없네.
저 아이 하나지."
어느 새인가 광장 주변에는 신들이 몰려나와 있었다.
전 전쟁의 신도 나와서 뭐라고 외치는데 입모양을 보니 내 욕인 것 같다.
저 기생오라비도 그냥 두면 안 될 것 같다.
다신 내 앞에서 고개를 못 들게 패버릴 테다.
"나의 신격의 강함은 대지와 농경의 신조차 단 1번의 탄생이 한계였네."
"......."
아까 한 3중창을 다시 발현시킨다.
그러고도 승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지만 이대로 이용당하고 살 수 없다.
주신의 가정사는 알바 아니다.
"그래서인가?
내 아내는 저 아이에게 집착했지.
과보호를 일삼더니 결국 아이가 저렇게 되더군.
그리고 내가 다른 여신에게서 자손을 또 볼까 항상 불안해하고 감시했지."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고 하더군요."
"훗-! 아직 결혼도 안한 자네가 어찌 아나?
무덤은 아닐세. 단지 꿈의 종착역이지."
씁쓰름한 표정으로 바뀐 주신의 신력이 오르기 시작한다.
그러든 말든 이 주신한테 한대 먹여야 속이 풀린다.
"나의 꿈은 끝났지만 그 꿈을 자식이 이어주기를 바라는 것이 잘못인가?"
"거기에 저를 끌어들이지 마시죠."
씁쓰름한 표정이 완전히 금이 가서 갈라지고 본심이 튀어나왔다.
"좀 도와주면 어디가 덧나나?
자네 어차피 집에서 항상 놀고 먹자나?"
"부러우시면 주신 때려치우시고 저처럼 집이나 짓고 혼자 편히 사시죠."
"젠장-! 그게 되면 벌써 했지.
마누라 등살에 견딜 것 같아?
사회적 체면과 자식 장래를 들먹이며 쪼아대는데 자네도 당해봐!"
"절대 싫습니다.
전 혼자 마법이나 익히며 하고 싶은 대로 살 겁니다. 평생-!"
"누가 그걸 용납할 것 같아?
좋은데 취직해서 많이 벌고 결혼해서 애 낳고 키워야지-!
모범적으로 살 생각은 안하고 그런 이기적인 생각을 하니 내가 이러는 것 아니야?"
"전 지금도 만족합니다.
가끔 신족과 하이엘프들이 귀찮게 하지만 다음에는 아예 밞아버릴 겁니다."
주신의 얼굴에서 이제 넘실거리는 투기만 느껴진다.
"지면 전쟁의 신 계속해-!
도저히 저 것들한테 맡겨둘 수가 없어.
머리가 있는 놈은 전쟁터에 안 가려고 하고 힘 있는 놈은 무식해서 말아먹기 일쑤야.
자식 놈은 지 어미 믿고 전쟁신이라는 놈이 전쟁터도 안가-!"
"본심 나오시는 군요.
쉽지는 않을 겁니다."
"11서클이나 되고나서 그런 소리를 해라. 신입 전쟁의 신!"
주신살의 창을 수천 개로 만들며 결계를 만들어 주신의 권능 "현실조작'의 영역을 줄이기 시작한다.
몸의 마력이 비명을 지르며 지금이라도 육체를 분쇄할 것 같다.
모든 마력을 쏟아 부어 주신에게 달려든다.
저 가소롭다는 표정을 아예 뭉개 버릴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