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一. 초야
땅거미가 아물거리는 저녁이었다. 은환은 수방으로 찾아든 휘락궁의 여관과 함께 태후궁으로 향하는 회랑을 걷고 있었다. 태후의 궁과 가까워지자 여관이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은환 또한 걸음을 멈추고 잠시 고개를 젖혔다. 하늘은 가을볕에 익어가는 감색으로 물빛과 보랏빛 땅거미가 층 없이 뒤섞여 아름답게 물들어 있었다. 궁 밖에서는 추수를 시작하고 있을 터였다.
휘락궁은 붕어하신 선종의 황후였던 경순 태후가 기거하시는 궁이었다. 수방의 궁녀라면 발길 할 일이 없는 궁. 은환 또한 발길 할 일 없는 궁이다. 그러나 근래 들어 황제께서는 기꺼워하지 않는 자수를 태후가 어여쁘게 보았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은환은 보름 전 태후를 알현하기 위해 휘락궁에 들었고, 오늘로 그것이 세 번째였다.
차를 한 잔 내어 주고 수방에 이런 재녀가 있었느냐 미소 지은 태후는 근엄한 낯으로 자수 솜씨를 칭찬하였다고 말한 여관과 달리 자수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목이 희고 허리가 잘록해 요염하다며 웃었다.
‘목이 희고 허리가 잘록한 데 비해 얼굴선은 둥글고 눈꼬리는 새침하구나.’
한 달 전 바친 부용 자수는 네 손에서 나온 것이냐. 그리 물을 줄 알았던 은환은 한낱 궁녀의 가슴과 둔부를 훑는 태후의 눈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상전의 심중이란 언제나 그러하지 않나. 비복 된 계집으로서 헤아릴 수 없다면 그뿐이다.
은환은 휘락궁 앞에서 멈추어 선 상궁을 힐긋 보았다. 핏기가 비치지 않는 하얀 얼굴은 그저 희고 희었다. 입술의 색마저 죽인 여자가 다소곳이 기다리고 있는 은환을 슥 보더니 이내 궁으로 걸어가 아뢰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은환은 태후의 앞에 섰다.
“수방의 궁녀 조가 은환이 들었습니다.”
“태후 마마를 뵙습니다.”
심장이 콩닥거렸다. 무릎을 꿇고 가장 낮은 자세로 엎드렸다. 비단이 사그락거리며 구겨지는 소리가 들렸다. 단조로운 하늘색 비단 삼이 바닥에 고르게 퍼졌다. 은환은 눈꺼풀이 엷게 떨리는 걸 느끼며 마른침을 삼켰다.
“사내를 아니?”
일어나란 소리도 없었다. 은환은 놀라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퍼뜩 머리를 처박았다. 언뜻 본 태후의 낯에 표정이 없었다. 노기를 띤 것도 아니지만 전처럼 미소를 머금은 것 또한 아니었다. 자맥질하는 맥을 누르고 태후의 물음을 되뇌었다.
사내를 아느냐니. 사내를 알 리 없었다. 궁 안의 처녀가 사내를 알 까닭이 무어 있을까. 그녀에게 사내란 요원한 존재였다. 입궁할 때부터 그리했다. 반반한 낯짝을 빌미로 상전의 눈에 들고 싶지 않았고 지금처럼 태후의 눈에 들어 낯모를 자에게 시집가고 싶지도 않았다. 은환은 수방의 궁녀였다. 그저 수를 놓다가 한세월 보낼 팔자였다.
“올해로 나이가 몇이라고 했던가.”
“스물입니다.”
대답한 것은 은환이 아니었다. 은환을 데리고 왔던 태후의 지밀상궁, 언제나 엄한 낯으로 은환을 찔러 보던 여자. 그 여자였다.
“나이가 좀 많지만 참 곱지.”
“자태가 자못 아리땁습니다.”
“한데도 강친왕의 추근거림이 없었고?”
지저귐처럼 가느다란 태후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이어졌다. 상궁은 은환을 내려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태후가 비죽 웃었다. 이게 좋은 일이냐. 나쁜 일이냐. 그런 의미인 것 같았다. 이리 어여쁜데 황족 사내가 궁둥이에 하초를 비비지 않았다니.
“강친왕이 그리 내버려 두었을 리 없는데······.”
태후가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은환은 자신을 두고 두 윗전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어 식은땀이 났다. 돌연 고꾸라지거나 속을 게워 낼까 두려워 입술을 말아 물 때였다.
“은환.”
“예. 마마.”
“조가의 은환이라 하였느냐.”
“그러하옵니다.”
“아비는 서남에 기반을 둔 포목상이라 했던가?”
“그, 그러하옵니다.”
“그래?”
“고개를 들어 보여라.”
상궁의 명령이 벼락처럼 떨어졌다. 은환은 희멀건 낯으로 고개를 들었다. 태후가 보였다. 보살처럼 온화한 얼굴이었다. 크게 미인은 아니지만, 선제의 정궁답게 온화하고 정결한 이목구비였다. 자식을 낳지 않아 그런 것일까. 지천명을 넘은 연치인데도 젊고 화사했다.
“은환.”
“예, 예. 마마.”
한 오라기 숨이 입 밖으로 비칠거렸다. 대답이 더디어 노여우실까 두려움이 든 은환은 벌벌 떨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황상의 하룻밤 계집이 되어라.”
태후는 여전히 온화한 얼굴이었다. 주름 한 점 없는 눈가에는 자상한 빛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흡사 어린 딸을 보는 어미의 눈 같기도 했다. 은환은 대답하지 못해 입술을 떨 뿐이었다.
“하, 하오나 노비는······.”
“안다. 너는 황상의 후궁도 아니고 시침 시녀도 아니지. 한데······.”
태후가 뒷말을 잇지 않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은환은 바짝 마른 낯으로 태후를 바라보다 그 묵직한 시선에 고개를 숙였다. 황제를 떠올리려 했다. 한데 뵌 적이 없어서······. 가까이 한 일은 손에 꼽을 만큼이라도 되는데 고개를 들어 감히 그를 바라본 일이 없어서 기억나지 않았다.
“너는 아리따우니까. 황상은 기꺼이 너를 품으리라.”
***
‘너는 아리따우니까······. 너같이 생긴 애들이라면 기꺼이 황상께서 발정하시지 않겠느냐. 그러니 황상께 방사를 가르치렴. 그리 욕정을 돋우어 후궁이든, 황후든 들이게 해야 한다. 알겠느냐? 은환. 네게 오나라 황실의 대가 달렸느니라.’
따뜻한 우유가 어깨를 고르게 적셨다. 붉은 꽃잎을 한 잎 한 잎 띄운 온수에 우유가 섞였다. 기이하게도 비린내가 나지 않았다. 달고 따뜻한 향유의 향기만이 수증기와 섞여 코를 적실 뿐이었다. 저녁 빛이 아물거릴 무렵 휘락궁에 들었다 나온 은환은 그 길로 황제의 계집이 되기 위해 옮겨졌다.
정신없이 상궁의 걸음을 쫓아가다 당도한 곳은 태후가 마련한 욕실이었다. 마른 국화 향이 나는 온수에 머리를 감고 달콤한 향유를 푼 온수로 구석구석 씻었다. 은환은 마지막으로 피부를 정결히 하고 희게 한다는 우유로 적신 뒤 다시 맑은 물로 몸 전체를 씻고 수건에 돌돌 말렸다.
“저, 저······.”
어찌, 어찌 단장을 마칠 무렵이다. 틀어 올린 머리를 길게 빗어 내리던 중 은환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상궁을 바라보았다. 태후의 지밀로서 모든 절차를 지켜보고 있던 여자는 눈가를 발갛게 물들이는 은환이 못 미더운지 고까운 표정을 했다.
“노, 노비는 폐하를 모르온데······.”
“······.”
“사내와 어찌하는지도 모르고. 하여, 하여 이 일은······.”
은환은 울 것 같은 얼굴로 아뢰었다. 끝말을 잇지 못했다. 두려워서 심장이 목구멍을 비집고 튀어 나올 것 같았다. 자꾸만 입이 말랐다. 지금이라도 태후께서 명을 거둬 주시길, 아니라면 황상께서 비천한 수방 궁녀와 동침하는 일에 노여워하여 그녀를 물리길.
“휘락궁에서 내려온 명이다. 감히 거스르려 하느냐.”
그것이 아니오라······. 그리 덧붙이려 했다. 하나 상궁은 말을 덧대어 붙이는 것만으로도 태후에 대한 불복으로 여기는 듯 눈을 매섭게 떴다. 은환은 조개처럼 입술을 꾹 다문 채 고개를 숙였다. 눈가에 고인 물기가 이내 속눈썹을 적셨다. 단장을 시키는 궁인의 낯이 어두워졌다. 은환은 당장이라도 된소리가 들릴 것 같아 눈두덩을 닦았다.
***
황제는 이립에 가까운 나이라고 했다. 정확히는 스물하고 일곱이며 오나라의 제위에 오른 지 11년이 지났다. 선제인 덕혜제 선종의 맏아들이자 유일한 적장자라 하였는데 그의 생모는 화 태비라 불리는 의숙 황태비 화씨다. 은환은 눈을 껌뻑이며 그를 기다렸다. 수방의 궁녀로 입궁하길 4년째. 황제의 그림자만 눈으로 밟은 궁녀로 살다 황제의 침실에 벗은 몸으로 눕혀진 지금의 일에 대하여 생각했다.
눈물이 났다. 두꺼운 요 안에서 훌쩍이고 있는 꼬락서니며 그녀를 둘러싼 금빛 공간까지. 생경하여 두렵고, 두려워 생경하였다. 황제께서 납시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 얼굴이 퉁퉁 부을 것 같았다.
폐하께서 부은 얼굴이 못생겼다고 끌어내라 하시면 어떡하지? 아니. 그리되면 좋은 것일까? 그리되면 기뻐해야 하나? 하면 태후께는 무어라 잘못을 빌어야 하지? 폐하께서 정말 나를 안으실까? 안으실 때 안을 맛이 나실까? 한데 나는 사내를 모르는데, 그와 무얼 해야 할지 정말 알지 못하는데······.
은환은 훌쩍이다 말고 잘근잘근 입술을 깨물었다. 연지를 붉게 바른 입술이 대문니에 구겨졌다. 보통은 이런 일을 맡는 여자들은 이런 일에 대해 잘 알았다. 그러니까 사내와의 방사에 대해 말이다. 괜히 시침녀가 아니었다.
태자 또는 왕야는 열셋을 전후로 춘화도를 보며 경험을 쌓다가 혼인하기 전 아예 부황과 모후에 의해 시침 시녀와 잠자리를 익혔다. 이때 시침 시녀는 잠자리를 익혀야 하는 대상인 황족보다 나이가 많고 조숙했다.
자연스럽게 황족을 이끌며 가르쳐야 했기 때문이다. 한데 은환은 아무것도 몰랐다. 정말로 아무것도 몰라서 벌벌 떨고 있어야 했다. 할딱거리며 손을 꼭 그러쥐고 있을 때였다.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은환의 낯이 하얗게 물들었다.
