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처음으로 수업 빼먹었네 (전편)
이상하게도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평소라면 다시 자거나, 아니면 만화책이라도 봤을 것이다. 적어도, ‘상쾌한 아침 햇볕을 쬐기 위해서 조금 일찍 나가야겠다.’ 같은 선택지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동정 떼기라고 하는 사춘기 남자에게는 꿈속의 이야기에 가까운 이벤트를 수행한 나는, 자기도 모르게 들뜬 상태였나 보다. 평소보다 30분이나 일찍 집을 나가자, 부모님마저도 놀라워했다.
평소보다 길이 텅 비어 있어서 기분 좋다. 사이좋은 친구끼리 아침 인사를 하는 소란스러움도 없다. 평소에 그런 것에 둘러싸인 채 등교하는 것이 불쾌하다거나 하는 것은 딱히 아니지만, 역시 나는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 내 발걸음은 곧바로 학교로 향하지 않고, 하나마루 서점으로 향했다. 당연히 이런 시간에 영업을 하고 있을 리도 없고, 미츠바 양을 만날 수 있을 리도 없다. 동정을 뗀 일로 대담해진 마음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시킨 것이다.
스즈와의 섹스는 내 인생관에 조금이기는 해도 변화를 준 것 같았다. 사귀기는커녕 말을 거는 것조차 처음부터 포기했던 미츠바 양에게, 어쩌면 손이 닿지 않을까 하는 꿈을 품게 되었다. 친구를 통해 동정을 뗀 것만으로도 그렇게까지 우쭐해지는 자신의 얄팍함이 부끄럽다.
그러면서도, 한 발 전진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물론 친구 덕택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서점의 셔터는 당연히 닫혀 있었다. 열려 있었다고 해서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여기로 발길을 옮긴 것은, 그저 의사 표명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갑자기 그녀가 나를 불렀을 때, 내 심장은 과장이 아니라 진짜로 멈춰버릴 뻔했다.
“아직 개점시간이 아닌데요.”
오랫동안 기름을 치지 않은 양철인형 같은 목의 움직임으로 목소리의 주인을 뒤돌아본다. 내 등 뒤에는 쓰레기봉투를 두 손에 들고 잠옷 위에 카디건을 걸친 미츠바 양이 서 있었다.
“책을, 정말로 좋아하시는군요.”
그녀는 무표정하게 그렇게 말했다.
“아니, 책이라고 할까, 그…….”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거죠?”
샀던 책의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목구멍이 꽉 막힌다.
“아, 죄송해요. 항상 와주시는 분이라서 저도 모르게 기억해버렸어요.”
내 반응을 보고, 그녀는 손님으로서의 불쾌감이라고 오해한 것인지, 머리를 살짝 숙였다.
“아니요, 그럴 리가요, 저야말로 항상 신세를 지는데요.”
미츠바 양에게는 스즈처럼 누군가를 뒤돌아보게 만드는 화려함이나 귀여움이 없다. 단지 내 심장은 그녀 앞에서만은 터질 것처럼 떨리고, 온몸으로 보내는 혈류에 새콤달콤함을 혼입해버린다.
스즈와 이야기하고, 서로를 만지고, 그리고 몸을 섞을 때와는 전혀 다른 벡터의 고양(高陽). 스즈와 있을 때는 고민한 적도 없는, ‘무슨 말을 해야 하지?’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래서, 그래서?”
스즈가 몸을 척 내밀며 잡아먹을 것처럼 눈동자를 빛냈다.
“거기서 끝이야. 이미 등교시간이었고, ‘그럼.’ 하고 말해서 ‘아, 네.’ 하는 느낌.”
스즈는 오뚝이처럼 반동으로 몸을 크게 뒤로 젖혔다. 의자가 덜컹덜컹 흔들린다. 스즈는 종이팩에 담긴 주스를 빨대로 빨아먹으면서, 아깝다는 듯 어깨를 떨구었다.
“뭐야~. 그대로 전화번호도 물어봤어야지~.”
“그런 흐름이 아니었다고. 게다가 대답하는 것만도 벅차서 그런 건 머릿속에 있지도 않았어. 그래도 큰 전진이지?”
스즈는 히죽 웃더니 “그건 그러네. 굿 잡이야!” 하고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그 웃는 얼굴은 우리의 바로 위에 펼쳐진,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과 똑같을 정도로 상쾌했다.
일기예보대로 기온은 높아지고, 우리를 포함한 대부분의 학생은 소매를 걷었다. 그것과는 별개로, 오늘 아침 일을 떠올리기만 해도 온몸에서 식은땀이 난다.
우리를 쓰다듬는 바람은 부드럽다. 콧구멍을 간질이는 바람 냄새에 초여름의 공기가 섞여 있었다.
나와 스즈는 학교 옥상에서 점심식사를 다 먹은 참이었다. 원래라면 출입금지인 것이 당연하기에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다. 가까이에 높은 건물이 없고, 옥탑의 그늘 속에 앉아 있기 때문에, 우리의 모습을 바깥에서 확인하려면 비행기나 인공위성이 없으면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맑은 하늘에는 새가 날아가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일단, 어째서 우리가 옥상에서 느긋하게 점심밥을 먹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시간은 입학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실에서는 언제나 공기로 있고 사람이나 가축에게도 무해하게 보이는 나는, 귀찮은 일을 떠맡기기에는 딱 좋은 학생이었던 것 같다. 어느 교사에게 사용하지 않는 책상과 의자를 옥탑까지 나르는 일을 도와달라고 부탁받았다. 어차피 옥상으로 나갈 일이 없으니, 출입구가 되는 옥탑을 책상과 의자의 임시 보관 창고로 써도 문제없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아무리 해도 옥탑에 놔둘 수 없는 경우에는, 일단 옥상으로 빼 놓는다, 라는 설명을 들었다. 그 교사는 회의인가 뭔가로 자리를 비울 일이 있었기에, 작업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여벌열쇠를 나에게 넘겼던 것이다.
결국 그때는 옥상까지 나갈 일이 없었지만, 나는 그날 집에 돌아와서야 여벌열쇠의 존재를 생각해냈다. 교사도 나에게 열쇠를 넘겨줬던 일을 까먹은 채로 곧 전근을 갔고, 애초에 사용도 하지 않는 옥상이라 열쇠가 없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도 않았고, 어쩌다 보니 돌려줄 타이밍을 놓친 채로 지금에 이른다.
“졸업할 때까지는 돌려줘야 할 텐데…….”
“그때가 되면 나도 함께 가서 머리를 숙여줄게. 공범이니까.”
괜히 마음이 무거워진 내 등을 스즈가 탁탁 때리면서, 깔깔 웃었다. 그녀가 웃어주자, 그것만으로도 혼자서 고민하는 일이 바보 같아진다.
