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화 〉 정숙한 유부녀의 일탈 (1)
* * *
“뭐... 내가?”
그녀는 나의 파격적인 제안에 놀란 듯 동그란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 성대가 직접 아주머니를 만난다면 꽤나 충격을 받을 거에요. 물론 수연이도 모를꺼고....”
“아무리 그래도.....”
그녀는 생각지도 못한 계획에 망설이고 있었다. 성대가 그녀를 만난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물론 성대와 그녀의 사이가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녀 역시 성대의 반응을 상상해보는 것 같았다. 하얀 가운만을 입고 있는 성대와 그녀가 모텔 방에서 마주한다니.....
꽤나 야릇하고 흥분되는 상상이었지만 그 결과가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다.
“안 돼..... 못 하겠어.”
한 동안 고민하던 그녀는 결국 거절의 답을 내비추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직접 그 곳에 가는 것은 무리야. 만약 수연이라도 있다면 성대를 만나기도 전에 들통날 수 있구.”
그렇다. 그녀는 꽤나 냉철하게 계획을 분석하고 있었다. 그녀의 말대로 수연이가 성대를 빼내려는 우리 둘의 음모를 알게 되면 그거야 말로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휴.... 그럼 어떤 방법이 있지.”
나 역시 마땅히 떠오르는 방법이 없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수연이가 모르게 성대를 구렁텅이에서 꺼낼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만큼 수연이 손에 쥐고 있는 패의 위력은 우리 모두를 날러버릴 수 있을 정도로 굉장한 것이었다.
“다른 사람이 간다면.....?”
심란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녀의 눈이 순간 반짝였다.
“다른 사람이? 동호 너가 가려구?”
“아뇨. 제가 가면 씨알도 안 먹힐거에요.”
내가 그의 앞에 나타난다면 모텔 방 안에서 맞아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럼....?”
“누가 있을까.....”
성대를 빼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부합하는 인물이 필요 했다.
첫째. 수연과 성대와는 초면일 것.
둘째. 가능하다면 나와 그녀의 관계를 모르고 있을 것.
셋째. 성대를 설득할 능력이 있거나 의지가 있을 것.
이 세 가지 조건이 모두 맞아야 최소한의 작전이라도 실행해볼 수 있었다. 이 중 하나라도 어긋나거나 맞지 않는다면 수연의 레이더망에 걸려 나와 그녀의 관계가 들통날 참이었다.
그때 머릿속에서 한 여자가 떠올랐다. 수연과 성대와 초면이고, 나와 그녀의 관계도 모르고 있다. 심지어는 성대를 그 곳에서 빼낼 능력도 있는 사람.....
나는 내 첫 선수 데뷔전이자 섹스 아르바이트 첫 경험을 떠올린다. 나의 첫 상대이자 내 정액을 그대로 받아 내었던 고객.....
“학교 선생님이래.”
내 귀에 대고 나지막히 속삭이던 수연의 음성이 떠오른다.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줄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한 명. 그녀뿐이었다.
“제가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데..... 얘기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이니?”
그녀의 눈이 다시 반짝였다. 순수한 그녀의 표정은 언제나 내게 강한 동기 부여를 가져다 준다.
“네..... 이야기는 해볼 수 있어요. 될지는 모르겠지만.”
“음.... 그게 누군데?”
“학교 선생님이요.....”
“뭐? 선생님? 그럼 우리 성대 일이 학교에 알려지기라도 하면.....”
“아니에요. 저희 학교 선생님도 아니고. 제 부탁을 들어주실 수 있는 분이세요.”
그렇다. 학교 선생님인 그녀는 내 부탁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바로 내가 그녀의 불륜 상대이자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로 관계를 맺은 그녀를 협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내 앞에 있는 사랑하는 여자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제가 한번 만나 볼게요. 괜찮을 거에요.”
그녀는 잠시 고민하는 듯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긴다. 아무래도 학교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마음에 걸리는 듯 한 모양이다.
“다른 방법은 없겠지?......”
그녀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내게 묻는다.
“없어요. 그리고.... 이게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어요. 더 이상 시간이 지나면 성대의 일이 어떻게 파장을 일으킬지 몰라요.”
“......”
그녀는 말없이 듣고 있었지만 내 이야기에 대부분 수긍하는 것 같았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었다. 성대와 수연의 은밀한 비즈니스 관계도 언제 그 실체가 들어나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제가 만나볼게요. 저만 믿고 기다리세요.”
어디서 나온 용기였을까. 침울해 있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사랑하는 그녀가 못난 아들 녀석 하나 때문에 속을 썩히고 있었다.
“응..... 동호만 믿을게.”
학교 선생님인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펑퍼짐한 옷차림 속에 탐스럽고 굴곡진 몸매를 가리고 있는 그녀. 마치 서양 AV에 나오는 몸매처럼 벌거벗은 그녀의 몸매는 육덕하다는 말이 잘 어울렸다.
수연이 그녀가 선생님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전혀 몰랐을 것이다. 내 물건의 움직임에 맞춰서 커다란 엉덩이를 흔들어대는 그녀였다. 내 앞에서 그녀는 눈 앞에 쾌락만을 탐하는 요부일 뿐이었다.
근데..... 학교 선생님이라는 것 외에는 전혀 정보가 없는데..... 어디서 그녀를 찾아야 하지?
은밀한 비즈니스의 특성상 서로에 대한 어떤 정보도 확인할 수 없었다. 수연을 통해 예약을 했기에 수연에게 그녀의 정보를 물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저 번호좀.....”
아. 번호!
