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화 〉 그녀의 복수 (3)
* * *
“누구세요!?”
사랑하는 나의 그녀와 아쉬운 인사를 나누고 그녀가 문을 열었을 뿐이었다. 불이 꺼진 현관 앞에는 누군가가 서 있었다.
한참을 그곳에 있었는지 그를 비추던 센서 등마저 꺼져 있었다. 그녀는 갑작스러운 눅누가의 등장에 깜짝 놀라 얼굴이 창백해져 갔다.
“뭐하는 거야 여기서?”
나의 그녀가 그를 알아보고 소리쳤다. 그녀의 표정에는 당황함이 역력했다.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엄마야 말로 여기서 뭐하고 있었어?”
건물 안에 굵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가 너무나도 싫어하는 목소리. 내 친구이자 사랑하는 그녀의 아들 성대였다.
언제부터 이 곳에 있었던 거지?
순간 수 백 가지의 불길한 생각들이 피어올랐다. 그녀와의 노골적인 대화들, 평소보다 더 컸던 그녀와 내가 터트리는 신음 소리, 찔걱이며 울리는 그녀 보지와의 마찰음까지.....
이 고요한 밤 귀를 기울이면 모든 소리들을 온전히 들을 수 있었을 것이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 곳에 서 있었을까. 모든 것들을 다 들었을까?
불안하게 찾아오는 생각들에 벌써 등 뒤에 식은땀이 나고 있었다. 사랑하는 나의 그녀 역시 문고리를 잡은 손이 바들거리며 떨리고 있었다.
“이 밤에 여기에 왜 있냐고.”
성대는 문 앞에서 미동도 않고 그녀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가 알 수 없는 감정이 뒤섞여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 것 같았다.
“성대야... 일단 들어와 보렴.”
사랑하는 나의 그녀가 자신의 아들을 향해 한 발짝 다가선다. 그러자 현관 앞에 위치한 센서 등이 켜지고 성대의 모습이 드러난다.
씨발... 큰 일이다.
험악하게 생긴 그의 표정이 한껏 굳어 있었다. 저 표정은 엄청 화가 났거나 누군가를 쥐어 패기 전에 나오는 표정이었다. 그는 무언가 심히 심기에 거슬리는지 나와 그녀를 번갈아 바라보며 매서운 눈빛을 날리고 있었다.
“야 정동호. 해명해봐. 이게 뭔지.”
“성대야... 일단 들어와. 엄마가 다 설명 해줄게.”
“아니... 씨발.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냐고.”
성대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이 야밤중에 온 동네 사람들을 깨워버릴 참이었다.
“일단 들어오자.”
사랑하는 나의 그녀는 침착하게 성대의 손을 잡고 우리 집 안으로 끌어 들인다. 성대는 매섭게 나를 바라보며 겨우 발을 떼 우리 집 현관으로 들어온다.
철컥...
다시 문이 닫히고 이 고요한 집 안에는 나와 그녀, 그리고 예상치 못한 불청객 한 명이 함께 있게 되었다.
“잠깐... 들어와.”
나 역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아직 머릿속이 하얘져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이 상황을 넘겨야 했다.
그래.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살아날 방법이 있다고 했어.
근데 씨발... 이건 바로 잡아먹히기 직전 아니야? 난이도가 너무 높잖아!
나는 괜히 마른 입술에 침을 한번 적셨다. 성대는 신발을 벗고 집으로 들어와 소파에 걸터앉았다. 그는 집에서 자다 일어난 차림으로 반바지와 티셔츠 하나만 걸치고 있었다.
“엄마 옷은 또 왜 그래?”
성대는 사랑하는 나의 그녀가 입고 있는 복장을 지적했다. 그의 매서운 눈빛이 자신의 엄마를 위아래로 훑어대고 있었다.
“아.... 이건....”
사랑하는 나의 그녀가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의 부름에 즉시 달려온 그녀의 복장이 단정할리는 없었다.
펑퍼짐한 하얀색 반팔티에 허벅지 위로 올라오는 하늘색 반바지를 입은 그녀는 누가 보아도 집에서나 입을법한 편한 차림이었다. 처음 왔을 때는 단아하게 묶여있던 머리도 나와의 뜨거운 관계 이후에 꽤나 헝클어져 있었다.
그리고 벌겋게 달아올라 있는 그녀의 하얀 피부와 얼핏 풍기는 달큰한 땀 냄새까지...
눈치 빠른 이라면 그녀의 모습을 보고 금방이라도 알아차릴 것만 같았다.
“엄마... 솔직히 얘기해줘. 여기서 저 새끼랑 무슨 짓 했어?”
“무슨 짓이라니. 그리고 자꾸 욕을 할 거야?”
“모른 채 하지마. 나 앞에서 다 들었어.”
뭐....?
혹시나 싶었던 걱정과 불안이 현실로 찾아오고 있었다. 말을 하는 성대의 표정도 듣고 있는 사랑하는 나의 그녀의 모습도 제대로 눈에 보이지 않았다.
얼른 이 곳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찌질한 생각이 강력하게 피어 올랐다.
“서... 성대야.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거야?”
“내가 지금 저 새끼 죽일 수도 있어. 그래도 후회하지 않지?”
이... 씨발!
성대는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 한 눈빛으로 매섭게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티셔츠 사이로 단단하게 삐져나온 그의 근육이 오늘따라 더 무지막지해 보였다.
“하....”
결국 사랑하는 나의 그녀가 양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주저앉는다. 그러자 그녀의 티셔츠 안으로 봉긋한 젖가슴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와중에 시선이 저기로 향하다니... 나란 녀석도 참.
“저 씨발 새끼가. 지금 뭘 보는 거야!”
