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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엄마랑 친구 먹기-45화 (45/201)

〈 45화 〉 그녀의 스위트홈 (6)

* * *

둘이 잤냐고?

허수연이 저게 미친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와 그녀 앞에서 둘이 잤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을 수 있는가.

하지만 수연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얼굴에 미소를 띄고 있었다. 마치 그녀와 나의 관계를 모두 알고 있다는 듯 여유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뭐... 뭐라고?”

반면 나의 사랑하는 그녀는 지금 상황이 꽤나 당황스러운 것 같았다. 옆에 앉아 있는 그녀의 몸이 바들거리며 떨리는 것이 전해진다.

자신의 아들 친구에게 그것도 면전에서 나와의 불륜 관계를 의심 받는 것이 썩 익숙한 상황은 아닐 것이다.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거 저도 알고 있어요.”

“무... 무슨 말이니! 그게 아줌마 앞에서 할 말이야?”

당돌한 수연의 말에 그녀도 발끈한다. 성대의 비행을 막기 위해 그녀를 불러들였지만 이제 대화의 주제는 나와 그녀의 관계에 더욱 집중되고 있는 듯 했다.

그녀에게 나와의 관계를 들키지 않는 것은 중요하다. 만약 우리의 관계를 성대와 성대 아저씨가 알게 된다면...... 생각만해도 그 후폭풍은 어마어마 할 것이다.

“다 알고 있으니 거짓말 마세요. 증거도 있으니까.”

수연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단어가 나왔다.

증거? 증거라고? 그건 나도 모르는 이야기인데. 수연에게 우리 둘의 관계를 증명할 무슨 증거가 있단 말이지?

“......어쨋든 아니야. 너가 생각하는 거. 그런거 일절 없었어.”

그녀가 잠시 말을 멈추더니 수연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했다. 나와의 관계를 자신의 입으로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풉. 그래요?”

도도한 수연의 얼굴에 완연히 미소가 자리 잡았다. 그녀가 웃을 때는 꼭 불안감이 엄습한다. 누군가를 비웃거나, 자신의 계획이 정확히 맞을 때. 수연의 표정은 그럴때만 변화가 일어났다.

“그럼 이거는 뭐죠?”

수연이 주머니에서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내밀었다. 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핸드폰에는 동영상 하나가 플레이되어 있었다.

여러 방들이 모여 있는 곳을 찍은 CCTV 화면이었다.

아... 모텔... CCTV였어?

몇 초가 지나자 방 하나의 문이 열리고 한 남녀가 빠르게 방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얼굴이 정확히 찍힌 CCTV에는 나와 그녀. 둘의 얼굴이 정확히 담겨 있었다.

방금 머리를 감은 듯 물기가 잔뜩 묻어 있는 그녀의 헤어가 유독 눈에 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 둘의 관계를 분명 연인으로 추측할 것이다. 우리 둘의 퇴장은 연인처럼 자연스러웠다.

“이래도요?”

수연은 영상을 마치고 천천히 나와 그녀를 번갈아 쳐다본다. 순간 흠 잡을데 없는 수연의 얼굴이 사악한 악마처럼 보인다.

“이... 이거는... 그때 성대랑 너를 미행하려고 옆 방에 있었던 거야....”

“후... 누가 그렇게 믿을까요?”

“뭐?”

“여기 찍힌 영상을 보고 누가 그렇게 믿겠어요. 미행을 하는데 머리는 왜 젖어있죠?”

“그... 그건....”

“뭐 그건 그렇고 왜 지금 동호가 이 시간에 이 방에 있죠?”

“뭐...?”

수연은 하나도 긴장한 내색이 없었다. 성대 엄마의 말을 적재적소에 끊어내며 오히려 몰아붙이고 있었다.

수연은 무시무시한 말을 내뱉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것인가. 수연은 지금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의 불륜사실을 알고 있다고 얘기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증거까지 들이대면서...

내 옆에 있는 그녀의 손이 바들거리며 떨리고 있다. 원체도 하얀 그녀의 얼굴이 더욱 창백해져 이제 홍조 따위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이대로 허수연의 만행을 들어줄 필요는 없었다.

“야. 허수연. 그만해.”

“넌 찌그러져 있어. 뒤지기 싫으면.”

웃고 있던 수연이 눈을 부라리며 내게 말했다. 그 기세가 대단하다. 수연은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 위인 그녀의 앞에서도 절대 주눅들지 않는다. 상처 입은 먹잇감을 바라보는 하이에나의 눈빛... 저 아름다운 얼굴과는 확실히 대비되는 행동이었다.

이 후 몇 분간의 고요한 정적이 찾아왔다.

그녀는 머리가 아픈 듯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고 있었다. 하얀 티셔츠 위에 그대로 드러나는 그녀의 분홍빛 젖꼭지의 윤곽이 눈에 띈다.

이미 수연은 그녀의 옷을 보고 직감했을 것이다. 방금 전까지 아들 친구인 나와 뒹구는 그녀의 모습을 상상하며 확신 했을 것이다.

“그래서... 원하는 것이 뭐야?”

