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첫번째열병-8화 (8/14)

#8

출장으로 간 일이 잘 되었는지 그는 더 바빠졌다. 그래서 난 늘 혼자였다. 외로움이란 건 혼자인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부재로 인한 쓸쓸함, 그리움이었다. 그나마 학원에 등록해 놓지 않았다면 정말 기나긴 겨울 방학이었을 것이다.

개학을 며칠 앞두고 그가 낮게 전화를 해왔다. 출장을 다녀온 후 여유롭게 마주앉아 식사 한 번 하지 못했는데 드디어 시간을 냈다는 것이다. 급하게 머리를 빗고 코트를 들고서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집 앞에, 차고에 있던 그의 스포츠세단이 나와 있었다. 어리둥절해 보는데 조수석의 문의 열렸다. 그가 운전석에 앉아 있는 거였다. 신선한 기분으로 그의 옆에 앉았다.

"왜 이렇게 숨차. 뛰어 왔어?"

그의 목소리............섹시하다. 그래서 난 또 말랑말랑해진다.

"네."

"이것만 보면 되니까 잠깐만."

"네."

그는 두꺼운 파일을 훑어보고 있었다. 서류에 집중하는 그의 옆얼굴을 보았다. 매일 아침 식탁에서 보는 모습이었다. 그런데도 몇 달이나 못 본 것처럼 설레었다. 온몸이 시럽처럼 달달해져 그에게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

그가 서류를 덮고 고개를 들었을 때 난 그의 모습에 흠뻑 취해 있었다. 그런 날 보고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뺨이 뜨거워졌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들켜버린 것 같았다. 그 역시 눈빛이 그윽해지고 숨결이 흐트러지고 있었다.

"계획이 있어."

"몇 시간짜린데요?"

그가 픽, 웃으며 자신의 시계를 보았다.

"13시간 45분짜리."

아마 그 순간 내 눈에 폭죽이 터졌을 것이다. 그의 대답은 내일 출근할 때까지 우리가 함께할 수 있다는 거였다.

차가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운전하는 그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 성격대로 능숙하면서도 스피드가 있는 운전이었다. 핸들을 잡은 그의 손을 보았다. 날 애태우고 천국으로 들뜨게도 만드는 그의 손. 회사를 움직이고 나를 조종하듯이 차도 마음대로 움직였다. 꽤 속도를 내고 있었지만 긴장되지 않았다. 빈틈없고 정확한 사람이란 걸 알아서가 아니라 정말로 편안했다. 움직인다는 느낌이 안 들 정도로......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봐. 계획은 언제나 수정 가능하니까."

"난 그냥......"

그냥 그와 함께 있고 싶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13시간 45분동안 그와 사랑을 나누고픈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얘기를 입 밖에 낼 수는 없었다. 그는 푹 자고 싶을지도 모르고, 그동안 바빠서 못했던 뭔가를 계획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무거나 다 좋아요."

그렇게 둘러댔지만 어쩐지 그는 내 속을 다 꿰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눈빛이 갑자기 상기되는 게 그 증거였다.

"그렇게 말하는 게 아냐."

황홀히 보던 시선을 거둬 아래로 내렸다. 매끈한 양복을 입은 그의 모습은 언제나 날 매혹시켰다. 선명하고 깔끔한 그의 모습을 보면 흩트려 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손을 넣어 내가 좋아하는 모양으로 머리를 만지고 싶었다.

"그럼 정말 아무거나 해버리고 싶잖아."

낮고 조금은 쉰 듯한 그의 목소리.......

"난, 다 좋아요."

마음 다 보이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를 보았다. 숨기려고 해봤자 소용없는 일이다. 가늘게 보는 그의 눈빛에서도 뜨거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내게 손끝 하나 대지 않고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다 신호에 걸려 정지하자 차문에 팔꿈치를 기대고는 날 보았다. 심술궂은 시선이 내 뺨과 목덜미를 핥아댔다. 난 정말 피부에 그의 혀가 닿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대로 세워서 하자면?"

거부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 그는 말로써 희롱하고 있었다. 내 몸에 내장되어 있는 열정이라는 폭발물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어쩌면 그는 내 눈동자에서 하나씩 내려가는 그 숫자를 읽고 있을지도 몰랐다.

"차에서 할 정도로 급해본 적은 없어. 네 나이 때도. 호텔에 들어갈 돈이 없었다고 해도 차 안에선 안했어. 볼품없으니까. 그런데 해볼지도 모르겠다. 극도로 몰리면 화가 나거든. 그러면 나도 감당할 수 없을 거니까."

다시 차가 움직였다. 유연한 손가락이 가볍게 핸들을 쥐고 부드럽게 커브를 틀었다.

"널 위해서 해보는 것도 괜찮겠지. 어린애들은 위험할수록 더 희열을 느끼잖아. 쓸데없이 모험을 감수하고 싶어 하고. 안 그래?"

