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처음으로 수업 빼먹었네 (후편)
나와 스즈는 그대로 수업에 들어가지 않고, 옥탑 그늘에서 섹스의 여운을 식히고 있었다.
때때로 부는 강한 바람이 서늘하다. 몸의 열기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았지만, 땀은 좀 멈췄다.
나는 옥탑 문에 등을 기대고 땅바닥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둔부를 직접 식혀주는 콘크리트의 느낌이 좋았다.
스즈는 의자에 반대로 앉아서, 등받이에 팔꿈치를 올리고 휴대전화에 들어와 있던 친구들이 걱정하는 메시지에 답장을 하려고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그 답장에 대해서 우리는 여러 가지 안을 함께 냈고, 결국 내가 제안한 ‘집에서 잠깐 낮잠을 잤는데 못 깨어났어.’로 낙착되었다. 평소의 교우 관계가 넓고, 경솔하게 수업을 빼먹는 성격으로 보이지 않는 그녀에게는, 많은 메시지가 온 것 같았다.
쓸데없는 걱정을 하게 한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하듯, 그녀는 휴대전화를 향해서 한 손을 수도(手刀)로 세우고 이마에 대더니, “미안.” 하고 고개를 숙였다.
“스즈는 친구가 많구나. 나는 한 통도 없는데.”
내 자조 섞인 농담에 스즈는 진지한 얼굴로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어? 츳치에게는 내가 있잖아. 미리 말해두겠는데, 츳치가 무단결석 같은 걸 하면 내가 엄청 걱정할 거니까, 하지 마.”
허리가 부러질 정도의 격렬한 섹스를, 그것도 야외에서 막 하고난 직후에도 변함없는, 꾸밈없는 우정이 가슴을 따스하게 만든다.
운동장 쪽에서 수업중인 클래스메이트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와 이어져 있는 것 같으면서도 격리되어 있는 공간에 우리는 단 둘뿐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내가 스즈가 친근하게 대화를 하고 있으면, 남자들로부터 부럽다는 시선을 받는다. 지금 이 상황을 보게 된다면 부러움을 넘어서 살의로 변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 우월감을 품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 되리라.
“아~아. 나도 이걸로 완전히 비행소녀네.”
스즈는 의자 등받이 위에 팔짱을 낀 두 팔을 올렸다.
“나중에서 둘이서 선생님한테 용서받으러 가자.”
나의 그 말을 듣고 스즈는 고개를 들더니, 믿음직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자기 쪽에서 키스를 해 왔다. 둘이 함께 규칙을 깼다는 사실은, 우리의 가슴을 무선으로 이은 것처럼 동료 의식을 커지게 했다. 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우리의 마음의 거리를 가족이나 연인과는 다른 벡터로 가까워지게 했다.
그 증거로 스즈도 나도 하반신을 드러내놓은 채이고, 스즈는 아예 등받이의 좌우로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다. 너무 대놓고 벌려서 관능은 오히려 그 색이 옅어졌지만, 그런 상태에서도 스즈의 포동포동한 허벅지는 눈길을 끌 만큼 대단한 것이었기에, 사춘기 남자를 대표해서 감명을 받았다.
“스커트 정도는 입지 그래?”
“츳치도 자지 내놓고 있으면서. 더우니까 오히려 다 벗고 싶을 정도야. 아니, 이런 날 마라톤이라니 모두들 힘들겠다~.”
클래스메이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함께 고행을 회피할 수 있었던 행복의 공유도, 우리의 인연을 두텁게 만들어준다.
“이런 날씨 좋은 날은 어디서 데이트를 해?”
“응? 아, 오늘 말이구나? 글쎄. 기본적으로는 도 군이 계획을 세워서 가자고 하니까……, 물론 내가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말하기도 하는데.”
스즈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의자를 움직여서 내 눈앞까지 이동해 온다.
“혹시 미츠바 양과의 앞날을 생각한 거야?”
“뭐, 그런 느낌이지. 전화번호를 물어본다고 해도, 그 뒤에 어떻게 해야 좋을지 짐작도 안 되니까.”
필연적으로 가랑이를 벌린 스즈의 비밀스러운 부분이 눈앞에 보인다.
“스즈. 그것보다 다 들여다보인다.”
“변태. 보지 마.”
그녀는 뺨을 붉히며 농담하듯 얼굴을 찡그렸지만, 자세를 바꿀 마음은 없는 것 같다. 편안하게 있고 싶다는 마음이 절반, 나를 놀리고 싶다는 마음이 절반이리라.
“상스럽잖아.”
내가 그렇게 충고한 것은 농담의 일종이다. 그녀가 기품 없는 여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
“츳치가 상대니까 상관없어. 그보다도 츳치, 자지가 좀 까딱까딱하는 것 같은데?”
