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화 사랑을 키우는 호텔에서 우정을 키워도 되잖아 (7/19)

7화 사랑을 키우는 호텔에서 우정을 키워도 되잖아

특별한 것도 없는 지루한 수업이었다. 과목은 물리에, 담당교사는 계속 칠판에 공식을 적기만 할 뿐 학생들과 대화를 하는 타입이 아니다. 내용만 이해하고 있으면 잠을 자도 꾸짖지 않는다. 실제로도 점심시간 뒤라서 책상에 엎드려 있는 학생도 있다.

나는 물리를 잘해서 칠판에 적힌 부분은 이미 완전히 이해하고 있었기에, 어제 본 전쟁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대한 자신 나름의 고찰을 정리하고 있었다. 누구에게 보여줄 것도 아니지만, 작품에서 느낀 무언가를 언어화하는 행위는 즐겁다.

전쟁터라는 지옥에서 해방되었으면서도, 아직 아기인 자기 자식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건 하나뿐’이라는 말을 남겨 놓고, 다시 전쟁터로 돌아가는 그 뒷모습을 떠올리며 펜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 주인공의 행동이나 사상의 옳고 그름이야 어떻든 간에, 목숨을 걸면서까지 관철할만한 좋아하는 것이 자신에게 있는지를 묻는다.

좋아하는 것을 머릿속에서 떠올린다. 영상작품. 미츠바 양. 그리고 유일한 친구. 그 각각에 순위나 우열은 없었고, 자신의 목숨과 비교할 수도 없었다.

그래도 옛날에는 영상작품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가슴을 펴고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대상이 세 가지나 있다.

여러 가지의 ‘좋아한다’가 있다.

그 심플한 말은, 내 녹슨 기억의 서랍을 하나 열었다.

아마도 유아원 시절이다. 그 시절의 나는 평범하게 불특정다수의 친구를 만들어서 놀고 있었다. 모래밭에서 울고 있는 자신을 떠올린다. 싸움 같은 거라도 했을까. 분명 별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만약 그때의 나에게 말을 걸 수 있다면, ‘신경 쓰지 마.’라고 해주겠다.

조금 삐뚤어진 성격이 되어서, 혼자 있는 편이 더 편안한 인간이 되어버렸지만, 최고의 친구가 생겼고, 연애도 하고 있다. 요즘은 매일이 즐거워, 하고 말해주고 싶다.

노트 위를 달리게 하던 펜을 내려놓고, 나는 별다른 생각 없이 창밖을 봤다. 변함없이 햇빛이 쏟아지는 쾌청한 날씨였다. 이 창을 통해서 보는 광경도 이제 1년도 남지 않았구나, 하는 감상에 젖을 만큼의 청춘은 보내고 있다.

갑자기 주위의 남자 그룹이 소곤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축구부에 농구부, 여자들에게 인기가 좋은 그룹이다. 나하고는 별세계의 인종이다.

“오늘 여자들 불러서 노래방 안 갈래?”

“가자, 가자. 이왕 가는 거 예쁜 애들로 불러봐.”

“그럼 스즈네 마리에게는 꼭 말해야겠네.”

“오. 대물인데~. 걔를 낚을 수만 있다면 최고지~.”

“하지만 연상 애인이 있을 걸? 그것도 의대생이라고 했었나.”

“신도 군도 차였다더라.”

“진짜~? 뭐, 저렇게 예쁜데 애인이 있든 없든 무슨 상관이야?”

친구가 이성에게 인기가 높다는 사실에 솔직히 우쭐한 기분이 든다. 성적인 이야기였다면 그녀가 죄악감을 품을 테니 좋게 봐줄 수 없겠지만, 노래방 정도라면, 스즈라고 하는 최고의 여자 친구와 즐기고 싶어 하는 그들의 행복을 빌어준다.

그러자 휴대전화로 그 스즈로부터 메시지가 들어왔다. 나중에 직접 말하면 될 텐데 굳이 수업 중에 휴대전화까지 사용해서 무슨 말을 전하려고 하는 그녀에게 의문을 품었지만, 그녀도 이과 계열 과목은 잘하니까 시간을 때우려고 보내는 메시지일 것이라고 이해했다.

현재 나와 스즈의 자리는 앞뒤 위치는 같았지만, 좌우는 완전히 정반대다. 내가 창가이고 그녀가 복도 쪽. 그녀는 턱을 괴고 얼굴은 앞을 향한 채, 시선만을 나에게 돌렸다.

『심심하네요. 뭐하고 있어?』

『어제 본 영화 감상문을 적었어』

『좋아하는구나. 정말로. 츳치처럼 열중할 수 있는 것을 가진 사람이 진짜로 부러워』

『그런데 무슨 일이야? 수업 중에 웬일로』

『방과 후에 같이 놀자고. 가능해?』

나는 몰래 응원하던 주위 남자 그룹에게 마음속으로 사과를 하면서, 그리고 아주 약간의 우월감을 품으면서, 『좋아』라고 답장을 보냈다.

그녀가 턱을 괸 채로 살며시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어서 내게 보여준다.

“야, 방금 스즈네 마리가 나한테 V 했어.”

“웃기고 있네.”

주위의 그런 소곤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우리 집에 올래?』라고 스즈에게 묻는다. 그녀는 그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얼굴을 감추듯 책상에 엎드렸다.

내가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 스즈에게서 답장이 온다.

『전에 말한 날, 오늘인데요』

내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고 있자, 스즈는 엎드린 채 나를 훔쳐보듯 시선을 흘끔 보낸다. 그리고 메시지가 추가된다.

『……콘돔 없이 해도 되는 날』

한 남자가 다시 들뜬 목소리로 작게 말한다.

“아, 나를 흘깃흘깃 보는 것 같은데.”

“아니야. 나한테 V를 했으니 나를 보는 거겠지.”

스즈는 얼굴을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귓불이 빨개지는 것이 멀리서도 확연히 보였다.

『……오늘은 시간 안 돼?』

『아니, 별일 없어』

『그럼, 오늘 하자』

『알았어』

『이야기로 들었는데 말이야, 감촉이 완전히 다르대』

『응』

『엄청나게 야한 소리를 내버릴지도 모르는데, 부디 질색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아니, 스즈의 신음소리는 정말 야해』

나의 냉정한 지적에, 스즈는 얼굴을 들고 나에게 앙다문 이를 드러냈다.

『평소보다 더 야하게 신음소리를 낼 거라는 뜻이라고! 오늘은 아무것도 안 차고 더더욱, 더더욱 친구가 될 거니까! 알겠어? 각오해!』

그리고 그대로 삐치기라도 한 것처럼 다시 엎드리더니, 그 수업에서는 두 번 다시 얼굴을 들지 않았다.

“야, 이번에는 나한테 뭔가 말하려고 했어.”

“환각이겠지.”

다음 쉬는 시간, 그 남자 그룹에 둘러싸여서, 미안하다는 듯 합장을 하고 있는 스즈의 모습이 보였다. 그 옆을 스치고 화장실로 간다.

일을 보고 손을 씻으면서 생각한다. 오늘, 방과 후, 스즈와 콘돔을 차지 않고 섹스를 한다.

우정에는 어디쯤엔가 상한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와 스즈의 천장은 아직 더 위에 있는 것 같다. 그녀가 말한 대로 우리는 더더욱, 더더욱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거기에는 얼마 안  되기는 해도 성적인 고양감이 포함되어 있기는 했지만, 미츠바 양 앞에 섰을 때의 그 답답하게까지 느껴지는 열기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하나마루 서점의 문을 열려고 할 때는, 그야말로 전쟁터로 내몰린 병사 같은 기분만 든다. 그와 동시에, 강렬하게 자신의 생을 인식한다. 심장이 피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에 비하자면, 오늘 있을 스즈와의 예정은, 기대하고 있던 영화 개봉이 코앞에 닥친 때와 비슷하다. 그저 순수하게 기대하며, 살아 있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오늘 방과 후에 대해서는, 발걸음이 들뜨지도 않았고, 아주 평연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그것은 스즈도 마찬가지였다.

화장실에서 나와서 자리로 돌아갈 때, 복도에서 친구 몇 명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스즈의 앞을 지나쳐가자, 스즈는 “에이~.” 하고 뒤에서 내 엉덩이를 때렸다. 그녀의 친구가 웃으면서, “하지 마.”라거나, “미안해, 츠치야 군. 언제나 마리가 귀찮게 굴지?”라고 떠들어댔다. 이것도 평소와 다르지 않은 광경이다.

반의 못난이 남자와 그를 놀리는 상위 그룹 여자라는 전형적인 그림이었지만, 우리가 오늘 방과 후에 피임기구 없이 서로의 성기를 섞고 비벼댈 것이라고는 누구 하나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그 후에도 우리는 평소와 전혀 다를 바 없는 학교생활을 보냈다. 스즈도 오늘 하자고 이야기를 꺼낸 직후였기에 자기 딴에는 쑥스러웠겠지만, 이미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평연하게 있다. 수업 중에 가끔 시선이 마주치면, 그런 약속 같은 건 벌써 잊었다는 듯 눈에 익은 싹싹한 미소를 내게 보냈다.

수업이 전부 끝나고, 청소 당번이었기에 청소 구역인 운동장으로 가던 도중, 신발장에서 스즈와 만난다.

“나, 지금부터 청소해야 해.”

“나도 위원회가 있는데, 금방 끝날 거야.”

역시 서로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은 채 대화를 나눈다.

“스즈 쪽이 빨리 끝나면 청소 도우러 와줘.”

“뭐? 이름만 청소고, 낙엽 모아 놓은 쓰레기 버리는 거지? 연약한 소녀에게 그런 일을 시키려고?”

“연약한 여자는 DVD 박스 몇 개를 짊어지고 자전거에 못 타.”

“그건 츳치가 한 번에 보라고 전부 추천했잖아! 돌아갈 때 비틀비틀했다고!”

마주보고 나누는 농담도 평소와 다름없이, 깃털처럼 가벼웠다.

말을 그렇게 했지만, 청소가 끝날 때쯤, 스즈는 얼굴을 내밀어주었다.

“오. 수고한다.”

“이거 소각로까지만 옮기면 끝나니까.”

두 손에 든 쓰레기봉투를 살짝 들어 올리며 보여준다. 실제로도 작업은 그것뿐이었고, 다른 학생들은 이미 철수한 상태다.

“응. 그럼 한쪽은 내가 들지.”

“괜찮아. 그렇게 안 무거우니까.”

“네, 네. 그런 남자라는 어필 나한테는 안 통하니까.”

스즈는 친구라면 절반을 드는 게 당연하다는 태도로, 억지로 나에게서 쓰레기봉투 하나를 빼앗아든다.

“스즈의 연약한 소녀 어필은 이제 안 해도 돼?”

“그런 건 이미 예전에 다 날려버렸잖아?”

스즈가 익살스럽게 머리카락을 과장된 손짓으로 빗어 넘긴다.

“아하하.”

내가 자연스럽게 소리를 내며 웃자, “뭐가 웃긴데!”라는 소리와 함께 스즈의 무릎이 내 오금에 꽂힌다.

그런 식으로 우리는 학교 뒤의 소각로로 향했다. 화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세상살이 이야기였다.

“들었어? 내년부터 수학여행 해외로 간대. 우리만 손해 봤어.”

“나는 홋카이도가 꽤 좋았는데.”

“츳치는 혼자서 잘도 유명한 영화 촬영지를 돌아다녔지?”

스즈가 수학여행의 추억을 떠올리고, 유쾌하게 깔깔 웃으면서 어깨를 부딪쳐온다.

“그때만은 아웃사이더라는 점에 감사했어. 호로마이 역은 정말 감동이었지. 현실에서는 이쿠토라 역이지만 영화팬들을 위해서 작중에서 사용한 호로마이 역의 간판을 걸어뒀거든.”

두 사람 다 콘돔 없는 섹스를 화제로 꺼내기는커녕, 완전히 머릿속에서 지우고 있었다. 그저 단순히 ‘이제부터 둘이서 논다’라는 약속이 정해져 있을 뿐이었다.

그런 와중에, 스즈가 갑자기 떠올린 것처럼 세상살이 이야기를 하는 말투 그대로 말을 꺼냈다.

“아, 그런데 츳치 지금 용돈에 여유 있어?”

“이번 달에는 기대하는 신작도 없고, DVD도 살 게 없으니까. 그런데 왜?”

“저, 오늘 일 말인데, 야한 호텔 안 갈래?”

“소위 말하는 러브호텔?”

“소위 말하는 그거.”

갑자기 그런 화제가 나와도 우리 사이의 분위기에는 동요는커녕 어색함 하나도 없다. 그런 이야기까지 전부 포함해서 하는 것이 우리의 세상살이 이야기인 것이다.

“나야 상관없는데, 갑자기 왜?”

“……아~. 그~. 역시, 소리가 신경 쓰인다고 할까. 나 평소에도 츳치 집에서 할 때 꽤 참으면서 하거든, 기념할만한 날인데 더 기분 좋게 하고 싶다고 할까.”

“그렇다면야 상관없지만……, 어? 아니, 그보다도 스즈, 그게 소리를 참은 거였어?”

그 말을 듣고 스즈는 어깨를 툭툭 부딪치더니, 어린아이처럼 이를 드러냈다.

“어차피 나는 시끄러운 여자니까요.”

우리 집 주변에는 인접해 있는 다른 가정집도 없고, 부모님도 거의 안 계시니까 소리를 신경 쓸 필요가 없는데도, 그녀 나름 주의를 하고 있었나 보다.

“참고 있는 것 같지 않게, 항상 요염했다는 뜻이야.”

적당한 농담으로 얼버무린다. 아니, 딱히 농담도 아닌 것 같지만.

“거참 고맙네.”

스즈가 불쾌하다는 듯 대꾸를 했을 때, 소각로에 도착했다. 쓰레기봉투를 던져서 버린 후, 스즈는 양손에 묻은 더러운 것을 털어내려고 손뼉을 치면서 말한다.

“그런 이유로, 교복을 입고 갈 수는 없으니까 사복으로 갈아입고 올 것.”

“알았어.”

교사 뒤에서 마주보고 선 우리는 그때가 되어서야 한순간이나마 대화가 끊어진다.

스즈가 상반신을 옆으로 크게 기울여서, 나를 배려하는 미소와 목소리로 묻는다.

“처음 가는 러브호텔, 긴장돼?”

“아니, 별로. 긴장이라고 할 건 아니야. 그저 단순히 가 본 적이 없는 장소라서, 시스템 같은 걸 모르니까, 그런 점이 불안하지.”

“이히히. 누나에게 맡기렴. 제대로 리드해줄 테니까.”

스즈는 내 어깨를 툭 때리고 즐겁게 웃었다.

나는 코웃음을 치며, “정말 믿음직하다.” 하고 말하면서 걷기 시작한다. 그런 나의 등을 스즈가 살짝 찌른다.

“방금 코웃음 쳤지? 아저씨, 나 비웃었지?”

세상살이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에게 한 장난은 여기까지가 끝이었다. 그 후, 교문까지는 다시 수학여행의 추억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우리의 관계성은 깊은 산속의 시냇물처럼 맑았지만, 학생이 러브호텔 앞에서 친구를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가까운 곳에 있는 편의점에서 스즈를 기다린다.