스즈와는 때때로 여기를 이용하고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옥탑 안에 쌓인 의자를 바깥으로 꺼내서, 소풍 기분으로 밥을 먹을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그때마다 스즈는 친구에게, ‘집에 돌아가서 먹고 올게.’라든가, ‘밖에서 그이랑 먹고 올게.’라는 적당한 이유를 붙이고, 그룹에서 혼자서만 빠져나온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 장소의 존재를 많은 사람이 알게 되면 분명 사람들이 밀어닥칠 것이고, 그때는 정말로 엄중하게 출입금지가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뭐, 츳치와 두 사람의 성역이라는 걸로 하자.”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신경 쓸 인간은, 학교에는 스즈밖에 없다. 스즈만은 나를 잘 지켜봐준다. 오늘 아침에도 평정을 가장했지만 동요한 채로 등교한 나의 변모를 알아차리고, 수업중인데도 불구하고 휴대전화로 ‘안색이 좀 이상한데, 괜찮아? 보건실 갈래?’라고 메시지를 보내줄 정도다.
“잘 먹었습니다.”
스즈는 텅 빈 도시락 통을 향해서 예의바르게 합장을 한 후, 솜씨 좋게 보자기에 싸서 가방에 넣었다.
“항상 하는 생각인데, 그것 먹고 잘도 배가 차나 보네.”
나도 대식가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녀의 도시락 통은 너무 작아 보인다.
“아니, 이게 보통이지.”
분명 여자로서는 평균적인 식사량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의 알몸을 본 사람으로서는, 그 글래머 몸매를 유지하려면 많은 영양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나의 그런 의문이 표정으로 나온 것일까, 스즈는 좀 당황한 모습으로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어, 왜? 혹시 살쪘다는 소리야?”
“아니, 전혀. 그건 아니야.”
“그럼 아까 왜 그런 말을 한 건데?”
스즈가 수상쩍어하는 눈매로 심문을 하려고 얼굴을 붙인다. 그녀는 내 기분에 민감하다. 아주 약간의 변화를 보고도 몸 걱정을 해줄 정도다. 아까 전의 내 말이 뭔가 다른 의도를 품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아무리 허물없는 친구 사이라고 해도, 말해도 될 것과 말해서는 안 될 것 정도는 구별한다고.”
“……신경 쓰이니까, 말해.”
그녀는 나를 가늘게 뜬 눈으로 경멸하듯 바라본 후, 재빨리 얼굴을 가까이 붙이고 쪽 하고 키스를 했다. 순간적으로 나도 얼굴의 각도를 조정해서 키스를 받아들였다. 그 행위에는 우리가 특별히 의식한 감정 같은 것은 없었다. ‘빨리 말해.’라고 살짝 어깨를 미는 것과 완전히 똑같은 의미의 몸짓. 우리에게 입술과 입술을 겹치는 행위는, 그다지 의미도 속뜻도 없는, 단순한 스킨십으로 변해 있었다.
“그런 식사량으로, 잘도 그만한 가슴과 엉덩이를 키웠구나 해서.”
스즈의 손날이 힘차게 내 정수리로 떨어진다. 머리가 세로 방향으로 흔들리고, “으악.” 하는 소리가 나에게서 새어나왔다.
머리를 누르면서 원통하게 입을 연다.
“……이렇게 될까 봐서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스즈는 삐친 것처럼 시선을 돌리더니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츳치도 그렇게 흥분했으면서.”
“아니, 당연히 흥분하지. 그러니까 칭찬한 거잖아.”
연극이다. 두 사람 다 어이가 없다거나 화가 났다고 하는 감정은 전혀 없다. 그저 장난을 치는 것뿐이다. 스즈가 일부러 과장되게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나를 바라봤다.
“만져도 된다고 하면 만지면서.”
“그렇게 말하면, 당연히 만지지.”
화가 났다고 연기를 하던 스즈의 표정이 사라지고, 나를 놀리는 히죽거리는 웃음으로 변화했다.
“오, 방금 좀 기대했지? 만져도 된다고 말하는 흐름이라고 기대했지?”
“안 했어.”
“진심은?”
“……조금 했어. 아주 조금.”
내 자백에 스즈가 “이히히.” 하고 웃은 후, 입술을 쓱 가져다댄다. 탱글탱글한 감촉 뒤에, 서로의 콧마루가 맞닿는다. 스즈가 선배 같은 말투로 속삭인다.
“만져도 된단다.”
“진짜로 아주 조금이었으니까. 생각한 건.”
손을 스즈의 가슴으로 뻗으면서도 단념하지 않고 그렇게 말한다. 스즈는 그것이 재미있었는지 히죽히죽 웃으면서, “남자답지 못하네.” 하고 내 유두 근처를 두 손의 집게손가락으로 찔렀다.
기분 좋은 맑은 하늘 아래에서, 그녀의 묵직하고 말캉말캉한 폭유를 블라우스 위에서 움켜쥔다. 스즈는 스즈대로 “자, 자, 여기냐?” 하며 조잡한 유두 공격을 계속했고, 나는 몸을 비틀면서도 반격에 나선다.
유방을 움켜쥐면서 유두 위치를 가늠하여, 엄지손가락 안쪽으로 원을 그리듯 비볐다.
그러자 스즈는 한순간 안색을 바꾸고 아래턱을 뒤로 빼면서 “윽.” 하고 귀여운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한 번 해보자는 거냐.’라고 말하는 것 같은 웃음을 짓더니, 나처럼 엄지손가락으로 내 유두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서로를 간지럽히며 떠들어댔다. 마침내 스즈가 몸을 꼼지락꼼지락 떨기 시작하더니 달콤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아 ……음…… 미안, 젖어버릴 것 같으니까 이건 하지 말자.”
스즈는 부끄러워하며 나를 올려다보고 미안하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그녀의 흉부는 남자의 손을 매료시키는, 손을 뗄 수 없는 마성의 탄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녀에 대한 나의 입장은 ‘남자’가 아니라 ‘친구’라는 전제이기에, 그녀가 정말로 싫다고 말하는 것은 순순히 멈출 수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스즈의 몸을 만지고 싶다는 욕구는 남아 있었기에, 두 손은 그대로 가슴에서 허리로, 그리고 허벅지로 내려갔다. 오늘 그녀는 까만 오버니 삭스를 신고 있어서, 미니스커트 사이에서 빛나는 하얀 피부가 한층 더 포동포동한 육감을 내보이고 있었다. 노출된 부분의 허벅지를 어루만지자, 매끌매끌하고 포동포동한 감촉이 손바닥을 환희하게 만든다.
스즈는 동성 친구에게 패션을 칭찬받은 것 같은, 성(性)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미소를 짓는다.
“절대영역이라고 하던가? 그이도 이거 엄청 좋아하더라.”
그녀가 긴장을 풀며 허벅지를 꽤 크게 벌려줘서, 허벅지를 만지던 손이 때때로 스커트에 닿았고, 그때마다 하얀 팬티의 아랫부분이 언뜻언뜻 엿보였다.
“혹시 오늘 데이트야? 그래서 신고 온 거지?”
“정답. ‘요즘 마리의 까만 오버니를 못 봤네.’라고 돌려서 말하기에, 못 이기는 척하고 신고 와 줬지. 도 군, 그렇게는 안 보여도 꽤 남자아이 같다니까.”
도우지마 씨 이야기를 하는 스즈의 웃는 얼굴은 평소보다도 30퍼센트 더 귀여워진다. 다른 남자라면 그 얼굴을 보고 가슴이 두근거리겠지만, 나는 그저 단순히 기쁘다. 분명 스즈도, 내가 미츠바 양 이야기를 하면서 그런 미소를 짓는 것이 보고 싶을 것이다.
