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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고백에 대비해서 연습할까 (6/19)

6화 고백에 대비해서 연습할까

섹스와 수업을 빼먹는 경험을 한 다음날, 나는 조금이나마 어른이 되었다는 기분이 든, 것도 아니었다.

자신의 장래는 변함없이 불투명했고, 도전해볼까 하고 생각했던 연애도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의욕이 좀 더 생겼다고 해서, 내 체격이 좋아지지도 학력이 오르지도 않는다.

등교 중인 지금, 주위에서 들려오는 소리에는, 즐거워 보이는 음색도 있었지만 불평하는 소리도 있었다. 그런 어떤 감정이라도 간단하게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친구의 메리트일 것이다. 모두 그런 식으로 성장하는 것이리라.

나도 틀림없이, 유일한 친구와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변화하고 있었다. 그것이 진화인지 퇴화인지는 아직 판단이 서지 않았지만, 혹시 이것이 퇴화라고 해도 그녀와 함께 있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기는 해도 그녀와의 거리나 친밀도는 이미 한계에 달한 상태일 것이다. 마음에 더해서 몸까지, 타인임을 판별하는 울타리를 걷어버린 것이다.

나와 그녀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성은 유일하다. 말할 것도 없이, ‘친구’다.

그 순도와 강도는 이미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확립되어 있다. 감정의 방향성으로 봐서는 가족에 가깝다, 핏줄 대신 우정으로 이어진. 단순한 타인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에 반해 연애는, 아마도 어디까지 간다 해도 타인인 채로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락할 때는 증오까지 떨어지지만, 대신 상한을 두지 않고 사랑을 하게 된다. 술에 취한 듯 사랑하고, 불타오르듯 애를 태우게 된다.

이야기 상대도 없었기에 그런 고찰을 전개하면서 등교하고 있을 때, 갑자기 뒤에서 나를 쫓아온 기세 그대로 손바닥으로 둔부를 때리는 여자가 있었다. 나에게 그런 짓을 할 여자, 라고 할까 학생은 한 사람밖에 없다.

스즈는 힘 조절을 잘못해서 나보다 몇 발자국 앞에서 정지하더니, 경쾌하게 웃는 얼굴과 함께 몸을 돌렸다.

“이히히. 안녕.”

“안녕. 등교 중에 만나다니 별일이네.”

스즈는 집이 학교에서 가까워서, 언제나 일찍부터 교실에 있다. 반대로 나는 평균적인 거리였지만, 언제나 조례가 곧 시작될 쯤에 아슬아슬하게 등교한다.

보통은 그 반대가 아니냐고 전에 스즈에게 지적받은 적이 있지만, 학교에 빨리 와봤자 이야기할 상대도 없으니 딱히 그럴 이유가 없는 거다. 그렇게 설명했을 때, 스즈는 딱히 나를 불쌍하게 보지도 않고, 자신이 이야기 상대가 되어주겠다고 주장하지도 않고, ‘그게 츳치의 스타일이라면 그걸로 된 거잖아?’라고 말해주었다.

스즈의 그 말은 단순한 무관심이 아니라, 내 생각을 존중해준 것이다. 그저 남에게 참견을 잘하거나 친한 척만 하는 사람이라면, 나도 이렇게까지 마음을 허락하지 않는다.

“전에 츳치에게 추천받아서 빌린 애니메이션을 봤는데 멈출 수가 없더라고, 꽤 늦게까지 봤거든.”

“어디까지 봤어?”

내 질문에 스즈는 흥분이 식지 않은 태도로 말한다.

“단순한 배달 사원이라고 생각했던 아저씨가 의욕적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이 최종화가 완성된 데까지! 그때까지는 애니메이션은 이렇게 만드는구나~ 하고 감탄하며 봤는데, 마지막에 가니까 엄청 뜨거워져서! 좀 울어버렸어.”

“그런 걸 보면 자신의 진로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니까. 나는 특히 영상 계통 일에 관심도 많고.”

“아~, 진로~…… 진로 말이지~…….”

“스즈는 진로희망서 제출 안 했었나?”

“일단 지망교만 적어서 냈어. 하지만 그 뒤의 진로가 없으니까.”

“없으면 없는 대로 안달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데.”

“뭐야 그게. 완전히 무난한 대답이네. 우리 아빠랑 똑같은 소리나 하고.”

스즈는 킥킥 웃은 후, 나란히 걸으며 어깨를 가볍게 부딪쳐왔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츳치가 그런 말을 하면 든든해져.”

“함께 수업을 빼먹은 불량아 동료니까 그렇지. 설득력의 차원이 다른 거야.”

“아하하. 맞는 말이네.”

그녀는 구김살 없이 웃은 후, “후우.” 하고 개운한 표정을 지었다.

“계속 이렇게 친구와 별것도 아닌 이야기를 하며 매일을 보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우리의 발걸음은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다. 교문을 지나고, 교실로 들어가고, 집으로 돌아간다. 멈춰 있을 수는 없다.

“나는 빨리 사회에 나가고 싶은데. 그래도 스즈랑 헤어져야 한다는 건 좀 아쉽네.”

“응~? 무슨 소리야. 꼭 헤어져야 하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닌데. 요즘 세상에 연락할 수단 같은 건 얼마든지 있다고.”

“뭐, 그렇기는 한데. 지금이랑 똑같지는 않다는 소리지.”

나의 그런 말을 듣고, 스즈는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듯 입을 다문다. 화나 난 것 같지는 않았으니, 그저 적당한 말을 고르지 못하는 것뿐인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말을 이어간다.

“친구라는 것에 대해서, 아까 생각해본 게 있어.”

“호오~. 뭐야, 뭐야?”

스즈도 화제가 바뀌려고 하자, 안도한 것처럼 달려든다.

“친구와 연인의 차이는 뭘까 해서. 친구와 좋아하는 사람의 차이는 알겠어. 전혀 다르니까.”

스즈가 내 앞으로 한 발자국 나와서, 허리를 살짝 숙이고 나를 올려다보며 “이히히.” 하고 웃는다. “츳치도 미츠바 양이랑 사귀어 보면 분명 알게 될 거야.” 하고 말하면서, 작은 상자를 좌우로 나누어서 놓는 몸짓을 해 보인다.

“‘이쪽은 친구. 이쪽은 연인.’ 하고 명확한 차이가 있으니까.”

연인을 만들어 본 적 없는 나로서는 그 관계가 갖는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그녀의 말에 납득할 수밖에 없다.

“아, 그래. 오늘 학교 끝나면 츳치네 가도 돼? DVD 다음편도 빌리고 싶고, 그리고 작전을 세워야지. 미츠바 양에 대한.”

연인을 만들어 본 적이 없기에 그 실태를 모른다.

그에 대한 역설로서, 내 앞에서 친근한 미소를 짓는 그녀는, 틀림없이 친구라고 실감한다.

그런 고로 방과 후, 그 친구와 당연하다는 듯 섹스를 하고 있다.

“앗, 앗, 앗♡ 츳치…… 이 정도 느낌, 엄청 기분 좋아……♡”

침대 시트는 정상위로 하는데도 이미 흐트러져 있었다. 스즈가 만세를 하고 있는 두 팔이 시트를 붙잡고 애절하게 잡아당겼기 때문이다.

꽉 닫힌 커튼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빨간색을 띤 햇빛은, 땀투성이에 전라인 우리와 침대 옆에 내던져진 교복과 속옷을 비춘다.

“이 정도?”

“으응, 그 정도…… 아아♡ 이거, 진짜 좋아♡ 허리가 녹을 것 같아…… 앗앗, 하아앗♡”

스즈의 옆구리를 가로지르듯 두 손을 짚고, 천천히 긴 스트로크를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간다.

“격렬한 느낌으로 하는 걸 좋아할 줄 알았어.”

스즈는 숨을 헉헉거리면서, “……지금은 그런 기분이야.”라고만 말했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쾌락에 진심으로 기분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고, 얼굴이 멍하니 풀려 있다. 반대로 나는 체력적으로도 여유가 있었기에, 평소대로의 말투로 묻는다.

“어제 도우지마 씨랑 데이트였지?”

스즈는 작게 신음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까지라면 그런 이야기를 내 쪽에서 물을 일은 거의 없었지만, 요즘에는 조금이라도 참고하고 싶어서 질문을 한다.

그렇다고 해도 상대의 전화번호도 모르니, 그야말로 김칫국부터 마셔대는 꼴이지만. 스즈는 그런 나의 심정을 꿰뚫어본 듯 웃음을 빙긋 지었다.

“사전에 여러 가지를 생각해두는 게 좋아.”

“그럴까.”

“당연히 그렇지……. 음, 음.”

비교적 원만한 피스톤 운동이었지만, 그래도 압도적인 볼륨을 가진 가슴은 출렁출렁 크게 흔들렸다.

“……어제는 말이지, 드라이브였어. 통금시간이 있으니까 밤중까지는 힘들었지만, 저녁의 해안선을 달렸어.”

“갑자기 참고가 안 되네.”

“……이히히. 그래도 엄청 예뻤어.”

스즈는 황홀한 표정을 짓는다. 도우지마 씨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그 보고가, 내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그런 그녀를 천천히 허리를 흔들어서, “아응, 아응.” 하고 신음하게 만든다.

침대는 삐꺽거리고, 결합부는 축축하게 젖어 있고, 스즈의 애액은 내 남근을 새하얗게 물들인다.

“지금의 나한테는 무리겠는데, 드라이브는…….”

내가 다시 질문을 하려고 하자, 그녀는 미안하다는 듯 내 말을 막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미안, 츳치…… 잠깐 한 번, 먼저 가도 돼?”

“당연히 되지.”

“미안해, 츳치는 아직 안 됐지?”

“허리는 이런 느낌이면 될까?”

“응, 아, 그래도…… 조금씩, 안쪽으로 더 넣어줄래? 쿡쿡 찌르는 느낌으로.”

그녀는 창피해하며 요망을 전해 왔다. 친구로서 응해주자.

“알았어.”

스즈가 말한 대로, 조금씩 세게 안쪽을 의식하며 들어간다. 빡빡하게 좁고, 꿈틀꿈틀 감겨드는 스즈의, 더더욱 깊은 곳으로.

“앗, 앗, 앗, 앗, 앗♡ 거기, 거기, 아윽, 좋아, 좋아♡”

“이런 느낌?”

“그런, 느낌♡ 츳치, 너무 잘해♡ 아앗, 간다, 간다♡”

“가도 돼.”

“……츳치…… 마지막으로, 가장 안쪽에. 자지로, 꾹 키스해줘……♡ 아아앗♡♡♡”

스즈의 가장 깊숙한 안쪽에서 기다리는 입술을 귀두로 꾹 누르자, 스즈는 한층 더 달콤하고 새된 소리를 내고 등을 가늘게 떨며 목을 뒤로 젖혔다. 그 상태 그대로 스즈가 작게 경련하며 경직된다. 그리고 온몸에서 힘이 빠지고, 헉헉 거칠게 숨을 쉬면서 황홀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아무 말 없이 새끼 새처럼 입을 벌렸다.

나는 그 의도를 이해하고, 고개를 살짝 숙여 그녀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서, 벌어진 입을 향해서 침을 떨어뜨렸다. 스즈는 그것을 꿀꺽 삼킨 후, 두 손을 내 허리에 살며시 대고 애절하게 입을 열었다.

“……나중에 정자도 마시고 싶어.”

“좋아. 마시게 해줄게.”

