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 그녀의 은밀한 제안 (4)
* * *
102호.
그녀의 집 앞에선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자신의 집을 제외하고 누군가의 집을 들어가 본 것이 얼마만인가. 학교에서도 집을 방문할 정도로 친한 친구는 나에게 없었다.
집을 방문할 수 있는 사이라...
이 정도면 그녀와 나는 분명히 친구의 범주 안에 속하는 것 아닌가?
띵동
나는 서슴없이 벨을 눌렀다. 안에서는 별다른 응답이 없었다.
뭐야, 불러놓고.
나는 그녀가 내려가며 한 말이 떠올랐다.
“아줌마, 씻고 있을게.”
설마 아직도 씻고 있는건가.
시계를 보니 약속시간이 지나있었다.
철컥
그 순간 그녀의 집 문이 열렸다.
“헉...”
현관문 앞에는 그녀가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칭칭감고 서 있었다. 그녀는 나풀거리는 하늘색 끈나시와 돌핀팬츠를 입고 있었다. 한 손에는 그녀가 입었던 레깅스와 옷 뭉치를 가지고 있었다.
“오래 기다렸지? 아줌마가 씻고 있느라고...”
이런 걸 백옥 같다고 하나. 나이를 가늠 할 수 없는 그녀의 잡티 없는 얼굴이 선명히 드러났다.
“저 때문에 빨리 나오신거에요?”
“아니, 다 씼었었어~ 생각보다 땀을 많이 흘렸더라구.”
그녀는 머리에 말린 수건을 풀기 위해 손을 들어올렸다. 순간 내 시선에 그녀의 매끄러운 겨드랑이가 눈을 사로잡았다. 언제 봐도 달긋한 향내가 날 것 같은 그녀의 겨드랑이에 당장이라도 코를 박고 싶었다.
“들어올래?”
나의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그녀가 빠르게 나를 집 안으로 안내했다. 그녀는 들고 있던 옷가지를 화장실 옆 빨래통에 던져 넣었다.
던져지는 빨랫감 안에서 순간 그녀의 팬티가 보였다. 레깅스 달린 까만 실크 팬티가 빨래통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땀 냄새가 그대로 베겨져 있는 팬티라니, 촉촉하게 젖어 있는 팬티를 만져보고 싶었다. 순간 나의 좆대가 울컥 커지는 것이 느껴졌다. 저거 너무 가지고 싶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드디어 그녀의 집에 입성했다. 그녀가 살고 있는 이 곳에 입장할 수 있다니. 그녀와 더욱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집 안은 깨끗하고 차분했다. 그녀의 집 역시 우리집과 같은 평수이기에 집 구조는 훤했다. 다만 그녀의 손길이 구석구석 미쳐있었기에 그 공간이 빛이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아늑한 분위기를 풍기는 거실에는 베이지색 소파와 우드 테이블, 하얀 톤의 벽에는 소품샵에서 볼 법한 힙한 그림들이 놓여 있었다.
절대 그녀의 남편인 대머리 아저씨와 성대 녀석의 취향일리 없었다. 그녀의 취향이 오롯이 담긴 공간일터이다.
“집이 너무 예뻐요.”
“어머, 정말이니?”
내 눈동자에 싱그러운 그녀의 눈웃음이 정면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취향과 관심을 칭찬해주는 것. 그것만큼 그녀의 호감을 사로잡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네, 당장 카페 차리셔도 되겠는데요?”
“호호. 동호가 능청스럽네?”
그녀는 기분이 좋아진 듯 부엌으로 향했다.
“잠시 소파에서 쉬고 있으렴, 금방 동호 밥부터 해줄게.”
“천천히 하셔도 되요.”
나는 소파에 앉아 그녀의 아기자기한 주방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 자신의 집에서 반라의 상태로 요가를 가르쳐주던 요염한 그녀와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주방에서의 그녀는 한 아이의 엄마이자 가정의 주부였다. 그녀는 요리에 집중하며 능숙하게 반찬을 손질하고, 국을 올렸다. 그런 이중적인 모습이 그녀를 더욱 섹시하게 만드는 것일까.
주방에서 재료를 손질하는 그녀의 뒷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돌핀 팬츠 위로 볼륨감 있게 자리 잡은 엉덩이가 그녀가 몸을 움직일때마다 조금씩 출렁였다. 그 아래로 탄탄한 허벅지와 매끈한 종아리가 이어졌다.
한마디로 감탄 나오는 몸매였다. 레깅스를 벗고 맨살이 드러난 그녀의 다리가 내 물건을 더욱 꼴리게 만들었다.
저 하늘색 나시는 나와 계곡에 갔을 때 입었던 옷이었다. 기억 속에서 계곡 물에 젖어 윤곽이 잡히던 그녀의 젖가슴 라인이 떠올랐다. 저 끈나시 안으로 숨겨져 있을 탐스러운 유방을 상상하며 나는 시선으로 그녀의 몸을 더듬고 있었다.
“대충 된 것 같은데? 동호야 밥먹자.”
그녀는 순식간에 따끈한 밥과 찌개를 내놓았다. 그녀의 손길이 담긴 나물과 반찬들이 절로 식욕을 자극했다.
“와~ 아주머니, 정말 맛있어보여요.”
“민망하네. 차린게 많이 없어서.....”
“에이 무슨 말씀을요. 이 정도면 생일인 줄 알겠네요.”
“그래? 그럼 맛있게 먹으렴.”
