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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근한 가족 만들기-74화 (75/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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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약'

이라는 글자를 신비 누나로 부터 손바닥에 적어 받은 시우

시우는 한동안 혼란스러운 기분에 말을 잇지 못 하고 멀뚱멀뚱 신비 누나를 쳐다 보고만 있었다.

시우의 머릿속에는 순간 정리가 되지 않는 여러가지 의문들이 떠돌고 있었다.

세희누나는 피임약을 먹는걸 굳이 시우한테 비밀로 할 이유가 있었던 걸까?

굳이 비밀로 하려고 하는 그걸 마치 시우 앞에서 과시라도 하는것 처럼 그렇게 먹어야 할 이유는 있었던 걸까?

어떻게든 감추려고 했다면 아침에 집으로 신비누나를 불러 시우 앞에서 피임약을 건네받는 일 따윈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납득이 되지 않는 세희 누나의 모순된 행동에 시우의 머리는 복잡 하게 엉켜 가고 있었다.

그런 시우의 머릿속에 불현듯 떠오르는 단어 하나

바로...

'섹스 다이어트'

불길하게 떠오른 그 단어에 시우의 가슴이 무겁게 짓눌려 답답해 지는듯 했다.

시우의 마음 한켠에는 '설마...' 라는 말이 무의식 중에 되뇌어 지듯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앞 뒤가 안 맞는 세희 누나의 행동들은 그 단어 하나로 대부분 설명이 되는 것 같았다.

갑갑하게 응어리진 뭔가가 다시 시우의 가슴에서 녹아 내리며 침전 되어 가는 기분이 들었다.

"...하기로 했어?"

정답을 확인 하는 기분으로 신비 누나에게 조심스럽게 묻는 시우

신비 누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신비 누나도?"

절망과 체념이 섞인 듯 한 시우의 목소리

신비 누나는 안쓰럽게 웃는 표정으로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며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인다.

**

시우와 누나들은 준비를 마치고 학교를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세희 누나와 신비 누나는 다정하게 앞서 걸으며 대화를 주고 받는다.

방과후에 놀러갈 장소나 먹고 싶은 것들에 대한 주제의 얘기들...

그리고 가끔씩 시우에게 들리지 않게 주고 받는 비밀스러운 대화들...

뒤에서 소외된것 처럼 둘을 지켜 보며 따라 걷는 시우

시우는 세희 누나와 신비 누나가 그 다이어트를 하기로 결정 했다는 얘기를 듣고 부터 아무 말도 할 수 가 없었다.

'이번엔 진짜 비밀로 해야 돼~!!?' 라는 신비 누나의 마지막 말

그건 이전에 신비 누나가 시우에게 몰래 알려준 비밀들을 어제 지하철에서 세희 누나에게 과시하듯 전했다는 사실을 알고 하는 말 같았다.

그렇다면 이제 와서 비밀로 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걸까?

세희 누나는 처음부터 이런식으로 신비 누나를 통해 시우에게 비밀을 알리려 했던게 아니었을까?

아니면 시우에게 알려지든 말든 상관 없다는 생각 이었을까?

다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

왜 하필이면 이런 방식으로 시우에게 알리려 하는걸까?

좋은 말로 타일러 봐야 시우가 들어 먹지 않을것 같아서?

순진한 동생에게 착각의 여지 조차 남기지 않고 관계를 정리 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배려로?

그렇다고 하기에는 아침에 탈의 실에서 해준 세희누나의 오럴섹스는 너무나 자극적이었다.

어젯밤의 시우와 세희 누나의 새로운 비밀들은 아직 신비 누나에게 전해지진 않은것 같았다.

아마도...

어쩌면 세희 누나는 시우와의 새로운 비밀이 시우를 통해 신비 누나에게 전해 지길 바라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어수선한 상념들이 시우의 머리를 휘저어 놓고 있었다.