“뭐, 남자니까. 그래도 아주 차분한 느낌을 가진 사람이잖아.”
“……전부터 생각한 건데 말이야, 내가 도 군 이야기를 할 때, 츳치는 꼭 그 사람을 좋게 말하더라?”
“아~………… 뭐, 솔직히, 그 사람은 내 이상형이라고 할까, 그런 동경 비슷한 마음이 있어.”
나 같은 것이, 거의 완벽하다고 해도 좋을 도우지마 씨에게 그런 생각을 품는 것조차 건방진 짓이라는 마음도 있다. 하지만 스즈는, 그런 생각을 비웃지 않았음은 물론, ‘츳치는 츳치 나름대로 좋은 점이 있어.’라고 두둔해주지도 않았다.
그것은 그녀가 나와 도우지마 씨를 남자로서 비교하지 않는다는 증거였기에, 나는 정말로 기뻤다. 마찬가지로 나도 스즈와 미츠바 양을 비교하지 않는다. 그럴 마음조차 생기지 않는다.
스즈는 친구가 연인을 칭찬해줘서 순수하게 기뻐하면서도, 평소와 다름없는 농담을 한다.
“무뚝뚝한 건 츳치가 위라고 봐.”
그렇게 말하고 웃으면서, 그녀는 두 손을 내 어깨에 올리고 얼굴을 가까이 가져왔다. 쪽, 쪽, 키스를 한다. 점심시간에 친구끼리 나누는 친교로서는 딱 좋은 느낌이었다.
그대로 허벅지를 어루만지면서 키스를 이어가며, 별일도 없다는 태도로 대화를 나눈다.
“그나저나, 오늘 데이트면 스즈에게 시간이 없겠네.”
“아, 혹시 미츠바 양에게 갈 예정이었어?”
“그것도 생각해봤는데, 그래도 역시 아침에도 봤으면서 또 나타나면 껄떡대는 걸로 보일 것 같아서 말이야.”
“아~, 그럴까?”
“그리고 말이야, 역시 무슨 일이든 전부 스즈에게 부탁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 함께 가준다면 분명 천군만마겠지만, 전화번호 정도는 나 혼자서 물어볼 수 있어야지.”
나의 그 말을 듣고 스즈는 감격한 표정을 보이며, 도장을 꾹 찍는 것 같은 키스를 하고, 내 입술을 잡아당기는 것처럼 빨아들였다.
“……장하다, 츳치! 그 마음가짐이야!”
그러면서 진심으로 기쁜 듯, 내 입술을 쪽쪽 쪼아댄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마음이 약해지거나 불안해지면 사양 말고 말해. 친구니까 말이야.”
그 말에 미래영겁 불변의 우정을 느낀다. 스즈가 후우 하고 숨을 쉬더니, 텐트를 치고 있는 나의 사타구니를 두 손으로 감싼다. ‘여기는 남자답게 되지 않아도 좋은데.’라고 말하는 것 같은 그녀의 웃음도, 우정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마주보고 의자에 앉아서 서로의 허벅지와 사타구니를 만지면서 서로의 입술을 쪽쪽 쪼아대는 우리의 모습은, 누가 어떻게 보아도 그저 친구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스즈는 해맑게 웃으면서, 내 아랫입술을 살짝 깨문다.
“이히히. 남자아이로서 레벨 업을 한 츳치에게 보너스 찬스입니다. 퀴즈의 정답을 맞히면 상을 주겠습니다. 오늘 내 속옷 색깔은 뭘까요?”
“하얀색.”
나는 즉답했다.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는 스즈에게 나는 명탐정 같은 태도로 말했다.
“어제 스즈는, 얇은 옷을 입었으니 색깔이 안 들어간 속옷을 입었어야 했다고 후회했어. 그리고 오늘은 더워질 거라고 일기예보가 말했지.”
“오~. 좀 하네.”
“그리고, 사실은 아까부터 흘끗흘끗 보였어.”
나의 그 말에 스즈는 급히 스커트를 누르며 얼굴을 붉혔다. 그것은, 자기도 모르게 남에게 속옷을 보였다는 사실이 부끄럽기도 하고, 아무리 내가 상대라고는 해도 너무 덜렁거린 행동을 한 자기 자신이 창피하기도 해서 나오는 표정 같았다.
“……진짜 색골이네 ……뭐, 츳치랑 둘이 있을 때는 상관없지만. 교실 같은 데서는 똑바로 주의를 주라고.”
원망을 담아서 눈을 치켜뜨며 나를 보고 난 후, 뺨을 느슨하게 풀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스즈는 평소에는 가드가 단단한 편이니까, 내 주의 같은 건 필요 없을 건데.”
“그렇다면 좋겠는데~. 굳이 말할 것도 아니지만, 속옷을 보이고도 딱히 상관없어, 하고 생각하는 남자 친구는 츳치 뿐이야.”
그런 대화를 계속하며, 나는 두 손으로 스즈의 허리를 좌우에서 쓸어 올리듯 스커트를 걷어 올린다. 스즈도 전혀 저항하지 않는다. 포동포동한 허벅지와 그 사이의 가랑이가 보이기 시작한다.
“아, 커닝 했으면서 상을 받아가려고 하네.”
“정답은 정답이잖아.”
스커트를 완전히 걷어 올리자, 그녀의 순산형 하복부가 나타났다. 까만 오버니 삭스에 건강하게 살집이 잘 붙은 허벅지, 그리고 어른스러운 자수가 놓인 하얀 팬티의 삼중주는 선정(煽情)의 밀푀유라고 할 수 있었다.
“이 팬티 꽤 멋지지? 예쁜 자수가 들어 있는데도 화려하지 않다고 해야 할까.”
“응. 아주 비싸 보여.”
“실제로도 비싸. 명품이거든. 내 돈으로 사야 했다면 많이 고민했을 거야.”
“아, 혹시?”
스즈는 쑥스럽다는 듯 시선을 돌린다. 그것은 그야말로 사랑에 빠진 소녀의 여성스러운 얼굴이었다.
“……응. 도 군이 사줬어. ‘분명히 마리에게 어울릴 거야.’ 하고.”
나는 다시금 도우지마 씨의 센스에 탄복했다. 스즈의, 어른으로 부화하기 직전의, 귀여움과 요염함의 언밸런스를 조화롭게 만드는 훌륭한 속옷 선택이다.
“도우지마 씨를 마음의 스승으로 받들고 싶어.”
스즈로서도 연인의 센스를 칭찬받아서 기분이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부끄럽다는 듯 웃는다.
스즈의 팬티 가운데 부분은 처음부터 희미하게 세로로 얼룩진 선이 그려져 있었다. 젖을 것 같다고 자진신고를 했을 때는 이미 젖은 뒤였을 것이다.
배려하는 마음으로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스즈 자신도 알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한 것인지, 화제를 돌린다.
“……츳치는 어떤 색이 좋아?”
“나는 까만색이나 핑크색일까.”
“역시 색골이네.”