반 발기 상태의 남근에서는 확실히, 절정의 여운이 요도 안에서 안타깝게 잔향을 울리고 있었다. 저릿저릿한 느낌마저 든다. 그 정도로 격렬한 사정이었다.
“츳치. 스탠드 업.”
새초롬한 표정에서 나온 스즈의 지시에는, 평소의 싹싹함이나 친근감, 혹은 놀리려 한다는 의도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아침인사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내가 문에 등을 기댄 채 일어서자, 수평 정도로 각도를 유지한 남근이 스즈의 입 앞에 딱 맞게 위치했다. 그리고 역시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처럼 스즈의 입이 남근을 덥석 물었다.
천천히 입술을 미끄러트려서, 혀를 가져다 붙이고 쪽쪽 소리를 냈지만, 그것은 성적인 봉사가 아니라, 그야말로 단순하게 수고했다는 인사였다. 장난으로 친구의 어깨를 주물러주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그렇기에 나도 좋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것은 성적인 흥분이 아닌 편안함이었다.
스즈는 두 손을 다소곳이 등받이에 올리고, 나를 올려다보며 펠라티오를 계속한다. 그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나는 평범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아까 이야기 말인데, 가자고 하면 거절하지 않을 만한 장소 있어?”
“으~음. 흐헌 언 하이햐~.”
“아니, 입에 넣은 채로 말하면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들어. 그리고 콧김이 간지러워.”
내가 지적을 하자, 스즈가 입에 문 채로 웃는다.
쪽, 쪽, 쪽 하고 몇 번 빨더니, 일단 입을 떼고 귀두를 혀로 날름날름 핥으면서 나를 올려다본다.
“그런 건 말이야, 역시 사람마다 다르니까, 여기다 하고 말하기는 힘들어.”
“그래도 최대공약수 같은 장소라고 할까, 무난한 계획이 있을 거 아니야?”
스즈는 나를 올려다보는 자세에서 오줌 구멍을 쪼듯 쪽쪽 키스를 한 후, 진지한 눈길로 말한다.
“내 친구 중에도 외출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애가 있거든. 그러니까 데이트 계획에 관해서는 상대방과 같이 이야기를 해보든가, 최저한의 취향이라도 알아두는 편이 좋지.”
과연 그런 것이군, 하고 납득하면서, ‘역시 여자 친구에게 연애상담을 하면 도움이 되는구나.’ 같은 종류의 든든함을 느낀다. 동시에 남근이 무럭무럭 앙각을 올렸다. 그것을 보고 스즈가 “이히히.” 하고 웃더니, 아까 전의 진지한 말투에서 스스럼없는 말투로 변한다.
“오, 츳치 선수. 발사대를 다시 가동하고 있습니다. 넓은 하늘을 향해서 각도를 쭉쭉 올리며, ‘꿈이여 다시 한 번.’이라고 말하는 것일까요?”
나는 스즈의 농담을 완전히 무시하며, “그리고 나, 돈도 없으니까.” 하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건 딱히 상관없잖아. 우리는 학생이고.”
“도우지마 씨는 경제력이 있는 것 같던데?”
“도 군이랑 비교하면 안 되지.”
스즈는 나를 꾸짖는 것 같은 표정으로, 막대기 뒤쪽을 쪽쪽, 밑동까지 입을 맞추며 내려갔다.
“돈을 어떻게 나누어서 낸다든가 하는 것 있어?”
“도 군은 전부 자기가 내. 아니, 내가 내는 것은 선택지에 아예 없다고 해야 하나.”
밑동을 입술에 끼운 스즈의 그 음색은, 장난스럽게 말하면서도 약간의 불만을 띠고 있었다.
“……뭐, 사실 상대는 어른이구나 하고 느낄 때가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대등하잖아? 하고 생각하는 일도 없지도 않으니까. 편의점 주스 정도는 내 돈으로 살 수 있다고.”
그 불만은 스즈가 도우지마 씨를 진지하게 적극적으로 보고 있는 증거라고, 나는 느꼈다. 그것은 친구 사이에서는 생겨나지 않을 종류의 감상이리라. 내가 보기에는 두 사람은 정말로 어울렸기에, 이대로 행복해졌으면 하고 바랄 뿐이었다.
스즈의 입의 위치는 더욱 내려가서, 고환을 혀로 천천히 들어 올리듯 핥는다.
“동갑이랑 사귈 때는 그냥 둘이서 나누어서 냈어. 둘 다 돈이 없을 때는 공원이라도 갈까 하면 되었고, 그냥 그게 즐거웠거든.”
혀로 고환을 굴리면서 나를 올려다본다.