***
황제가 스스로를 황제라 칭하지 않는데 알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러나 은환은 깨닫기를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가슴을 여민 금금을 푸는 손, 눈앞의 사내가 황제란 것을······.
은환의 살갗보다 흴 것 같은 손은 크고 길쭉했다. 손가락 마디의 크기는 굵직했지만 가지런했고 우아한 태가 났다. 그녀는 여민 금금을 푸는 손을 바라보았다. 이런 꼴로 황제를 알현하는데 어떤 표정을 해야 할지도 생각나지 않았다. 이렇게 침대에 뉘여진 상태에서 어떻게 그에게 예를 표해야 하는지.
정말로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황제는 그저 사내였다. 아니. 아주 기려한 사내였다. 양각된 이목구비는 놀라울 만큼 아름다웠다. 그리 아름다워서, 넓고 두꺼워 보이는 어깨에 걸친 오, 소매의 폭이 넓고 큰 흑색 비단 조복만 아니었다면. 용이 새겨진 금관과 비녀, 깨끗이 튼 상투만 아니었다면······.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금금 속에는 벗은 나신뿐이었다.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한데 황제는 금금을 끝까지 벗겼다. 이제 무엇으로도 가릴 수 없는 몸은 그의 시선에 환히 노출되었다. 은환은 손을 들어 가슴을 감쌌다. 그리고는 일어나 예를 갖추려 했다.
“아······.”
금금을 벗겼던 손이 가슴을 밀어 바닥에 눕혔다. 완력이 실린 손길이었다. 은환이 당황하기도 전, 그녀를 밀어 넘어트린 손이 젖가슴을 가린 그녀의 손을 차갑게 떼어냈다. 이가 딱딱 부딪혔다.
마른 눈이 빠르게 깜빡거렸다. 황제는 어떤 표정도 짓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도 알 수 없었다. 은환의 허리와 젖가슴을 훑던 태후의 눈길이 생각났다. 한데 그것과도 달랐다. 여윈 흉부를 장식한 풍만한 가슴부터 배꼽, 잘록한 허리와 음모가 옅게 난 음부까지. 빠르고 꼼꼼하게 훑는 눈길이 스산했다.
“폐, 폐하.”
“다리를 벌려.”
“폐하······.”
“가랑이 사이를 벌리라 하지 않았나.”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노비는, 노비는······.”
“태감!”
“폐하······.”
울음이 터졌다. 벌리지 않으면 태감을 불러 강제로 벌리겠단 의미였다. 은환은 발발 떨며 도리질 쳤다. 일어나 그녀는 알지 못하는 죄를 빌려 했다. 그러나 황제가 용납하지 않았다.
“하, 하겠습니다. 벌릴 테니······. 흐윽, 흐으윽······.”
울음이 단장한 얼굴을 흩트렸다. 은환은 젖은 눈을 일그러트리며 다리를 들어 보였다. 황제의 눈은 엄격했다. 들어 보인 다리를 양쪽으로 슬그머니 벌렸다. 황제의 낯에는 만족하는 빛이 없었다. 가느다란 울음소리가 화심전을 울렸다. 은환은 느리게 천천히 가랑이를 벌렸다.
“폐하······.”
“네 밑구멍이 보이도록 들어.”
눈물이 목구멍을 넘어갔다. 서릿발처럼 차가운 음성에 은환이 딸꾹질했다. 그녀는 외음부 전체가 보이도록 궁둥이를 바싹 들었다. 그리고는 두 손을 오금에 끼우고 눈을 질끈 감았다. 갈라진 소음순에 이물질이 닿는 것이 느껴졌다. 가슴이 쉬지 않고 들썩거렸다. 은한은 이보다 더 많은 실례를 저지를까 두려웠다. 방사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다. 화심전에 들어서기 전 태후궁의 여관들이 대강으로라도 가르쳐 주리라 믿었지만 이에 관해선 어떤 언지도 주지 않았다.
수치감에 눈 밑이 떨렸다. 질끈 감은 눈을 뜨고 훌쩍거릴 때였다. 음모가 옅게 난 대음순과 구멍을 둘러싼 통통한 소음순에 황제의 손가락이 스쳤다. 은환은 발발 떨며 눈동자를 굴리다 마침내 황제를 바라보았다. 시선이 부딪혔다.
검은 눈이었다. 흑연처럼. 검고 둥근, 무기질적인 두 눈 안에 우묵한 우물이 있었다. 반질반질한 눈동자가 은환의 달뜬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갈라진 음순을 지분거리던 손가락이 젖기 시작한 질구를 쿡 찔렀다. 자연스레 황제의 시선이 음부로 이동했다. 은환은 볼을 파르르 떨었다.
“폐, 폐하.”
돌아오는 말은 없었다. 한숨 같은 속삭임이 덧없이 흩어졌다. 작은 틈으로 난 구멍 안으로 손가락이 들어왔다. 은환이 반사적으로 허리를 틀었다. 무채색의, 낱알만큼의 흥미도 비치지 않는 눈이 은환의 음부를 바라보았다. 얕게 파고든 손가락이 들어왔다가 나갈 때마다 구멍이 뻐끔거리며 개폐를 반복했다. 이윽고 구멍 안을 헤집지 않는 손이 그녀의 음핵을 더듬었다.
“앗, 아앙······.”
할딱거림 사이로 비음이 섞여들었다. 은환이 궁둥이를 들썩거리며 샅을 떨었다. 얕게 구멍을 파고들던 손가락이 깊숙이 찔러 넣어졌다. 이물감에 눈가가 일그러졌다. 불거진 음핵, 통통하게 발기한 음핵이 손가락에 꼬집혔다. 찔끔찔끔 액을 흘리던 구멍이 경련했다. 찌걱거리는 내벽을 휘젓던 사내가 손가락을 빼고 그녀의 오금을 밀어 외음부를 더 환히 보이도록 했다.
“이리 해주면 좋으냐?”
“폐하, 흐으윽, 노, 노비는······.”
“발정해서 헐떡이지 않았느냐.”
녹빛이 감도는 검은 조복을 입은 황제가 손을 들어 은환의 턱을 잡았다. 열이 감긴 살갗에 서늘한 손가락이 닿았다. 방금 전까지 그녀의 외음부를 희롱하던 손가락이었다. 황제는 여전히 욕정 하나 비치지 않는 낯이었다.
그리하여 산 사람 같지 않았고 사내로 느껴지지도 않았다. 침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차고 서늘한. 밀랍같이 흰 얼굴에 양각된 굴곡이 기울어짐 하나 없이 완벽했다. 어디 하나 서툴고 뭉툭한 구석이 없었다. 과연 기려한 미목이었다.
문득 사내의 짙은 눈썹이 움직였다. 감히 천자의 용안을 이토록이나 깊이 들여다보는 계집이 발칙하다는 양. 은환은 시선을 내리깐 채 주섬주섬 일어나려 했다. 반쯤 상체를 일으킬 때였다. 느닷없이 황제의 손이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잡았다.
“아!”
한 움큼 잡은 손이 커다랗고 길었다. 은환의 말랑한 가슴이 그의 손안에서 짜부라졌다. 덜렁거리는 가슴을 쥐어 당기는 손이 무자비했다.
은환은 곧 아픔에 울음을 흘렸다. 외음부를 희롱하던 손길부터 가슴을 잡아당기는 손까지. 방사를 위한 애무가 아니라 그저 희롱인 것 같았다. 황제의 낯은 비행 중 추락한 잠자리를 움켜쥐고 날개를 잡아 뜯는 어린애의 낯과 다르지 않았다. 은환은 그 손을 걷어내지 못해 울음을 흘리며 황제를 바라보았다.
그의 손이 젖무덤을 문질렀다. 엄지로 젖꼭지를 튕기던 사내가 심심한 눈으로 은환을 바라보았다. 사내가 발정하면 계집의 궁둥이에 기립한 남근을 문지르며 구멍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안달을 낸다고 했다. 한데 황제의 하초는······. 시선을 떨어트렸다. 은환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주름이 잡힌 하초를 바라보다가 제 가슴을 쥐어뜯고 있는 남자를 응시했다.
‘고자는 아니구나.’
“폐하. 아, 아픕니다······.”
감히 고통을 아뢸 계제도 되지 못하면서 입술을 달싹였다. 달그락거리며 비어져 나오는 숨이 가팔랐다. 은환은 어깨를 움츠리며 차디찬 눈을 바라보았다. 빙벽 같은 눈은 감람 열매처럼 둥글었다.
은환의 젖은 턱과 발갛게 물이 든 젖가슴을 바라보던 황제가 은환을 응시했다. 젖을 주무르던 손에 완력이 사라졌다. 검은 조복이 침상 아래로 하나둘 떨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은환의 허벅지에 불거진 남근이 닿았다. 길고 굵다란, 검붉은 빛을 띤 뭉툭한 방망이가 무릎과 허벅지를 더듬었다.
황제는 계집을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어느 이는 계집을 아는데 들이질 않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은환도 알지 못했다. 황제에겐 황후가 없었고 후궁 또한 없었다. 그러니 후사가 없는 것은 당연했다.
수족이 어디 한군데 뒤틀린 것도 아니고, 방사를 모를 반편이는 더더욱 아니면서 그 흔한 궁녀 하나 품어 본 적 없는 사내라니. 그러나 믿기지 않게도 그러했다. 궁녀가 지천으로 깔린 궁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황제와 밤을 보냈다는 이가 없었다.
그러니 고자가 아닐까. 고자가 아닌데 그토록 아름답고 흠 없이 빼어난 사내가, 여인이라면 넘치도록 취할 수 있는 사내가 후궁 하나 없다니. 황후는 언제 들일 것이며, 후사는 어찌할 것인가. 여 태후의 근심이 날이 갈수록 깊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은환은 아무래도 좋았다. 황제의 남근이 구멍 안으로 들어와 고환이 음부에 부딪힐 때까지 그러했다.
“아, 읏, 흐윽···‥.”
내벽을 채웠던 선단이 밖으로 빠져나왔다. 비좁은 구멍을 헤집고 들어간 기둥에는 반들거리는 체액과 함께 핏기가 묻어 있었다. 은환은 달달 떨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꿈인지 생시인지, 눈앞이 혼미할 정도로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폐하, 폐하‥···.”
흐느끼며 사내를 불렀다. 구멍 밖으로 나온 기둥을 보며 조금 전을 떠올렸다. 구멍은 샅을 벌리는 것처럼 쉽게 벌어지지 않았다. 황제의 노여움을 받을까 경직된 상태에서도 직접 음순을 벌렸지만 허사였다. 입구에 귀두를 대고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사내의 눈이 떠올라 까무룩 정신을 놓을 것 같았다.
조복을 벗어던지고 판판한 가슴팍을 드러낸 황제가 음순을 직접 벌린 그녀를 흘깃 내려다보았다. 그는 위치를 확인하듯 좁은 구멍의 주변을 두 손가락으로 벌어 트리더니 양물을 구멍으로 미끄러트렸다. 그리고는 단번에 기둥을 밀어 넣었다. 어린애처럼 울던 은환이 비명을 질렀다.
