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화 〉 그녀의 스위트홈 (5)
* * *
그녀의 음부에 묻어 있는 나의 정액들이 채 마르기도 전에 불청객이 그녀의 문을 두드렸다.
헐떡이며 섹스의 여운을 즐기고 있던 나와 그녀는 초인종 소리에 얼어붙었다. 이미 자정을 넘은 시간 그녀의 집을 두드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그랬다.
“누... 누구에요?”
나는 놀란 눈을 뜨고 그녀의 커다란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아직 벌건 홍조를 띄고 있는 그녀도 역시나 영문을 모르는 기색이었다.
“이 시간에 올 사람이 있어요?”
“아니... 지금 시간에 올 사람이 없는데...”
초인종을 누르는 것을 보니 성대 아저씨나 성대는 아니었다. 그들이라면 굳이 초인종을 누를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한참을 멍하니 상황을 파악하던 그녀는 몸을 일으켜 천천히 옷을 걸쳐 입었다. 하얀 피부의 풍만한 유방이 흔들리며 내 품을 벗어났다.
그녀는 서둘러 잠옷으로 입는 하얀 티셔츠와 돌핀 팬츠를 입고는 거실로 나갔다.
그녀와 나 단 둘만의 시간을 방해하는 사람이 원망스러웠다. 최소 한 번 이상은 그녀와 뜨거운 밤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후우.....”
큰 숨을 한번 들이쉬고 나 역시 혹시 모르는 방문에 맞서 입고 왔던 옷을 빠르게 입었다.
혹시... 그녀의 친척이거나 지인이면 어떻게 하지? 이 방으로 들어온다면?
나는 여차하면 침대 밑으로 숨거나 창문으로라도 뛰어내릴 생각을 했다. 그녀와 이 시간에 단 둘이 있는 것이 포착된다면... 아무리 좋게 보더라도 뒷말이 나올 것임은 뻔했다.
“누구세요?”
거실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헝클어진 머리를 푼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현관문 너머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에 비해 어려보이는 목소리는 덤덤하게 그녀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이 밤에... 도대체 누구야?
“누구시죠?”
그녀 역시 지금 문 앞에 서 있는 여자의 정체를 모르는 것 같았다. 그녀가 모르는 누군가라면 집을 잘못 찾아온 것인가.
“혹시... 동호 있어요?”
“네?”
뭐라고? 동호라니. 동호는 나잖아?
자정에 찾아온 불청객으로부터 내 이름이 들렸다. 거기다 우리 집도 아니고 내가 사랑하는 그녀의 집에서 나를 찾고 있었다. 나는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손에서 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천천히 거실로 걸어 나가 떨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 역시 눈동자가 더욱 커지며 지금 이 상황이 무엇인지 나에게 묻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이쁜 얼굴로 쳐다보다니...나도 무슨 상황인지 모른다구요...
“누구..신데요?”
그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동호 친구 허수연이라고 합니다.”
뭐라고? 허수연이라고!?
어쩐지 목소리가 익숙했다. 무덤덤하고 도도한 그녀의 목소리. 나의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같은 반 친구(?)인 허수연이었다. 그녀는 간도 크게 성대의 집까지 찾아온 것이다.
근데 내가 여기있는 것을 어떻게 알았지?
“동호요...?”
그녀도 당황한 듯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네. 동호가 연락이 안되서요. 혹시나 성대랑 같이 있나 해서요.”
순간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핸드폰이 생각났다. 얼른 핸드폰 액정을 키자 부재중 전화와 카톡이 수십통 쌓여 있었다. 그녀는 무슨 일인지 이 밤에 나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이 집까지 찾아오다니... 대담한 년.
“아... 수연이구나. 동호가 여기 있기는 한데... 무슨 일이에요?”
그녀는 난처한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수연 역시 아들의 친구였지만 정확히는 남이었다. 성대가 없는 이 집, 이 시각에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은 그녀도 알리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잠깐 들어가도 될까요?”
수연은 대담하게 그녀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거냐구!? 여기까지 와서 어떻게 하겠다는거야?
“잠깐만요...”
그녀는 수연의 요구를 듣고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문을 열어주었다.
그녀 역시 성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연을 만나려던 참이었다. 수연과 만나는 시간이 단지 조금 앞당겨 졌을 뿐. 그녀 역시 지금의 상황이 나쁘지는 않았을 것이다.
철컥
문이 열리고 눈 앞에 수연이 서 있었다. 그녀가 문을 열어주자 성큼성큼 집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어... 그래...”
말로는 미안하다고 했지만 수연은 전혀 미안한 표정이 아니었다. 특유의 도도하고 담담한 표정으로 그녀와 마주섰다. 수연은 딱 붙는 검정색 반팔티에 연청 스키니진을 입고 있었다. 쭉뻗은 그녀의 다리에 착 감기는 스키니진은 그녀의 섹시한 몸매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었다.
“동호는요..?”
“어. 나 여기 있는데 무슨 일이야?”
나 역시 굳이 그녀를 피할 생각은 없었다. 이미 그녀와 나의 관계는 수연도 알고 있는 상황이다.
“풉... 진짜 있엇네.”
수연의 도도한 얼굴에서 비웃음이 지어졌다.