그녀는 즐겁게 웃으면서, 개나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 같은, 즉 색기가 담기지 않은 손짓으로 내 사타구니를 어루만진다. 그래봤자 내 남근은 바지 안에서 이미 딱딱하게 발기한 상태였다.
“까만 것도 꽤 많이 있어, 나. 다음에 츳치네 집 놀러 갈 때 입고 가줄까?”
“아니, 스즈의 로테이션도 있을 텐데, 무리하지 마.”
명백하게 농담이 아닌 내 말에, 스즈는 깔깔 웃으면서 사타구니를 어루만지는 손에 힘을 준다. 그 힘 조절 방식은 역시 애완동물을 귀여워할 때의 그것이다. 그런 편한 분위기였기에,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스커트를 벗기고 싶다고 생각해서, 스커트를 잡아당기자, 스즈는 웃으면서 엉덩이를 들고 옷을 벗기는 일에 협력해주었다.
학교 옥상에서 보는, 스커트만 벗은 스즈의 옷차림은, 나와 그녀의 관계성처럼, 일상인지 비일상인지조차도 애매해진다.
그렇다고는 해도 반라가 된 당사자는 역시 부끄러운 듯, 스즈는 스커트를 조심스럽게 의자 등받이에 걸고 난 후, 뺨을 긁적이면서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옥상에서 이런 모습이 되니까, 좀 두근두근하네.”
스즈의 그 말투나 표정에서는 벗어도 될 장소가 아닌 곳에서 옷을 벗어서 생기는 부끄러움은 물론, 친구와 함께 밤중의 학교에 숨어들어온 것 같은 모험심이 그 이상으로 진하게 나타났다.
남자 친구와 되지도 않는 짓을 하고 있다. 그것도 성에 관한 짓을, 사랑을 의식하지 않고. 그녀에게 있어 그것은 역시 ‘성행위’가 아니라 ‘악우와의 모험’ 같은 것이리라. 나에게도 그랬다.
내가 스즈의 허벅지를 좌우로 벌리려고 손에 힘을 주자, “……문 제대로 잠겨 있지?” 하고 나에게 확인하면서 다리를 벌려주었다. 그러면서도 스즈는 주먹을 쥔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 시선을 옆으로 돌리고 있다. 옥탑의 그늘 속이라서 외부의 시선이 없다고는 해도, 어쨌든 야외인 것이다.
스즈의 팬티 가운데 부분의 얼룩이, 세로선이 천천히 축축하게 타원형으로 번진다. 그러자 그녀는 눈썹을 팔(八)자 모양으로 만들며, 꺼져 들어가는 가느다란 목소리로 “……속옷, 벗겨주지 않을래?” 하고 속삭였다. 나는 여성의 미묘한 사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애액으로 젖은 속옷을 입고 있는 것은 불쾌할 것이다. 남자라도 좋은 기분은 아닐 것임이 확실했다.
스커트를 벗길 때처럼 팬티의 좌우를 손가락으로 집어 들자, 그녀가 엉덩이를 살짝 든다. 팬티를 벗기면서 이렇게 작은 속옷을 잘도 입고 있구나 하고 감탄했을 때, 스즈의 음부와 팬티 가운데 천 사이에 애액의 실로 만들어진 다리가 끈적하게 걸려 있는 것이 보였다.
당연히 스즈도 그것을 눈으로 확인했고, 내가 보고 있다는 것도 알아차렸을 것이다. 스즈는 순식간에 귀까지 새빨개져서 턱을 당겼다. 일부러라도 ‘스즈는 잘 젖는구나.’ 같은 농담을 할까도 했지만, 도저히 그런 말을 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스즈에게도 절대로 건드리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부분이리라.
내가 묵묵히 팬티를 벗기자, 스즈도 묵묵히 오른손을 힘차게 내밀었다. ‘팬티 확인하지 마.’ ‘곧바로 넘겨.’라는 무언의 압력을 느끼고, 순순히 따른다.
스즈는 역시 과장스러울 정도로 기민한 동작으로 팬티를 낚아챘다.
“……츳치도 벗어.”
그 팬티를 등 뒤로 감추면서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 고개를 숙인 채, 불공평하다고 항의하듯 말했다.
친구에게만 부끄러움을 강요할 수는 없었기에, 나도 의자에 앉은 채로 재빠르게 하반신만을 알몸으로 만든다. 푸른 하늘 아래, 그것도 점심시간의 학교에서, 발기한 성기를 노출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범죄행위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친구와 함께 공유하면, 강한 유대감이 생겨난다. 나와 스즈의 우정이, 보다 단단해진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스즈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아까까지 그녀가 빠져 있던, 나와 시선을 마주치는 것조차 곤란할 정도이던 수치심도 어느 정도 중화된 듯, 발기해서 까딱거리는 내 남근을 보고 조금 기쁘다는 듯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츳치도 즙을 흘리고 있잖아.”
“‘도’라.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분위기 파악 좀 해라.”
스즈가 웃으면서 시간을 확인하더니, 아직 점심시간이 남아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그럼 조금만 더 놀다 갈까?” 하고 멋쩍어하며 말했다. 이것은 우리에게 있어 ‘점심시간에 하는 놀이’인 것이다. 한밤중의 학교에 침입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친구끼리 규칙 위반을 공유하는 의식.
만지기 쉽도록 내가 일어나서, 허리를 약간 굽히고 비스듬하게 선다. 그리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서 키스를 하고, 서로의 성기를 만졌다.
스즈의 손이 살 막대기를 부드럽게 쥐고, 살며시 쓰다듬는 것처럼 훑었다. 사정으로 이끌기 위한 마찰이 아니다. 전희가 아닌, 어디까지나 놀이로서의, 우애가 느껴지는 손놀림.
나도 스즈의 음순을 살며시 어루만진다. 단, 어떻게 만져야 좋을지를 몰랐기에, “손가락, 넣어 봐도 돼?” 하고 물었다. 스즈가 “……손톱 깎았어?” 하고 물어서, 내 손가락을 보여주자, “……천천히 해, 알았지?” 하고 말했다.
하는 방법은 몰랐지만, 다시 봐도 역시 스즈의 질 입구는 손가락이 몇 개나 들어갈 것 같지는 않았기에, 남근이 들어갔다는 사실도 착각이었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
어쨌든 나는 가운데손가락만을 세워서, 조심조심 질 입구로 찔러 넣어 봤다.
“음.”
스즈의 탄식과 동시에, 손가락은 매끄럽게 세 번째 마디까지 들어갔지만, 역시 한 개가 한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의 안은 좁았다. 벌써부터 꽉꽉, 그녀의 질 벽의 감촉도 손끝에 직접 전해져 온다. 꿈틀거리며 휘감겨 들어와서, 가느다란 주름들과 오돌토돌한 돌기들마저 느껴진다. 이런 곳에 남근을 삽입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절정에 이를 것이라고, 다시금 그 살 단지(肉壺)의 고혹(蠱惑)을 인식하며 생침을 삼켰다.
스즈가 내 남근을 훑는 동작은 변함없이 침착하다고 하기보다는, 내 손가락이 질 안으로 침입한 뒤부터는 더 약해졌고, 한쪽 손은 내 팔꿈치를 붙잡고 있었다.