어린애, 그런 말은 듣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그와 있으면 내가 하염없이 작아지는 것 같은데, 거기에 어린애란 소리까지 들으니까 평균에도 못 미치는 하등의 생물이 돼버린 기분이 들었다.

"난 모험 별로 안 좋아해요."

"너도 어려. 나이보다 훨씬 어린 면도 있고, 나이보다 훨씬 성숙한 면도 있지만, 어쨌건 생체적인 나이로는 한참 어려. 그래서 어떠냐면..........참 묘하다. 유연하고, 탄력 넘치고, 예민하고, 섬세하고..........묘해. 충격적이야. 감당하는 내가 놀라운 거지."

"감당한다는 건 무슨 뜻이에요?"

"말 그대로."

난 그보다 어리니까 당연히 덜 성숙했고, 지식도 그만큼 부족하고, 문제 해결 능력 같은 것도 없고, 비유해 말하는 그의 화법이라든지, 심오한 의미를 담은 단어 같은 것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벽을 느낀 개ㅔ 처음은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그가 어른이기 때문이라기보다 그가 박식하며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좀 아둔하고 무지하고 영리하지 못한 나는 그저 존경할 수밖에 없는 인물 말이다. 그런데 그가 날 감당한단 말을 했을 때 예전처럼 그렇겟거니 하고 지나쳐지지가 않았다.

"내가 똑똑하지 못해서요?"

그가 힐끗 쳐다봤다. 목에 가시가 박힌 것처럼 아프고 두려운 기분이었다. 그런 기분이 얼굴에 다 나타났을 테니까. 아마 심통 난 아이 같은 표정이었을 것이다.

"똑똑하지 못한다고 누가 그래?"

"매번 말을 삼키잖아요. 너는 모른다. 너는 어리니까 그런거다. 너는 몰라도 된다."

"그게 똑똑하지 못하단 소린가?"

".........."

"좋아. 네가 똑똑하지 못해서, 백치미에 반한 거라면 어쩔거야?"

정말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렇게 보이고 있다니 너무 싫었다. 입술을 꽉 다물고 창으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그리고 어딘지도 모를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말도 안 했다.

차가 도착한 곳은 식물원이었다. 철근과 유리로 된 커다란 돔형 건물 안이 온통 초록빛이었다. 작은 숲이자 커다란 정원같았다.

차를 세우고 그가 먼저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경비원의 인사를 받고 매표소를 그냥 지나친 그는 입구에서 멈춰 섰다. 경비원이 다가와 죽죽 뻗어 있는 나뭇가지 사이로 손을 뻗어 넣었다. 그러자 왼쪽에 있던 커다란 유리문이 소리도 없이 스르르 열렸다. 등 뒤에 그의 손이 닿았다. 가볍게 밀려서 훈훈한 기운이 감도는 식물원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뒤에서 그가 따라오는 기척을 느끼며 나무와 꽃의 향기로 가득한 그곳으로 들어갔다.

거긴 울창한 나무, 기괴한 나무, 작은 나무, 삐죽한 나무와 한 번도 본 적 없는 갖가지 모양과 색색의 꽃, 선인장, 그리고 나비, 장수하늘소, 풍뎅이 같은 곤충, 연못, 구름다리, 열대어가 있었다. 그걸 다 볼 때까지 정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똑똑한 아이라면 질문 하나쯤은 했을 테지만, 난 호기심도 궁금증도 없이 그저 감탄하고 감탄하고 감탄했을 뿐이었다.

그와의 긴장감은 다 잊은 채 식물원 깊숙한 곳에서 나래를 폈다. 숲의 냄새를 맡고 나비의 날갯짓을 느끼며 훨훨...

"나는 안중에도 없군."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그의 등 뒤로 나무가 빽빽하고, 빽빽한 나무 사이로는 작은 폭포가 흐르고 있었다.

"가끔씩 멀리 있는 네 눈, 어디 있을까 생각해. 공허해 보이는 그 눈을 내게로 돌려놓고 싶다. 그 눈을 나로 가득 채우고 싶다. 그런 생각도 하지. 네 방 창에 전혀 안 어울리는 화분이 하나둘 늘 때마다 이 녀석이 또 한눈을 팔았구나. 나 말고 딴 데 한눈을 팔았구나. 몇 천 원짜리 꽃화분이 한 겹, 두 겹 줄지을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지. 나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건가. 나로 다 채울 순 없는 건가."

나도 전혀 모르고 있는 내 눈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할 정도로 그는 예리하고 섬세하다. 나는 그게 사라졌는지도 몰랐는데.........차고 딱딱한 겉모습이 다가 아니어서, 그래서 아마 난 그에게 반했고 지금까지 그에게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걸까.

"똑똑해지고 싶어요. 당신처럼......."