“아니, 그보다도, 미츠바 양의 나이도 아직 모르잖아.”
“그렇기는 하네. 뭐, 그렇게 나이 차이가 많이 나 보이지는 않았지만.”
스즈의 혀가 큰 동작으로 포피소대를 날름 핥으면서 끄트머리를 향해서 간다. 남근은 어느새 핏줄을 세우며 배꼽에 달라붙을 정도로 발기해 있었다.
스즈가 새어나오기 시작한 쿠퍼액에 오므린 입술로 키스를 하면서 말한 후, 역시 진지한 눈길로 연애상담을 계속해 간다.
“뭐, 까놓고 말해서, 나는 어디에 가든 전혀 상관없다고 해야 하나. 데이트 목적지를 정하는 것도, 만날 구실을 만들기 위한 거니까. 역시 좋아하는 사람이랑 함께 있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야?”
그렇게 말하고, 남근을 덥석 입에 물더니, 그대로 머리를 앞뒤로 움직였다. 아까 전의 수고했다고 말하는 것 같던 동작과는 달리, 감겨드는 혀는 분명하게 성적인 자극을 주려고 한다.
쩝, 쩝, 쩝.
“윽…… 저, 스즈 씨? 왠지 확연하게 더 기분 좋은 느낌이 나는데?”
스즈는 침으로 된 실을 뽑아낼 정도로 ‘쪽, 퐁.’ 하고 힘차게 입을 떼더니, 섭섭하다고 말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어? 그야, 자지 모양이 야한 느낌 되었으니까, 나도 야한 펠라티오로 하는 게 좋겠네 해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씀이죠.”
그렇게 말하고 다시 펠라티오로 돌아간다. 그 눈길은 명백하게 쾌락으로 나를 꾸짖으려 하고 있다.
쪽, 쪽, 쪽.
푸른 하늘 아래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클래스메이트들의 담소에 둘러싸인 채, 감겨든 스즈의 혀와 입술에 내 마음이 치즈처럼 녹아 간다.
“……스즈. 많아도 50퍼센트 정도의 힘으로, 응? 좀 봐줘.”
스즈는 내 남근을 입에 넣고 쩝쩝거리면서, 손가락 여덟 개를 세워 보였다. 나는 급히 고개를 가로젓는다.
“무리, 무리야, 그렇게는. 60퍼센트. 더는 깎아줄 수 없어.”
바보 같은 대화를 나누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면서도 그게 또 즐거워서 어쩔 수 없다. 그것도 펠라티오라고 하는 성행위를 하는 도중이라면, 한층 더 행복하다.
쪽, 쪽, 쪽, 쪽.
스즈의 머리가 하는 피스톤 운동은 느릿했지만, 흡입과 감겨드는 혀가 내 허리에서 힘을 빼간다.
“그거 아무리 봐도 70퍼센트 아니야?”
내가 그녀의 귀를 집어서 빙그르 비틀었다. 스즈는 간지러워하면서 떨어지더니, “조절 손잡이가 아니라고.” 하고 즐겁게 웃은 후, 그리고 나를 올려다보면서 다시 입에 넣는다.
변함없이 입 안에서 요염하게 감겨드는, 미끈거리는 혀의 감촉 때문에, 허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제 무슨 말을 해도 이 이상 봐주지 않을 것 같았기에, 극상의 쾌락에 몸을 맡긴다. 그런 나를 스즈가 응원? 하듯, 등받이에 올리고 있던 두 손으로 내 두 손을 쥐어 준다. ‘안심해. 제대로 천천히 기분 좋게 만들어줄게.’라는 그녀의 마음이 손바닥에서 전해져 왔다.
“아아…… 스즈…… 그거, 장난 아니야.”
내가 여유가 없는 목소리를 내자, 스즈는 고쳐 앉고 자세를 조정한 후, 나를 올려다보는 시선에 촉촉함과 열기를 담았다.
쪽, 쪽, 쪽, 쪽.
신음소리를 내면서 스즈의 손을 꽉 쥔다. 그 이상의 쾌락은 고통도 따라오게 될 영역의 직전에서, 스즈는 천천히 입술을 대면서 남근을 해방시키고, 오줌 구멍에 맺힌 쿠퍼액을 혀끝으로 날름날름 핥은 후, 다정하게 키스를 하며 밑동 쪽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나를 올려다보면서 고개를 약간 숙인 후, 막대기와 고환의 경계선 근처에 혀를 밀착시키고 혀로 누르듯 할짝할짝 핥으면서, 나에게 말을 던진다.
“무난하다고 한다면 영화도 무난하겠지만, 꽤 골치가 아파.”