그녀와 바깥에서 놀아본 적은 거의 없지만, 얼마 안 되는 경험칙을 통해서, 반드시 내가 먼저 만나는 장소에 도착해야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녀가 혼자 서 있으면 대개 헌팅을 하려는 남자들이 달라붙게 된다. 그리고 나로서는 그 사이에 끼어드는 것이 귀찮기 때문이다. 스즈는 ‘친구가 왔어요.’ 하고 말을 끊고 빠져나오려고 하지만, 헌팅을 하려는 남자들이 나를 보는 눈은 연예인의 매니저를 보는 그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약속 시간 10분 전에 도착하고, 스즈는 5분 전에 도착하는 것이 통례가 되어 있다.

“미안해. 기다렸지?”

“문신을 한 격투가 같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스즈의 손을 잡고 빠져나갈 바에는 5분 기다리는 게 더 낫지.”

물론 그렇게 질 나쁜 남자들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그런 남자들도 스즈에게 말을 건다. 그래도 그녀는 딱히 겁먹은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정말로 대단하다.

“아하하. 츳치라면 암살 무술 같은 걸 배웠을 것 같은데.”

“학교가 테러리스트에게 습격당했을 때의 대처는 지금도 상상하곤 해.”

“남자들의 그런 망상은 중학교 때 졸업한다고 들었는데. 아, 이쪽.”

스즈가 방향을 가리키고,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간다.

“나는 지금도 자주 해.”

“호오~. 그럼 어떻게 하는데?”

“일단 창으로 도망쳐.”

“잠깐 기다려. 나는 복도 쪽인데?”

“스즈는 일단 얌전히 있어. 중반쯤에 꼭 구해줄 거니까.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옥상에서 헬기로 도망칠 때 조종하는 역할을 맡길 거야.” 

‘이제부터 러브호텔로 들어가려는 남녀의 대화가 이런 것이어도 되는 걸까’라는 자문을 할 여유도 없을 정도로 우리는 함께 웃는다.

나는 까만 집업 후드티에 청바지라는, 그야말로 별 볼일 없는 학생이라고 할 만한 차림이고, 스즈는 긴소매 미니스커트 원피스다. 얇은 니트 천에 낙낙한 분위기였지만, 몸매가 좀 강조된 부분도 있었다.

“그 옷 처음 본 것 같아.”

“그렇지? 이게 말이야~, 귀여울 것 같아서 샀는데 몸매가 꽤 드러나더라고~, 그이랑 데이트할 때 입기에는 좀 그런 느낌이잖아? 그래도 새로 산 거니까 마침 잘됐다 하고 생각해서 입어 봤어. 어때?”

스즈는 내 앞으로 약간 나가더니 두 팔을 벌리고 나에게 보라고 한다.

“세련되고 귀엽다고 생각해. 그래도 확실히 좀 섹시한 분위기도 있어.”

“그렇지? 게다가 이거 가슴팍이 꽤 느슨하거든, 몸을 조금만 숙이면 곧바로 보여 버릴 것 같지 않아?”

스즈가 뒤로 걸으면서 허리를 앞으로 굽히며, 옷깃을 살짝 잡아당겼다. 그 얇은 니트 천 안쪽에서 보이는 것은 ‘덜렁덜렁’ 하는 소리라도 낼 것처럼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두 개의 높은 언덕. 부드러움과 탄력의 상징은, 까만 속옷에 감싸여 있으면서 스즈가 몸을 굽히기만 해도 출렁출렁 흔들렸다.

“훤히 다 보여. 그런데 까만색이구나.”

“지난번에 까만색 좋아한다고 안 그랬나?”

스즈는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으려고 돌아오면서 묻는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팔꿈치로 찌르면서 즐겁게 웃었다.

“이히히. 츳치 색골.”

스즈는 롱부츠를 신고 있었다. 바닥이 조금 두꺼운 신발을 신으면, 나와 스즈의 키는 거의 차이가 나지 않게 된다. 그것이 더더욱 우리 사이의 이성으로서의 의식을 옅게 만들어주었다.

교외에 있는 러브호텔은 서양식 성 같은 모양으로 지어져 있었기에, 그야말로 러브호텔이라는 분위기를 풍겼다.

우리는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둘러보며 경계를 하다가, 의미도 없이 “지금이야!”라는 구령과 함께 종종걸음을 치며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그 후에, “굳이 달릴 필요가 있었나?” 하고 둘이서 웃었다. 학교 옥상 때와 마찬가지로, 나쁜 짓을 둘이서 하고 있다는 연대감을 품으면서도, 스즈가 전방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저쪽이 로비야.”

“애인이랑 온 적 있어?”

같이 왔던 상대가 도우지마 씨라고 한정지을 수 없었기에, 가능한 한 큰 범위로 묻기로 했다.

“응. 도 군을 따라서 처음으로 와봤었어.”

터벅터벅 차분한 발소리와 함께, 스즈가 말을 이어간다.

“전에도 말했었는데 말이야, 도 군은 도 군이고, 츳치는 츳치니까.”

전에도 봤던 상자를 나누어서 놓는 제스처를 한다.

“그리고 애인이네 친구네 해서 순위나 우열을 매기는 것도 그렇잖아. 그러니까 츳치랑 처음으로 온 러브호텔은, 그이랑 처음으로 온 러브호텔과 똑같다, 같은?”

거기까지 말하고 스즈는 곤란하다는 듯 머리를 살짝 긁더니, 생긋 웃었다.

“음~. 나 스스로도 전혀 생각해본 적은 없었지만, 그런 느낌이야.”

“나도 오늘 똑같은 생각을 했어. 답이 나오지 않은 점까지 똑같아.”

내가 그렇게 말하자 대화가 끊긴다. 하지만 말로 하지 않아도, 서로의 감정이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났다.

우리는 앞만 바라보며, 시선을 서로 마주치지 않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라운지로 들어가는 자동문을 열고, 둘이서 동시에 발을 내디디면서 스즈가 말한다.

“츳치.”

“왜?”

“이제부터 말이야, 우리들.”

“응.”

“더더욱 친구가 되는 거구나.”

서로가 맞잡은 손을 손가락을 얽으며 고쳐 쥔다. 전신 거울 같은 커다란 액정패널 앞에 도착한다.

“여기서 방을 고르는 거야. 츳치가 골라도 돼.”

“그렇게 말해도, 어느 방이나 비슷한 것 같은데?”

“뭐, 그렇지. 아, 그래도 여기는 최악. 지난번 도 군이랑 왔을 때 소파가 좀 망가졌거든.”

“그럼, 여기로.”

“거기는 예쁘면서도 좋은 분위기였어.”

“도우지마 씨랑 꽤 자주 왔나 보네?”

패널을 누르면서 묻자, 스즈는 히죽 구김살 없는 웃음을 지으며 맞잡고 있지 않은 손을 들어서 V자를 만들었다.

“도 군이 모든 방을 제패하자고 했거든.”

스즈와 도우지마 씨의 어른스럽고도 뜨거운 에피소드를 듣고, 내 가슴도 따뜻해진다.

“내가 미답(未踏)인 방을 고르지 않아서 다행이네.”

“그럼 말이지, 그럼 말이지, 거기서 열쇠가 나오니까, 그걸 들고 엘리베이터에 타는 거야. 거기부터는 이미 관리되고 있어서 절대로 다른 손님들과 만날 일이 없어. 그리고 요금도 마지막에 내면 되고.”

스즈의 약간 들뜬 모습에는, 자기가 잘 아는 놀이터에 처음으로 온 친구에게 설명을 해줄 때와 같은 흥분이 있었다. 그것 말고도 스즈에게는 노림수가 있는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손을 잡은 채 내 팔에 팔짱을 끼며 붙는다.

“미츠바 양이랑 왔을 때, 너무 당황하면 꼴사나울 거니까.”

얇은 니트 천 너머의 G컵 가슴살이 내 팔을 말캉말캉 누르고 있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그저 친구의 연애를 걱정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둘이서 동시에 들어간다. 적은 사람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라 꽤 좁다.

“스즈는 너무 앞서나가.”

“미리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두는 게 좋을 거야.”

스즈는 오히려 내 사고방식이 너무 무르다고 질책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두 손을 내 어깨에 올리고, 그리고 얼굴을 접근시켜 왔다. 나도 눈을 감고, 그녀의 탱글탱글한 입술의 감촉을 내 입술로 쪽쪽 쪼며 즐긴다.

“그렇지 않아도 츳치는 연애에 관해서는 너무 느긋하니까.”

서로의 입술을 쪼면서, 처음으로 온 러브호텔의 엘리베이터 안에서 설교를 듣는다.

스즈와 마주보고 서로 입을 맞추는 거리라는 말은, 즉 그녀의 가슴이 나에게 닿아 있다는 의미가 된다. 쪽쪽 키스를 할 때마다, 물컹물컹한 느낌으로 내 앞가슴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자연스럽게 내 두 손이 그녀의 엉덩이로 내려가서, 하얀 니트 원피스의 스커트를 양 옆에서 말아 올린다.

롱부츠 위로 날씬하게 뻗어 나와 있는 건강미 넘치도록 포동포동한 허벅지와 까만 레이스가 달린 팬티가 얼굴을 내민다. 말려 올라간 스커트 아래로 보이는 상황이라는 점까지 더해져서, 그 광경의 선정성은 완전히 수컷에 대한 폭력이었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얼굴을 찡그리며 쓴 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즈. 이 조합 진짜 너무 야하다.”

스즈는 두 팔을 내 목에 감으며, 꽉 안겨들었다. 풍만한 유방이 내 앞가슴에서 말캉거리며 심하게 찌부러진다.

숨결이 직접 닿는 거리에서, 스즈는 의연한 말투로 쌀쌀맞게 말한다.

“상관없어. 이제부터 훨씬 더 야한 짓을 할 거니까.”

그러면서 내 윗입술을 살짝 깨문 후, 쪽 하고 부드럽게 빨았다. 나도 그대로 그녀의 아랫입술을 내 입술 사이에 끼우고 스즈가 나에게 한 것처럼 쪽 하고 빤다. 두 손으로 그녀의 알맹이가 꽉 찬 볼깃살을 힘껏 주물러대자, 입술을 그대로 붙인 채로 스즈가 속삭인다.

“……나 말이야, 이제부터 츳치의 발기한 자지에, 콘돔 없이 박힐 거잖아? 허벅지나 속옷 정도 가지고 잔소리 하지 마.”  

스즈는 나에게 몸무게를 싣듯 안겨들었고, 나도 그것을 받아들이듯 끌어안고서, 서로의 입술을 세게 빨아들였다. 생식본능을 직접 뒤흔들려고 하는 달콤한 향기 속에서, 입술로 앞가슴으로 그녀의 부드러움을 만끽하는 동안, 엘리베이터가 이대로 멈춰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간다.

엘리베이터가 무사히 멈추고 문이 열리자, 우리는 조금 아쉽다는 듯 떨어졌다.

“방에서 이어서 하자.”

스즈가 스커트를 팡팡 때려서 펴고, 평소의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잡아당겼다.

러브호텔의 복도는 보통 호텔의 복도와 아무런 차이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이었기에 불안하기는 했지만, 스즈에게 손을 붙잡혀서 이끌려가자 안심이 된다. “그러고 보니 내일 영어 숙제가 있었지?” 하고 기억이 애매하던 학교 숙제를 떠올릴 만큼의 여유가 있었다.

“일본어로 번역하는 게 있었어. 나중에 확인해보고 휴대전화로 보내줄게.”

그런 대화를 나누면서 들어간 방의 인테리어는 산뜻했다. 야한 분위기를 상상했던 나는 좀 당황스러웠다.

“이런 데는 의외로 꽤 예뻐.”

내 심정을 눈치 챈 스즈는 그렇게 말하고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는 퀸 사이즈 침대에 사뿐하게 엉덩이를 내렸다.

“어떠신가요? 처음 와본 러브호텔은? 탐험 같은 거 안 해봐도 되겠어? 응? 응?”

나는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고 스즈를 내려다봤다. 부츠를 벗은 길고 가녀린 종아리를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면서 파닥파닥 흔들고 있다. 미니스커트 원피스의 끝단 아래로 무방비하게 내던져진 살집이 잘 잡힌 허벅지는, 가랑이의 까만 팬티를 이제 곧 드러내려고 하고 있었다.

“그런 호기심이 없는 건 아닌데, 처음부터 어렴풋이 느껴지던, ‘잘 아는 내가 가르쳐줄게’라는 스즈의 느낌이 짜증나서, 순순히 그런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아.”

그런 지기 싫다는 소리나 입에 담고 있는 나의 시선을 느낀 것일까. 스즈는 심술궂게 히죽 웃은 후, 앉은 채로 가랑이를 더 벌리면서 스커트를 말아 올렸다.

“이쪽이 신경 쓰이나 보네?”

하얀 허벅지와 까만 팬티의 대비가 나의 시각을 덮친다.

“아니면…… 이쪽?”

이번에는 가슴을 보라는 듯 몸을 앞으로 숙이고, 왼손으로 옷깃을 당겨서 골짜기를 보여줬다. 이쪽도 백과 흑의 대비가 시선을 강압적으로 매료시킨다. 게다가 오른팔을 살짝 붙이고 있었기에 말캉거리며 솟아올랐다.

스즈의 부드러워 보이는 유방은 발기를, 탱탱한 엉덩이 둘레는 삽입 욕망을, 그 각각이 이성을 침식하도록 유도한다. 내가 스즈에 대해서 품는 감정에 우정 이외의 불순물이 조금이라도 섞여 있다면, 나는 이미 짐승이 되어버렸을 거라고 몇 번이나 생각했다.

“……양쪽.”

나는 시선을 돌리며 정직하게 대답했다. 스즈가 진심으로 유쾌하다는 듯, “이히히.” 하고 웃는다. 그리고 나에게 두 손을 내밀며, 역시 친구에게 보여주는 싹싹한 미소를 짓는다.

“……이리 오렴. 전부 츳치에게 줄게.”

나는 스즈 옆에 앉은 후, 허벅지를 어루만지면서 스즈를 천천히 밀어서 넘어뜨렸다.

원피스 안에 팔을 넣고, 그대로 유방까지 뻗어서 만진다. 내 팔에 걷혀 올라간 원피스는 당연하게, 그녀의 요염한 하반신을 전부 노출시켰다.

침대로 누우면서 우리는 서로 바라본다. 스즈는 나에게 쪽 하고 키스를 한 번 하고 나서, 작은 목소리로 확인하듯 속삭였다.

“……이제부터, 전부 츳치 거야.”

쪽쪽, 계속해서 사랑스럽게 키스를 한다. 원피스를 가슴팍까지 걷어 올리자, 카가미모치(鏡餅)처럼 위아래로 겹쳐진 폭유와 눈이 마주쳤다. 스즈답게 크고, 브래지어가 폭유를 덮고 있다고 하기보다는, 가슴살이 브래지어를 압박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 골짜기에 얼굴을 묻어보기는 했지만, 그 깊이와 압력 때문에 혀를 내밀어도 골짜기 바닥까지는 닿으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스즈의 골짜기는 축축하게 땀이 맺혀 있었다.