“이렇게 움직이면 될까?”
스즈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려고 했던 것 같지만, 실패한 표정으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의 몸에 조금이라도 상처를 줘서는 안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천천히 주의하며 손가락을 앞뒤로 움직였다.
“흐윽, 윽.”
손가락이 꿀단지를 미끌미끌 문지르자, 꿀단지가 손가락을 꽉꽉 문다. 꿈틀거리는 살 벽이 감겨들어서, 손가락에서 사정감이 생겨난다는 착각마저 들었다.
손끝만을 살짝 굽히자, “아앗, 음.” 하고 스즈의 목소리가 높아져 갔다. 어느새 스즈의 손은 내 남근을 쥐고만 있었다. 눈을 꽉 감았고, 숨도 가쁘다. 이대로 그녀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고 싶다고 간절히 바란다.
“스즈, 다리를 굽혀주면 하기 쉬울 것 같은데.”
내가 그렇게 말하자 부끄러운 듯 잠시 망설인 후, 의자에 앉은 채 M자로 다리를 벌렸다. 좌우의 발뒤꿈치가 각각 의자 가장자리에 아슬아슬하게 올라가기만 했기에, 스즈는 두 팔로 자신의 다리를 감싸 안았다.
그렇게 하자 질 입구가 약간 위를 향하게 되어서, 손가락을 넣기 쉬워졌다. 여전히 손가락 하나만으로도 빡빡한 스즈의 질 입구에서는, 우동 면발 정도 굵기의 애액이 실을 뽑듯 의자까지 늘어져 내렸다.
우리는 ‘놀이’를 계속한다.
“아앗, 앗…… 헉, 음.”
스즈는 소리가 나오려 하는 것을 참는, 갈라진 신음소리를 냈다. 운동장에서는, 체육 수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드문드문 들려온다.
“……츳치, 우리도 다음 시간, 체육이지?”
“그러네. 오늘은 남녀 합동이던데, 뭘 하려는 걸까?”
스즈의 질에서 찔꺽찔꺽하는 음란한 물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다음 수업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모, 르겠……지만……윽, 음…… 마라톤이면 최악이겠다.”
“나는 그렇게 싫지 않던데.”
“그럴 줄 알았어. 츳치는, 전에도 함께 달리자고 해놓고서는, 혼자서만 휭 먼저 가버렸지……, 아앙, 위험한데, 이번에는 나 혼자서만 가버릴 것 같아……, 재미없나?”
스즈는 그렇게 말하며 억지로 웃었지만, 곧바로 표정이 황홀해졌다.
“앗, 앗…… 진짜로 위험할지도.”
“방금 한 농담, 좀 아재 냄새 나더라.”
나의 냉철한 비평에 스즈도 한순간 코로 웃으며 내 팔을 때렸다.
“이런 느낌으로 계속하면 될까?”
스즈는 애절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녀의 음부는 이미 끈적끈적한 애액을 계속해서 분비하고 있었고, M자로 벌린 다리 사이에는 의자에서 바닥으로 떨어질 정도로 애액이 고여 있었다. 덕택에 빡빡한 밀도 속에서도 손가락이 매끄럽게 미끄러져서, 찔꺽찔꺽하는 소리를 낸다.
“헉, 헉…… 허억, 앗.”
그녀는 개가 헐떡이는 것 같은 가쁜 호흡을 하면서, 나를 애절하게 올려다봤다.
“……미안. 가도 될까?”
무슨 이유로 사과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았지만, 나도 스즈의 펠라티오로 가버렸을 때는 같은 기분이었던 걸로 보아, 타인의 손으로 자신만 가버릴 때는 죄악감을 품게 되는 것 같다.
“괜찮아.”
“미안해…….”
그녀는 거듭 사과를 하고, 발기한 내 남근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 순간, 그녀의 심장이 격렬하게 고동치고 있다는 것을 나도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 순간, 그녀의 부드러운 질 벽이 바이스처럼 내 손가락을 꽉 물었던 것이다. 그리고 두근두근 분명하게 맥박 쳤다. 그녀가 남자 성기를 원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나는 묻는다. AV 속의 한 장면 같은, 천박한 문답이 아니라, 순수하게 친구로서 그녀가 기분 좋게 되기를 원했기 때문에.
“……남자 성기를 원해?”
손가락으로 찔꺽찔꺽 질 벽을 마찰하면서 그렇게 묻는 나를, 스즈는 반쯤 뜬 눈으로 바라봤다.
울 것 같은 얼굴이었지만, 그대로 고개를 끄덕이고, 애절함의 게이지가 최고치까지 올라간 목소리로 말했다.
“……츳치의 자지를, 원해.”
“지금 콘돔 없는데.”
“……나, 가지고 있어.”
“어떻게 할까? 바로 넣을까?”
손목의 피스톤 운동을 약하게 하자, 스즈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지금 멈추면, 미쳐버릴 거야.”
“그럼 이대로 계속할래?”
목숨을 구걸하는 것 같은 대답을 마지막으로, 스즈는 더 이상 말을 꺼낼 여유도 없는 것 같았다. 온몸이 움찔거리는 모습은, 옆에서 봐도 절정 직전이었다.
그런 와중에, 그녀는 쥐어짜낸 것 같은 목소리를 흘린다.
“츳치…… 갈 것 같아…….”
이어서, 뭐가 불안한지, “……부탁이야, 뽀뽀 해줘.” 하고 꺼질 것 같은 목소리로 애원했다.
그 바람을 들어주지 못할 이유가 없다. 입술을 겹치자 그녀 쪽에서 세게 입술을 빨아들였다.
“……흐윽.”
그리고 잠시 후, 스즈는 입술을 밀착시킨 채 달콤한 숨을 토해내며, 온몸을 움찔 떨었다.
절정으로 수축된 질은 손가락뼈에서 압박감을 느낄 정도로 꽉꽉 조여들며, 역시 스즈의 질은 손가락 하나 이상 크기의 것을 삽입하는 장소가 아니라는 사실을 나에게 재확인시켰다.
서로의 입술을 빨면서, 그녀가 움찔움찔 경련하고 있는 사이에 손가락을 빼야 할지를 망설였다. 하지만 그녀의 질은 독자적인 의지를 가진 생물처럼 내 손가락에 달라붙어서, 빼내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이는 조임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무리해서 빼내지 않고 그대로 두기로 했다.
마침내 그녀의 경련이 잦아들었다. 그 다음에는 괴로워 보이는, 헉헉거리는 호흡이 잦아들 때까지 1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체육이 마라톤이면 나 곧바로 포기할 거야.”
스즈가 억지로 웃으면서, 지갑에서 콘돔을 꺼낸다. 거의 투명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인, 자세히 보아야 녹색이라는 것을 알 정도의 색깔을 띤 물건이었다.
포장을 찢고 나에게 장착시켜 주려고 하는 스즈의 손놀림은 아주 약간 성급해 보였다. 아직 준비종도 치지 않았지만 체육복으로 갈아입어야 했기에, 가능한 한 빨리 수업 준비를 하러 가는 편이 좋을 것은 확실했다.