"난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인간이야. 사람을 만날 땐 득실을 꼼꼼하게 따져서 대하지. 그게 똑똑한 건가?"

"하지만 많이 알기도 하고........"

그가 다가왔다. 내 머리를 쓸어 넘기며 깊은 시선으로ㅗ 내 눈을 끌어 붙잡았다.

"그럼 똑똑한 남자를 갖는 걸로 만족해. 나처럼 똑똑해지는 건, 아니 영악해져선 안 돼. 네가 똑똑했으면 지금 내 옆에 안 있을 거다. 억울하게 뺨 맞고, 내 침대에 있는 여자 보고, 그때 떠났을 테지. 변하지 마. 그게 똑똑한 거야. 나한테는.........."

그가 키스해 왔다. 손으로 내 목덜미를 끌어당겨 옴짝달싹 못하게 고정시키고는 뜨겁게 키스했다. 물컹한 혀가 들어와 살아있는 생물처럼 입 안을 휘저었다. 부드럽게 핥다가 갑자기 격렬하고 거세졌다. 빨아들이는 힘에 혀가 마비될 것 같았다. 난 열렬히 응하며 그의 어깨와 가슴을 미친 듯이 어루만졌다. 다가올 쾌락에 대한 열망과 기대감으로 전신이 감전된 듯 떨려왔다.

그의 입술이 턱을 타고 목덜미로 내려왔다. 날름거리는 혀가 목선을 따라 핥아 내려갔다. 일순 아픔이 느껴졌다. 그가 물어 뜯을 것처럼 내 목덜미를 물고서 강하게 빨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통증인지 쾌감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그때 허리가 드러나는 걸 느꼈다. 그가 스웨터를 밀어 올리려 하고 있었다.

"자, 잠깐만..........."

다급히 그의 손을 잡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얀 나비가 날아다닐 뿐 인기척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적막이 더 이상하고 불안했다.

"누가 올지도 몰라요."

"에덴동산인 줄 알겠지."

말릴 사이도 없이 스웨터가 머리 위로 벗겨졌다. 브래지어에 싸인 가슴을 손으로 가리며 그를 보았다. 믿을 수 없게도 그가 옷을 벗기 시작했다. 재킷, 넥타이, 셔츠, 바지가 차례대로 쌓여갔다. 누가 오면 어떡하나 걱정하면서도 드러나는 그의 나신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의 말대로 여기가 에덴동산인 것 같았다. 하지만 아담도 그처럼 강인하면서 아름다운 몸을 가지진 못했을 것이다.

그를 따라 옷을 벗었다. 치마를 벗고 브래지어와 속옷까지 벗었다. 기꺼이 그의 이브가 되고 싶었다. 한동안 우린 나신으로 서 있었다. 서로의 알몸을 감탄과 탐욕 어린 눈으로 핥으며 하나가 되기 위해 다가섰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깊이 포옹했다. 서로의 몸을 더듬고 숨 막히는 키스를 수도 없이 나누었다. 땀과 타액과 그와 내 몸에서 분비되는 달콤한 액체로 끈적끈적해졌다. 그런 나를 그는 끝도 없이 핥으며 혀로 내 몸을 점령해갔다. 참을 수 없는 욕정에 휘말려 그의 작은 젖꼭지를 물고서 강하게 빨았다. 그에게서 짐승처럼 격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제 우린 누가 오더라도, 누가 듣더라도 멈출 수 없었다. 우린 미쳤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해줄까?"

"흐으....."

"말해 봐.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지."

"아, 안으로.......들어 와요."

"널 묶어두고 싶다. 내 몸에."

욕망으로 쉰 목소리가 아래에서 들려왔다. 그의 혀가 배꼽 주위를 맴돌며 애무하고 있었다. 허벅지 안쪽으로는 애태우듯 어루만지는 그의 손길이 느껴졌다. 난 할딱이며 그의 머리를 헤집었다. 아득아득한 정신으로 흐려진 시야에 나비가 나풀나풀 날아다녔다. 나와 그의 체중에 스러진 풀잎에서 풋풋한 향기가 감돌았다. 초록 수풀 속에 하얗게 뒤엉킨 우리의 나신은 정말로 아담과 이브 같은 것이다. 구름 위 그 어딘가를 날고 있는 기분이었다.

"어서 해요. 아담과 이브처럼........"

문득 그가 몸을 일으켰다. 내 몸 위에 실려 있던 그의 체중이 멀어져 갔다. 머리를 들어 보니 그는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었다. 넋을 잃고 그의 알몸을 바라봤다. 견고한 근육으로 완성되어 있는 완벽한 남자의 몸을.....

돌아온 그의 손에는 꽃이 한 가득 담겨 있었다. 그는 누워있는 내 몸을 꽃잎으로 장식하기 시작했다.

"아마 이랬을 거야. 이브는......"

