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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엄마랑 친구 먹기-167화 (167/201)

〈 167화 〉 누구의 정자인가 (1)

* * *

“이혼 했어...”

잠결에 받은 그녀의 전화에 무거웠던 눈꺼풀이 번쩍 떠졌다.

이혼? 이혼이라니.

성대 아저씨와 마지막 협정을 맺은지 채 3개월이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당시 분위기로 봐서는 꽤나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아저씨가 순순히 서류에 싸인을 해준 모양인 듯 했다.

“정말? 정말요? 진짜로 이혼한거 맞아요?”

“응....”

“와... 씹...! 나 욕 해도 되요? 정말 이혼하거 맞는거죠!? 이게 꿈이야 생시야.”

“응... 그렇다니까 동호야.”

수줍다는 듯 미소 짓는 그녀. 나의 격한 반응에 침울해있던 그녀의 마음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았다.

“근데 목소리가 왜 그래요? 이렇게 좋은 날. 우리 어디 가서 파티라도 해야 되는거 아니에요?”

“에이... 파티는 무슨. 그냥 마음이 조금 싱숭생숭하네. 정말 이혼 했다는 것도 그렇고. 이제 앞으로 동호랑 살아가야 한다는 것도 아직은 좀 어색해서...”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진심 어린 그녀의 감정이 느껴졌다.

거의 20년 가까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세월을 정아와 성대 아저씨는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왔을 것이다. 개차반이긴 하지만 성대라는 아들을 낳고서 기뻐했던 순간 같은 것들이 머리 속에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듯 했다.

씹... 이게 아닌데. 이런 분위기는 용납할 수 없지.

하지만 나에게는 그 반대였다. 사랑하는 나의 그녀가 이혼하기만을 기다렸고 지금 이 순간 그것이 실제로 눈앞에서 이뤄진 것이다.

“우리 일단 만나요. 만나서 이야기해요. 지금 어디에요? 집이에요?”

“응...”

“잠깐 있어봐요. 내가 내려 갈테니까.”

“아... 아니야. 지금 오면 안 돼.”

그녀에게서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응? 지금 가면 안된다니. 무슨 일 있어요?”

“아니... 그건 아니고...”

“왜요. 왜 그러는데?”

쉽게 말을 잇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불안함이 느껴졌다. 남자의 직감이 발동되는 순간이었다.

“뭐 있죠?”

“그게 아니고... 손님이 와있어...”

“손님이요?”

순간 불길한 예감이 맞아들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이혼을 물리러 온 성대 아저씨가 아닐까. 이혼 서류에 싸인을 해주겠지만 그녀의 몸을 한번이라도 더 먹기 위해서 찾아온게 아닐까 하는 불길한 마음이 피어 올랐다.

그녀와 마지막 헤어지는 순간에도, 매끈한 그녀의 다리와 육덕진 허벅지에 시선을 떼지 못하는 대머리 아저씨의 모습이 떠올랐다.

씨발... 이건 반칙이지!

“있어봐요. 내가 내려갈게요.”

이미 서류상에 이혼 도장을 찍은 상태인데 나 역시 거리낄게 없었다. 누가 뭐래도 그녀는 이제 오로지, 완전히 내 여자였다.

띵동. 띵동.

“누구세요...? 동호니?”

“네. 빨리 문 열어주세요.”

한껏 경계한 그녀의 목소리에 분통이 올라올 것만 같았다. 지금 이 시간에 그녀의 집을 방문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나밖에 없을 터였다.

만약 전남편이 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멱살이라도 잡고 끄집어 내야 할까, 아님 정중히 나가시라고 대화를 시도해야 할까.

후....

나 역시 처음 맞는 상황에 면상을 보면 곱게 말이 나갈 것 같지 않았다.

철컥....

문이 열리자 사랑하는 그녀가 모습을 드러낸다.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에 그녀는 머리를 뒤로 묶어 마치 대학생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저 탱글한 피부봐...