그렇게 말하면서 피스톤 운동을 재개한다.

“앗, 앗, 앗♡ 큰일 났어, 머리가 찡찡 울려……. 아, 그런데 물어보고 싶었던 건 뭐였어?”

“아, 그러니까, 뭐였더라. 맞아, 그거다. 드라이브 중에 말이야, 신호 대기 할 때 키스하거나 해?”

나의 초중학생 같은 질문을 듣고 스즈가 못 참겠다는 듯 웃음을 터트린다.

“어, 뭐야 그게. 아하하. 왜 그런 걸 신경 쓰는데?”

“솔직히, 좋겠네 하고 생각했거든.”

스즈는 히죽거리면서도, 조금 부끄럽다는 듯 시선을 옆으로 돌린다.

“……뭐, 하기는 하지요.”

“아, 역시 하는구나. 어제도 했어?”

그녀는 자신의 쑥스러움을 지우려는 듯 나를 보고 히죽거린다.

“했어. 엄청 했어.”

“그거, 어떤 느낌으로 해?”

나의 흥미가 피스톤 운동에 영향을 준다.

“앗, 앗, 앗♡ 안 돼, 커♡ 츳치, 너무, 자지, 세게 하면, 말 못한다고♡”

쾌락 때문에 눈을 꼭 감고 있던 스즈가 천천히 눈꺼풀을 열고, 숨을 헐떡이면서도 쑥스러워하며 말한다.

“……다음 신호에 걸리면 키스할까? 하고 말해. 그리고 해.”

“다음 신호등까지 두근두근하겠네.”

사춘기의 한복판에서 둘 다 열애중이기에, 연애 이야기가 나오면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엄청 두근거리지. 그래서 말이야, 그래서 말이야. 후후, 도 군이 어제는 말이지, 좀체 신호에 안 걸리니까 갓길에 세우면서까지 키스를 해 왔거든. 그때의 도 군 엄청 귀여워서~, 장난 아니었어~.”

“도우지마 씨도 그럴 때가 있구나.”

“에헤헤.”

친구의 행복한 사랑 이야기는 어째서 이리도 내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걸까. 나도 기뻐하며 허리를 흔든다.

“앗앗앗♡ 자지, 굉장해♡ 안쪽, 닿아 있어♡ 앗앗, 좋아♡ 츳치의 자지, 안쪽까지 왔어.”

소녀처럼 사랑 이야기를 하고 나서 요염하게 소리를 질러대는 스즈의 모습은, 딴 사람 같다거나 하지 않았다. 어느 모습도 나의 친구인 것이다.

“……츳치…… 침 더 줘.”

스즈는 끈적끈적하게 녹아내린 표정으로 속삭인다. 아까처럼 떨어트린다. 스즈가 그것을 씹고 있는 사이에, “나도 스즈 것 먹고 싶어.”라고 말하자, 스즈는 입을 우물우물 움직이더니 혀끝에 침을 모아서 내밀었다. 

우리 사이에는 불문율이 존재했다. 그것은 혀를 섞는 키스를 하지 않는 것. ‘서로의 지갑 속 돈을 함부로 쓰지 않는다.’ 정도의 상식이 된 공통 견해. 그렇기 때문에 이때, 처음으로 그 규칙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입술만 혀에 대는 건 괜찮은 거야?”

스즈는 일단 혀를 뒤로 빼고 나를 보며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나는 혀와 입술이 동시에 맞닿지 않으면 세이프라고 인식하고 있어.”

“나도 그래.”

담담하게 규칙을 확인하고, 다시 스즈가 내민 혀끝에 올라온 침을 입술로 집어 올리듯 빨아 들여서, 맛봤다.

벌꿀 같은 맛이 난다. 친구의 체액을 경구 섭취함으로써, 그녀와 나는 타인이라는 의식이 보다 더 희박해진 기분이 들었다.

그녀의 달콤한 맛의 여운에 빠지면서, 천천히 허리를 흔든다.

“오늘 아침에 말이야, 친구랑 연인의 차이에 대해서 생각해봤는데.”

“아, 응. 말했어.”

“우정은 상한이 있는 대신 안정적이고, 애정은 상한이 없는 대신 변동이 심하다는 가설을 세웠어. 아주 틀린 가설도 아니라고 생각해. 그래서 스즈하고도 그 상한에 도달했나 하고 생각했는데, 침을 마시고 나서 천장까지 닿으려면 아직 멀었구나 하고 생각했어.”

스즈는 내 말에 짚이는 점이 있는지, 진지하게 제안하듯 입을 열었다.

“……있잖아, 츳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린다. 그녀도 조금 망설이는 것 같았다. 눈꼬리는 약간 내려가고, 입술은 다물어진 상태다.

“……오늘은 안 되지만, 다음에 괜찮은 날에 말이야……, 그…… 제대로 친구로서 하나가 되지 않을래?”

“그 말은 즉, 콘돔을 차지 않고…….”

“……노콘 섹스해보지 않을래? 라는 이야기가 되어버렸군요.”

심장이 두근두근 크게 뛴다. 동시에 빡빡한 꿀단지 안에서, 내 성기가 아픔을 느낄 정도로 딱딱해졌고 근육이 떨렸다.

“……스즈랑 좀 더, 친구가 되고 싶어.”

“……그럼, 그날이 오면 말할게.”

우리는 아주 조금 쑥스러워하면서도, 일견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그 뒤로는 더 이상 가볍게 쓸데없는 말을 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피임기구 없는 섹스를 약속한 탓이리라. 우리는 진지하게 섹스를 했다. 두근두근 뛰는 심장으로, 허리를 흔들고, 침대를 삐걱거리게 했다.

“으아, 앗, 앗, 기분 좋아♡ 츳치의 자지, 기분 좋아♡”

“스즈, 나 이제 슬슬 쌀 것 같은데, 스즈는 어때?”

“이번에는, 괜찮아…… 제대로 함께, 갈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말이야, 오늘은, 바깥에다 싸도 될까? 스즈의 몸, 더러워지겠지만.”

갑자기 그런 욕구가 목구멍을 통해 치밀어 오른 이유는, 피임기구 없는 섹스를 의식한 영향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스즈는, 손목 윗부분으로 입을 가리고, 부끄럽다는 듯 시선을 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나도…… 츳치의 정액, 몸에 맞으면 따뜻하겠다고 생각했어.”

서로의 마음이 겹쳐졌다는 것을 확인한 후, 나는 끊임없이 허리를 흔들었다.

“아응, 아응, 아응, 아응, 아응♡”

“스즈, 쌀 거야!”

“응, 잔뜩 끼얹어 줘♡ 츳치의 정액, 기분 좋게 찍찍, 내 몸에 흩뿌려줘…… 앗, 간다♡ 앗, 간다♡ 간다간다간다간다♡”

꽉 쥐고 놓아주려 하지 않는 스즈의 살 단지에서 필사적으로 남근을 뽑아내서, 서둘러 콘돔을 벗긴다.

벗김과 동시에 사정감이 파열했다. 조준을 맞출 틈도 없이 남근이 떨며 정액을 토해낸다.

왈칵, 뷰르르르릇!

몇 단계는 더 큰 점액 덩어리가, 스즈의 얼굴과 가슴과 배꼽에 착탄했다. 그 뒤에도 남근은 손으로 자극하지 않았는데도 날뛰면서, 기세 좋게 날아가는 연한 정액과 걸쭉하게 늘어져 내리는 진한 정액을 교대로 계속 흘린다.

그 사이에도 나와 스즈는 서로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입을 반쯤 벌리고 있었기에 침을 흘리고 있었을 수도 있지만, 스즈는 입술을 꽉 다물고 애절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복부를, 유방을, 그리고 얼굴을, 왈칵왈칵 토해지는 정액으로 덧칠해 간다.

사정이라고 하는 가장 프라이빗한 순간을 타인에게 보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사정한 정액으로 그 타인을 칠해 간다고 하는 행위는, 자신의 혼을 드러내 보이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 상대가 친구가 아니라면, 이 정도의 해방감은 얻지 못했으리라.

사정의 기세가 수그러들자 스즈가 두 손으로 움찔거리는 남근을 꼭 쥐고, 그대로 쥐어짜듯 잡아당겼다.

“으윽.”

나의 신음소리와 함께, 찍, 찍, 하고 진한 것이 가슴 골짜기까지 날아가자, 그녀는 ‘해냈다.’ 하고 말하는 것 같은 웃음을 지었다.

정액을 뿌리는 이 일련의 행위는, 의심할 여지도 없이 우정의 강도를 높이는 행위였고, 정액투성이의 스즈는 그것을 증명하듯 털털한 웃음과 음색으로 말했다.

“이히히. 츳치의 색으로 물들어버렸어.”

앞가슴에서 탱글탱글 흔들리는 젤리 상태의 정액을 손가락으로 뜨더니, 그것을 쪽쪽 빨아서 입으로 옮겼다.

그 후 방심상태에서 무릎으로 서 있는 나를 향해, 스즈는 팔다리를 짚고 기어와서 소위 말하는 청소 펠라를 해주었다. 어디까지나, 계속 우뚝 서 있는 남근을 달래주기 위한 부드러운 펠라였다.

하지만 처음으로 친구의 몸에 정액을 끼얹었다는 정신적인 절정과 내려다보이는 스즈의 등과 엉덩이는, 나의 성기가 수그러드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 내 머리에서 되살아나는, 지난번 옥상에서 들었던 스즈의 말.

‘펠라티오를 하면 말이지, ‘정말로 츳치의 자지는 야한 모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까놓고 말해서, 빨리 나를 덮쳐줬으면 하는 기분이 들게 돼.’

나는 가슴을 왼손으로 누르면서, 다른 한쪽 손으로 펠라티오를 계속 하고 있는 스즈의 뺨을 살며시 어루만졌다.

“…………덮쳐도 돼?”

스즈의 혀를 통해서, 그녀의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 것이 전해져왔다. 그녀는 내 성기를 입에 넣은 채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그대로 엉덩이를 이쪽으로 돌려.”

스즈가 몸을 돌리는 사이에 새 콘돔을 씌운다.

그녀의 아름다운 폭유도 틀림없이 예술적이라고 할 만큼 성(性)적이었지만, 탱탱한 엉덩이는 직접적으로 삽입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살의 밀도와 온기를 맛본 적이 있는 내 몸은, 빨리 남근을 박아버리고 싶어서 못 참겠다는 충동으로 가득 채워진다.

“스즈, 스즈!”

쫓아가듯 그녀의 엉덩이 살에 허리를 밀어붙인다.

“앗, 앗, 앗♡”

“미안 스즈, 나, 곧바로 싸버릴 것 같아…….”

스즈의 포동포동한 엉덩이에 허리를 밀어붙이면서 꽉꽉 조여드는 질 벽의 안에 사정하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단, 자신의 성욕 발산만을 위해서 그녀와 몸을 섞는 자신이 혐오스럽기도 했고, 그녀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이래서는 교접이 아니라, 자기만을 위한 자위행위나 마찬가지다.

스즈는 나의 그런 갈등을 전부 이해하고서 내가 죄악감을 품지 않도록 웃어주었다.

“남자아이인걸. 그런 때도 있는 거지.”

그리고 어깨를 털썩 내리며, 엉덩이를 쭉 내밀었다.

“……좋아. 내 보지를 사용해서 자위를 해.”

딱딱한 것을 물고 있는 음순은 번들번들한 광택을 띠고 있었다. 항문도 주름 하나 빼놓지 않고 무척 예뻤다.

