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3화 〉 니 아들이 범인이라고! (2)
* * *
하... 씨발.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경찰서 안이었다. 꽤나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서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철제 의자에 앉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기다리보니 괜히 사랑하는 그녀가 떠올랐다. 사랑하는 나의 그녀. 내가 지금 이 곳에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터였다.
보고싶다.
방금 전까지 미경의 보지 안으로 좆대를 박아 넣던 나였다. 그녀의 풍만한 둔부에 내 좆대를 찔러 넣을 때도 떠올랐던건 사랑하는 그녀의 얼굴이었다.
몇일이나 떨어져 얼굴도 보지 못한 그녀를 떠올리며 미경의 보지 안을 내 정액으로 가득 채운 것 뿐이었다.
미경이 이 걸레같은 년은. 그냥 내 성욕풀이용 텐가정도 된다.
씨발....! 도대체 어떤 새끼가 나를 꼰지른거야.
어디까지 수사가 진전되었는지 몰랐기에 의자에 앉은 나는 마냥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성대 녀석과 수연이가 수사를 받은지 거의 일주일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그들이 수사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교가 꽤나 뒤숭숭했지만 어떤 누구도 그 ‘팩트’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었다.
“안녕하세요...”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내 맞은편으로 다가와 앉는다. 앳된 여자의 목소리. 내게 전화를 걸었던 순경인 것 같았다.
“아...”
귀엽다.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보니 하얀 피부에 볼이 살짝 붉게 물든 귀여운 소녀가 하나 있었다. 이제 막 경찰이 된 것 같은 소녀는 몸에 딱 붙는 경찰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정동호씨. 맞으시죠?”
커다란 눈으로 내게 말을 거는 그녀. 의외로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내 귀를 잡는다.
“네...”
“음... 잠시만요.”
그녀는 책상 앞에서 컴퓨터 자판을 이리저리 눌러보며 서류를 대조한다. 경찰 유니폼 위로 봉긋 솟아오른 그녀의 젖가슴이 눈에 띈다.
한 눈에 보아도 사이즈가 B컵 이상은 될 듯 보인다. 그녀의 봉긋한 젖가슴 위로 ‘이은주’라는 명찰이 붙어 있었다.
얼마만에 보는 20대의 아이인가. 꽤나 귀엽게 생긴 그녀의 모습에 야릇한 생각들이 떠오른다.
이러면 안되는데...
“정동호씨는 사건 참고인으로 소환된 거에요.”
“사건이라뇨...?”
무슨 사건이냐고 묻는 내 질문에 그녀가 잠시 당황한 듯 서류를 뒤적인다. 그 모습이 꽤나 귀엽게 느껴진다.
“아. 성매매 특별법 사건이요. 지금 학교가 꽤나 난리일텐데 모르셨어요?”
“아... 대충은 들었어요.”
“네. 참고인 조사에 성실히 임하셔야 할 거에요.”
“제가 뭐를 하면 되죠?”
“음... 제가 묻는 질문에 답만 하시면 됩니다.”
“네...”
씨발. 참고인 조사가 도무지 뭔 말인지 모르겠지만 결국 나에게 까지 불똥이 튀어버리고 만 것이다.
도대체 어떤 새끼가 나를 참고인으로 부른 거야!
“성대라는 친구랑 알고 있어요?”
“네...”
그녀는 서류를 뒤적이더니 성대 이야기부터 먼저 꺼낸다.
“증언에 따르면 성대라는 친구랑 꽤나 친했다고 하던데...”
“네!? 아니에요. 친하기는요...”
“그래요? 친하지는 않다?”
“네... 누가 그래요?"
“음... 그건 알려드릴 수 없구요. 허수연이라는 친구는 알아요?”
“아...”
순간 고민이 들었다. 수연이 이 사건의 몸통이자 주범이었다. 그녀를 안다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면 나의 그간 행적들까지 공개될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아예 모른 척 하기에는 핸드폰에 나와 그녀가 남긴 대화들이 그대로 남아있을 터였다.
씨발... 사면초가였다.
“알아요? 몰라요?”
살짝 볼이 발그레한 그녀가 나를 재차 바라보며 묻는다. 나를 바라보며 묻는 꽤나 붉은색인 그녀의 입술이 인상적이었다.
“알아요...”
“알아요?”
“네...”
“학교에서 행실이 어땠나요?”
“행실이라면...?”
“아. 일찐? 그런건 아니었는지...”
“음... 잘 모르겠어요. 안 친해서.”
“안 친하다라...”
그녀는 컴퓨터에 내가 하는 말들을 꼼꼼하게 타이핑하고 있었다. 그리고 몇 가지 질문들이 더 이어졌다. 성대와 수연의 관계를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 성대가 학교에서 어떤 사람이었느냐는 질문들.
주로 성대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내 이야기를 잘 받아 적으며 모니터에만 시선을 두고 있었다.
순간순간 그녀의 젖가슴과 매끈한 목선이 내 시선에 들어왔지만 이 곳에서 내 시선을 티 낼 수는 없었다.
“음... 대충 질문은 다 끝난 것 같아요.”
“네? 벌써요?”
생각보다 싱거운 질문들이었다. 성매매 사건에 대해 묻기 보다는 성대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 부른 것 같았다.
“네... 저 근데 저를 누가 참고인으로 부른거죠?”