허벅지 위로 올라가는 옅은 분홍색의 반바지와, 살짝 배꼽이 보이는 하얀 크롭티를 입은 그녀는 꾸미지 않아도 아랫도리를 저릿하게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혼 파티 해야죠.”

전화를 끊고 앞에 있는 빵집에서 급하게 사온 케이크를 달랑거려 본다. 그것도 그녀가 좋아하는 생크림 듬뿍 올라가 있는 케익을 골라왔다.

혹시 전남편이 있다면 그 앞에서 촛불을 불며 골려줄 참이었다. 웃으면서 적을 베는 방법, 온갖 버라이어티한 일을 겪으면 배운 삶의 지혜중 하나였다.

한껏 끼 부리는 나의 모습에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하지만 이내 축 처진 어깨처럼 그녀의 기분도 쉽게 올라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썅... 나만 좋은거야?

“왜 그래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다고 그래.”

“그게 아니야 동호야....”

“그게 아니고 뭐에요. 나랑 살려고 이혼했으면 과거 따위는 얼른 잊어야죠. 정아씨 놔두고 바람이나 핀 놈이 뭐가 좋다고 그래요!”

괜히 입에서 심술궂은 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그녀의 아픈 상처를 굳이 건드리고 싶지 않았지만 안에 있는 쓰레기 놈이 들으라고 한 소리였다.

“그런게 아니라니까.....”

그녀가 고개를 저어낸다. 무언가 할 말이 있다는 듯 도톰한 그녀의 입술이 옴짝달싹 거리고 있었다.

“왜요, 도대체 안에 누가 있길래 그래요.”

“아니야 동호야... 지금은 말하기가 좀 뭐해서 그래. 오늘은 그만 가줄 수 있을까...?”

“가라고요? 지금 나보고 가라는거에요?”

목에 핏대가 올라 서는게 느껴졌다. 당연히 나를 반가이 맞이할줄 알았던 그녀의 입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들이 튀어 나오고 있었다.

이런 씹...

“미안... 아줌마가 손님이랑 할 이야기가 있어서 그래. 중요한 얘기니까 동호가 이해 좀 해주라...”

그녀가 애원하듯 내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그녀였다.

씨발... 이혼남 주제에 감히 여길 찾아와?

여기서 물러나면 안 된다. 진짜 그녀의 남자가 누구인지, 남편이 누군지를 확실히 알려줘야 했다.

“비켜봐요. 내가 만나서 직접 얘기할테니까. 어딨어요. 저기 안 방에 있어요?”

순간 문이 굳게 닫혀져 있는 안방이 눈에 들어왔고 직감적으로 누군가가 그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혹시나 빤스라도 벗고 있으면 어떡하지. 자지 위에 허옇게 애액이라도 발라져 있다면...?

상상하기 싫은 지옥같은 생각이 떠오르자 이내 고개를 저어낸다.

그녀는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나를 두고 바람필 여자라면 애초에 내게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꿀꺽...

“동호야. 왜 이래. 오늘은 그냥 가달라니까. 이렇게 막무가내로 할 거야?”

“왜요. 왜 안 보여줘요. 누가 있는지도 말도 안하고!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거에요. 뭐 숨기는거 있어요?”

“숨기긴 뭘 숨긴다 그래...! 들어가지마. 왜 그러는거야.”

“그럼 이거... 놔요!”

안방 문을 열기 직전 매달린 그녀의 팔을 밀쳐냈다. 그녀가 말리듯 내 몸을 끌었지만 다 큰 성인 남자의 힘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씨발... 아저씨. 나 죽고 너 죽자. 오늘 완전히 끝장을 보자고.

철컥....

“어머....”

응?

문이 활짝 열리자 침대 위에 꽤나 익숙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는 성대 아저씨도 그 어떤 남자도 아닌 너무나 익숙한 여자 사람이었다.