“내 보지, 츳치의 자지를 기분 좋게 만들어서 정액을 버리는 용도의 변소로 삼아도 돼.”

내 온몸의 피와 살이 되고 있는 충동은 그대로인데, 그녀에 대한 감사와 경의가 거기에 더해진다. 물론 내가 그녀에게 눈곱만큼이라도 경의를 품지 않을 일 따위는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지금만은, 그녀의 우정을 고맙게 받아들이고 허리를 흔든다.

“스즈…… 좋아해.”

무의식적으로 그런 말이 새어나왔다. 친구로서, 이만큼이나 누군가를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다.

“나도, 좋아한다고 츳치. 이히히.”

팡팡팡,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허리를 흔든다. 결합부가 찔꺽찔꺽하는 소리를, 애액을 흩뿌렸다.

“……마음껏 탁탁탁 하다가, 좋을 때 찍찍 싸.”

스즈는 두 손으로 시트를 꽉 쥐고 갸륵한 음색으로 말했다. 그 배려가 방아쇠가 되어, 나는 절정에 달했다.

“……싼다!”

살집이 잘 잡힌 둔부에 허리를 가져다대고, 딱딱하게 발기한 성기에 갇혀 있던 열정을 전부 방출시키는 일에 전념한다.

스즈 쪽에서도 엉덩이를 내밀어서 내 허리에 꾹 붙여준다.

“……스즈.”

나는 땀을 줄줄 흘리면서, 그녀의 엉덩이 살을 다시 움켜쥐고 왈칵왈칵 사정했다.

“……지금만은, 츳치 전용 정액 변소니까…….”

아무런 부담도 갖지 말고 사정하라고 나에게 말하는, 그녀의 배려가 다정하게 전해져온다.

“……츳치의 발기 자지를, 기분 좋게 만들기 위한 육변기니까 말이야……, 마음대로 쓰면 돼.”

나는 눈물을 흘릴 정도로, 그녀의 안에서 계속 황홀해했다. 꿈결 같은 시간이었다.

마침내 그런 자기 본위에 지나지 않는 교접이 끝나고, 나는 스즈에게 머리를 숙였다.

“……스즈. 미안해, 고마워.”

“이히히. 우리 사이에 무슨 소리야. 힘들 때는 서로 돕는 것 아니겠어?”

서로를 성의 배출구로 이용하는 것은 우리의 우정에 부합되는 것이다. 스즈를 가지고 자위행위를 하는 것도 그녀가 공인해줬다. 어디까지나 나는 섹스를 통해 혼자서만 절정에 달해버린 점에 대해서 죄의식을 품은 것이다.

섹스는 우리 둘이서 하는 놀이이다. 방금 전의 행동은 격투 게임으로 대전을 하면서, 무한 콤보로 나만 기분 좋게 논 것과 똑같은 짓이었다.

스즈는 내가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쁜 것 같았다. 하지만 너무 무겁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말하는 것처럼, 시원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럼 곧바로 빚을 받아내 보도록 할까.”

“응. 뭐든 말해.”

“지금부터 하나마루 서점으로 가서, 무슨 수단을 쓰든 좋으니까 미츠바 양의 전화번호를 물어볼 것.”

내 정액으로 끈적끈적한 몸을 닦지도 않은 채, 만면의 웃음을 지으며 계속 말한다.

“지금이라면 기분도 후련할 테고, 섹스를 하고 난 뒤에는 대범해진다고 했지? 그 기세로 가버리자.”

빚이라는 핑계로, 벌게임이라고 칭하며 내 죄악감을 탕감해주는 것과 동시에, 등을 떠밀어주고 있다. 그녀가 단순히 내가 어찌 하는지 구경하고 싶어서 그런 소리를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이해하고 있다. 자신이 경험하고 주위에서 봐 왔던 연애감각으로 판단해서, 일단은 뭐든 행동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녀의 마음씀씀이를 헛되이 하지 않으려고, 서둘러서 옷을 입는다. 스즈도 그런 나를 따랐다. 둘이서 집을 나오자마자, 나는 달렸고, 스즈는 자전거 폐달을 밟으며 쫓아왔다.

완전히 기세만으로 하는 행위에, 우리는 뭔가 바보 같아져서 도중부터 둘 다 아무 의미도 없이 웃고 있었다.

하나마루 서점 가까이에 도착했을 때, 나는 완전히 숨이 차 있었다. 하지만 그 피로감이 나의 만능감을 뒷받침해주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뒷일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것뿐이겠지만, 지금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가 출정하는 전사처럼 “그럼, 다녀올게.” 하고 굳은 표정을 짓자, 스즈가 “아, 잠깐 기다려.” 하고 내 앞머리를 재빨리 정리해준다.

“좋았어. 미남.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서로 주먹을 내밀고 툭 부딪친 후, 나는 지금껏 없었던 남자다운 발걸음으로 척척 가게 문으로 향해 간다. 등으로는 응원을 보내오는 친구의 눈길을 느끼고 있었다.

가게 문에는 ‘임시휴업’이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동시에 양동이를 뒤엎은 것 같은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해서, 우리는 큰소리로 웃으며 뛰어 돌아왔다.

분명 10년이나 20년 후에 청춘에 대해서 누군가가 묻는다면, 이때의 일을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되리라.

집으로 돌아와서, 우리는 당연하다는 양 둘이서 함께 샤워를 했다. 마치 사이좋은 누나와 남동생처럼 떠들면서 서로에게 뜨거운 물을 뿌렸다. 옷을 건조기에 넣어두고 우리는 전라인 채로 방으로 돌아간다.

옷장에서 갈아입을 옷도 꺼내지 않고, 누가 말로 꺼내지도 않았는데도 침대 위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타인의 살갗으로 몸을 덥히는 것을 선택했다. 나란히 누워서, 방금 전까지의 무위로 끝나버린 시간과 불운과, 그것을 위해 전력으로 질주했던 것을 떠올리며 우리는 또 웃었다.

담소와 함께 반복되어진, 키스를 포함한 온몸으로 장난을 치는 것 같은 스킨십은 나를 발기하게 만들었다. 스즈가 히죽거리면서 그것을 찌른다. 나도 그녀의 사타구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미끈거리며 따뜻한 감촉이 났기에, 우리는 그때 또 소리를 내며 함께 웃었다.

주위의 인간들이 별것도 아닌 일로 배꼽을 잡고 웃던 것을 차가운 눈으로 보곤 했지만, 지금이라면 그들의 기분도 이해가 간다. 무엇이 이상한지 자신들도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아무튼 웃게 된다. 친구와 함께라면 그런 일도 있는 법이다.

나는 콘돔을 장착하고, 침대 위에서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다리를 그대로 침대 위에 내던진다. 그 위에 스즈가 등을 돌리고 앉는다. 배면좌위로 우리는 이어졌다.

나에게 일단 탄식을 흘리게 만든 것은, 나에게 모든 몸무게를 실어 온 스즈의 둔부였다. 흰 복숭아 같은 부드러운 살이 내 배에 눌려서 말캉말캉 짜부라지며 그 탄력을 맛보게 해준다. 그와 동시에 남근이 살 단지를 가르는, 매끄러운 삽입감은 내 온몸에 달콤한 저릿함을 달리게 했다.

“하앗, 음.”

스즈의 좋아하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도 기쁘다.

나에게 몸무게를 전부 실은 그녀에게서, 전폭적인 신뢰를 느낀다. 포옹하듯 팔을 감자, 내 상반신과 그녀의 등이 완전히 밀착해서, 순식간에 우리의 체온이 올라간다. 비에 젖었던 일 따위는 곧바로 잊게 된다.

서로의 몸을 천천히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결합을 이어간다.

스즈는 목에서 완전히 힘을 빼고 뒤통수를 내 어깨에 올린 채, 곁눈질로 히죽거리는 시선을 내게 보냈다.

“이렇게 섹스를 하면, 츳치가 젖을 만지기 쉬울 것 같더라고. 어때, 내 배려가?”

“그 배려에 눈물이 나오려 합니다.”

재빨리 두 손을 스즈의 가슴으로 뻗어서, 손바닥에는 다 담기지 않는 가슴살에 손가락을 파묻듯 하고 주무르기 시작한다.

“‘스즈는 사려 깊고 다정하고 귀여운, 최고의 친구입니다.’는?”

“너무 긴 문장이라서 다 기억 못하니까 다음번에 다시 말해줄게.”

“지금 말해.”

스즈는 내 농담을 듣고 킥킥 웃은 후, 나와 마찬가지로 침대에 내던져두고 있던 두 다리를 퍼덕거렸다.

“이렇게 스즈를 끌어안고 있으면 말이야, 어깨 폭이나 등이 정말로 가녀리게 느껴져. 좀 걱정이 될 정도로.”

나는 스즈의 G컵 폭유의 말캉거리는 감촉을 즐긴다.

“아~. 나랑은 반대네? 츳치는 남자아이구나 하고 생각하거든. 튼튼하고 울퉁불퉁해. 아주 믿음직해서 장난 아니게 안심이 된다는 느낌.”

이런 내밀한 대화를 계속하는 와중에도, 내 남근은 핏줄이 떠오를 만큼 딱딱하게 발기해 있었고, 스즈의 구불구불하게 굽은 자궁까지 이르는 길도 나를 꽉꽉 조이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 그 타이밍에 비가 내리다니. 그것도 제대로 쏟아 부었지.”

스즈가 손끝으로 내 손끝을 어루만지면서 웃는다.

“영화라도 그런 연출을 제안하면, 너무 작위적이라고 욕을 먹을 거야.”

나도 실망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지만, 아까 일을 떠올릴 때마다 웃음이 터질 것 같다는 게 본심이었다.

“영화도 완전히 코미디 영화였어.”

“그래도 다음번에는 분명 잘 될 거야. 오늘 액땜을 제대로 했으니까.”

스즈는 여전히 즐거워하며 내 허벅지를 통통 때리면서 웃었다.

아무런 근거도 없는 말이었지만, 든든했다. 분명 그렇게 될 거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스즈랑 이렇게 이어져 있으면, 이유도 없이 낙관적으로 변해.”

“그야, 이만큼 깊숙한 곳까지 함께인걸. 혼자가 아니잖아.”

스즈는 나를 놀리듯 웃은 후, 다정하게 뺨에 키스를 해 왔다.

내가 두 손으로 동시에 좌우의 유두를 집었더니, 스즈는 “음, 음.” 하고 신음하며 어깨를 떨었다.

“나도 츳치가 깊숙이 들어와 주면, 엄청 안심이 돼.”

그대로 유두를 빙글빙글 돌리며 누르자, 스즈는 “앗…… 윽.” 하고 약간 몸을 비틀며, 다리를 꿈지럭꿈지럭 움직였다. 애액이 질질 내 고환까지 늘어져 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무릎을 굽히자, 그녀의 무릎도 자연스럽게 굽혀졌다. 그녀의 두 다리를 내 두 다리의 바깥으로 벌어지게 한다. 그 상태에서 허리를 써서 스즈를 위아래로 흔든다.

“앗, 앗♡”

결합부가 찔꺽찔꺽 외설적인 마찰음을 낸다.

“이것도, 안심이 돼?”

“응……. 더 안심이 되게 해줘.”

스즈는 약간 멍해진 얼굴을 내게 돌리고 입술을 겹쳐달라고 요구했다.

“앗, 앗, 앗♡ 츳치…… 좋아해♡”

“……스즈, 따뜻해.”

