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화 〉 18. 수인을 찾으러 떠난다.
* * *
“그럼 주인님. 폭살, 척살, 박살, 익살 뭐가 좋으세요?”
“죽이는 것까진 바라지 않았는데.”
“경험치가 될지도 모르는데요?”
“어차피 내가 마무리를 짓는것도 아니잖아.”
“하긴 그래요. 그냥 날려버리기만 할게요.”
케이트와 이야기를 나누자 케이트는 당장 눈앞의 도적떼를 바람 한 번으로 날려버렸다.
“히이잇...!!”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주변의 도적들.
그 모습에 혼자 남겨진 수인 도적은 오들오들 떨며 우리를 바라보았다.
“뭔가 우리가 악당이 된 느낌이에요.”
“뭐, 딱히 용사도 아니니까 악당이라고 상관없지 않아?”
“으음.....”
이런 내 대답에 아이리스는 미묘한 표정이었다.
뭐, 엘프는 기본적으로 온화한 성격이라고들 말하니까.
하지만 나는 어차피 용사가 될 마음보다는 마왕을 따먹은 남자가 되는 걸 원 할 뿐이다.
용사 타이틀을 따려면 마왕을 죽여야 하는거잖아.
나는 별로 마왕을 죽이고 싶은게 아니다.
“자.. 그럼 어디 그 수인의 모습을 제대로 감상해보도록 할까?”
그렇게 말하며 나는 서서히 눈앞의 수인에게 터벅터벅 걸어갔다.
“으... 으와아아악!!”
내가 점점 다가가자 비명을 지르며 바로 줄행랑을 쳐버리는 수인.
하지만 그런 수인을 놓칠 케이트가 아니다.
“뭐.. 무, 무슨...!!”
케이트가 한 번 손짓하자 금세 줄행랑을 치던 몸이 굳어버리는 수인.
그런 수인의 모습에 나는 웃음을 한 번 씨익 지었다.
그래.. 아무리 도망갈래야 도망갈 수 없을 텐데 말이지.
“못 도망가지.”
“히이익...!!”
여전히 미소를 지은채 터벅터벅 수인에게 걸어가자 몸이 묶인 수인은 겁에 질린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자. 그럼 어디 그 후드를 벗겨보도록 할까?”
일단 케이트에게 들은 것은 여우 수인이라는 말 밖에 듣지 못했다.
어떤 여우 수인이려나.
귀여운 쪽일까 섹시한 쪽일까?
개인적으론 이미 케이트와 아이리스가 있으니 귀여운 계열이면 좋을 것 같다.
종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이니까.
약간 어린 여우 수인을 기대하며 나는 당장 후드를 잡아 벗겼다.
“으읏...!”
“호오....”
“주인님 이건...”
“후와아..”
후드를 벗기자 나오는 것은 금발에 귀가 접힌 귀여운 여자아이였다.
내가 원하던 약간 여리한 타입의 귀여운 여우 수인이다!
“이거, 또 새로운 캐릭터가 나와서 긴장해야 겠는걸요.”
“귀가 겁을 먹어서 살짝 접힌게 귀여워요.”
“너... 내 동료가 되어라!”
“히잇!!”
어깨에 손을 올리며 밀짚모자 같은 이야기를 하자 수인은 바로 겁을 먹는다.
하지만 케이트의 능력으로 인해 도망갈 수 없어 그저 그 자리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다.
그래. 그렇게 떠는 모습조차 엄청 귀엽구만.
뭐, 난 기본적으로 괴롭히는걸 좋아하니까 그런 태도 자체를 조금 귀엽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만.
“흐윽... 훌쩍..”
우리가 여우 수인의 모습을 계속 바라보고 있자 수인은 겁에 이기지 못했는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케이트 너 때문에 애가 울잖아.”
“제 탓으로 모는 건가요?!”
“갑자기 멈춰 세우니까 겁을 먹은 거에요! 다 케이트 탓이에요.”
