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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 누나가 돌아갔다.
그후 세희 누나는 먼저 씻는다면서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시우는 거실 쇼파에서 앉아서 신비누나가 남겨 놓고간 그 문제의 답을 골똘히 생각해 봤다.
'0135'
당장 바로 떠오르는 건 없었다.
신비누나가 시우에게 말해 주면 세희누나가 화를 낸다니 아무리 생각 해 봐도 알 수가 없었다.
시우는 이 숫자가 다이어트와 관련이 되어 있다고 확신 하고 있었다.
그때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엄마랑 세영이가 돌아 왔다.
"오빠 우리 왔어~"
세영이가 시우를 보고 도착을 알렸다.
"시우야 오늘 별일 없었지?"
엄마도 인사를 겸한 물음으로 시우에게 말을 건낸다.
시계를 보니 8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응 별일은 없었어~ 엄마 오늘 세영이랑 좀 늦었네?"
시우는 그렇게 대답하고 나서 별일이라고 말 할 만한 것들에 대해 떠올려 봤다.
규리 아줌마 엉덩이를 처음으로 때려 본것
누나가 담배 피우고 불량 해 진걸 목격 한것
누나가 안쪽 허벅지에 타투를 했다는것
절대 말하면 안 될 별 일 들을 제외 하고는 특별한 별일은 없었다.
"세희는 지금 씼고 있니?"
들어오자 마자 엄마의 연이은 물음이 이어졌다.
"응~"
그리고 엄마의 물음에 성실히 대답하는 시우
"밥은 먹었어?"
"누나랑 같이 라면 먹었어"
"세희 요건 동생 밥 좀 챙겨 주랬더니 라면이나 끓여주고 있네~ 아니 밥통에 밥도 해놨고 냉장고에 반찬도 데우기만 하면 되는데 뭐가 그리 힘들다고 라면을 끓여 먹는지 참...니 누나 나오면 한마디 해야겠다"
당사자가 없는데도 엄마의 잔소리는 언제나 끊임이 없었다.
"아냐~ 오랜만에 라면 맛있게 먹었어...가끔씩 먹고 싶을때가 있잖아"
"그래도 밥먹을 수 있을때는 밥을 먹어야지~"
엄마는 항상 아이들에게 밥을 챙겨 먹이는 것에 대해서 엄격한 편이었다.
"근데 엄마 오늘 세영이랑 어디 갔다 온거야?"
궁금한 마음에 시우는 엄마에게 질문 했다.
엄마가 가족중 누구하나를 따로 데리고 나가서 이렇게 늦게 까지 외출 하는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 세영이랑 하루 날 잡아서 데이트하고 왔지~"
엄마는 세영이의 얼굴을 보더니 농담식으로 웃으며 말을 했다.
"데이트? 뭐야~그게?"
"나랑 엄마랑 서로 엄청 사랑하는 사이잖아~헤헤"
세영이는 엄마의 허리를 꼭 껴 안으며 엄마의 장난스러운 말을 이어갔다.
엄마는 세영이를 보고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그래 나중에 결혼까지 해서 애도 많이 낳고 행복하게 살아~"
시우도 농담으로 세영이의 말을 받는다.
"애는 못 낳아 동성이거든 대신 오빠랑 언니들은 거둬서 잘 키워 줄게"
그걸 또 세영이가 개구진 농담으로 받아 쳤다.
"나이 어린 새 엄마라니 징그럽네"
살짝 들떠 보이는 세영이와의 실 없는 농담 따먹기
'헤헤헤~"
세영이는 오빠와의 이런 장난스러운 대화가 즐겁다는듯 웃었다.
"근데 엄마 세영이랑 밖에서 밥 먹고 왔어?"
시우는 엄마에게 물어본다.
"응~ 먹고 왔어!"
엄마의 간결한 대답
"저녁 식사는 데이트 코스의 기본이거든~ 에헴!!"