“거기는 꼭 땀이 나더라.”

진심으로 부끄러워하는 것 같은 스즈의 입가가 보인다. 하지만 스즈한테서는 내 머릿속이 새하얘질 것만 같은 달콤한 체취밖에 나지 않는다.

“스즈는 언제나 좋은 냄새밖에 안 나.”

“……거참 고마운 말이네요.”

이번에는 쑥스러워하는 것 같은 입가가 보였다. 그렇다면 나 자신은 어떨까 하고 내게 묻는다. 상반신을 일으키며 그녀에게 질문한다.

“미안. 그러고 보니 나 땀내 나지? 만나기 전에 일단 샤워를 하고 오기는 했는데.”

스즈도 나를 따르듯 상반신을 일으키고, 내 목 근처로 얼굴을 가져왔다. 흐읍, 하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 명랑한 웃음을 생긋 지었다.

“어차피 나, 츳치의 냄새 좋아하거든.”

그렇게 말하면서 스즈는, “자, 만세.” 하고 말하며 내 후드티를 벗기기 시작한다. 그 일이 끝나자, 이번에는 내가 그녀에게 같은 것을 한다. 원피스를 벗기면서 나도 같은 말을 듣는다.

“스즈는 샤워할 거야?”

“나도 아까 하고 왔으니까. 그래도 여자아이에게는 꼭 샤워를 하게 해줄 것. 아무리 남자가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말해도 여자아이는 자신의 체취를 신경 쓰는 법이니까. 알았어?”

내 청바지를 벗기면서 한 그 말은 스즈 자신의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었다. 그 말에서 앞으로의 내 연애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마음이 전해져왔다.

서로 속옷만 남게 되자,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입술을 맞댄다. 쪽, 쪽 하고 소리를 울리면서, 스즈가 내 속옷을, 그리고 내가 그녀의 브래지어를 벗겼다. 서로의 물건이 ‘덜렁’ 하며 해방되었다.

내 남근은 이미 목줄을 물어뜯어 끊으려고 하는 육식동물처럼 날뛰고 있었다. 빳빳하게 하늘을 올려다보며, 침을 질질 흘리듯 쿠퍼액을 분비한다.

“브래지어 벗기는 거, 익숙해졌네?”

스즈가 킥킥 웃으면서 우락부락한 모양의 육창에 얼굴을 접근시켰다. 막대기를 타고 늘어져 내린 쿠퍼액을 혀로 핥아서 떼고, 고환에 키스를 하면서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진짜로 츳치의 냄새를 맡으면, 머리가 핑핑 돌아.”

그런 그녀의 팬티로 손을 뻗는다. 그러자, 질척거리는 소리와 함께 팬티 가운데 덧대어진 부분 아래에서 실이 뽑혀 나왔다.

얼굴을 든 그녀는 ‘그거에 대해서는 말하지 마.’라는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서 시선을 돌렸지만, 나는 팬티를 벗기면서 일부러 묻는다.

“언제부터 젖기 시작했어?”

“……아까 츳치랑 서로 옷을 벗겨줄 때쯤이었나?”

“진짜로는?”

직감으로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다시 묻자, 그녀는 뺨을 붉게 물들이며 장난을 들킨 어린 아이가 다시 사실을 고할 때 보일 것 같은 웃음을 지었다.

“……방, 고를 때부터.”

그리고 쪽쪽 키스를 한다. 그렇게 키스를 하던 도중에 스즈는 나를 지그시 노려보며, “……츳치 진짜 S야.” 하고 속삭이고 난 후, 다시 입술을 내밀었다.

우리는 신기하게도 그때, 입술 말고는 일절 바디터치를 하지 않았다. 평상시였다면 서로의 몸을 만질 때였지만, 이제부터 직접 이어진다고 생각하자, 그 전에 끈적끈적하게 만지는 건 멋없다는 느낌이 든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스즈 쪽에서 키스를 중단하고, 몇 초간의 망설임 후, 그녀가 제안을 했다.

“……입술하고 동시에 하는 건 안 되지만, 혀로만 키스해볼까?”

우리 사이에 확립되어 있던, ‘혀를 섞는 딥 키스는 연인하고 한다’라는 무언의 규칙. 혀와 입술이 동시에 닿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는 판단은 합리적이라고 할 법했다.

얼굴을 접근시키고, 혀끝만으로 날름날름 서로 섞는다. 섞는다고 말하기보다는 서로 찌르는 것에 가깝다. 스즈의 혀끝은 단단하게 응어리진 탄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부드러웠고, 당연하게도 침 때문에 미끈미끈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우리는 정면에서 서로의 손을 깍지를 끼어서 쥐고 있었다.

혀끝만으로 하는 키스에 익숙해지자, 얼굴을 조금 더 가까이 붙여도 입술이 닿지 않는 간격을 배우게 되어, 두 사람 다 혀의 절반 정도를 사용해서 상대방의 혀에 미끌미끌 문지르며 교접했다.

맞잡고 있는 손이 열기를 띠기 시작하자, 남근은 쿠퍼액을 흩뿌릴 것처럼 까딱까딱 흔들렸다.

그녀의 촉촉한 눈동자의 시선은 움찔움찔 떠는 남근을 훔쳐보고 있었다.

“……있잖아, 일단 물어보는 건데.”

“응.”

“……츳치가 나를 애타게 만들고 있다는 거 알아?”

“……미안, 몰랐어.”

“……그렇다면 상관없기는 한데. 만약 알면서도 그랬다면 S도 아니고 귀축이라고 생각할 거니까.”

스즈는 그렇게 말하고 귀엽게 헛기침을 한 후, 시선을 반대 방향으로 돌렸다.

“……츳치가 나를 애타게 만드는 게 아니라면, 내가 똑바로 말해야겠네.”

그리고 마침내 결심을 한 듯, 홍조된 얼굴로 눈을 올려 뜨며 나를 바라봤다.

“……츳치의 발기한 자지, 보지에다가 콘돔 없이 그대로 박아주세요.”

육창이 그녀의 성의에 응하듯 포효를 내질렀다.

입술을 살며시 겹친 후, 그녀를 밀쳐 넘어뜨린다. 천장을 보며 쓰러진 그녀의 음순은 이미 쩍 벌어진 채 벌름거리면서 애액을 흘리고 있었다.

스즈는 나를 애절하게 올려다보면서도 입가를 교차시킨 손목으로 감추고 있었다.

“……어쩌면 좋아. 진짜로 이상한 목소리를 내고, 꼴사나운 표정을 지을 것 같아.”

스즈는 진심으로 그런 걱정을 하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의 스즈의 언동으로 봐서는, 스즈도 노콘 삽입이 처음이라는 것은 눈치 채고 있었지만, 나는 그 사실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애초에 처녀성에 흥미가 없었고, 나와 스즈의 우정에는 몇 번째인지를 따지는 우열도 순위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지 친구로서의 행위.

“괜찮아. 스즈는 언제나 예뻐.”

이성으로서가 아니라, 완전히 제3자적인 의견. 어떤 꿍꿍이나 아부 따위가 섞여 있을 턱이 없는 내 말에, 스즈는 안도하듯 웃는다.

“미츠바 양한테도 그렇게 가볍게 말을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긴장해서 가슴이 아파진다.”

스즈가 편하게 웃은 후, 입가를 감추고 있던 손을 들었다. 그 두 손을 내가 받아들고, 시트에 눌러서 붙이듯 쥐었다.

남근의 조준을 맞출 손은 필요 없다. 스즈의 질 입구는 그 정도로 나를 원하며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다. 이대로 허리를 내밀면, 콘돔을 장착하지 않은 창끝이 스즈를 푹 찌를 것이다.

“그럼, 간다?”

내가 허리를 앞으로 내밀려고 하자, 스즈는 천장을 보고 누운 채로 꾸벅 머리를 조아리는 인사를 해 보였다.

“……부드럽게 부탁드립니다.”

매끄럽게, 미끄러지듯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으음♡”

내가 밑동까지 삽입하자, 스즈의 살 단지는 평소대로, 아니, 평소 이상으로 육창을 포옹했다. 질 벽이 애액을 뿜어내어 보다 더 매끄러운 마찰운동이 되도록 만들어주고 있다는 사실을, 나풀나풀한 주름들과 오톨도톨한 살들이 꿈틀거리며 감겨드는 구속감을, 나는 맨살로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남자의 성기를 사정으로 이끌어 가는 일에 특화된 형상과 자극을 느끼며, 경솔하게 피스톤 운동을 했다가는 곧바로 사정해버릴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명백한 차이는, 그녀의 체온이 전해져 오는 방식이다. 평소에도 마찰을 계속하는 동안에는 성기의 경계선이 희미해져 가는 감각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오늘은, 내 남근의 윤곽이 벌써 그녀의 질 안에서 녹기 시작하고 있었다. 하여튼 이어져 있는 부분이 뜨겁다.

스즈는 콘돔 없이 삽입을 한 뒤로 계속 눈을 꽉 감고 있었다. 호흡도 약간 괴로워 보였다. 마침내 눈을 반쯤 뜨고, 왜인지 불안하게 내 손을 다시 꽉 고쳐 쥐며, 겨우겨우 미소 지었다.

“……자지가 머리까지 찌르고 들어온 것 같아, 머릿속이 찌릿찌릿하게 저려서 말이야……. 아무것도 이해가 안 되지만…… 이것만은 말하게 해줄래?”

약간이기는 해도 허리를 움직이자, 불에 달군 마시멜로처럼 녹아내릴 것 같은 표정으로 스즈가 말을 자아냈다.

“……츠치야 군…… 앞으로도 계속, 영원히, 평생의 친구로 있어주세요. 당신이 너무 좋아요.”

그녀의 진심에 흔들린 것처럼 내 허리가 천천히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 움직임만으로도 질 벽의 고혹적인 돌기가 감겨든다. 그녀의 말대로, 머릿속이 찌릿찌릿하게 마비되어서 사고가 곤란해진다. 마치 전극이 꽂혀 있는 것 같았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남근을 넣었다 뺐다 하는 게 아니라, 허리를 밀착시킨 채, 스즈의 몸을 하늘하늘 흔들듯 허리를 쓴다. 평소대로 문질렀다가는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버릴 것 같았다.

그런 조심스러운 피스톤 운동으로도 스즈는 녹아내리기 직전의 마시멜로 같은 얼굴이 된다. 그러면서도 그 얼굴에 불만과 비애의 표정을 띄웠다.

“……츳치는 말이야, 성격이 삐뚤어져서 그런 말 자주 하잖아? 언젠가는 각자의 갈 길을 갈 거라는 둥, 멀어질 거라는 둥…….”

스즈는 시선을 살며시 옆으로 돌렸다. 그녀가 나의 그런 말을 듣고 진심으로 쓸쓸함을 느꼈다는 것을, 그 몸짓은 나타내고 있었다.

“……그런 소리, 진짜로 그만했으면 좋겠거든.”

좌우로 약간 펼쳐지면서도 예쁘게 솟아오른 유방이 출렁출렁 흔들렸다.

“앗, 음♡”

“알았어. 미안해.”

“……그리고 말이야, 이것도 가끔 짜증이 났는데, ‘스즈는 아웃사이더의 기분 같은 거 이해 못할 건데.’ 같은 말도 했었지?”

분명 나에게는 자학적(自虐的)인 면이 많다. 그렇게 반성하는 나에게 그녀는 쑥스러워하며 주장한다.

“말해두겠는데 말이야. 이쪽은 이미 츳치의 생(生)자지의 모양까지 완전히 다 파악 끝났으니까. 모르는 건 하나도 없다고.”

그녀가 그렇게 말하자, 우리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웃어버리고 말았다.

스즈는 다시 나의 두 손을 꽉 쥐고, 억지로 지은 것 같은 어울리지 않는 웃음을 나에게 보인다.

“젖혀진 각도라든가, 귀두 아래 들어간 곳의 깊이라든가, 그리고 돋아나온 핏줄까지 전해져 올 정도로 딴딴해진 딱딱함이라든가, 전부, 전부, 보지에 아로새겨져버렸으니까, 이제 내 앞에서는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고독한 나 자신’ 같은 얼굴을 하게 놔두지 않을 거야. 알겠어?”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스즈는 내 인격을 전부 파악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우리가 그 정도의 사이가 되었다고 강조해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스즈의 살 단지는 지금까지는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감촉으로 달라붙어왔다. 귀두 아래의 움푹 들어간 곳까지 부드러운 살이 꿈틀꿈틀하며 틈새를 메운다.

“이히히. 츳치의 모양, 평생 안 잊을 거니까.”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허리를 밀어 넣는 것이 아니라, 막대기가 미끄러져서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은 피스톤 운동을 시작한다.  

“앙♡”

스즈의 표정이 한순간 황홀경으로 빠져들었지만, 입가에는 여전히 미소가 걸려 있다.

“……이제는 꼭 허리를 흔들어야 한다는 느낌?”

“그런 느낌이야.”

“아앗♡”

황홀해하는 표정이 다시 한 단계 짙어지자, 남아 있는 미소는 아까보다 옅어진다.

“……잠시만 더 이 환담 시간을 즐겨도 되잖아?”

“움직여주기를 원하지 않아?”

“……생각했던 것보다 노콘 섹스 쩔어. 자지의 모양을 또렷하게 알 수 있어서 너무 야해, 그리고 뜨거워. 농담이 아니라 진짜 화상 입을 것 같아.”

하지만 나는 이렇게 극상인 꿀단지에 발기한 남근을 삽입해놓고 가만히 참고 있을 만한 벽창호가 아니다.

“음, 앗♡”

그런 남자아이의 사정을 이해한 스즈는 풍전등화 같은 웃음에 씁쓸함을 섞었다.

“……가능하면 지금까지의 페이스로 부탁하고 싶어~, 라고 친구로서 생각합니다만.”

“알았어.”

스즈의 익살스러운 말투를 듣고 킥킥 웃으면서 허리를 흔든다.

“아앙♡”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돌아오지 않게 되었다.

“……약속이니까. 이 이상 속도를 올리면, 진짜로 엉망진창이 돼버릴 거니까, 알았지?”

“약속할게. 그러니까 안심해.”

스즈가 안도한 듯 눈을 감는다. 나를 향한 끝없는 신뢰를 느낀다. 이성(理性)을 잡아먹으려고 드는 충동과 본능보다도 훨씬 더 위에 있는 마음. 그녀에 대한 우정이 나를 규율한다.

삽입할 때는 매끄럽게. 밑동까지 미끄러지듯 결합되면, 그때부터 ‘하나, 둘.’ 하고 마음속으로 센다. 그리고 망가지기 쉬운 물건을 다루듯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허리를 뺀다.

“하아으아♡”

그것을 반복한다.

“으앗, 음♡”

그것만으로도 스즈는 끈적끈적하게 녹아내린 표정으로, 달짝지근한 소리를 냈다. 나도 그 사무작업 같은 피스톤 운동을 할 때마다, 온몸에서 자의식이 녹아내리는 것 같은 쾌락에 감싸인다.

