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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0x4 미국 그랑프리 - 텍사스 오스틴. (2)[3권] (12/20)

체커드 플래그 3권

12. 20x4 미국 그랑프리 - 텍사스 오스틴. (2)

맑은 하늘 아래 터지는 샴페인은 장관이었다. 루크는 한껏 웃음을 머금은 에단이 남은 샴페인의 포말을 린드베르그 팀의 감독에게 쏟아붓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모두가 에단의 이름을 연호했다. 샴페인에 푹 젖어 생쥐 꼴이 된 감독 역시 그의 이름을 연호하고 있었다.

연신 에단에게 페널티를 주어야 한다 외쳐 대던 페라리의 드라이버도 아까의 불평불만을 잊어버린 듯 함께 악수했다. 3위를 차지한 메르세데스의 어떤 드라이버와는 포옹을 했다. 음……. 루크는 물론 그 벅찬 순간을 이해하려 했지만 포옹이 조금 길었다. 한껏 웃으며 끌어안은 메르세데스의 드라이버는 몇 번이고 등을 두드리더니 다시 끌어안고는 에단의 목덜미에 고개를 묻을 것같이 굴었다.

식은 지체되고 문제가 있어 보이는 게 분명한데 왜 저 둘을 떼어 내는 손이 아무도 없는 걸까. 루크는 하마터면 소리를 칠 뻔했다. 작작 하고 떨어져! 라고.

떨어지기 직전에는 에단의 어깨뼈에도 손을 올렸던 것이 분명했다. 손을 올린 게 아니라 어루만진 거 같기도 하고? 분명 무언가가 이상했다.

그 점에 대해 당장 묻고 싶었지만 에단은 샴페인의 단내를 풀풀 풍기는 듯한 모습으로 우승컵을 왼쪽 옆구리에 끼고 내려왔다. 내려오자마자 사람들의 사이에 둘러싸였다. 그 와중에 루크를 돌아본 그는 성큼 사람들을 헤치고 다가와 갑자기 손을 불쑥 내밀었다. 손안에는 우승컵이 들려 있었다.

루크는 얼떨결에 제 품에 안긴 우승컵을 받아 들고는 물었다.

“나 주는 겁니까?”

“그럴 리가 있겠어요?”

에단은 웃기지도 말라는 듯 코웃음을 쳤다. 그 얼굴이 얼마나 경쾌해 보였는지 안면 인식을 하면 행복을 100퍼센트로 잡아낼 것만 같았다.

“당신의 우승이기도 하니까 한번 만져 보라는 거지. 잠깐. 우리 팀 설마 이거 전시한다고 안 주는 건 아니죠? 그건 안 돼요.”

누군가 빼앗아 갈까 봐 걱정되는지 다시 우승컵을 소중하게 옆에 낀 에단은 이따 봐요, 하는 짧은 인사와 함께 기자 회견을 위해 멀어진다. 루크는 아까 옆에서 터트린 샴페인 덕분에 젖은 재킷의 깃을 만지작거리며 그 뒷모습을 오래 지켜보았다. 완전히 보이지 않고서야 뒤돌았다.

즐거운 일은 다 끝났다. 이젠 내버려 두고 온 사업가들의 축하를 한껏 받고 친목을 도모해야 할 시간이다.

옷을 적신 샴페인이 마르고도 파티는 계속되었다. 피트 위 패덕 클럽의 파티와 연이은 호텔에서의 파티가 자정을 넘겼다. 만나는 이들마다 축하와 함께 권하는 와인이 몇 잔인지 알 수 없었다.

에단도 제정신 같지는 않았다. 다행인 건 모두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는 점이다. 자신들이 도무지 무슨 말로 둘러댔는지 기억하지도 못했지만 두 사람은 호텔의 한방에 들어와 있었다. 다행히 방은 층 전체의 출입이 금지된 루크의 방이었다.