펠라티오를 하는 와중에 화제가 데이트 계획으로 다시 돌아간다. 돌아갔다고 해야 할까, 애초에 일상적인 대화나 연애상담이나 성적인 행위는, 우리에게는 모두 친구와의 친교라는 카테고리 중 하나일 뿐이다.
“‘택◯ 드라이버’ 같이 된다거나?”
“그건 너무 극단적이랄까, 논외지. 데이트를 한다면서 야한 영화를 보면 안 되잖아. 그런 것보다 지루했다거나, 두 사람의 취향이 너무 동떨어져 있다거나, 그런 거지…….”
“아아. 보고 난 후에 대화가 맥 빠진다는 거구나.”
“친구라면 재미없었던 점을 이야깃거리로 삼거나, 의견이 다른 점에서 재미를 찾겠지만, 첫 데이트라면 좀 껄끄럽겠지.”
“지금 스즈와 도우지마 씨는 괜찮아?”
“그래, 아주 좋아. 도 군과 나는 사귄 지 꽤 되었잖아. ‘봐, 그러니까 이 영화가 더 좋을 것 같다고 했잖아.’라고 하면서, 그걸 구실 삼아서 러브러브하는 거야.”
“‘미안, 미안. 다음에는 마리가 고르도록 해.’ 하고 어른스러운 미소로 대응하는 도우지마 씨가 머릿속에서 떠오른다.”
내가 그렇게 말하고 웃자, 스즈는 납득이 안 된다는 양, 혀끝으로 고환을 찌른다.
“아, 그게 뭐야. 내가 아이 같아서 져준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성이 났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발기한 내 남근은, 계속 밑동에만 애무를 받아서, 초조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쿠퍼액이 포피소대를 타고 흘러내려서 밑동까지 도달한다. 스즈는 혀를 쭉 빼고, 떠올리듯 포피소대를 핥기 시작했다.
“나는, 어느 쪽이냐면, 그이에게 맞춰주는 편이라고.”
스즈의 얼굴이 다시 귀두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도 납득이 되지 않는 것 같았다. 혼잣말을 하고, 오줌 구멍에 입을 대더니, 쪽 하고 쿠퍼액을 빨아내는 것 같은 키스를 했다.
“……그러고 보니, 콘돔 하나 더 있는데 어쩔래?”
“스즈는 어떻게 하고 싶어?”
“아마도 츳치랑 같은 마음일 거야.”
서로의 두 손을 꽉 맞잡고, 그것만으로 의사 확인을 끝낸다.
스즈는 “이히히.” 하고 웃음을 짓고 얼굴을 들더니, 익살맞게 눈을 감고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나도 허리를 굽히고 그런 그녀와 키스를 한다.
“있잖아, 아까 말한 ‘꿈이여 다시 한 번이라고 말하는 것일까요.’라는 문구, 즉석으로 한 말치고는 좋지 않았어?”
스즈가 두 번째 콘돔을 꺼내려고 지갑을 뒤적거리면서 즐겁게 웃었다.
“스포츠 라이브 중계 같았어. 스즈는 목소리가 또렷하니까 아나운서 같은 것도 어울리지 않을까?”
“아, 그럼 나 차장 할래.”
“레이싱 게임은 잘 못하는데 될 수 있을까.”
그런 아무런 쓸모도 없는 대화를 하면서 스즈가 콘돔을 장착시키려 했지만, 또 악전고투를 하고 있다.
“크…… 이 녀석…… 아까보다 더 딱딱해지고, 더 커졌잖아…….”
어딘지 모르게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았지만, 그런 스즈가 등받이를 사이에 끼우고 가랑이를 벌린 채로 앉아 있는 음부에서는, 역시 바닥으로 흘러내릴 만큼의 애액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어떻게든 작업을 마친 후, 빵빵하게 팽창한 콘돔을 장착한 남근을 앞에 두고, 스즈는 “후우~.” 하고 한숨을 쉬는 흉내를 내며 손바닥으로 땀을 닦았다. 우리는 옥탑 그늘에 있었지만, 그래도 땀이 좀 나게 되는 날씨였다.
“진짜로 꽤 덥네. 이럴 때 마라톤을 하지 말라고~.”
스즈가 클래스메이트들을 진심으로 동정하며, 신중에 신중을 더한 움직임으로 운동장의 상황을 흘끔 엿봤다.
“아하하. 모두 주저앉아 있어.”
그리고 내 앞으로 달려와서 발돋움을 하더니, 경쾌하게 키스를 해 왔다. 다시금 보게 된, 야외에서 하반신이 니하이 삭스와 실내화뿐인 그녀의 모습은, 비일상감과 관능적인 육감의 상승효과를 만들어낸다. 사이즈가 맞지 않는 콘돔 안에서 내 남근이 포효하듯 한층 더 꼿꼿이 섰다.