한 동안의 정적이 이어지고 그녀의 입이 겨우 벌어졌다. 단아한 그녀의 하얀 얼굴에는 핏기가 하나도 없어 보였다.

“휴. 이제야 대화가 되겠네요. 그쵸?”

수연은 다시 도도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대답하고 있었다.

저... 저.. 싸가지 없는... 도도한 표정 봐라.

“일단 성대와 제가 하는 일에 더 이상 방해하지 말아주세요.”

“뭐라고?”

그녀의 언성이 높아졌다. 자신의 아들 얘기라면 민감하게 반응하는 그녀 앞에서 수연은 발작 버튼을 누른 것이나 다름 없었다.

“성대랑 저 꽤나 오랫동안 이 일을 잘 해왔어요. 그니까 더 이상 저희한테 관심 쏟지 말아달라구요.”

“그 일이라는 것이 불법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인데... 어떻게 모른척 하니?”

“음... 불법적일 수 있지만 다 큰 성인인걸요. 무엇보다 필요한 사람이 있으니 공급도 있는 법이겠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수연아 그건 아니란다.”

“그럼 저도 동호와 아줌마의 관계를 알릴 수 밖에 없어요.”

“뭐...?”

수연은 또박또박 자신의 생각을 그녀에게 전달했다. 아니 전달이라기보다는 협박에 가까웠다.

자신이 무슨 패를 쥐고 있는지 수연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 패는 그녀도, 나도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금단의 패였다. 그 패가 오픈된다면 우리 모두 파멸의 길로 갈 뿐이었다.

“저희 일에 관심 떼는 것이 제 첫번째 요구 사항이에요.”

“첫번째라구?”

“네. 하나가 더 있어요. 먼저 약속부터 하시구요.”

“.....”

자신의 비즈니스에서 관심을 떼라는 수연의 요구사항에 그녀는 대답이 없었다. 자신의 아들이 모르는 여자와 섹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니. 그 어떤 엄마라도 그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수연은 성대의 여자친구이자 학교 친구 였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포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고민 해볼게......”

그녀가 어렵사리 입을 떼었다. 고민해본다고 했지만 사실상 그것은 수락이나 마찬가지 였다. 만약 그녀가 거절을 한다면 수연은 당장에라도 성대 아빠와 성대에게 우리의 관계를 폭로하고 말 것이다. 수연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아이였다.

“알겠어요. 고민할 시간을 드릴게요. 그리고 두 번째는....”

수연은 잠시 뜸을 들였다.

“두번째는 뭔데....?”

“동호랑 적당히 하세요.”

“뭐?”

그녀와 나는 동시에 놀라 소리쳤다.

“동호랑 관계 맺는 것을 적당히 하시라구요.”

“그게 무슨 말이니....?”

“동호 컨디션 관리를 해야 하니까요. 선수 관리 차원에서. 더 이상의 이유는 묻지 마시구요. 일주일에 한 번만 해주셨으면 해요.”

나와 그녀는 벙찐 상태로 수연을 바라보았다.

컨디션 관리라니......? 그녀는 지금 내 성관계의 횟수까지 관리할려고 하는 것인가.

선수 관리 차원이라는 말에 수연은 진심이었다. 수연은 마치 자신을 위해 뛰는 경주마를 관리하는 것처럼 그녀는 냉철하게 내 컨디션까지 관리하고자 했다.

정말... 그녀의 선수가 되어버리는 거야?

“약속해주세요. 그럼 저도 약속 지킬게요.”

수연은 다시 도도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확답을 요구했다. 수연의 말을 거절하기에는 그가 가진 패가 꽤나 효과적이었다.

“......”

그녀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바들거리며 떨리는 그녀의 손만이 지금 그녀의 기분을 대변해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럼 대답은 들은걸로 할게요.”

한 동안 그녀가 대답이 없자 수연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없었다.

“동호. 오늘처럼 내 연락 안 받으면 그땐 진짜 죽을 줄 알아. 알겠어?”

“뭐....?”

“대답.”

“.....알겠어.”

그녀의 서슬퍼런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만약 그녀가 원하는 답을 주지 않는다면 그녀는 직성이 풀릴 때까지 나를 괴롭힐 것이다. 지금 당장에 수연이 쥐고 있는 패가 강했기에 절대 그녀의 심기를 거스르면 안되었다.

­ 철컥

그녀가 도도한 발걸음으로 떠나자 그녀와 나만이 고요한 거실에 남겨졌다.

“이젠.... 어떻게 하죠?”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울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그녀의 하얀 목선을 따라 천천히 그녀를 품에 안았다.

“놔줘......”

그녀의 입에서 차디찬 말이 나왔다. 그녀는 울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분노에 찬 그녀의 목소리가 나를 당황하게 했다.

“네....?”

“수연이라는 아이 말로는 안 되는 아이구나.”

그녀의 커다란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일단은...... 수연의 말대로 기다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화가 난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지금 당장 무슨 행동을 하기보다는 천천히 상황을 주시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것이다.

“아니...... 가만히 두면 안되겠어.”

“네....?”

“수연이 말을 안듣는다면 직접 성대를 되찾아 와야겠어.”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하얗게 질려 있던 그녀의 얼굴에 다시 붉은 빛 홍조가 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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