“……츳치, 조금만 더, 봐달라고, 부탁해도 될까?”

“……이 이상은 무리야. 콘돔 없이 넣으니까, 스즈의 안, 허리를 흔들어대고 싶어서 못 참겠어.”

“그래도, 아윽♡ 이러면, 이상해질 텐데…… 하윽, 앗♡”

스즈가 눈을 가늘게 뜨며 애원하듯 말한다.

“……최소한 허리를 뺄 때만이라도 어떻게 안 될까? 츳치의 귀두 움푹한 곳이 깊으니까, 마구 긁어댑니다만.”

“이 이상 느리게는 못해.”

“앗, 응♡ 말하자마자, 으아앗♡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좀♡”

“어쩔 수 없잖아.”

스즈는 입을 꽉 다물고 원망스러운 눈길로 나를 바라본다.

“……언제나 내 가슴이나 허벅지가 이러니저러니 꿍얼댔으면서, 츳치의 발기 자지도 진짜로 야하다고. 그걸 생으로 박는 거니까, 배려 좀 해주면 안 돼?”

“충분히 배려한 결과가 이 페이스야. 이 이상은 일절 봐주지 않을 거니까.”

“귀신, 악마, 왕 자지!”

커다란 땀방울이 이마에서 시작해서 관자놀이를 타고 턱을 지나 스즈의 복부로 떨어졌다. 스즈도 나와 마찬가지로 구슬 같은 땀을 이마와 가슴에서 흘리고 있었다.

스즈가 힘껏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협박조로 말한다.

“……페이스 떨어트려주지 않으면, 츳치 자지가 꼬무룩해질 만한 신음소리를 내겠어. 이쪽은 이미 아까부터 머리가 이상해지려고 하는 걸 계속 참고 있었으니까.”

“아니, 그러니까, 섹스 중의 스즈는 언제나 예쁘다고 했잖아.”

스즈가 한순간 절규하더니, 쑥스럽다는 듯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섹스를 안 할 때는 예쁘지 않다는 뜻이군요.”

“스즈는 평소에도 예뻐. 야한 소리를 낼 때는 30% 정도 더 예뻐지지만.”

나는 딱히 아무런 심술도 쑥스러움도 없이 말한다. 그저 객관적인 평가다. 주관적이지도 않고 냉정한 분석이라고 평가한다. 스즈에게는 아무것도 겁내지 않고 말할 수 있다.

“……그러니까 딱 그 정도로만 가볍게 미츠바 양에게 말을 걸어보라고.”

나의 아픈 곳을 찌른다. 입으로는 대꾸할 수가 없었기에 피스톤 운동의 페이스를 조금이지만 올린다. 삽입한 뒤에 세던 ‘하나, 둘.’을 ‘하나.’로 줄였다.

“앗, 앗, 앗, 앗♡ 으아…… 좀 빨라졌잖아…….”

스즈는 시선을 옆으로 돌린 채, 페이스 업을 강하게 질책하지는 않았다.

“……진짜로 그렇게 생각해?”

“진짜로 예뻐.”

“……더 말해주면 용서해주지.”

스즈는 시선을 그대로 둔 채, 입가를 히죽거리면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

“예뻐. 스즈.”

“아응, 아응, 아응♡”

“스즈의 기분 좋아하는 얼굴과 목소리, 정말로 예뻐.”

“으아, 앗♡ 츠, 츳치♡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봐♡”

귀두를 깊숙한 곳에 꾹 밀어 넣고 피스톤 운동을 멈춘 채 솔직한 마음을 전한다.

“좋아해.”

변함없이, 어떤 종류의 ‘좋아한다’인지, 그 전제는 생략한다.

“앗, 아윽———♡”

스즈는 등을 띄우고 움찔움찔 경련하면서 가볍게 절정에 올랐다. 젖혀진 상반신 위에서 유방이 부들부들 젤리처럼 흔들린다.

그 경련이 끝나고 등이 털썩 떨어지자, 스즈는 거칠게 호흡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선을 나에게서 돌린 채 “……나는 정말로 쉬운 여자구나.” 하고 자조를 섞어서 중얼거린 후, 나를 멍한 눈동자로 바라봤다.

“……생자지, 마음껏 푹푹 찔러도 되는데?”

스즈의 언질을 듣고, 내 안에 있는 맹수의 쇠사슬이 풀린다. 마음껏 허리를 흔들어대면 몇 초 만에 끝나버릴 것이 틀림없는 보들보들하고 오톨도톨한 꿀단지였지만, 더 이상은 체면을 차리고 있을 수 없었다. 스즈의 성기는 그런 마성을 가지고 있었다.

걸신들린 듯 허리를 흔들어대자, 그 리듬과는 상관없이, 스즈는 몸을 비틀면서 절정으로 향해 가는 소리를 질렀다.

“아윽——♡ 아윽——♡ 아윽——♡”

그녀의 그런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사랑스러운 그녀를 칭찬하는 말이 술술 나온다.

“예뻐. 좋아해.”

“……분명히 내가 더 좋아하니까! 바보! 앗, 앗, 앗, 앗, 앗♡ 노콘 섹스, 장난 아니야♡”

스즈는 딱 한순간 나를 날카롭게 째려보며 그렇게 강하게 말하더니, 곧바로 요염하게 신음했다.

콘돔 없는 결합은 삽입감이나 정신적인 고양에서 콘돔 있는 결합과 확연한 차이가 난다. 그리고 그런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부분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마찰음이다.

나의 성난 육창의 창끝으로 질을 찌르고 들어가서 밑동까지 삽입하고, 활짝 펼쳐진 귀두 갓으로 그녀의 음순을 꾹 눌러서 옆으로 벌어지게 한다. 그리고 허리를 빼다가, 다시 찌른다. 그런 동작을 반복함으로써 생기는 물소리는, 빨아들이는 힘이 강한 스즈의 펠라티오 소리와 비슷했다.

쩍, 퐁, 쩍, 퐁, 쩍, 퐁, 쩍, 퐁.

실제로 허리를 뺄 때마다 질 벽이 빨아들이는 것처럼 달라붙었고, 허리를 내밀면 빳빳한 살덩어리의 압력에 찌부러진 것처럼 그 질 벽이 흐늘흐늘 부드러워졌다.

“스즈의 입이 빨아주는 것처럼 기분 좋아.”

절정을 눈앞에 둔 나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말하면서 허리를 흔들었다.

“아앗♡ 앗♡ 앗앗앗♡ 그, 그건♡”

스즈는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이면서도, 턱을 조금 당겨서 귀엽게 말했다.

“……아무것도 차지 않고 츳치랑 이어졌잖아, 너무 기분 좋아서 보지가 멋대로 달라붙는 거야♡ 쪽, 쪽, 제멋대로 생자지를 빨아대고 있어♡ 아응아응아응♡”

그렇게 말하고 헐떡거린 후, 스즈는 눈을 감는다.

“앗, 딴딴한 자지 속에서 정액이 올라오는 게 느껴져♡ 콘돔 없이 박는 거 정말 끝내준다♡”

나 자신보다 스즈가 먼저 사정의 전조를 선명하게 감지해낸다. 그것이 이상하게도 기뻤다.

마지막으로 쉬기 위해 허리를 멈춘다. 스즈는 그 행동을, 자신을 배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착각한 것인지, 열과 색향을 띤 격렬한 호흡으로 헉헉거리면서도, 항상 봤던 친근한 미소를 지었다.

“정자가 나올 때까지 보지로 펠라티오 해줄게, 성에 찰 만큼 생자지로 박아도 돼♡”

그 말을 들은 순간,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격렬한 다행감(多幸感)이 꿰뚫고 지나간다. 남근이 격렬하게 떨리다가 터지는 것을 느꼈다.

직접적인 자극 따위를 필요로 하지 않고, 그 소중한 친애만으로, 어느새 내 마음과 몸은 절정에 달해버린 것이다.

스즈의 배 속에서 찍찍 나온, 선발부대 같은 그 사정을 느끼고, 나는 급히 허리를 뺐다. 피임기구 없는 성교라고 하는 수컷의 열정(劣情)의 극치에 감싸여 있던 내 성기는, 풀처럼 진한 정액을 그녀의 상반신에 세차게 흩뿌렸다.

스즈의 얼굴에까지 도달한 그것은, 주로 스즈의 가슴과 복부를 하얗게 칠했다. 특히 배꼽 주변은 웅덩이가 되었고, 가슴에 붙은 점액덩어리는 슬라임처럼 목덜미로 흘러내려 간다.

“……폭발해버렸어?”

입술에도 정액이 튄 감촉이 있었던 걸까, 스즈는 혀로 입술을 날름 핥고 입맛을 쩝쩝 다시더니, 히죽히죽 웃으면서 내게 물었다. 서로 맞잡은 손의 손바닥은 땀으로 축축했다.

“미안해. 스즈, 못 갔지?”

스즈는 내 사과에 자조하듯 코웃음을 쳤다.

“처음부터 계속 가고 있는 상태였습니다만? 그러니까 봐달라고 했더니 허리를 계속 흔들어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만?”

“스즈도 허가해줬잖아.”

“……츳치가 예쁘다느니, 좋아한다느니 말해줘서 그랬잖아.”

스즈는 한순간 말문이 막혔지만, 곧바로 못마땅하다는 듯, 그러면서도 귀엽게 노려본다.

“솔직히 예쁘고, 좋아하니까 그렇게 말한 거지.”

아무렇지 않게 말하자, 스즈가 기회는 이때다 하고 기세 좋게 달려든다.

“자! 지금! 지금 나를 미츠바 양이라고 생각하고 그 말 해봐!”

스즈를 가상 미츠바 양으로 바꿀 수 있을 만큼 내 상상력은 풍부하지 않다. 하지만 미츠바 양에게 그런 말을 지껄이는 자신을 뇌리에 그려보고, 나는 곧바로 스즈에게서 눈을 돌렸다. 얼굴이 새빨개지고, 심장이 쿵쾅쿵쾅 시끄럽다.

“……못하겠어. 눈을 보는 것조차 힘들어.”

“사랑을 하고 계시는군.”

내가 보기에도 꼴사납게 약한 소리를 내고 말았다. 스즈도 그런 나를, 좀 기쁘다는 태도로 히죽거리면서 바라봤다.

그런 그녀의 시선이 내 사타구니로 향한다. 실을 뽑듯 정액을 계속 흘리고 있는 남근은, 움찔거리면서 발기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성기가 근질근질한 느낌이 난다.

“……계속해서 가능이라는 느낌?”

자신이 너무 칠칠치 못하다고 느꼈다. 부끄러워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인 후, 둘 다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몇 초의 틈을 둔다.

그러자 스즈가 발끝을 꼼지락꼼지락 움직이면서 애절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말이야, 왜 그렇게 심술을 부린 건데?”

“심술 안 부렸어.”

“……부렸잖아. 그렇게 야한 자지를 보여줄 만큼 보여주고서, 아무 짓도 안 하고 있잖아.”

스즈는 조금 과장되게 삐친 태도를 보인다.

“아무것도 없이 이어져도 되는 날이니까 말이야…….”

일단 거기에서 말을 끊은 후, 평소대로의 친밀함과 싹싹함을 듬뿍 머금은 분위기로 말을 이어간다.

“……조금이라도 더 츳치랑 달라붙어 있고 싶은데요?”

지금이라도 당장 이 아이와 이어지고 싶어서, 결합을 위해 필요한 내 성기가 움찔움찔 위아래로 흔들린다.

그래.

서로의 성기는 어디까지나 결합을 위해 필요한 것일 뿐이고, 성적 흥분은 결합의 사전 준비로서 발기하게 만들거나 젖게 만들기 위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

그때 내 머리는 엉킨 실이 풀린 것처럼 하나의 진리에 도달했다.

연애감정을 일절 가지고 있지 않은 친구와 성적인 행위를 계속해가고 있는 우리의 관계성이 명백해졌다.

나와 스즈에게 있어 성적인 기관이나 행위는, 이어지기 위한 도구나 기술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나는 피임기구 없이 이어진 방금 전의 행위를 통해서 그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아직도 계속 늘어져 내리고 있는 정액을 닦아내려고 했지만, 그 움직임을 알아차린 스즈가 두 손을 강하게 쥐며 놓아주려고 하지 않는다.

스즈는 나를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나 말이야, 섹스를 하기 전에 말했지? ‘내 전부를 줄게.’라고.”

그리고 귀까지 빨개지면서도, 스즈는 중요한 말을 하겠다는 태도로, 진지하게 말해온다.

“……그러니까 말이야, 나도 츳치의 전부를 받고 싶어.”

이것은 우리가 더더욱 친구가 되기 위한 의식이다. 우정에 대한 그녀의 진지한 마음을 외면하고 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짝 벌어진 채로 있는 질 입구는, 우리의 친근하기 그지없는 거리감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허리의 위치를 조금 조정하고, 고개를 쳐든 육창을 찔러 올리듯 다시 삽입했다.

“아아앗, 헉♡”

끄트머리에서 여전히 정액을 흘리고 있던 맨살 그대로의 남근을 밑동까지 삽입한다. 정액이 질 벽에 짓눌리듯 발려 가는 것을 느꼈다.

“……으음…… 하아앙♡”

친근한 것은 입구뿐, 조금 안쪽으로 삽입하자 부드럽고 미끌미끌한 살 벽이 역시 꽉꽉 조여들면서, 펠라티오를 하는 것처럼 빨아들인다. 스즈가 그 살 벽과 똑같을 정도의 열을 띤 시선으로 나를 본다.

“…………진짜로,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도 돼.”

나도 그 시선을 바로 정면에서 받아낸다. 스즈가 맞잡고 있는 두 손에 힘을 꽉 넣는다.

“……아직도 정액을 질질 흘리고 있는 생자지로, 나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도 돼.”

나도 무턱대고 허리를 흔들어댔다. 내 방 침대와는 전혀 강도가 다를 퀸 사이즈 침대가 삐꺽거린다.

“앗, 앗, 앗, 앗, 앗♡”

자신이 사정하기 위해서나, 상대를 절정으로 이끌기 위해서라는, 쾌락이나 자극에 속하는 목적은 뒷전으로 미루어뒀다.

“안 돼, 안 돼♡ 정액이 듬뿍 발라진 발기 자지 너무 뜨거워♡ 보지도, 머릿속도, 끈적끈적하게 녹아내리려고 해♡”

그저, 그저 스즈와 이어지고 싶었다. 좀 더 허물없는 사이가 되고 싶다. 시시한 일로도 함께 웃을 수 있는 사이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빡빡한 꿀단지로, 빳빳하게 발기한 남근으로, 마찰시킨다.

더더욱 친구가 되고 싶어서, 맨살로 교미를 한다.

정액이라는 윤활유를 얻은 결합부는, 쩍, 퐁, 쩍, 퐁, 쩍, 퐁 하고 음란하게, 펠라티오를 연상시키는 마찰음을 울린다.

“아윽——♡ 앗♡ 아윽——♡”

스즈는 때때로 갑자기 튕겨 오르는 것처럼 등을 띄우고, 여자답지 못한 망측한 소리를 냈다. 그 기복이 심한 상반신의 표면은 첫 번째 사정 때 칠해진 정액이 아직 남아 있었기에, 한층 더 요염하게 보인다. 그런 그녀를 빨리 편하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싹틀 정도로, 그녀는 쾌락의 도가니에 빠져 있었다.