루크는 상대가 밀치는 대로 침대에 누웠다. 천장이 보이자 루크는 방금 전 제가 침대 위로 떠밀렸다는 사실을 잊고 시야가 잘못 돈 줄 알았다. 그다음에는 등을 푹신하게 감싼 침대의 시트가 느껴졌다. 그리고 다리부터 짚어 올라오는 사람의 무게도. 신발을 흔들어 벗은 에단이 느릿하게 제 몸 위에 몸을 겹쳐 오고 있었다. 어떤 로맨틱한 짓을 해 줄까. 기대했건만 가슴팍에 다시 툭 올려진 것은 우승 트로피였다.

그 취한 와중에 저걸 또 들고 와서 꾸물거리고 있는 모양새가 퍽 귀여웠다. 평소의 무뚝뚝한 표정 대신 한껏 풀어져 제 나이로 보이는 에단의 얼굴을 양손으로 쥐어 감싸다가 입을 맞추었다. 다디단 샴페인 맛이 입술에 흠뻑 밴 게 분명했다. 혀를 감아 오는 키스를 음미하다가 가슴팍에서 굴러떨어진 우승 트로피를 옆으로 치웠다.

“이걸로 뭐 색다른 거라도 해 볼까.”

“트로피에 그런 짓 하면 죽여 버릴 거야.”

협박에 담긴 감정이 진심으로 와닿았지만 혀가 풀려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 에단은 감기는 눈을 부릅뜨며 루크의 가슴팍을 짚었다.

“당신 덕분이니까 안겨 주려고 가져온 거야. 제대로 안고 나면 내놔.”

“차는 할 만큼만 했어. 당신의 드라이브가 죽여줬지.”

“맞아. 차가 솔직히… 위닝카라고 부르기에는 애매해.”

“정말?”

“예민하거든. 콕핏에서 숨도 못 쉬겠어. 가끔은 차가 생각보다 먼저 나가는 거 같다니까. 내가 운전하는 게 아니라. 뇌에 이렇게 연결이 되어서…….”

손가락을 들어 제 관자놀이를 툭툭 건드리는 손짓이 섹시해서 루크는 그 말을 당장 멈추고 옷이나 더 벗기고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공로가 있다고 해 줘서 고마워.”

“당신 공로는 그게 아니야. 다른 데 있지.”

“뭔데. 열받는 소리 해서 더 열심히 하게 만들어 준 거?”

“나더러 왜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물었던 거 기억나?”

“내가 그랬었나.”

늘 에단에게 궁금했던 점이기에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지만 루크는 일부러 모르는 척했다.

“나는 나만을 위해 달렸거든. 알아? 무시하는 놈들도. 형 놈들도. 그냥 뭐든지. 뒤에 두고 싶었다고.”

“멋지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안 되더라고.”

“그래?”

도대체 무슨 대화인지 모르겠지만 루크는 최선을 다해 성심껏 호응했다. 그런 마음을 전혀 모르는 에단의 머리가 앞뒤로 크게 끄덕여졌다.

“F1 드라이버들은 모두, 자기쯤은 이미 바친 놈들이야. 그런 놈들을 이기려면 나도 나만 바쳐서는 한참 부족했던 거지. 그랬던 거야. 이제야 알았어.”

“그래서. 나도 제물로 바쳐 버린 거야?”

“응.”

그걸 또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는 꼴을 보며 루크도 따라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보기 드물게 귀여운 모습이었다. 제 몸 위에 엎어져 혀가 꼬인 채 횡설수설하는 모습이라니. 졸음기가 뚝뚝 묻어나는 입술도. 누르면 푹 들어갈 것만 같은 한껏 물러진 태도까지.

심지어 에단은 손을 뻗어 루크의 뺨을 만지작거리기까지 했다.

“브레이크를 밟기 직전에 당신을 생각해.”

“내 생각 하지 말고 집중해야지.”

“나를 바쳐서 거기까지 밟았고. 너를 생각해서 한 번 더 밟는 거야.”

“…….”

“우승해 줄게. 그… 빌어먹을… 뭐라더라. 린드베르그의 안전. 어쩌고나. 너나.”

“에단.”