스즈는 다시 발돋움을 해서 키스를 한 후, 싹싹하게 웃는 얼굴로 “어떻게 이어질래?” 하고 나에게 물었다.
이어진다. 아주 우정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아, 그런데 서서 뒤로 하는 건 금지. 그거 목소리 참느라 꽤 힘들었어.”
“응? 그게 참은 거였어? 꽤 큰 소리를 내던데.”
“네, 탓, 이, 잖, 아!”
스즈는 샐쭉한 눈초리로 노려본 후, 입가를 풀고 히죽거리면서, 집게손가락으로 귀두를 툭툭 조심성 없이 때린다. 그때마다 내 남근이 까딱거리며 튀어 올랐다.
내가 움직이기 쉬우면 스즈가 큰 소리를 내버린다, 라는 방정식에서 얻어진 해답은 대면입위(對面立位)였다.
“어, 나 해본 적 없는데.”
스즈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처음으로 해보는 일에 친구와 함께 도전한다는 순수한 호기심을 표정에 내보인다.
스즈를 옥탑 문에 등을 기대고 서게 한 후, 나는 그녀의 바로 앞에서 삽입을 시도해봤다. 두 사람 다 발을 어깨 폭 만큼 벌린다. 키는 내가 조금 더 컸지만 그렇게 많이 차이 나지 않았고, 허리 위치는 오히려 스즈가 더 높다는 느낌이었다.
일단은 스마타(素股)처럼 남근을 스즈의 허벅지 사이에 끼워 넣는다. 포동포동하고 매끈매끈해서 기분 좋았다.
“츳치의 자지, 위에서 누르니까 나를 막 들어 올리려고 해서 웃겨.”
그런 대화를 하면서도 스즈가 발끝을 세워 귀두의 위치를 조정하자, 끄트머리가 매끄럽게 삽입되었다. 스즈가 천천히 발뒤꿈치를 내리고, 우리는 하복부를 앞으로 내밀어 밀착시키면서, 똑바로 선 채로 이어졌다.
꽤 난도가 높다고 하는 결합을 협력해서 해낸 우리는, 보다 깊어진 인연을 느끼며 키스를 했다.
스즈는 내 어깨에 두 손을 올렸고, 나는 그녀의 허벅지 바깥쪽에 손을 대고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떻게 움직이면 좋을지를 몰랐지만, 위아래가 아니라 앞뒤로 흔들면 부드럽게 넣었다 뺐다 할 수 있었다.
“음, 음, 음…… 뭔가, 이상한 느낌이야, 이 방식…… 자지가 닿는 방향도 달라, 이걸 무슨 느낌이라고 해야 하지. 서 있는데 눈앞에 츳치 얼굴이 있으니까 왠지 창피해.”
그녀의 말대로, 대면입위는 아주 특이한 결합감을 우리에게 주었다. 밑동까지 삽입할 수 없었지만 불만은 없다. 오히려 가득 채웠다는 감각이 나를 감싼다.
내 앞가슴에 닿아서 부들거리는 그녀의 유방이나 직접 느껴지는 숨결은 분명 감미로웠지만, 그것은 정상위로도 맛보는 것들이었다.
“아마도, 서서 마주보는 자세는 매우 일상적인 것이니까, 오히려 섹스의 특수성을 돋보이게 하는 게 아닐까?”
“그래, 그런 느낌이 좀 들어…… 앗, 음…… 그리고 확실히, 이렇게 하면 허리를 빠르게 흔들지 못하니까…… 하아, 하응…… 목소리도 억누르기 쉽고…… 으음♡ 그래도, 앗♡ 역시 츳치가 깊은 곳까지 들어왔어♡”
스즈도 요염한 목소리를 흘리면서 납득한 후, “……이히히. 멋진 선택이었어.” 하고 내 입술을 쪼아댔다.
분명 신음소리는 작아졌다. 하지만 내가 이 자세에서 허리를 흔드는 데 익숙해지자, ‘그 소리’는 여실하게 들려왔다.
찔꺽찔꺽, 찔꺽찔꺽, 하고 스즈의 꿀단지가 내는 물소리는 음탕하기 그지없었다. 피스톤 운동을 할 때마다 닿는 음모는 두 사람 모두 축축했기에, 떨어질 때 애액으로 실이 생길 정도였다.
운동장에서는 수업이 일단락된 것인지, 담소하는 소리나 호각 소리가 가끔 들려오는 정도였기에, 그 물소리가 옥상에서 비일상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더 강조했다.
“으아, 앗…… 하응.”
스즈의 허벅지에서 하얗게 거품을 일으키는 애액이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도우지마 씨와의 데이트를 위해서 신고 온 까만 니하이 삭스가 젖어가고 있다.