“이, 이건 주인님이 갑자기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위협을 하니까...!”
“설마 내 탓이라는거야?”
“맞아요! 주인님 탓이라는건 아니죠?”
“으읏....”
아이리스와 내가 케이트 탓으로 떠넘기자 케이트가 분한 모습을 보인다.
뭐, 솔직히 따지자면 내 잘못도 있지만 역시 책임은 남에게 떠넘기는게 제맛이다.
“아, 아이리스... 제가 주인님을 이길 순 없지만 아이리스는 계속 그렇게 있어도 괜찮은 걸까요..?”
“히잇!”
우리의 정치질에 희생당한 케이트의 분노가 아이리스를 향한다.
케이트의 그런 분노에 아이리스는 슬쩍 내 뒤로 와서 나를 바라보지만, 나는 굳이 보호해줄 생각이 없다.
까고 말해 케이트가 나 몰래 보복을 하면 난 어떻게 막을 방법이 없거든.
그런 생각에 나는 내게 눈짓하는 케이트에게 어쩌라고? 같은 표정을 지어 아이리스에게 보냈다.
그러자 나라잃은 표정을 짓는다.
나중에 둘이서 잘 해결해보시길.
그리고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너무 겁을 줬나? 진정해볼래? 사탕줄까?”
“우와....”
“뭔가 문제라도 있나? 아이리스.”
“아, 아뇨! 아무런 문제 없습니다!”
사탕줄까 물어보는 내 모습에 감탄하는 아이리스의 모습에서 난 알 수 있었다.
이 녀석.. 로리콘인가? 그런 느낌이었다.
만약 그런게 아니었어도 내가 그렇게 느꼈으니 이 녀석은 그렇게 말한 것이다.
어디 한 번 나중에 보자고 아이리스.
두고보자는 표정을 아이리스에게 슬쩍 흘리자 아이리스는 나중에 케이트와 나에 대한 보복에 절망하였다.
이 녀석.. 이 파티에 들어온 걸 엄청 후회하는 눈치였다.
이미 들어왔으니 낙장 불입이지만.
“주인님. 울음은 그렇게 그치게 하는게 아니에요.”
나의 필살기 사탕줄까에도 울음을 그치지 않는 수인의 모습에 케이트가 당당한 모습으로 우리 사이에 끼어들었다.
어디 뭐가 그리 잘났는지 한 번 보도록 할까.
“수인씨~ 지금 당장 뚝 그치지 않으면... 호랑이가 잡아먹어버릴지도 몰라요....?”
“.........”
달래는게 아니라 협박이었다.
물론 다행히 그 협박이 먹혀들었는지 수인의 눈물이 뚝 멈추긴 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우, 울고 있는 사람에게 협박인가요.”
내 이런 속마음을 아이리스가 대신 말해주었다.
“원래 우는 아이에겐 매나 협박이 즉효랍니다~”
“..........”
“..........”
케이트의 말에 우리 모두 말이 맺지 못했다.
확실히 눈앞의 모습을 보면 즉효이긴 한데..
울고 있는데 그런건 너무하다.
“자. 무섭지. 저런 무서운 여자는 내버려두고 이 오빠의 사탕이나 먹자.”
“저를 희생해서 수인씨의 호감도를 올릴 셈인가요!”
“자업자득이다.”
반발하는 케이트를 뒤로 한 채 나는 손에 들고 있는 사탕을 까서 수인에게 건네주었다.
다행히 수인은 여전히 겁을 먹고 있었으나 내가 준 사탕을 잘 받아먹었다.
아니, 오히려 겁을 먹어서 그냥 주는대로 받아 먹은 건가.
이거 첫인상은 꽤나 안 좋게 잡힌 듯 했다.
“일단 겁을 안 먹게 하려면 그 주박붙터 풀어줘야 하는거 아닐까요.”
“그러면 도망가잖아요.”
“맞아. 바로 도망가면 아이리스 네가 잡아올래?”
