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꽤 오랜 시간 동안 시우는 세영이와 작별 인사를 나눴다.
세영이의 엉덩이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고 찬찬히 신체의 반응을 살피면서...
아무리 동생쪽이 어리다곤 하지만 시우가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은 보통의 남매 관계에서 쉽게 용인 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서로의 의식이 또렷한 상태...-
'세영이 한테 이래도 괜찮은 건가?' 라는 죄의식을 상기시키는 듯한 문장이 시우의 머릿속에 계속 떠다니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시우는 손바닥 전체에 기분 좋게 전해져 오는 세영이의 엉덩이 감촉을 포기 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시우는 근친 성관계에 대한 윤리적 죄의식 따윈 떨쳐 내 버린지 오래 였다.
세영이에 대해서도 그런 금기에 대한 불편감이나 속박감 따윈 더 이상 작용하지 않는다.
시우가 '괜찮은 건가' 라고 걱정 하고 있는 부분은 아마도 최근에 겪고 있는 세영이의 정서적인 문제에 관련해서 인듯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부터 세영이가 보이고 있는 엄마와 가족들에 대한, 과도한 정서적 집착
가끔씩 시우에게 시도하는 성적인 도발과 무언가를 암시 하는 듯 한 속삭임들...
여성스러운 모습이 보여지기 시작 했다고는 하더라도 어찌됐건 세영이는 초등학교 5학년생 이었다.
세영이가 시우에게 보이고 있는 행동들은 어쩌면 엄마의젖을 무는것과 같은 순수한 정서적 집착의 연장 일 지도 모른다.
죄스러운 문장이 연이어 시우의 머릿속을 가득 매워 가고 있었다.
동시에 근친의 쾌락과 닮아 있는, 또 다른 종류의 금기시 된 배덕적 쾌락이 시우의 전신에 휘감겨 오는듯 했다.
**
유리 문을 열고 두꺼운 암막커튼 천을 살짝 들어 올려 길을 만든 다음 방 안으로 들어가는 시우
외부의 빛이 차단된 어두운 방안
어슴푸레한 조명
좁은 방의 중앙에는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테이블 위로 빛나는 수정 구슬이 보인다.
그리고 건너 편 자리에는 사람이 한명 앉아 있었다.
챙이 넓은 주황색 고깔 모자와 후드 원피스...
언제 옮겨 와 있었는지 할로윈 복장 세트를 다 갖춰 입은것 같은 모습으로 앉아 있는 슬기
"어사와~! 이리 와서 앉아~!
슬기는 맞은편 자리의 의자를 가리키며 시우에게 말했다.
"어? 슬기 니가 봐주는 거야?"
시우는 어색한듯 덤덤하게 웃으면서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수정점에 대해 좀 알고 있어?"
자리에 앉는 시우에게 물어 보는 슬기
"아니 처음 해 보는 건데? 어떻게 하는 거야?"
시우는 평소에 접해 보지 못한 이색 체험에 꽤나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음! 흠!!"
목을 가다듬으며 얘기를 시작 하려는 슬기
"수정점은 수정에 비치는 상을 통해 과거에 모르고 지나쳤던 일들을 확인 하거나 미래에 일어날 사건들을 예측 하는 점술이야.
특정한 인물의 속 마음을 알아 보거나 초자연 적인 현상에 대한 의미를 해석해 주는 일도 하고 있어.
영적인 기운이나 능력을 이용 하는 점술로 흔히 알려져 있고 여기선 독심술을 기반으로 한 카운셀링의 한 종류로 취급 되고 있어! 이해 했지?"
슬기는 수정점에 대한 대략적인 소개를 시우에게 해줬다.
시우는 가벼운 정도이긴 했지만 독심술 이라는 분야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어느 정도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시우
"자~ 지금 부터 우리가 나누는 대화들은 모두 이 방 안에 비밀로 묻히게 될 거야!"
슬기는 정해져 있는 대사를 읊는것 처럼 하며 본격적으로 수정점을 봐 주려는듯 했다.
"어? 바로 시작 하는 거야?"
"쉿~!! 이곳은 운명을 점치는 방이야~ 세상과 단절된 틈새의 공간! 머물 수 있는 시간은 굉장히 짧으니까 쓸데 없는 말은 하면 안돼!!!"