“……일단 벗을래?”
스즈는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휘적휘적 젓는다.
“……갈아 신을 것 있어, 괜찮아.”
스즈가 금방 젖는다는 사실을 건드리면, 약간 싫어할 정도로, 진심으로 부끄러워한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대화로 보아서 명백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좋은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녀가 쓸데없는 콤플렉스를 품지 않고 밝게 살아주기를 바란다고 생각했다.
“스즈. 애액이 많이 분비되는 건 건강하다는 증거고, 여성으로서도 아주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스즈는 한순간 귀까지 새빨개졌다. 그리고 눈살을 찌푸리면서 사나운 웃음을 짓더니, 내 윗입술을 살짝 깨물고, 그대로 나를 노려보면서 잠시 동안 잡아당겼다.
그리고 겨우 입술을 뗐다고 생각했더니, 스즈는 시선을 옆으로 돌리고 말하기 곤란하다는 투로 중얼거렸다.
“……그런 게 아니야.”
내가 의아해하며 허리를 흔들면서 스즈를 바라보고 있자, 그녀는 턱을 뒤로 빼고, 나를 올려 뜬 눈으로 봤다.
“……이렇게 되는 건, 츳치랑 할 때뿐이어서, 대체 어떻게 된 거야 하고 생각했다고.”
스즈로서는 드문 모호하고 약한 말을 듣고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녀는 입을 꽉 다물었다. 그리고 무뚝뚝하게 빠른 말투로 내뱉었다.
“그러니까, 이렇게까지 보지가 질척질척해지는 건, 츳치의 자지가 야한 탓이라고!”
그리고 갑자기 돌변해서 변명하는 말투로 계속 말한다.
“……그런 것 아니겠어? 친구가 상대니까 아주 마음 편한 상태에서 섹스를 할 수 있어서 같은, 그런 느낌.”
“그건 그렇겠지? 나로서는 스즈가 그것에 콤플렉스를 품지 않는다면 그걸로 됐으니까.”
나는 안심하고 허리를 흔든다.
“앗, 앗, 앗, 앗, 앗♡”
소극적이기는 하지만 설탕이 듬뿍 들어간 달콤한 소리를 내며, 스즈는 두 손으로 내 와이셔츠 가슴팍 부근을 애달프게 꽉 붙잡았다.
“……하지만, 이렇게 질척질척해지면, 그냥 부끄럽습니다만……?”
스즈의 애액은 이미 멈출 일 없이 니하이 삭스를 적셔가며, 바닥에 뚝뚝 얼룩을 만들었다.
“으아앗, 앗앗으앗♡ 진짜로 부끄러, 운데, 기분 좋아♡ 짜증나♡ 앗앗앗♡”
“스즈의 안, 엄청 좁은데도 미끈미끈해서 아주 기분 좋아.”
“……아버지, 어머니, 친구가 요즘 언어 공격을 배우더니 심술쟁이가 되었습니다.”
“언어 공격이 아니었는데.”
스즈가 귀엽게 입을 삐쭉거리면서, 내 와이셔츠 단추를 위에서부터 풀어 간다. 나도 스즈의 블라우스 단추를 풀어 간다. 마음과 몸이 흥분한 상태에서 둘 다 옷을 입고 있다는 사실이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을, 동시에 느낀 것이다.
“그리고 말이야, 스즈, 펠라티오 할 때도 엄청 젖었었지?”
“역시 언어 공격이잖아!”
그녀는 마치 유아처럼 과장되게 불만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내 와이셔츠를 벗기면서 체념한 듯 말한다.
“……그러니까 말이야, 츳치의 발기 자지, 진짜로 야하다고. 누가 내 가슴을 콱 움켜쥐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할까.”
분명 내가 그녀의 가슴이나 엉덩이나 허벅지를 볼 때와 같은 감각이리라. 실제로 지금 눈앞에 노출되어 있는 하얀 브래지어에 싸인 가슴살의 박력은, 내 심장을 움켜쥐고 있다.
벗은 와이셔츠와 블라우스를 내가 둘 다 받아들고, 의자 등받이에 주름이 안 지도록 걸었다. 옷 정리를 나에게 일임한 일에서, 스즈의 무언의 신뢰를 느낀다.
그리고 내가 브래지어 호크에 손을 뻗자, 그녀는 약간 불안하게 묻는다.
“……솔직히 말해서 츳치 것을 빨 때, ‘아~ 위험하네. 가슴이 쿵쿵 뛰어. 이거 분명히 젖었겠어.’라는 생각을 해.”
브래지어 호크를 푸는 데 애를 먹고 있자, 그녀는 내가 안달하지 않도록 배려해주려고 잡답을 이어간다.
