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화 〉 아이돌 출신 그녀는 포주 (2)
* * *
수연의 커다란 눈동자에 분노와 약간의 당혹감이 섞여 나를 바라본다. 그녀의 보지를 꽉 움켜쥐고 있는 내 손이 바들거리며 떨리고 있었다.
음부 위를 덮고 있는 까만색 스타킹 위로 그녀의 뜨거운 체온이 느껴진다. 그녀도 벌써 흥분하고 있는 것일까?
짝!
“악!”
결국 수연이 날리 싸대기에 방바닥에 뒹구르고 만다.
존나 아프다....
“야 이 씨발. 너 진짜 미쳤냐?”
그녀가 나를 바라보며 소리친다. 그녀는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컵을 들고 위로 치켜들어 나를 내리 찍으려는 시늉을 한다.
“아... 미안...”
어쩔 수 없다. 미경이 성대와 이야기를 끝내는 순간까지 그녀의 주위를 돌려야 한다. 제발 미경이 꼭 성대를 설득해내기만을 바랄 뿐이다.
하여간 이 놈의 모텔들은 왜 이렇게 방음이 안되는거야!
“너 씨발 뭐하는 짓이야.”
수연의 눈에 있던 당혹감을 사라지고 어느새 잔뜩 화가 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 미안....”
“너 뭐하는 거냐고 지금. 미쳤어?”
“너... 너가... 너무 이뻐서... 나도 모르게...”
순간 수연의 볼이 살짝 발그레해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띵동
천만다행이었다. 드디어 우리 방의 벨소리가 울린다. 약속 시간이 되고 오늘 나의 고객이 도착한 것 같았다.
“하..... 씨발.... 너 이따가 보자.”
수연은 들고 있던 컵을 내려놓고 화난 눈으로 매섭게 나를 바라본다.
다행히 옆 방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무언가 이야기가 벌써 끝난 것일까? 벽 너머에서 아무 소리가 들리지않자 미경이 수연 모르게 성대를 잘 설득해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철컥
아..... 이제 내가 일해야 할 차례구나.
모텔 방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천천히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어....!?”
나는 지금 내가 눈으로 본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모텔 방문을 열고 천천히 걸어 들어온 그녀는 내가 사랑하는 그녀였다.
“뭐.... 뭐야!? 왜 여기 있어요?”
“도... 동호야...”
그녀 역시 나만큼이나 놀란 것 같았다. 그녀는 머리를 단아하게 뒤로 묶고 화장까지 해 고운 새댁 같은 모습이었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하얀색 천소재 원피스는 그녀의 굴곡진 몸매를 잘 드러내면서도 청순하게 만들었다.
근데... 왜 여기에 있는거지?
그녀와 나는 서로를 마주보고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수연의 아래에서 선수로 일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근데 도대체 어떻게?
“풉....”
그때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수연의 입에서 살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마치 자신이 그려왔던 계획대로 흘러온 것처럼 그녀의 표정에는 만족스러움과 비웃음이 공존하고 있었다.
“뭐... 뭐야?”
나는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는 수연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떻게 된 거냐고!”
나는 꽤나 큰 소리로 수연에게 윽박지른다. 무언가 일이 잘못되도 한참 잘못되고 있다는 것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어떻게 되긴. 내가 불렀어.”
“뭐?”
“내가 불렀다고. 오늘 아주머니와 할 말이 있다고. 오게 되면 더 놀라운 것을 보여드리겠다고.”
“무.... 무슨 말이야?”
“너가 나 모르게 성대 빼내려고 한거 내가 모를 줄 알았지?”
“.....”
순간 수연의 표정이 굳으며 다시 분노에 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랬다. 그녀는 사실 나와 미경의 관계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도대체 어떻게 우리의 전략을 눈치 첐는지가 궁금했지만 도저히 그녀에게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녀가 쉽사리 대답해줄 사람도 아니었다.
“근데 왜 아주머니까지 부른거야?”
“내 말을 안들으면 어떻게 되는지. 철저하게 보여드려야지.”
“수... 수연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
사랑하는 그녀도 놀란 듯 핸드백을 든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나와 수연이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대충 상황을 짐작하는 듯 했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수연은 떨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고는 자리를 권했다. 그녀는 천천히 내 앞을 지나 수연이 권한 의자에 앉았다. 의자에 앉은 그녀의 원피스가 갈라져 그 사이로 매끈한 그녀의 허벅지와 다리가 그대로 드러났다.
“후..... 왜 저를 방해하시는 거에요?”
수연은 다시 도도한 표정으로 돌아와 무미건조한 말투로 그녀에게 묻고 있었다.
“수... 수연아... 그게 무슨 말이야? 방해라니.”
“지금... 아주머니께서 제가 하는 일들을 방해하고 있잖아요.”
“아... 아니... 그건...”
“성대 때문이라구요? 제가 강제로 성대에게 이 일을 하라고 시켰나요? 지가 스스로 하고 있는거라구요.”
“뭐?”