“난 이제 그것까지 바쳐서 달려. 그래서 오늘 우승한 거야.”

“…….”

“그러니까 우승컵은 안아 봐요. 그래도 내 거야.”

“알았어. 절대 안 뺏어 갈게요.”

그 와중에 엄청난 집념이 느껴져서 루크는 옆으로 치워 두었던 우승컵을 추스르듯 당겨 가슴 위에 올려 두었다. 묵직한 무게가 폐부와 심장을 짓누른다. 무게감이 새삼스러워서 루크는 우승컵을 슬쩍 만지작거렸다. 에단은 그 표정을 무엇으로 생각했는지.

“안 준다고 했어.”

“알아. 돌려줄게. 상자에 넣어서 리본까지 묶은 다음 예쁘게 가져다줄게.”

“그러니까. 너는 우승만 즐겨.”

“점점 대화가 안 되는 거 같지만 무슨 의미인지는 알았어요. 고마워요.”

“진짜 알겠어?”

“사실 반만 알아들은 거 같아.”

가슴팍에 가만히 올려져 있던 손이 우악스레 옷깃을 잡았을 때, 루크는 조금 거칠게 로맨틱한 상상을 했다. 하지만 손은 옷깃을 빠듯하게 쥐어 당기기만 했다. 덕분에 상체가 당겨 일으켜진 루크는 물막이 번들거리는 에단의 눈망울을 마주 보았다. 열망이 들끓는 검은 눈동자가 포디움이 아닌 자신을 직시하고 있었다.

“우승은 내가 할 테니까 너는 레이스를 즐겨. 즐기고 환호해. 너는 그냥, 아주 잘나가는 부자 사업가인 거지. 혈통도 좋고,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그런 사람으로 보일 거야. 아무도 다른 걸 떠올릴 겨를이 없도록. 운전을 못 하네 어쩌네 하는 소리를 아무도 지껄이지 못하게 기뻐하기만 해.”

“그건 또 언제 들은 거야. 어쨌든 알았어.”

“좋은 것만 생각하고 있어. 우승까지 가는, 그런 빌어먹을 과정들은 내가 해결할 거야. 너는 우승컵에 입 맞추는 상상이나 해. 알았어?”

“응.”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번갈아 어루만지는 엄지를 살짝 깨물었다가 그 위에 입 맞춘 에단이 속삭임과 함께 눈을 들었다.

“좋은 것만 보게 해 줄게.”

그 뒤에 지껄이는 말은 정말 의미 없는 단어의 나열이었다. 루크는 귀 기울여 들었음에도 대부분 이해할 수 없었다. 마지막에 간신히 우승컵을 옆으로 치운 에단이 가슴팍에 엎어졌다. 고르게 내뱉는 숨소리가 가슴을 간질이고, 루크는 그런 에단의 뒷덜미에 조심스레 손을 올려 쓰다듬었다.

옷깃을 틀어쥐고 있던 손도 내려 주었고 머리카락 아래 둥그렇게 드러난 말랑한 귓불도 만지작거렸다. 모양이 날렵하게 잡힌 귓불은 말랑해서 손가락 사이에 감기는 느낌이 제법이다. 한참을 만지작거리던 루크는 졸음으로 쿡쿡 쑤시는 안구를 견디지 못하고 눈을 게슴츠레 떴다. 팔을 옆으로 뻗어 아무렇게나 휘저었다. 딱딱한 우승컵에 손가락 마디가 딱 소리가 나도록 걸렸다. 그 아픔으로 조금이나마 잠이 깬 그는 고개를 틀어 우승컵을 얼굴 가까이 끌어왔다.

우승컵에 기꺼이 입술을 가져다 댔지만 차갑기만 했다. 그 순간의 환희는 차가운 입술이 아니라 무게가 얹힌 가슴팍에서 간질거린다.

이럴 줄 알았다. 우승컵을 저 멀리 밀어 버린 남자는 가슴팍에 파고든 이의 머리칼을 헤집으며 눈을 감았다. 손길을 느낀 에단은 꾸물거리더니 그의 다리 사이를 제 자리인 양 더 파고들었다. 묵직하게 근질거리던 열기에 압박감이 가해졌다.