"야~ 유시우 빨리 안 와?!! 그렇게 꾸물 거리면 그냥 길바닥에 놓고 간다?!!"

앞서 가던 세희 누나가 슬쩍 뒤를 돌아 보며 시우에게 말한다.

"으...응~!!"

시우의 어정쩡한 대답

시우는 그렇게 대답 하고 나서 누나들이 있는 곳으로 뛰어 간다.

어젯밤 시우가 쥐고 있던 관계의 주도권은 이제 완전히 세희 누나에게 넘어가 버린듯 했다.

**

어느새 누나들의 학교 앞에 도착한 세 사람

인사를 하고 헤어지려는데 신비 누나가 시우를 불러 세운다.

시우에게 가까이 다가 오는 신비 누나

"내 부탁 들어 주기로 한 거 잊어 버리면 안돼~!! 알지!!!?"

신비 누나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세희 누나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조그만 목소리로 시우에게 말했다.

세희 누나의 비밀을 알려 주는 댓가로 들어 주기로 한 신비 누나의 부탁

신비 누나는 시우가 무언가 말 하기도 전에 돌아 서서 세희 누나쪽으로 얼른 뛰어가 버렸다.

-시우의 대답을 따로 들을 생각은 없는 모양-

결국 신비 누나는 자신의 부탁이 뭔지 얘기 해 주지 않았다.

약속 했던 사실만 확인하고 시우에게서 멀어져 간다.

신비 누나와 세희 누나는 교문 안으로 들어가 다른 학생들과 섞여 보이지 않게 되었다.

복잡한 심경으로 시우는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

시우는 학교에 도착해서 교실로 들어 갔다.

조례시간 전

들어 서자 마자 교실 안에서 부산하게 떠들고 있는 철진이와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역 앞에 학원을 열었더라고~ 빌딩 건물 이던데?~"

반 친구들에게 둘러 싸여 물건을 파는 사람 처럼 무언가 열심히 떠들어 대고 있는 철진이

철진이가 앉은 자리 책상 위로 사진이 여러장 올려져 있는게 보였다.

"이쪽 업계 에서는 꽤 유명 한거 같아~ 실력도 출중한데다 외모까지 남달라서~인기가 상당한 모양이야"

철진이는 보따리를 풀어 놓고 물건을 파는 사람 처럼 진부한 수사들을 덧붙여 가며 친구들한테 누군가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었다.

궁금한 마음에 철진이 자리로 다가가는 시우

가까이서 보니 책상위의 사진 안에는 마술 공연을 펼치고 있는 아름다운 여성의 사진이 클로즈 업 되어 담겨져 있었다.

"여어~ 시우 왔냐?"

시우가 다가 오는걸 보고 인사를 하는 철진이

"이게 다 뭐냐?"

시우는 인사 대신 철진이의 책상위 사진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아 ~ ~!! 너도 한번 볼래?"

철진이는 들고 있던 스마트폰의 영상을 시우에게 보이면서 말한다.

세희 누나의 사진을 몰래 찍다 걸려 시우에게 어금니가 부러질 정도로 얼굴을 세게 얻어 맞았던 철진이

-자기 딴에는 세희 누나를 생각 해서 그랬던거 같긴 하지만 어쨌든 그 일 이후로 세희 누나를 쫓아 다니는 일은 그만 둔 모양-

최근에는 뭘 하고 돌아 다니는지 규리 아줌마한테도 걱정을 많이 끼치는거 같더니 아마도 새로운 취미의 대상을 찾아 몰두 해 있는 듯 했다.

"역 앞에 몇개월 전에 새로 생긴 마술 학원 있잖냐? 가끔 티비에 광고도 하는... 거기 원장 선생~!! 이쁘지 않냐?"

철진이는 어찌된 영문인지 오늘 시우가 방문하게 될 마술 학원 원장 선생님과 관련한 주제로 떠들고 있었다.