난 욕정에 젖은 채 누워 떨고만 있었다. 그의 손끝이 꽃잎과 함께 피부에 닿을 때마다 경련하며 숨을 들이켰다. 그는 내 갈망을 주시하며 애간장을 녹일 듯 정성들여 꽃잎을 놓았다. 팽팽하게 달ㄹ아올라 있는 젖가슴과 배꼽을 장식하고 이어 사타구니의 음모를 덮었다.

"다리를 벌려 봐."

이미 그에게 수차례 보이고 만지게 하고 들어오게 한 곳인데도 부끄러웠다.

"더 벌려. 내가 볼 수 있게......"

"그, 그러지 말아요."

"싫어?"

싫은 건 아니지만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그건 나 자신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최상의 희열을 주기도 했다. 괴롭고 수치스럽고 자존심이 상하지만 그 수위를 넘고 나면 말할 수 없는 쾌감이 오는 것이다.

"무, 뭘 하려고.......''

질끈 눈을 감고 다리를 활짝 열었다.

"네 눈으로 본 적 있니? 여기?"

그는 내 다리 사이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고개를 저었다.

"분홍색이야. 이것처럼......."

그의 손에 들려 있는 분홍 꽃잎을 봤다. 그 꽃잎을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 내 안으로 집어넣었다.

"아! 시, 싫어요."

놀라 무릎을 닫으려고 했지만 그가 막았다. 손으로 허벅지를 잡아 누르고서 꽃잎 하나를 더 밀어 넣었다. 부드러운 꽃잎의 촉감과 함께 그의 손가락이 느껴졌다. 아프진 않았다. 다만 거기에 꽃잎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뿐이었다.

"어, 어떡하려고......."

"아담이 이브를 어떻게 가졌는지 보여줄게."

그의 피부는 이미 뜨겁고 땀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눈빛도 욕망으로 물들어 젖어 있었고 숨결도 평소보다 훨씬 격하고 거셌다. 그 모습이 너무도 섹시해서, 참을 수 없을 만큼 섹시해서 온몸이 녹아버릴 것 같았다.

혀의 돌기가 가슴을 핥는 게 느껴졌다. 그의 혀가 꽃잎을 말아 올리며 내 몸을 핥기 시작했다. 딱딱해진 유두를 핥고 내려와 배꼽에 올려놓은 꽃잎을 밀어냈다. 그리고 드디어 내 다리 사이로 들어왔다. 달콤하게 휘저으며 파고들어온 혀가 꽃잎을 말아 올리려 헤매고 있었다. 내 몸은 허물 벗는 뱀처럼 꿈틀거리며 환희에 요동쳤다. 아플 정도로 격렬한 쾌감에 비명을 내질렀다. 그런 내 안을 노련한 혀끝이 무자비하게 유린했다.

뺨에 그의 손길이 느껴졌다. 쾌감에 헐떡이고 있던 난 열에 들떠 희미해진 시선으로 그를 보았다. 그의 혀에 꽃잎 두 장이 올려져 있는 게 보였다. 젖어서 진해진 분홍 꽃잎이 그의 입솔으로 들어갔다. 그가 꽃잎을 삼키는 모습을본 순간 발끝까지 짜릿한 전율이 퍼졌다.

꽃잎이 빠져나간 아랫도리에서 축축한 게 흘렀다. 손을 뻗어 그의 뺨을 어루만졌다.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거 알아요?"

그는 옆으로 누워 내 몸을 어루만졌다.

"그래."

가슴을 주무르고 배를 쓰다듬고 사타구니를 애무했다.

"언제나 그럴 거예요."

일순, 그의 손이 멈췄다. 날 뜨겁게 바라보는 그의 눈이 너무 좋았다. 그 눈에 있던 그의 자존심과 지위와 체면이 욕망으로 붉게 물들어 있는 걸 보는 게 너무 좋았다. 그건 그의 입이 밝히지 못하는 그의 진심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더 행복하고 기뻤다.

사타구니에 있던 그의 손이 다시 움직였다. 무성한 음모에서 아래로 쓱쓱 문지르며 내려갔다.

"끊어져 버렸다."

"뭐, 뭐가요?"

그의 유려한 애무에 내 숨이 끊어질 것 같았다.

"마지노선. 네가 끊어버렸어. 각오해."

아아, 얼마든지....

난 조금의 두려움도 없이 다리를 벌렸다. 곧 그가 전신을 실어오며 키스를 퍼부었다. 키스로 평생을 보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짙은 키스에 달콤한 액체가 마구마구 흘러내렸다. 울근불근 움직이는 그의 등 근육과 꽉 조인 허리, 딴딴하게 당겨올라 간 엉덩이를 어루만졌다. 그가 어서 내 안으로 들어오길 바라며 다리로 그의 허벅지를 힘껏 죄었다.

