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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근한 가족 만들기-80화 (8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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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그게 무슨 소리야?"

시우는 당황한 듯한 목소리로 슬기에게 말한다.

"뭘 놀래? 너 세희 언니가 하루만에 왜 그렇게 된건지 알고 싶다며?"

여전히 별거 아니라는듯 담담하게 말을 이어가는 슬기

"그야..."

"손 이리 줘 봐~!!"

슬기는 테이블에 양손을 올려 녹고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하면서 말했다.

시우는 잠시 망설이는 듯 하다가 슬기의 양 손바닥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 놓는다.

"어제 잠들고 나서 세희 언니한테 무슨 일이 있긴 있었던거 같아~! 지금 부터 같이 확인 해 볼거야~! 집중 해야 돼! 스스로한테 솔직해 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비춰지지 않으니까! "

가벼운 마음으로 점술을 보고 있던 시우를 다그치듯 말하는 슬기

"으...응..."

시우는 마주 잡고 있는 슬기의 부드러운 손길 감촉을 느끼며 대답하고 있었다.

**

선물을 한번도 주고 받아 보지 않은 인간이 어디 있을까?

동영상을 한번도 보지 않은 인간이 세상에 존재 하기는 할까?

아무렇게나 내 뱉어진 단어에다 자유롭게 연상 되는 기억을 끼워 맞추고 있는건 시우 본인 스스로 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슬기는 밑밥 처럼 흩뿌려 놓은 단어들을 통해 상대의 비언어적 표현이나 단서들을 읽어 낼 수 있는 특출난 고급 기술을 실제로 가지고 있는 걸지도...

마법 이라던가... 초능력 이라던가...

그렇게 편리한 공상의 도구들이 현실 세계에 존재 할 리가 없다.

시우는 어제 있었던 세희 누나와의 성관계를 슬기가 절대 알 수 있을리 없다고 생각 했다.

그러면서도 가슴 속 깊은곳에서 끊임 없이 반복되며 술렁이는 불안과 의구심...

마치 미아가 된 것 같은 기분에 빠져드는 시우

"뭔가 나타나고 있어~"

수정 구슬 안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들뜬것 처럼 과장된 말투로 시우에게 말하고 있는 슬기

"뭐...뭐가?"

긴장 한 듯 한 목소리로 시우는 슬기에게 묻는다.

"스마트폰 같은데? 자물쇠 같기도 하고..."

들릴듯 말듯 혼잣말로 조용히 중얼거리는 슬기

슬기는 잠시 고개를 들고 시우를 바라봤다.

"시우 너도 잘 봐~!"

시우는 슬기가 들여다 보고 있는 수정구슬을 바라 본다.

별의 먼지 조각 같은 빛들이 수정 구슬 안 속 심연의 공간을 가득 채우며 어지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순간,

희미하게 그려졌다 사라지는 숫자의 상이 시우의 눈에 들어온다.

시우는 깜짝 놀란듯 얼굴이 굳어 지고 있었다.

작은 빛의 조각들이 수정 구슬 안에 그려 놓았던 것

그건 시우가 알고 있는 친숙한 숫자들의 나열 이었다.

세영이의 생일에 해당 하는...

바로 최근 설정 해 놓은 시우의 스마트폰 비밀 번호...

"어때? 답이 된거 같아?"

어느새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시우와 눈을 맞추며 묻고 있는 슬기

**

어젯밤 자고 있는 동안 세희 누나가 스마트폰을 확인 했다는 건가?

세희 누나는 세영이 생일이 비밀번호 라는걸 어떻게 알았을까?

아니 그보다 슬기는 그걸 또 어떻게 알고?

설마 정말 슬기가 초능력으로 어제 있었던 일을 본거라고?

시우는 놀란 표정으로 정리 되어 지지 않는 질문들을 머릿속에서 처리 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슬기는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시우를 보고 이해 한다는듯 맞잡고 있던 손을 당겨 시우의 몸을 앞으로 기울어 지게 만들었다.

엉덩이를 살짝 들고 몸을 앞으로 숙이며 시우의 귀에 자기 입술을 가져다 대는 슬기

슬기는 시우의 귓가에 속삭이듯 얘기 했다.

'분명히 괜찮을거야~엄마도 세진 언니도 세희 언니도 세영이도...그리고 우리도...'

어디선가 경험해 본듯한 친숙한 속삭임...

시우는 머리가 멍해지면서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 할 수가 없었다.

"지금 알려 줄 수 있는건 여기까지야~!! 더 하면 추가 요금 받을거니까~! 수고 했어~"

슬기는 시우의 얼굴을 마주보고 상냥한 미소를 싱긋 지어 보인다.

**

커튼과 유리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철진이가 유예나 선생님에게 안내 되어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듯 서 있었다.

"어때? 재밌었냐?"

여전히 활기 넘치는 철진이의 목소리...

"어?...어..."

넋나간듯 대답 하는 시우

"왜 그래? 미래에 결혼 할 사람이 바람이라도 피운데냐?"

철진이는 시우에게 실없는 농담을 던진다.

멍하니 있는 시우를 놀리듯 짓궂은 농담을 몇번 더 시도 한 뒤 철진이는 암막 커튼이 쳐진 방 안으로 사라진다.

시우는 마치 꿈을 꾼것 같았다

둘러 대며 아무말이나 했다고 하기에 슬기는 너무도 정확하게 시우의 상황을 알고 있었다.

특히나 마지막 수정 구슬 안에 보여졌던 숫자는 속이려고 해도 속일 수 있는것이 아니었다.

혼란스러운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썼지만 마음의 동요는 쉽게 가라 앉지 않았다

"수정점은 어땠어? 슬기는 점술이 잘 맞기로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유명 하거든?!!"