세영이는 오빠랑 장난스러운 대화를 계속 이어 나가고 싶어 하는듯 했다.
"그래~ 오늘 규리네 잘 다녀왔니?"
엄마는 그런 세영이가 귀엽다는듯 머리를 쓰다듬은 뒤 시우에게 물었다.
"응 잘 다녀 왔어! 안대 내 방에 있으니까 바로 가져다 줄게"
시우는 규리 아줌마에게 고맙다는 문자를 받고 나서 부터 그 일로 엄마에게 혼날 걱정을 크게 하지 않게 되었다.
때문에 이제는 담담하게 대답할수 있었다.
"응 그래 좀 있다 가져다 줄래?"
엄마의 말에 시우는 바로 방으로 가서 쇼핑백을 챙겨 들었다.
안을 살펴보니 연보라색 실크 안대가 규리 아줌마에게 받았던 그대로 담겨져 있다.
SM의 도구로도 쓰일수 있는 물건이지만 쉽게 상상이 되진 않았다.
쇼핑백을 들고선 다시 1층 안방으로 향한다.
**
시우가 안방 근처로 다가가자 안에서 세영이랑 엄마의 대화 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나 지금 할래 엄마~"
엄마에게 세영이가 무언가를 조르는 소리다.
"안돼~ 오빠 금방 내려 올거잖아"
"잠깐 이면 되잖아 엄마 응? 엄마아~"
세영이 칭얼대듯 엄마에게 말했다.
"자 우리 시간 정해서 하기로 선생님이랑 약속했지? 그리고 방금 들어와서 세영이도 엄마도 아직 안 씻었잖아 그러니까 씻고 나서 하자 알았지?"
엄마는 단호하지만 부드러운 어조로 세영이를 설득하고 있었다.
"응 알았어"
그리고 아쉬운 듯 한 세영이의 대답 소리가 들렸다.
뭘 한다는건지 무슨 약속을 어떤 선생님이랑 했다는건지 알수 없는 말들 투성이었지만 시우는 그냥 모른척 해주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음..흠.."
시우는 인기척을 내며 안방으로 들어갔다.
세영이는 엄마의 허리를 감싸 안고 세 살배기 어린아이라도 된 것 처럼 엄마의 가슴옆에 얼굴을 파묻은 상태로 달라 붙어 있었다.
평소에 부리던 어리광이 오늘은 더 심해졌나 보다 라고 생각 하며 엄마에게 안대를 건냈다.
"엄마 여기 규리 아줌마가 잘 쓰라고 전해 달래"
"그래 고마워 수고 했어 시우야 아.. 그리고 어제 부탁한거 안까먹었지?"
엄마는 어제밤 팬티바람의 시우에게 앞으로 안방에서 잠들어 있는 세영이를 세영이 방으로 옮기는걸 시우가 전담해 달라고 부탁했었다.
엄마의 그 부탁을 시우가 잊어 버릴리는 없었다 내심 행운이라고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을 정도 였으니까.
"응 안까먹었어 이제 엄마는 편하게 자 좀있다 내려와서 내가 다 정리 할게"
"그래 고마워 시우야 시우덕에 엄마 이제 푹 잘수 있겠다 그럼 엄마가 부탁 좀 할게~"
**
시우는 안방에서 나와 방으로 가고 있었다.
방에 돌아 가는 길에 마침 샤워를 끝내고 나오는 세희 누나와 마주쳤다.
누나는 어제 아침에 봤던 분홍색 핫팬츠를 입고 있었다.
"엄마 한테 얘기 들었어?"
누나가 다짜고짜 시우한테 물었다.
"뭘?"
시우는 영문을 모른채 되묻는다.
"세영이 말야"
"세영이가 뭐?"
"얘기 안 하셔?"
"무슨 얘기?"
시우는 엄마에게 자세한 정황을 듣지 못했기 때문에 누나에게라도 그 사정을 들을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계속 되묻는 중이었다.