"네가.........네가 해 봐."

격한 호흡과 함께 그가 명령했다.

"쥐어 봐."

손을 앞으로 돌려 내 복부를 찌르고 있는 욕망의 덩어리를 찾았다. 손끝에 단단한 것이 걸렸다. 유난히 더 크게 부풀어 올라 엄청 거대하게 느껴졌다. 각오하라는 그의 말이 빈말이 아니었나 보다. 기대감에 더 들떠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땀에 젖은 손바닥으로 움켜잡자 그가 헐떡이며 내 다리를 밀어 올렸다.

"느낌이 어때?"

"조, 좋아요. 천국처럼......"

그의 헐떡임을 들으며 손에 쥔 것을 애무했다. 부드럽게 쥐고 아래위로 부듣럽게 매만지며 주물렀다. 다음 순간 내 두 다리가 그의 어깨 위로 올라가는 걸 지켜보았다. 그게 그 순간 내 의식에 남은 마지막 영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음 순간 그가 깊게 들어왔고 난 가무러칠 듯한 쾌감에 휩싸여 거의 의식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이 닿아 있으면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섹시하며 요염하고 유혹적인 여자였다. 그의 시선이 그렇게 느끼도록 만들었다. 다른 누구의 시선도 느끼지 못하고, 소리도 듣지 못하며, 시선도 돌릴 수가 없었다. 그의 영향력은 그렇게 절대적이었다.

격정적인 사랑을 나눈 뒤, 우린 아담과 이브처럼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식물원을 뛰어다녔다. 아이처럼 술래잡기를 하고 잔디 위를 뒹굴고 나비를 잡으러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까르르 소리를 내 웃기도 하면서 장난질을 쳤다. 그럴 때에도 우린 서로의 몸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만지고 간질이고 애무했다.

그는 눈이 마주칠 때마다 키스를 해왔다. 이마, 눈, 뺨, 어깨, 가슴, 엉덩이, 종아리, 발목, 가리지 않고 내 피부 곳곳에 키스를 퍼붓고 혀로 핥아댔다. 내가 할딱이며 욕망에 떠는 걸 즐기면서 손으로 내 음부를 지분거리며 희롱하고 자극하기도 했다. 그러다 주체할 수 없는 욕정에 휘말려 다시 사랑을 나누었다. 식물원을 나올 때서야 난 손님이 없는 게 아니라 그가 통째로 식물원을 빌린 거란 걸 알았다.

식물원에서 나와 저녁을 먹으러 갔다. 바닷가에 있는 '비스' 라는 이탈리아 식당이었다. 이미 해는 졌지만 검은 바다 위를 몰려다니는 흰 포말, 어선과 해변의 상점 불빛들, 조금씩 흩날리기 시작하는 눈송이들로 경치는 봐줄 만했다. 그와 함께이니 내겐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바다를 향해 있는 의자에 나란히 앉아 바닷가재 요리를 먹었다. 그는 통통한 집게에서 살을 발라 주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자상한 그에게 감동하고 감사했다.

"시계 왜 안 해?"

그가 물잔을 입을 가져가며 물어왔다. 무심한 듯 봐도 날카로운 그의 시선은 뭐든 놓치는 법이 없었다. 강탈당할 뻔할 시계는 그가 원상태로 수리해 돌려줬었다. 하지만 그걸 손목에 찰 수가 없었다.

난 비어있는 내 손목을 보고 스웨터 소매를 내려 덮었다.

"학생이 하기엔 위험스럽다고 해서요. 또 그런 일 생기면......."

"학교에선 안 하는 게 좋겠지. 외출할 땐 해. 내가 옆에 있잖아."

"알았어요."

왜 체크하는 걸까? 내가 그 시계를 하는 게 중요한 걸까? 생일선물이니까?

"시계는 약속이야. 너한테 내 시간을 준다는. 함부로 두지마."

그의 시간. 내가 그토록 갖고 싶어 하던 바로 그것이다. 할수만 있다면 그의 24시간을 다 차지하고 싶다. 난 언제나 그의 시간에 목말라하고 애태우며 조급해 했다. 그가 언제 내게 시간을 내줄 건가 기다리는 게 내 하루의 전부라고 할 정도로........

"보라색이 왜 좋아?"

따뜻한 격랄ㅇ이 치는 감정 속으로 그의 질문이 날아들었다.

"그냥 좋은 거야? 아니면 무슨 이유가 있어?"

"그냥......., 좋아요."

입으로 들어가던 그의 포크가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이번까지만 속아준ㄴ다. 다음번엔 안 봐줘. 고문을 해서라도 다 불게 만들 거니까 비밀은 고만 만들어."

그는 내게서 뭘 보는 걸까? 내 마음엔 두께가 거의 없어서 비밀 같은 거 숨길 데도 없는데......