“그리고 말이야, 기분 좋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마음은 공통이지만, 역시 연인과 친구는 완전히 달라. 설명하기 좀 어렵지만…… 음, 연인에게는, 아무튼 자신의 애정을 전부 쏟아 넣고 싶다는 느낌일까? 이렇게 좋아한다고! 하고 주장하는 느낌. 그리고 츳치랑은…… 함께 즐거운 일을 하고 기분 좋게 되자! 하는 느낌?”
스즈는 내가 안달하지 않도록 혼자서 계속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보람이 있어서, 무사히 호크를 풀 수 있었다.
해방된 G컵 미폭유는, 변함없이 좌우로 살짝 떨어지면서도, 탱글탱글한 종 모양으로 나를 압도한다.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뻗어서, 들어 올리듯 주무른다. 손바닥으로 묵직한 무게를 느낌과 동시에, 말캉거리며 부드럽게 모양을 바꾸는 부드러움과 쫀득쫀득한 감촉이 나를 행복의 도가니로 빠트린다.
내가 손과 남근으로 스즈의 부드러움과 따스함에 열중해서 움켜쥐고 허리를 흔들고 있자, 스즈는 쑥스럽게 미소 짓고 약간 머뭇거리는 태도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말이야, 이건 츳치에게만 그러는 건데…… 펠라티오를 하면 말이지, ‘정말로 츳치의 자지는 야한 모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까놓고 말해서, 빨리 나를 덮쳐줬으면 하는 기분이 들게 돼.”
스즈의 그 말은 원래라면 선정적이겠지만, 지금은 왜인지 아주 귀여운 느낌이다.
“앞으로는 그런 기분도 파악하면서 선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즈는 내 농담에 “이히히. 음, 상관없다. 네 뜻대로 정진하도록.” 하고 나처럼 농담으로 대답했다.
“아, 그래도, 끝까지 내가 입으로 기분 좋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기분이 들 때도 있으니까, 알았지? 뭐, 그래도…… 그럴 때도 억지로 덮쳐도 완전 OK입니다만.”
나는 스즈의 작은 수박 정도 되는 유방에 손가락을 폭 찔러 넣고, 탄력을 즐기면서 묻는다.
“……참고로, 지금은 어떤 느낌?”
“……말로 할 필요 있나?”
땀이 스즈의 가슴 골짜기 사이로 흘러내린다. 내 등도 땀투성이다.
“그래도 듣고 싶어.”
“……역시 츳치, 좀 S 같아.”
스즈는 부끄러워하며 시선을 돌리고, 쑥스러움을 감추기 위한 냉정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당연히, 친구 자지로 팍팍 덮쳐주기를 바라지.”
뒤통수에 날카로운 충격이 지나간다. 정신을 차려보니, 허리를 꾹, 꾹, 더 힘차게 그녀에게 밀어붙이고 있었다.
“앗, 앗, 앗, 앗♡ 츳치♡ 서서 하는 체위도, 잘하는구나♡”
그녀의 지적대로 익숙해진 허리 놀림으로 그녀를 계속 찔러대자, 스즈는 애절하게 아까 전의 애원을 진지하게 다시 되뇌었다.
“……츳치의 딱딱하고 커다란 발기 자지로, 내 질척질척한 보지를, 마구마구 덮쳐주세요.”
나는 조금이라도 허리를 쉽게 흔들도록, 두 손을 가슴에서 둔부로 이동시켰다. 그녀의 복숭아 모양 엉덩이를 손가락이 푹 파고들 정도로 붙든다. 유방과는 또 다른 부드러움, 하지만 유방과는 전혀 다른 볼륨과 생생한 탄력이 있는 감촉은, 내 머릿속에 그 흰 복숭아의 당분을 걸쭉하게 퍼지게 했다. 두 손으로 지복 그 자체를 붙잡은 나는, 필사적으로 허리를 흔든다.
“앗, 앗, 으아♡ 앗, 앗, 좋아♡ 이거, 앗앗, 이거, 기분, 좋아♡”
“……스즈, 슬슬 쌀 것 같아.”
“……언제든 좋아.”
스즈는 헐떡이는 표정으로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끄덕한 후, 자신도 절정이 가깝다는 말을 했다.
그것을 확인한 나는 앞뒤를 고려하지 않은 피스톤 운동을 시작한다.
“앗앗앗앗앗♡ 굉장해♡ 츳치, 츳치♡ 허리 놀림이, 왠지, 야해졌어, 으아아, 앗, 좋아, 좋아♡”
“……스즈, 간다.”
스즈의 안에서 자신이 한층 더 우람하게 팽창하는 것을 느꼈을 때, 스즈가 황홀해하면서도 죄를 고백하는 소녀 같은 표정으로 속삭인다.
