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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근한 가족 만들기-8화 (9/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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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희 누나의 타박이 끝나고 우리는 식탁에 앉아 신비 누나가 끓인 라면을 함께 먹었다.

"오늘 다 같이 하고 왔어~"

신비누나의 나긋나긋한 목소리

얘기를 들어 보니 세희누나가 한 타투는 요새 여자 고급 학원생들 사이에 유행하는 우정 타투라고 한다.

각자가 좋아하는 이성이나 연예인의 이름 따위를 그림 처럼 디자인된 같은 서체의 영어 스펠링으로 허벅지에 새긴다.

사타구니 아래 안쪽 허벅지에다 조그맣게 하기 때문에 아까처럼 치마를 들춰 보여줄 생각이 없다면 학원에서 걸릴 일은 없다.

"단체로 가서 싸게 했어 여자 고급 학원생이라 할인도 받았지 세희랑 나는 좋아하는 사람 이름으로 골랐거든? 연인끼리 하면 더 싸게 해준다고 하더라고"

신비누나는 조곤조곤한 말투에 긴장이 풀리는 특유의 억양을 쓰면서 물어보지도 않은 일들까지 자세히 설명 했다.

시우는 라면을 먹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신비누나의 말대로면 세희누나도 신비누나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었다.

이니셜의 상대와 사귀고 있는건지 아니면 마음만 품고 있는건지는 알수 없었지만 딱히 물어보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내것도 보여줄까?"

옆에 앉아 있던 신비누나는 무릎을 시우 방향으로 돌리며 물어 왔다.

라면을 먹던 시우는 갑작스러운 신비누나의 말에 사레가 걸린듯 헛기침을 했다.

"컥...헉...뭐..뭐라고?"

"보고싶지 않아? 안 궁금해?"

신비누나는 치마 위쪽을 양손으로 살짝 들고 슬금 슬금 올리는 시늉을 했다.

안 그래도 짧은 신비누나의 교복치마가 신비누나의 통통한 허벅지 살 위를 스치며 골반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꼴깍!'

마른침을 한번 삼키며 신비 누나의 허벅지를 둟어져라 응시 하고 있던 시우

갑자기 올라가던 치마의 움직임이 멈추더니 신비누나가 음흉한 목소리로 말한다.

"눈이 응큼해졌네?"

그리고는 능청스럽게 허벅지 위로 치마를 다시 휙 덮는다.

"진짜 보여줄줄 알았나봐~ 푸하하"

신비누나의 놀리는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집안을 울리고 있었다.

순간 당황하는 시우였다.

"니 동생 너무 귀엽다~얼굴 빨개지는거 봤어?"

장난기 가득한 표정의 신비 누나가 세희누나를 향해 말했다.

건너편에 앉아 있는 세희누나는 안쓰럽다는듯 말없이 그 장면을 지켜 보고있었다.

"혹시 기대했었어?"

신비누나가 정곡을 찌르며 시우를 끝까지 놀려댔다.

"아이씨~ 아니라고!!!"

시우는 믿었던 신비누나 마저 자신을 놀리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짜증섞인 대답을 했다.

"까르르르~"

여자 고급 학원생의 생기를 발산해 내듯 신비누나는 그렇게 한참 배를 잡고 웃어 댔다.

라면을 먹으면서 시우는

"남자는 계속 바뀔텐데 누나들 나중에 분명 후회 할 거야" 라거나

"뭐 이니셜이 같은 남자만 골라서 만나면 되겠네" 라거나

"만나는 남자를 개명 시키는것도 방법이려나?" 하는 악담아닌 악담을 해 대며 놀림 당해 떨어진 자신의 체면과 입지를 만회 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매번 "그래 그러면 되겠네"...라는 식의 어르고 달래는 신비누나의 말투 덕에 그런 시도는 크게 효과를 보지 못 했다.

"근데 세희누나 그거 엄마한테 걸리면 진짜 큰일 나는거 아냐?"

이번엔 시우가 진지하게 걱정 스럽다는 말투로 세희누나에게 물었다.