차마 밀어낼 수 없어 허공을 휘젓는 손이 민망했다. 엉엉 울며 살려 달란 말을 목구멍으로 삼켰다. 황제는 몇 번을 쑤걱거리며 앞으로 밀어 넣었다. 여인만큼이나 잘록한 허리선이 미약한 불빛을 받아 환했다. 은환은 긴 울음소리를 반쯤 삼켰다가 뱉어냈다. 기둥이 끝까지 삽입된 걸 확인한 그가 집어넣었던 물건을 쑥하고 빼냈다.
다시 입구에 뭉툭한 귀두가 닿았다. 생경한 감각이었다. 그 둥근 끝부분에 가시가 돋아 있는 것도 아닐진대 괜스레 입구까지 따가운 느낌이었다. 오소소 돋은 소름이 한기를 부추겼다. 은환은 바르작거리며 가슴을 뒤틀었다. 아팠다. 음부 전체가 찢긴 느낌이었다. 쥐어짜는 듯한 고통을 떠올리며 후들거리는 샅을 내려다보았다.
“아, 아프···‥ 흐윽. 폐하‥···.”
비적거리며 튀어 나오는 울음을 막기 위해 입술을 꾹 다물었다. 황제였다. 한낱 필부가 아닌. 하니 지금의 방사는 남녀가 배꼽이 맞아 침상을 구르는 정도의 교접이 아닐 테다. 한데도 눈물은 끝도 없이 새었다. 딸꾹거리느라 정신없이 들썩이는 가슴이 부끄러웠다.
입구에 귀두만 문질러도 바르작거리며 울음을 토해내는 계집을 두고 황제는 과묵했다. 귀신같이 창백한 낯에 은환이 입술을 깨물었다. 무엇을 가늠하는지 아름다운 얼굴이 무연했다.
“구멍이 벌름거려.”
“폐하, 폐하. 아픕니다. 아픕니다···‥.”
“한데도 이리 벌름거리다니‥···.”
도리질을 했다. 은환이 벌린 가랑이를 오므리려 했다. 밝히는 계집으로 비춰질까 두려웠다. 사실은 아픔밖에 없다고 하고 싶었다. 한데 은환은 그에게 안기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방사를 가르쳐야 하는 계제라···‥. 즐거움이란 오롯이 그의 몫이어야 했다. 성교 중의 흥분, 불쾌함, 고통, 쾌감‥···. 느낄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자는 오직 황제밖에 없었다. 한데도 은환은 이미 흐느끼고 있었다. 방정맞은 계집이라 생각하겠지. 시침녀 주제에 감히, 감히 어느 안전에서···‥. 태후께서 노여워하실까.
아니. 그 전에 황제가 노여워하지 않을까. 그가 고자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까닭은 다름 아닌 방사를 가르치기 위해 든 시침녀와의 일 때문이었다. 기행이라면 기행. 태자 시절부터 시작된 시침녀의 수난은 단순히 유별한 비화로 간직할 수 없는 것이었다.
선제의 명으로 동궁에 들었던 시침녀의 머리채를 잡아 나신으로 밖으로 끌어낸다거나 태후의 계략으로 밤을 보내려 했던 궁녀의 손목을 자르겠다고 형틀을 가져오라 으름장 놓지 않나.
그러나 그냥 듣기에도 민망한 이 일들은 모두 태자 시절의 일들이었다. 병적으로 여인을 꺼리는 황제는 성교는 물론, 여인이 제 몸에 손을 대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았다. 덕분에 화심전에는 궁녀가 존재하지 않았다. 궁녀만이 할 수 있는 일까지 전부 환관의 몫이었던 것이다.
그런 황제였다. 제위에 오르고 난 직후 맞아들였던 후궁은 첫날밤 직후 시름시름 병을 앓다 사가로 돌아갔고 그의 병적인 여인 혐오증을 치료하기 위해 보내졌던 궁녀 또한 자결했다. 시간이 지나면 모두 괜찮아질 거라는 태비의 말과 달리 황제의 병증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니 고자가 아닐까. 고자가 아니라면 남색이라던가. 어느 하나 입에 올린다 한들 달갑지 않은 것들이 오랫동안 궁인들의 머릿속에 범람했었다. 들이는 여자란 여자는 죄 그런 꼴을 당하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계집이란 대체 무엇일까?”
“흐으윽‥···.”
“씹질이 뭔데 그렇게 붙어먹지?”
발기한 거근이 흐린 눈앞에 아른거렸다. 오므리려는 샅을 사납게 쳐낸 황제가 거근으로 구멍을 툭툭 쳤다. 한눈에 보기에도 그의 팔뚝만 한 물건이 체액을 뱉어내며 꺼덕거리고 있었다. 그의 손이 음핵을 꾹 눌렀다.
“아흣!”
뜨거운 감각이 음부를 찌릿 하고 울렸다. 발가락이 곱아 들었다. 고양된 숨소리가 입술에 흩어졌다. 손가락으로 음핵을 찬찬히 비비던 황제가 도톰히 솟은 그것을 꼬집었다. 은환이 음부를 떨며 구멍을 더욱 벌름거렸다. 줄줄 새는 투명한 액이 징그럽도록 흘러넘쳤다.
귀두가 방정맞은 음핵을 벌하듯 툭툭 치며 비볐다. 은환이 물기가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황제를 바라보았다. 대체 어째서 고자란 멍에가 씌워진 걸까. 어느 궁인들은 말했다. 여자의 음부에 발정하지 못하니 시침녀에게 그리 가혹한 것이라‥···. 그는 남색이다. 사내의 뒷구멍에 발정하는 계간이다.
한데 지금 황제는 은환의 구멍을 집요하도록 쳐다보았고 물건을 세워 달려들었다. 음부 전체를 귀두로 문지르던 그가 다시 구멍 속으로 그것을 밀어 넣었다.
“아, 아흐, 아악! 아파, 아파요. 흐으엉, 아파···‥! 아, 으응! 폐하!”
입술을 깨문 채 고통을 참던 은환이 도리질을 치며 그를 밀어냈다. 근육으로 꽉 채워진 흉근이 통통한 젖가슴에 맞붙던 차였다. 황제는 무엇을 가르칠 필요도 없이 능숙했다. 심지어 꽤 이 일에 능숙한 듯했다.
직접 여자를 안지 않았다면 춘화로밖에 배우지 않았을 것인데도, 버둥거리는 은환을 안으며 쉬쉬 하고 귓가에 바람을 불어넣었다. 엉엉 울며 정신없이 밀어내던 은환이 황제를 바라보았다. 도리질을 치느라 감았던 눈은 이미 땀과 눈물로 흥건해진 상태였다.
“아파요, 아파요. 폐하, 흐으윽···‥. 빼, 빼주세요. 아흑···‥.”
“처음이라 그렇다.”
“싫어요, 싫어···‥.”
아팠다. 기분이 좋다더니 하나도 좋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오직 의문밖에 없었다. 황제는 고자가 아니었다. 계집의 젖가슴을 징그러워하여 도려내겠다, 그리 읊조릴 사내는 아니었다. 그는 은환의 가슴을 떡 주무르듯 주무르고 있으니까. 그녀의 궁둥이를 쥐다 익숙하게 음부로 손을 미끄러트리는데 속된 말로 ‘보지가 어딘지도 모르는 얼간이’일 리 없었다. 그러니 태후는 마음을 놓아도 괜찮을 것이다. 이만하면 되지 않을까. 전신에는 날카로운 고통밖에 없었다. 그 고통은 끔찍하도록 선득하여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쉬, 쉬. 곧 좋아질 것이다.”
“폐하. 으흑! 아파···‥.”
“그만, 그만 울고 짐을 보라.”
어깨를 옹송그린 채 몸을 뒤틀자 그가 그녀를 꽉 안으며 더운 호흡을 내뱉었다. 은환은 제가 황제와 하반신을 접붙인 것이 놀라워 숨을 떨었다. 인자한 표정은 아니었다. 언뜻 자상하게 들리는 말투였지만 귀찮아하는 빛이 영력했다.
계집의 울음이 귀찮아 달래려는 것일 테다. 은환은 황제가 자신을 달래는 게 신기하여 눈을 껌뻑였다. 그를 달래 오늘 밤 방사를 가르쳐야 하는 것은 자신일진대, 그녀를 달래어 방사란 무엇인지, 여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지 가르치는 것은 황제였다.
“아, 하응, 하으윽···‥.”
황제가 허리를 움직이자 은환이 비음을 흘렸다. 조붓한 내벽 안. 기둥이 출납을 반복하는 자리. 볼록 불거진 무언가를 건드릴 때마다 골반이 절로 씰룩거려졌다. 은환은 눈을 깜빡이며 입술을 벌렸다.
기둥이 들락거리며 내벽을 문지르자 다리가 저절로 더욱 벌려졌다. 마치 더 머금고 싶다는 듯 구멍이 게걸스레 벌름거리기 시작했다. 황제는 작은 미소도 없이 허리를 튕기기 시작했다. 끈적한 애액과 핏방울이 요에 묻어나기 시작했다. 은환은 할딱거리며 팔을 허우적거렸다.
그는 익숙하게 그녀의 팔을 목에 감고 젖가슴에 입술을 맞추었다. 공기 중에 바짝 선 젖꼭지가 동글동글 탱탱했다. 선 분홍빛 잘생긴 입술이 그녀의 젖꼭지를 물었다. 수염이 없는 매끈한 턱이 젖무덤을 뭉갤 때마다 살갗이 따가웠다.
은환은 허우적거리며 그의 등을 더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열락에 버둥거리면서도 그를 안을 수 없었다. 목에 팔을 감고도 그를 더듬을 수 없는 손이 맥없이 침상 위로 떨어졌다.
“목을 감아라.”
“하오나, 하오나‥···.”
황제가 엄정한 눈을 했다. 은환은 다시 훌쩍거리며 그의 목을 안았다. 그가 다시 젖꼭지를 문 채 허리를 튕기기 시작했다. 은환이 앙알대며 등을 더듬었다. 탄탄했다. 구중궁궐에서 붓만 잡고 사는 사내답지 않게.
천자이지 않나. 움직일 일이 거의 없을 텐데도 손에 잡히는 근육은 마디마디 돌처럼 단단했다. 위협적일 정도로 날렵한 덩어리들이 땀에 묻어 번들거렸다.
“앙, 앙, 아아! 아흑, 흐윽···‥.”
반 뼘을 물렸다 다시 반 뼘을 처넣는 행위가 사나웠다. 자제를 모르는 양 빨라지는 허리 짓이 발정 난 수캐를 연상시켰다. 은환은 그의 목에 매달려 연신 교성을 흘리다 바르르 떨기를 반복했다. 간질거리는 쾌감이 입 안을 바싹 태우고 발가락을 구부러트렸다. 그의 손이 음핵을 튕길 때마다 “앙!” 하고 울었다.
구멍에 처박히던 기다란 기둥의 선단이 다시 입구 밖으로 나왔다. 그는 은환을 옆으로 돌려 다시 다리를 벌렸다. 은환은 헝겊 인형처럼 침상에 얼굴을 묻고 구멍을 벌렸다. 요를 손에 쥔 채 다시금 꿰뚫는 선단을 느꼈다. 감각이 새로웠다.