무턱대고 허리를 계속 흔들던 나도, 곧바로 하복부가 폭발하려 한다는 전조를 느꼈다. 그녀에게 삽입한 음경의 윤곽은 이미 완전히 녹아버린 상태다.

“……쌀게.”

그녀의 손을 내 손으로 시트에 꽉 누르면서 선언한다. 그것은 언제나 하던 사정 보고와는 달랐다. ‘나의 전부를 그녀에게 알려주고 싶다. 공유하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끈적끈적한 황홀경에 빠져 헤매면서도, 유쾌하게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한 방울이라도 안 내놓으면, 이번에 영화 보러 갈 때 음료수 츳치가 사는 거니까, 알았지?”

“그럼 전부 다 싸면, 스즈가 사는 거다.”

남녀라고 하는 이성끼리 하는 성행위. 그 원점이자 정점인 생물적 행위를 하고 있는 쾌락의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아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그 육욕적인 행복도 달갑게 받아들인다.

“앗, 앗, 앗, 앗, 앗♡ 츳치, 딱딱해♡ 보지가 이미 끈적끈적하게 녹아버렸는데도, 생자지가 딴딴하다는 걸 알 수 있어♡”

“스즈, 간다.”

“응, 와, 와줘♡ 이대로, 츳치의 전부, 원하니까♡ 펠라티오 보지로, 정액을 쪽쪽 빨아줄게♡”

“아아…… 스즈!”

“츳치♡ 좋아해♡ 좋아해♡ 아아아앗♡♡♡”

이미 열탕 같은 질 안에서 완전히 녹아내린 남근은, 사정이라고 하는 익숙하기 그지없는 감각을 나에게 전해주지 못했다.

빡빡한 살 단지 안에서 딴딴한 살 막대기가 마구 날뛰고 있다는 것과 무언가가 파열하는 것처럼 계속 새어나오고 있다는 것만 어렴풋하게 이해했다.

스즈는 한없이 애절한 얼굴로 나를 지그시 바라본다.

“……미안, 츳치. 계속 봐줘.”

“응?”

“……정자, 안에다 싸게 한 건, 처음이라서, 조금 불안하니까, 보고 있어줘.”

나는 그녀의 손을 더욱 강하게 쥐고, 절대로 시선을 돌리지 않겠다는 강한 눈빛을 그녀에게 보여줬다.

교차하는 우리의 시선은, 친애 그 자체였다.

무슨 이유인지 사정에 대한 자각이 애매한 내가, 스즈에게 묻는다.

“……나오고 있어?”

“……응. 생자지가 계속, 왈칵왈칵 정액을 싸고 있어.”

그리고 그녀는 조금 가녀린 미소를 지었다.

“……이히히…… 츳치 덕에, 배 속이, 엄청 따뜻해.”

그 말은, 내가 제창하는 ‘우정에는 상한이 있다’라는 설의 일부를 보강해주었다. 우리는 불타오르듯 애를 태우는 것 같은 마음을 품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이 편안한 따스함은, 이것은 이것대로 연정(戀情)에는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일 것이다.

나는 몸을 앞으로 쓰러뜨려서 상반신을 그녀와 밀착시키고, 그녀의 입술을 빨았다. 그때 스즈가 속삭였다. 

“……츳치는 항상 진저에일이지?”

“응.”

아무래도 내기는 내가 이긴 것 같다. 남근의 상태는 이미 스즈가 더 선명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스즈가 눈과 코앞에서 나를 놀리는 것 같은 웃음을 짓는다.

“그렇게 왈칵왈칵 쌌으면서, 작아질 기미는 전혀 없고, 딴딴하기만 한 이유는 대체 뭔가요?”

면전에서 그런 말을 들으니, 내 몸이 너무 상스러운 것 같아서 부끄러워진다.

“……아직 스즈와 친구가 덜 된 것 같다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닐까?”

농담으로 대꾸하자, 스즈는 그 말에 응수한다.

“어이쿠, 그렇게 나오셨군. 그럼 우정이 더 깊어지게 해야겠네?”

도발이라고는 해도 성적이지 않게, 친구끼리 장난을 치는 것 같은 음색으로 나를 선동한다. 나로서도 받아들인다는 선택지밖에 없었다.

“아, 잠깐 기다려.”

상반신까지 밀착한 정상위에서 그대로 허리를 뒤로 빼려 하자, 스즈가 제지했다.

“미안. 아무리 그래도 좀 쉬자. 일단은 물 좀 마시고 싶어. 아니, 섹스로 이렇게까지 목이 마른 건 처음인데요.”

스즈는 킥킥 웃은 후, 나에게 깔린 채, 사이드 테이블에 놓아두었던 가방으로 손을 뻗었다. 예상하고 준비해두었을 생수 페트병을 꺼낸다.

“러브호텔에서도 살 수는 있는데, 뭔가 좀 그래서 말이야. 아, 츳치도 마실래?”

“응. 나도 목이 칼칼해.”

그 대답을 듣고 스즈가 일단 페트병에 입을 댔다. 나는 당연히 그 뒤에 마시게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는데, 스즈가 나에게 페트병을 넘겨주려는 기색이 없다. 그러기는커녕 입에 머금은 물을 삼키려는 기색도 보이지 않는다.

스즈는 나를 올려다보며 입술을 삐죽 내민다. 아무래도 입으로 줄 테니 받아 마시라는 뜻 같다.

나도 입술을 맞추어 보지만, 아래에서 위로 물을 보내주는 건 어렵다. 내 입에 급수되는 건 아주 적었고 나머지는 스즈의 입가로 줄줄 흘러내려서, 우리는 함께 웃었다.

“야, 츳치! 똑바로 받아 마시라고!”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이 사이에도 딱딱하게 발기한 남근은 피임기구 없이 스즈를 그대로 꿰뚫고 있었다.

“……이번에는 성공시킬 수 있겠어?”

스즈가 다시 입에 물을 머금는다.

“쭉 쏴. 쭉.”

내가 지시를 내리자, 입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이던 스즈가 조용히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다시 입술을 맞추고, 이번에는 입으로 물 옮기기를 성공했다. 스즈의 입 안에서 약간 데워진 물을 삼키자, 스즈가 “에이~.” 하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고, 우리는 하이터치를 대신해서 서로의 입술을 쪼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자기 차례라고 말하는 것처럼 스즈가 들고 있던 페트병을 나에게 넘긴다.

“아니, 스즈는 혼자서 마실 수 있잖아.”

“어이.”

둘이서 정석적인 콩트를 하고, 아까와는 반대로 내가 먼저 물을 머금은 후, 스즈에게 입으로 옮겨준다. 자세 때문에 이번에는 쉬웠다.

“좀 더 줘.”

“응.”

다시 한 번 반복한다. 정신적으로는 같은 병으로 번갈아 가며 돌려 마신 것과 다를 바 없는 작업이다. 마음도 몸도 중심에서부터 따끈따끈하게 데워진다. 그래도 역시 피부에 돋아 있는 수많은 땀방울 때문에 약간의 썰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몸 식는다. 지금은 이거 입고 있어.”

나는 페트병을 사이드 테이블에 놓고, 벗겨서 내던졌던 원피스를 스즈에게 건네준다.

“뭐~? 귀찮은데.”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안 돼.”

“과보호야.”

스즈의 불평을 들으면서 절반 정도는 억지로 옷을 입혀 간다. 스즈는 저항하지 않고 즐겁게 소매에 팔을 넣었다.

“어차피 곧 심한 운동을 재개할 거면서.”

스즈의 시선과 말투는 그녀의 안에서 빳빳하게 우뚝 서 있는 상태인 나를 명백하게 비꼬는 것이었다. 물론 친구로서의 배려를 기뻐하면서 하는 말이다.

“으음♡ 그리고 츳치도 알몸이잖아.”

키스를 하는 작은 동작으로 미묘하게 허리가 움직이자, 스즈는 애절하게 귀여운 소리를 낸 후, 불평을 표정에 나타낸다.

“나는 스즈의 안이 따뜻해서 괜찮아.”

“그런 소리를 한다면, 나도 아까부터 계속 츳치의 자지로 배 속이 따끈따끈하다고.”

트집과 변호의 말을 나누면서, 힘차게 쪽쪽 입맞춤도 나눈다.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을 때마다 서서히 열이 쌓여가고, 맞잡고 있는 손가락의 얽힘도 그 자체가 교접하고 있는 것처럼 정념이 깊어진다.

쪽쪽 하는 경쾌한 소리가, 쩝쩝 하고 서로 빨아들이는 소리로 변하자, 스즈의 하반신이 애가 탄다고 말하는 것 같은 거동을 보인다. 허리가 꿈틀꿈틀 좌우로 흔들리고, 무릎이 천천히 굽혀지고, 발끝이 나의 다리를 찌르기 시작한다.

그런 성적인 고양을 눈으로 몰래 확인하고 있을 때, 스즈가 도둑잡기 게임을 한 판 더 하자고 말하는 것 같은 산뜻한 모습을 가장하며 말한다.

“……그럼, 3회전 가보실까.”   

나는 두 팔꿈치를 스즈의 머리 양 옆에 하나씩 놓았고, 스즈는 내 옆구리 아래쪽으로 손을 넣어서 내 등을 끌어안으며 당겼다. 허리를 움직인다.

“음, 음, 음♡”

스즈는 아직 여유가 있어 보이는 귀여운 신음소리를 낸 후, 장난스럽게 웃는다.

“이히히…… 물을 마시는 사이에도, 계에~~~에속 자지는 딱딱한 상태로 있던 츳치였습니다.”

놀리는 것 같은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새삼 부끄러워졌다. 그 말을 못 들은 척하며 허리를 흔든다.

“아응, 아응아응♡”

스즈는 반쯤 농담을 나누는 태도도, “……칭찬한 건데.”라고 말하며 입술을 삐죽거린다. 하지만 그녀의 여유로운 모습도 거기까지였다.

스즈는 두 다리도 내 등에서 교차시켜서, 팔다리로 나를 구속하듯 포옹한다. 스즈의 피부의 감촉은 말할 필요도 없이 극상이었지만, 처음으로 남 앞에서 입은 니트 원피스의 부드러운 감촉도 내 머릿속에서 무언가를 간지럽혔다.

“……이제 놓지 않을 거니까.”

스즈의 그 음색과 표정은 장난치는 분위기로 하려던 말이었겠지만, 실패해서 요염해져버렸다. 그녀의 말을 따른 것은 아니었지만, 젖혀진 남근과 활짝 펼쳐진 귀두 갓은 낚시 바늘처럼 그녀를 꿰고서 놔주지 않는다.

스즈는 아무 말 없이 허리를 흔드는 나의 등에 손톱을 꽉 세우면서, 애절하게 중얼거렸다.

“……츳치, 오늘 시간 괜찮아?”

“괜찮은데?”

“……시간, 연장 안 할래?”

“좋아.”

“……돈은 내가 낼 테니까.”

“아니, 반반씩 내야지.” 

“그래도 내가 말 꺼냈는데.”

“좀 더 길게 함께 있고 싶은 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그래도 내가 러브호텔 가자고 했고.”

“스즈가 말이야, 도우지마 씨랑 올 때 일방적으로 도우지마 씨만 돈을 내는 게 마음에 안 든다고 한 적 있지? 나는 친구니까 그 말이 더 당연한 거야.”

나는 일단 피스톤 운동을 멈추고 스즈를 이해시키기 위해서 내 생각을 말로 전한다.

“윽.”

그녀가 말문이 막혔을 때, 나는 피스톤 운동을 재개한다.

허리를 흔들 때마다 원피스 끝단이 말려 올라가서, 스즈의 잘록한 허리와 예쁜 배꼽이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몸매가 잘 드러나는 얇은 천, 거기에 더해서 브래지어를 차지 않은 상태다. 옷 아래에서 풍만한 유방이 출렁출렁 노골적으로 날뛰는 광경은, 직접 눈으로 보는 그것과는 또 다른 상쾌함을 나에게 준다.

헐렁한 옷깃 사이로 엿보이는, 땀을 듬뿍 머금은 골짜기는 나를 유혹하려는 듯 한없이 부드러워 보였다.

“으앗, 앗앗♡ 하, 하지만…… 오늘은, 여러 가지로 내 멋대로 했다고 할까, 편할 대로 했고 할까……, 아앗, 하으악♡”

스즈는 쉽사리 자신의 주장을 굽히려 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궁리하고 있을 때, 스즈의 머리맡에 있는 내선전화가 보였다.

“이거 수화기를 들면 프런트에 연결되는 거지?”

“……그럴, 거야…… 음음, 하윽, 으아앙♡”

“그럼 말이야, 오늘은 스즈의 말대로 할 테니까, 스즈가 연락해.”

그 정도라면 별 문제 될 것도 없다고 생각한 듯, 스즈의 한 손이 수화기로 뻗어간다. 하지만 그 손은 수화기를 쥐려던 때부터 움직이지 않는다. 스즈가 쓴웃음을 내게 보인다.

“……저, 츠치야 씨? 에로 자지 움직이는 걸 그만둬주시지 않으면, 저 평범하게 말을 할 수 없는데요?”

“그대로 전화해봐.”

“……왜?”

“어떻게 되나 해서. 만화 같은 거 보면 섹스 중에 통화를 하는 상황이 자주 있잖아, 꽤 평범하게 말을 할 수 있는 게 궁금했거든. 단순한 호기심이야.”

전에도 섹스 중에 전화가 걸려온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상대가 친구였기에, 스즈의 단정하지 못한 목소리를 들려줬다가는 큰일이 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저 러브호텔의 점원이다.

단순한 여흥으로 삼기 위해서 제안해봤다. 친구 사이라면 당연히 섹스를 하는 도중에 장난을 거는 법이다. 

“……츳치는 분명히 S 기질이 있어.”

스즈는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내 장난에 어울려준다.

스즈는 수화기를 들고 귀에 댄다. 희미하게 호출음이 들려오기 시작하자, 나는 피스톤 운동에 속도를 붙였다.

“앗, 앗, 앗♡ 야, 세게 하지 마♡”

‘네, 프런트입니다.’

젊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스즈는 입을 꽉 다물고 원망에 찬 눈으로 나를 보고 있다.

‘여보세요?’

응답이 없자, 점원이 다시 부른다. ‘빨리 대답하지 않으면 통화 끊겨.’라는 내 시선에 스즈는 결심을 한 듯 입을 연다.

“아, 저…… 여보세요.”

‘네. 무슨 일이신가요?’

그리고 스즈는 다시 입을 꽉 다문다. 눈썹은 여덟팔자(八)가 되고,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표정까지 보인다. 침대는 끽끽 요란스럽게 삐꺽거리고, 교접 소리는 여전히 ‘쩍, 퐁, 쩍, 퐁’ 하는 거센 펠라티오 소리 비슷했다. 질 벽에 정액이 발라져 있었기에, 그 소리는 분명하게 전보다 더 많은 끈기를 띠고 있었다. 