“……응.”

한 번은 비에 체온을 빼앗긴 몸이었지만, 지금은 질을 꿰뚫고 있는 남근이 중심에서 원적외선처럼 우리의 신체를 따끈따끈하게 덥혀주고 있다.

스즈의 두 손이 내 허벅지를 애절하게 붙잡는다. 스즈가 나에게 몸을 기대듯 고개를 돌리고, 가녀린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에는, 아무것도 안 차고 이어지는 거다, 알았지?”

아까 말했던, 피임기구 없는 섹스의 약속.

“더 따뜻해지겠지?”

그 질문에 스즈는 크게 웃었다.

“……츳치의 자지, 아주 뜨거우니까 화상을 입을지도 모르겠네.”

유방에 잠겨든 손가락에 힘을 더 넣는다. 남근에 피가 모이게 해서, 그녀를 꿰뚫고 있는 장소를 한층 더 뜨겁게 해주자고 생각했다.

스즈 쪽에서도 작은 움직임이기는 했지만 허리를 내리누르듯 앞뒤로 흔든다. 나도 그 움직임에 응해서 본격적인 섹스가 시작될 분위기가 된 그 순간, 스즈의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머리맡에 놓아두었던 그것은 내가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었기에, 집어 들고 스즈에게 건넨다.

“아, 신도 군이다.”

그녀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액정화면에는 학교에서 유명한 남자의 이름이 표시되어 있다. 평소에도 본격적으로 밴드를 하고 있어서, 문화제 때는 그를 보기 위해서 온 다른 학교나 일반인 여자들이 넘쳐난다. 복도 같은 곳에서 마주치면, 많은 여자들이 둘러싸고 있다. 당연히 교우관계가 넓은 스즈하고도 친근하게 이야기하는 장면을 몇 번 보기는 했는데, 스즈와 그의 관계는 그 정도만이 아니었나 보다.

“아르바이트 이야기인가?”

“아르바이트? 함께였어?”

“응. 하지만 얘는 곧바로 점장이랑 싸우고 그만뒀거든. 어? 아직 안 그만뒀나? 모르겠네. 그 이야기가 하고 싶은 건가?”

“사정이 사정이니까 받아보는 게 어때?”

“아, 아, 어때? 목소리 야하지 않아? 평소대로야?”

“괜찮아. 전혀 안 야해.”

내 즉답을 듣고 스즈가 멋쩍게 웃는다.

“어이, 이 자식아, 두고 보자. 이따가 야한 목소리로 나한테 푹 빠지게 만들어 줄 테니까. 아, 그래도 움직이거나 만지는 건 진짜로 안 돼, 알았지? 그랬다가는 야한 목소리가 제대로 나와 버리니까.”

“가만히 있을게.”

우리의 신뢰관계는 이미 역전의 전우 수준이었기에, 스즈는 내 말을 무조건 믿고 몸을 섞은 채로 전화를 받았다. 아무튼 우리는 떨어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서로의 체온이 너무나도 기분 좋았다.

“네, 여보세요.”

‘아~. 마리? 난데. 지금 괜찮아?’

그녀의 남자 친구 대부분은, 스즈의 친해지기 쉬운 성격 때문에 그녀를 이름으로 부른다. 그리고 태도가 유별나게 친근하다.

전화기에서 새어나온 목소리를 들어버리는 것이 미안하기는 했지만, 스즈의 머리카락이 직접 코에 닿을 정도의 거리였기에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유일하게 귀를 덮을 수 있는 두 손도 쥐고 있는 G컵에서 1초도 떼고 싶지 않았다.

“응. 무슨 일이야? 혹시 알바 이야기?”

‘아~……, 뭐 그 일도 있기는 한데.’

“점장도 화를 내기는 했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야, 다시 하고 싶어 한다고 내가 말해줄까?”

나는 신도 군과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몰랐지만, 꽤 나른한 말투구나 하고, 젖가슴의 묵직한 무게를 즐기면서 생각했다. 나른하기는 했지만 그 안에서 고압적인 분위기가 진하게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도 인기 요인의 하나인 걸까 하고,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자 스즈 쪽에서 분명하게 약간씩 허리를 맷돌로 갈듯 돌리면서, 나를 놀리는 것 같은 미소를 내게 보냈다. 나는 그에 대한 복수로 폭유에 손가락을 힘을 주어 푹 찔러 넣었다. 우리가 장난을 치고 있을 때, 잠시 뜸을 들이던 신도 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건 조건이라고 할까.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서 변할 거야.’

“응? 무슨 소리야?”

스즈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대화를 이어간다. 나도 가슴을 강하게 움켜쥔 채, 가만히 자중하고 있다.

‘그러니까 말이야……. 그, 나랑 마리가, 사귀게 된다면, 역시 같은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을 테고, 그걸 위해서라면 점장에게 머리를 숙일 수도 있다고 할까.’

설마 했던 사랑의 고백이었다. 꽤 빙 돌려서 말하는, 자기가 더 우위에 있다고 말하는 것 같은 말투는, 그가 연애에서 부자유스러웠던 적이 없었다는 증거다.

“……아니지, 아니야. 나, 남자 친구 있어.”

‘그건 아는데, 그렇다고 해도 나는 안 될까?’

“아니…… 그럴 수는 없어. 미안.”

‘……그래도 나 말이야, 메이저 레이블에서도 이야기가 몇 번 왔어.’

“호오~, 대단하네. 축하해.”

최종병기였을 유혹의 문구도 스즈의 마음을 흔들지 못한 듯,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아, 그래. 알았어. 그럼.’

“응. 미안해. 학교에서 보자.”

여성에게 차인 경험 따위 없었으리라. 그의 마지막 말은 박살난 자존심 때문인지 약간의 원망이 섞여 있는 것처럼 들렸다.

“나는 별 상관없기는 한데, 고백 현장은 처음으로 봤어.”

“나도 설마 전화로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할 줄은 생각도 못했거든.”

“왠지 내가 두근두근하던데.”

스즈가 내게 등을 밀어붙이듯 해서 몸무게를 더 싣는다.

“진짜네. 츳치, 두근두근하고 있구나.”

“그런 긴장감 속에서 하는 거구나. 고백이란 건.”

“이히히. 츳치도 언젠가 미츠바 양에게 할 건데?”

내가 미츠바 양에게, 좋아한다는 마음을 전한다. 그런 현장을 상상하기만 해도 눈앞이 아득해진다.

“……헛일이야. 그런 거 나한테는 무리야.”

“괜찮다니까. 아니, 약한 소리를 하는 것치고는 자지는 안 죽었잖아. 딴딴한 채로 있다고, 소년.”

“스즈의 몸 안은 안심이 되니까. 그 이야기와 이걸 같이 보지 마.”

“그리고 말이야~, 아까도 분위기를 타서 기세 좋게 전화번호를 물어보러 갔었잖아? 자신의 용기를 믿는다면서.”

“그때도 말이지, 사실은 무릎이 덜덜 떨리고 심장이 입으로 튀어나올 정도였다고.”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스즈를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한다.

“음, 음, 음……, 그래도 말이야, 그때의 츳치의 옆얼굴, 어엿한 남자아이였거든? 벌벌 떨지도 않고 확실하게 똑바로 앞을 보고 있었어…… 앗, 으음♡”

스즈의 목덜미를 빨아들일 것처럼 키스를 하면서, 나는 아까 전의 고백 분위기에 대해서 물어본다.

“스즈의 관점에서는, 전화로 고백하는 건 어때?”

“음…… 나는 아니라고 봐. 역시 직접 눈을 보고 말해줬으면 좋겠어. 아, 그래도 전화가 좋다는 애도 있어. 긴장하는 건 고백을 받는 쪽도 마찬가지니까.”

“……신도 군은 대단한 거구나. 확실하게 고백도 하고.”

“앗, 앗, 앗♡ 으, 응…… 그 점은 분명 존경스럽기는 해…… 나도 매번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으아, 앗앗, 하으응♡”

“스즈는 진짜로 익숙하다는 느낌이던데?”

“그렇지, 않다니까…… 하아, 아윽♡ 나도, 똑바로 진지하게 받아들여줘야만 하니까…… 앗, 좋아, 아아, 그거, 앗앗, 좋아♡”

스즈는 몇 번 가쁜 숨을 쉰 후, 미안해하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아까는, 츳치의 커다란 자지가 계속 신경 쓰였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겠네.”

자조하듯 스즈가 중얼거린다. 나 또한 신도 군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끈적끈적하고 쫀득쫀득하게 하복부에 달라붙어서 뭉개지는 탱탱한 살갗을 가진 엉덩이 때문에 허리를 멈출 수가 없었다.

“아응, 아응, 아응, 츳치, 진짜 커♡”

스즈와 더 동화되고 싶어서, 가녀린 그녀의 등에서 감싸 안는 것처럼 포옹한다. 입술이 달라붙는 목덜미. 빈틈없이 맞대고 있는 나의 상반신과 스즈의 등. 내 손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파묻힌 유방. 그리고 근육이 더 빳빳해지는 발기한 남자의 뿔과 그것을 빡빡하게, 하지만 부드럽게 조이는 꿀단지.

모든 것에서 경계선이 사라져 간다. 나와 스즈가 각자의 개체성을 상실하고, 그저 한 쌍의 친구가 된다.

“아앗, 앗, 으아♡ 엉덩이, 녹아내려♡ 자지 때문에, 보지가, 끈적끈적하게 녹아버렸어♡”

우리 사이에서 몸과 마음의 울타리가 사라지자, 나는 거리낌 없이 참고하기 위해서 묻는다.

“있잖아, 도우지마 씨는, 어떤 식으로 스즈에게 고백했어?”

“응? 앗앗♡ 도 군? 하아아앙, 하윽, 하윽♡ 앗, 아아앙♡”

스즈가 호흡을 고르려고 한다. 그 순간 내가 집게손가락으로 유두를 찌르자, 그녀는 몸을 비틀며 “잠깐, 대답을 못하겠잖아.” 하고 농담 투로 나를 꾸짖었다. 나는 허리를 멈추고 그녀의 추억담을 기다렸다.

“……도 군은 말이지, 조용한 카페였어. 좀 복고풍인 가게라서, 그다지 사람이 없었어…….”

스즈의 뒤쪽 목덜미에 달라붙은 나에게는, 그녀의 현재의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기뻐하며 뺨이 풀어져 있다는 것이 그 목소리를 통해 전해진다.

“……그런데 말이지, 도 군이 ‘여기 것은 맛이 좀 각별할 거야.’ 하면서 치즈 케이크를 추천해줬거든, 솔직히 나 긴장하고 있어서 무슨 맛인지 전혀 모르겠더라. 그래서 나 정직하게 말했어. ‘미안해요, 긴장해서 맛을 모르겠어요.’ 하고. 그랬더니 도 군이 ‘왜 긴장했어?’ 하고 묻는 거야! 내 마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 이런 소리를 하다니 하고 생각하면서, ‘어~, 딱히 이유는 없어요.’ 하고 쓴웃음을 지으면서 넘어가려고 했어…… 에헤헤.”

거기까지 흥분해서 추억담을 이야기하던 스즈의 분위기가, 쑥스러운 웃음 뒤에 갑자기 차분해졌다.

“……생긋생긋 웃으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좋아해.’ 하고 말했어.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으니까 ‘나랑 사귀어 줘.’ 하고 말했지.”

“그래서 스즈는 어떻게 했어?”