종업원이 들어와 디저트 메뉴를 소개했다. 배가 불러 더 이상 아무 것도 먹지 못할 것 같았다. 그렇게 말하자 그는 홍차를 주문하고 내 걸론 아이스크림을 시켰다.

창밖의 풍경을 보면서 의자 깊숙이 등을 기댔다. 그 역시 바다로 떨어지는 눈, 눈을 받아먹는 바다를 보고 있었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

그의 손이 턱에 와 닿았다. 고개가 돌려졌다. 무심코 중얼거린 말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는 그의 눈응ㄹ 마주보아야 했다.

"지금이 너무 좋아서요. 혼자 있는 게...........이젠 싫어요."

"서운한 발전이군."

그는 손을 치우고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제 곧 친구가 필요해질 거야. 그 나이엔 그래야 하는 건데........나는 못했어도 너는 누려야지."

"그런 말이 아니에요. 당신이랑 떨어져 있는 게 싫단 말이었어요."

"내가 없으면 외롭단 말이지?"

"굉장히요."

"그래? 그럼 보여줘 봐."

바다를 응시하고 있던 그가 내 쪽을 보고서 말했다. 난 미간을 좁히며 열심히 그의 표정을 살폈지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어, 어떻게요?"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눈은 미세하게 표정을 달리하고 있었다. 그가 뭘 요구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설사 그게 내 착각이라고 해도 물러설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미 내 몸이 그의 눈길에 반응하고 있으니까.

종업원이 언제 디저트를 가지고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알면서 난 대담하게 몸을 일으켰다. 식물원에서의 행동이 내 부끄러움을 다 앗아가 일말의 망설임도 없어졌다.

의자에서 일어서 문 쪽을 힐끔 보고 그를 바라보았다. 이 상황을 즐기려는 듯 그는 팔짱을 끼고 무표정한 채로 지켜보았다.

테이블을 돌아 바다로 나 있는 창 앞에 섰다. 벽 한 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내 모습이 고스란히 비쳤다. 그를 마주 보고서 치마를 들어올렸다. 천천히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팬티를 끌어내렸다. 팬티를 벗어 그에게 던지는 찰나 문 쪽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문이 열리고 종업원이 목례를 하며 들어왔다. 반사적으로 난 휙 몸을 돌려 바다 쪽을 봤다. 종업원이 이상하게 볼지고 몰랐지만 눈이 마주치면 더 어색할 것 같았다. 유리에 종업원의 움직임이 어른거렸다. 내 쪽을 보고 있는 그의 모습도 보였다. 이윽고 종업원이 차와 아이스크림을 놓고 나갔다. 몸을 돌려 그를 보자 그가 내 팬티를 들어보며 찡그렸다.

"하루가 다르게 일취월장하는군."

웃으며 그에게로 다가갔다.

"좀 실례할게요."

"얼마든지."

그의 허락을 얻고 다리를 벌려 그의 허벅지에 걸터앉았다. 허벅지 안쪽으로 그의 캐시미어 바지의 부드러운 감촉이 와 닿았다. 다리를 더 벌려 엉덩이를 조금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벌어진 안쪽 깊은 곳에 툭 불거진 그의 것이 느껴졌다.

"내가 언제 이런 것까지 가르쳤지?"

그의 숨결이 목덜미를 간질였다. 아마도 그는 언제나 이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서 날 내려다볼 것이다. 그 기분을 조금이라도 느껴보고자 목을 길게 빼고서 그를 바라보았다. 수염이 돋기 시작한 턱을 잡고 그가 버릇처럼 내게 하듯이 살짝 들어올렸다. 내 손 끝에 움직이는 그를 보는 건 꽤 훌륭한 기분이었다.

"표정이 아주 거만해졌는걸."

"그런 기분이에요."

두 손을 그의 어깨를 잡고 천천히 머리를 숙여 그의 입술을 향했다. 살짝 혀를 내밀고서, 리듬을 타듯 섹시하게 그려져있는 그의 입술을 핥았다. 혀끝으로 살짝 맛을 보고서 다시 혀를 내밀어 혓바닥으로 길게 쓰윽 핥아 올렸다. 타액으로 번득거리는 그의 입술을 보고 머리 위로 스웨터를 벗었다. 그의 손이 곧장 올라왔다. 브래지어를 벗기고 손가락 끝으로 척추를 따라 어루만졌다.

"여전사처럼 꼿꼿하군. 나를 정복해 보시겠다?"

"네."

"무기는 미인곈가?"

"그리고 이거요."

몸을 돌려 종업원이 놓고 간 아이스크림 컵을 들었다. 한 스푼을 떠먹어 보았다. 차고 달콤한 향이 입안으로 퍼졌다. 다시 한 스푼을 떠 그의 입가에 댔다. 그가 입술을 열고 받아먹었다.

"어때요?"