슬기는 이벤트에 할당 된 시간이 오버 되는 것에 대해 경고를 하듯 뭔가 비장한 분위기를 잡아가며 시우에게 얘기 하고 있었다.
"아, 응~"
시우는 슬기의 비장한 맨트에 어색함을 느끼면서도 꽤 나쁘지 않은 분위기 연출이라고 속으로 생각 했다.
슬기의 말을 듣고 보니 실제로 세상과 잠시 단절된 공간에 들어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든다.
마녀 복장을 한 여중생과 단둘이 어두운 방 안에 마주 앉아 속 마음을 털어 놓는 상황극 이라니...
보통의 건강한 남자들 이라면 돈을 주고서 라도 꼭 받고 싶어 할 서비스인 것이다.
**
"고민이 있나 보네~?!"
수정 구슬을 유심히 들여다 보며 입을 여는 슬기
"응? 고민?"
시우는 은근슬쩍 앞 뒤의 맥락을 잘라 먹은듯 수정점을 진행 시키고 있는 슬기를 바라 보며 되물었다.
"고민이 있으니까 왔을거 아냐?!! 설문 조사 할때 두번째 장~!! 안 적었어?!"
마치 분위기를 못 맞추는 진상 손님을 대하듯 정색을 하며 시우가 작성 했던 설문 조사 내용에 대해 상기 시켜 주고 있는 슬기
-아마도 시간을 아끼기 위해 사전에 상담 주제를 정해 놓고 대화를 풀어가는 방식인듯-
"아~아~ 그래...맞아. 깜빡 했네. 미안"
머쓱하게 사과 하는 시우
"정신 좀 차려~!!"
슬기는 학생을 타이르는 선생님 같은 말투로 시우에게 말했다.
시우는 적당히 분위기에 맞춰 가며 수정점 체험을 해 볼 생각 이었다.
고민이 있었던건 사실이고 어차피 자세한 얘기를 다 할 필요도 없을거라고 생각했던 시우는 최근 가족들과의 근친 관계에 대한 고민을 설문지에 적었다.
당연히 구체적인 내용은 다 빼고 일반적인 가족사이에 일어 날수 있는 갈등 상황을 빗대어 적어 놓은 것이다.
-엄마가 일 때문에 기약없이 집을 나가 있는 일이라던가 세희 누나의 태도가 하루만에 냉랭하게 변한 일에 관련해서-
"우리 둘째 누나 관련된 일인데 괜찮을까?"
시우는 진짜 점술사에게 고민 상담을 하는 기분으로 슬기에게 세희 누나와의 일을 얘기 하기 시작 한다.
"세희 언니? 세희 언니가 왜?"
슬기는 흥미가 당긴다는듯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며 말했다.
-신비누나와 세희누나가 친하기 때문에 슬기도 자연스럽게 친한듯-
"어제 세희 누나랑 백화점에 둘이 놀러 갔었거든...?"
"백화점에?"
"응...영화도 보고 쇼핑도 하고 밥도 먹고... "
"근데?"
"집에 와서 저녁밥 까지 같이 먹고 티비도 보고 어제 하룻동안 엄청 친해 진거 같았단 말이야"
"응"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세희 누나랑 나랑 최근에 좀 그랬었거든"
"뭐가?"
"그러니까 사이가 좀 안 좋았다고..."
"아 그랬어?"
"응~! 그랬다가 어제 하루 세희 누나랑 놀고 나서 정말 친해진것 같았단 말이야. 잠들기 바로 직전까지!"
시우는 어젯밤 세희 누나를 알몸으로 뒤에서 껴안고 잤던걸 떠올리며 말한다.
"잠들기 바로 직전까지?"
"응~!"
"둘이 같이 잤어?"
잘못 들으면 오해를 살만한 질문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슬기
"내...내가 세희 누나랑 같이 왜 자?!!"
시우는 정색을 하며 강하게 부정 했다.
"잠들기 바로 직전까지 라길래... 혹시나 해서... 어쨌든 계속 해봐~"
슬기는 뭐가 문제냐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대화를 진행 시키고 있었다.
시우는 살짝 싸한 기분을 느꼈지만 개의치 않고 얘기를 계속 한다.
"응...어쨌든 그러니까 하룻밤 그렇게 자고 아침에 일어 났는데 세희 누나 태도가 싹 바뀌어 있더라고!"