나는 다시 스즈를 흔들기 시작한다. 친구의 행복한 이야기는 나의 기분을 고양시킨다. 이미 남근은 아픔이 느껴질 정도로 발기한 상태였다.

“음, 음, 음♡ 도저히 말이 안 나와서 말이야…… 앗, 음♡ 새빨개진 얼굴로 고개만 끄덕였어…… ‘저야말로 잘 부탁드려요.’였나, 그런 멋대가리 없는 대답을 했던 것 같아.”

그 자리의 새콤달콤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다.

“스즈의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아주 행복한 기분이 들어. 요즘 들어서 특히 미츠바 양을 의식하게 된 뒤로 더 그런 것 같아.”

그다지 격렬하게 허리를 흔들지 못했다는 애타는 마음 때문에, 나는 급히 그녀를 앞으로 밀쳐서 넘어뜨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이어진 채로 그대로, 뒤에서 박는 자세로 옮겨 간다. 스즈도 숨을 헐떡이면서 즐겁게 응해준다.

“그렇지? 그러니까 츳치도 빨리 나에게 황홀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게 되도록 해.”

“응. 노력할게.”

생각해보니 나는 스즈한테 받기만 했다. 딱히 그 이유 때문에 자신의 연애에 대해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에게 이런 따뜻한 기분을 맛보게 해준 그녀에게 보은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강하게 담아서 허리를 흔들었다.

팡, 팡, 팡.

“앗, 앗, 앗♡ 깊숙한 곳에, 닿았어♡”

스즈의 가느다란 등이 확 젖혀지고, 견갑골이 좁혀진다. 두 손이 애절하게 시트를 잡아당겼다.

“스즈도, 처음에는 좋아한다고 말하는 게 부끄러웠어?”

“당연하지. 그래도 그 고백을 받은 데이트에서 돌아오던 길에, 차 안에서 똑바로 ‘저도 좋아해요.’라고 말했어.”

스즈는 자신을 자랑하기 위해서 한 게 아니라, 나를 고무시키기 위해서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내 허리의 회전이 빨라진다.

“앗앗앗♡ 츳치, 대단해♡ 진짜 커♡”

스즈의 팔꿈치가 접어지고, 얼굴이 털썩 시트로 떨어진다. 

“대단해, 스즈는. 나중에라도 확실하게 말했잖아.”

“……츠, 츳치도, 분명 말할 수 있을 거야.”

좋아하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나는 알고 있다. 그렇기에, 좋아한다고 입 밖으로 말을 꺼낼 수 있는 스즈나 신도 군을 존경한다. 스마트하며 완숙한 도우지마 씨는 그야말로 구름 위의 사람이다.

“아응아응아응♡ 츳치, 그렇게 굵고 단단한 걸로, 푹푹 찔러대면, 나, 나……♡”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가 허리로 퍽퍽 때리면, 스즈의 복숭아 모양 엉덩이는 그 반동으로 되돌아와서, 나와 보다 깊게 이어지려고 한다. 그것을 다시 허리로 때려서 밀어낸다. 팡팡, 메마른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계속 울린다.

“앗, 앗, 앗, 앗, 앗, 앗♡”

“……스즈, 엄청나게 야한 소리를 내고 있어.”

신도 군과 전화할 때의 대화를 떠올린다. 스즈가 분명 ‘나에게 푹 빠졌어?’ 하고 놀릴 줄 알았는데, 그녀는 시트를 다시 고쳐 쥐며, 애절하고 귀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야한 짓을 하고 있으니까 그렇지.”

그 목소리는 나의 야성을 불러일으키고, 사정으로 가기 위한 피스톤 운동을 재촉한다.

“스즈, 좋아해.”

허리를 팡팡 맞부딪치자, 스즈가 “아응, 아응♡” 하고 신음한다. 그때 내 입에서 그 말이 스르르 흘러나왔다.

“나도, 좋아해♡”

물론 그 말은 다른 의미의 ‘좋아해’다. 스즈의 목소리도 도우지마 씨와의 추억을 이야기할 때와는 완전히, 색이나 향기나 무게까지 모든 것이 다르다.

“……내가 상대라면 쉽게 말할 수 있잖아, 그러니까 연습하자.”

나처럼 절정이 가까워진 것 같은 스즈는 헉헉 거칠게 숨을 내쉬면서도 그런 제안을 한다. 그러고 나서 “성공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새져줄 테니까. 이히히.” 하고 놀리는 것처럼 웃었다.

나는 사정을 향해 가기 위해서 허리를 퍽퍽 때려댄다. 한계까지 발기한 살덩이가 스즈의 빡빡한 살 단지를 거칠게 찌르고 뚫는다.

“앗, 앗, 앗, 앗, 앗♡”

사정감이 음경에 가득 찬다. 그 고양감에 몸을 맡기고 스즈의 엉덩이를 꽉 붙든다.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츳치의 마음, 그대로 말로 하면 돼.”

그것은 너무나도 무서운 일이다. 거절당하는 건 싫다. 하지만 멈춰 서 있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손에 넣을 수 없다.

친구의 요염한 등이 나에게 그렇게 주장하고 있는 것 같았다. 등짝 옆으로 비어져 나온 유방이 화려하게 흔들리고 있다.

딴딴해진 육봉이 흰 복숭아 같은 엉덩이 살을 푹푹 휘저어대는 삽입감은 글자 그대로 나에게 침을 질질 흘리게 한다.

그런 흥분의 힘을 빌려서 용기를 쥐어짜낸다.

“……계속 좋아했어요. 저랑 사귀어주세요.”

“아앗, 그래♡ 좋아♡ 앗, 윽♡ 간다, 간다♡”

스즈는 새된 신음소리를 흘리면서도 고개를 끄덕끄덕 움직인 후, “……나도, 츳치를 좋아하니까, 츳치의 연인이 되고 싶어♡” 하고, 나에게 친구로서 ‘고백에 대한 성공의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사랑의 고백을 받아주었을 때의 의사체험을 통해서, 나를 조금이라도 적극적인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는 그 마음씀씀이는, 성공의 의사체험보다도 훨씬 더 기쁜 것이었다.

팡팡팡 하고 거침없이 허리를 부딪치면서, 연습이 아니라 실전인, ‘우정의 고백’을 했다.

“……고마워, 스즈. 정말로 좋아해.”

스즈의 견갑골이 꽉 좁혀지고, 등이 요염하게 꿈틀거렸다.

“나도, 진짜의 진짜로, 츳치를 엄청 좋아해.”

“싼다, 스즈.”

“……응, 함께, 잔뜩 기분 좋게 되자.”

“아앗, 싼다!”

“츳치! 츳치♡ 간다간다간다, 간다앗♡♡♡”

남근을 콱 밑동까지 그녀에게 찔러 넣고 왈칵왈칵 사정을 계속한다.

남자 성기를 쥐어짜려는 것처럼 꿈틀거리는 질 벽의 온기와 부드러움은 전부, 나를 감싸 안은 그녀의 우애 그 자체였다.

내가 반쯤 방심상태에서 사정을 이어가고 있자, 스즈는 등을 살짝살짝 움찔거리면서도 기쁘게 말한다.

“……똑바로 말할 수 있잖아.”

“여러 가지 의미에서 스즈의 힘을 빌린 거긴 하지만. 미츠바 양이 상대라면 이렇게까지는 못할 거야. 그래도 고마워.”

그렇게 말하며, 하복부를 더더욱 밀어붙여서 말캉거리는 엉덩이를 찌부러뜨린다. 스즈와 보다 더 깊게 이어지자, 보다 더 기분 좋게 찍찍 사정할 수 있었다.

스즈도 “음, 앗♡” 하고 귀여운 소리를 내고서, “별 것도 아닌걸요.” 하고 싹싹하게 웃었다.

개처럼 팔다리를 짚고 엎드려 있는 스즈와 이어진 채로 우정의 여운을 즐기다가, 마침내 우리는 떨어졌다. 어느새 비가 그친 뒤였다.

침대 위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콘돔을 벗기는 내 모습을, 스즈 또한 침대 위에 털썩 주저앉아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 손을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더니, 부끄럽다는 듯 치켜 뜬 눈으로 말했다.

“……츳치의 정자, 먹고 싶은 기분인데요?”

내가 콘돔을 머리 위로 들자, 스즈는 턱을 올리고 입을 벌린 후, 혀를 내밀었다. 그 혀를 향해서 정액을 늘어뜨려 준다. 혀로 다 받아내지 못해서 가슴이나 허벅지로도 떨어졌지만, 스즈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이제 끝.” 하고 말하자, 스즈는 입을 다물고 턱을 뒤로 뺀 후, 나를 바라보면서 목구멍으로 꿀꺽꿀꺽하는 소리를 냈다.

“츳치의 정액, 역시 써.”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놀리는 것 같은 웃음으로, 나를 책망하듯 말한다.

“안 먹으면 되잖아.”

“자기도 먹어주기를 바라면서.”

스즈는 배를 깔고 눕더니, 얼굴을 내 사타구니에 묻는다. 그리고 반 발기 상태의 남근을 눈앞에 두고, “싫다면 안 하겠습니다만?” 하고 말하며 나를 올려다봤다.

나는 솔직하게, “먹어 주세요.” 하고 말했다. 그녀는 “이히히.” 하고 웃고서, 입에 넣었다.

그 뒤에, 스즈의 본격적인 펠라티오 때문에 내가 여자아이 같은 신음소리를 마구 지르고, 그녀의 목구멍이 내 정액을 몇 번이나 꿀꺽꿀꺽 삼킨 일에 대해서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6.5화 시간도 남는데 끼워줄게

어느 주말의 오후. 이제 막 초여름을 맞이한 시기였지만, 일단 수험생답게 공부를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봐서는 오히려 늦게 시동이 걸린 편이리라. 장래에 일해보고 싶은 업종이 있다고는 해도, 구체적인 진로 같은 것은 없고, 그저 영상 계통의 업종으로 가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조금만 더 이해하고 있다면야, 전문학교라는 수단도 유효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저 갈팡질팡하는 상태다.

계산이 복잡한 문제에 맞닥뜨리고, 머리의 피로를 느꼈다. 의자에 앉은 채 기지개를 펴면서, 그러고 보니 보고 싶었던 영화가 곧 개봉하겠구나 하고 생각한 순간, 휴대전화가 운다. 상대가 누구인지는 곧바로 알아차렸다. 나에게 전화를 거는 사람은 가족이거나 단 한 명의 친구뿐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족은 지금 모두 아래층에 있다.

‘야호~. 지금 한가해? 실은 오늘 데이트였는데 그이가 사정이 생겼대. 놀러가도 될까?’

나로서도 거절할 이유가 없다. 승낙하자 30분 후에 초인종이 울렸다.

스즈를 먼저 방으로 가라고 해놓고, 나는 주방에서 2인분의 차를 준비해서 올라갔다.

그때 거실에 있던 부모님께, “스즈가 놀러왔어. 차 같은 건 내가 가지고 갈 거니까, 안 줘도 돼.” 하고 보고한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딱히 대단한 반응은 보이지도 않고, “아, 그래.” 하고 무뚝뚝하게 대답한다. 그리고 이어서 “아, 곧 장보러 갈 건데, 뭐 필요한 거 있냐?” 하고 물어 와서, “아무것도 없어.”라고만 대답하고 계단을 올랐다.

