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6화 〉 [근친]친근한 가족 만들기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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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시우는 수업 시간에 주머니 속의 열쇠를 손으로 만지작거린다.
별다른 설명도 없이 세희 누나가 시우에게 건넨 조그만한 황동색 열쇠
그 열쇠는 철진이가 건네준 수갑 열쇠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뭔가 특별한 의미가 담겨져 있는 걸까?
혹시 단체 미팅 때 쓰일 이벤트 도구를 열기 위한 물건 일까?
열쇠니까 무언가를 열기 위한 것임에는 틀림 없다.
하지만 당장 시우가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주머니에 이거 뭔데?'
시우는 고민 끝에 쉬는 시간 동안 세희 누나에게 문자를 보낸다.
'몰라! 이제 네 거니까 네가 알아서 해~'
무언가 마음에 안 드는 것처럼 세희 누나는 시우한테 퉁명스럽게 답장을 한다.
아무래도 세희 누나는 시우한테 쉽게 답을 알려줄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아니면 본인도 모르고 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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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철진이가 자기 자리에서 시우 쪽을 돌아보며 미소를 짓는다.
역시나 속을 알 수 없는 음흉한 미소
시우는 어제 규리 아줌마와의 일이 있고 나서 철진이의 얼굴을 보기가 아무래도 껄끄러워 졌다.
본인에게 직접 허락을 맡았다고는 하지만 자신과 몸을 섞은 여성의 아들인 동급생 친구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시우는 아직 모른다.
자기 엄마가 동급생인 자기 친구와 섹스를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걸 알고도 실실 웃으면서 그 친구를 대할 수 있을까?
아무리 과거가 있고 그런 행위를 즐겨 온 엄마라고 해도 시우라면 그 친구와 엄마의 관계를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거기다 규리 아줌마는 현재 남편이 있는 유부녀
혼인 서약서에 있던 슬기의 이름
그리고 슬기와 똑같은 철진이의 생일
철진이는 과거에 써 놨던 엄마들의 혼인 서약서를 알고 있는 걸까?
철진이는 어떤 기분으로 시우를 대하고 있는 걸까?
슬기의 생일에 대해 먼저 시우에게 얘기를 했던 건 철진이였다.
'그렇다면 적어도...'
깊이 생각 할수록 껄끄러운 느낌이 시우에게 더 해져 가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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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우리 엄마랑 대화 좀 잘 나눠 봤냐?"
쉬는 시간에 철진이가 시우의 자리에 다가와 평상시처럼 능청스럽게 말을 건다.
"어? 어...그...그렇지 뭐..."
얼굴을 마주 보기가 민망해 눈을 피하며 대답 하는 시우
"카메라 꺼 놨던데? 별일 없었으려나? 뭐 괜찮았겠지~ 흐흐"
뭔가 걸리는 것이 있다는 투로 시우한테 말하는 철진이
철진이는 뭐든지 상관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시우를 쳐다 보고 있었다.
카메라를 꺼 놓고 했던 규리 아줌마와의 대화는 철진이에게 밝힐 수 없는 것들이었다.
결혼을 한다느니...
아이를 낳는다느니...
플레이인지 실제인지 시우 본인 스스로도 구분 할 수 없었던 자극적이고 음란한 대사들...
아마 규리 아줌마라면 실제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근데 너 어제 어디 간 거였어? 급한 일 있다고 가지 않았냐?"
시우는 불편한 듯 말을 돌리며 철진이에게 묻는다.
잠시 시우를 빤히 쳐다 보는 철진이
"아~ 시우 네가 도와 준 덕분에 어제 이곳 저곳 돌아 다닐 수 있었지~"
철진이는 사연이 있는 것 같은 표정과 거들먹거리는 말투로 시우에게 얘기 한다.
"그렇게 열심히 슬기 쫓아 다니는 것 같더니만. 슬기 보다 더 마음에 드는 애라도 찾았냐? 적당히 해야지~ 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우는 살짝 거리를 두는 느낌으로 철진이에게 말했다.