"너만 입다물고 있으면 아무 문제 없거든?"

여전히 시우에게 쌀쌀 맞은 세희 누나

"앞으로 엄마랑 목욕탕도 수영장도 같이 안갈 거야?"

시우는 그래도 걱정된다는 듯이 세희누나 에게 말했고

"그러니까 너만 입다물고 있으면 아무 문제도 없다니까?"

세희는 같은 말을 반복하며 시우에게 차갑게 대답한다.

"아이씨 내가 그런걸 엄마한테 얘기 하겠냐고~?!"

누나의 태도에 슬슬 시우도 짜증이 나기 시작 했다.

이제 누나에게 말거는 건 그만두기로 했다.

아무래도 어제 아침 시우가 한 농담이 누나의 치부를 건드려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족 모두 심란한 와중에 가슴이 커져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성실히 임하고 있던 육상을 그만뒀다.

신비누나에게 전해 듣긴 했지만 그런 이유라면 가족들에게 밝히기도 창피했을지 모른다.

세희는 한번도 운동을 업으로 생각해본적이 없기 때문에 운동을 그만뒀다는 자체에 대해선 크게 힘들어 하지 않았다.

하지만 걱정을 끼칠거라는 걸 알면서도 이유를 당당히 밝힐수가 없는 그 상황이 내심 속상 했던 것이다.

그런 부분을 시우가 건드렸다.

옆에서 보던 신비 누나는 그런 시우가 가여웠던지 다시 시우에게 장난을 치기 시작 한다.

"시우는 여자친구 있어?"

"아니 없는데?"

시우는 별 생각 없이 바로 대답 했다.

"예전에 사귀어 본적은?"

"없어"

"키스는 해봤니?"

"사귄적이 없다니까 무슨 키스를 해!!"

시우는 부끄러워 하며 말했다.

"안 사귀어도 키스는 할 수 있는거 아니니?"

"없다니까!!"

시우는 조금 놀랐다 사귀지 않아도 키스를 할 수 있는 거라니 틀린말은 아니지만 보통은 연인 사이에 해야 하는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망상 따로 현실 따로-

"그런거 관심 없어?"

신비 누나의 얼굴이 시우에게 살짝 다가 온다.

"아니 관심이 없진 않지만 그런걸 대답 하는것도 이상하잖아"

눈을 못마주치며 점점 당황하는 시우

"누나가 키스하는법 가르쳐 줄까?"

신비누나는 분홍 립스틱이 발라져 있는 윤기나는 입술을 모으고 시우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

시우는 그자세로 굳어 아무말도 못 하고 신비누나의 입술을 보고만 있었다.

"아~ 잠깐 생각 했다 그지? 누나랑 키스하는거"

신비누나는 다시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가 되어 말한다.

"아 됐어!! 무슨 소리 하는거야!!"

"시우 진짜로 귀엽다니까! 까르륵~"

누나는 다시 배를 잡고 웃어 재꼈다.

시우는 신비누나에게 계속 놀림을 당하자 이제 그냥 라면을 먹으며 세희누나와 신비누나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아휴~ 근데 춤도 안되겠어 땀은 많이 나는데 너무 어려워 안쓰던 근육을 쓰려니 힘들기도 하고 쉽게 생각하고 접근 할게 아니었던거 같아"

세희누나가 먼저 아까 연습하던 춤에 대해 말하는거 같았다.

"응 맞아 초보자들이 하기엔 확실히 힘든 춤인거 같아"

동의 하듯 대답하는 신비누나

"역시 그거 하는게 좋을까?"넌 괜찮아?"

세희 누나는 시우의 눈치를 살짝 보는듯 하다가 '그거' 라고 하면서 신비 누나에게 물어 봤다.

"음.. 난 솔직히 너랑 같이 하면 할수 있을거 같아"

신비 누나는 세희누나의 물음에 조심스럽게 대답 했다.