그녀와 나는 테이블에 마주 앉아서 식사를 시작했다. 그녀가 차린 음식의 맛도 기가 막혔지만 나는 그녀와 둘이 앉아 밥을 먹는 이 상황이 감격스러웠다.
그녀와 매일 단 둘이 밥을 먹을 수 있다면. 같이 잠들고 같이 일어나 그녀가 차려주는 아침밥을 먹는 나의 모습을 생각하니 절로 흐뭇한 표정이 지어졌다.
“맛은 있니?”
내 입꼬리가 올라가자 그녀가 물었다.
“그럼요! 먹자마자 막 웃음이 나는데요. 식당 차리셔도 되겠어요.”
나는 과장된 제스쳐를 취하며 그녀를 기분 좋게 해줄 참이었다.
“다행이다 얘. 동호가 아줌마를 붕붕 잘 띄우네.”
제가 잘 띄워드릴 수 있어요. 아주머니, 제가 다른 걸로도 기분 좋게 해줄 수 있어요.
“그건 그렇고..... 성대에 관한 중요한 이야기가 뭘까?”
드디어 그녀의 본론이 나왔다.
“음..... 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겠어요.”
“괜찮아, 우리 둘만 알고 있을거야. 동호는 나랑 믿고 의지하는 사이잖아. 그치?”
“음.....”
믿고 의지하는 사이라니. 그녀의 말에 괜히 어깨가 우쭐해졌다.
내가 뜸을 들이자 그녀의 초롱초롱한 눈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 조금만 버티면 내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을 것 같았다.
“말해줄 수 있겠니?”
“확실하지는 않은데... 성대가 나쁜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것 같아요.”
“어머.”
그녀는 진심으로 놀란 것 같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말이니?”
“네, 아무래도 성대 친구랑 몰려다니는 친구들이 학교 애들도 괴롭히고, 돈도 뺏고 그러는 것 같아요.”
“어머.... 우리 착한 성대도 그래?”
우리 착한?
아주머니, 성대가 그 아이들의 대장이에요. 나는 솔직하게 한 마디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그녀가 받을 충격을 고려해 한 발 물러나기로 했다.
“혹시 우리 성대가 괴롭힘 당하는거 아냐? 그래서 돈을 그렇게 가져갔나... 그럼 어떻게하면 좋을까?”
그녀는 심각한 표정이 되어 물었다.
“글쎄요, 괴롭힘 당하는 것처럼은 안보였어요. 아마...친구들과의 관계를 끊거나 해야겠지요.”
“어머... 어떡하니... 우리 성대.”
순간 머릿속에 기가 막힌 생각이 떠올랐다.
“방법이 하나 있긴한데.....”
“뭔데?”
“사실 학교 끝나고 성대가 가장 먼저 사라져요. 끝나고 무엇을 할지 모르니까.....”
“가장 먼저 사라진다고? 근데 왜 아직도 안들어온거지.....”
그녀의 얼굴이 점점 빨개지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를 가서 안아주고 싶었다.
“그래서 말인데......”
나는 뜸을 들였다.
“저와 성대를 미행해보지 않으시겠어요?”
“미행? 성대를?”
“네, 학교 끝나고 저랑 아주머니랑 성대가 어디가는지를 따라가보면 어떨까요?”
그녀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표정이 밝아졌다.
“음... 좋은 생각인 것 같아. 아무래도 나 혼자 가는 것보다는 낫겠지. 근데 동호도 같이 가주려고?”
“그럼요. 아주머니 부탁인데 가야죠.”
나는 아무 의도 없다는 듯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녀는 내 미소 안에 담긴 의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럼 아줌마야 너무 든든하지~.”
“그럼 혹시 아주머니 차로 가는 건 어때요?”
“아줌마 차로?”
“네, 그래야 더 안전하게 미행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고민에 빠지는 듯 했다. 그녀의 어깨에서 끈나시 한 쪽이 흘러내려 왼쪽 겨드랑이와 젖가슴이 살짝 보였다. 그녀는 그것도 모르는 듯 했다.
“성대가 알아보지 않을까?.....”
“천천히 따라가면 되죠.”
“음... 그러자! 아줌마가 운전해볼게.”
사실 그녀의 차를 타고자 하는 목적은 따로 있었다. 매일 집에만 있는 그녀를 데리고 나가 차로 드라이브를 함께 하고 싶었다. 단 둘만 있는 공간에서 그녀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더 깊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저렇게 여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니. 성대 이야기만 나오면 한없이 약해지는 그녀에게 나는 더욱 질투가 났다. 그녀가 성대가 아닌 나에게 마음을 쏟아주면 어떨까. 이런 사실도 모르는 성대 녀석이 괜히 미워졌다.
“좋아요, 내일 카톡으로 연락 드릴게요. 이만 올라가 보겠습니다.”
“그럴래? 마침 성대 아빠도 올 시간이네.”
나를 따라 식탁에서 일어나는 그녀의 끈나시가 조금 더 흘러내렸다. 그녀의 쇄골까지 매끈한 피부가 그대로 드러났다.
고것 참..... 떠날 수 없게 만드네. 나는 그녀의 가슴골을 훔쳐보며 올라가서 그녀를 생각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띠리링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내 시간을 방해하는 성대 아빠가 탐탁치 않았지만 공손하게 인사를 드려야지.
“너 여기서 뭐하냐?”
하. 좆됐다.....
그 곳에는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성대 녀석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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