소리를 죽이고 움찔움찔 떨던 스즈의 절정의 모습과 ‘여기에 성기를 삽입하면 분명 더없이 행복하겠지.’라고 손가락으로 느꼈던 확신이, 근육에서 삐꺽삐꺽하는 소리가 날 것 같은 기세로 발기하게 만들었다.
스즈는 콘돔을 장착시키면서, “나만, 미안해.” 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나만’의 뒤에 ‘가버려서’나 ‘기분 좋게 되어서’라는 말은 부끄러워서 생략한 것이 명백했다.
콘돔을 씌우는 손놀림은 아마도 능숙한 것이겠지만, 그녀가 가지고 있던 물건이 조금 작아서인지 약간 고전하고 있었다.
“으…… 도 군 것으로도 빵빵해지던데. 괜찮아? 아프거나 하지 않아?”
겨우 장착을 마치기는 했지만 옆에서 보기에도 좀 억지로 씌우는 느낌이었다. 실제로도 나는 약간의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건 없어. 좀 빡빡할 뿐이야.”
스즈는 쓴웃음을 지은 채 귀두에 쪽 하고 입을 맞추고, “미안해. 지금은 이걸로 참아주렴.” 하고 달래듯 말했다. 그리고 나를 올려다봐서, 우리는 키스를 했다.
그대로 시선만으로 ‘어떻게 할래?’라고 의견을 교환하고,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으며 섹스로 이행한다.
이심전심, 우리는 그것만으로 계획을 확립한다.
비길 데 없이 가슴을 좋아하는 나라고 해도, 역시 이 이상 옷을 벗기기에는 마음에 걸린다. 그렇다면 미폭유에 절대로 지지 않을 섹스어필을 하는 예쁜 엉덩이에 창을 찌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일어나서 그녀의 손을 끌어당기자, 거기서부터는 에스코트를 할 것도 없이, 그녀는 옥탑과 옥상을 잇는 문에 스스로 두 팔꿈치를 대고 손목을 교차시키며 엉덩이를 내밀었다.
스즈는 상반신은 지면과 딱 45도 정도의 각도를 이룬 상태에서 엉덩이만을 뒤로 쑥 내밀어주고 있다. 변함없이 튼튼한 골반과 그 골반의 포동포동한 살집이 그리는 곡선은, 보기만 했는데도 수컷의 뿔이 포효하게 만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작은 콘돔이 보다 빈틈없이 채워져서, 더 투명해진다.
상의인 블라우스는 입은 채 아래에 까만 오버니 삭스와 실내화만을 신고 있는 옷차림은, 그야말로 남자의 열정을 유혹하기 위한 조합이었다.
아직 경험이 풍부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나였지만, 어디에 조준을 맞추면 되는지는 일목요연했다.
아까 전까지 손가락을 삽입하고 있었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녀의 벌어진 음부가 무언가를 삼키고 싶다는 듯 벌름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오목한 것과 볼록한 것을 맞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남근의 밑동을 손가락으로 붙잡고 귀두를 맞춘다. 거기까지 하자 두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어서, 그녀의 둥그런 엉덩이를 딱 붙잡는다.
이제 허리를 밀어서 넣기만 하면 되었지만, 내 막대기는 아무리 봐도 손가락 두 개 굵기는 돼 보였다. 귀두에서 가장 굵은 부분은 손가락 세 개 정도의 굵기일지도 모른다. 손가락 하나로도 그렇게나 답답함을 느끼던 장소에 삽입하기에는 망설여졌지만, 어제는 분명히 삽입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내 등을 떠밀었다.
나도 스즈도, 품행방정인 우등생이라고 가슴을 펴고 이야기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수업을 빼먹는다는 생각이 곧바로 머리에 떠오르지는 않을 정도로, 보편적인 소시민인 것이다.
허리를 쑥 내밀자, 방금 전까지 걱정을 왜 했나 싶을 정도로 창끝이 부드럽게 음순을 밀쳐내더니, 육창이 예쁜 엉덩이 속으로 매끄럽게 삼켜졌다. 하지만 역시 스즈의 살 단지는 꽉꽉 들어찬 살의 밀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남근 전체가 미끈거리며 꿈틀거리는 부드러운 살에 안겼을 때, 두 번 다시 놓아주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 같은 구속감을 느꼈다.
사이즈가 맞지 않아서 극한까지 빵빵하게 팽창해서 얇아진 콘돔은, 그녀의 몸 안의 온기와 주름들을 보다 선명하게 내게 전해준다. 그 삽입의 쾌감은 필설로 다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 쾌감에 넘어가서 허리를 흔들면, 아주 쉽게 사정으로 이끌려 가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야외의 개방감이 가져다주는 익숙하지 않은 긴장과 학교에서 한다고 하는 배덕감도, 성적 고양을 증폭시킨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의 우리에게는 그야말로 시의적절한 것이었다. 계속 결합한 채로 있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쾌락이었지만, 가능하면 준비종이 울리기 전까지는 서로 절정을 맞이하고, 체육 수업 준비를 하고 싶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였기 때문이다.
“스즈, 움직일게?”
그 간단한 질문에, 스즈는 꽤나 망설이고 있었다. 움직이지 않으면 시작되지 않았기에, 이것은 출발 신호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스즈는 그 신호에 단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행위에, 10초 가까운 시간을 들인 것이다.
나는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허리를 흔들어댔다.
팡, 팡, 팡.
육봉이 몇 번이고 들락거리자, 스즈의 애액이 곧바로 거품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빡빡한 살 단지. 풍부한 애액. 그리고 관능의 극한에 이른 곡선과 부딪치는 맛이 좋은 예쁜 엉덩이. 이 세상의 행복이 내 하복부에 응축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분 좋다.
나도 모르게 입이 헤벌려지기에, 다시 마음을 다잡으며 허리를 계속 흔든다.
팡, 팡, 팡.
“이렇게 하면 곧바로 가버릴 것 같지만…… 딱 좋은 정도지?”
“……그러네.”
“학교에서 하니, 엄청 두근두근하니까.”
“……이런 사소한 계기가 소년소녀를 마약거래로 내모는 거지.”
“너무 비약했다.”
허리를 계속 흔들며 나누는 대화의 말투는 가볍다. 하지만 스즈의 대답은 좀 무미건조하다고 해야 할까, 여유가 없었다.
“이왕이면 어제처럼 함께 가고 싶지만, 나 때문에 안 될 것 같아. 미안.”
친구라면 당연히 함께 가는 것이다. 나의 속사 때문에 그렇게 하기가 힘들어져서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 사과를 받아들인 것인지, 스즈가 어떻게든 노력하는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츠치야 선수, 츠치야 선수. 여기서 비보(悲報)가 있습니다.”
“왜 그래?”
잘 보자, 블라우스를 입은 스즈의 등이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많이 굽혀진 무릎도 힘이 빠져 있었다. 숨이 곧 끊어질 듯 말 듯한, 여유 없는 느낌이 말의 마디마디에서 묻어난다.
“……그게 말이죠, 말로 하기 좀 그런데요……, 저, 아까부터 계속해서 살짝 가고 있다는 느낌이네요, 그 점 잘 부탁드립니다.”
“뭐, 농담이지? 이제 막 넣었다고.”