스즈도 그 모든 소리가 점원에게 들리고 있을 거라고 확신했으리라, 귀까지 새빨갛다. 스즈와 점원 사이에 정적이 계속 이어진다. 스즈는 도움을 바라는 시선을 내게 돌린다. 그 눈은 입을 열면 신음소리 말고는 나오지 않는다고 호소하고 있었다.

“그럼, 연장은 없는 걸로 하지.”

스즈는 애처롭게 얼굴을 확 찡그리더니, 수화기를 내려놓고 통화를 끊었다.

“……방금 확신했어. 분명 진성 S야, 틀림없어.”

“아니, 그럴 마음은 없었어. 처음부터 그런 규칙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고.”

“……말은 그렇게 해도 곤혹스러워하는 나를 보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았어?”

“귀엽다고는 생각했지.”

“그것 봐! 자기야 모르겠지만, S계의 신성 루키잖아!”

“그 이상한 세계는 뭐야. 무서워서 다가가기도 싫겠다.”

스즈가 과장되게 한숨을 쉰다.

“……있잖아, 그래도 좀 봐주면서 허리를 흔들면 안 돼?”

“이 정도면 될까?”

“음, 아응♡ ……이 정도로도 찌릿찌릿 저리지만…… 그래도 겨우겨우 할 수 있을 것 같아.”

통, 통, 가볍게 허리를 흔든다. 스즈는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 성량으로 신음한 후, 불만스럽게 혼잣말을 한다.

그래도 나를 지그시 바라보며, 다시 내선전화로 손을 내밀었다. 오른손으로 수화기를 귀에 대면서, ‘절대로 아까 이상의 피스톤 운동은 하지 마.’라고 내게 시선으로 호소해온다. 나는 약속했던 간격으로 허리를 흔든다.

‘네. 프런트입니다.’

“…………저, 죄송한데요…….”

스즈는 머뭇머뭇 입을 열다가, 갑자기 수화기를 얼굴에서 떼고 “윽, 윽♡” 하고 한일자(一)로 꽉 다문 입으로 달콤한 숨결을 흘리더니, 왼손으로 내 등에 손톱을 세우며 항의했다. 밀착되어 있는 유방이 내 앞가슴에 눌려서 심하게 찌부러졌다.

‘네.’

스즈는 프런트 점원의 대답에 즉답을 하지 못하고 틈을 둬야만 했다. 그 사이에, 쩍, 퐁…… 쩍, 퐁…… 하는 음란한 흡착을 연상시키는 넣었다 뺐다 하는 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는 분명 점원의 귀에도 똑똑하게 들렸을 것이다.

“…………연장, 부탁드릴게요.”

스즈는 코끝이 맞닿을 거리에서 나를 지그시 바라보며 어떻게든 그렇게 말했다. 그 목소리는 모기의 날갯짓 소리만큼 가늘었다. 그래도 점원에게는 들렸나 보다.

‘연장하시겠다고요?’

점원은 반쯤 확신에 찬 목소리로, 그래도 일단 한 번 더 확인한다. 스즈의 표정에서 안도가 전해진다.

이제 ‘네.’라는 한마디만 하면 된다. 그 마지막 ‘네’를 입에 담으려고 귀여운 입술을 벌린 순간, 나는 그녀를 거칠게 흔들어댔다.

“하으악, 앗앗앗♡ 안 돼, 간다, 가버린다고♡ 바보, 바보♡ 앗, 간다♡”

스즈는 절정 바로 직전에 숨을 훅 삼키고서, “연장 부탁드립니다♡” 하고 단번에 말을 뱉어냈다.

그 말에 곧바로 이어서 절규 같은 교성을 지르고 있는 와중에, ‘알겠습니다.’ 하고 점원이 냉정하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는 것을, 나만 듣고 있었다.

스즈는 격렬한 절정으로 인해 글자 그대로 녹아 있었기에, 그녀의 손에서 수화기를 빼앗아서 제자리로 돌려놨다.

점원의 태연한 대응 태도로 봐서는 자주 있는 일인가, 하고 스즈의 절정의 여운이 수그러들 때까지 고찰해봤다.

“……후후…… 후후후.”

스즈의 헐떡이던 숨소리가 서서히 잦아들어간다고 생각했을 때, 갑자기 그 숨소리가 어울리지 않는 웃음소리로 변한다.

스즈가 다시 두 팔로 나를 끌어안는다. 스즈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 같았지만, 아직 숨 쉬기가 힘들다는 듯 가슴을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때마다 유방이 말캉말캉 내 앞가슴을 눌러대며 법열(法悅;엑스터시)의 기분을 맛보게 해주었다.

스즈의 입꼬리는 웃음기를 띠고 있었다. 하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그것을 보고 자연스럽게, 마음속에서 사죄의 말이 솟아나왔다.

“……장난이 심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스즈는 아무 말 없이 내 윗입술을 이로 살며시 깨물며, 집게손가락으로 등에 원을 그리듯 어루만졌다. 그 다정함이 오히려 더 무섭다. 나는 스즈의 노고를 치하하듯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서 피스톤 운동을 재개한다.

그러자 스즈는, 한마디, 한마디 정중하게 딱딱 끊어서 말했다.

“……오늘 안에, 반드시, 복수할 거니까, 각오해.”

“……네.”

“……아~ 이제 더워. 못 참겠으니까 벗을래.” 

그렇게 말하며 원피스를 벗는 스즈는 물론 진심으로 화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흐름은 모두 예정 조화였다. 우리는 그 과정을 즐기고 있었다.

그 증거로 스즈는 느릿한 피스톤 운동에, 입맛을 다시는 것처럼 달콤한 목소리를 흘린다.

“앗, 앗, 앗, 앗, 앗♡”

옷에서 해방된 유방이 종횡무진 튄다. 다시 보게 된 그녀의 전라는, 내 육창에 파란 핏줄이 돋아나게 만들었다.

“으앗, 딱딱해♡”

나를 구속하는 두 팔 두 다리로 내 등을 사랑스럽다는 듯 이곳저곳 어루만지면서, 응석부리듯 말한다.

“……그래도 말이지, 나, 꼭 연장하고 싶었어……, 이런 기회, 거의 없으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스즈와 아무것도 차지 않고 이어지는 게, 너무너무 행복하니까. 계속 스즈와 이렇게 있고 싶어.”

“……츳치♡”

스즈의 구속 같은 포옹에 열기가 담긴다.

“아까는 심술 부려서 미안해.”

“……딱히 화 안 났는데.”

스즈는 고개를 좌우로 살짝 저으며 귀엽게 말했다. 우리는 천천히 입술을 맞댔다. 설탕을 너무 많이 넣은 코코아처럼 달콤한 키스를 쪽, 쪽 하고 몇 번인가 거듭한다. 그때마다 내 등에 둘러진 스즈의 손이 애절하게 어루만졌다.

“……이히히. 하지만 복수는 하겠습니다.”

키스가 일단락되자 스즈는 즐겁게 말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스즈의 표정은 멍하니 풀어진다.

“앗♡ 앗♡ 앗♡ 기분 좋아, 츳치♡ ……그런데 목이 좀 말라.”

내가 페트병에 손을 뻗으려 하자, 스즈는 애절하게 바라본다.

“……츳치의 침이 좋아.”

“침으로는 갈증이 안 가실 건데.”

하고 내가 말하자, 스즈는 부끄러워하며 시선을 돌렸다.

“……츳치의 침을 원해, 라고…… 말하게 만들지 마. 바보야.”

그렇게 말하고 다시 시선을 돌린다. 콘돔 없이 섹스를 하는 와중에, 스즈가 이런 얼굴로 이런 말을 하면, 사랑에 빠지지 않을 남자가 이 세상에 나 말고 또 있을까 하고 불현듯 생각한다.

코끝이 맞닿을 거리에서 혀끝을 내밀고 침이 떨어지게 한다. 스즈는 나를 바라보며 입을 벌리고 그것을 받아내더니, 곧바로 마시지 않고 입 안에서 충분히 맛본 후 삼켰다.

천천히 허리를 계속 흔들자, 결합부에서 쩍, 퐁, 쩍, 퐁 하고 물소리가 울린다.

“……더 마시고 싶은데.”

“이제 더 안 나와.”

입 안에서 침을 모으려고 했지만 쉽사리 나오지 않는다. 혀를 내밀어 봤지만 떨어져 내릴 만큼은 되지 않는다.

스즈는 자기 쪽에서 혀를 내밀어서, 내 혀끝에 맺혀 있던 침을 핥아서 뗀다. 그 침을 소중하게 쩝쩝 씹더니, 이번에는 스즈가 혀를 내민다. 나도 그것을 혀끝으로 맞이한다.

입술과 혀를 동시에 맞대는 것은 연인에게만 허용된 키스.

그래서 우리는 피임기구 없이 서로의 성기를 맞비비면서도, 자신의 혀끝으로 상대의 혀끝을 쿡쿡 찌르거나, 서로의 혀끝끼리만 휘감는다.

“……스즈. 곧 나올 것 같아.”

“……오케이.”

스즈의 두 팔다리가 보다 세게 나를 끌어안았다. 그 움직임은 오히려 다정하게 느껴졌다. 

스즈의 입술이 내 혀의 중간쯤을 감싼다. 그 안에서 혀끝끼리만 얽히게 해서 쪽쪽 빤다. 남근을 아래쪽 입으로, 혀를 위쪽 입으로. 위아래 동시에 펠라티오를 받는 것 같았다.

스즈에게 부드럽게 모든 것을 빨리자, 남근뿐만 아니라 자아의 윤곽마저 녹아간다.

아마도 내가 절정에 달한 것이리라. 희미하게 남아 있던 하복부의 감각이, 맥동치는 뜨거운 무언가가 요도를 타고 올라와서 왈칵왈칵 그녀의 안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는 것을 포착한다.

내 등과 허리를 꽉 끌어안은 그녀의 팔다리가 내 몸에 녹아들 듯 파고든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머리가 멍해지고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된다. 이대로 스즈와 동화해서, 위아래의 돌기를 위아래의 입에 계속 빨리고 싶다.

스즈는 내 침이 자신의 입 안에 고이면, 가끔 목을 꿀꺽거리며 삼켰다. 그녀의 배꼽 근처도, 그런 식으로 꿀꺽꿀꺽 무언가를 삼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스즈가 전부 받아주고, 전부 인정해주는 것을 느꼈다. 마치 쾌락이라는 이름의 안개 속에 있는 것 같았다. 눈앞조차 보이지 않았지만 불안하지 않았다. 그저, 그저 편안했다. 부유감마저 느껴지는 그 편안함 속에서 스즈가 몸을 조금씩 움직인다.

“……슬슬 복수하고 싶으니까, 내가 위에서 할래.”

정신이 들었을 때는 천장을 보고 누운 내 위에 스즈가 등줄기를 쭉 펴고 올라타 있었다. 물론 결합한 채로.

내 몸통 양옆에 무릎을 대고 다리를 벌린 채 올라탄 자세였기에, 내 두 손은 포동포동한 허벅지에 놓여 있었다. 스즈의 두 손도 그 손 위에 겹쳐져 놓여 있다.

“계속 딴딴한 채로 있는데?”

스즈가 킥킥 웃으면서 입에 담은 그 말을 듣고, 내 남근이 아직 단 한 번도 이 딱딱함을 잃지 않았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스즈의 알몸은 내 남근이 더 발기하게 만들었다.

친숙하고 귀여운 이목구비에 더해서, 선정성에 특화된 몸의 기복과 육감은 열정(劣情)에 휴식을 주지 않는다. 종 모양을 유지한 채 바깥쪽을 보고 있는 폭유는, 유두도 옅은 핑크색이고, 작은 움직임에도 출렁출렁 부드럽게 흔들리며 시선을 놔주지 않는다.

무척 가녀린, 잘록한 복부는 한창때의 건강미를 품고 있었고, 견고한 골반이 만들어낸 흰 복숭아 같은 엉덩이는, 성기를 삽입한 후 거칠게 허리를 흔들고 싶다는 마음을 품도록 남자를 매료시킨다. 허벅지는 날씬하면서도 포동포동한 살집이 잡혀 있고, 무릎 아래는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각선(脚線)을 그리고 있다.  

그런 몸매에 더해, 스즈의 상반신 앞쪽은 첫 번째 사정 때 달라붙은 정액 자국 때문에, 피부가 음란하게 젖어 있었다.

쫀득쫀득한 피부를 가진 스즈의 엉덩이가 내 허리를 문지르듯 돌기 시작한다. 결합부에서 희뿌연 점액이 걸쭉하게 역류한다. 지금까지 질 안에서 계속 섞였던 그것은, 이미 애액인지 정액인지 구별도 되지 않는다.

스즈는 천천히 허리를 앞뒤로 움직였다. 아무리 남근의 감각이 녹아 있다고 해도, 끄트머리가 질 벽과는 확연히 다른 감촉의 무언가에 눌리어 있다는 사실은 알아차렸다. 밀착해 있었던, 아까 전의 정상위에서도 때때로 느꼈던 것이었지만, 기승위로 눌리자 그 감촉은 보다 선명해졌다.

세로 방향으로 가늘고 길게 찢어진 스즈의 예쁜 배꼽 안에서, 쪽, 쪽 하고 키스 소리가 들려온다.

정액을 뒤집어쓰고 있는 육창의 창끝이 꽉 닫혀 있는 두툼한 고리에 정액을 처바르듯 진한 키스를 하고, 그대로 매끄럽게 고리의 입구를 밀쳐서 벌려 가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두 손을 연인처럼 꽉 맞잡았다.

스즈는 천천히 몸무게를 바로 아래쪽으로 실었고, 나는 그 무게를 받아내듯 육창을 바로 위로 찔러 올리는 일에 집중했다.

살 막대기는 고밀도의 질 근육에 단단히 고정된 것처럼 감싸여 있었고, 귀두는 미끌미끌 두툼한 고리를 억지로 벌리다가, 마침내 찌르고 들어갔다. 오줌 구멍 주변만이 아무것에도 닿지 않았기에, 텅 빈 방에 얼굴을 들이민 느낌이 든다.

우리는 킥킥 웃었다. 그 깊은 결합감은 우리의 친구로서의 인연을 보다 강고하게 해줬다. 그것이 간지러울 정도로 기쁘다.

그리고 약간의 거북함이 우리를 감싼다. 새로 만든 아이 방에 남편보다도 먼저 발을 들인 것 같은 거북함.

어느 쪽도 허리를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아까까지 질 안에서 녹아 있던 남근이, 그 살 단지 안에서 윤곽을 또렷하게 되찾을 만큼 씩씩하게 성내고 있었다. 그 열이 온천 같은 스즈의 안보다 훨씬 더 뜨거웠기에, 남근은 달궈진 쇠파이프로 변한다.

남근의 그런 변화에 대해, 이유까지 포함해서, 스즈는 이해했을 것이다. 남자의 성기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는 중학생도 다 안다. 그 숙원을 달성하기 위한 가장 좋은 상황을 앞에 두고, 설레어서 떨고 있는 것이다.

스즈는 히죽히죽 웃으며, 나를 놀리듯 익살스럽게 입을 열었다.