오늘은 분명히 기쁜 날이고 굉장히 로맨틱한 말도 들었지만……. 그런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지끈거리는 아래의 열기를 잊기 위해 루크는 눈을 질끈 감았다.

대신 제멋대로 고백을 쏟아낸 뒤 잠들어버린 에단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몇 번이고 거듭해서.

다음 날 아침 기상은 요란스레 시작되었다. 세차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무시무시한 반사 속도로 일어난 에단이 무릎을 움직였다. 아래 깔려 있던 루크는 짓눌린 허벅지에 앓는 소리를 흘리며 팔을 붙잡았다.

“거기, 누르지 마.”

“어디? 아……. 미안.”

“로맨틱한 아침 인사 정말 고마워.”

“그 와중에 한마디를 안 지네.”

잠이 한참 덜 깬 루크의 눈동자는 낯설게 파랬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올라타 있던 에단은 촘촘한 속눈썹 아래 그 눈동자에 잠깐 시선을 빼앗겼다. 눈꺼풀을 깜빡임에 따라 호텔방 안으로 기어들어 온 빛무리가 그 아래에 어리었다. 어느새 얼굴이 가까워져 있었다.

루크는 에단의 아랫입술에 입술을 짧게 맞추고는 물었다.

“어제 기억나요?”

“어떤 거요.”

“내 위에 엎어지기 직전에 했던 말.”

“……기억 안 나.”

설핏 찡그려지는 표정을 보니 기억이 날아간 것이 분명했다. 그럼 그렇지. 루크는 자신이 어젯밤을 기억하고 있는 것도 기적이라고 생각 중이었다.

에단은 한참 머리를 굴려 보아도 떠오르는 게 없는 듯 자신이 누워 있던 자세를 한 번 훑어본 뒤 물었다.

“조지가 나 술버릇 없다고 하던데……. 무슨 말 했어요?”

“그럼 술버릇이 아니라 진심이었나 보죠.”

“대체 뭐였는데?”

“내일 아침이면 죽여주게 빨아 주겠다고.”

한심하다는 기색을 전혀 숨기지 않는 적나라한 표정이 아침 햇살 아래 훤히 보였다. 씨알도 안 먹힐 모양이었다. 루크는 대신 손을 뻗어 목덜미를 나긋하게 감았다. 서로가 미처 가까워지기도 전에 호텔 문 앞에서 요란한 외침이 울렸다.

“안 돼요! 절대 안 돼! 이제 일어나야 돼요, 보스. 아무것도 더 하지 말고 일어나란 말이에요!”

아침부터 기운찬 사라의 목소리는 기세만 보인 것이 아니라 문을 세차게 두드리고 있었다. 일어나라구요! 지금 몇 시인지 알아요? 숫제 난동과 같은 부름에 에단이 비척거리며 먼저 침대에서 내려왔다. 루크는 반듯한 등이 멀어지는 꼴을 눈으로만 바라보다가 털썩 다시 누웠다.

에단이 연 문 안으로 재빠르게 달려 들어온 사라는 연분홍색의 투피스를 갖춰 입고 있었다. 풍성한 금발을 말아 둔 그녀의 눈동자가 문을 연 에단과 루크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그다음 에단을 보고 방긋 웃었다.

“다행이네요. 딱히 치우거나 변명할 건 없어 보여서. 에단. 아침부터 인터뷰 잡혀 있던 거 이미 늦었을걸요? 아래층에서 조지가 안절부절못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보스. 임원 회의 오늘 10시잖아요!”

“나 빼고 해. 전해 주면 되잖아.”

“그럼 보스는 계속 누워 있고 에단만이라도 보내 줘요. 어제 첫 우승을 한 드라이버잖아요. 아참. 에단! 어제 축하해요!”

“고마워요.”