조카의 실력을 자랑하듯 말하는 유예나 선생님

"아...어...네... 조...좋았어요"

시우는 무슨 말 부터 꺼내야 할지 몰라 입을 뻐끔 뻐끔 거리다가 겨우 말을 뱉어 낼수 있었다.

"괜찮아? 안색이 좀 안 좋은거 같은데?"

유예나 선생님은 걱정 스러운 듯 시우에게 묻는다.

"저기...지... 진짠가요?"

다짜고짜 유예나 선생님에게 질문 하는 시우

"뭐가 말이야~?"

유예나 선생님은 장난끼 어린 톤으로 시우를 놀리듯 되묻는다.

"그러니까...안에서...슬기가..."

시우는 머릿속에서 정리 되지 않는 말들을 늘어 놓으려 애쓰고 있었다.

순간 유예나 선생님이 시우의 입술에 검지 손가락을 세워 가져다 댄다

그리고 뒤로 이어질 시우의 말을 막는다.

"안에서 나눴던 말들은 모두 비밀로 묻어두기로 했잖아~들었지?"

유예나 선생님은 시우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이해 한다는 듯 초연한 말투로 말했다.

"그...그래도!!!"

시우는 무언가를 호소 하는 것처럼 유예나 선생님을 보고 있었다.

"자~진정~ 진정~"

유예나 선생님은 앞으로 다가 와 양 팔로 시우의 몸을 꼭 감싸 안고 어린 아이를 달래듯 등을 쓸어준다.

유예나 선생님의 풍만한 젖가슴이 시우의 가슴에 와 닿는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감싸이는, 낯설지 않은 포근함에 시우는 마음이 편안해 지며 조금 진정이 되어 가는것 같았다.

**

원장실로 돌아와 어색하게 소파에 앉아 철진이를 기다리는 시우

유예나 선생님은 시우에게 물을 한잔 가져다 준 다음 책상 의자에 자리를 잡고 서류 정리를 하고 있었다.

한 동안 말 없이 시간이 흐른다.

신체가 밀착 되는 진한 포옹을 하고 난 이후로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듯한 기분이 든다.

슬기와 암막 커튼이 처진 방 안에서 있었던 일은 더 이상 언급 할수 없을듯 했다.

대신 다른 주제로 말을 걸어 보는 시우

"세영이 심리 치료는 잘 받고 있나요? 최면 상담 이었나?"

시우는 조심스럽게 눈치를 봐가며 말했다.

유예나 선생님은 시우를 보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응~ 마술 수업이랑 병행 해서 심리 치료도 받고 있어~"

상냥하게 대답 하는 유예나 선생님

"세영이가 혹시 최면을 거는것도 배우나요?"

"기본적인건 앞으로 다 배울거야~심리학이랑 병행 하는 무대 퍼포먼스 같은거니까""

"위험한건 아니죠?"

시우는 평소에 신경 쓰이는 부분을 얘기 한다.

"위험한거? 후훗~ 어떤 위험한 거~?"

유예나 선생님은 아까처럼 장난을 치는듯한 말투로 시우에게 되물었다.

"그러니까 최면이 걸린 상태로 이상한 일을 시킨다거나..."

"글쎄~? 그게 뭘까~?"

유예나 선생님은 그런건 모른다는듯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얘기한다.

선생님의 교태스러운 고갯짓에 살짝 얼굴이 붉어지는 시우

시우는 자신의 막연한 우려나 의심이 유예나 선생님의 마음을 상하게 만들지 않을까 걱정하기 시작한다.

시우는 세영이가 가끔 자신에게 시도하는 뜬금 없는 내용의 속삭임들이 최면 수업과 관련되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침에 철진이에게 들었던 학원에 대한 이상한 소문과 더불어 방금 수상한 슬기의 수정점을 보고 나서는 더더욱-

유예나 선생님은 시우의 생각을 알애 챘는지 자세를 바로 고쳐 앉으며 말한다.

"그런 걱정은 안해도 돼~최면으로는 원하지 않는건 아무것도 못 시키니까"

"원하지 않는건 아무것도 못 시킨다고요??"

유예나 선생님의 말을 그대로 따라하며 묻는 시우

"최면은 이를테면 다른 사람에게 냉장고 문을 열도록 만드는것과 비슷해~ 부탁을 해서 냉장고 문을 열어 준다고 해도 최면에 걸렸다고 생각 하진 않잖아? 부탁을 받았기 때문에 냉장고 문을 연다고 생각할 테니까"

"그렇겠죠?"

"시우 넌 부탁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자기도 모르게 냉장고 문을 열게 만들수 있겠어?"

"글쎄요? 방법이 있는건가?"

"나라면 냉장고 안에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을 넣어 놓고 넌지시 알려줄거 같아. 특히 그 사람이 배가 고픈 상태에서~"

"아~!"

"최면 치료때 하는건 무의식 중의 숨겨진 욕구를 찾아 내서 이룰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야. 냉장고 안에 좋아하는 음식이 들어 있다는걸 넌지시 알려주는 정도로 말이지. 애초에 냉장고 안에 그 사람이 원하는 음식이 들어있지 않으면 냉장고 문은 열게 할 수 없을거야. 그러니까 원하지 않는 일은 절대 시킬수 없어~ "

시우를 안심시키며 이어지는 유예나 선생님의 설명들...

시우는 유예나 선생님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들으며 점점 몽환적인 기분에 빠져 드는듯 했다.

냉장고 안에 들어 있는 유예나 선생님의 풍만한 젖 가슴을 떠올려 보는 시우

살짝 노곤해진 감각 속에서 어쩌면 유예나 선생님이 자신에게 최면을 걸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는 시우 였다.

친근한 가족 만들기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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