호흡은 여전히 가쁜데 내벽에 들이차는 이물감이 음부를 새롭게 데웠다. 출납이 분주해지며 그가 허리를 튕길 때마다 은환이 어깨를 떨었다. 구멍이 물로 가득 차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울기도 많이 울었는데 아래마저 실수를 할까 두려웠다. 은환은 턱을 떨며 그의 팔뚝을 잡았다. 가슴을 쥔 채 쇄골을 빨아들이던 사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폐하, 폐하. 그만, 그만‥···.”
“···‥.”
“잠깐, 잠깐만요.”
고양감에 달구어진 호흡이 야릇했다. 은환이 턱턱 부딪히는 샅에 궁둥이를 떨며 가슴을 쥔 황제의 손을 쥐어뜯었다. 골반이 자꾸만 비틀렸다. 그만 두라는 말을 해야 하는데 입 안만 타들어갔다.
“폐하. 으흑, 앗, 응! 흐으윽‥···.”
“고하라.”
“응, 으흑, 흐으윽. 실례, 실례를, 아하응! 그만, 아, 폐하!”
한 마디 한 마디 뱉을수록 출납이 깊어졌다. 젖을 주무르며 꼭지를 돌리는 손길마저 가학스럽게 변했다. 은환이 깊게 호흡하며 허리를 뒤틀었다. 고환까지 먹어치울 기세로 구멍을 오물거리자 황제가 그녀의 턱에 깊게 입을 맞추며 음부 쪽으로 손을 내렸다.
“히익, 흐으윽! 아, 아, 안 돼요. 폐하, 폐하. 으흑, 싫어···‥.”
버둥거리며 연신 머리를 흔들었다. 음부로 내려온 그의 손이 음핵을 꾹꾹 문질렀다. 간신히 참고 있던 배뇨감이 극에 달하며 터졌다. 구멍에서 새어오는 물을 느꼈는지 고환으로 샅을 때리며 성기를 처박던 황제가 기둥을 뽑아낸 뒤 그녀가 줄줄 싸는 걸 지켜보았다.
은환은 덜덜 떨며 자신이 황제의 요 위로 배뇨하듯 물을 싸는 것을 바라보았다. 뜨끈하게 데워진 몸에 오한이 찾아들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뒤 손을 들어 물줄기를 막으려 했으나 황제가 그녀의 손을 사납게 쳐냈다.
머리가 빙글빙글 돌았다. 은환은 습관적으로 “폐하···‥.” 하고 불렀다. 황제의 길쭉한 성기에는 허연 정액과 함께 핏물 따위가 묻어 있었다. 은환은 훌쩍이다 말고 일어나려 했다. 비틀거리며 바닥을 짚었다. 수방의 궁녀들이 한 땀 한 땀 금사로 수놓은 금금이 핏물과 정액으로 흥건해 있었다.
눈가가 무참하게 흔들렸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도 실감 나지 않았다. 다만 예를 지켜야 한다는 중압감이 달구어진 머리에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침상 곁에 마련해둔 비단 영견을 들어 사내의 기둥을 닦으려 했다.
“곧 고꾸라질 듯 울더니···‥.”
방사의 열기도 비치지 않은 하얀 얼굴이 무심히 읊조렸다. 은환은 한 차례 질펀한 정사에도 꼿꼿한 성기를 응시했다. 황제의 남근은 두 손으로 잡기에도 버거운 거근이었다. 한 손으로 선단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귀두부터 고환까지 부드럽게 닦았다. 여관들이 방사 후에는 꼭 천자의 옥경과 육신을 부드러이 닦아 주어야 한다고 일렀기 때문에 밑이 쓰라린 것을 참고서 해야 했다.
“폐하···‥.”
마지막으로 귀두에 묻은 핏물을 닦아내고 손을 뗄 때였다. 황제의 손이 그녀의 손목을 잡아 억세게 눌러왔다. 은환이 놀라 고개를 들었다. 물기가 그렁그렁 차오른 눈에서 눈물이 뚝 하고 떨어졌다.
작은 흠도 보이지 않는 하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은환은 잡힌 손을 빼내려 끙끙댔다. 황제가 고개를 숙여 그녀를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갈가리 찢을 듯 바라보는 눈길이 끔찍하게도 차가웠다. 발기한 성기와는 전혀 다른 온도였다.
무릎을 스친 성기가 그녀의 샅에 닿았다. 은환은 음부의 쓰라림을 참지 못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아흣···‥.”
그제야 구멍 안으로 미끄러지던 거근이 멈추었다. 차마 정신을 차린 뒤에도 아프다는 말을 하지 못해 삼키던 앓는 신음이 입술 밖으로 비어져 나왔다. 잡힌 손을 털어내는 것조차 무도함이었다. 침상에서 눈물을 흘리는 일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은환이 참지 못해 뱉어내는 모든 것들이 불경일 텐데···‥. 어째서 천자와 동침하게 된 것일까. 사내를 안다면, 사내를 알게 되어 그의 품에서 여인이 된다면 좀 더 다정하고 온기 있는 사내. 그저 필부라 할지라도 그뿐이면 족했을 텐데···‥.
서러워 눈물이 쏟아졌다. 구멍의 근처에서 멈칫거리던 성기가 물러났다. 황제의 표정 없는 낯이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잡힌 손목에서 완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은환이 슬그머니 손을 거두려 하자 황제가 손목을 당겼다.
은환은 맥없이 끌려가 그의 머리에 이마를 콩 박았다. 뱉어낸 울음으로 한껏 차분해진 은환이 눈을 깜빡였다. 기다란 팔이 그녀를 안듯 등을 감쌌다가 떨어졌다. 별안간 턱이 들렸다. 황제의 냉랭한 눈길이 그녀를 공들여 응시했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가늠할 수 없는 눈이었다.
“엎드려라.”
***
은환은 체액을 닦은 영견을 응시하고 있었다. 핏물과 정액이 묻은 비단 영견에는 부용이 아름드리 피어 있었다. 두 달 전 은환이 수방에서 자수 놓은 것이었다. 은환을 엎드리게 한 사내는 발갛게 부은 음부를 짧게 응시하더니 양물을 허벅지 사이에 끼운 뒤 잘게 허리 짓 하기 시작했다. 미끈미끈한 기둥이 비좁은 허벅지 사이의 틈을 가르고 들어왔다. 고환이 회음부와 부딪히며 찰박거리는 소리를 냈다.
“응, 응, 아···‥! 흐···‥.”
구멍 안으로 삽입되는 것도 아닐 텐데 교성이 질펀하게 새어 나왔다. 까만 음모가 하얀 살갗에 비벼지며 회음부 또한 잘게 경련했다. 죽을 것 같았다. 구멍 안은 건들지 않는 것인데도 그랬다. 침상을 짚은 팔이 후들거렸다.
“앙, 하···‥! 읏, 흑···‥.”
팔이 접혔다. 고개를 돌려 추스를 틈도 주지 않고 박아대는 사내를 흘깃 보았다. 그는 줄곧 그녀를 보고 있었던 듯 음부가 환히 드러나도록 궁둥이를 잡아 벌리며 무심한 시선을 보내왔다.
은환의 눈에 눈물이 뚝 하고 떨어졌다. 마침내 파정한 남자가 그녀를 휙 하고 잡아 돌렸다. 그리고는 그녀의 손을 잡아 정액이 뚝뚝 떨어지는 귀두를 문지른 뒤 침상에 바로 눕혔다.
“흐윽, 흐윽···‥.”
“쉬이-.”
황제가 낮은 바람 소리를 내며 그녀의 젖은 턱을 닦아주었다. 은환은 그가 또 무엇을 할지 몰라 두려워 시선을 내리깔았다. 한기로 몸을 오들오들 떠는 그녀를 본 황제가 가슴까지 금금을 끌어 올리더니 태감을 부르곤 영견과 수반을 들고 오라 일렀다.
이윽고 태감이 허리를 깊숙이 숙인 채 수반과 영견을 놓고 나갔다. 은환은 바싹 긴장한 채 그가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사내는 수반에 영견을 적신 뒤 은환을 내려다보았다.
“벌려.”
“···‥.”
은환이 눈을 깜빡이며 그를 응시했다. 젖은 수건을 쥔 사내는 가슴을 덮은 금금을 끌어 내리더니 억양이 느껴지지 않는 말투로 명령했다. 은환은 쭈뼛거리며 다리를 벌렸다. 황제의 손이 음부를 찬찬히 닦았다. 성기를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연신 더듬거리던 은환의 손길과는 천지 차이였다.
갈라진 외음부의 살갗을 천천히 닦은 뒤 샅과 오금을 차례로 훑은 황제가 이내 은환의 몸도 부드러이 살폈다. 흡사 상전을 모시는 듯한 손길이었다. 감정이 비치지 않는 눈길과 사뭇 다른 손이 음부를 닦았던 영견을 버리고 다시 마른 수건을 잡아 들었다. 가볍게 물을 적신 그는 체액으로 범벅된 아랫배와 가슴을 차례대로 닦았다.
멍하니 넋을 놓고 그가 하는 양을 지켜보던 은환은 가슴에 그의 손이 닿았을 때 찬물을 맞은 양 일어나 굽실거렸다.
“폐하. 노비가···‥.”
“지금껏 잘 받던 시중 아닌가.”
“그게 아니오라···‥.”
은환이 도리질했다. 황제는 시큰둥한 낯으로 영견을 던지더니 이내 누웠다. 마른침을 꿀꺽 삼킨 은환이 그의 몸을 닦기 위해 새 영견을 집어 들 때였다. 황제의 손이 그녀의 손목을 잡아 말없이 당겼다. 은환이 침상으로 기울어졌다. 머리가 베개에 닿았다.
“폐하. 오, 옥체를 닦아 드리겠나이다.”
“되었다. 그냥 두어라.”
“하오나···‥.”
황제가 사붓이 감았던 눈을 뜨고 은환을 응시했다. 은환은 움찔 놀라 몸을 굳혔다. 무심한 눈이 그녀를 길게 쳐다보았다. 어찌할 바 몰라 손목이 잡혀 있으려니 그가 다시 눈을 감았다. 은환은 감히 용안을 바라볼 수 없어 시선을 내리깔았다. 굴곡진 흉근과 선 굵은 어깨선이 눈에 들어왔다. 별안간 기다란 팔이 은환의 어깨에 닿았다. 아니. 닿은 것이 아니라 두른 것이었다. 심장이 두근대다 못해 펑하고 터질 것 같았다. 황제가 눈을 감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갛게 무르익은 얼굴이 가볍게 떨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황제의 가슴팍이 고르게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새벽이 어슷거리며 흘렀다. 은환은 눈을 감을 수 없었다.
***
경순 태후 혹은 여 태후라 불리는 휘락궁의 주인은 오나라 황상의 모후 황태후이며 붕어하신 덕혜제의 정궁이셨다. 지아비인 덕혜제와의 사이에서 두 아들과 네 딸을 두고 있으나 모두 여 태후의 친자들은 아니다.
