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창조 -->
피가 떨어진 호수에 잔물결이 일어나고 진동이 공간 전체를 울리기 시작했다.
정령신들이 갑자기 대기에 폭증하는 정령력에 당황하기 시작하는 것이 보인다.
내가 호수에 떨어뜨린 것은 세계수의 씨앗이다.
그것도 하이엘프제국에서 가장 커다란 세계수의 씨앗을 빼앗은 것이다.
스승을 잃고 방황하던 나는 얼마동안 하이엘프제국과 무차별적으로 싸웠고 하이엘프퀸들의 합공을 뚫으면서 그들의 세계수의 도시와 황궁까지 도달하여 거기서 가장 큰 보물로 여겨지던 물건들을 여러 개를 빌릴 수 있었다.
'....'
거짓말쟁이를 쳐다보는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마라. 그래 몽땅 훔쳐왔다.
젊은 시절의 실수이고 이성을 차린 뒤 복제하고 나서 몰래 다 돌려주었단 말이다.
나를 괴롭힌 대가라고 통쾌하게 웃으며 훔친 보물 중에 저 세계수의 씨앗도 있었고 연구를 좀 할 수 있었다.
물론 그 다음부터는 엘프퀸들이 제국의 총력으로 덤벼들더라.
다 내가 뿌린 씨앗이라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덕분에 하이엘프퀸들의 세계수의 일격도 눈치 채고 피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은 세계수의 씨앗을 복제하고 최선을 다해 개량한 물건이다.
나의 차원의 권능으로 나의 마탑을 무한 확장하려면 차원과 모든 시간에 걸쳐 모두 존재하는 명확한 좌표가 필요하고 그것은 신족도 마족도 어떤 물질도 될 수 없다.
모든 시간과 공간, 차원에 존재하는 것은 내가 아는 한 단 하나다.
'우주수(宇宙樹)'
창조신이 만든 최초의 나무이며 물질계에서 그 잎과 몸으로 모든 별을 구성하고 생명과 물질로 전환되었다던 전능의 나무이자 모든 세계수의 어머니이다.
이 물질계에서는 전능한 그 나무만이 나의 세계를 영원토록 관리해 줄 것이다.
아직 10서클인 나에게는 거기에 도달할 수 없지만 최소한 묘목은 만들 수 있다.
내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마법으로 말이다.
'퍼어어억-!'
반경 3km의 거대한 두개의 잎이 호수를 꿰뚫고 물을 사방으로 뿌리며 나타났다.
일반 세계수의 300배의 떡잎이다.
우주수의 떡잎으로는 빈약하지만 앞으로 무한한 '근원의 태양'의 정기와 '근원의 달'의 마력을 머금고 무럭무럭 자라면 과거 행성보다 크며 태양계를 그 잎으로 덮었다는 우주수에 도달할 것이다.
그 시간이 인간의 시간으로는 셀 수 없겠지만 나의 마탑역시 이 우주수와 함께 끝없이 확장되고 번영할 것이다.
새로운 우주수의 탄생으로 공간에 정령력이 흘러넘치고 생명에게 가장 적합하게 어린 우주수의 묘목이 자신의 본능과 내가 새긴 기억을 토대로 순간적으로 조정했다.
과연 우주의 모든 생명을 길렀다는 나무이다.
어지러워 보이던 마탑이 생명력이 넘치며 아까 뿌린 씨앗이 새싹을 피우고 대지를 푸르게 바꾼다.
과일이 나무가 되고 열매 맺으려고 하며 내가 만든 진은의 골렘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바다의 고래 골램이 바쁘게 유영하고 개의 골렘들이 가축을 몰기 시작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의 생장과 생육을 보이면서 자동으로 늘어나는 생산물을 수확하고 있는 것이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불러오고 안심이 된다.
이것으로 내가 앞으로 영원히 굶주리지 않기를 바란다.
배고픔은 육체를 가진 나에게 거의 반평생을 너무나 힘들게 했으니 말이다.
모든 일이 마무리 되자 피곤이 몰려온다.
이곳은 나의 공방이며 차원장벽으로 독립된 곳이기에 이안이라면 나는 카르마로부터 자유롭기에 안전할 것이다.
나는 우주수를 보고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정령력을 퍼트리는 떡잎을 보고 떠드는 정령신들에게 보내는 정기를 끊어 역소환 한 후 혹시 모르는 일이니 겹겹이 차원방벽과 경계마법을 두르고 잠을 자기 시작했다.
태양과 달의 빛이 너무나 따스하다.
부디 이런 빛이 나를 영원히 비추어 주기를 바라며 스승님의 꿈을 꾸고 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