매섭게 나를 노려보던 성대는 내 시선이 그녀의 가슴골로 향하자 우렁차게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나는 한 걸음 뒷걸음질 쳐버리고 만다.
“야. 정동호 너 진짜 뒤지고 싶어? 너가 지금 무슨 일을 버린 건지나 알아?”
“미... 미안...”
나도 모르게 찐따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성대 앞에서면 곧바로 주눅이 들어버리는 내 버릇이 여지없이 나와 버렸다.
“일로와 개새끼야.”
내 대답이 모든 상황을 인정해버리고 만 것일까. 성대는 몸을 일으켜 내 멱살을 잡으려고 했다. 그의 우왁스러운 손이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만... 그만해!”
주저앉아 신음하던 사랑하는 나의 그녀가 소리쳤다. 성대를 말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내게 다가오는 성대의 앞에 선 채로 그를 막아서고 있었다.
“엄마. 비켜. 이 새끼 죽일거야.”
“성대야. 그만해. 이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야.”
“뭐? 엄마가 그런 말 할 자격 있어? 뭘 잘했다고 이 새끼를 감싸는건데?”
“성대야....”
성대가 눈을 부라리며 그녀의 얼굴을 마주본다. 핏대가 잔뜩 올라 있는 그의 표정이 꽤나 무섭게만 느껴졌다.
단아하고 청순한 나의 사랑하는 그녀는 이 상황이 괴로운지 겨우 버텨내고 있는 것 같았다.
“다 이유가 있어. 그니까 화내지 말고 앉아...”
침착한 목소리로 성대를 다잡는 그녀의 모습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편에 서서 자신의 아들을 밀쳐내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성대 이 개새끼야. 보고 있냐? 이미 너네 엄마는 내 편이라고.
“이유? 무슨 이유가 있어. 이 개새끼랑 굴러먹은 이유가 뭐가 있냐고.”
성대 입에서 저속한 말들이 튀어 나온다. 사랑하는 나의 그녀의 미간이 찌푸려지고 그녀 역시 화가 난 듯 숨을 쌕쌕 거리고 있었다.
“동호야. 그거 틀어줘.”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순간 그녀가 말하는 것이 내가 그녀에게 들려주었던 성대 아저씨의 녹음 파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에게 볼 수 없었던 카리스마에 나는 핸드폰을 꺼내 녹음된 파일을 틀 수 밖에 없었다.
지이익....
핸드폰에 녹음된 성대 아저씨와 미경의 섹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속한 말들로 미경을 유린하는 성대 아저씨의 흥분된 목소리가 자극적으로 들려왔다.
성대는 그 자리에 선 채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나의 그녀는 성대 옆에 우두커니 서서 멍한 표정으로 핸드폰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들었지?”
그녀의 목소리는 덤덤했다. 하나뿐인 사랑하는 아들에게 자신의 남편의 외도 증거를 들려줘야 한다는 것은 그녀에게도 꽤나 충격적인 일일 것이었다.
“이게... 뭐야?”
성대는 생각보다 더 충격을 받은 듯 했다. 험상궂게 인상을 쓰던 그의 표정이 놀란 듯 풀어져 있었다.
“이게 뭐냐고.”
성대는 그녀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며 해명을 요구했다.
“나도 충격을 받았어.”
“아빠가... 이런 사람이었다고?”
불끈 쥔 성대의 주먹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핸드폰에서는 적나라한 성대 아저씨와 미경의 신음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이 씨발.... 아주 개판이구만.”
성대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튀어 나왔다. 사랑하는 나의 그녀는 고개를 떨군 채 지금 이 상황을 외면하려 하고 있었다.
“흑... 흑....”
고개를 떨군 그녀의 몸이 위아래로 들썩였다. 자꾸 내 시선은 그녀의 봉긋한 젖무덤 안으로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만큼 울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야릇해 보였다.
“씨발 진짜...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야.”
성대는 혼란스러운 듯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쥔다. 지금 내 눈앞에서 한 가정이 처절하게 박살나고 있었다.
“엄마가 잘못했어...”
“하... 씨발... 진짜.”
“아들... 엄마를 이해해줄 수 있겠니?”
“뭐라고?”
“엄마도 홧김에 그랬을 뿐이야.”
그녀는 최대한 울음을 참아내며 겨우 말들을 뱉어 내었다. 그녀의 커다란 눈망울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 있었다.
“씨발... 지금 이 새끼랑 굴러먹은 이유가 아빠 때문 이라는 거야?”
“흑... 흑...”
그녀가 겨우 참아내던 울음을 터트렸다.
“이 개씨발 새끼야!”
“으악!”
결국 성대의 주먹이 나의 오른쪽 안면을 강타했다. 순간 머리가 핑 도는 듯 나는 그대로 주저 앉아 버렸다.
“그만해!”
그녀가 겨우 성대의 몸을 붙잡고 막아섰다. 하지만 이미 내 입 안이 찢어져 피가 한웅큼 뱉어 졌다.
“퉤...”
아 존나 아프다...
“좆같은 새끼. 넌 뒤질줄 알아.”
그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문을 열고 그대로 밖으로 나가 버렸다. 문을 열고 나가는 그의 눈초리가 매섭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안에는 증오와 분노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담겨 있었다.
"서... 성대야!“
철컥... 쾅!
그가 문을 열고 나가버리자 그녀는 한 동안 말이 없었다. 마음을 겨우 추스린 그녀가 나를 향해 다가왔다.
“동호야 괜찮니...?”
내 옆에 다가와 내 뺨을 어루만지는 그녀의 가슴골 사이로 그녀의 젖꼭지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이 씨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