은환은 눈을 껌뻑이며 태후가 내린 벽라춘(碧螺春)을 바라보았다. 맑은 연둣빛이 감도는 찻물은 한 입 머금는 것만으로도 입 안에 과일 향과 꽃 내음이 가득 차올랐다. 선황제가 살아 계시던 시절 가장 즐겼던 차는 태후의 친정인 여촉의 여씨 가문이 소유한 서산에서만 가꾸어지는 차였다.
태후가 황후 시절 이 차를 어떻게 이용했는지는 번했다. 은환은 태후의 온화한 눈길에 동그란 다기를 들었다. 새벽녘 조금 욱신거리다 말겠지 생각했던 음부는 날이 밝은 지금까지도 욱신거리다 못해 찢어질 것 같았다.
견딘다고 해서 그만일 고통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은환은 조금씩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거칠고 사나운 움직임이었다. 내리박는 소리가 구멍을 찢을 듯 섬뜩하였다. 은환은 사내의 품에 안긴 내내 울음을 터트렸던 자신을 떠올렸다. 태후의 귀에 들어가지 않았을 리 없었다.
아니 그래도 황제의 밤을 주의 깊이 살피는 태후였다. 황제가 태자이던 시절부터 동궁에 뉘가 드나드는지 태자가 어느 계집에게 시선을 주었는지. 태자비를 맞을라치면 모후 앞에서 온순하던 얼굴을 사납게 일그러트리는 사내였기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저런 정치적인 이유로 매번 태자비를 들이기 싫어하던 황제였다. 약혼녀는 오래전에 정해져 있으나 황후로 봉하지 않는다면 그저 보기 좋은 감투일 뿐. 궁의 비천한 노비라 해도 좋으니 궁녀에게 승은을 내리라 그리 일러도 태자는 침궁에 여인의 그림자라면 단 한쪽도 드리우지 않았다.
한데 황제가 계집을 안았다. 들여놓은 궁녀의 머리채를 잡아 질질 끌지도 않고, 나신의 여자를 욕보이기 위해 태감을 시켜 매질하라 이르지도 않았다. 은환을 바라보는 태후의 시선이 묘했다.
상전의 지긋한 시선에 은환이 몸을 떨었다. 벽라춘을 내린 후 태후는 입술 한번 달싹이지 않고 있었다. 황제의 성기가 드나들었던 구멍이 알알하니 축축했다. 핏물이나 정액이 질금질금 새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오한이 돋았다.
“황상께서 너를 안으셨다고 들었다.”
들여보냈으니 마땅히 그리 할 일이나 상대는 황제였다. 태후가 진정으로 그를 확인받고자 하는 것은 당연했다. 은환은 마른 입술을 달그락거리며 소리 냈다.
“그, 그러하옵니다. 폐하께서 노비에게 스, 승은을 내리···‥.”
“확인해보자꾸나.”
가느다란 눈이 빙긋 휘어졌다. 놀란 은환이 고개를 들었다. 태후의 곁을 지키던 상궁 둘이 은환에게 다가왔다. 태후만큼이나 지엄한 그녀들의 눈은 단조롭기 이를 데 없었다. 은환이 한껏 송그린 채 어깨를 모을 때였다.
“마, 마마! 흐윽···‥.”
가슴을 둘러맨 끈을 푸는 손길에 놀라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은환의 저항에 태후가 손을 들었다.
“네가 직접 보이겠느냐?”
“마마. 노비는···‥.”
“벗어라.”
태후가 웃지 않는 얼굴로 읊조렸다. 은환은 덜덜 떨며 그녀를 올려다보다 상궁이 반쯤 벗겼던 옷을 마저 벗기 시작했다. 가슴 끈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황제가 물고 빨았던 젖가슴이 드러났다. 태후의 시선이 가느다란 여체에 붙박였다. 선홍빛 젖무덤과 젖꼭지. 사발을 엎어 놓은 듯 봉긋하고 풍만한 가슴. 연약한 어깨와 잘록한 허리선이 누구를 떠올리게 했다.
‘얼굴만 닮은 게 아니었나.’
서느렇던 태후의 안광에 이채가 돌았다. 타액이 흥건했을 가슴은 지저분한 순흔으로 가득했다. 얼마나 물고 빨며 헉헉댔을지 이 자리에 없는 사내의 허리 짓 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그려졌다. 기실, 태후가 보았던 건 그 사내의 아비가 제 계집의 구멍에 출납하는 장면이었지만.
“황제가 네게 씨물을 흘린 게 맞느냐.”
은환의 몸을 음미하듯 훑어본 태후가 처음보다 차가워진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가슴을 가린 은환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눈 밑이 바싹 뜨거워지며 현기증이 일었다. 창백한 얼낯으로 고개만 주억거리고 있으려니 태후가 제 지밀상궁에게 고갯짓을 했다.
별안간 상궁 둘이 은환을 주저앉힌 뒤 오금에 손을 넣으려 들었다.
“마, 마마! 흐윽, 흐으윽! 어찌, 어찌 이러시옵니까. 으흑···‥.”
“같은 여인들끼리 무얼 가리느냐. 두려워할 것 없다.”
태후가 약하게 속삭였다. 놀란 은환이 비명을 지르며 버둥거렸다. 태후의 뒤에서 은환을 지켜보던 궁녀 하나가 낯을 찌푸렸다. 황제의 품에서도 그리 울며 비명을 쏟았다는데 태후의 앞에서도 체신을 차리지 못하고 버둥거리는 모습이 가관이었다. 어떻게든 가랑이 사이를 벌리려 상궁들이 우악스럽게 굴고 있을 때였다. 태후궁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휘락궁의 앞을 지키고 있던 태감이 황제의 발걸음을 알렸다. 은환은 헐떡거리며 다리를 오므렸다. 멀리 앉은 태후의 얼굴에 당혹의 빛이 서려 있었다.
은환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도 몰라 훌쩍이며 덜덜 떨었다. 상궁이 은환에게서 손을 떼기 전 묵직한 걸음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보인 것은 지난밤 그녀의 안을 억세게 쑤시고 희롱한 사내였다.
“흑, 흐윽···‥.”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몸이 도무지 가만있질 않았다. 황제는 짙은 녹빛이 도는 검은 조복 차림이었다. 윤이 미끄러지는 비단이 일직선으로 팽팽하고 틀어 묶은 상투는 한 점 흐트러짐 없었다.
황제의 걸음에 은환에게서 손을 뗀 상궁이 고개를 숙인 뒤 태후의 곁으로 돌아갔다. 은환은 정신없이 몸을 가리기 위해 벗은 옷을 모아 가슴을 가렸으나 반쯤 찢긴 삼은 너덜거리기만 할 뿐 효용은 없었다.
“어머. 내 바쁘신 아드님께서 이리 귀한 행차를 하시다니. 아랫것들에게 일러 이 어미에게 미리 기별을 넣으셨으면 좋았을 텐데.”
“소자도 이 시각에 휘락궁에 걸음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어머. 그래요?”
태후가 인자하게 웃었다. 아들을 향한 미소라기엔 지나치게 견고한 미소였다. 누가 보아도 어미가 아들을 향해 건네는 미소는 아니었다. 은환이 병든 개처럼 벌벌 떨리는 몸을 웅크린 채 눈만 껌뻑이고 있을 때였다.
스륵- 어깨에 서늘한 오가 덮였다. 코를 덮는 향이 익숙했다. 은환은 고개를 들기 무서워 육합화를 신지 않은 그의 발만 바라보았다. 황제의 조복이었다. 일개 비천한 궁녀의 나신을 가릴 천으로 이용되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가슴을 여민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 황제가 남긴 순흔이 너무 지저분했다. 어찌어찌 새벽을 지나는 동안 잠이 든 와중에도 깨어난 그가 젖무덤을 지분거리며 희롱했으니 더욱 그리할 터.
“모후께서 소자의 밤을 염려하시느라 궁녀 아이의 음부를 뒤적거릴까.”
“황상.”
태후의 둥그런 웃음에 가시가 돋았다. 황제는 여전히 밋밋한 낯이었다. 웃지도 찡그리지도 않는 얼굴은 희고 차갑기만 했다. 모자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혔다.
“부황의 황후이던 시절부터 태비께 언제나 그리해오신 바이니.”
“황상!”
“하오나 소자는 부황이 아니오라 모후의 민망스러운 그 행각.”
“감히, 감히 내게···‥.”
“견딜 연유가 없지 않나.”
황제가 엷게 웃었다. 태후가 벌겋게 물든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완벽히 뭉개진 낯이었다. 더는 보살처럼 보이지 않았다. 어미와 아들로도 보이지 않았다. 기이한 일이었다. 둘은 완벽히 남처럼 보였다. 적어도 은환의 눈에는 그리했다.
서슬 퍼런 침묵이 찾아왔다. 은환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녀는 놀라 바짝 웅크린 채 자신을 안은 사내를 응시했다. 기력이 동난 듯 말라붙은 은환과 달리 사내는 상한 구석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차마 시선을 마주치기 어려워 눈길을 떨어트린 채 파르스름한 턱만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황제는 이만 물러간다는 소리 하나 없이 휘락궁을 떠났다. 밖으로 나온 은환은 나신을 여미기 위해 부스럭거리며 움직였다.
“너는 배알도 없느냐.”
“예?”
“어찌 된 계집이 부끄러움도 없이 아무 데서나 젖을 까고 있나.”
“그건, 그건 태후께서 화, 확인하신다고···‥.”
“참으로 충직한 비복이다.”
황제가 고개를 들었다. 퉁명한 음성으로 비아냥거린 그가 은환을 고쳐 안은 다음 제 대련에 올랐다. 휘락궁와 화심전은 꽤 거리가 되어 걸어가기에는 버거웠다. 덕분에 은환은 황제의 허벅지에 앉아 대련에 오른 상태였다. 이만 내려달라고 해야 하는데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신이지 않나. 황제의 오만 간신히 둘러 묶듯 두른 상태였다. 황제가 남들보다 체격이 크고 건장한 사내라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큰일이었을 것이다. 은환은 몸 전체를 가리고도 여분이 넉넉한 오를 만지작거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은환과 황제를 실은 대련이 휘락궁을 떠나 화심전에 도착했다. 황제는 말없이 은환의 허리를 안은 채 대련에서 내렸다.
은환은 이만 내려달라는 말도 속삭이지 못한 채 고대로 황제에게 안겨 화심전에 도착했다. 아침이 밝기 전 떠났던 화심전은 말끔히 치워진 채였다. 금금이 바뀌었으나 사실 떠나기 전과 마찬가지였고 그것은 황제 또한 그러했다.
“네 주인은 누구냐.”
“···‥.”
“물었다.”
“폐, 폐하···‥.”
침상에 그녀를 내려놓은 사내가 서릿발처럼 차가운 음성으로 물었다. 퉁명스럽긴 해도 차갑진 않던 사내가 별안간 온기 없는 눈길로 은환을 응시해왔다. 은환은 더듬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주인을 묻는 연유를 알 수 없었다. 궁 안의 모든 것이 황제의 소유였다. 버려진 궁의 뒤뜰, 그 뒤뜰에 무성히 자란 잡초 하나까지 모두 황제의 소유였다. 그러니 은환 또한 그랬다. 은환은 수방의 궁녀였고 수방은 황제와 그의 가족을 위해 존재했다.