나의 대답에 스즈는 화가 난 것인지, 서서 뒤로 하는 자세에서 온몸에 달콤한 저릿함이 퍼져 가는 가운데, 불평불만을 입에 담는다.
“누, 구, 탓, 으, 로…… 이렇게 됐는데!”
그녀의 핑계는 좀 이해가 안 됐지만, 스즈의 엉덩이와 그것에 남근이 파묻혀 있는 광경은 유전자 레벨에서 피스톤 운동을 요구해 온다.
그렇다고는 해도 친구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도중인데, 허리를 빠르게 흔드는 것도 좀 켕겼다. 그래서 엉덩이 살을 좀 세게 쥐고, 이 정도면 움직이는 축에도 못 낄 것으로 보이는, 아주 신중한 전후(前後) 운동으로 욕정을 달랜다.
“하앗, 아앙♡”
겨우 그 움직임만으로도, 그녀가 온몸을 황홀하게 떨고 있다는 것이 남근에 전해졌다.
그녀는 겨우 숨을 고르고, 문에 짚은 손을 꽉 붙잡듯 손가락을 굽혔다.
“……츳치는 몰랐겠지만, 나 엄청 애가 탔다고.”
가늘게 움찔거리는 엉덩이 살을 움켜쥐고, 가늘게 움찔거리는 질 벽을 남근으로 맛보면서 친구에게 계속 불만을 말해보라고 재촉한다.
“……그렇게 야하게 발기한 자지를 보여주면서 말이야, 계속 손가락만 쓰다니…… ‘진짜 S네.’ 하고 생각했는데, 츳치는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그 사이에도 스즈의 질은 굼실굼실 남근에 달라붙듯 포옹하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가게 되었을 때 미치는 줄 알았어. 눈앞에 츳치의 불끈불끈하고 엄청 강해 보이는 자지가 있는데, ‘왜 이걸로 기분 좋게 해주지 않는 거지?’ 하고. ‘왜 섹스를 해주지 않는 거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갔다고.”
운동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많아졌다. 곧 준비종을 칠 수도 있다.
“……츳치가 드디어 자지를 주었을 때 허리가 힘차게 확 들려올라가고, 지금 그이와의 관계를 응원해줄 때 해준 의지가 되는 말이나 그런 고마움 같은 게 생각나서, ‘역시 츳치 정말로 좋아해!’ 하는 기분이 들어서, 츳치한테 깊숙한 곳을 찔린 순간 가버렸습니다! 이상! 함께 가지 못해서 정말로 죄송했습니다!”
마지막에 가서는 토라진 것처럼 내뱉는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눈치 못 채서 미안해. 그래도 그런 정도였다면 말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아니, 사과하지 마. 사귀는 것도 아니고 친구니까, 츳치 말대로 내가 솔직하게 말하면 됐을 일이고. 그래도 왜, 아무리 친구 사이라고 해도 부끄러운 건 있잖아?”
거기까지 빠른 말투로 딱 잘라 말하고, “……뭐, 다음부터는 꼭 솔직하게 조르겠습니다.” 하고 농담 같은 말투로 덧붙였다.
“그런데, 지금도 절정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이야?”
하복부를 엉덩이 쪽으로 살짝 밀자, 엉덩이 살이 한순간 튕기듯 찌그러졌다. 그것만으로도 스즈의 목소리는 달콤하게 교태를 부리는 것 같은 목소리로 변했다.
“으, 응…… 머릿속까지, 츳치의 자지를, 기뻐하고 있다고 할까…… 아아, 아응♡”
“이 정도도 안 돼?”
툭, 툭, 하고 스즈의 엉덩이를 붙잡고 흔든다.
“앗, 좋아♡ 하으앗, 앗앗♡ 안 돼, 기분이 이상해♡”
아무리 스즈의 질 안이 지복을 준다고 해도, 이런 마찰이라면 갈 때까지는 시간이 좀 걸린다.
그런 말을 했더니 준비종이 울렸다. 지금부터 급히 준비를 해도, 수업 시작 시간까지 아슬아슬하게 맞출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이렇게 된 거 허리를 팍팍 흔들어서 빨리 결판을 내버리면? 시간도 없고.”
“그게 제일 무리. 죽을 자신 있어. 츳치는 자신의 자지가 얼마나 야한지 좀 깨달아주세요. 아니, 진심이야.”
“그럼 그만 빼고, 내 손으로 처리할게. 스즈는 이미 갔다고 하니.”
솔직히 그건 싫었다. 이대로 스즈의 친밀감 속에 정액을 토해내고 싶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싫은 것은, 나 때문에 스즈의 학교생활에 지장이 오는 것이었다.
나는 딱히 상관없다. 어차피 공기인 것이다. 하지만 스즈는 그녀에게 거기에 있어주기를 원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다.
“……있잖아, 아주 질 나쁜 어리광이라는 건 알고 있는데 말이야, 들어줄래? 마음에 안 든다면 진짜로 미안한데…….”
그런 와중에, 스즈가 진심으로 미안해하며 그렇게 말했다.
“……오늘 지금부터 딱 한 시간만, 나랑 불량아가 되지 않을래?”
스즈는 나와 함께 있고 싶다고 말해주었다. 선택지에 없었던 수업을 빼먹는다는 제안을 할 때까지, 나를 우선해주었다.
“좋아. 스즈와 함께라면 수업 정도는 빼먹을 수 있지.”
“……진짜?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데? 완전히 나의 어리광이고.”
어느새 나는 입가에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스즈와 만나기 전에는, 이런 일 기억에 거의 없다.
“친구랑 수업을 빼먹고 옥상에서 논다. 그런 청춘다운 이벤트도 한 번 정도는 해봐야지.”
서서 뒤로 박은 채로, 그렇게 대답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친구와 처음으로 하는 못된 짓의 공유였다.
“……츳치, 수업 빼먹어 본 적 있어?”
“없어. 스즈도 처음이지? 꽤 성실하니까.”
“하지만 이런 사소한 일이 계기가 되어서, 소년소녀는 상아 밀매에 손을 대는 거니까.”
“스케일이 더 커졌네.”
함께 킥킥 웃으면서 우리가 각오를 했을 때, 두 사람의 가슴속에서 퍼져나간 감정은, 인생 첫 땡땡이에 대한 죄악감이 아니라, 그것을 함께 짊어져주는 존재에 대한 고마움이었다.
나는 그런 친구의 과부족 없는 쾌락을 바라며, 그녀가 좋다고 말할 때까지 결합한 채로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그녀가 “……움직여도 되는데?” 하고 갸륵하게 말한다.
“괜찮아?”
“응. 자지, 기분 좋게 해줄게. 아, 그래도 처음에는 천천히 해주면 고맙겠어.”
나는 스즈의 안에서 딱딱하고 빵빵하게 발기한 상태였고, 스즈는 꼿꼿이 세우고 있는 발끝까지 애액이 타고 내려간 상태였다. 대답을 좀 망설였던 이유는, 그녀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리라. 그래도 내가 그녀를 배려하듯, 그녀도 나를 우선해서 생각해준다.
가능한 한 천천히 부드럽게 허리를 흔든다. 복숭아 모양의 예쁜 엉덩이도 탱글탱글 느릿하게 흔들렸다.