순간 그녀가 방을 퇴실하기 전 내 번호를 따갔던 생각이 났다. 물론 그 후로 단 한번도 연락이 온 적 없었기에 아직 그녀의 번호는 모르는 상황이었다.
나는 서둘러 카톡을 접속해 ‘나를 추가한 친구’ 목록을 검색해본다. 나는 저장을 안했지만 나를 저장한 사람들의 프로필이 뜬다. 나는 긴장된 마음으로 천천히 스크로를 내려 본다.
제발.... 제발 있어야 한다.....
어?
있었다.
프로필 사진에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 분명 나와의 섹스를 나눈 그녀였다. 그녀의 이름은 ‘서미경’ 이었다.
그녀의 프로필 사진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찍은 사진이었다. 아무래도 그녀가 담임으로 맡고 있는 아이들과 찍은 사진으로 보였다. 내 앞에서 하얀 엉덩이를 뒤로 빼고 내 물건에 신음하던 그녀와는 딴판이었다.
나는 천천히 그녀의 프로필을 옆으로 넘겨 본다.
그녀의 사진 대부분은 학교에서 찍은 사진들이었다. 펑퍼짐한 슬랙스에 블라우스를 입은 그녀,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치마를 입고 교편을 잡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영락없는 정숙한 유부녀였다.
“어?”
순간 눈길을 끄는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그녀의 옆에 한 남자와 한 아이가 서 있었다.
그녀의 남편과 아들..... 그들을 두고 나와의 섹스를 나눈 그녀의 사정이 궁금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후우......”
혹시나 지금 나의 이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몰랐기에 내심 긴장이 된다. 잘은 모르지만 고객에게 직접 문자를 보내거나 연락을 하는 것이 수연에게 걸린다면 나는 이미 죽은 목숨일 것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프로필을 누르고 대화를 신청한다.
[안녕하세요.]
카톡
곧 바로 카톡음이 울렸다. 서미경이었다.
[누구세요?]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지.....
혹시나 이 문자를 누군가 보게 될 수도 있다. 최대한 직접적인 단어는 피해야 했다.
[저 기억 하시나요? 별 다섯 개.....]
나는 최대한 머리를 굴려 그녀와 나만 알아먹을 수 있는 은어를 보냈다. 별 다섯 개..... 그녀가 매긴 나의 평점이었다.
이후 한 동안 그녀에게 대답이 없었다. 나는 카톡 대화창을 켜 그녀가 나의 카톡을 읽었는지 확인해 본다.
1이 없어져 있었다. 그렇다면 분명 그녀도 내가 누구인지를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를 피하는 건가.....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내 계획상으로는 이렇게 그녀가 연락을 피할 경우에 대한 대비책은 없었다. 그녀를 더욱 독촉하고 채근한다면 혹시나 나를 신고하거나 수연의 귀에 나의 연락이 들어갈지도 모른다.
불안한 마음으로 그녀의 연락을 기다리던 그때.
위잉위잉 위잉위잉
나의 핸드폰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모르는 번호였다.
“여보세요.....”
괜히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
전화를 받은 상대방은 아무말도 없었다. 주위에는 고요한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누구세요?”
“.......”
순간 이 전화의 주인공이 내가 기다리는 그녀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녀가 맞다면 정말 나인지를 확인 할려고 전화하는 것일까. 일단 저질러보자.
“저기..... 맞죠? 저 기억하시겠어요? 갑작스럽게 연락드려 죄송하지만.... 제가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 부탁이 있습니다. 맞다면 꼭 대답해주세요.”
“.......”
그녀는 대답이 없었다. 직감 상으로는 분명 그녀가 맞는 것 같았다.
“제발요...... 이상하거나 무리한 부탁이 아니에요. 한 가정을 살릴 수도 있는 문제에요.”
“......어”
순간 수화기에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가정을 살릴 수 있다는 말에 반응한 것일까. 고민하듯 숨소리를 내뱉는 그녀였다.
“무슨.... 일이에요?”
그녀였다. 우아하고 기품 있는 목소리. 단아하고 정숙한 표정의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 맞군요.”
“이렇게 연락하면 어떻게 해요?”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빠르게 말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장시간의 통화는 그녀 역시 불편할 것이었다.
“그쪽의 도움이 필요해요. 한 가정이 위험에 처해있는데 당신만이 도울 수 있어요.”
“네? 도대체 무슨 말이에요?”
“전화로 설명하기는 좀 그래요.... 잠시 만날 수 있을까요?”
“만나다뇨. 우리가 만날 사이인가요?”
그녀의 말투가 훈계하듯이 바뀌었다. 뜨거운 신음을 내뱉던 그녀였는데 일상에서의 모습은 영락없는 선생님이었다.
“제발. 저도 이렇게 부탁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10분만 아니 5분만 시간을 내어 주세요.”
이렇게 된 거 그녀에게 애원이라도 해야 했다. 그녀만이 수연의 몰래 성대를 빼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5분이요?”
“네. 5분만요. 제가 약속 장소는 알려 드릴게요.”
“아니에요. 5분이라도..... 다른 사람 눈에 띄면 안돼요. 약속 장소는 그때 거기로”
“네?”
“저번에 만났던 그때 그 모텔에서 만나요.”
그녀의 목소리는 당돌했다. 그리고 그녀의 전화가 끊켰다.
어찌되었든 그녀와의 약속을 잡는 것 에는 성공이었다.
근데 약속 장소가 모텔이라니.....
순간 그녀의 하얗고 육덕진 허벅지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안으로 파고드는 나의 성난 물건.
“휴우.....”
머릿속 어딘가에서 왠지 모를 찝찝함과 불안감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