“아. 그것도 말씀 안 드렸구나.”
으휴. 저 얼빵한 년.
나도 모르게 욕지거리가 올라올 뻔 했다. 귀엽게 생긴 얼굴에 통통한 젖가슴이 봐줄만 했지만 경찰로서는 영 별로였다. 은주라는 아이는 아직 신입 티를 벗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정아...?”
“네?”
“정아씨요. 성대 어머니이신데요.”
“네!?”
순간 예상하지도 못한 이름에 내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주위 경찰들과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지만 아랑곳 하지 않았다.
“정말 성대 엄마가 제 얘기를 하신거라구요?”
“네. 맞는데... 안 되나요?”
깜짝 놀라는 내 반응에 오히려 그녀 역시 당황하고 있었다. 자신이 잘못된 말이라도 한 것처럼 하얀 살갗의 그녀의 얼굴이 살짝 붉게 물드는 것이 보인다.
“아... 그건 아니지만.”
그녀가 나를 경찰서로 이끈 것은 꽤나 충격적인 일이었다. 혹시나 내가 진술을 잘못해서 우리 일이 알려지기라도 하면 큰 일이었다.
만약 내가 공범으로라도 몰린다면...
수연에게 돈까지 받아가며 섹스 아르바이트를 했던 나였다. 내 이름이 경찰에 오르내려 좋을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참고인 조사라니. 그것도 나를 부른이는 내가 사랑하는 그녀였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셔도 되어요. 무슨 일 있으면 연락 드리겠습니다.”
“아...”
“궁금한 것 있으시면 여기로 연락 주시구요.”
그녀는 내게 명함 하나를 내민다. 그 곳에는 ‘이은주’ 순경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나는 천천히 아주 무거운 발걸음으로 경찰서를 빠져 나왔다. 내가 문 밖을 나서는 순간에도 범죄자로 보이는 험상궂은 아저씨들이 수갑을 차고 들어오고 있었다.
와... 영화네 영화.
영화로나 볼 법한 그들의 모습에 내 어깨가 잔뜩 움츠러드는 느낌이었다.
휴...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평온하던 내 일상이 어쩌다 이 곳까지 흘러 왔는지 현자 타임이 몰려온다. 불현 듯 내가 여기까지 온 이유가 사랑하는 그녀 때문이라는 사실이 머리 속을 스친다.
아무리 그래도 나를 경찰서에 부르다니. 너무한거 아니야!?
처음으로 그녀를 향한 반발심이 생기는 것 같다. 그녀를 향해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그때였다.
“동호야!”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문 밖을 나설 때였다. 저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동호야. 괜찮니?”
나를 보며 한 달음에 달려오는 그녀. 사랑하는 나의 그녀였다. 그녀는 몸에 딱 붙는 하얀 티셔츠 한 장과 펑퍼짐한 A라인 스커트를 입은 채 내게 뛰어오고 있었다.
그녀가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풍만한 젖가슴이 출렁이며 흔들린다. 연하게 화장을 한 그녀의 하얀 피부가 달빛을 받아 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괜찮아? 동호야 조사는 잘 끝난거야?”
내 앞까지 한 달음에 달려온 그녀는 나의 조사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네....”
“조사는 잘 했어?”
“그냥... 뭐...”
“성대는? 성대는 못 봤구?”
“네?”
“우리 성대 말이야. 성대는 안에 없었어?”
씨발...
순간 욕이 터져 나올 뻔 했다. 이 야심한 시각에 자신 때문에 경찰서까지 다녀온 나였다.
근데 이 와중에 지 아들 걱정이라고?
거친 숨을 내뿜으며 나를 향해 말하는 그녀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몰라요.”
“응?”
“모른다구요.”
“동호야... 그게 무슨 말이야...”
더 이상 그녀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성대 이 개새끼는 나를 죽이려 깡패들까지 고용한 놈이었다. 그녀도 깡패들에게 유린당할 뻔 한 것을 내가 구해준 것이었다.
아직도 온 몸이 욱신거리며 아픈데...
그녀에게 엄청난 배신감과 서운함이 몰려왔다.
“동호야...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그녀가 빠르게 걷는 내 뒤를 종종 걸음으로 따라오며 말했다. 봉긋 솟은 그녀의 젖가슴이 티셔츠 안으로 적나라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후....”
“왜 그래? 아줌마한테 말해봐.”
자꾸 따라오며 묻는 그녀의 질문에 짜증이 올라오는 듯 했다. 나를 걱정하지 않는 그녀의 태도가 심히 거슬렸다.
우리는 정말 사랑하는 사이가 맞는가?
“혹시... 우리 성대 이야기를 했니? 우리 성대 얘기 잘 해준거지? 응?”
그녀는 어느새 내 옆에 붙어 어깨를 만지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부드러운 그녀의 손길에 어디 음습한 곳으로 찾아들어갔을 테지만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동호야... 정말 왜 이러는거야!”
그녀의 물음에도 내 반응이 시원치 않자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후... 씨발!
성대. 성대. 성대! 씨발 그 놈의 성대!
순간 꼭지가 돌 듯 가슴 속에 화가 터져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다 말했어요.”
“뭐라고?”
“성대가 범인이라고 다 말했다 구요!”
“뭐...?”
얼빠진 그녀의 표정이 나를 지그시 바라본다. 살짝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에라이 씨발. 좆대로 돼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