지금이야 스즈가 집에 오는 일에 완전히 익숙해진 상황이지만, 2년 전에 처음 집에 왔을 때는 난리가 아니었다. 초등학교 입학 이후 집에 친구를 부른 적이 없는 내가, 학교에서도 손가락으로 꼽는 미소녀를 데리고 온 것이다. 그때의 부모님의 동요 같은 건, 자식인 나로서는 짐작도 가지 않는다. 아마도 무슨 종교 활동 때문에 온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부모님은 여러 가지 의미로 나와 인연이 없어 보이는 스즈를, 신기하다는 듯 지켜보고 있었다. 스즈는 어른이 보기에도 친근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고 의외로 착실하고 예의바른 성격이었기에, 부모님의 눈에도 점차 우리 사이가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이게 되었다고 한다.

“보리차밖에 없지만.”

“고마워~. 선물로 과자 사왔으니까 같이 먹자.”

책상 의자에 앉아 있던 스즈가 뒤돌아보면서 편의점에서 사온 것으로 보이는 과자 상자를 들어올렸다.

오늘의 스즈는 머리카락 세팅이나 화장이 평소와는 다르다는 것이 내 눈으로 봐도 명백했다. 데이트 사양의 스즈는 아무래도 머리카락이나 피부에서 ‘여자의 기합’이라는 것이 빛나고 있는 것 같았다.

옅은 색깔의 카디건에 스키니 진이라는 일견 심플한 복장이지만, 자잘한 곳에 신경을 썼으리라. 세련되고 멋을 부린 옷차림으로 보인다.

“이히히. 기간 한정 과자래. 봐봐, 이 광고 문구. ‘초콜릿과 딸기가 사랑을 했다’라네? 이런 문구를 써놓으면 내 피와 살로 만들어주는 수밖에 없지.”

나는 보리차가 든 잔을 책상에 놓고, 책상과 인접해 있는 침대 가장자리에 엉덩이를 내렸다.

“바로 얼마 전에, 여름에 대비해서 단 것은 안 먹겠다고 하지 않았었나?”

스즈는 내 말을 듣더니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그대로 몇 초가 지나자, 마치 위기가 물러간 것처럼 “……좋았어!”라고 하며 과자 봉지를 열었다.

“아니, 좋아진 건 하나도 없는데?”

“그러지 마시고요. 여기서는 그냥, 10년 지기 소꿉친구로서 칼로리 섭취의 공범이 돼주라고.”

그렇게 말하며 스즈는 상자의 절취선을 찢고 안에 있던 포장지를 열어서, 나에게 건네듯 책상 끝에 놓았다.

“아직 2년이야. 스즈와 친구가 된 역사.”

그렇게 대꾸하면서 각설탕 모양의 과자를 하나 집어서 자신의 입에 던져 넣었다.

“뭐, 거짓말이지? 그래도 10년은 농담으로 한 소리였지만, 이미 5년 정도는 지난 줄 알았어. 맞구나. 맞아.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부터였지. 그런데, 맛있어?”

스즈는 진심으로 놀랐다는 모습을 보이더니, 나에게 감상을 요청했다.

“확실히 초콜릿과 딸기가 사랑을 하는 느낌이네.”

“진짜야? ……그럼 안 먹어볼 수가 없지~.”

스즈가 눈살을 찌푸리면서 머뭇머뭇 하나를 집는다.

“자기가 사왔으면서.”

“츳치는 이런 여자의 마음을 모를 거야~. 달콤함과 몸무게를 천칭에 올려놓은 배덕감을.”

그녀는 호들갑스럽게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과자를 하나 입에 넣은 후, “음~. 이건 확실히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맞네.” 하고 히죽거렸다.

“그래도 별일이네. 도우지마 씨가 데이트를 취소하다니.”

“아마 처음일 거야. 친구가 갑자기 아주 심각한 느낌으로 상담을 해왔대. 무슨 일이 있든 대개는 나를 우선해주었는데, 꽤나 심각한 일인가 봐.”

친구가 걱정이 된다는 도우지마 씨의 말이 거짓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역시 그녀의 쓸쓸한 기분은 나에게 충분히 전해져온다. 그 쓸쓸한 기분을 조금이라도 사라지게 하고 싶은 것인지, 두 개째의 과자를 집어 들어 입에 던져 넣고 있었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보여도, 데이트 전날에는 그 몸짓이나 음색에서 흥분이 희미하게 묻어나오고, 데이트 다음날에는 혼자서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 가끔 보였다. 그리고 지금도 평소처럼 행동하려고 하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한숨이 나오려 하는 것을 억지로 감추고 있다는 것이 눈에 훤했다.

“혹시 공부하고 있었어?”

스즈는 책상에 펼쳐진 교과서로 눈을 돌리고서, 내 수험 공부를 방해한 건 아닌가 걱정하는 것 같았다.

“마침 쉬려고 한 때였어. 게다가 이런 공부가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도 하고 있었고. 스즈는 공부 쪽 어때?”

“음~. 딱히 변함없지. 그래도 일단 추천 입학은 문제없을 거야.”

일단 평범한 수험생다운 대화를 이어간다. 그래도 역시 나는 너무 신경이 쓰여서 지적을 했다.

“스즈. 내 앞에서는 그냥 풀죽은 채로 있어도 돼.”

스즈는 대인관계에 아주 능숙하다. 거리감이나 분위기를 살피고 순식간에 적당한 행동을 취할 수 있다. 처음부터 불특정다수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포기하고 사는 나에게는 마치 마법처럼 보이는 기예이다. 그렇기에 그녀에게는 그 자리의 분위기를 나빠지게 하거나 무거워지게 할 가능성이 있는 자신의 언동을 무의식적으로 억제하는 버릇이 있다. 지금도 그렇다.

스즈는 어깨를 털썩 떨어뜨리더니, 울 것 같은 미소를 지었다.

“츳치~, 그런 점에서 진짜 친구야.”

책상 앞에 앉아 고개를 숙인 후, 두 손의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면서 진짜로 낙담한 목소리를 냈다. 꾸밈없고 자연스러운 행동거지가 그녀의 매력 포인트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속내를 드러낼 수 있는 친구는 셀 수 있을 정도밖에 없을 것이다. 아마도 남자는 나뿐일 테고.

“오늘 말이지, 평소보다 화장도 머리 세팅도 잘돼서, 기다릴 때부터 괜히 들떠 있었거든.”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남들이 부산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을 한도에서, 몇 번이나 손으로 머리카락을 고치고 손거울로 확인했을 스즈의 모습이 뇌리에 떠오른다.

“……그리고 말이야, 겉옷도 속옷도 새것으로 입고 나왔어. 당연히 도 군에게 처음 보여주는 옷들이니까 나도 엄청 기대했고. 데이트에 처음 입어보는 옷으로 나갈 때는 가슴이 진짜 두근두근하거든? 예쁘다고 말해줄까, 실망하면 어쩔까 하고……. 물론 도 군 사정이 어쩔 수 없기는 해도…… 그래도…….”

버려진 강아지 같이 그리 말하고, 스즈는 내 쪽을 흘끔 봤다. 명백하게 신호를 보내는 시선이었다.

“예뻐.”

“후후, 고마워.”

그 신호에 맞추어서 대답을 한 나에게 가볍게 웃어 보이고 몸을 일으켰다. 불평을 털어놓은 덕인지, 그 몸짓이나 표정에서는 더 이상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으음. 좀 후련해졌어.”

두 손으로 깍지를 끼고 머리 위로 뻗으면서 청청한 표정을 지었다.

“불평을 들어준 츳치에게 보답으로 과자를 하나 더 주지.”

평소 모습으로 돌아온 스즈는 각설탕 모양의 과자를 입에 물더니, 그대로 얼굴을 가까이 가져와서 내 입에 밀어 넣었다. 오늘 연인과 키스를 할 예정이었던 입술에서는 평소와는 약간 차이가 있는 립글로스 감촉이 났다.

“그런데 말이야, 오늘 입은 속옷, 좀 비쳐 보여서 진짜로 야한 거거든. 볼래?”

그리고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또 역시 아무런 다른 뜻도 없다는 음색으로 말했다.

“오늘 아니면 언제 보겠어.”

“봐둬, 봐둬. 이렇게 하면 내가 도 군 때문에 긴장한 것도 헛되지 않을 거야.”

‘오늘 아니면 언제’ 정도의 내 태도를 보고, 스즈도 어깨에서 힘이 완전히 빠진 모습이었다.

의자에 앉은 채 스키니 진을 스르르 벗으니, 요염한 가랑이에서는 까만색에 가까운 짙은 보라색 레이스 팬티가 보였다. 천이 아주 얇아서 스즈의 하복부의 피부가 희미하게 비쳐 보인다. 음모는 물론 균열도 어렴풋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다 보이지? 쩔지, 이거? 너무 공격적인가.”

조금은 쑥스럽다는 듯, 그래도 여자 친구에게 데이트용 속옷을 상담하는 분위기로 묻는다.

분명 그 속옷은 비슷한 나이대의 평균적인 여성이 입는다면, 좀 우스꽝스러울 수도 있을 물건이었다. 하지만 스즈의 날씬하게 뻗은 종아리의 각선미와 글래머러스한 허벅지는 그 속옷에 눌리기는커녕, 오히려 그 속옷을 복종시킨 것처럼 건강미와 섹시함을 동시에 자아내고 있었다.

“아니,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도우지마 씨의 어른스러운 분위기에 딱 맞을 거야.”

“진짜? 그럼 말이지, 그럼 말이지, 이쪽은 어떻게 생각해?”

단순히 내 솔직한 촌평에 안도한 면도 있을 테고, 데이트를 못하게 된 쓸쓸함을 분위기를 띄워서 날려버리고 싶다는 마음도 있으리라. 아무튼 스즈는 패션쇼처럼 데이트용 복장을 내게 보여준다.

스즈는 카디건을 걸치고 있었지만, 앞가슴에는 단추 몇 개만 채워뒀기에, 배 쪽에서는 까만 속옷이 보였다. 나는 가슴이 크니까 단추를 전부 안 채웠구나 하고 멋대로 짐작했는데, 아무래도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스즈가 카디건을 벗자, 안에는 어깨 주변이 완전히 노출된 베어 톱 속옷이 있었다. 당연히 흉부는 그 풍만한 유방의 모양을 그대로 딱 그리고 있다. 그리고 앞가슴에는 괴로워 보일 정도로 억눌려 있는 가슴살이 골짜기를 만들어서 보여주고 있었다.

“솔직한 의견을 말하자면, 멋이고 뭐고 간에, 그 골짜기에 손을 찔러 넣고 싶어.”

“이히히. 해, 도, 돼♡”

스즈는 유쾌하게, 비밀이야기라도 하듯, 한 손을 입가에 대고 히죽히죽 웃으면서 그렇게 속삭였다.

그런 후 스즈는 베어 톱을 입은 채로 브래지어만 벗더니, 가슴 아래에 두 팔의 팔짱을 끼고 쑥 들어 올려서 보여주었다. 그 박력에 얼어붙은 채로 있자, 스즈는 히죽거리면서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더니, 놀리듯 나를 올려다보며 팔짱을 낀 두 팔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브래지어를 차지 않은 G컵이 베어 톱 안에서 출렁출렁 흔들린다.

“어이~. 왜 그러시나? 츳치가 아주 좋아하는 거유라고~.”

나는 빛에 이끌린 날벌레처럼 덜덜 떨리는 수도(手刀)를 매혹의 골짜기에 찔러 넣는다. 역시 이렇게까지 크면 땀이 차는 것인지, 손이 매끄럽게 미끄러지면서 강한 압박감 속으로 잠겨든다. 골짜기를 지나친 곳부터 쫀득쫀득하고 매끈매끈한 피부와 물컹물컹한 부드러움에 구속된다. 너무나도 쉽게 손목까지 삼켜졌다.

