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 36. 여기사도 빼먹을 수 없지.
* * *
“어이. 여기사.”
“네. 하늘님?”
어제의 뜨거웠던 밤을 지낸 후.
아침으로 따뜻한 스프를 떠먹으며 나는 여기사를 불렀다.
“너.. 이름은 뭐야?”
“이름이요?”
“그래. 계속 여기사라고 부르긴 그렇잖아.”
생각해보니 어제 만났을때부터 계속해서 여기사를 여기사라고 부르고 있었다.
왜인진 모르겠지만, 그냥 입에 착 달라붙으니 위화감도 없어서 이름도 물어보지 않았었다.
그렇다고 이제 파티에 들어올 건데, 굳이 여기사라는 호칭은 조금..
그런 생각에 나는 여기사의 이름을 물어보았다.
“암퇘지요.”
“맞고싶냐?”
“네!!”
“......”
맞고싶냐는 나의 질문에 힘차게 대답하는 여기사...
이렇게 물으면 안 됐던 건가..
“암퇘지가 싫으시면, 이 마조녀나 공중변소! 같은 건 어때요?”
“또 절정 직전 상태로 한 4시간은 있고 싶나 보지?”
“히잇!! 아, 아니에요! 아니에요! 제대로 말할 테니까 그런 짓은 하지 말아주세요!!”
계속해서 쓸데없는 말을 하는 여기사에게 어제 했던 절정 직전 고문을 말하자, 드디어 고분고분 해졌다.
그렇다고 아침부터 바닥에 누워서 내 바짓가랑이를 잡지는 말라고..
사람들이 뭔 일인가 싶어서 쳐다보잖아!
“제.. 제 이름은...”
“이름은?”
“카레나에요. 마조레나든 변소레나든 어떤 것이든 좋으니 좋을대로 불러주세요.”
“그냥 카레나라고 부를건데.”
“카레나.... 푸흡..!”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는 카레나에게 반박하자, 갑자기 케이트가 웃음이 터졌다.
뭔가 이상한 거라도 있나?
“갑자기 왜 그래? 케이트.”
“아뇨... 그냥 카레나라는 이름 뜻이 웃겨서..”
“무슨 뜻인데?”
“아... 그게.. 순수한 것이란 의미거든요.”
“순수한 것...”
케이트의 설명에 나는 카레나를 다시 바라보았다.
순수하다라...
어떤 의미로는 순수한 것이 아닐까?
정말 숨김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순수 변태. 순수 마조.
그런 의미로 생각한다면, 순수한 녀석이지..
“왜 그런 눈빛으로 보는 거죠?”
“아니, 그냥 잠시 생각 좀 하느라고. 레나.”
“히잇!!”
간단히 레나라는 호칭으로 부르자 갑자기 카레나가 화들짝 놀란다.
레나가 뭐 어때서 그래. 뭔가 또 문제가 있나?
“그, 그렇게 불리는건 조금...”
“왜 뭐가 문제라도 있어?”
“아.. 아뇨... 크게 문제될 건 없는데..”
“문제될 건 없는데?”
말을 흐리는 카레나에게 나는 다시 반문하였다.
문제 될 게 없는데 그렇게나 화들짝 놀랄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여.. 역시 남성에게 레나라고 상냥히 불리는 건 남편에게 듣고 싶달까..”
“.......”
쓸데 없는 곳에서 부끄러워 하는 녀석이었다.
확실히 순수한 녀석이긴 하네.
“그래. 그러면 내가 막 불러도 상관 없겠네.”
“네.. 네에?”
“너의 주인님이니까 거의 남편이나 마찬가지 아니냐?”
“그, 그건....”
“애시당초 너 같은 마조를 누가 데리고 가고 싶겠어? 응?”
“하읏... 그, 그렇게 신랄하게 욕을 하시다니...”
조금 매도가 심했나?
..라는 생각도 잠시 곧바로 내 매도에 흥분해버리는 레나였다.
아니, 스스로 말해놓고도 꽤 심한 매도였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좋아하네..
“그리고 내 노예인 네가 결혼을 하려면 나한테 제대로 허락을 맡아야지 안 그래?”
“그... 그래요♡”
레나에게 말하자 여전히 흥분한 상태로 내게 대답한다.
“그러니까 근야 순순히 레나라고 불려. 알겠냐.”
“아, 알겠습니다아..♡”
강압적으로 레나라고 불리라하자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레나가 고개를 끄덕인다.
쉬운 여자네...
뭐, 본인의 그 마조 성격 때문에 그런 것이긴 하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호칭 정리를 마친 채 다시 스프를 한 숟갈 떴다.
“으... 으우...”
“아이리스 너는 또 왜 울상이야.”
“저는 계속 여자에게 당하는 노리개 입장인 건가요?”
스프를 떠먹자 계속 울상인 아이리스가 내게 말하였다.
“마지막엔 내가 개입해서 잘 먹어줬잖아.”
“그런건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하지 않다니...”
지금 나와의 섹스는 별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더냐..!
역시 아이리스에게는 꽤나 조교가 부족한 것 같았다.
“왜 자꾸 저는 루나나 케이트씨에게 먹히는 역할이에요! 이상하잖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포지션이에요!”
“싫으면 너도 따먹어 버리던지.”
울컥하여 울부짖는 아이리스에게 나는 그렇게 말해주었다.
“네, 네에?!”
이런 내 태연한 답변에 아이리스가 당황하며 말한다.
“먹지 않으면 먹힌다! 양육강식 몰라?”
“양육강식이 이런 곳에서 나오나요?!”