“앗, 앗, 앗♡”
그래도 스즈는 이제 못 참겠다는 듯 신음했다.
운동장에는 우리를 뺀 반의 구성원들이 모여 있을 것이다. 그녀의 친구나, 그녀에게 마음을 두고 있는 남자들이 떠드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설마 우리가 이런 곳에서 이런 짓을 하고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있잖아, 츳치…… 아까 츳치가, 그만하고 자기 손으로 처리한다고 한 거, 나를 위해서 한 말이라는 거 알아. 그래도 나 말이야, 떨어지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어……, 츳치가 애써서 내게 자지를 주었으니까, 이대로 하나가 되어 있고 싶다고…….”
“나도 같은 생각을 했어. 사실은 스즈의 안에서 끝내고 싶다고. 스즈에게서 떨어지고 싶지 않다고.”
“……츳치, 정말로 사랑해.”
“나도 사랑해.”
농담을 하면서, 조금씩 피스톤 운동을 가속시켜 간다.
“앗, 앗, 앗, 앗, 앗♡”
45도 정도 되었던 스즈의 상반신의 각도가 수평으로 내려간다. 스즈는, 무릎은 약간 바깥쪽으로 벌리고, 발끝은 더욱더 쭉 뻗고, 엉덩이는 뒤로 쑥 내밀었다. 그 엉덩이에 내 하복부가 팡팡 소리를 내며 부딪치면, 애액이 결합부에서 바닥으로 뚝뚝 떨어진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정말로, 좋아해, 츳치♡”
“응, 나도 좋아해. 스즈.”
친구로서, 라는 당연한 전제는 일일이 말로 하지 않는다. 두 사람에게는 너무 자명한 것이다. 미츠바 양에 대한, 도우지마 씨에 대한 마음과는, 완전히 별개인 ‘좋아한다’이다.
마음 편하게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좋아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따뜻하고 부드럽다.
“앗앗♡ 츳치, 좋아해, 좋아해♡ 그거, 안쪽에, 좋아♡”
“너무 안쪽은 안 된다고 안 했었나?”
스즈의 엉덩이는 이미 완벽하게, 팡팡하는 메마른 소리를 기분 좋은 리듬으로 연주하고 있었다.
“……거기야, 앗으아♡ 그이는 닿지 않는 장소니까, 닿으면 어떻게 될까 생각했었는데, 음음♡ 역시, 츳치니까, 괜찮을까 해서, 앗, 좋아, 아앗, 좋아♡”
그녀의 둔부는 축축하게 땀에 젖어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감촉이 좋은 피부에 매끄러움이 더해진다.
“……거기, 아기를 만드는 방인데, 츳치라면, 자지로 키스해도 좋아♡”
그런 말을 들으면, 아무래도 수컷으로서의 스위치가 켜진다. 콧김을 씩씩 뿜으며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스즈의 깊숙한 곳을 의식하며 허리를 팍팍 흔든다.
“아앗, 앗, 굉장해♡ 자지가, 찔러♡ 츳치, 츳치♡”
분명 귀두 끄트머리로 막다른 곳에 다다른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성(理性)의 아득히 깊숙한 곳에 잠겨 있던 무언가가 나를 움직이게 해서, 필사적으로 그것을 겨누고 허리를 흔들었다.
“스즈……!”
“으아, 앗앗♡ 안 돼, 발기 자지로, 너무 쪽쪽거려♡ 거기, 츳치만 키스할 수 있으니까♡ 도 군은, 닿지 않으니까, 츳치의 자지 맛을, 너무 많이 가르쳐주면 안 되니까, 알았지♡”
인생에서 이렇게 필사적이 되었던 적은 없었다고 할 정도로 허리를 흔든다.
“그래도 나, 스즈에게 나를 더 알려주고 싶어…… 스즈를 더 알고 싶어…….”
내 목소리에 스즈의 마음이 흔들렸다. 섹스를 하면서 우정의 한계치를 돌파한 것이다.
“……이해가 잘 안 되지만, 츳치가 너무 좋아서, 나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내가 크게 숨을 헐떡이면서 피스톤 운동을 멈추자, 사정의 전조라고 짐작한 것인지, 스즈가 애절하게 엉덩이를 흔들면서 졸라댔다.
“……츳치의 기분 좋은 야한 자지로, 내 보지를, 마구마구 휘저어주세요.”
그 말을 듣고 나는 정신없이 허리를 흔들었다. 그녀의 포동포동한 엉덩이에 끊임없이 육창을 찔러 넣고 빼는 일에 몰두했다.
스즈는 몇 번인가 무릎을 덜덜 떨며 쓰러지려 했지만, 나는 억지로 엉덩이를 붙들고 결합상태를 유지시켰다.
내가 동물처럼 허리를 흔드는 사이에, 그녀의 입가에서 침이 실이 되어서 계속 늘어져 내리는 것이 보였다. 스즈는 소리를 내는 것조차 하지 못했다.
시작종이 울기 시작했지만, 우리의 머리에 있는 것은 서로의 절정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싼다!”
그 목소리를 듣고 그녀가 헐떡이는 모습으로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나는 허리를 딱 붙이고 왈칵왈칵 사정했다.
질 벽이 꽉꽉 좁아지는데도, 주름들은 구물구물 꿈틀거린다. 스즈는 “……츳치, 좋아해♡” 하고 약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도 스즈를 좋아해.” 하고 말하면서 허리를 더더욱 내밀자, 그녀는 등을 젖히면서 경련했다. 그녀의 안에, 시작종이 다 울렸어도 멎지를 않는 정액에 나 자신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소망을 담아서, 왈칵왈칵 쌌다.
그에 응하듯, 스즈도 무릎을 덜덜 떨면서, 물보라를 찍찍 뿜으며 바닥을 적셨다.
아래에서는 체육교사와 체육위원의 준비 체조 구령이 들려온다. 우리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될 때까지 숨을 거칠게 쉬면서 서서 뒤로 박은 자세를 유지했다.
수업을 빼먹고 ‘놀이’를 계속했다고 하는 체험을 공유하게 된 우리는 연대의식이라고 해야 할까, 서로의 존재를 보다 가깝게 느끼게 되었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서, 우리는 힘없이 함께 웃는다.
스즈가 아직도 가쁜 호흡 속에서, 관자놀이에서 땀을 흘리면서도, 생긋 웃는다.
“우리도 꽤 격렬한 운동을 했네?”
“수업에서 이렇게까지 체력을 쓴 일이 없는데.”
“맞아, 체육보다 더 힘들다.”
그때, 아래에서 학생들의 불만에 찬 목소리가 일제히 들려온다. 아무래도 정말로 마라톤을 하는 것 같았다. 나와 스즈는 “좋았어.” 하고 행운을 축하하며 히죽거린 후, 쪽 하고 다정한 키스를 했다.
“아니, 우리 섹스가 소비 칼로리 더 높지 않아?”
“적어도 다리와 허리의 소비 칼로리는 더 높겠네.”
봄의 잔향을 실은 일진의 바람이 우리 사이로 휘몰아친다.
우정으로 몸과 마음이 달아올랐던 우리에게는 시원하기만 했다.