“내 보지에 화상 입힐 작정이야? 자지가 너무 뜨겁습니다만?”

현재의 발기의 원인이, 인간으로서가 아닌 동물적인 충동이라는 것은 명백했다. 그것이 추하고도 상스럽게 생각되어서, 너무 부끄러운 나머지 농담조차 내뱉을 수 없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스즈가 아까 전의 전화 사건의 복수라고 말하는 것처럼 더 히죽거린다.

“이 발기 태도는 본능적인 그것?”

“……본능적인 그것.”

이미 형세는 역전되어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저항은 시선을 돌리며 백기를 드는 것뿐이었지만, 스즈는 추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더더욱 나를 몰아세운다.

“큰일 나버렸네? 막대기부터 귀두까지 빵…………빵하잖아. 귀두도 보지를 얼마나 긁어대고 싶은지, 갓이 활짝 펴져 있고.”

스즈 쪽에서 두 손을 고쳐 쥔다.

“그리고 말이야, 아까부터 자지가 계속 움찔거리는데, 이거 쿠퍼액을 질질 흘리고 있는 거 맞지?”

“……죄송합니다.”

내가 귀까지 새빨개져서 사과하자, 스즈는 더 흥을 낸다. 역습의 언어 공격이다.

“츳치 말이야~, 보건 체육에서 배웠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쿠퍼액에도 정자가 들어 있다고~. 거기는 말이지~, 아기가 만들어지는 방이거든~, 거기다가 너무 많이 흘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명심하겠습니다.”

지금의 나는 삽입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포식되어 있는 것이다. 생사여탈권을 쥔 지배자가 글자 그대로 완전히 놀리는 웃음을 지으며 내려다보고 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 찔끔찔끔 흘리고 있지? 배가 조금씩 따뜻해지니까 나도 알아차린다고?”

내 대답이 궁색해질 만큼, 말로 나를 공격하고 있다. 스즈가 사냥감을 앞에 둔 소악마처럼 입맛을 다신다. 

“……어머, 츳치는 혹시, 나랑 친구 섹스를 하면서, 자기 혼자서 멋대로 자지를 아기 만들기용으로 변환시킨 거야?”

나는 이미 수치심의 정점에 있었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다. 아니 이미 다른 구멍에 들어가 있으니 그것도 불가능한가.

나는 입꼬리를 구기면서, 허리를 더욱 밀어붙이듯 몸무게를 꽉 실었다. 그 결과, 창끝이 두툼한 고리를 비집고 들어가서 귀두 끄트머리가 침입한다.

“……그건, 역시 좀 도가 지나치게 야한 거 아니야?”

“……죄송함다.”

“사과하면서 쿠퍼액을 찍찍 뿌리고 있네. 다 알고 있거든?”

스즈는 “이히히.” 하고 유쾌하게 웃었다.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짓는 그 싹싹한 웃음은, 평소에 보던 친구의 그것이었다.

“……나랑 아기 만들고 싶니?”

그 말투가 너무도 친근하게 들려서, 내 남근이 발딱발딱 맥동했다. 연애도 성욕도 아니다. 생래적인 번식욕구와는 전혀 다른 회로에서 생겨난 충동.

“야, 쿠퍼액 좀 잠그라고.”

스즈가 킥킥 웃으면서 두 손을 강하게 쥐고, 그리고 의식적인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질 안을 꽉 조였다. 당연히 그것은 역효과를 일으켜서, 자궁에 얼굴을 들이민 오줌 구멍은, 찍 하고 쿠퍼액을 수직으로 발사했다.

“음♡ ……잠그라고 했는데.”

스즈는 한순간 눈을 감고 신음한 후, 촉촉한 눈매로 입술을 삐죽거렸다.

“나 말이야, 생리가 아주 정확하니까…….”

스즈는 지금까지의 언어 공격 분위기와는 확 바뀌어서, 나를 수치심에서 해방시켜주려고 하는 미소를 띤 친구의 얼굴로 말한다.

“……내 아기 만드는 방에, 츳치의 임신 즙, 직접 찍찍 뿌려도 돼.”

그녀에 대한 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활활 타오르는 것 같은 연심도 아니고, 육친에게 품는 것 같은 고마움도 아니다.

“아까부터 계속 잘난 체하며 말하는데 말이야, 스즈도 자궁 입구가 내려온 거잖아?”

스즈는 얼굴을 돌리고 일부러 연기하듯 실력이 형편없는 휘파람을 불었다.

“……츳치 쪽이 먼저 아기 만들기용 자지가 되었잖아.”

“정상위 때부터 달라붙는 느낌이 있었다고.”

스즈는 얼굴을 돌린 채, 창피하다는 듯 나를 날카롭게 째려본다. ‘더 이상 말하지 마!’라는 눈빛이다.

“……그럼 아기 만들기 사정, 하게 해주지 않을 거야.”

“거짓말입니다. 상스러운 제가 스즈 님을 유혹했습니다.”

“이히히. 알면 되었노라.”

스즈가 즐겁게 만면의 웃음을 짓는다. ‘성기’가 아닌 ‘생식기’를 연결시켰으면서도 평소와 다름없는 말투로 농담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을 기쁘게 여기는 것 같았다.

성욕도 육욕도 있다. 하지만 다른 꿍꿍이는 없다.

우리의 성행위에 나쁜 마음은 일절 끼어 있지 않다. 그것을 증명하듯, 스즈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말을 한다.

“신기하게도 말이야, 이러고 있으니까 그이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미치겠어.”

분명 그녀의 마음이 번식행위를 하고 싶었던 본래의 상대를 원하고 있는 것이리라. 상쾌한 웃음을 지은 채 계속 말을 이어간다.

“그런데 말이야, 내가 이런 생각을 하면, 자주 그쪽에서 전화를 걸어오거든. 사랑의 힘이라는 걸까?”

“오컬트야. 그런 건 그냥 우연이지.”

“하긴. 진짜 연애를 모르는 츳치는 이해 못하겠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더니, 스즈의 휴대전화가 전화가 걸려왔음을 알렸다. 스즈는 득의양양하게 나를 내려다보았지만, “아직 누구인지 모르잖아.”라는 나의 지적에, “보아라.”라고 말하면서 액정화면을 내게 들이밀었다.

거기에는 당연하다는 양 도우지마 씨의 이름이 나와 있었다. 솔직히 굉장하다고 감탄했다.

“전화 받아도 될까?”

스즈가 들뜬 모습으로 말한다.

“물론이지.”

나도 딱히 망설이지 않는다. 내선전화 때처럼 ‘움직이면 안 돼?’라는 확인조차 없다. 그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지금은 놀이가 아니라는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었고, 서로 신뢰하고 있다.

동시에, 귀두가 자궁 입구를 밀쳐서 벌리려고 할 정도로 결합되어 있는 기승위를 푼다고 하는 선택지도 없었다. 같은 말을 또 되풀이하는 것 같지만, 우리의 행위에 나쁜 마음은 없다.

“여보세요. 나야.”

마치 함께 시험공부를 하고 있을 때 같은 사뿐한 태도로 연인에게서 온 전화를 받는다.

거친 성교를 하고 있지 않았기에, 숨결은 흐트러지지 않은 상태다. 목소리도 꽤 의식의 영향을 받는 부분이 많은 것일까. 완전히 그이에게서 온 전화를 받고 흥분한 그녀라는 모습이다.

‘지금 괜찮아?’

도우지마 씨의 지적이고 어른스러운 말투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솔직히, 연인과의 전화 대화를 참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살며시 귀를 기울인다.

“응. 별일 없어. 에헤헤. 나도 도 군의 목소리가 너무 듣고 싶다고 생각했던 참이거든.”

두 손으로 소중하게 휴대전화를 들고 이야기를 하는 스즈의 모습은 행복해 보였다. 나는 그런 스즈를 보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기에, 두 손을 포동포동한 허벅지에 올리고 귀두를 자궁 입구에 찔러 넣은 채, 따뜻한 마음으로 감상한다.

‘그렇다면 다행이네. 그런데 마리, 이번 토요일이나 일요일 시간 괜찮아?’

“응. 나는 언제나 괜찮지.”

스즈가 약간 빠른 말투로 말한다. 스즈의 표정은 눈에 보일 정도의 기대감을 내비치며, 그녀가 흥분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전해준다.

‘있잖아, 데이트라고 해야 할까, 가고 싶은 곳이 있어서 말이야.’

“어디, 어디?”

스즈의 쇄골 근처에 고여 있던 점액이 선을 그리듯 배꼽까지 늘어져 내린다. 스즈는 그 점액을 땀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듯, 딱히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슬슬 마리의 가족 분들께, 인사를 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어, 정말로?”

그 순간, 스즈의 태도가 완전히 소녀 모드로 전환된다. 꿈을 꾸는 것 같은 멍한 표정으로 변하고, 두 손으로 들고 있던 휴대전화는 오른손으로만 들고, 주먹을 쥔 왼손의 엄지손가락을 입가에 댄다.

‘괜찮을까? 물론 가족 분들의 사정도 있으실 테고, 그런 걸 조정해야 할 것 같은데.’

자신의 의견을 확실하게 주장하면서도, 상대를 배려하는 넓은 도량이 느껴진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할 줄 아는 남자가 되고 싶다고, 스즈의 안에서 딱딱하게 발기한 채 감명을 받는다.

“저, 그런 건 다 괜찮을 것 같은데……. 나, 연인을 부모님께 소개하는 건 처음이라서, 엄청 긴장할 거야.”

스즈는 일부러 웃음을 지어보였지만, 진심으로 두근두근한 것 같았다. 남근에 밀착한 질 벽의 맥동이 분명하게 격해졌기 때문이다.

‘하하. 마리는 그냥 평소대로 하면 돼. 이야기는 내가 할 테니까.’

“……무슨 이야기를 할 건데?”

‘뭐라니. 그냥 평범한 이야기지.’

도우지마 씨는 한 박자를 쉰 후, 안심감을 주고도 남을 여유로운 억양으로 말했다.

‘마리 씨와, 장래를 염두에 두고 진지하게 교제하고 싶습니다. 반드시 행복하게 해드리겠습니다.’

스즈의 주위에서 색색의 꽃들이 펑펑 피어나는 것이 분명하게 보였다.

스즈는 멍한 표정 그대로, 소녀 모드의 조절 손잡이를 끝까지 돌리고 있었다.

스즈가 기쁘면, 나도 기쁘다. 맨살을 섞은 채 이어져 있었기에, 그 공유도 명확하다.

‘그에 맞추어서, 우리 가족에게도 마리를 소개하고 싶어.’

“……괜찮을까? 나여도.”

평상시의 호방함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귀여워진다.

‘당연하지. 애초에 나는 마리가 아니면 싫으니까.’

사람에게는 행복의 게이지가 몇 개 정도 있다. 그 분야는 취미이기도 하고, 친구관계이기도 하고, 연애이기도 하다. 나의 가설대로 그 게이지의 폭이 가장 큰 것은 연애 게이지다.

스즈의 행복이 감전된 것처럼 직접 나에게 흘러들어온다. 애액이나 정액이 전도체 역할을 해주는 움직임을 보여서, 나도 행복해졌다.

질 벽에 구속된 남근이 심하게 떨리고, 자궁에 얼굴을 들이민 오줌 구멍이 쿠퍼액을 주룩주룩 흘렸다.

나는 아무 말 없이 합장을 하며 스즈에게 사과했다. 스즈는 멍한 표정 그대로 나와 시선을 맞추고, 왼손으로 OK 사인을 냈다.

‘마리도 여름이 지나면 진학에 졸업에, 여러 가지로 바쁠 테니까, 타이밍으로 봐서는 지금밖에 없을 것 같거든.’

“……응. 알았어.”

‘아까도 말했는데, 나는 장래도 고려해서 마리랑 사귈 거니까, 마리도 그래준다면 정말 기쁠 거야.’

친구에게만 보일 수 있는 얼굴이 있다고 한다면, 연인만이 이끌어낼 수 있는 얼굴도 있다. 그런 얼굴과 목소리로, 스즈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스즈가 행복의 절정에 도달한다. 그것은 아무런 차폐물도 없는 질에서 남근으로 직접 전해져왔다.

2인분의 행복으로 육창이 터지기 직전까지 팽창한다. 그것은 이미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다.

오줌 구멍에서 걸쭉하게 새어나온 덩어리는 분명 하얀색일 것이다. 그것은 쿠퍼액과는 다른 끈기와 뜨거움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스즈는 어깨를 움찔 떨면서, 이번에는 왼손으로 급박하게 손사래를 친다.

‘이건 무리! 무리무리무리!’라는 그녀의 소리 없는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지만, 끝까지 팽창한 물 풍선이 터지는 일은 피할 수 없음을, 그녀 자신도 확신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행복은 나에게 직접 전해진다. 그 역(逆) 또한 참인 것이다.

‘마리. 사랑해.’

불쾌감 없이, 과부족 없이, 직접적으로 전해져 온 사랑의 말에, 스즈의 머리 위에서 꽃잎이 흩날리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곧, 나의 절정이기도 했다. 내 두 손이 그녀의 살집이 잘 잡힌 엉덩이 근처를 손가락이 파고들 정도로 꽉 붙잡는다.

스즈는 급히 왼손으로 입가를 누르고, 오른손의 휴대전화를 자신의 가슴에 가져다댔다.

뷰룻, 뷰룻, 뷰루루루루루루룻!

무구한 자궁이 젤리 상태의 정액으로 하얗게 칠해져 간다. 분화하듯 계속 흩뿌려진 희뿌연 액체는 한 군데도 남김없이 스즈의 자궁을 물들여 갔다.

“~~~~~~~윽♡♡♡”

정액이 직접 자궁으로 쏘아져 들어오자, 스즈는 그 세찬 사출과 열로 인해 격하게 절정으로 올라갔다. 필사적으로 눈을 감고, 살짝 뒤로 젖혀지려고 하는 등줄기를 곧게 폈다. 손으로 누른 입가에서는 손가락 사이로 침이 새어나와서 턱을 타고 내려와 방울져 떨어질 지경이었다.

스즈의 온몸이 달콤하게 계속 경련하는 사이, 나도 왈칵왈칵 계속 정액을 주입한다.

유방에 누르고 있던 휴대전화에서 그녀의 몸을 걱정하는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연애와 우정, 그것을 동시에 받아들이고 절정에 오른 스즈는 침을 질질 흘리면서, 헉헉하고 터져 나오려는 거친 숨을 훅 삼키고, “……나도, 사랑해.” 하고 딱 좋은 느낌의 요염함을 담아서 대답했다.

스즈의 배 속은 꾹꾹 신음하듯 나를 죄어든다. 나도 그에 응하듯 찍찍 사정을 계속했다.

‘그럼 또 연락할게.’

그 말과 함께 통화가 끊기자, 스즈는 최선을 다했다는 느낌으로 침을 질질 흘리며 헉헉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그 표정에 생기가 돌아온 후, 나를 베테랑 킬러 같은 눈으로 노려본다.

내가 다시 합장을 하며 사과하려고 하자, 그 두 손목을 붙잡고 시트에 못 박듯 위에서 눌렀다. 몸을 많이 굽히자, 중력에 이끌린 G컵 폭유가 흔들흔들한다.