“폐, 폐하이시옵니다.”
“한데 감히 짐의 곁을 윤허 없이 떠나는가.”
느른하되 묵직한 음성이 매서웠다. 은환은 고개를 떨군 채 눈을 빠르게 슴벅거렸다. 노기가 느껴지지 않지만, 안광은 형형했다. 어째서 노여워하시는 걸까. 황후는커녕 후궁의 첩지도 받지 않은 은환이 감히 천자의 침상에 누워 있을 순 없는 일이었다.
시침 시녀로서의 직급도 없는 계집이 동이 틀 때까지 황제의 옆구리를 차지하고 있는 일이야말로 더 경을 칠 일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곧바로 사정액을 긁어내기 위해 화심전의 태감을 만나야 하기도 했고. 여러모로 당연하게 수습한 일을 두고 책이 잡혀 당혹스러웠다.
“소, 송구하옵니다. 폐하. 주, 죽여주시옵소서.”
당혹감에 붉은빛이 역력한 은환이 침상에서 내려와 부복했다. 무릎을 꿇고 땅에 이마가 닿을 때까지 박은 은환이 발발 떨었다. 지난밤의 일로 황제의 노여움을 샀다고 생각하니 그저 두려웠다. 감히 황제의 품에서 울고, 그를 밀어내고···‥. 경을 칠 일만 그득하게 쌓아 놓았구나. 입술을 깨물었다.
“일어나라.”
나직한 목소리였다. 다시 비죽 치솟는 눈물에 눈두덩이 뜨거웠다. 귓바퀴까지 빨갛게 익은 은환은 황제의 음성을 듣지 못한 채 연신 어깨를 떨기만 했다.
“일어나라 했는데도.”
“소, 송구합니다. 폐하.”
불거진 음성에 화들짝 놀란 은환이 고개를 들었다. 감히 일어나 용안을 올려다보아도 될까. 염려로 입술을 씹던 은환은 별안간 어깨가 잡혔다.
“정말이지 귀찮은 계집이다.”
“아···‥.”
어깨가 덥석 잡힌 채 일으켜진 은환이 다시 달랑 들렸다. 그녀를 침상에 내려놓은 황제는 다소 신경질적인 눈빛으로 은환을 내려다보았다.
“아닌가. 계집이란 원래 이렇게 귀찮은 존재인가.”
눈을 적신 은환이 그를 바라보았다. 이젠 용안을 이리 쉽게 바라보면 안 된다는 것 또한 잊어버렸다. 불가사의한 황제의 언행을 되씹으며 그를 응시하고 있을 때였다. 어깨를 잡았던 손이 그녀의 턱을 만졌다. 이리저리 흔들며 구석구석을 훑는 눈길에는 과히 애정이라 할 만 것이 비치지 않았다. 한데도 그는 다정했다. 아니. 어딘가 부드럽고 연약했다. 행위의 하나하나가 은환을 불안하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이리 귀찮고 무용해도 얼이 나가게 한단 말이지···‥?”
답을 바라지 않는 물음이 한 번 더 들려왔다. 은환의 의아한 시선을 알아챈 그가 입술을 미끄러트렸다. 턱을 잡았던 손이 떨어져 나갔다.
“앞으로는 쉬이 무릎을 꿇지 말라.”
“예, 예. 폐하.”
저의를 헤아리기 힘든 명령이었다. 그런데도 은환은 되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이며 무조건 따르겠단 말밖에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태후가 부른다 하여 꼬박꼬박 응하는 것도 아니 된다.”
“예. 폐하.”
“화심전을 나가는 것도 아니 되고.”
“예. 폐하. 그리하···‥.”
고개를 숙인 채 연신 주억거리던 은환이 얼굴을 들었다. 시선이 얽혔다. 비죽 올라갔던 황제의 입꼬리는 본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서느런 인상을 도드라지게 하는 입술이 붉었다. 무엇이든 그리하겠다, 대답하던 은환이 말끝을 흐렸다. 황제의 눈가에 밴 미소는 약했으나 읽어낼 수 없을 만큼 미약한 것은 아니었다.
“대답.”
“예, 예.”
틀어막힌 목에서 간신히 대답이 흘러나왔다. 미소 짓던 황제가 은환의 볼을 감쌌다. 그림자가 드리워지며 사내가 가까워졌다. 은환은 잔뜩 굳은 채 그를 바라보았다.
“네게 첩지를 내릴 것이다.”
“···‥.”
“짐의 아내가 된다는 뜻이지.”
“폐, 폐하···‥.”
“매일 밤이 지난밤과 같을 예정이란다.”
“···‥.”
“내 어미와 아비가 그랬던 것처럼. 그리 붙어 먹어볼까 한다.”
더운 숨이 섞인 읊조림이 은근했다. 간지러워 녹을 만큼 단 음성에 쓰리기만 하던 구멍이 옴찔거렸다. 은환은 반사적으로 그의 어깨를 잡고 할딱거렸다. 간질간질. 찌릿찌릿한 쾌감이 차오르는 구멍에서 아침나절 태감이 긁어냈던 정액이 새어 나오는 듯싶었다.
“하니 밤을 기다려라. 귀인.”
쪽-
황제가 입술을 맞췄다. 달착지근한 살갗이 과연 보기 좋은 만큼 달고 감미로웠다. 은환은 부르르 어깨를 떨며 약한 비음을 냈다. 황제의 기다란 팔이 가느다란 그녀를 다시 안았다. 어깨에 걸쳐져 있던 기다란 오가 침상으로 떨어져 내리며 환한 나신이 드러났다. ‘귀인’이란 말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
‘귀인.’
황제가 기다리라 일렀던 밤이 지나 아침이 다가왔을 때 은환은 화심전에서 ‘귀인’의 첩지를 받았다. 태감이 지엄한 목소리로 무릎을 꿇은 은환에게 후궁의 첩지를 내렸다. 봉호는 가. 아름다울 가佳였다. 귀족의 여식도 아니오, 하룻밤으로 용종이 덜컥 들어선 승은 상궁 또한 아닐진대 고작 하룻밤 만에 후궁의 첩지에 봉해진 여인은 황제의 생모인 화 태비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답응이나 상재 같은 말단 후궁도 아니고 귀인이라니. 정말로 회임이라도 했으면 모를까, 휘락궁에서 뒤틀린 심사를 내비칠만한 일임에도 황제는 거리낌이 없었다. 전각은 소창궁의 영소전이며 당장의 의식주는 황제의 침궁인 화심전에서 하고 있다 하니 휘락궁뿐만 아니라 황제와 정혼을 맺었던 유 승상 일가 또한 심사가 뒤틀릴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세간이 어떤 시선을 보내오든 간에 황제는 일직선이었다. 하여 은환은 그에게 내심 꿍꿍이가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되었다. 오랫동안 성 문제로 불구라는 의심을 받았던 황제였다. 고자라는 불문부터 비역질, 소아에게만 발정한다는 역한 풍문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던 사내가 황제였다.
은환을 후궁에 봉한 것은 그 모든 불문을 불식시킬 만큼의 강력한 패였다. 어찌 되었든 여인을 후궁으로 들였으니. 게다가 그 여인을 화심전에까지 들어앉혔다고 하노라면 그간 손쓸 수 없이 쌓였던 불쾌한 풍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임이 틀림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두방망이질 치던 가슴이 가라앉았다. 은환은 매일 어미와 아비가 그리했던 것처럼 붙어 먹어보잔 말을 들은 뒤로 제게 손가락 하나 대지 않고 자신을 안은 채 눈만 붙이던 황제를 떠올렸다. 매일같이 붙어먹었던 어미와 아비라 하면 의숙 황태비, 그러니까 화 태비와 덕혜제를 이르는 말일 터였다.
그러니 정말이지 매일같이 밤일을 하자는 말로 해석되는 말이었으나 귀인의 첩지를 받은 뒤 나흘이 지나도록 황제가 그녀를 안는 일은 없었다. 간혹 허벅지에 발기한 물건이 닿아 눈을 뜨고 보면 눅진한 시선을 보내오긴 했지만 그게 다였다.
‘허벅지가 젖가슴만큼이나 투실투실해.’
그리 미소 지어도 다른 것은 요구하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무엇을 기다리는지 근육으로 울퉁불퉁한 아랫배에 찰싹 올라붙은 성기를 보고 있노라면 입술만 달싹여졌다. 견디는 것이라고밖에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액을 질금질금 흘리는 귀두였다. 아릴 정도로 부어올랐는데 품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나.
차라리 그리 잡아먹고 싶다는 양, 눈을 매섭게 뜨지나 말지. 하여 은환은 매일 밤이 정말로 두려워졌다. 어미와 아비처럼 자식을 열너덧씩 낳을 만큼 붙어먹자 경고해놓고는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 황제였다.
정말로 그리하는 것 또한 걱정거리긴 하겠지만···‥. 황제의 알현을 알린다는 태감의 낭랑한 목소리가 침궁에 울렸다. 몽롱한 눈으로 황제가 내린 패물을 들여다보고 있던 은환이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거침없이 침궁을 가로지른 황제의 육합화가 은환의 앞에 섰다. 놀라 예를 갖추기도 전 그녀의 앞에 선 사내가 열린 패물함을 응시했다. 괜히 볼이 달아올랐다. 패물에 욕심이 난 것으로 비칠까 두려웠다.
으레 여인들이 그러하고 후궁들이 그러하듯. 달리 밉보일 연유도 없는데 괜히 눈 밖에 날까 두려웠다. 아니, 그녀는 황제가 숨만 쉬어도 두려웠다. 눈길만 주어도 오금이 저렸고 실수를 할까 정신이 흐려졌다.
한데도 매일 같은 침상을 써야 했다. 매일 같은 식탁에서 식사를 해야 했고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황제를 눈에 담아야 했다. 어찌 사는지 알 수 없었다.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지. 하룻밤 계집이 아닌 아내가 되어라 하던 황제다.
은환은 여전히 자신이 그의 하룻밤 계집 같았다. 시침을 드는 시녀로 남았다면 지금보다 덜 끔찍했을까. 은환이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머리를 조아리고 있을 때였다. 패물함 속 비녀와 진주분에 떠돌던 황제의 시선이 은환을 바라보았다.
“패물이 부족하나?”
“예?”
순간적으로 놀란 은환이 시선을 들었다. 분을 바른 자신보다 하얀 황제의 선 짙은 이목구비가 눈 안에 들어왔다. 날카롭게 죽죽 그인 황홀한 선이 뼈에 사무칠 만큼 화려했다. 어떻게 이렇게 생길 수 있을까.
사내가 어떻게 이렇게 황홀할까. 표정이 저리 무연하니 생김새가 두드러질 수밖에 없었다. 멍하니 황제를 바라보던 은환이 재빨리 고개를 숙인 뒤 머리를 흔들었다.