"그래 나도 같이 하면 할수 있을거 같긴 하거든? 소라한테는 천천히 대답해주기로 했으니까 조금만 더 생각해 봐"

시우의 눈치를 보며 뭔가를 감추듯 얘기를 마무리 짓는 세희누나

"무슨 얘기 하는거야? 다이어트?"

시우는 갑자기 궁금해 져서 물어 본다.

"넌 몰라도 되거든?"

냉랭한 말투로 시우의 질문을 차단하는 세희였다.

"아씨 뭔데? 신비 누나 무슨 얘기야? 응?"

세희 누나에게는 답을 얻어 낼수 없다는 생각을 한 시우는 바로 신비누나에게 물어본다.

역시나 세희 누나의 눈치를 살피고 말하는 신비 누나

"미안해 시우야~ 난 알려줘도 상관 없는데 그러면 세희가 진짜로 화낼거 같아"

"아 진짜 뭔데 그러냐고~"

답답한 마음에 투정을 부리는 말투가 되어버린 시우였다.

"몰라도 된다고!! 넌 라면 다 먹었으면 이제 가서 설거지나 해!!!"

짜증섞인 세희 누나의 말에 시우는 더 이상 물어 보지 못하고 설거지를 하게 됐다.

세희누나랑 신비누나는 거실 쇼파에 앉아서 티비를 보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시우는 귀를 쫑긋 하며 둘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지만 '그거' 와 관련된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시우는 설거지를 하면서 혼자 생각 했다.

'뭔가가 있다'

'분명 다이어트 얘기 였는데 내가 안다고 왜 누나가 화를 내지?'

'친동생한테 알리는게 부끄러운 그런 운동인가?'

'아이씨 신비 누나까지 비밀로 하니까 괜히 더 궁금하네'

시우는 계속 머리를 굴려 생각해 봤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설거지가 거의 끝나 갈때쯤 거실에서 신비누나와 수다를 떨던 세희누나가 화장실을 간다고 하면서 일어났다.

잠시 뒤 세희누나가 화장실을 간 틈에 신비누나는 주방의 시우에게 말을 걸며 다가왔다.

"설거지 좀 도와줄까?"

장난기 없는 평소 신비누나의 목소리

"다 끝나 가는데 뭐 괜찮아~ 그 보다 누나 아까 라면먹을때 하던거 다이어트 얘기 아니었어?"

세희 누나가 없을때 대답 해 줄지도 몰른다는 생각에 시우는 얼른 물어본다.

"응 맞아"

순순히 대답하는 신비누나

"근데 무슨 다이어트 길래 나한테 알려주면 세희누나가 화를 내?"

"그런게 있어 히힛"

여전히 시원하게 대답해주지 않는 신비누나 였다.

"아~ 진짜 신비 누나까지 그럴거야?"

"미안 근데 말하면 진짜 세희 화낼거 같아"

끝까지 비밀을 지키는 신비누나

"너무 한다 뭐냐고~아까는 놀리기만 하더니 이제는 소외감 느끼게 둘이서만 나 따돌리는거냐고 누나랑 나랑 본 세월이 얼만데!!! 그냥 친한 동생한테 좀 알려주면 안돼?"

서운함을 호소하며 마지막으로 신비 누나에게 호소했다.

신비 누나는 곤란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서운해 하지마~"

그리고 잠시 고민을 하고는 말했다.

"알려 주는건 안 될거 같아 세희가 정말 화낼거거든 대신에 힌트를 줄게"

그렇게 말하며 신비 누나는 설거지를 하고 있는 시우의 등에다 손가락으로 숫자를 써갔다.

'0'

'1'

'3'

'5'

숫자를 다 쓰고 손바닥으로 지우는 것 처럼 시우의 등을 쓸고 있는 신비누나

"0135?

시우는 의아해 하면서 고개만 살짝 뒤로 돌려 누나에게 소리를 내서 확인 한다.

"쉿!!"

신비는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하고 입으로 소리를 냈다.

"답을 알아도 세희 한테는 모른척 해야 돼 알았지?"

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신비누나가 돌아 갈 때 까지 시우는 답을 고민 하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친근한 가족 만들기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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