“..........”
안 좋게 잡힌 이미지에 살짝 고민하자 이런 내 고민을 캐치한 아이리스가 말하였다.
그러나 곧장 들어오는 케이트와 나의 반박.
아이리스는 그대로 할 말은 잃고 말았다.
정론이라고 보자면 정론이기는 했다.
일단 구속부터 풀어주고 조금은 안심시키는게 맞겠지.
하지만 구속을 풀어주면 바로 도망갈 것이 뻔한 녀석을 뭣하러 풀어주겠는가.
나는 확실하지 않은 것에 승부를 보는 도박사가 아니었다.
“하, 하지만 이렇게 계속 구속시켜놓을 순 없잖아요..”
“흐음... 그것도 그렇네.”
계속해서 정론을 펼치는 아이리스의 말에 나 역시 고민에 빠졌다.
구속을 풀어주면 이 수인은 바로 도망갈 것이다.
그렇다고 계속해서 이렇게 구속하자니 그건 또 다음마을로도 얼른 넘어가야 하는데...
최면어플로 일단 잠시 예속노예화 시켜놓을까?
아니다. 그렇게 해놓으면 나중에 최면을 풀고 섹스를 시작하려했을 또 도망가려 하겠지.
뭐, 결국 또 붙잡으면 되긴 하지만 귀찮다.
최면어플은 확실히 노예로 만들 순 있지만 정신이 말짱한 상태의 노예로 만드는건 아니라서..
뭔가 섹스할 때 무감정한 상태는 싫단 말이지.
“저기 케이트.”
“네. 주인님.”
“뭔가 너 노예화 마법같은거 없어?”
“crotch tattoo 같은거요?”
“말하자마자 바로 눈동자 태그가 나오네.”
“노예하면 그거 아닐까요?”
“뭐든 상관없으니까 있냐?”
“물론~ 목줄을 메는 식의 노예화가 좋으세요? 아니면 역시 방금 말한 거?”“목줄 형태로 해주면 좋겠네.”
수인이니까 역시 형태는 목줄 형태가 나쁘지 않을 듯 했다.
“알겠습니다.”
“.....!!”
사탕을 물고 있던 수인은 우리의 말을 듣고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을 뿐이었다.
“자. 아프지 않아요. 그저 목걸이를 좀 채우려는 것 뿐이니까~”
그렇게 말한 케이트는 구속되어 있는 수인에게 다가가 그 목에 손가락을 갔다대었다.
파아앗.
케이트가 손가락을 가져다대자 수인의 목에 새하얀 빛이 일기 시작하고..
붉은색의 가죽 목걸이가 수인의 목에 채워졌다.
“이걸로 이제 도망가더라도 어디서든 불러올 수 있어요.”
“부르면 소환되는 형태?”
“뭐, 그런 것도 할 수 있지만 그건 마력이 좀 드니까 말이죠. 이렇게 주인님이 손을 뻗으면...”
그렇게 말하며 케이트가 손을 뻗자 보이지 않던 수인의 목걸이와 연결된 줄이 나타났다.
“그럼 주인 등록을 해드릴게요.”
그렇게 말한 케이트가 내 손등에 손가락을 올린다.
그러자 나타나는 붉은 빛과 함께 내 손등에 마법진같은 문형이 새겨진다.
“자. 이걸로 주인 등록은 끝. 한번 손을 쭉 뻗어보세요.”
“음...”
케이트의 말대로 손을 한번 뻗자 아까와 같이 내 손에 수인의 가죽 목걸이와 연결된 줄이 나타났다.
“자. 아시겠죠? 이걸로 이제 도망갈 수 없어요.”
“그래. 그런 거니까 너도 잘 알고 그냥 이 마차에 타도록 해.”
“.......”
눈앞에 노예화 마법을 걸어준 것을 보여준 뒤 구속을 풀어주자 수인은 아무런 말 없이 우리를 따라 마차에 올라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