“에잇.”

스즈가 장난치는 것 같은 목소리와 몸짓과 함께, 두 손등으로 가슴을 양쪽에서 가운데로 모았다. 손을 가슴살에 압박받게 된 나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반쯤 벌려야 했다.

스즈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눈을 살며시 감으며 턱을 올렸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쪽 하고 키스한다. 나는 골짜기 안에서 손을 조금씩 위아래로 움직이거나 손가락을 굽히면서, 쪽쪽, 다정한 키스를 이어간다.

숨결이 직접 닿는 거리에서 스즈가 나를 정색하는 눈으로 바라보며 히죽거리면서 속삭인다.

“……이것 말고 더 끼워줬으면 하는 게 있지 않아?”

“……괜찮은 거야?”

스즈의 얼굴이 내 귓가로 살며시 다가와서, 귓불을 살짝 깨문 후, 그대로 고막에 숨결을 뿌리듯 중얼거린다.

“……내 젖통, 츳치의 자지를 쓱쓱 문지르는 보지로 써도 좋아.”

내가 침대 가에 앉은 채,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으로 동시에 청바지와 속옷을 벗자, 스즈는 킥킥 웃으면서 바닥에 앉았다.

귀기가 어릴 정도의 박력으로 발기한 남근을 스즈에게 내밀자, 그녀는 포피소대에 한 번 가볍게 입술을 댄 후, 천천히 귀두를 입에 물었다. 스즈는 혀를 감거나 빨아들이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스즈의 입 안에서 남근은 끈적하게 데워진다. 스즈가 입을 떼자, 살 막대기는 침이 발라져서 번들거렸다.

스즈는 옷자락을 손가락으로 집어서 띄우더니, 베어 톱 안으로 남근을 맞아들이기 위해서 상반신을 내리기 시작했다. 귀두가 옷 안에서 부드러운 것에 부딪친 후, 그대로 매끄럽게 가르며 나아가자, 살 막대기가 좌우에서 다가오는 압박감에 감싸였다.

“헉.”

기분 좋은 감촉에 나도 모르게 쾌감에 찬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귀두가 베어 톱 앞가슴의 틈새로 얼굴을 내민다. 옷을 입은 상태였기에 스즈의 가슴살은 다소나마 중앙으로 모여 있었고, 그에 따른 삽입감은 굳이 아래쪽 보지의 이름을 빌릴 게 아니라 젖 보지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살 막대기를 기쁘게 만들었다.

스즈는 황홀해하며 고개를 뒤로 젖히는 내 두 손에 자신의 손가락을 얽어서 쥐며 히죽히죽 웃는다.

“역시 거유를 좋아하는 츳치에게 파이즈리는 동경이겠지?”

스즈는 헐떡이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나를 보고 “이히히.” 하고 웃은 후, 그 상태에서 상반신을 천천히 위아래로 흔들었다. 생기 넘치는 쫀득쫀득한 유방의 살갗이, 침과 땀과 이미 흘러내리기 시작한 쿠퍼액과 미끌미끌 마찰한다.

“아앗.”

솔직히 파이즈리는 시각적 효과와 그에 수반하는 페티시즘으로서의 만족감을 얻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양쪽에서 손으로 눌러서 끼운 것도 아니고, 그냥 옷을 입은 채로만 하는 것인데도, 젖 보지에 삽입한 감촉은 순식간에 하복부를 사정욕구로 가득 채운다.

“얼마나 파이즈리를 해보고 싶었던 거야. 자지가 벌써 정액으로 빵빵하잖아.”

스즈는 킥킥 웃으면서 맞잡고 있는 두 손의 손가락을 고쳐 얽는다.

“……미안. 바로 싸버릴 것 같아.”

“이히히. 좋아. 염원하던 파이즈리인데, 자지에게 참으라고 하는 것도 불쌍하겠지? 사양하지 말고 찍찍 싸서 기분 좋게 만들어드려.”

“……하지만, 옷에 묻을 텐데.”

오늘은 기회를 잃었다고는 하나, 연인에게 처음으로 보여주기를 기대했던 사복이다. 스즈는 몇 초간 고민한 후, 미안해하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연다.

“괜찮아. 츳치에게 불평도 들어주라고 했고. 그 만큼 소중한 친구니까. 데이트용 옷에 정자를 뿌리는 것도 용서해줄게.”

물론 콘돔을 차고 한다거나, 사정하는 순간 자세를 바꾼다거나, 대책은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스즈는 이대로 나의 쾌락을 받아들여주려고 했다.

“……스즈, 허리 움직일 건데.” 

그런 스즈의 우정에 고마워하면서, 젖 보지의 삽입감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흔든다. 스즈는 이제 와서 나를 놀리듯 입꼬리를 느슨히 풀고, 싹싹한 말투로 말했다.

“씹을 하는 거니까, 츳치 쪽에서 발기 자지로 쑥쑥 찌르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나는 그 한마디에 이성이 날아가서, 푹푹 하는 소리가 날 정도도 허리를 찔러댄다.

“음, 음♡ 역시…… 이거, 진짜로 하는 것 같아♡ 아니, 츳치의 자지, 젖에 화상을 입힐 정도로 뜨겁고 발딱발딱합니다만……♡”

“……안 되겠어, 싼다!”

사정감으로 인해 온몸이 굳어졌을 때, 내 쪽에서 손을 강하게 쥐려 했다. 스즈는 그 손을 맞잡아주면서, 그야말로 친구다운 말투와 표정을 보여줬다.

“내 파이즈리 보지에서, 좆물이 잔뜩 날아가는 모습 보여줄 거지?” 

옷에 묻는 걸 걱정했던 내 말을 듣고, 혹시라도 내가 부담을 가질까봐서 말해주는 배려의 말이리라. 나는 친구로서의 배려에 응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서 사정했다.

뷰루루루루루룻!

그것은 우리의 머리를 넘어서 천장에 닿을 것 같은 분화였다. 정액덩어리가 질척질척 스즈에게 쏟아져 내린다. 마치 요구르트를 숟가락으로 떠내어 그녀의 머리 위에서 휘둘러댄 것 같은 상황이 된다. 데이트를 위해서 공을 들였던 머리카락도 얼굴도 옷도, 나의 하얀색으로 물들어간다.

스즈가 샐쭉한 눈으로 나를 째려보고 있었지만, 화를 내고 있지 않다는 것은 명백했다. 그래도 나는 스즈의 장난에 맞장구를 쳐주기 위해서, “……죄송함다.” 하고 사과했다.

스즈가 나와 두 손을 맞잡은 채 위팔로 가슴을 꾹 눌러서 골짜기로 밀어붙이자, 그 선명한 압박감에 정액이 쩍쩍 쥐어짜져서, 베어 톱의 가슴팍에 걸쭉한 물웅덩이가 생겨났다.

“어땠어? 첫 파이즈리.”

“……상상 이상이었어.”

내 말을 듣고 스즈는 기쁘게 미소 짓는다. 그것은 이성에게 성적인 봉사를 하고 난 뒤의 여자의 얼굴이 아니라, 친구가 비원을 이룰 수 있도록 도운 친구로서의 미소였다.

스즈는 골짜기에 구속되어 있으면서도 움찔거리는 귀두 끄트머리를 빨아들이듯, 입술로 누르고 쪽쪽거리는 소리를 내며 키스를 한다. 살 막대기에 아직 뜨거움과 딱딱함이 남아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 히죽거리며 나를 올려다봤다.

무엇을 하려고 그러나 하고 생각했을 때, 스즈는 왼손으로 자신의 오른쪽 가슴의 바깥쪽을 쥐고, 왼팔 하나로 가슴을 뭉그러지게 하며 가운데로 모았다. 그 행동으로 인해 생겨난 압박감은 아까하고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살 막대기가 부드러운 가슴살 안에서 답답함을 느꼈다.

“그럼, 츳치의 파이즈리 동정을 상냥하게 빼앗아줬으니, 이제부터는 제대로 할 거야.”

“……펠라티오 때도 이런 흐름이었던 것 같은데?”

“이히히. 순식간에 싸게 만들어 줄게, 기분 좋게 되면 참지 말고 찍찍 쌀 것. 오케이?”

“……오케이입니다.”

스즈가 골짜기에 침을 떨어뜨리고 어깨를 위아래로 움직인다. 단순히 몸을 흔들고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움직임은 골짜기에서 살 막대기를 끈적하게 마찰시키는 일을 분명하게 신경 쓰고 있었다.

정액이 스즈의 턱이나 쇄골에서 골짜기로 흘러내려가 침과 땀과 섞이자, 찔꺽찔꺽하는 극도로 음란한 소리가 난다. 

질 근육과는 또 다른, 탱탱한 가슴살이 꽉 들어찬 젖 보지는, 눈앞이 흐릿해질 정도로 좋은 쾌락을 가져다주었다.

“이히히. 츳치도 참, 침을 질질 흘리고 있네.”

스즈가 그렇게 지적할 때까지 그런 사실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곧바로 입을 꽉 다물려고 했지만, 너무나도 큰 황홀감에 입을 벌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지 빵빵해졌어. 그럼 아까처럼 찍찍 사정하는 거다?”

나는 이미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스즈는 그런 나에게 아까하고는 정반대로 노골적으로 심술궂은 말을 한다,

“그이에게 예쁘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말이야,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세팅한 머리카락이랑, 화장을 한 얼굴이랑, 처음으로 보여주려던 옷을, 츳치의 찐~한 정액으로 새하얗게 물들여도 돼.”

내 죄악감을 자극하는 농담 투의 도발에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린다.

“싸기 힘들잖아!”

“아하하. 농담이야, 농담. 진짜로 신경 쓰지 말고, 싸고 싶은 만큼 싸도록 해. 옷이야 빨면 되니까.”

스즈는 나의 정액을 땀과 별 다를 바 없는 체액이라고 인식하는 것이리라. 그래도 역시 연인에게 처음 보여주려던 데이트용 멋 부리기였기에 틀림없이 자기 나름대로 켕기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츳치니까 특별히 허락해줄게.’라고 말하는 것처럼 싹싹한 웃음을 짓는다. 깊은 우정으로 책망하지 않겠다는 그 온정을 고맙게 받아들이며, 나는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

스즈가 자유로운 오른손으로 내 왼손을 꽉 쥐어주었다.

“쌀게…… 스즈.”

스즈는 여유가 없어진 나를 보며 갸륵하게 고개를 끄덕인 후, 사정을 응원하듯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츳치의 커다란 자지가 정액을 다 쌀 때까지, 가슴 보지에 단단히 끼워줄게.”

그 말을 듣자마자 다시 정액이 흩날린다.

날뛰는 남근을 가슴살로 누르듯, 스즈는 왼팔로 가슴을 꽉 모아서 부드러운 살의 골짜기를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머리카락이나 가슴이나 옷에, 왈칵왈칵 정액을 흩뿌리는 나를 보는 스즈의 얼굴은, 무척이나 득의양양하게 보였다.

스즈는 입가에 붙은 정액을 혀로 핥아서 떼더니, 왼팔로 유방을 한층 더 꽉 압박하며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 요도에 정액 남아 있지? 전부 다 싸주지 않으면 자지가 불쌍하잖아?”