"내가 먹고 싶은 건 이게 아닌데....."

"그럼 이건 어때요?"

그의 눈을 응시하며 내 몸에 아이스크림을 떨어뜨렸다. 찬기운에 움찔하면서 계속해서 아이스크림을 몸에 발랐다. 녹은 아이스크림이 젖가슴과 배를 타고 아래로 흘러내렸다. 그때 갑자기 스푼을 쥔 손이 꽉 잡혔다. 그의 눈빛이 날카로웠다.

"이런 건 어디서 배웠어?"

"영화요."

날카로운 눈빛이 꿈틀하더니 긴장이 풀어졌다.

"내 컬렉션을 건드렸군,:

"봐도 된다고 했잖아요. 화났어요?"

잠깐 싸늘해졌던 그의 눈빛에 위축되고 말았다.

"난 그냥 문득 생각이 나서....."

그 순간 그의 머리가 내려왔다. 거칠게 머리를 잡아당기는 바람에 상체가 뒤로 홱 젖혀졌다. 그의 혀가 내 몸을 핥아대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 몸을 타고 흐르는 아이스크림을 핥아 먹고 있었다.

스푼과 아이스크림 컵을 떨어뜨리고 그의 머리를 움켜잡았다. 그는 난폭한 기세로 내 젖가슴을 물었다. 유두를 입안에 넣어 굴리고서는 집어삼킬 듯 애절하게 빨아댔다. 난 다급한 열정에 몸부림치며 그의 벨트를 풀었다. 바지 지퍼를 내리고 한 손으로 그의 것을 꺼내 움켜잡았다. 그에게서 격한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영화가 뭐야?"

짜증이 난 것 같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열기에 휩싸여 눈빛이 잡아먹을 듯이 뜨거웠다. 난 몸 속 깊은 곳에서부터 일렁이는 감정과 몸을 지배하고 있는 욕망으로 제정ㅇ신이 아니었다. 출렁이는 가슴을 흔들며 그의 손길을 유혹했다. 그가 두 손으로 내 젖가슴을 움켜쥐고 돌리며 주물렀다. 난 두 손으로 그의 것을 쥐고 애무하고 있었다. 꼿꼿해진 내 유두처럼 그의 것도 엄청나게 팽창하며 솟아올랐다. 엄지손가락으로 끝을 어루만지자 내 손안으로 그것이 흠칫흠칫 떨었다. 진액이 손끝에 묻어나왔다. 그의 눈에서 불꽃이 번득였다.

"내가 말했지? 널 감당하는 내가 놀라운 거라고."

"내가, 내가 어떻다는 거예요?"

"다 쥐어짜기 만들어. 마지막 한 방울까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치마 속으로 들어온 그의 손이 엉덩이를 애무하며 허벅지 안쪽을 더듬었다. 난 그의 것을 쥐고서 엉덩이를 들었다. 천천히 내 안으로 밀어 넣으며 엉덩이를 내렸다.

"아흐........!"

폭발할 것 같은 희열 속에서 본능적으로 엉덩이를 움직였다. 허리를 돌릴 때마다 그는 거친 기세로 엉덩이를 튕겨 내 안을 찔러댔다. 열기를 내뿜으며 들락거리는 그것은 점점 더 커지고 기운이 넘쳤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그가 내 몸에서 빠져나갔다. 그는 벌겋게 상기된 채 굳어 있었다.

"옷 입어."

난 거칠게 밀쳐졌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도 모른 채 서 있다가 그가 옷을 추스르는 걸 보았다. 아직도 헐떡이는 몸으로 망연자실해서 서 있었다. 머리 위로 스웨터가 쑥 내려왔다. 그는 성큼성큼 옷걸리로 가더니 그와 내 코트를 한 팔에 걸쳤다.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소매를 꿰자마자 덥석 잡혀 끌려나왔다.

그가 계산을 마치는 동안 머리를 푹 숙인 채 복도에 서 있었다. 그때까지도 내 의식은 분명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다 옆으로 다가오는 그 역시 마찬가지라는 걸 알게 됐다. 그의 바지 앞섶이 불룩하게 부풀어 있는 걸 봤기 때문이다.

올려다보자 그는 거칠게 손을 잡고 때마침 열리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 벽에 기댄 채 뜨겁게 파고드는 그의 혀를 받아들였다. 그의 손이 젖가슴을 만지고 치마 속으로 들어와 다리 사이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그때서야 난 브래지어도 팬티도 입지 않은 걸 알았다. 뽀족한 것이 사타구니를 찔러댔다. 내 안으로 들어오고 싶어 안달하는 그의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구와도 부딪치지 않은 상태로 곧장 지하 주차장까지 갔다. 거의 던져지다시피 자동차에 넣어졌다. 돌아와 앉은 그는 곧장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시켰다. 조금 흥분이 가라앉았는지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난 아직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머리가 몽혼했다. 몸은 뜨겁고 끈적끈적하게 젖어있는 상태였다.