"흐음~~아냐~ 아무것도..."
누나는 뭔가 이해했다는 듯한 소리를 내고 2층으로 올라갔다.
탄력있는 뒷 허벅지와 종아리가 시원하게 뻗어 있는게 보였다.
분홍색 핫팬츠에 감싸인 색기 넘치는 엉덩이가 실룩 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도대체 뭐냐고!!"
무시도 아니고 업신여김도 아닌 누나의 이상한 반응에 시우는 뭔지 모를 찝찝함을 느꼈다.
엄마와 세영이 일도 그렇고 신비누나와 한다는 수상한 일도 그렇고 비밀을 시원스럽게 말해주지 않는 누나가 야속하게 느껴 졌다.
**
방에 돌아와 시우는 어떻게든 누나의 비밀을 파헤쳐 보이겠다고 다짐 했다.
'0135'
신비누나에게 전해 들은 그 이상한 숫자들을 종이에 적어 놓고 한참을 지켜봤다.
"영원 사모?"
"아니면 지역번혼가?"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머리를 싸매고 이것저것 생각해 봤지만 알수가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속이 타는듯 했다.
자존심을 차릴 상황이 아니었다.
시우는 현재의 답답함과 찜찜함을 어떻게 든 해소 시키고 싶었다.
그러다 철진이에게 별기대 없이 메세지를 보냈다.
'0135 가 뭐 인거 갔냐?'
곧바로 답장이 왔다.
'뜬금없이 뭔 소리야?'
시우는 상세히 설명을 했다.
집앞에서 누나 친구들을 만난것 부터 라면을 먹는 동안 누나들끼리 밀담을 나눈것까지
'그래서 신비누나가 등에다 저걸 써줬다고?'
'그래!!'
상황을 이해 한듯한 철진이 였다.
'기다려봐'
그렇게 철진이가 마지막 메세지를 보내고 나서 10초정도 있다가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통화버튼을 누르자 마자 흥분한 철진이 목소리가 스마트폰 스피커에서 터져 나온다.
"야 씨발 이거 진짜냐?"
"뭔데? 왜 그래?"
"알면 넌 아마 오늘 잠 못 잘걸?"
"뜸들이지 말고 얘기 해봐 뭔데?"
철진이는 찬찬히 설명을 했다.
"저거 일단 디지털 숫자로 바꿔"
"응"
"그리고 한번에 다 뒤집어 봐라"
"3 뒤집어진 숫자는 알파벳 E가 되니까"
"0135 뒤집으면 5E10이 나올거 아냐?"
"5가 S로 바뀌면 SE10"
"10은 로마 숫자로 X니까~"
"자 이제 조합 하면 뭐가 보이냐?"
"헉~!!"
시우는 한동안 말하는걸 잊어버릴 정도로 놀랐다.
'S E X'
"이거 진짜냐?"
시우는 너무 놀라 철진이에게 묻는다.
"씨발 내가 묻고 싶다고 진짜 신비누나가 니 등에다 이렇게 써줬냐?
"그렇다니까"
"그럼 나 오늘 신비누나랑 너네 누나 상상하면서 딸 좀 쳐도 되냐?"
"야이 미친놈아 하지마 너네 엄마 있잖아!! 그리고 그런걸 왜 나한테 허락 맡고 하냐고"
그렇게 철진이와 한참 실랑이를 하다가 통화를 마친후 시우는 혼자 생각한다.
'어차피 섹스로 이루어진 세상 섹스로 다이어트 좀 한다고 뭐가 어떻게 되겠어?'
세희 누나와 신비누나의 불량한 모습을 본건 오늘 처음이었다.
이전까지는 얼굴 예쁘고 색기 넘치는 친 누나와 친한 누나 그 이상도 그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부터 이전 까지와는 다른 시선으로 누나들을 보게 될것만 같았다.
친근한 가족 만들기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