“……벌을 줘.”
내가 그녀의 둔부를 붙들고 있는 힘과 비슷할 정도로, 그녀의 두 손이 내 어깨를 꽉 붙잡는다.
“……츳치의 고개를 쳐든 자지를 빨면서, 덮쳐주기를 원하며 두근두근하던, 자지를 밝히는 보지에, 츳치의 딱딱한 발기 자지로 벌을 줘…….”
나는 그 말에 행동으로 대답한다. 내가 가진 모든 남자다움을 성기를 넣었다 뺐다 하는 움직임에 담았다.
“앙앙앙앙♡”
“아앗, 싼다!”
“응, 언제든 좋으니까♡ 질척질척한 보지를, 두툼한 귀두가 긁어 대서, 나도 이미 한계야♡”
“스즈……!”
“츳치, 츳치♡ 진짜로 좋아해♡ 아앗, 간다♡”
우리는 정면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밀착시킨 하복부를 동시에 부들부들 떨었다. 두 사람의 법열(法悅;엑스터시) 때문에 생겨난 진동이 겹쳐져서, 우리는 그것을 더 큰 행복으로 받아들이고 맛보며 즐겼다.
남근이 윤곽을 잃을 만큼 밀착해오는 스즈의 체온 속에서, 나는 밸브가 망가진 수도꼭지처럼 콸콸 정액을 토해냈다. 온몸에 행복이 가득 참과 동시에 굳어 있던 것이 풀려 간다.
나는 몸을 앞으로 확 숙이고, 뾰족하게 위를 보고 있는 스즈의 옅은 복숭아색 유두를 입에 머금었다. 풍만한 엉덩이 살도 떠올리듯 주무른다.
왈칵왈칵 사정을 계속하는 남근은 주름진 질 벽에 감싸여 있다. 허벅지끼리도 밀착해서 매끈매끈한 감촉을 받는다. 스즈가 내 뒤통수에 손을 놓고 다정하게 쓰다듬어주었다. 글자 그대로 온몸으로 스즈의 우정을 받으며 기분 좋게 된다.
“……다음 수업, 수학이었지?”
그녀는 헉헉거리는 호흡으로 내 귓불을 간질이면서 물었다. 나는 그녀의 유방을 빨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고 보니 쪽지 시험을 본다고 했구나.”
“했었지~…… 지금 진도 나가는 곳 잘 모르겠던데~.”
학생다운 대화를 나누면서, 나는 여전히 그녀의 안에서 남근을 움찔움찔 떨게 했다.
운동장에서는 담소를 나누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클래스메이트인 그들과는 맑은 하늘 아래에서 아무런 울타리도 없이 존재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나와 스즈의 사이에도 그어진 선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다음 쉬는 시간, 스즈의 주위에는 남녀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이 모여서, 낮잠을 자버렸다고 익살을 떠는 그녀를 보고 모두가 웃고 있었다. 당연히 내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딱히 외롭다는 기분은 아니었다.
나는 쪽지 시험 예습을 하면서, 아까 전의 옥상에서 스즈와 했던, ‘좋아한다’라는 말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이, 스즈가 ‘여자’로서 그 말을 했다, 따위의 착각은 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친구로서 말하는 ‘좋아한다’라는 점을 거듭해서 알려왔고, 나도 그 점은 마찬가지였다.
나의 미츠바 양을 향한 ‘좋아한다’와 스즈를 향한 ‘좋아한다’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비교하는 것조차 어리석은 짓이다.
스즈를 향한 ‘좋아한다’. 미츠바 양을 향한 ‘좋아한다’. 취미를 향한 ‘좋아한다’. 여러 가지 ‘좋아한다’가 존재한다.
그것을 마음속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나는, 무언가가 떠오르려고 했지만, 역시 모래밭의 영상이 희미하게 떠오를 뿐이었다.
지금의 자신을 형성하는, 커다란 영향을 주었을 어릴 적의 사건으로 생각을 옮기려 했을 때, 시작종이 울렸다.
반 안의 인간이 거미 새끼 흩어지듯 자리로 돌아간다. 그 중에서, 스즈만이 내 쪽을 보고 있었다.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작게 손을 흔들고, 입만 움직여서 나에게 무언가를 전하려 하고 있었다.
‘즐거웠어.’
함께 수업을 빼먹은 친구 사이다. 독순술도 필요 없는, 명확하게 전해져오는 그 마음에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기뻐하며 윙크를 하고 입술에 집게손가락을 댔다. 두 사람만의 비밀이야, 라는 말 같다.
전혀 자신 없는 쪽지 시험을 앞에 두고, 이렇게 마음이 들뜨기는 태어나서 처음 있는 일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