"아~그거? 그건 이제 그만 해도 될 것 같아~ 그것 보다 너 슬기가 수요일 마다 마술 학원 쉬는 거 알고 있었냐?"
철진이는 의기양양하게 자신만 알고 있던 사실을 세상에 폭로 하는 것 같은 태도로 시우에게 묻는다.
"그래? 몰랐네. 근데 그걸 내가 알아야 되냐? 슬기가 수요일 마다 쉰다는 게 왜?"
시우는 철진이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든다는 것처럼 말한다.
"아니 뭐...몰라도 상관은 없지~ 그래도 알고 있으면 좋잖냐? 우리 사이에~ 푸히힛~!"
말 하면서 기분 나쁘게 웃는 철진이
철진이는 항상 여유 넘치게 상황을 즐기고 있는 듯 했다.
자기 엄마의 과거를 알면서도...
그 과거가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분명 현재까지 이어져 온 엄마들의 과거가 각자의 미래에 끼칠 영향을 확신 하면서도...
시우는 '우리 사이가 무슨 사인데?' 라고 따져 묻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철진이가 자리로 돌아가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아 맞다! 우리 동생들 마술 학원은 잘 다니고 있어?"
철진이는 자리로 돌아 가려다 생각이 난 듯 멈춰 서서 시우에게 묻고 있었다.
시우를 떠보기 위한 질문인 걸까?
'우리 동생들' 이라는 말에 순간 아찔한 기분이 들며 식은 땀이 나는 시우
"자...잘 다니고 있지...그걸 네가 왜 신경 써?"
시우는 최대한 티가 안 나게 애쓰며 대답한다.
"아니 뭐~ 잘 다니고 있으면 상관 없는데 말이야...괜찮으려나...?"
말 끝을 흐리며 무언가를 암시하는 듯 한 철진이의 말
"왜? 뭔데?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순간 조급한 기분으로 눈을 부릅뜨며 철진이를 으르듯 묻는 시우
시우에게는 철진이의 그 말이 세영이와 수아에 대한 위협이나 협박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혼인 서약서에 적혀 있던 관리 단체의 이름을 확인 했던 시우가 더 이상 예사롭게 넘길 수 있는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전 날 철진이의 스마트폰에서 세희 누나를 스토킹 하던 증거물을 발견 했을 때 느꼈던 울컥거림이 시우의 가슴에 느껴진다.
하지만 동시에 규리 아줌마를 범하고 유린하고 차지했다는 철진이와 아저씨에 대한 죄책감 또한 차오르듯 느껴지고 있었다.
"월요일 마술 학원 보호자 면담 있던 날 있잖아? 거기 가기 전 아침에 내가 얘기 했던 소문들 기억 나냐?
자신을 노려 보고 있는 시우의 눈을 피하듯 시우의 어깨 너머 허공을 쳐다 보면서 말하고 있는 철진이
"뭐?!"
철진이가 하는 얘기가 정확히 뭘 말하는지 몰라 기억을 더듬으며 신경질 적으로 되묻는 시우
"어쩌면 그 소문 중에 하나는 진짜였던 것 같아... 그래...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철진이는 시우가 기억을 하건 못 하건 중요하지 않다는 듯 혼잣말처럼 되뇌며 곱씹듯이 얘기 하고 있었다.
시우는 심각한 표정을 한 채 철진이가 그날 아침에 했던 소문에 대한 얘기를 떠올리려 애쓰고 있었다.
"근데 너 왜 그렇게 성질을 내? 보호자 면담까지 같이 간 사이니까. 그 정도는 물어 볼 수 있잖아!? 혹시 아냐? 나중에 나도 거기 볼일 생겨서 자주 보게 될지? 푸하하!"
다시 무언가를 암시하듯 능청스럽게 말하며 웃고 있는 철진이
시우는 꺼림칙한 기분을 느끼면서도 철진이의 말에 뭐라 대꾸 할 수가 없었다.
그 이후 철진이는 마술 학원에 관련해서 다시 언급하지 않았다.