"세희 언니가 너한테 쌀쌀 맞게 대해?"
"아니... 일단 평소처럼 다 해주긴 하는데 말이지... 어제는 그렇게 친근했던 사람이 이유도 모르게 바뀌어 있으니까 이상 하잖아~!"
"그래?"
"하루만에 진짜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니까~"
시우는 세희 누나와의 사연을 털어 놓았다.
슬기는 잠시 생각을 하는듯 했다.
"그러니까 하루만에 세희 언니가 널 다르게 대하는 이유가 궁금 하다는 거지?"
수정에 물어 볼 질문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서 시우에게 확인 하는 슬기
"아~ 어~ 맞어~! 알 수 있겠어?"
시우는 반쯤은 호기심으로 또 반쯤은 혹시나 하는 어떤 기대를 품고서 슬기 에게 물었다.
어쩌면 슬기는 세희 누나와 신비누나의 관계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같은 여자니까 아무래도 둘 사이의 내밀한 속사정에 대해 시우보다 더 자세히 알고 있을테고...
-점술을 가장해서 시우에게 둘 사이의 내밀한 속사정을 들려 줄수 있을지도...-
슬기는 그윽한 눈빛으로 수정 구슬 안을 들여다 보기 시작 했다.
**
"하루 종일 즐겼나 보네?"
수정 구슬을 들여다 보던 슬기가 뭔가 보이기라도 하는것 처럼 말하고 있었다.
"아 뭐...놀러 갔던 거니까~"
슬기의 '즐겼나 보네' 라는 표현이 약간 신경쓰이긴 했지만 크게 반응 하지 않고 넘어가는 시우
"백화점이 넓긴 넓구나? 헤에~ 이런데도 갔었어?"
슬기는 어제의 장면을 진짜 보고 있기라도 한것 처럼 시우 앞에서 얘기 하고 있었다.
"와~ 이런걸 선물 한다고?"
계속 이어지던 슬기의 말
시우는 '선물'이라는 단어가 슬기 입에서 나오자 흠칫 놀란다.
세영이의 잠옷과 세희 누나의 란제리 속옷 그리고 검정색 망사 티가 머리에 순간 떠올랐다.
-이어서 엄마의 개목걸이와 야한 속옷도...-
"자...잠깐! 설문지에 선물에 관한 일도 적어 놨던가?"
시우는 설문지에 선물에 대한 얘기를 써 놓은 기억이 없었기 때문에 당황 하며 슬기에게 물었다.
"안 적었어도 다 보인다고~!! 진짜로 하는 거니까~!!"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고 시우의 반응에 흡족 해 하며 말하는 슬기
"와~ 크다...근데 세영이 앞에서 이런일 까지한거야?"
슬기의 독백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마치 어제 있었던 일을 진짜 수정을 통해 보고 있는것처럼 얘기 하는 슬기
물건 크기야 슬기가 시우 친구들한테 들었으면 알만한 일이었다.
'세영이 앞에서 이런일 까지 한거야' 라는 말은 세영이 앞에서 시우가 뭘 했든 다 적용이 될수 있는 말
시우는 예전에 '마이크로 익스프레션' 이란걸 들어 본적이 있었다.
미세한 표정이나 몸짓을 관찰해 상대의 마음을 읽어내는 기술
아무 키워드나 내뱉고 당사자의 반응을 살피면서 이야기에 끼워 맞춰 가는 심리 트릭
그때까지 시우는 이런 마술에 대한 체험을 놀라워 하면서도 슬기의 거짓 연기를 확신 하고 있었다.
키워드가 들어 맞는건 어디까지나 확률적인 우연일 거라고 생각했다.
"어머나~ 이런 동영상은 어디서 구하는거야?~ 철진이한테 받은건가?"
"어?"
동영상 이라는 말이 나오자 순간 머리가 멍해지는 시우
당사자가 아니면 절대 알수 없는 키워드가 두번이나 슬기의 입으로 부터 이어져 나온 것이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정확하게 어제 있었던 일들을 설명하고 있는 슬기
"이건 너무 과격한거 아니야? 세희 언니 처음인데 진짜 힘들었겠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슬기의 말
시우는 맥박이 빠르게 뛰면서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 했다.
친근한 가족 만들기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