“그, 그렇지 않사옵니다.”
“한데 표정이 왜 그래? 무어가 성이 차지 않아?”
“예?”
“곧 죽을 사람처럼 창백하지 않나.”
무성의하게 읊조린 황제가 은환의 턱을 쥐어 들었다. 그는 종종 이런 식으로 은환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길게 헤집는 그 시선은 집요한 만큼 짙었다. 차라리 정신없이 음부를 처박는 것이 낫다 느껴질 정도로···‥ 숨이 막혔다.
턱이 잡힌 은환이 도리질을 했다. 이리 단조롭게 추궁해도 심장이 덜컥거렸다. 내쳐진 사람들을 너무 많이 알았다. 치도곤을 당하는 이들 또한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궁이란 게 그랬다.
잘못이 있든, 잘못이 없든 죽음에는 이유가 없다. 어제까지 생글거리며 웃던 사람도 살이 모두 발라져 성한 데 하나 없이 형사를 나오는 게 보통이었다. 모두, 모두 이 사내의 발아래서. 그의 의지로 행해지는 일들···‥.
문득 속이 울렁거렸다. 황제의 앞에서 눈가를 일그러트릴까 두려워 입술의 속살을 물었다. 턱이 잡힌 상태에서 울렁임을 참기 힘들었다. 결국 은환이 잡힌 턱을 빼내고 소매로 입을 가렸다.
“폐, 폐하···‥.”
“설마 벌써 회임을 한 건가?”
몸을 반쯤 돌린 채 소매로 입을 가린 은환을 보던 황제가 무심하게 읊조렸다.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죽을 것 같은 얼굴로 입술을 깨문 은환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주, 죽여주십시오.”
울먹거리는 목소리가 잘게 흔들렸다. 황제는 그를 우두커니 보고 있더니 입술을 열었다.
“젖을 까 봐.”
바닥에 머리까지 박은 은환이 창백한 낯으로 고개를 들었다. 황제는 반쯤 기대어 앉아 장죽을 물고 있었다. 무겁게 닿는 시선에 은환이 황급히 앞섶을 풀었다. 이젠 이게 부끄럽지도 않았다. 지난 밤을 생각하노라면 어찌 그리 칭얼거리며 울음을 터트렸을까 싶었다.
앞섶을 풀어헤친 은환이 말 그대로 젖빛, 뽀얀 가슴을 내보인 채 그를 올려다보았다. 서느런 공기가 닿자 선홍빛 젖꼭지가 발딱 섰다. 그녀는 흐느낌을 참으려 주먹을 꾹 쥐었다. 장죽을 문 채 그녀를 오연히 내려다보던 사내가 손짓을 했다.
은환은 울음을 삼킨 채 무릎으로 기어 그에게 다가갔다. 일어나란 소리를 않으니 기는 것은 당연했다. 그녀는 젖을 늘어트린 채 그의 발치에 앉았다. 그의 손이 제 발치에 앉은 여자의 가슴을 지나 빗장뼈에 닿았다.
“허리는 이리 한 줌인데 어찌 이 젖은 이리 피둥피둥 살이 쪘을까.”
“폐하···‥.”
“계집은 다 그러하냐?”
“폐하.”
은환이 고개를 떨구었다. 빗장뼈를 더듬으며 잘록한 허리를 쓰다듬던 황제가 가슴을 한 움큼 움켜쥐었다. 은환의 다물린 입술에서 비음이 새었다. 황제는 입술의 끄트머리를 미끄러트리더니 젖무덤을 더듬다 젖꼭지를 긁었다.
“재롱을 부려봐.”
오한이 돋은 어깨를 옹송그리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은환에게 눈짓하더니 그녀를 침상으로 올렸다. 그리고는 기대어 앉은 몸을 바로 하고 허벅지를 툭 쳤다. 올라오란 뜻인 것 같았다. 은환은 마른침을 삼키고 일어나 그의 허벅지 위에 앉았다. 장죽의 매운 연기가 코끝을 자극했다.
“정말 짐의 아이를 밴 건가?”
황제의 손이 통통한 가슴을 주물렀다. 길쭉한 손가락이 뽀얀 가슴을 뭉갰다. 말랑거리는 살덩이를 희롱하는 손길이 야릇했다. 사내치고도 손이 꽤 큰 편인 황제였다. 한데 은환의 가슴은 그의 손보다 컸다.
언젠가 동기로 지내던 수방의 궁녀 하나가 너는 가슴에 수박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냐 농을 던지던 일이 떠올랐다. 은환은 약간의 시샘과 동경이 섞인 농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같은 계집이 가슴이 어쩌고저쩌고해 보았자였다.
한데 황제의 시선을 묶어둘 만큼 가슴이 컸나. 모르겠다. 한 번도 신경 써 보지 않았다. 은환은 연신 가슴을 주무르다 말고 입술을 대는 그에게 놀라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였다. 본능적으로 반쯤 몸을 물리려던 걸 의식적으로 막았다.
황제가 그를 눈치챘는지 그녀를 흘깃 바라보았다. 젖무덤에 닿은 입술의 감촉이 생경했다. 문득 음부가 찌릿거렸다. 은환이 입술을 꾹 깨문 채 그를 내려다보았다. 혀로 슬쩍 젖무덤을 핥은 그가 젖꼭지를 문 뒤 쭉쭉 빨아보았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빈 젖인 것을 알면서···‥.
그러나 조만간 무어라도 나오길 고대한다는 듯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왼 젖꼭지를 입에 문 채 오물거리던 그가 다른 가슴도 부드럽게 둥글리며 주물렀다. 은환은 습한 숨을 꾸역꾸역 목구멍 안으로 밀어 넣으며 비음을 삼키기 위해 노력했다. 반쯤 손으로 입술을 가린 그녀를 본 황제가 볼이 홀쭉해질 만큼 젖꼭지를 깨물며 그녀의 손을 잡아챘다.
“하, 으응···‥.”
비음을 길게 흘린 은환이 눈가를 적셨다. 젖무덤을 혀로 핥은 뒤 입을 맞추며 연신 양 가슴을 애무하던 황제가 은환을 올려다보았다. 야윈 어깨가 오들오들 떨렸다. 은환이 저를 바라보는 남자와 눈을 맞추었다. 문득 황제가 패물함 속 비녀 하나를 집어 반쯤 틀어 올린 은환의 머리 위에 얹었다.
옥을 국화 문양으로 투각하여 모양을 낸 비녀였다. 은환은 황제가 하는 양을 바라보았다. 비녀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장잠을 꺼냈다. 석류 알처럼 아름다운 홍옥과 취옥. 굵은 진주알을 얽어 금으로 도금한 화잠이었다.
살갗에 어울리는지 볼에 장잠을 대어본 황제가 그것을 은환의 머리 위에 얹더니 백옥과 산호가 박힌 단잠 하나를 또 꺼내 틀어 올린 머리에 얹었다. 이미 아침나절 반 시간을 허비해 틀어 올린 머리였다. 이 머리를 틀어 올리기 위해 화심전에는 다시 궁녀가 배치되었다. 흘러내리도록 가만히 둔 머리를 제외하면 이미 비녀와 잠을 주렁주렁 얹은 상태였다. 한데도 황제는 제가 내린 패물로 은환을 단장하고 있었다.
“폐하···‥.”
“짐의 귀인은 아름답구나. 눈가를 울긋불긋 물들이고 있어도 황홀해. 한데 짐은 침상 위에서 우는 계집은 달가워하지 않거든.”
“송구, 송구하···‥.”
시선을 떨어트린 뒤 잘못을 구하려 할 때였다. 별안간 황제의 손이 그녀를 밀어 넘어트렸다. 놀라 짧게 비명을 지른 은환이 사내를 올려다보았다. 손등으로 은환의 볼을 쓰다듬고 있던 사내가 치마를 걷어붙였다.
“폐하!”
농밀한 손길이 무른 허벅지 살을 쓰다듬었다. 은환이 할딱거리며 그의 가슴팍을 쥐었다. 그의 손이 얇은 삼을 밀어 올린 뒤 음모가 환히 보이도록 만들었다. 오한에 부르르 떤 은환이 그를 응시했다. 아랫입술을 혀로 할짝거린 그가 은환의 음모를 부드럽게 쓸었다.
“하으응···‥.”
은환이 농익은 교성을 흘리며 골반을 틀었다. 음모를 쓸던 손가락이 갈라진 음순을 쓰다듬은 뒤 음핵을 꾹 문질렀다. 아니 그리하여도 애액으로 젖고 있던 참이었다. 짜릿한 감각에 버선 속의 발가락이 꼬부라졌다.
“아흐응···‥.”
갈라진 음순을 따라 길게 더듬던 황제가 소음순을 활짝 벌리고 구멍 안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지난 밤의 기억이 그녀를 덮쳤다. 구멍을 비집고 들어간 손가락에 할딱이던 은환이 자신도 모르게 가랑이를 넓게 벌리며 그를 돋우었다.
미끈거리는 안으로 손가락을 빙빙 돌리며 빡빡한 안을 이완시키던 황제가 웃음을 짧게 터트렸다. 까닭 모를 웃음에 은환이 볼을 붉혔다. 눈가가 엷게 떨렸다. 부끄러움을 느낀 은환이 다시 다리를 오므리려 하자 황제가 그녀의 가랑이를 찰싹 때리며 묵직해진 제 양물을 꺼내 허벅지 안쪽에 비볐다. 맞닿은 물컹한 감각에 은환이 다시 고개를 젖혔다. 구멍이 홍수가 났다. 열기가 구멍에 고이자 쉴 새 없이 물이 차올랐다. 그녀는 고개를 젖힌 뒤 스스로 가슴을 감쌌다. 황제가 그 양을 보고 웃음을 지웠다. 단순히 비비기만 하던 귀두를 구멍에 맞추었다.
“아흑!”
귀두가 안을 쑤시자 은환이 짧게 교성을 토했다. 그는 선단을 깊숙이 파묻은 다음 볼기를 욕심껏 쥔 뒤 허리 짓 했다. 은환은 반쯤 벗은 그의 가슴팍을 바라보았다. 등롱의 불빛이 어룽거리는 가슴팍과 그 아래 울퉁불퉁한 복근은 흠잡을 데 없이 훌륭했다.
더욱 활짝 다리를 벌린 뒤 그의 허리를 조이고 싶었다. 은환은 정신없이 맞부딪히는 고환에 물을 질질 흘리며 앙알대기 시작했다. 두 번째 삽입인가. 빡빡함이 있을 법도 한데 구멍 안으로 미끄러지는 선단은 그조차도 없었다. 기름칠을 한 양 각좆 같은 좆이 좁은 구멍 안을 출납했다.
“아, 아하윽, 흐아, 흐으윽! 아, 앙! 폐하, 폐하! 앗, 하으응!”
은환은 눈을 감은 채 가슴을 흔들었다. 연신 흔들리는 얄따란 몸이 열기로 출렁거렸다. 조붓한 통로 속 불거진 자리를 자극하자 정수리 끝까지 짜릿했다. 은환은 그의 팔뚝을 잡고 헐떡대며 그를 당겼다.