부산스러운 인사까지 받으며 양손으로 붙잡아 오는 악수를 나누는 동안 골이 흔들리는 것만 같았다. 에단은 천천히 머리를 가로저으며 주변을 훑어보았다. 탁자에 있던 생수병을 향해 손을 뻗은 것은 본능 같은 행동이었다. 루크 그사이 이제 겨우 다리 하나를 침대 아래로 내리며 물었다.

“크리스는?”

“크리스는 완전히 기절했어요. 정말 기절이요. 어제 얼마나 마셨는지 닥터가 와서 수액을 놓더라니까요.”

“그래서 안 왔구나.”

어쩐지. 일정에 늦으면 더 잡아먹을 듯 달려들 한 명이 없다 싶었다.

루크는 부스스해진 금발을 손 갈퀴로 넘기며 침대에서 겨우 일어났고 에단은 의자 팔걸이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던 재킷에 팔을 끼워 넣고 있었다. 나갈 듯 문을 향했던 걸음이 다시 뒤돌아 루크에게 다가갔다. 뒤에 선 사라의 눈치를 힐끔 보고는 아직 앉아 있는 루크를 향해 허리를 조금 숙였다.

뺨을 비스듬히 스칠 만큼 가까워진 에단이 속삭였다.

“어제 내가 무슨 소리 한 거 없지, 정말?”

“모닝 키스일 줄 알고 기대했더니.”

“하루 잘 보내고. 연락해요.”

그저 뺨을 조금 마주 대고 일어섰을 뿐이었지만 에단은 사라를 못 본 척 스쳐 나갔다. 정작 사라는 일정을 체크하느라 가볍게 손을 흔들 뿐 바빴다.

룸 밖으로 에단이 완전히 걸어 나갔다. 기다렸다는 듯 빈터가 옷이 준비된 행어를 밀며 룸의 응접실을 가로질러 안으로 들어섰다. 루크는 셔츠의 단추를 천천히 풀어내며 물었다.

“임원 회의 다음은?”

“저희 그랑프리 승리를 축하하러 온 상원 의원과 점심은 한 끼 드셔야겠네요.”

“어제저녁에 어울려 줬어.”

“린드베르그의 우승 덕분에 더 몰려왔거든요.”

“말도 안 돼.”

루크의 한탄에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빈터는 행어에 걸린 스리피스의 슈트와 구두, 타이를 연이어 진열하듯 늘어놓기 시작했다. 사라는 일정을 줄줄 늘어놓다가 욕실로 들어가는 그의 등 뒤에 새된 목소리로 물었다.

“보스. 그래서 그 익명으로 린드베르그 팀과 보스를 한껏 욕한 그놈은 어떻게 하실 거냐고 크리스가 답변 부탁드린대요.”

“아. 그거.”

루크는 금색 손잡이를 밀다가 잠시 손을 멈췄다. 그랑프리 이후 바로 대답해 주기로 했는데 이 정도면 이미 시간을 한참 끌었다. 천천히 밀려 열렸다가 반동으로 다시 닫히는 문을 붙잡으며 반문했다.

“요약해서 뭐였지?”

“린드베르그 팀은 운전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팀 오너의 말에 지나치게 휘둘려 안정성이 떨어지고 다루기 어려운 차를 만들고 있다, 정도로 요약하면 되겠네요. 어떻게 할까요.”

반질거리는 사라의 눈동자와 빈터의 온후한 시선이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그 시선을 한 몸에 받은 루크는 머리를 천천히 쓸어 넘겼다. 그리고 다시 한번 쓸어 넘겼다. 방금 전 자리에서 일어났던 슈퍼 킹사이즈의 침대를 슬쩍 보았다가 짧게 대답했다.

“그쪽 차는 어디 원하는 대로 해 줘 보라고 해.”

“네?”

“일단은 기사는 내버려 두고.”

“정말요?”

“아직은 기분이 괜찮네. 그래도 이번 한 번뿐이라고 똑바로 경고는 해 둬.”

그리고 당장이라도 반대 의견을 쏟아 낼 듯한 사라로부터 몸을 돌려 욕실의 문을 닫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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