"이름은 유예나! 나이는 30대 초반에서 중반 정도? 마술에 관심있는 친구들 얘기로는 처음 등장 할 때 부터 꽤 유명 했다더라"

철진이는 마치 발표라도 하는것 처럼 호기심을 가지고 다가온 시우에게 준비 해 온 얘기를 신나게 떠들어 대고 있었다.

"그러냐?"

들떠 있는 철진이를 보고 일부러 건성인듯 대답하는 시우

"참신한 마술들이 많은가 봐~그런데 아무리 조사를 해봐도 가족 관계나 학력이나 사는곳 같은 정보는 찾을 수가 없거든?! 이 사람 완전히 베일에 싸여 있단 말이야! 이렇게 미인인데 말이지~!! 외국어도 능통 한거 같고 이국적인 외모를 보면 혼혈같기도 하고..."

주변 아이들의 호응과 흥미를 끌기 위해서 인지 과장을 섞어 가며 말을 잇는 철진이

철진이가 하는 조사라는건 아마도 뒤를 밟아 몰래 사진을 찍거나 인터넷을 뒤지는 정도의 조사였을 것이다.

유명 하다고는 해도 학원 원장을 하고 있는 일반인의 가족관계나 학력 같은 개인정보가 인터넷상에 공개 되어 있을리가 없다고 생각 하는 시우

세영이에게 들은 바로는 유예나 선생님은 세영이가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의 방과후 교사를 겸임하고 있었다.

베일에 싸여져 있다는 사람이 초등 학교 방과 후 교사 같은게 될 수 있을리 없었다.

"믿기진 않지만 진짜 초능력자 라는 소문도 있어~유명한 재력가의 정부라는 소리도 있고~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을 세뇌해서 매춘에 이용한다는 얘기도..."

철진이는 갑자기 새어 나가선 안될 비밀들을 몰래 누설 하는것 처럼 목소리를 깔고 말한다.

터무니 없는 철진이의 과장에 시우는 슬슬 태클을 걸어야 할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유예나 라는 선생이 능력을 감춘 초능력자건 유명한 재력가의 정부이건 시우가 신경 쓸 바는 아니었지만 이제 부터 세영이가 다니게 된 학원의 원장 선생님 이라고 하면 얘기가 달라 지는 것이다.

거기다 아이들을 이용한 매춘이라니...

아무래도 선을 넘어 버린거 같은 철진이...

이런 오컬트 매니아들의 아무말 대잔치 같은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다가 자칫 학원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라도 퍼지면 세영이의 오빠로서 곤란한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야~! 잠깐 잠깐!~ 나 오늘 내 동생 보호자로 그 학원 면담 하러 갈거란 말이야~!! 그리고 그 유예나란 사람은 세영이네 초등 학교 방과 후 교사라고!!! 이상한 소리 좀 그만 해~!!! "

일갈 하듯 하는 시우의 말에 주변에 모여 서 있던 아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알만 한 애들이 무슨 이런 얼토당토 않은 얘기를 듣고 있냐고~!!! 거기 내 동생 다니는 학원 이니까 이제 엉뚱한 소리 하지 마!! 자~! 자~!!"

시우는 그렇게 말 하면서 철진이와 모여 있는 아이들의 틈에 끼어 들어 자리를 흩어 놓기 시작 한다.

철진이와 아이들에겐 미안했지만 세영이를 위해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 하는 시우

시우의 훼방에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아이들...

살짝 미안한 기분에 시우는 철진이를 쳐다본다.

"오늘 동생 마술 학원에 보호자로 면담 하러 간다고?"

하지만 철진이는 오히려 시우의 말에 강한 흥미를 느꼈는지 눈을 반짝이며 시우를 보고 있었다.

대충 이런 흐름으로 오늘 방과 후 보호자 면담에 철진이도 동생들과 함께 학원에 방문 하게 되었다.

친근한 가족 만들기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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