“……후후……하하…… 아하하하.”

스즈는 입가의 침도 닦지 않고 크게 웃는다. 나도 그에 맞추어서 억지로 큰 소리로 웃었다.

“……이 자지인가?”

침을 혀로 닦으면서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내가 대답도 못하고 있자, 스즈가 다시 묻는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못된 장난을 친 나쁜 자지가?”

나는 모든 변명을 포기했다.

“……네. 그 녀석입니다. 그 녀석이 전부 나쁜 겁니다.”

스즈는 눈으로는 웃지 않으면서, 입꼬리만 히죽 들어올렸다.

“오케이. 그럼, 벌을 줘야겠네~.”

모두 콩트다. 서로 그때, 그때 적절한 역할을 연기한다. 그것이 우리의 놀이방식이다. 바보 역할도 핀잔을 주는 역할도 고정되어 있지는 않다.

어쨌든 간에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연인과의 전화 건은 꽤 아슬아슬했었기에, 어쩌면 진심으로 조금이나마 화가 났을 수도 있다.

스즈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내 두 손목을 시트에 누른 채, 끊임없이 허리를 앞뒤로 계속 돌렸다. 당연하게 젖가슴도 계속 흔들렸다. 눈 호강이었다.

스즈의 허리 흔들기는 세게 누르면서 빙글빙글 돌리는 때가 있는가 하면, 그녀의 체력에 맞추어서 천천히 긴 스트로크를 이어갈 때도 있었다.

단, 내 사정은 상관하지 않았다. 사정 직전이든 사정 중이든, 전혀 고려하지 않고 허리를 눌러댔다.

내가 “쌀 것 같아!”라든가, “싼다!”라고 필사적으로 호소해도 스즈는 무슨 상관이냐는 얼굴로 허리를 계속 돌렸다. 그래도 가끔 신음소리를 흘리기도 했고, 움찔움찔 몸을 경련시키며 절정에 오르기도 했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곧바로 표정을 바꾸고, 가능한 한 아무런 반응도 내보이지 않으며 나를 관찰하듯 계속 허리를 흔들어댔다.

“아앗, 앗, 허억, 스즈, 그만 용서해줘!”

글자 그대로 내가 울고불고했지만, 극상의 살 단지로 만들어내는 쾌락의 괴롭힘은 끝나지 않는다.

“츳치의 신음소리 말이야~, 여자아이 같아서 귀엽네?”라는 한마디만 하고, 가차 없는 정액 짜내기를 계속한다.

피임기구 없는 삽입감과 몸 안에 싼다는 배덕감에 더해, 눈앞에서 출렁출렁 계속 흔들리는 미폭유는 내 남근을 절대로 작아지게 놔두지 않는다.

“자지, 전혀 반성 안 하네?”

“……하고 있어. 반성하고 있어. 나중에 내가 따끔하게 꾸짖을게.”

“그럼, 왜 계속 딱딱하게 발기해서, 정액을 찍찍 싸고 있는 건데? 반성의 기미가 전혀 안 보여.”

“잠깐, 기다려, 아앗! 앗! 스즈, 또 나와!”

내 애원은 스즈의 허리 돌리기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다. ‘그래서 뭐?’라는 태도로 담담하게 허리를 앞뒤로 흔든다.

“스즈, 나오려, 하니까, 앗앗, 아앗, 앗아앗!”

필사적으로 보고를 해도 마이동풍, 스즈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면서 허리를 흔든다.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돼. 생자지가 찍찍 싼다고.”

절정의 한가운데에서 다른 걸 신경 쓸 여유도 없이, 내 머릿속에서는 계속 새하얀 불꽃이 반짝반짝 터지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아까 전의 스즈처럼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앗앗앗, 위험해, 스즈, 머리, 이상해지려고 해.”

“괜찮아, 괜찮아. 나도 츳치가 계~~~속 생자지로 푹푹 찔러 대서, 정신이 나갈 정도로 기분 좋았거든? 그래서 내가 갚아주는 거야.”

오늘에 한하지 않고, 섹스 중에는 내가 주도권을 쥐는 일이 꽤 많았다. 스즈는 그것을 마음속에 품고 있다가 발산하는 것으로 보였다.

“내 아기가 만들어지는 방, 이미 츳치의 정액으로 철렁철렁해. 파도치는 게 느껴진다니까. 정자가 들어오는 건 처음이라고 했는데, 이래서는 벌써 츳치의 임신 정액의 색과 냄새가 배어버리지 않았겠어?”

그 말을 듣고, 역시 사정 직후인데도 남근은 빳빳해지며 소리를 지른다.

내가 너무 큰 쾌락에 말문이 막힐 정도로 움찔거리고 있자, 스즈는 시원스레 말했다.

“……시간이 될 때까지, 이 딱딱한 자지를 계속 덮쳐줄 테니까.”

스즈의 허리 돌리기가 만들어낸 침대가 삐꺽거리는 소리와 내 신음소리로 방 안이 가득 찬다. 다음 사정으로 그 허리 돌리기가 일단 정지했을 때, 나는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진짜로 항복.”

내가 축 늘어지는 것을 보고 스즈는 평소의 분위기로 돌아와서, “……이히히.” 하고 웃었다. 그것이 ‘놀이’가 끝났음을 알린다.

“어때? 꽤 여왕님다웠어?”

“굉장한 분위기였어. 스즈도 진성 S계의 기대 받는 루키 아니야?”

“진짜로? 괴롭히는 쪽을 해본 적이 없어서, 꽤 고민하면서 했다고.”

“도중에 진짜로 화난 게 아닐까 할 정도였어.”

“도 군이랑 이야기할 때의 그거? 뭐, 사고라는 건 아니까. 그래도 엄청 쫄았어.”

기승위로 이어진 채, 온화하게 미소 짓는 얼굴로 대화를 나눈다. 한쪽이 주도권을 쥐고 그대로 플레이를 속행. 규칙을 이해하는 사람들끼리만 할 수 있는 여흥이다.

“미안. 폭발해버렸어.”

“아니. 신경 쓰지 마.”

스즈가 상반신을 쓰러뜨리고, 내게 쪽쪽 키스를 한다.

그 키스를 하는 사이에 “주말에 잘해봐.” 하고 친구의 연애사정을 응원한다. 스즈는 방긋 웃은 후, “벌써부터 좀 긴장되네. 가족에게 연인을 소개한다니, 드라마 같아.” 하고 행복하게 웃었다.

“그 말을 하는 스즈는, 정말로 행복하게 보였기에 나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고마워. 나도 츳치가 기뻐해주는구나~ 하고 잘 전해져서 아주 기뻐.” 

그렇게 말하고 히죽히죽 웃으면서 쪽쪽 내 입술을 쫀다. 곧 이어서 입꼬리를 올리며 놀리듯 말한다.

“나한테도 미츠바 양으로 그런 기분이 들게 만들어줘~.”

그 뒤에도 우리는 서로의 노고를 치하하듯 다정한 키스를 계속했다. 입술을 입술로 물고 킥킥 웃었다.

“아직 시간 남았는데 어떻게 할래?” 

“……츳치가 아직 괜찮다면, 마지막까지 느긋하게 정상위로 하고 싶어.”

내 질문에, 스즈는 약간 수줍어하면서 대답했다. 나로서는 다른 의견이 전혀 없었기에, 이어진 채로 정상위로 바꾼다.

“또 함께 올 거지?”

스즈를 살며시 부드럽게 눕히고 있을 때, 가벼운 말투로 그런 질문을 받았다. 마치 유원지나 수족관에서 놀고 있었던 것 같은 상쾌한 느낌이 떠돈다. 천천히 허리를 흔들자, 스즈는 정말로 기분 좋다는 듯 황홀해하는 목소리를 냈다.

“아응♡ ……아무것도 차지 않고 하나가 되니까, 정말로 녹아버리려고 해.”

“솔직히 말해서 나쁜 버릇이 들 것 같아.”

쑥스러워하는 스즈에게 그렇게 대답하자, 스즈는 조금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신음했다. 그리고 황홀한 표정 그대로 엉뚱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있잖아, 앞으로의 이야기인데, 아마도 나, 츳치가 콘돔 없이 하고 싶다고 말하면, 강하게 거부하지 못할 거야, 그러니까 츳치 쪽에서 자제해줘.”

“……선처하겠습니다.”

스즈가 지그시 나를 바라본다.

“응~? 왜 바로 대답을 못하는 거야?”

우리는 따스하게 상대에게 웃어준 후, 쪽 하고 서로의 입술을 다정하게, 그리고 길고 깊게 빨았다.

천천히 스즈의 안을 문지르듯 허리를 흔든다.

“앗앗앗♡ 으아, 진짜로, 생자지, 기분 좋아♡ 아윽♡ 귀두로 긁는 방식, 굉장해♡ 하앙, 하앙…… 정말로, 계속 이렇게 이어진 채로 있으면 좋겠지?”

“응.”

“……그래도 말이야, 이 시간이 끝나도…… 앞으로도, 계속 함께일 테니까. 우리는.”

“응.”

아쉽지만 사정하고 싶어진다.

“정말로 배 속이 철렁철렁해? 힘들면 바깥에 쌀까?”

“……오늘의 내 자궁은, 츳치 전용 아기 만들기 방이니까, 마음껏 임신 정액을 찍찍 쏟아 넣어도 돼.”

그녀는 달콤한 숨결을 내뱉으면서도 부끄러워한다. 그리고 전혀 불쾌해하지 않는 음색으로 내게 말을 들려준다.

“……츳치, 정말로 좋아해♡ 자, 걱정하지 말고 싸버려♡”

위아래의 입으로 달콤한 키스를 하면서, 그녀의 말을 신호 삼아 창끝을 밀어 넣고 왈칵왈칵 정액을 방출했다.

“……츳치♡ 자지도, 좆물도, 따뜻해서 기분 좋아♡”

사정을 하는 동안, 스즈는 행복하게 내 겨드랑이 아래로 두 팔을 넣어서 나를 꽉 끌어안고 있었다.

우리는 그대로 시간이 다 될 때까지, 따스한 부유감을 함께 맛보았다.

“그래서 말이야, 여기는 마지막에 열쇠를 프런트에 넘겨주고 요금을 정산하는 시스템이야.”

스즈와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자연스럽게 손을 맞잡고 있었다.

“다른 손님들이랑 마주칠 일은 없다고 해도, 로비에서 방을 고를 때나 이렇게 정산을 할 때는 이런 일도 있군요. 부끄럽네요.” 하고 오히려 즐겁게 웃었다.

이런 장소에서 만난다는 것은, 아까까지 섹스를 하고 있었거나, 이제부터 할 거라고 확정되어 있다는 말이다. 가능한 한 서로 상관하지 않는 게 매너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앞의 2인조는 정산을 하는 데 꽤나 시간을 잡아먹고 있었다.

“야, 마사키, 뒤에 다른 사람들 왔잖아! 너는 옛날부터 이럴 때만 꼭 굼뜨더라!”

“닥치고 있어! 동전이 조금 모자란다고! 너야말로 옛날부터 이럴 때 살그머니 도와주는 배려가 없잖아!”

작은 소리로 말다툼을 하고 있지만, 신기하게도 험악한 분위기는 나지 않는다. 마치 오누이 같은, 거리감이 없다는 느낌뿐이다. 실제로도 그들의 손은, 우리처럼 서로의 손가락에 깍지를 끼고서 꽉 맞잡고 있었고, 평생 떨어지지 않을 것 같이 보였다.

그 두 사람의 정산이 끝나자 우리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정산하는 곳 앞에 섰다. 점원의 얼굴은 불투명한 유리 때문에 보이지 않았지만, 스즈의 신음소리를 들었던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왜인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스즈가 돈을 지불하고 있을 때, 계산대에 자동차 열쇠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까 전 사람들의 물건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순간, 등 뒤에서 손이 쭉 뻗어오더니 그 열쇠를 집어 들었다. 뒤돌아보자, 역시 아까 전의 남자가 서 있었다.

우리와 비슷하거나 조금 연상으로 보인다. 겉모습만 봐서는 약간 경박한 인상을 주는 사람이다.

그런 약간 실례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는 나에게 다가와서 귀엣말을 했다.

“연인 분이 엄청 수준 높네요. 정말로 부럽습니다.”

“아니요. 친구인데요.”

내 즉답을 듣고 남자는 뜻밖이라는 얼굴을 하면서도, 장난스러운 웃음을 히쭉 지었다.

“정말요? 우리도 그래요.”

“마사키!”

출입구 근처에서 소리치는 여성의 목소리를 듣고 남자가 떨어진다.

“저리 보여도 뒤에서 박으면, 꽤 귀여운 소리를 내죠, 저 녀석.”

발뒤꿈치를 돌리면서 그는 그렇게 말하고, 웃으면서 떠나갔다. 나는 그저 그 뒷모습을 전송한다.

그가 달려가자, 여성 쪽에서 발돋움을 하며 키스를 했다. 여성의 모습은 멀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중성적인 귀여움이 눈에 띄었다. 머리카락이 짧고 말투도 활발한 인상이었지만, 스즈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성으로 이성에게 인기가 있을 것이다. 몸매는 명백하게 모델급이었다. 특히 흉부의 봉긋함은 스즈의 것과 동등한 존재감을 뿜어낸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나의 눈길을 끈 것은, 그녀의 배가 약간 불러 있었다는 점이었다.

“왜 그래?”

계산을 끝낸 스즈가 말을 걸어서, 우리는 손을 잡고 걷기 시작한다.

“아까 전의 사람들도 친구래.”

“아, 역시? 그런 분위기이기는 했어. 사귄다는 느낌은 아니었는데, 그렇다고 섹스 프렌드라는 느낌도 아니었고.”

“그런데 여자가 임신한 것처럼 보이던데.”

“그럼 아기 만들기를 한 거 아니야? 친구끼리.”

스즈가 가볍게 그리 대답하고, 우리는 말없이 걸었다.

주차장을 나올 때 우리는 손을 풀었다. 해는 이미 기운 뒤였다. 뜨거운 몸에 닿는 밤바람이 상쾌하다.

“통금시간은 괜찮아?”

“친구랑 노느라 조금 늦을 거라고 말해두고 나왔어.”

스즈의 말투와 발걸음은 가볍다.

나도 마음이 가벼워졌다.

단순히 들떠서가 아니라, 앞으로도 환희나 고난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의 존재를, 살갗으로 실감할 수 있었던 영향 때문일 것이다.

“그 마음 알아.”

스즈가 어깨를 기대듯 살짝 부딪치더니 갑자기 그렇게 말했다.

“뭐가?”

“별것 아니야.”

그렇게 말하고 나서 또 아무 말 없이 걷는다. 스즈는 길가에 설치되어 있는 무릎 높이 정도의 블록 담장으로 가볍게 뛰어오르더니, 두 손을 뒤에서 깍지 끼면서 나를 돌아보고 쑥스럽다는 듯 “이히히.” 하고 웃었다.

나는 스즈를 집 근처까지 바래다주고, 그대로 곧장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하나마루 서점으로 향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