그 몸짓은 나의 음경을 발딱발딱 맥동하게 만들어서, 젤리 상태의 덩어리가 찍찍 뿜어져 나왔다.

내가 헉헉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는 모습을, 아직도 딱딱한 채인 남근을 가슴으로 감싸고 있는 스즈가 히죽거리며 올려다본다.

“엄청나게 찍찍 쌌는데도, 무슨 이유인지 아직도 얌전해지지 않네?”

펠라티오와 마찬가지로 스즈의 파이즈리는 그 이상 없을 지복 그 자체였다. 하지만 역시 우리 우정의 종착지는, 우리에게 보다 더 하나가 될 것을 요구한다. 숨을 헐떡이며 스즈에게 시선을 돌린다. 그 시선만으로도 그녀는 그것을 이해하고 전면적으로 동의한다.

“아마도 술을 마신 뒤에 해장으로 라면을 먹는다는 게, 이런 느낌이겠지?”

절묘한 비유라고 생각해서 감탄했다. 그와 동시에 방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오고, 곧바로 어머니의 목소리가 따라온다.

“타쿠미~. 이제부터 아버지랑 장보러 갈 거야.”

“……알았어.”

“스즈네 양, 미안해. 아무런 대접도 못해서.”

“앗, 네. 신경 쓰지 마세요.”

그리고 발소리가 떠나가는 것을 들으며 우리는 목소리를 죽이고 함께 웃는다.

“큰일 날 뻔했네. 문이 열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스즈는 침대에 누우면서 가슴에 손을 댄다. 나도 마찬가지로 동요한 마음을 억누르면서, 그녀의 다리 사이에 앉았다.

“그야…… 친구에게 파이즈리를 받고 있다고 말했겠지.”

“확실히 그 말밖에는 할 말이 없겠네. 아, 두근두근했어.”

스즈가 웃는 사이에 콘돔을 장착한 나는, 다 비쳐 보이는 팬티의 가운데 덧대어진 부분을 젖히고 삽입한다.

“앗, 음♡ ……역시 마지막에는 제대로 이어지고 싶어져.”

스즈는 귀여운 교성을 흘리면서,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스즈의 몸 안은 이미 끈적끈적하고 미끌미끌했다.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하자, 스즈는 아직 가족이 있을 것을 염려해서 한껏 억누른 목소리로, 하지만 달콤하게 갈라진 탄식을 흘렸다.

“음음음♡ ……야, 자지 너무 세다고, 아직 아주머니가 계실지도 모르는데.”

내 허벅지를 살짝 때리고서, 지금이라도 쾌락으로 인해 흐릿해질 것 같은, 웃음 섞인 목소리로 나를 탓했지만, 그 직후에 차가 출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함께 킥킥 웃었다. 그 유쾌한 분위기 그대로, 스즈는 나를 유혹하듯 바라봤다.

“……그럼, 팍팍 덮쳐줄래?”

침대가 심하게 삐꺽거린다. 베어 톱이 조금씩 들려올라가서, 스즈의 예쁜 배꼽과 잘록한 허리가 드러난다.

“아응, 아응, 아응, 아응♡”

베어 톱의 까만색이 점점이 맺혀 있는 하얀색과 대비되어서, 정액 자국이 확연히 강조된다.

“으아♡ 앗앗, 딴딴해♡ 츳치, 굉장해♡”

머리카락이나 얼굴에는 정액이 찐득하게 달라붙어 있었다.

“큰일 났어, 이번에는 내가 곧바로 가버릴 것 같아♡”

젖혀놓은 팬티의 천이 피스톤 운동을 할 때마다 살짝살짝 닿는다. 그때마다, ‘도우지마 씨가 기뻐해줄까’라는, 스즈의 기대와 불안이 전해져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스즈는 눈을 꽉 감고 만세 자세를 취한 두 팔로 시트를 쥔 채, 아무런 지적도 하지 않은 나에게 변명하는 투로 말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말이야, 츳치의 야한 자지, 계속 파이즈리 보지 속에서 뜨거웠거든♡ 그런 자지면 당연히 원하게 된다고♡”

그리고 눈을 살짝 뜨고 빠른 말투로 고백한다.

“미안, 한 번 먼저 갈게? 앗앗, 좋아♡ 안 돼, 기분 좋아♡ 간다, 간다, 간다간다간다♡♡♡”

스즈가 세차게 등을 띄우며 격렬하게 움찔움찔 경련했다. 그 움직임이, 브래지어를 차지 않은 상태라 베어 톱의 아래에서 출렁출렁 흔들리는 미폭유를 연상시켰다. 그 모습이 묘하게 관능적이었기에 나도 모르게 묻고 만다.

“나도 이제 금방이야, 또 옷에다 뿌려도 될까?”

스즈는 등을 띄우고, 몸을 움찔거리면서, 갸륵한 목소리와 눈길을 나에게 보냈다.

“조, 좋아♡ 츳치 마음에 드는 곳에 정액을 뿌려♡”

천천히 피스톤 운동을 재개하면서,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말을 건다.

“그런데 이 다음에 어떻게 할래? 나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서, 혼자 갈까 말까 망설이는 중이었는데.”

“앗, 앗, 앗♡ ……어쩔 수 없네. 오늘은 츳치랑 데이트 해주지.”

스즈는 황홀해하면서도 싹싹한 웃음을 지었지만, 그 직후에 “앗, 앗♡ 거기, 좋아♡” 하고 또 황홀경으로 빠져들었다.

그런 와중에 스즈의 휴대전화가 운다.

절정의 여운이 물러가기를 기다릴 겸해서 스즈가 휴대전화를 확인한다. 그러더니 두 손으로 든 휴대전화를 입가에 붙이면서, 눈썹 끝을 축 늘어뜨리고 미안하다는 듯 나를 본다.

“……도 군. 친구 문제가 해결될 것 같으니까, 두세 시간 후에라도 만날 수 있겠냐고 하는데.”

“잘됐네.”

나로서는 따로 할 말이 없다. 내가 언제나 바라는 것은, 유일한 친구의 행복이다. 스즈의 데이트가 부활한 것을 진심으로 기뻐하면서, 침대를 끽끽 소리가 나도록, 삐꺽거리게 만든다.

“음음, 앗, 으아♡ ……미안해. 영화 같이 보고 싶었는데.”

“사과할 필요 없어. 원래 데이트 날이었잖아. 그보다도 옷을 빨고 말릴 시간, 맞출 수 있을까.”

“못 맞추면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가지.”

“그렇다면 지난번처럼 내 운동복이겠네.”

“그이에게는 그런 마니악한 취미 없어.”

스즈는 내 농담을 듣고 딱 알맞은 타이밍에 무뚝뚝한 표정으로 태클을 걸었다. 그런 그녀의 발목을 붙잡고 들어올린다. 그녀의 발목은 난폭하게 다루면 부러질 것처럼 가늘었다. 스즈의 무릎이 그녀의 가슴에 닿고, 종아리 뒤쪽과 발뒤꿈치가 천장을 향하자, 결합부가 훤히 보이게 된다. 어른스러운 색향이 감도는 팬티 옆쪽에서 사정 직전의 딱딱한 물건이 밑동까지 찌르고 들어간 모습도 선명하다.

“앗, 음♡ 이 자세, 츳치 것이, 전부 들어와♡”

앞으로 몇 번의 피스톤 운동만 하면 두 사람 다 절정에 오를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망설임이 있었다. 옷에 뿌려도 좋다는 허가는 받았지만, 그것은 데이트가 부활하기 전의 이야기다. 어쨌든 간에 빨래는 무조건 해야겠지만, 지금 다시 한 번 확인이 필요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스즈는 그런 나의 망설임을 꿰뚫어보고서, “이히히.” 하고 웃었다. 그 웃음은, 나의 휴일을 방해한 일에 대한 사죄와 자신의 낙담에 정성스럽게 대응해준 일에 대한 감사라고 하는 우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괜찮아. 나를, 츳치의 정액 범벅으로 만들어버려.”

그리고 한 손으로 말려 올라간 베어 톱의 중앙 부분을 쥐고, 그것을 허리까지 끌어내렸다. 거의 정액이 묻지 않은 베어 톱의 복부에도 마음껏 싸라고 하는 그녀의 무언의 주장에, 나는 허리를 흔들어서 꿀단지에 남근을 마찰한다.

“앗앗앗♡ 츳치, 좋아♡” 하고 신음하면서, “……설마 츳치에게 뿌리는 속성이 있을 줄이야.” 하고 유쾌하게 웃었다. 나 스스로는 그런 성벽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스즈의 몸이나 옷에 자신의 정액을 뿌리는 짓은 묘하게 가슴을 울렁이게 했고, 뿌리는 행위에서도 친근감이 용솟음치는 것을 느꼈다.

“나중에 스즈의 영향으로, 엉덩이나 허벅지파가 될 수도 있겠다.”

“……시야가 넓어지는 건 좋은 일이야, 소년.”

땀을 흘리며 그런 고백을 하면서 허리를 계속 흔들어대는 나에게, 스즈는 달콤한 탄식을 흘리면서도, 익살맞게 웃어 보였다. 그런 태평할 정도로 시원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질에 대한 마찰운동으로 인해 정액이 달려 나오기 시작한다.

“스즈…… 쌀 것 같아.”

“나도, 갈 거야♡”

스즈는 한 발 먼저 절정에 올랐다. 질 안이 확연하게 수축했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격렬하고도 달콤한 여운 속에서 꽉 감고 있던 눈꺼풀을 살짝 열고, 남근을 뽑아낸 나에게 황홀한 눈빛을 보냈다.

“지금부터 데이트에서 입을, 그이에게 처음으로 보여줄 옷과 속옷에, 츳치의 정액 뿌려도 돼♡ 사정 자지로 찍찍 날려서, 친구 정액으로 새하얗게 물들여♡”

콘돔을 벗김과 동시에, 내 오줌 구멍은 물총처럼 정액을 토해냈다. 순식간에 까만 베어 톱의 가슴팍부터 복부까지, 정액으로 인한 하얀 크레이터들이 철벅철벅 생겨난다.

“으아, 앗, 앗♡”

스즈는 온몸을 움찔거리면서도 턱을 뒤로 빼서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때때로 시선이 마주치면, 서로에게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내 남근은 사정의 기세가 수그러들었지만 남아 있는 정액덩어리를 팬티 위에 찐득하게 흘리고 있었다. 그것은 팬티 가운데의 덧대어진 부분을 타고 내려가서 엉덩이까지 떨어져서, 짙은 보라색 위에 하얀 선을 그렸다. 희미하게 비쳐 보이던 팬티가 훨씬 더 요염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결국 세탁과 건조(그에 더해 머리카락 세팅과 화장 고치기)는 시간에 맞게 끝낼 수 있었고, 스즈는 데이트 장소로 달려갔다.

데이트를 하러 나갈 때 현관 앞에서, 스즈 쪽에서 “여러 가지로 고마웠어.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키스를 해 왔고, 그대로 종종걸음으로 떠나갔다. 그 뒷모습은 데이트에 대한 기대로 들뜬 소녀 그 자체였다.

얼마 후, 『도 군, 오늘 나에게 예쁘다고 말해줬어』라고, 스즈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그 문장에서는 환희가 넘쳐 나오고 있었다. 나는 방에 남아 있던 과자를 입에 넣고서, 상자에 적힌 광고 문구를 다시금 읽어봤다. 분명 스즈와 도우지마 씨도 지금, 이 광고 문구 같은 달콤한 기분으로 데이트를 하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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