“뭐... 뭐야?”

“동호. 오랜만이네.”

특유의 진득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는 그녀. 정아와 달리 짙게 화장을 한 그녀의 모습 역시 꽤나 아름답게 느껴졌다.

“미경...? 너가 왜 여기서 나와...?”

“호호.... 놀랐니.”

이 씨발. 이게 또 뭔 시츄에이션인가.

사랑하는 그녀의 침실에 미경이 앉아있다니. 그녀의 이혼과 미경의 방문이 도대체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당신이 왜 여기있냐구.”

“뭐... 정아씨네 집이 못 올 곳은 아니지. 사실 우리 둘은 비슷한 점이 많거든. 나도 너 덕분에 학교도 짤렸고, 하나뿐인 가정을 잃었으니까 말이야.”

“뭐....?”

입가에 미소를 띄운 미경은 표정 하나 변동 없이 알 수 없는 말들을 늘어놓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녀의 모습도 일년 전과는 꽤나 변해 있었다. 어느새 머리를 길러 긴 생머리를 늘어뜨린 그녀. 아줌마답지 않게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그녀의 육덕진 허벅지 안쪽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풍만한 D컵 가슴과 육덕진 하체 라인 만은 여전히 특유의 색끼를 자랑하고 있었다.

꿀꺽....

“아니. 그래서 뭔 일이냐구요. 여기 그거 따지러 온거에요? 왜 찾아왔어요.”

미경에게도 좋은 소리가 나올리 없었다. 미경이년 때문에 성대한테 꼬추 잘릴뻔한 것만 생각하면 아직도 이가 바득바득 갈렸다.

솔직히 직장과 가족을 잃었다는 그녀의 소식에 쌤통이라고 생각도 했었다.

“목소리 좀 낮춰줄래. 깰 것 같거든.”

그녀가 허연 넓적다리를 꼬아대며 말했다. 순간 그녀의 스커트 안으로 거뭇한 무언가가 보이는 듯 했다.

뭔 소리야. 뭐가 깬다는...

“엥?”

육성으로 탄성이 터질 뻔 했다.

그녀의 육덕진 몸매에 사로잡혀 침대 위에 있는 또 다른 누군가를 알아채지 못했다.

꿀꺽....

“아... 아니... 이게 뭔...”

너무 놀라 쉽게 말도 나오지 않았다. 미경은 여전히 미소를 띄운 채 나와 그 미지의 생명체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놀라지 마. 애기 처음 봐?”

애기....?

갓난아이였다. 미경의 옆에 보자기에 싸인 무언가가 쌔근쌔근 옅은 숨을 내어쉬고 있었다.

애기... 애기라고?

아....! 설마...?

순간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잊고 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나... 임신 했어...”

미경의 임신. 누군가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우리를 찾아왔었던 그녀였다. 그녀는 아마 성대가 아이의 아빠라고 생각하는 것만 같았다.

당연히 떼어버린 줄 알았는데.....

정아를 포함한 모두의 만류에도 미경은 뱃속으로 열 달을 품어 그 아이를 무사히 출산까지 해버렸다.

“아이구, 이뻐라. 너무 이쁘네.”

미경은 쌔근쌔근 자고 있는 아이의 조막만한 손을 잡았다 떼기를 반복했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달콤한 꿀이 떨어졌다.

“무... 무슨 짓이에요.”

갑작스런 아이의 등장에 머리 속이 하얘졌다.

도대체 이게 뭔 상황인가.

한창 아이와 장난 치던 미경의 시선이 나를 향해 멈춘다.

나를 향해 씨익 미소 짓는 그녀. 왜인지 모르게 섬뜩한 표정이다.

“인사해. 아빠 왔네?”

뭐....?

뭐? 씨발.

“우리 아기, 오늘 아빠한테 이름 지어달라고 할까?”

미.... 미친 년이 지금 뭐라는거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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