“난 언니가 만져주는 것도 좋아!”
당황하는 아이리스에게 루나가 안기며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달라고 한다.
아이리스는 그런 루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여전히 당황한 모습이었다.
“원래 공수가 바뀌는 것도 매너리즘을 극복하기 위해선 좋은 방법이거든요.”
그런 아이리스에게 케이트 역시 미소를 지으며 내 말에 더한다.
“갑자기 그런 말을 한들....”
“정 상대가 없으면 나를 덮쳐다오!!”
“히잇!!”
내 말을 거드는 케이트의 말에 아이리스가 미묘한 반응을 보이자 레나가 흥분해 소리친다.
그래. 확실히 레나를 괴롭히는 것으로 아이리스의 그 성격도 조금 고칠 필요가 있다.
엘프x여기사의 조합이라 이것도 나쁘지 않지.
거기에 둘 모두 거유다.
그 거유와 거유가 서로 부딪히는 그 장면에는 꽤 흥미가 많은 편이다.
나쁘지 않은 장면이 나오겠어.
그런 망상을 펼치며 나는 당황하는 아이리스에게 말하였다.
“그래. 나쁘지 않은 제안이네. 아이리스. 오늘 레나 조교 담당은 너로 정했다.”
“네에?!”
“가끔은 그런 포지션도 해봐야지. 확실히 괴롭힘당하는 역할도 필요하지만, 너무 괴롭힘만 당하면 재미 없다고.”
케이트가 말한 것처럼 공수교대는 매너리즘 탈피에 필수다.
거기에 다음 여자는 또 어떤 녀석이 올지 모르니, 어떤 포지션이든 익숙해져 있을 필요가 있지.
엘프에게 당하고 싶은 여자가 나타난다면, 아이리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니까.
그런 날을 위해서라도 아이리스를 전방위 포지션으로 키워낼 필요가 있다.
루나나 케이트는 지금 어느 역할을 맡겨도 잘할 것 같으니 말이지.
물론, 루나에게 연상 포지션이나 보호자 포지션을 맡긴다면 잘할지는 모르겠지만.
뭐, 그건 그때가서 알아서 되지 않을까.
어차피 나중에 일어날 일까지는 생각하지 말자.
지금 중요한 것은 아이리스의 성격개조.
“뭐, 정 힘들 것 같으면 말해. 성격개조정도... 쉽게 시켜줄 수 있어.”
그런 말을 하며 나는 아이리스의 앞에 최면어플을 흔들어 보인다.
“그, 그런 걸로 갑자기 세뇌당하는건 하고 싶지 않아요.”
“나도 별로 사용하고 싶지 않아.”
물론 마음에도 없는 말이다.
오늘 아이리스가 레나를 조교하는게 별로면 바로 최면어플을 실행시키도록 하자.
그런 생각을 하자 아이리스는 나를 전혀 신용하지 않는 눈빛을 보내왔다.
야... 아무리 그래도 나 네 주인이다. 주인.
넌 왜 그렇게 주인인 나에게 반항을 못해서 난리냐.
아이리스의 눈빛에 괜히 심술이 난 나는 그대로 아이리스의 감도를 3배 올려주었다.
“히이잇!!”
아이리스의 감도를 올려버리자 루나의 흔들리는 꼬리에 닿자 비명을 지른다.
어때? 정신이 좀 들어?
“무, 무슨 짓을 하는 건가요!”
“아니, 네가 반항적이잖아.”
“그, 그렇다고 이런 식당에서 갑자기 감도를 올리거나 하지 말라구요!”
“반항하지 않으면 올릴 일도 없을텐데 말이야.”
“반항하면 올려주는 겁니까!”
아이리스와의 대화 중 옆에 있던 레나가 흥분한 표정으로 내게 물어온다.
“레나 너는 특수하니까 오히려 감도를 3배 내려버릴거야.”
“그런...겁니까....”
레나에게 말하자 간식을 잃은 강아지 같이 포니테일과 고개를 추욱 내린다.
뭔가 저런 모습을 보여주니 나쁘지 않게 귀엽네.
저런 모습만 보인다면 참 괜찮은 여자같은데 말이야..
뭐, 마조도 녀석의 캐릭터성이니 굳이 개조까진 하지 말자.
마조녀는 마조녀만의 매력이...
“아... 하, 하지만 감도가 내려가서 느끼지 못하는 것도 그것대로 기분 좋을지도....”
있...겠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레나의 모습에 다시 한 번 성격 개조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하지만 레나가 마조가 아니게 되면 레나에게 남는 게 없을 텐데..
일단 레나가 긍지높은 여기사는 아니다. 그러니 ‘큭.. 죽여라.’ 같은 말을 그냥 따먹어 달라고 쓰지.
레나에게 마조를 빼고 남는 것이라 해봐야 그 거유 이외에 없다.
물론 거유는 중요한 스테이터스다만..
그렇게 있어봐야 결국 아이리스의 특징과 겹치게 된다.
별로네.
뭔가 레나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살아나지 않는군. 그냥 마조로 내버려두자.
그런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다음에 성격개조를 통해 긍지 높은 여기사로 만들어볼까 고민했다.
제대로 된 ‘큭.. 죽여라.’ 역시 느껴보고 싶단 말이지.
그리고 그건 여기사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니..
다음에 비키니 아머를 얻게 되면 기억을 지우던가, 성격 개조를 해서 그 단어를 말해보게 하자.
비키니 아머를 입을 때가 기대되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식사를 마친 채 우선 레벨업과 자본을 얻기 위해 길드로 나섰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