"오늘은 안 묶어 놨냐?"
시우는 학생 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때 슬쩍 지나가는 말로 규리 아줌마에 관한 일을 철진이에게 묻는다.
"아~ 우리 엄마? 그건 주 중에 한번만 하면 되는 거니까"
철진이는 마치 규리 아줌마와 포박 플레이에 대한 무슨 약속 이라도 되어 있는 것처럼 말했다.
자세한 사정이 궁금하긴 했지만 시우도 이제 그런 일들을 생각하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며 더 이상 캐 묻는 걸 그만두기로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날 학원이 끝날 때 까지 슬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당장 슬기를 만나봐야 휘둘릴 것 같은 생각에 시우는 거북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았다.
**
학원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 오는 길
왠지 모를 패배감과 우울감...
거기에 더해진 굴욕감...
시우는 터벅터벅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을 향해 걷고 있었다.
그때 돌연 시우의 스마트폰에 문자 메시지 알림 음이 울린다.
시우는 스마트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한다.
세희 누나였다.
'나 신비네 집으로 바로 가! 밥 잘 챙겨 먹고 있어~! '
아침에 얘기 한대로 신비 누나네 집으로 바로 간다고 하는 세희 누나의 문자
'자고 올 거야?'
시우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질문한다.
'응~ 오늘은 별일 없으면 신비네서 그냥 자고 갈 거니까 기다리지 마!'
바로 답장 하는 세희 누나
신비 누나네서 자고 온다고 했던 세희 누나의 예정이 변경되는 일은 없을 듯 했다.
'그냥 신비 누나 보고 우리 집 와서 자라고 그러면 안돼? 엄마도 없는데'
시우는 왠지 비굴한 기분으로 세희 누나에게 애원하듯 말하고 있었다.
'나 쉬고 싶다고 했잖아! 너랑 있으면 편하게 못 쉰다고!'
세희 누나는 단호하게 시우의 제안을 거절 한다.
'왜 못 쉬어? 그냥 우리 집에 와서 둘이 편하게 쉬면 되는 거잖아!'
시우는 최후의 간절한 심정으로 세희 누나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고 있었다.
'뭐래? 그게 되겠냐고?! 오늘 신비랑 둘이 따로 할 얘기도 있으니까 오늘은 너 혼자 자!
세희 누나는 시우의 처절한 애원을 끝끝내 무시하고 있었다.
시우는 괜히 분한 마음에 답장을 하지 않고 걷는다.
잠시 뒤 또 울리는 스마트폰 알림음
세희 누나로부터 사진이 한 장 전송 되어 있었다.
원복을 입은 신비 누나의 전신 사진
손가락으로 브이 자를 만든 상태에서 특유의 포근한 눈 웃음을 지어 보이며 귀엽게 포즈를 잡고 있는 신비 누나의 사진 이었다.
'신비가 내일 만나서 자기랑 재밌게 놀자고 전해 달래'
덧붙여지는 세희 누나의 문자
시우는 잠시 멍하니 신비 누나의 귀여운 사진을 쳐다 보고 있었다.
어떻게 봐도 미인인 신비 누나가 고급 학원 생 다운 발랄함을 한껏 뽐내며 스마트폰 화면에 보여지고 있었다.
그리고 또 이어서 보내져 오는 사진 한 장
원복의 단추가 풀려져 있는 신비 누나의 가슴 골 사진
가슴 골 사이에 붉은 멍 자국 하나가 강조 된 듯 찍혀져 있다.
잠시 얼떨떨한 기분으로 사진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시우
'이건 서비스래! 너무 시무룩 해 있지 말라고!'
신비 누나의 멘트를 전하는 세희 누나의 마지막 문자
시우는 신비 누나의 가슴에 진한 키스 마크가 사진을 보내기 바로 직전 세희 누나에 의해 새겨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언제 시무룩해 져 있었냐는 듯 시우의 물건이 순식간에 바지를 뚫을 것처럼 치솟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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