기어를 잡은 손이 내게로 뻗어왔다. 앞을 보고 있는 그를 보았다. 치마를 끌어올리고 허벅지를 만지는 그의 손을 잡았다. 잡고서 뜨겁게 달아올라 있는 내 허벅지에 비볐다. 다리를 벌려 허벅지 안쪽 깊숙한 곳으로 끌어넣어 축축함을 느끼게 해줬다. 그의 시선이 잠깐 날 보았다.

"지금 보채는 거야?"

그는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서 한 손으론 내 사타구니를 어루만졌다.

"계속 이렇게 젖어 있었어?"

"네......."

"내 손만 닿으면 젖는군."

음모를 어루만지더니 질 입구를 손가락으로 애무했다. 들어올 듯 말 듯 장난질 쳐서 날 안달나게 했다.

"어, 어디 가는 거예요?"

"저기."

차를 돌려 들어간 곳은 호텔이었다. 호텔의 직원들이 상기된 내 표정을 알아챌까 고개도 들지 못했다. 그 역시 평소보다 딱딱한 태도로, 그래서 거만해 보이는 태도로 체크인을 했다. 스위트룸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는 곧장 날 안아 올렸다.

"멈출 수가 없을 것 같았어. 널 비명 지르게 할 건데 거기서 그럴 순 없잖아."

마지막 순간에 그의 이성이 살아난 걸 감사하게 여겨야 할까. 하지만 난 식당 안에서도 마음껏 소리를 지르고 말았을 것이다. 그 순간엔 그가 멈추지 않기를 더 바랐다.

그는 침대에 앉아선 멈췄던 곳에서 다시 시작했다. 내 다리를 벌려 허벅지 위에 앉히고는 그의 손만 닿으면 젖어버리는 그 곳을 애무했다. 난 금세 백지 상태가 되어 붉은 욕망으로 물들어 갔다. 탱탱하게 솟아오른 젖가슴을 쥐어 그의 혀 위에 올려놓았다. 거세게 빠는 소리를 들으며 성난 듯 부풀어 오른 그의 것을 내 안에 머금었다. 뜨겁고 끈적끈적한 살집으로 감싸고서 쫀득쫀득 물어 씹고 빨아 당기며 돌려댔다.

찰싹 맞붙은 서로의 사타구니가 땀과 끈적끈적한 액체로 젖어들어 갔다. 그는 내 몸을 젖혀 맞닿아 있는 그 부분을 눈으로 확인하고 더듬어 애무했다. 그 접촉은 너무나 자극적이어서 까무러칠 지경이었다. 그것보다 더한 것은 그의 목소리였다. 은밀하고 음험하게 속삭이는 그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음란했다.

"네 여기 털은 너무 검어. 팬티를 입어도 다 보인단 말야."

부끄러워서 눈을 맘주칠 수가 없었다. 그런 내가 재미잇는지 그는 계속해서 야한 말들을 속삭였다.

"움칠거리면서 빨아먹는 거 보여? 엄청 조이는군."

살과 살이 부딪쳐 찰싹이는 소리와, 그의 거친 숨소리, 끊어질 듯 이어지는 내 격한 신음소리로 방안은 후끈 달아올랐다. 영하의 바깥 기온이 무색하도록 우린 뜨거운 밤을 보냈다.

몸이 지쳐 나른해졌을 때에도 난 그의 손길만 닿으면 생생하게 살아올라 미친 듯이 그의 몸을 탐했다. 그의 어깨와 등에 잇자국과 손톱자국을 새기고, 사타구니가 쓰라려오도록 그의 것을 받아들였다. 수없이 들락거렸음에도 그의 열정은 조금도 삭지 않고 내 안을 뜨겁게 달구었다. 우린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 짐승처럼 사랑을 나누었다.

지칠 줄 모르는 야수처럼 돌진하는 그로 인해 난 목이 쉬도록 비명을 지르고 까무러치기를 반복했다. 절정에서 내려와 힘없이 축 늘어져 있을 때조차도 내 안은 뜨거운 열기로 홧홧했다. 이젠 그의 것이 빠져나간 상태를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그건 넌무 이상하고 허전하며 불완전했다.

새벽녘,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잠이 들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그에게 안긴 채 내 방 침대로 옮겨진 것, 출근을 하는 그가 턱을 핥고 이마에 키스를 남기고 간 것이었다. 그는 자지도 않고 출근을 했다.

자고 일어나니 문득 바닷가 식당에서 그가 멈춘 일이 생각났다. 결과적으로 그의 판단이 어른스럽고 이성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 마음 속 사악한 무엇은 다른 꿈을 꾸고 있었다. 그를 바닥까지 끌어내려 나밖에 모르도록 무너뜨리고 싶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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