수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아주 빠르게 그녀에게 말하고 있었다. 누군가 이 광경을 본다면 수연이 잘못한 그녀에게 취조를 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사랑하는 그녀는 당황한 듯 눈이 더욱 커다래지고 있었다. 무릎위에 올려놓은 핸드백을 꽉 쥐고 있는 손이 꽤나 티나게 떨리고 있었다.
“왜 자꾸 방해 하시는 건데요.”
그에 반면 수연의 표정은 차분했다. 아니 차분하다 못해 차가워 매섭게까지 느껴진다. 지금 그녀의 모습은 얼음공주라는 그녀의 별명이 너무나 잘 어울렸다.
“그... 그건... 우리 아들이 나쁜 짓을 하고 있잖아.”
“아주머니! 이건 나쁜 짓이 아니라 일이에요. 정당한 댓가를 받고 하는 일이라구요. 아시겠어요?”
“야 허수연!”
점점 버릇없어지는 그녀의 말투에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말았다. 순간 수연의 매서운 눈빛이 나를 쏘아본다. 마음 같아서는 수연을 후려치고 사랑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나가고 싶었지만.... 약점이 잡혀 있었기에 그럴 수 없었다.
“너는 빠져 있어. 뒤지기 싫으면.”
수연은 또박또박 나를 협박하고는 다시 사랑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할 말들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성대의... 몸을... 돈 주고 사는 일인데... 이게 어떻게 정당한 일이야?”
그녀는 아주 어렵게 말을 꺼내고 있었다. 자신의 아들이 이런 일에 얽혀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두려운 듯 보였다.
“후..... 이건 성대가 원해서 하는 일이에요. 제가 어떻게 해드릴 수 있는게 아니라구요.”
“거... 거짓말 하지마. 성대가 원해서 하는 일이라구? 우리 성대는 그럴 아이가 아니야.”
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이런 일에 휘말린 것이 온전히 수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들이 학교에서 어떤 존재인가를 모르는 그녀에게 성대는 그저 착하고 귀한 아들일 뿐이었다.
그건 아닌데... 성대가 얼마나... 개새끼인데...
“후. 좋아요. 저도 더 이상 이렇게 신경 쓰고 싶지도 않아요. 성대에게 하지 말라고 얘기할게요.”
“정말이니?”
순간 그녀의 표정이 잠시 밝아졌다. 성대를 이 곳에서 빼내기만 한다면 그녀는 무슨 일이라도 할 것만 같았다.
“대신. 성대가 원한다면 저도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어요.”
“뭐라구?....”
“성대가 없다고 이 일을 그만둘 수도 없고, 또 아주머니 때문에 멈출 수도 없어요. 제가 원하는 목표가 이뤄질 때까지 계속 해야만 해요.”
수연은 진심이었다. 그녀가 말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름다운 그녀의 외모에 빠져 넋을 놓게 만들었다.
아... 잠깐... 사랑하는 그녀를 옆에 두고 이러면 안되지.
“성대에게 물어보고 판단하라고 할거에요. 제 역할은 여기까지에요.”
“그래.... 수연아..... 정말 고맙다....”
그녀의 표정이 좀 더 밝아졌다. 아니 그녀의 커다란 눈에서는 눈물이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아들을 구렁텅이에서 구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동한 것만 같았다.
“성대가 계속 하겠다고 하면. 다시는 이 일에 끼어들지 마세요.”
“뭐....?”
수연은 그녀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또 이렇게 방해하면.... 오늘처럼 이벤트로 끝나지 않을거에요.”
말을 마친 수연은 나와 그녀를 번갈아가며 응시했다. 그녀의 눈에는 우리 둘의 관계를 모두 알고 있다는 듯, 모두 폭로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나와 그녀는 서로 말하지 않아도 수연이 어떤 존재인지를 이제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수연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아이였다. 자신의 앞에 거슬리는 것이라면 무조건 제거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아이였다.
“알겠어요?”
“......”
수연의 물음에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생각할 시간을 달라는 듯 애꿎은 천장을 바라보며 눈물을 참아내고 있었다.
“하윽....!”
그때였다. 조용하던 옆 방에서 벽을 타고 신음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하응.... 아응.....”
설마....?
옆방에는 성대 녀석과 학교 선생님 미경이 같이 있을텐데.... 그럼 둘이서?
순간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육덕진 몸매를 겨우 가리고 온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당장이라도 스커트를 그녀의 엉덩이 위로 올리고 팬티 사이로 내 좆대를 쑤시고 싶은 복장이었다.
성대도 역시나 그녀의 섹스러운 자태를 이기지 못한 것이다. 결국 요염한 그녀를 게걸스럽게 따먹는 성대의 모습이 상상된다.
“허억.... 너무 섹시해요.... 위에 옷 좀 벗어봐요.”
남자의 목소리가 벽을 타고 흘러 나왔다. 그를 만나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굵은 목소리. 성대였다.
성대의 목소리가 벽을 타고 흘러 들어왔다. 고민과 수심에 빠져 있던 그녀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하고 있었다.
“서.... 성대?”
그녀는 자신의 귀에 들리고 있는 신음 소리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아들의 이름을 되뇌었다. 어느새 핸드백 아래로 삐져나온 그녀의 허벅지가 바들거리며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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