사내가 그녀의 위로 쏟아지며 입술을 물었다. 은환은 본능적으로 그의 목에 팔을 감고 아이처럼 입술을 찾아 물었다. 그런 다음 혀를 어찌할지 몰라 응얼대고 있으려니 그가 가볍게 한숨 쉬며 속삭였다.
“입을 벌려.”
“앙, 흐으···‥.”
“환환.”
젖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귀인이 아니었다. 열기 때문일까. 검은 눈이 퍽 다정해 보였다.
‘계집은 다 그러하냐.’ 그리 차게 묻던 모습은 산산 조각나 버린 것 같았다. 연인처럼. 그래 연인처럼 사랑스럽게 ‘환환’ 하고 부르는 양이 황제 같지 않았다.
은환은 넋을 반쯤 놓고 입을 벌렸다. 두툼한 혀가 들어와 타액을 훔쳤다. 연구개를 쓸고 치열을 더듬었다. 은환이 그의 목을 감았던 팔로 그의 어깨를 안았다. 두툼하고 근육 덩어리가 무척이나 조밀했다. 이 체온이, 이 커다란 몸에 실린 체온이 전부 미치도록 좋았다.
‘어떡하지.’
정신없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머릿속에 명징한 무언가 날아들었다. 겹친 입술을 물고 빨며 혀를 맞비비는 와중에도 불안함이 들었다. 황제가 그러한 것처럼 연신 그의 몸을 쓰다듬고 있던 은환의 몸이 별안간 돌려졌다.
“아!”
은환이 놀라 그를 보려 할 때였다. 궁둥이 볼기를 찰지게 주무르던 손이 그녀의 팔뚝 위로 넘어와 가슴을 움켜잡았다. 등에는 단단한 가슴팍이 닿았다. 은환이 바르작거리며 몸을 틀려 했다. 기이하게도 눈앞에서 사내가 사라지자 이 행위가 싫었다.
그러니까. 이 방사라는 행위 말이다.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려 하는 황제를 향해 버둥거리며 마주 보려 했다. 무엄한 짓인데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으응, 폐하! 싫어요. 싫어, 흐윽. 아 이렇게는···‥.”
보이지 않는 건 싫었다. 지난 밤 꼭 그런 상태에서 마지막까지 갔기 때문일까. 은환은 제 다리를 들어 올린 채 기다란 양물을 집어넣으려 하는 황제를 향해 울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가슴을 잡고 있던 손이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맞잡았다.
“쉬- 괜찮아. 환아. 본래 이런 것이다. 이런 모양의 체위도 있는 것이다.”
“하오나, 하오나···‥.”
“새롭게 느껴질 것이다. 분명···‥.”
긴 머리를 걷어내고 귓가에 바람 소리를 불어 넣어준 사내가 물건을 구멍 속으로 밀어 넣었다. 거칠게 박아 넣으리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구멍이 충분히 벌름거리는지 손으로 확인한 뒤 다시 집어넣었다. 은환은 아이처럼 그의 손을 꽉 잡은 채 그가 조붓한 안을 완전히 채우길 기다렸다.
구불거리는 음모가 음순에 닿았다. 은환은 훌쩍거리며 사내가 말한 감각을 느끼려 했다. 과연 느껴지긴 했다. 하여 더욱 불쾌하고 두려웠지만. 그러나 분명 새로웠고 강렬했다. 은환은 할딱거리며 그의 팔뚝을 긁으려다 입술을 깨물었다.
정궁이 아닌 관계로 신하로서 그를 모시는 것이었다. 부부 혹은 남녀라 할 수 없었다. 은환은 주제를 알았다. 쾌감에 갈가리 찢어질 것 같아도 사내의 품에 안긴 것이 아니다. 여인으로서 애정을 바라면 아니 된다. 일개 첩일 뿐이지 않나.
“앙, 하으, 흐으윽, 아흐으···‥.”
“입술.”
괴로워 뒤트는 골반을 쓸어내린 그가 작게 속삭였다. 시선이 한 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은환은 무얼 말하는지 몰라 그저 베갯잇을 그러쥐었다. 통통한 가슴을 끌어안은 채 연신 허리를 놀리고 있던 그가 은환의 입술을 더듬었다.
“상처 내지 마.”
엷은 서리가 깔린 듯 서늘히 닿는 음성에 은환이 놀라 그를 돌아보려 했다. 그러자 말캉한 감촉의 입술이 볼에 닿았다.
“쉬이-.”
어린 것을 달래듯 다정한 음성이 은환을 얼렀다. 나붓한 허리선을 더듬던 그가 둔부를 쥐었다. 탱탱한 볼기를 반죽 주무르는 양 주물거리는 손이 성감을 자극했다. 은환은 자신도 모르게 비척거리며 다리를 벌렸다.
귓불을 빨던 그가 입술을 미끄러트렸다. 쇠몽둥이 같은 남근이 좁은 구멍을 쑤셨다. 세차고 빠른 움직임이었다. 애액과 섞인 정액이 접합부의 주변을 지저분하게 흐트러트렸다. 쾌감을 참지 못한 은환이 칭얼거리며 몸을 뒤집으려 했다. 황제가 그녀를 더욱 세게 끌어안으며 벌린 가랑이 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아앙, 흐응! 싫어, 하악! 폐하, 폐하! 살려, 살려주세요! 아흑!”
은환이 자지러지며 몸을 튕겼다. 허리 짓 하는 것만으로도 넋을 잃을 것 같았다. 한데 황제는 음핵까지 둥글리며 난장을 피웠다. 참지 못한 은환이 뒤로 팔을 뻗어 가슴팍을 밀어내며 흐느꼈다.
“환환.”
가슴을 배배 틀며 훌쩍이는 은환을 향해 황제가 낮게 읊조렸다. 은환은 감았던 눈을 뜨고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습관적으로 입술을 깨물려는 그녀를 향해 황제가 냉엄한 얼굴을 했다. 그녀는 놀라 숨을 멈췄다. 그리고 두툼한 가슴팍에 남겨진 긴 손톱자국을 바라보았다. 덜컥 두려움이 들었다.
“폐하···‥. 오, 옥체에, 흐윽···‥.”
느닷없이 찾아온 두려움에 은환이 어깨를 옹송그렸다. 황제는 제 가슴팍에 남은 붉은 손톱자국을 흘깃 내려다본 뒤 고개를 들었다. 겁을 집어먹은 여자가 쾌감이 아닌 두려움에 발발 떨고 있었다. 그는 평연한 눈으로 여자를 바라보다 그녀가 원하던 대로 몸을 뒤집어 주었다. 은환이 일어나려 비척거렸다.
“송구, 송구하옵니다. 폐, 폐하. 죽여, 죽여주시옵소서.”
“언제는 살려달라 하더니 이젠 죽여달라?”
가슴팍에 남은 손톱자국을 문지르고 있던 그가 은환의 손목을 잡았다. 시선을 바닥에 처박은 채 젖가슴을 늘어트리고 있던 은환이 맥없이 끌려가 그의 턱밑에 박혔다. 손목을 잡지 않은 황제의 손이 그녀의 투실투실한 허벅지를 더듬었다.
그녀는 바싹 오그라든 채 제 허벅지를 문지르는 황제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감촉을 즐기는 건지 오랫동안 허벅지를 만지던 그가 늘어진 가슴을 주물렀고 이내 음부 사이로 기어 들어왔다.
“으응···‥.”
다물린 가랑이를 벌리며 음부를 주물거리는 손길에 은환이 비음을 흘렸다. 황제는 은환을 들어 올려 제 허벅지에 앉힌 뒤 그녀의 손을 잡아 제 양물로 가져갔다.
“이걸 어찌해야겠느냐.”
수 번의 출납과 파정에도 곤두선 남근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은환은 무어라 아뢰야 할지 몰라 그를 바라보았다.
“짐의 후궁 된 도리로 말해봐.”
“···‥.”
다시 넣어야 한다고 말해야 할 것 같은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열이 가시지 않은 채로 그의 턱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은환이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반복할 때마다 힘줄이 불거졌다. 눌린 신음을 내며 그녀의 젖꼭지를 희롱하던 그가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은환은 얌전히 허리를 들었다. 다리를 벌린 채 구멍에 각좆 같은 남근을 맞추었다. 한데 쉬이 들어가지 않았다. 무작스레 허리를 아래로 끌어 내리려 하니 두려웠다. 은환은 당혹스러운 눈으로 황제를 응시했다. 그는 은환의 허리만 쓰다듬고 있을 뿐이었다.
“폐하···‥.”
“음순을 벌려야지.”
“폐하, 흐윽, 신첩은···‥.”
은환은 눈물 맺힌 눈으로 울먹거렸다. 우두커니 그녀를 보고 있던 황제가 입술 끝을 당겼다. 거침없이 미끄러진 입술의 선이 유려했다. 여전히 허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던 은환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웃고 있던 황제가 무거운 눈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은환은 어찌할 줄 몰라 섧게 낯을 일그러트렸다. 어둑하게 잠긴 황제의 눈이 두려웠다. 매번 방사할 때마다 실수를 할까 두려웠다. 그가 잠시라도 낯을 굳히면 곱게 죽지 못할 것 같았다. 은환은 발발 떨며 천천히 몸을 물렸다.
“아!”
별안간 팔이 잡혔다. 그녀는 당겨진 채 황제의 품속으로 끌려갔다. 가슴팍에 이마를 박고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쇠꼬챙이에 다리 사이가 꿰인 듯 양물에 관통당한 채였다.
“흑-.”
황제가 놀라 딸국질을 하는 은환을 응시했다. 은환은 볼을 붉힌 채 호흡을 가라앉히려 해보았다. 한데 뜻대로 되지 않았고 식은땀만 났다. 그녀를 내려다보던 남자가 잡은 팔을 제 목에 둘러주었다.
은환은 머뭇거리며 그의 목에 팔을 감고 허리의 움직임을 느꼈다. 황제가 딸꾹질을 하는 그녀를 다정하게 안았다. 그리고는 허리의 움직임에 맞춰 등을 두드려 주었다.
“으, 흐응···‥.”
젖은 입술이 벌어지며 교성이 흘렀다. 이전보다 느려지고 순해진 움직임이 한층 그녀를 자극했다. 기다란 팔이 그녀의 등을 조여 안았다. 젖꼭지가 판판한 가슴팍에 뭉개졌다. 은환은 옅게 할딱거리며 둔부를 쳐올리는 감각에 집중했다.
“아! 하으으! 앙, 폐하, 폐하!”
느리지만 분명한 쾌감이었다. 발끝부터 정수리 끝까지. 씹어 삼키는 감각이 온몸을 마비시켰다. 어느새 딸국질은 멈추고 허리 짓에 호흡만이 달그락거렸다. 사내가 은환에게 입술을 맞추었다. 말랑한 살갗이 젖은 입술을 뒤덮었다.
“눈 떠.”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을까. 황제가 단조롭게 명령했다. 은환은 감았던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검은···‥. 우물 같은 눈동자. 헤아릴 수 없으며 또한 짐작할 수 없는 눈이 그녀를 집어삼킬 듯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