“왜 연락을 안받아?”
“아... 뭐 좀 하느라고...”
“뭐 했는데?”
“그건... 너가 몰라도 되잖아...”
그녀의 날카로운 질문에 나도 꽤나 당황하고 있었다. 분명히 수연은 나와 그녀의 관계를 알면서도 물어보는 것이었다. 상대를 더욱 곤란하게 하는 방법을 그녀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여우 같은 년.
“저... 무슨 일이니 이 밤에?”
휴우. 다행이다. 역시 사랑하는 그녀였다. 그녀가 우리 사이에 나서서 대화를 가로막자 잠시 빠져나갈 틈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동호와 꼭 얘기할게 있었어요. 저는 수연이라고 하고 성대의 여자친구입니다.”
그녀는 또박또박 다시한번 자신을 소개 했다. 그것도 성대 엄마 앞에서 자신을 성대의 여자친구라고 당당하게 밝히고 있었다.
마치 성대의 소유권을 주장하듯 수연의 표정은 굳고 도도했다.
“아... 그러니...? 동호랑 할 말이 있었구나. 그래도 지금 이 시간에 문을 두드리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은데?”
사랑하는 그녀의 표정 역시 굳고 있었다. 아직 발그레한 얼굴의 그녀의 표정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녀의 말에는 뼈가 있었다.
왠지... 끼어서는 안될 싸움의 낀 것 같은데?
나는 두 여자 사이에 끼어 어찌할바를 모르고 있었다.
“아 죄송해요. 근데 어머니도 저를 뵙자고 말씀하셨다고 들었어요. 동호한테요.”
저 치사한 년. 감히 나를 또 끼워 넣다니.
수연은 말을 마치고 내게 동의를 구하듯 고개짓을 했다.
아무리 만나자고 했어도 지금 이 시간. 이 곳은 아니었단 말야!
나는 당장 수연을 붙잡고 자리를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두 여자의 기싸움에 눌린 나는 오도가도 못하고 입술만 깨물고 있는 신세였다.
“음... 그래. 내가 한 번 보자고 했는데... 이왕 말 나온거 잘 됐다. 잠깐 여기 앉아 볼래?”
그녀는 거실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나는 그녀 옆에 수연은 그녀의 맞은 편에 앉았다.
좀 전까지 나와 그녀의 섹스 소리로 뜨거웠던 방 안의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고 있었다.
“성대 여자친구라고?”
그녀가 먼저 말을 꺼냈다. 단아한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흐르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냉정했다.
“네. 성대랑 잘 만나고 있습니다.”
수연의 목소리도 차분했다.
“음...”
그녀가 뜸을 들이고 있었다. 밤 늦게 찾아온 불청객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자신은 성대의 엄마였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성대를 온전하게 일상으로 되돌리는 것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자신이 할 말을 정리하는 것 같았다.
“성대가 요즘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너무 늦던데... 혹시 아는 것이 있니?”
“아니요. 성대랑은 보통 주말에 만나 데이트를 하고 있어서요.”
수연은 짐짓 모른채하고 있었다. 수연은 분명 나와 그녀가 성대와의 은밀한 비즈니스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모른채를 하지?
“나한테는 솔직하게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녀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수연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수연이 모를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주도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후우... 무슨 말씀하시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수연은 다시 한번 침착하게 그녀의 물음을 넘겼다.
“그럼 아줌마가 솔직하게 먼저 말할게.”
네? 솔직하게요?
그녀는 한 숨을 쉬더니 수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아줌마가 성대랑 너가 모텔방에 들어가는 것을 봤어.”
“근데요?”
“그리고 어떤 여자가 그 방에 들어오는 것도 봤고.”
오 마이 갓...
그녀는 솔직해도 너무 솔직했다. 그녀는 마치 수연을 훈계하려는 듯 더욱 몰아붙였다.
“아... 다 보셨구나.”
“응. 그게 학생으로서 할 일이니? 대답해봐.”
그녀의 목소리가 더욱 상기되고 있었다. 자신의 아들을 구렁텅이로 밀어넣은 수연에 대한 분노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니? 성대가 얼마나 착한 아이인데. 그 아이를 붙잡고 그런 나쁜 짓을 시키다니......”
그녀는 화가 난 듯 말을 하다가 멈추었다를 반복했다. 그녀의 커다란 눈에 분노가 타오르는 것 같았다.
“......말씀 다 하셨어요?”
묵묵히 듣고 있던 수연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답변이 나왔다.
수연아... 잘못했다고 싹싹빌고 끝내자...
나는 얼른 이 불편한 상황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녀와의 관계가 틀어지지 않는 것.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성대야 어떻게되든 상관 없었다.
하지만 그 뒤에 나온 수연의 말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휴. 알고 계시다니 어쩔 수 없네요. 근데 저도 동호랑 아줌마 관계 알고 있는데.”
“뭐?...”
“동호랑 아줌마요. 지금 이 시간에 뭐하고 있던 거죠?”
“그... 그건...”
“둘이 잤죠?”
“뭐?”
무표정하던 수연의 얼굴의 입꼬리가 경련하며 강렬하게 미소가 지어졌다.
내 옆에 앉은 그녀의 하얀 허벅지가 놀란 듯 바들거리며 떨리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